27장 10. 나라가 도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행동
是故居上不驕, 爲下不倍. 國有道, 其言足以興; 國無道, 其黙足以容. 詩曰: “旣明且哲, 以保其身.” 其此之謂與! 이러한 까닭에 위에 있으면서도 교만하지 아니하고, 아랫사람이 되어서는 배반하지 아니한다. 나라에 도(道)가 있으면 그 말로써 적극 참여하고, 나라에 도(道)가 없으면 침묵을 지켜 그 몸 하나라도 지킨다. 『시경(詩經)』에, ‘이미 밝고 또 밝아 그 몸을 보존한다’고 한 것은 바로 이것을 일러 말한 것이로다! 興, 謂興起在位也. 詩, 「大雅烝民」之篇. 右第二十七章. 言人道也. 흥(興)은 흥기하여 지위에 있는 것이다. 시는 「대아증민」의 편이다. 여기까지는 27장이다. 인도(人道)를 말했다. |
여기에 ‘국유도(國有道)~국무도(國無道)~’라는 구문이 나오죠? 이것은 고전에서 가장 흔하게 나오는 숙어(idiom) 중의 하나로서 『중용(中庸)』이나 『논어(論語)』, 『맹자(孟子)』 등의 고전에 매우 많이 나오는 어법입니다.
출처 | 대상 | 邦有道 | 邦無道 |
중용27 | 其言足以興 | 其黙足以容 | |
진심상42 | 以道殉身 | 以身殉道 | |
계씨2 | 禮樂征伐自天子出 | 禮樂征伐自諸侯出 | |
공야장1 | 남용 | 不廢 | 免於刑戮 |
공야장20 | 甯武子 | 知 | 愚 |
태백13 | 전체 | 見 | 隱 |
貧且賤焉, 恥也. | 富且貴焉, 恥也. | ||
헌문1 | 전체 | 穀, 恥也. | 穀, 恥也. |
헌문4 | 전체 | 危言危行 | 危行言孫 |
위령공6 | 史魚 | 如矢 | 如矢 |
蘧伯玉 | 仕 | 可卷而懷之 |
지금 여기에 나오는 “나라에 도(道)가 있으면 그 말로써 적극 참여하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침묵을 지켜 그 몸 하나라도 지킨다.”는 말에 대해서 맑시스트나 사회 정치운동가들은 매우 불만스럽게 생각합니다. “왜 유가는 나라에 도가 없을 때 침묵을 하느냐, 그런 때일수록 적극 참여하여 진언(陳言)을 해서 그 도(道)를 회복해야지.” 이 말도 틀린 말은 아니죠.
유교에는 두 측면이 있어요. 그러한 적극적 사회참여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면 과거 유학자들 중에 나라에 도(道)가 없을 때, 사약을 받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간언(諫言)을 하고 어떠한 상황에도 끝내 굽히지 않고 절개를 지킨 그런 예는 많잖아요? 여기에서는 나라에 도(道)가 있을 때와 없을 때에 따른 일반적인 정치참여 방식을 말한 것이지만, 그 참뜻은 그 처한 상황에 따라 절도에 맞게 행동하라는 말일 것입니다.
여기서 ‘용(容)’이라는 말은 ‘용납되다’, ‘자기 몸 하나라도 살린다’라는 뜻이예요. 아무리 무도한 폭군이라도 침묵하면 그것이 용납되었던 시대가 과거 시대죠. 전두환 시절은 침묵조차도 허용이 되지 않았던 시대였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어차피 싸워야 했던 겁니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하나의 문제가 있어요. 여기에 나오는 ‘국(國)’을 해석할 때,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근세 국가적 국(國) 개념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방금 떠오른 생각이지만 근세 국가(nation-state)에서 “나라에 도가 없을 때 침묵을 지켜 그 몸 하나라도 지킨다.”는 말은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도망갈 구멍이 없거든(There is no escape!) 그런데 유교 경전에 나오는 국(國)은 제후국이야. 그때는 수많은 제후국들이 군웅할거하던 시기였다구. 지금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일정한 영토를 갖고 그에 대한 강력한 배타적 권력이 통치자에게 위임되는’ 그런 민족국가가 아니예요. 나라라는 것을 그렇게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던 시대였으니까 당시 선비들은 그 제후국에 대해 지금 우리가 국가에 대하여 가지는 그런 충성심(loyality)이 없던 사람들이야. 그래서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겁니다. “나라에 도(道)가 있으면 거기에 적극 참여하라! 도(道)가 없으면 참여하지 마라! 왜 무도한 통치자를 도와주느냐! 침묵을 지켜 철저히 타협하지 말아라! 아니면 도(道)가 있는 다른 제후국으로 가라!” 모두들 이 ‘국유도(國有道 國無道)’를 잘못 해석했어요. 근세 국가에선 국무도(國無道)하면 투쟁할 수밖에 없지. 그러나 이 당시의 국(國)은 그런 국(國)이 아닙니다.
『대학(大學)』에서 “수신(修身)ㆍ제가(齊家)ㆍ치국(治國)ㆍ평천하(平天下)”중 뭐가 제일 중요하다고 했어요? 수신(修身)이라고 했죠? ‘수신위본(修身爲本)’, 몸을 닦는 것이 근본이라고 했습니다. 평천하(平天下)보다 중요한 게 치국(治國, 여기에서의 國이 바로 당시의 제후국), 치국(治國)보다 더 중요한 게 제가(齊家), 제가(齊家)보다 중요한 게 수신(修身)이예요. 국(國)은 그 중요성이 세 번째에 불과할 뿐이고 몸을 닦는 것이 가장 중요한 근본입니다. 이것이 유교주의예요. 그리고 이것은 만고불변의 위대한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문장의 맨 끝에 인용된 『시경(詩經)』의 구문 ‘기명차철 이보기신(旣明且哲 以保其身, 이미 밝고 또 밝아 그 몸을 보존한다)’에서 ‘明哲保身’이란 말이 나왔습니다.
이 27장 한 장만해도 참으로 중요한 내용을 가지고 있음을 여러분들은 알았을 것입니다. 여기에 나오는 존덕성 도문학(尊德性 道問學)을 반드시 깊게 새겨 두시도록. 여러분들이 중국철학을 할 적에나 아니면 할아버지 문집을 볼 적에도 이 말은 끊임없이 나옵니다. 이 말의 참뜻이 뭔가를 깨닫고, 오늘 이 강의를 깊게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금 쉬고 『시경(詩經)』 강의에 들어가겠습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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