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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도올선생 중용강의, 27장 - 12. 유교의 선비주의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도올선생 중용강의, 27장 - 12. 유교의 선비주의

건방진방랑자 2021. 9. 21.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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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2. 유교의 선비주의

 

 

27에서 우리는 존덕성(尊德性)’도문학(道問學)’이라는 중국 철학의 기본 개념(cardinal concept)을 배웠고 국유도(國有道)와 국무도(國無道)의 문제를 배웠는데 이것에 대한 나의 해석은 상당히 새로운 것입니다.

 

 

 

유학자의 적극적인 세계관

 

실은 나도 그러한 것들을 강의를 하는 순간에 깨닫게 된 거예요. 유교(儒敎)에서는 나라에 도()가 없으면 피해라, 숨어라, 침묵하라, 물러나라고 말하곤 하는데, 사람들은 이것을 유교(儒敎)의 소극적인 사회철학으로 해석해 왔습니다. 그래서 유교(儒敎)는 혁명사상이 없으며 불의가 있을 때도 항거를 안 하고, 피하고, 입 다무는 소극적인 철학이라는 가장 가혹한 비판이 가해졌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시간에 이야기했듯이 국유도(國有道)’, ‘국무도(國無道)’에서의 국()이라는 것은 결코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근세 국가가 아닙니다. 국유도(國有道)ㆍ국무도(國無道)에서의 국()은 노()나라니 제()나라니 하는 등의 제후국인 거예요. 오늘날의 의미로 쉽게 이야기한다면, 전라도에 도()가 없으면 경상도에 가서 살라는 말이나 유사한 것입니다. 전 시간에도 이야기했지만 이 말이 의미하고자 하는 것은, 지식인들에게 그 나라에 도()가 있으면 참여해서 계속 융성하게 만들어주고, ()가 없으면 떠나서 피하든지, 하여튼 그 무도(無道)한 나라를 망하게 하라는 것입니다.

 

이렇듯이 유교(儒敎)국유도(國有道). 국무도론(國無道論)’에서는 근세 국가적 개념의 국가(state)’를 전제로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바로 공자(孔子)주유천하(周遊天下)를 했던 것이죠. 아마도 공자(孔子)가 위()를 갖지 않았다하는 말은, 공자(孔子)의 보편주의는 천하(天下)를 대상을 했기 때문에 어떠한 하나의 왕이 되거나 하는 것이 공자(孔子)에게 불리한 상황이 될 수도 있으므로, 작전적으로 그 위() 피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한다면, 국유도(國有道국무도(國無道)의 문제는 당시의 리얼한 상황과 관련지어 해석해야 합니다.

 

 

 

  

 

 

 

오늘날엔 더욱 의미 있는 명언

 

무언가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는 오늘날에는 이러한 해석들이 더욱더 리얼하게 느껴집니다. 자기 나라에서 살기 어려우면 이민을 가거나, 교육이 잘못되어 있으면 유학을 가거나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 아닙니까? 국가(state)라는 것의 절대성이 붕괴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 근세 국가의 모델이라는 것을 우리 삶의 절대적인 규범으로 삼을 필요가 있을까요? 지난 시간에도 이야기했지만, 근세 국가라는 것은 영어로 하면 스테이트(state)인데 이것은 불란서 혁명 이후에나 탄생한 국가 개념인 것입니다. 근세국가의 특징은 대중사회(mass society)로서, 이 대중 사회라는 것은 결국 매스 미디어(Mass media)가 지배하는 사회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국가라는 개념은 역사적으로 매우 특수한 국가개념으로서 대중사회, 즉 매스 미디어에 의하여 지배 받는 경찰국가(police state) 형태라는 것입니다. 이런 국가, 이런 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대중화 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 도망갈 구멍이 없습니다(There is no escape!). 즉 여기서의 사회 정의는 정치가 잘못 되었을 때는 싸워야 하는 것입니다.

 

 

 

 

 

국가개념의 유동성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이러한 국가(state)’라는 개념이 미래에도 절대적인 제도가 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라는 것입니다. 전자 통신망의 발달로 이러한 근대 국가 개념이 붕괴될 위기에 처해 있거든요. 앞으로 그런 국가 개념이 없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으며, 사회를 리드하는 리더쉽의 형태도 바뀔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근세 국가만이 유일한 권력 형태는 아닌 거예요. 옛날에도 무수한 다른 형태가 있었고 앞으로도 그것은 언제라도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근대적(Modern) 국가 개념으로 역사를 바라보면 큰일 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국사 시간에 배우는 신라(新羅)가 근대적 의미의 국가인 줄 안다면 그것은 큰 착각입니다. 신라는 절대 지금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러한 국가가 아닙니다. 그 당시 마산 부근에 사는 사람에게 야 너 어느 나라 사람이냐?”하고 묻는다면 나는 신라 사람이다하는 류의 답변은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골품제도로 모든 신분이 규정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 지네 동네 꼰대나 생각했지, 신라왕을 무슨 절대 군주로 생각하거나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삼국의 경계 부근에 살았던 사람들은 전혀 신라니 백제니 하는 의식도 없이 살았을 겁니다. 그때는 통일된 국가 개념이 없었던 상태였습니다.

 

오늘날 신라를 마치 고정적인 그 무엇으로 생각하지만, 원래 그것은 상당히 경계가 엉성한 어떤 지역을 지칭하는 여러 이름 중의 하나였고, 후에 그 지역을 통털어서 신라라는 이름으로 삼국사기삼국유사에서 정리함으로써 신라라는 이름으로 개념화된 것입니다. 그 당시 사람들이 나는 신라 사람이다, 백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큰 오해입니다. 이렇게 고정적인 국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신라와 백제 왕가 사이에 통혼이 성립하고, 왔다 갔다 하곤 했던 거예요. 영화 여왕 마르고보셨습니까? 보신 분은 한번 생각해보세요. 스페인으로 갔다 오고 하는 그런 분위기 아시죠?

 

이러한 맥락 속에서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state)’가 과연 지금의 형태를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어쩌면 김영삼 씨는 아직까지는 좋은 시절에 대통령을 하고 있는 지도 몰라요. 이러한 문제를 남북통일과 관련지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이루어야 할 통일 국가의 형태에 대하여도 편협한 오늘날의 국가형태에만 집착하지 말고 다양하게 사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정부라는 것도 절대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전두환 같은 인물은 사람들을 감옥에 가두어 넣고, 고문하고, 죽이는 등 폭력적으로 억압을 했기 때문에 여기에 항거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런 특수한 상황을 제외한다면 일반적으로 정치가 잘못된 때는 외면해 버리는 것이 국민의 기본적인 생리인 것이고 또 이것이 현명한 처사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유교의 선비주의

 

유교(儒敎)국유도(國有道)ㆍ국무도론(國無道論)’이 말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이렇게 나라의 정치가 잘못되면, 지식인이고 국민이고 전부 외면해 버리라는 것입니다. 결국 이 말이 내포하는 궁극적 의미는, 오히려 국유도(國有道)하게 하라’, 즉 나라를 잘 다스리라는 하나의 협박(intimidation)이지, 결코 소극적 도피주의가 아닙니다. 무도(無道)하면 모든 사람이 외면하게 되고 다 빠질 테니 그 나라를 잘 다스려라 하는 유교(儒敎)적 협박인 거예요. 우리는 이런 반어적인 맥락을 잡아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지금까지는 이 유교(儒敎)국유도(國有道)ㆍ국무도론(國無道論)’근세 국가에서의 사회정의라는 역사적으로 한시적인, 좁은 틀로 잘못 해석해 왔기 때문에 그 구체적 의미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국유도(國有道)ㆍ국무도론(國無道論)’은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더욱 리얼하게 어필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예요. 김영삼! 너 정치 잘 못하면 우리 지식인들 다 빠질 테니 알아서 해라! 하는 정도의 협박이나 압력의 분위기가 있어야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겠어요?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고 28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이름은 잊었지만 고려대학의 어느 총장 시절에 있었던 일입니다. 어떤 젊은 학장이 교무회의 중 담배를 피웠습니다. 이것을 본 총장이 그 학장에게 감히 건방지게 총장 앞에서 담배를 피우느냐고 욕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학장들이 일제히 담배를 꺼내 피웠다는 것입니다. 총장! 너 까불지 마라 하는 협박이었던 것입니다. 과거의 고려대학은 그래도 그런 풍도가 있던 학교였습니다.

 

그러나 요즈음도 자발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연출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은 정말 회의적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그래도 유교(儒敎)의 선비주의가 다 남아있어서 그렇게 간단한 사람들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그 선비주의가 퇴색해 버렸어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무도(無道)하면 외면하고 다 빠진다하는 것이 유교(儒敎)의 선비주의인 것입니다.

 

21
핵심
내용
천도
(天道)
22 24 26     30 31 32 33
전편
요약
인도
(人道)
23 25 27 2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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