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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콘도에 들어와 짐을 풀고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이불을 펴고 누우니, 잠이 소록소록 온다. 아이들도 저마다 자리를 펴고 누워 게임을 하거나, 잠을 자거나 한다. 만약 이대로 놔뒀다면 한숨 푹 잤을 테지만, 다음 일정이 있기 때문에 30분 정도 쉬다가 일어나야 했다. ▲ 각자의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는 아이들. 항우의 힘과 기개를 느낄 수 있던 잔디 축구 밖에 나오니 아이들은 콘도 바로 옆에서 공을 패스하며 놀고 있더라. 평소에 운동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이런 날엔 몸을 움직이고 싶긴 하나 보다. 누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공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던 승태쌤은 아예 팀을 짜서 미니 축구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여학생들과 준영이는 쉬고 싶다며 하지 말자고 ..
53. 닫는 글: 반복의 힘을 아는 그대, 사라지지 말아요 그런데 재밌는 점은 마음이 정해졌다 해도 무언가를 하기에 겁이 날 수도 있고, 버거울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공부가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 줄 모르겠어요’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이다.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반복적으로 선을 긋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아주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해 하는 것이다. 우린 그 때문에 낙동강에서 출발하여 서울까지 달리는 자전거 여행을 하게 되었다. 페달을 밟은 단순한 행위를 통해 ‘작은 행위를 반복하면 무엇이든 이루어진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니 말이다. ▲ 패달을 밟는 작은 행위가 대구에서 서울까지 달리게 만들었다. 반복적으로 페달을 굴려 완성한 여행으로, 삶을 살아내다 하지만 한 번..
52. 닫는 글: 반복할 수 있는 조건 2015년 10월 4일부터 10일까지 6박 7일간의 일정으로 떠났던 자전거 여행, 그리고 2015년 10월 24일에 쓰기 시작하여, 본격적으론 2016년 1월 3일부터 2월 18일까지 한 달 보름동안 썼던 자전거 여행기는 ‘반복적으로 선을 긋는 행위’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 애셔의 작품 [그림 그리는 손], 애셔의 작품은 기이한 형태를 띠고 있다. 기하학적인 순환인데, 이게 바로 반복의 느낌과 비슷하다. 반복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과연 낙동강을 따라 남한강까지 간다는 게 가능할까?’라는 걱정이 앞섰고, 여행기를 쓰기 전까지만 해도 ‘그 때의 기억을 어떻게 남길까?’라는 고민이 들었다. 그런데 자전거 여행도..
51. 개선장군처럼, 삶을 누린 사람처럼 살라 ▲ 양평 → 올림픽공원 세계평화의 문 / 35.27km 드디어 마지막 날 자전거 여행의 준비는 끝났다. 이제부턴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축하 팡파레를 들으며 우리의 최종목적지를 향해 신나게 달리면 된다. ▲ 비가 제법 많이 내리고 바람도 심상치 않다. 그럼에도 달려 간다. 고맙고도 듬직한 아이들! 빗 속 여행에 빠져들 각오가 되어 있나? 비든 눈이든, 제대로 즐길 각오로 떠나지 않으면 그런 것들은 방해물이 될 뿐이다. 어떻게 하면 비를 적게 맞을까, 어떻게 하면 바람을 피할까만 생각하다 보니, 오히려 정작 보아야 할 것 보지 못하고, 느껴야 할 것을 느끼지 못하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국토종단을 할 때 목포에서 무안까지 걸어가며 비를 쫄딱 맞고 갔는데, 오히려..
50. 후회하지 않기 위해 빗길 자전거 여행을 떠나다 ▲ 양평 → 올림픽공원 세계평화의 문 / 35.27km 쥐 죽은 듯 조용히 잠만 잤다. 오늘은 자전거 여행을 마무리 짓는 역사적인 날이지만, 어제 저녁의 일로 기쁨보단 깊은 어색한 침묵으로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다. 새벽 5시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면서 가장 먼저 날씨가 어떤지가 궁금했다. 아침부터 비가 온다고 했는데 벌써 내리고 있는지, 라이딩 도중에 올 것인지, 그도 아니면 모두 끝난 다음에 올 것인지 그 순간만큼은 걱정과 기대가 교차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마지막 라이딩을 준비하다 그래서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고 확인해 보니, 날씨가 잔뜩 찌푸려 있기만 할 뿐 아직 비는 내리지 않더라. 그러니 ‘서둘러 출발한다면, 비가 내리기 전에 도착할 지도 모..
49. 감정이 팔팔 끓기에 사람이다 ▲ 여주 → 양평 배로농원 / 58.04km 한참 달리다 보니 작년 도보여행 때 ‘남한강 홍보영상’을 찍었던 이포보를 지나서 달린다. 이미 시간은 3시가 넘었지만 아직 점심은 먹지 않았다. 그쯤 되니 아이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해진다. 점심을 먹고 가자니 펜션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어지고, 펜션에 일찍 가서 저녁을 거하게 먹자니 지금 당장 배가 고프다. 그래서 결국 양평에서 점심을 먹고 가는 것으로 정했다. ▲ 도보여행의 추억이 있는 이포보를 지나서 달린다. 재욱이와 현세가 감정으로 엉키다 양평읍내로 들어가 식당을 찾아 헤맸다. 조금 헤매니 김밥천국처럼 많은 메뉴를 시킬 수 있는 음식점이 보여 그리로 들어갔다. 이미 시간은 4시 30분이 되었다. 점심치고는 늦은 점심이지만..
48. 사람이 꽃이 되는 순간과 저주가 되는 순간 ▲ 여주 → 양평 배로농원 / 58.04km 날씨가 정말 좋다. 청명한 가을 날씨는 왠지 나들이를 가고 싶게 하는데, 오늘이 정말 그랬다. 이런 날 맘껏 달릴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 완연한 가을 속으로 달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토요일 서울 하늘은 아침부터 흐림 그런데 여행 기간 중에 안 좋은 소식이 들렸다. 분명히 여행을 떠나기 전날에 날씨를 확인할 때만 해도 비 예보는 없었다. 그래서 안도하며 기뻐했던 것이다. 일기예보를 계속 확인한 이유는 비가 올 경우 무엇보다 아이들의 안전이 걱정이었고, 하루 동안 달려야 할 계획에도 차질이 생겨 전체 일정이 어긋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준규쌤이 계시는 지지학교는 8월에 자전거 여행을 갔었는데 태풍 고니로 많은 ..
46. 선으로 이어지는 여행을 해야 한다 ▲ 여주 → 양평 배로농원 / 58.04km 이제 6일째 자전거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아침도 맛있게 먹었겠다, 재욱이 자전거도 고쳤겠다, 펑크패치용 본드도 샀겠다,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는 완벽한 출발이다. 여기에 날씨까지 화창하여 하늘이 더욱 높게 느껴지는 맑디맑은 가을날씨다. 예전에 임용시험을 준비할 때만 해도 드높아진 하늘을 보며 ‘언젠가 나도 가을을 만끽하며 즐길 날이 오겠지?’라는 생각으로 도서관에 있어야만 하는 나를 위로했었는데, 모르는 사이에 이미 그 꿈은 현실로 이루어져 있었다. ▲ 신륵사를 향해 여주 한복판을 달린다. ‘점과 점의 여행’과 ‘선의 여행’, 그 중에 ‘선의 여행’으로 여행을 할 때 목적지에 빨리 가기 위해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
44. 사람이 자랄 때 필요한 것 ▲ 여주 → 양평 배로농원 / 58.04km 우리가 자라면서 ‘나는 비록 이렇게 살지만, 자식에게만은 그런 환경을 물러주지 말아야지’라는 바람을 갖게 마련이다. 그게 권위주의적인 가정환경일 수도 있고, 원하는 걸 맘껏 못하는 가난한 환경일 수도 있으며, 부부싸움이 연일 일어나는 전쟁터 같은 환경일 수도 있다. 어떤 것이든 현실적인 문제라고 느껴지면 그걸 가슴 속에 담아뒀다가 그와 같은 환경을 자식에겐 물려주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아이가 자랄 때 필요한 건, 넉넉함이 아닌 적당함이다 우리집도 예전엔 정말 가난해서 원하는 것을 하며 살 수는 없었다. 그러니 무언가를 욕망할 수도 없었으며,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엔 ‘내가 원하는 게 뭐지?’라며 헛갈릴 정도였다. 그런 환경을 ..
43. 누구나 자신만의 여행을 떠나야 한다 ▲ 여주 → 양평 배로농원 / 58.04km 6박7일 일정으로 떠난 여행이 어느덧 6일차에 접어들었다. 내일이면 목적지인 올림픽공원에 도착하고 때론 걱정으로, 때론 즐거움으로 달렸던 낙동강-한강 자전거여행은 끝이 난다. ▲ 어제 뜻하지 않게 야간 라이딩을 해야 했다. 이게 바로 여행의 묘미다. 여행이 일상이 된 시대에 여행을 떠나야 한다 흔히 여행은 배부른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곤 한다. 물론 예전처럼 한 마을에서 나서 거기서 쭉 자라다 옆 마을 처녀와 결혼하여 자식 낳고 살다가 그곳에서 생을 마치는 세상이 아닌, 공부를 위해서건 취직을 위해서건 어쩔 수 없이 마을을 떠나 타지로 나가야 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여전히 여행에 대한 이미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
42.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의 속뜻 ▲ 충주 → 여주 / 64.69km 민석이가 옆에서 바람을 넣어주며 달리니 그래도 꽤 오래 버틸 줄 알았다. 여러 군데 펑크가 나긴 했지만, 패치를 붙이긴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얼마 달리지 않아 멈추더라. 그러자 민석이가 바로 펌프를 꺼내 바람을 넣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달렸다, 멈췄다를 반복했는데 갈수록 바람 빠지는 시간이 단축되고 있었다. 처음엔 100m 정도 달렸는데, 80m, 50m로 줄어들더니, 급기야 바람이 아예 들어가지 않는 상황이 되더라. ▲ 민석이가 바람을 넣어주며 가지만, 결국 들어가지 않더라. 정말 난감하다. 마지막 방법까지 해보았으나 실패! 최악의 상황에 이르러서야 월요일 저녁에 갈았던 튜브가 생각나더라. 아무래도 지금 튜브는 여기저기 펑..
41. 위험이 닥칠 때 우린 하나가 된다 ▲ 충주 → 여주 / 64.69km 재욱이 자전거에 펑크가 났다는 얘기를 듣고 깊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바로 떠오른 대로 반창고를 붙이며 때우려 했던 것이다. 그도 그럴 듯이 시간적으로 여유도 있었고 부론면에만 가면 금방 해결될 거라 생각했기에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 펑크를 본드가 아닌 반창고로 때우고 있다. 이건 개그인가요? 현실인가요? 동병상련이란 따뜻한 마음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건 바보 같은 대처법이었다. 반창고를 붙인다는 게 바보 같다는 게 아니라, 자전거 도로 한 가운데서 본드가 없다고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는 게 바보 같다는 얘기다. 한강자전거길처럼 많은 사람들이 라이딩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기도 틈틈이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을 볼 ..
39. 추억이 현실이 되는 순간 ▲ 충주 → 여주 / 64.69km 도보여행 때 편지미션을 했던 곳에서 잠시 쉬었다. 시간이 넉넉하니 서둘러야 할 이유도, 마음을 조급하게 먹어야 할 이유도 없어서 좋다. 자전거 여행 중 처음으로 완벽한 여유로움을 누려본다. ▲ 자전거 여행 촬영은 이렇게 캠코더를 연결하고 진행했다. 짐받이의 안부를 묻다. “왜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아무 말도 안 했던 거니?” 그때 민석이가 짐받이가 많이 풀어졌다며, 수리공구를 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수리공구를 줬더니 아무리 조여도 조여지지 않는다며, 나를 찾는다. 가서 보니, 짐받이가 이상할 정도로 밑으로 많이 쏠려 있는 상태였다. 아래로 쏠린 상태에서 계속 달렸기 때문인지, 볼트가 조여지는 구멍의 홈들이 패여서 더 이상 조여지지 않더라..
38. 자전거 여행 중에 생명존중사상을 발휘하다 ▲ 충주 → 여주 / 64.69km 조금만 달리면 익숙한 길이 나올 거라 기대하며 달리는데 꽤 달렸음에도 낯선 길만 계속 나오고 있었다. 사마귀 한 마리에 멈춰선 네 명의 인간들 그제야 생각해보니, 작년 도보여행 땐 충주에 들어선 이후엔 남한강을 따라 걸어간 것이 아니라, 찜질방에 가기 위해 산척면으로 빠졌으며 거기서 충주댐까지는 531번 지방도를 타고 걸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당연히 지금 달리는 남한강 길이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여긴 강변을 따라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평지를 달리는 기분으로 편하게 달리면 된다. 2시간 30분 동안 달렸는데, 아이들이 갑자기 멈춰 섰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달리다가 사마귀를 밟을 뻔해서 멈춘..
37. 두 가지 앎에 대해 ▲ 충주 → 여주 / 64.69km 아무래도 처음 하는 일은 어설프게 마련이다. 현세가 리더이기에 호기롭게 스마트폰을 빼서 지도 검색을 하고 지시해준 경로를 따라 간다. 그런데 일반적인 자전거 도로와는 다르게 충북선 기찻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아무리 처음 지도를 보는 것이라도 해도 시작부터 헤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전거 도로를 찾지 못했고, 급기야 다른 사람의 농장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자 현세도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고 팀원들도 어이없어 하는 표정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이미 리더를 해보며 누군가를 이끈다는 어려움을 경험했던 지라, 팀원 누구 하나 섣불리 화를 내거나 불쾌한 표정을 짓진 않았다. 이에 현세도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여 지도를 보..
36. 리더가 되어보면 자신이 보인다 ▲ 충주 → 여주 / 64.69km 이제 리더 미션도 마지막 대상만을 남겨두고 있다. 영화팀의 장시간 막내인 오현세가 오늘 리더 미션을 수행한다. 리더 오현세, 자신이 직접 일을 하며 현실감각을 되찾다 현세는 단재학교에 들어온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영화팀에선 막내로 남아 있다. 물론 중간에 상현이가 들어오면서 막내 딱지를 떼긴 했지만, 그렇다고 현세가 형 노릇을 한 것은 아니었다. 현세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하지도 않았고, 바로 위로 민석이와 재욱이 같은 든든한 형들이 있어서 그 자리에 머물러 있어도 되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이번 여행엔 상현이가 빠지면서 어쩔 수 없이 다시 막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었다. 현세는 어찌 보면 이제 막 세상에 첫 발을 내디딘 어린이..
33. 찜질방과 여행 ▲ 충주 → 여주 / 64.69km 어느덧 자전거 여행을 떠난 지 4일이 지나고 5일째에 접어들었다. 6박7일의 계획으로 여행을 떠났으니, 이제 후반부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오늘부터는 작년 도보여행 때 걸었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익숙한 길을 간다는 안도감이 든다. 그러고 보면 새로운 길은 설렘을 주기도 하지만 그 설렘은 여차하는 순간 두려움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그에 반해 아는 길은 자칫 지루할 수 있지만 그건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그렇기에 여행은 어떤 설렘으로 시작하여 점차 익숙해져 가는 과정으로, 두려움에서 시작하여 안정감으로 변해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찜질방의 두 가지 형태 충주의 찜질방은 우리가 흔히 아는 그런 찜질방이다. 빌딩의 한 층은 목욕..
32. 작년 도보여행의 종착지인 충주에 도착하다 ▲ 10월 7일(수) 문경새재게스트하우스 → 충주시 소조령에 오른 지 20분 만에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이화령처럼 정상에 휴게실이 있고 전망대가 있진 않지만, 정상이라고 적힌 팻말이 보이자 절로 탄성이 흘러 나왔다. 이렇게 순식간에 어려운 고비들이 끝나니 기분이 좋았다. 지금 시간은 12시 53분밖에 되지 않았다. 이젠 거의 평지만 달리면 되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페달을 밟아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이화령의 내리막길을 달릴 때 캠코더로 찍고 싶었는데,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가 날 거 같아 찍지 못했다. 하지만 이곳에선 찍어야겠다고 맘을 먹었다. 다운힐의 짜릿한 순간을 남기지 못하면 후회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캠코더를 끈으로 동여 매 바람 저..
29. 미션명: 부모님께 영상편지 쓰기 ▲ 10월 7일(수) 문경새재게스트하우스 → 충주시 이화령 정상에서 미션을 하고 싶었다. 이화령은 한민족의 대줄기인 백두대간 중 한 곳이기 때문에, 그 영험한 기운을 받아 할 수 있는 미션을 구상하고 있었다. ▲ 미션을 하기 위해 표지석에 모였다. ‘교통의 요지=소통=편지’의 연쇄작용 문경새재는 영남과 한양을 잇는 주요 길목으로 영남선비들이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해선 이 고개를 넘어야 했었다. 그런데 근대 이후 도로가 발달할 때 그나마 낮은 산이었던 이화령에 길을 만들어 문경새재보다 더 사람들이 자주 다니게 되었다고 하더라. 그런 내용을 알고 보니, 소통이라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자전거 여행을 떠나기 전에 어머님들에게 “이번 여행 중 아이들이 했으면 하..
28. 불안을 투사하는 사람들을 멀리하라 ▲ 10월 7일(수) 문경새재게스트하우스 → 충주시 드디어 남한강으로 건너가는 날이다. 민족의 젓줄인 낙동강을 지나 한강의 기적을 만든 남한강으로 들어서는 기념비적인 날이다. 그런데 남한강으로 가기 위해서는 백두대간 중 하나인 이화령을 넘어가야 한다. 그래서 마음을 단디 먹고 출발했다. 문경온천, 낮과 밤의 분위기가 180도 다른 곳 게스트하우스를 나와 이화령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제 휘황찬란한 불빛으로 불야성을 연출했던 문경온천 부근을 지나가야 한다. 어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갑자기 환한 불빛이 비춰서 별세계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아침에 그곳을 지나니 전혀 다른 곳인 줄 알았다. 화려한 무대의 앞과 어둡고 초라한 뒤의 차이처럼 쇠락한 마을의 분위기가 물씬..
27. 리더십에도 성실함이 필요하다 ▲ 10월 7일(수) 문경새재게스트하우스 → 충주시 리더미션은 선배와 통화하며 갑자기 하게 되었는데, 이 미션이야말로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는 생각이 든다. 한 개인에게 전체를 이끌어야 할 임무를 주면서 얼마나 책임감이 있는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미션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미션이지만, 이 미션만큼은 철저히 한 개인에게 책임이 집중되기에 당사자도 긴장할 수밖에 없고, 팀원들도 노력할 수밖에 없다. ▲ 저 앞에 문경새재가 보인다. 황금들녘을 지나 산으로 간다. 리더 재욱이의 리더십, 생색내지 않는 자연스러움 어제의 리더는 재욱이였다. 아무래도 처음으로 리더를 해본 것이기에 완벽할 수도, 만족스러울 수도 없다. 그런 활동들이 계기가 되어 점차 리더로서의..
24. 자전거 여행을 하는 이유 ▲ 10월 6일(화) 상주시 → 문경새재 / 62.04KM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다. 아직도 29.21km나 남아 있다. 문경새재 근처에는 오르막길이 여러 군데 있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그 길을 달려야 하니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 걱정이 된다. 그런데 막상 달려보니 한 번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이 있었을 뿐 그렇게까지 힘든 길은 아니더라. 그게 정말 다행이었다. ▲ 어둠이 서서히 깔리고 있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함께 간 동지들 여기 자전거 길은 민가를 관통하여 가기도 하고 국군체육부대 앞을 질러가기도 했다. 국군체육부대에선 ‘세계군인체육’ 대회를 하고 있는 중이라 경비가 나름 삼엄하더라. 완벽하게 어둠이 대지에 내려앉았다. 자전거 플래시가 없으면 아무 것도 안 ..
18. 보고 싶은 걸 보고, 믿고 싶은 걸 믿는다 ▲ 어제 왔던 길을 그대로 달려 간다. 이렇게 경사가 급한 길이었나? 전혀 다른 길 같다. 잃어버린 캠코더를 찾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다. 열심히 페달을 밟기에 더워질 만 한데도, 오히려 춥기만 하다. 안개가 껴서 앞도 잘 보이지 않는다. 만약을 위한 대책을 생각하다 캠코더를 찾으러 가지만 당연히 걱정부터 앞선다. 어제 캠코더가 사라졌을 때만 해도 아예 못 찾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땐 떨어질 때 세게 부딪혀 캠코더가 고장 나면 어쩌나 걱정했을 뿐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두 번이나 찾아봤는데도 찾질 못했고 그래서 내가 다시 찾아봤는데도 찾을 수가 없자, 걱정이 물밀 듯 밀려왔다. 그러니 아침에 간다 해도 꼭 찾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캠코더를 ..
19. 위기에서 빛난 리더십과 한계 ▲ 10월 6일(화) 상주시 → 문경새재 / 62.04KM 밥을 먹고 나서 못 찾았다고 속였던 캠코더를 갑자기 들이밀며, 한바탕 깜짝쇼를 했다. 자전거도 잘 고쳐졌겠다, 캠코더도 고장 난 데 없겠다 산뜻한 기분이 절로 든다. 이제 겨우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지 이틀이 지나 삼일 째가 되었을 뿐인데, 벌써부터 시즌 2를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 그건 아무래도 어제 저녁을 계기로 맘도 한결 여유로워졌기 때문이리라. ▲ 둘째날 리더로 우리팀을 이끈 민석이 리더 김민석이의 리더십, 긍정론 어제의 리더는 김민석이었다. 영화팀 막내로 시작하여 조금씩 리더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자전거 여행 중엔 처음으로 리더 역할을 하는 것이기에, 어떻게 하는지 유심히 지켜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