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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우리 한시를 읽다 - 2. 잘 빚은 항아리와 잘 짜인 시 본문

책/한시(漢詩)

우리 한시를 읽다 - 2. 잘 빚은 항아리와 잘 짜인 시

건방진방랑자 2022. 10. 2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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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잘 빚은 항아리와 잘 짜인 시

 

 

법에 맞는 한시, 율시의 정착

 

 

1. 한시의 시체

고시(古詩) 율시(律詩)
비교적 자유롭게 쓰는 시 절구처럼 압운을 함
평측을 고름
2연과 3연엔 반드시 대()를 해야 함.

 

 

2. 율시의 정비

1) 중국에선 당나라 초엽에 율시가 정비됨.

2) 최초로 등장한 작품은 8세기에 쓴 김지장의 송동자하산(送童子下山). 하지만 6세기의 고구려 승려 정법사의 시가 율시에 근접해 있음.

 

 

 

잘 다듬어진 시를 보다

[정법사(定法師)영고석(詠孤石)]

 

 

逈石直生空 平湖四望通 먼 바위 곧장 하늘을 향해 솟아있고 평평한 호수 네 방향으로 통하였네.
巖根恒灑浪 樹杪鎭搖風 바위 뿌리 항상 물결에 씻기고 나뭇가지 항상 바람에 흔들리지.
偃流還漬影 侵霞更上紅 물결에 누우니 도리어 그림자 잠기고 노을이 침범하니 다시 붉어짐이 짙어졌네.
獨拔群峰外 孤秀白雲中 홀로 많은 봉우리 중에 빼어났고 외로이 흰 구름 속에서 우뚝하구나. 海東繹史

 

1. 정법사: 고시기(古詩紀)에 실렸는데 저자가 고구려 사람이라 했기에 6세기 무렵 유학한 고구려 승려로 추정됨.

 

2. 특징: 평측(平仄)이 약간 틀리는 부분이 있지만 율시에 근접해 있는 작품으로 6세기에 쓰여진 시임.

 

3. 감상

1) 경물묘사(景物描寫)의 호응은 두보 때나 볼 수 있던 수사법으로 이 글에 먼저 나타남.

1   4 6
허공에 솟은 바위 수직적 움직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노을 속에 꽃 피운 듯한 나뭇가지
2 3 5
일망무제(一望無際)로 드리운 호수 수평적 움직임 아랫부분에서 찰랑거리는 물결 수면에 비춰 흔들리는 바위

 

2) 시의 흐름

수련(首聯)에서 파제(破題)하여 주제 제시 외로운 바위라는 주제 확인
1구에서 ()’, 2구에서 ()’를 말함
()ㆍ경련(頸聯)에서 대()를 하여 주제 발전 고고한 정신세계를 표상하는 바위로 발전
미련(尾聯)에선 주제 확인이나 새 주제 제시 외로운 바위=고고한 정신 지닌 자신

 

3) 고시기외에도 중국의 여러 책자에 소개되어 있음. 한시가 처음 제작될 무렵, 그 능력이 중국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음.

 

 

 

사찰, 누정시의 특징

[박인량(朴寅亮), 사송과사주귀산사(使宋過泗州龜山寺)]

 

 

巉巖怪石疊成山 가파른 암석 괴이한 바위 첩첩히 산을 이루고
上有蓮坊水四環 위에는 절이 있어 물이 네 방향으로 둘렀다.
塔影倒江翻浪底 탑 그림자 강에 거꾸러져 물결 밑에 흔들리고
磬聲搖月落雲間 경쇠 소리 달에 흔들려 구름 사이에 떨어진다.
門前客棹洪濤急 문 앞에 나그네의 노, 물결 속에 급하고
竹下僧碁白日閑 대나무 아래 스님의 바둑, 백일 중에 한가하다.
一奉皇華堪惜別 한 번 사신을 명을 받들어 석별의 한을 견디고
更留詩句約重攀 다시 시구를 써서 다시 오르기를 약속하네. 東文選

 

1. 1080년에 사신 갔을 때, 구산사(강소성 우이현에 있는 사찰)에 들러 지은 시다.

 

 

2. 사찰이나 누정을 노래한 율시는 1연에서 절이나 누정의 위치를 설명하며 제목을 풀이할 때가 많음.

1) 박인범(朴仁範), 경주용삭사(徑州龍朔寺): 1구의 내용을 통해 높은 곳에 있음을 표현함.

翬飛仙閣在靑冥 날개 치는 신선의 누각 푸른 하늘에 있고
月殿笙歌歷歷聽 월전의 생황 소리 역력히 들리는 듯해.

 

2) 정지상(鄭知常), 개성사 팔척방(開聖寺 八尺房)

百步九折登巑岏 백보 아홉 길 꺾어 산등성이에 오르니
家在半空唯數閒 집이 반절 허공에 몇 칸 집이 있네.

 

3) 정지상(鄭知常), 제변산소래사(題邊山蘇來寺): 실제 내소사는 낮은 곳에 있지만 시에선 과장함.

古徑寂寞縈松根 옛길 적막하여 소나무뿌리 얽혀 있고
天近斗牛聯可捫 하늘은 가까워 북두칠성을 멋대로 만질 수 있을 듯하다

 

 

3. 감상

1) 1연에선 허공에 매달린 듯한 구산사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조망함.

2) 23연엔 경물묘사로 2연은 줌인을, 3연은 줌아웃을 하여 주제를 발전시킴(3구는 2구의, 4구는 1구의 뜻을 이음).

3) 3연에는 대비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을 등장시켜 한가한 삶에 대한 꿈을 표시함(시상전환이 여기서 이뤄짐).

4) 한가하게 지낼 수 없어 급히 배를 띄우고 가나 꿈은 버릴 수 없어 시를 써서 훗날을 기약한다고 함.

 

 

4. 분석

1 4 6
산 윗 부분 산 위쪽의 허공 대숲 사이 우거진 산
2 3 5
산 아래 강물 강 아래 탑 그림자 사람들이 물에 따라 배 저어 감

 

 

 

시에서 인생무상을 나타내는 방법

[최치원(崔致遠), 등윤주자화사(登潤州慈和寺)]

 

 

登臨暫隔路岐塵 올라 세상 티끌과 잠시 사이가 벌어져
吟想興亡恨益新 흥망을 읊조리니 한은 더욱 새롭다.
畫角聲中朝暮浪 화각 소리 중에 아침저녁으로 물결 치고
靑山影裏古今人 청산 그림 속에 옛 사람과 지금 사람이 있구나.
霜摧玉樹花無主 서리에 꺾인 옥수, 꽃을 볼 주인이 사라져
風暖金陵草自春 바람 따스히 긍릉에 부니, 풀은 스스로 봄이로구나.
賴有謝家餘境在 다행히 사가의 남은 경치가 있으니,
長敎詩客爽精神 길이 시객으로 하여 정신을 맑게 하도다.

 

1. 빈공과(賓貢科) 급제 후 876년에 선주의 율수현위(溧水縣尉)가 되었다. 그 인근에 자화사(慈和寺)가 있었다.

 

 

2. 율시는 긴축된 시어를 구사하여 흐트러짐 없이 시상을 전개해야 함.

 

 

3. 감상

1) 1연에선 절의 위치가 아닌 한()을 드러냄 2,3연 경물묘사 4()’이란 주제 전환.

2) 3구의 조모랑(朝暮浪)’은 세월의 흐름을 시각화했고, ‘청산(靑山)’과 대비된 사람의 무한성으로 인생무상 표현함.

무상한 인생 화각(畫角) 고금인(古今人)
영원한 자연성 조모랑(朝暮浪) 청산(靑山)

 

3) 사람 유한성과 자연의 무한성이 담긴 시들

박인범(朴仁範), 경주용삭사각(涇州龍朔寺閣)

人隨流水何時盡 사람은 흐르는 물 따라 언젠들 사라지지만,
竹帶寒山萬古靑 대나무는 추운 산 둘러 만고에 푸르네.

 

김부식(金富軾), 관란사루(觀瀾寺樓)

山容水色無今古 산 모습 물색은 고금이 없지만
俗態人情有異同 속태와 인정은 다름과 같음이 있네.

 

혜문(惠文), 보현원(普賢院)

路長門外人南北 긴 길 문 밖의 사람 남북으로 움직이지만
松老巖邊月古今 늙은 소나무 있는 암자 곁 달은 고금 그대로네.

 

4) 3연에서 가을과 봄이 병치(竝置)되는 건 자연스럽지 못하기에 상상 속 풍경으로 봐야만 함. 전고(典故)를 통해 자연 앞에 왜소한 인간을 대조적으로 묘사함.

5) 4연에선 인간은 무상하나 문학은 영원대체로 문장은 나라를 다스리는 썩지 않는 융성한 일이다. 하지만 사람은 때에 죽게 되어 영예와 즐거움이 그 몸에 그치게 된다.[蓋文章經国之大業, 不朽之盛事. 年壽有時而盡, 榮樂止乎其身]. -조비(曹丕), 논문(論文)하기에 극복할 수 있다고 함. 그래서 ()’하다고 했던 것임.

 

 

 

 

인용

목차

한시사 / 略史 / 서사한시

한시미학 / 고려ㆍ조선

眞詩 / 16~17세기 / 존당파ㆍ존송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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