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생활과 한자’ 성취기준 해설과 수업 적용의 실제
김소명․송은비
【국문초록】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교과교육 방향 및 성격을 기초로 미래 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으로 ‘협력적 소통 역량’을 강조하고 있다. 협력적 소통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인 어휘력은 사람의 사고력을 보여주는 수단이자 사람의 생각을 결정짓게 하는 중추적 도구이다. 그런 의미에서 의사소통 능력과 문해력 신장을 목표로 두고 있는 ‘언어생활과 한자’는 현대 사회의 유의미한 과목이 될 수 있다.
본 연구는 2022 개정 한문과 교육과정 ‘언어생활과 한자’의 성취기준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현직 교사의 관점에서 해석을 제시하고, 지도안의 형태로 수업 적용의 실제를 제안하여 새롭게 도입될 교과목 ‘언어생활과 한자’를 해설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고자 하였다.
대강화를 지향하고 있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고시와 정해진 수업 방안이나 절차 없이 교사의 자율성이 강조되고 있는 현 교육상황은 정확한 교육과정 문해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 연구가 신설된 과목인 ‘언어생활과 한자’ 수업을 위한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주제어 : 2022 개정 한문과 교육과정, 언어생활과 한자, 성취기준, 협력적 소통, 대강화
Ⅰ. 들어가는 말
고교학점제, 진로연계학기제 등 획기적(劃期的)인 교육 제도를 시행하기 위하여 교육부는 2022년 12월,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 발표하였다. 같은 날 개정 교육과정의 총론을 기반으로 한 『교육부 고시 제 2022-33호 [별책17] 한문과 교육과정』이 고시되었는데, 고시된 교육과정 안에는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한 고등학교 진로 선택 과목 ‘한문 고전 읽기’와 융합 선택 과목 ‘언어생활과 한자’가 신설되었다.
특히 ‘언어생활과 한자’는 한문 문장이 아닌 학생들에게 비교적 익숙한 어휘를 중점으로 한 과목이라는 점에서 학생 선택을 필요로 하는 고교학점제 속 한문이 많은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교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받고 있기도 하다. 하나, 교육과정 개발진들조차도 ‘언어생활과 한자’의 교과서 편찬에 관해서는 별도의 상을 상정하지 못할 정도【윤지훈(2023). 참조.】로 내용 구성 방향은 모호하다. 지금껏 다룬 적이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기존 교육과정에 비해 내용이나 분량 면에서 ‘대강화(大綱化)’의 특징을 보인다. 이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의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의 내용 배열은 반드시 따라야 할 학습 순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학생의 관심과 요구, 학교의 실정과 교사의 필요, 계절 및 지역의 특성 등에 따라 각 교과목의 학년군별 목표 달성을 위해 지도 내용의 순서와 비중, 교과 내 또는 교과 간 연계 지도 방법 등을 조정하여 운영 할 수 있다【교육부(2022), [별책 1] 15면. 참조.】’는 항목 등에 근거하여 수업 활용 시 교사의 자율성을 제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곧 대강화의 목적은 교사의 자율성, 교사 교육과정의 강조이자, 학습자 중심의 수업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현재 교육현장에서 교육과정 문서에 대한 자체적 해석을 바탕으로 현장 수업을 디자인하고 평가를 설계할 수 있는 교육과정 문해력이 교사의 역량으로 강조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 있다. 교사의 자율성은 교육과정의 문서를 정확하게 해석하고 이를 활용하여 수업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사의 자율성이 강조되어 융합적, 통합적 교육과정 운영을 이룰 수 있다는 장점의 이면에는 교육과정의 해석 오류 등의 우려가 존재한다. 교육과정 이해, 즉 교육과정에 대한 문해력이 부재한 교육과정 활용, 수업의 운영으로 인하여 교과서에만 의지한 채 수업을 진행하거나, 성취 기준에 대한 잘못된 이해, 혹은 연관성이 결여된 수업이 진행될 수도 있다는 염려이다.
본 연구는 이와 같은 2022 개정 한문과 교육과정에 대한 기대와 우려 속에서 교육과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곧 수업의 질과 연결된다는 전제 하에 ‘언어생활과 한자’의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분석해보고 수업에 활용할 만한 예시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또 실제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일례를 수업 지도안의 형태로 제안하여 다른 한문교육연구자들과 논의의 장에서 함께 고민을 나누고자 하였다.
본 연구의 목적은 2022 개정 한문과 교육과정에 신설된 ‘언어생활과 한자’ 과목의 성취기준을 현직 교사의 관점으로 분석하여 해석을 제시하고 수업의 실제를 지도안의 형태로 구현하여 한문교육연구자들과 ‘언어생활과 한자’ 교육과정을 해설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는 데 있다. 본 연구는 교육과정에 대한 한문교육연구자들의 다양한 의견 공유가 한문 교사의 교육과정 문해력 신장에 여러 방면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하였다. 정해진 수업 방안이나 절차 없이 교사의 자율성이 강조되고 있는 현 교육 상황에서 본 연구가 신설된 과목인 ‘언어생활과 한자’ 수업을 위한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길 소망한다.
Ⅱ. 본론
1. ‘언어생활과 한자’ 성취기준과 예시
2022 개정 한문과 교육과정에서는 고교학점제를 위한 융합 선택과목으로 ‘언어생활과 한자’를 제시하였다. 2022 교육과정은 교사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기 위한 방책으로 ‘대강화’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성취기준과 성취기준해설이 자세하지 않다. 그러나 교육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내실 있는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성취기준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본 절에서는 신설된 과목‘언어생활과 한자’의 성취기준을 현직 교사의 관점으로 분석하고 분석을 바탕으로 한 실제 수업에서 활용 할 수 있을 만한 예시를 제시하였다. 또한 기존의 교육과정과, 고등학교 한문1의 성취 기준과 유사하나 미묘한 차이가 있는 부분과 보충설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하여 질문을 던지고 어떤 맥락에서 학습해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소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2022 개정 한문과 교육과정> 성취기준: [12언한01-01] 한자의 음과 뜻을 파악한다. |
<2015 개정 한문과 교육과정> 성취기준: [12한문01-01] 한자의 모양ㆍ음ㆍ뜻을 구별한다. |
[12언한01-01]은 기존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한자의 3요소’와 관련된 성취기준들과 내용적인 면에서 유사하나 두드러진 차이점 2가지가 있다. 바로 ‘모양’이라는 학습 요소의 생략과 성취기준의 서술어가 ‘파악하다’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먼저 ‘모양’을 생략한 의도는 ‘언어생활과 한자’의 과목 목표에 맞게 한자의 모양을 완벽하게 쓰는데 벗어나 일상생활에서 활용도가 높은 한자의 음과 뜻을 이해하는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파악하다’로 바꾼 의도는 ‘파악하다’의 사전적 의미인 ‘어떤 대상의 내용이나 본질을 확실하게 이해하여 알다.’【국립국어원(2022). 참조.】에 맞추어 기존의 성취기준에서 요구하는 한자의 3요소를 단순하게 구별하는 차원을 넘는 상위 개념의 성취기준 설정을 도모한 것으로 보인다. 즉 한자로 적혀 있지 않은 한자 어휘의 구성 한자를 유추하고 이를 활용하여 어휘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이를 종합해보았을 때 ‘언어생활과 한자’에서 ‘한자의 3요소’ 학습은 정확한 한자 모양 쓰기의 비중은 낮추어 학습자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어휘에 사용된 한자의 음과 뜻 파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할듯하다.
성취기준: [12언한01-02] 어휘를 표준 발음법에 맞게 읽는다. 해설: [12언한01-02]이 성취기준은 한자 어휘의 정확한 독음을 알 수 있도록 설정한 것이다. 우리말 표준 발음법을 적용하되, 사용 빈도가 높은 발음법(예, 두음법칙ㆍ음운탈락ㆍ자음동화)을 중심으로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
[12언한01-02]는 올바른 언어생활에 필요한 어휘 바르게 ‘읽기’와 관련된 성취기준이다. 이전 교육과정에 제시된 ‘해당 한자의 발음이 다른 한자의 발음과 결합할 때 일어나는 소리의 변화에도 유의해야 한다.【2009 개정 한문과 교육과정 해설서. 참조.】’와 유사한 성취기준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해당 성취기준의 특징은 ‘표준발음법【어떤 언어에 대한 발음상의 규칙과 규범. 국립국어원(2022). 참조.】’이라는 용어를 내세워 설명하고 있다. 다만 해당 설명에서는 표준발음법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는 생략되어 있고, 두음법칙, 음운탈락, 자음동화를 제시하고 있을 뿐이어서 해당 성취기준에 대해 목표와의 연결점을 찾거나, 성취기준을 이해하고 수업에 활용하는 데 난항을 겪을 수 있다.
해설을 통해 집필진의 의도를 유추해보면, 명시된 ‘표준발음법’ 중 ‘두음법칙, 음운탈락, 자음동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한자 어휘 독음 읽기에 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두음법칙, 음운탈락, 자음동화의 특징이 두드러지는 어휘에 대하여 학생들이 학습할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하고, 발음법에 대한 설명은 한자 어휘 바르게 읽기의 보충 자료로 활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이해를 돕기 위하여 두음법칙, 음운탈락, 자음동화의 정의 및 두드러진 특징이 나타나는 예시 어휘를 제시하였다. 먼저 정의는 다음과 같다. 두음법칙은 일부 소리가 단어의 첫머리에 발음되는 것을 꺼려 나타나지 않거나 다른 소리로 발음되는 일이다.【국립국어원(2022). 참조.】 음운탈락은 어떤 음운이 떨어져 나가는 현상으로 음운 생략이라고도 한다. 자음탈락과 모음 탈락, 음절 탈락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한문과에서는 자음탈락이 많이 사용된다. 자음동화는 음절(音節) 끝 자음(子音)이 그 뒤에 오는 자음과 만날 때,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닮아서 그와 비슷하거나 같은 소리로 바뀌기도 하고, 양쪽이 서로 닮아서 두 소리가 다 바뀌기도 하는 현상이다.【국립국어원(2022). 참조.】
[두음법칙 예시] 黎明: [려명] → 여명
[음운탈락 예시] 不動産: [불동산] → 부동산
[자음동화 예시] 新羅: [신라] → 실라
성취기준: [12언한01-03] 어휘의 의미와 어원을 설명한다. 해설: [12언한01-03] 이 성취기준은 한자 어휘의 어원 확인을 통해 어휘의 정확한 의미와 발전과정을 알 수 있도록 설정한 것이다. 직관에 의한 억측을 배제하고 어원의 근거가 분명한 어휘를 중심으로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
성취기준: [12언한01-04] 성어의 의미와 유래를 파악하여 삶의 가치를 이해한다. 해설; [12언한01-04] 이 성취기준은 성어의 정확한 의미와 발전과정을 알 수 있도록 설정한 것이다. 또 특정 이야기와 관련 있는 고사성어는 유래까지 파악함으로써 삶의 가치를 이해하도록 설정한 것이다. 학생들의 수준과 환경 및 정서에 맞는 성어를 중심으로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
이 단락에서는 [12언한01-03]와 [12언한01-04]를 함께 살펴고자 한다. 어원과 유래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어원’은 ‘어떤 단어의 근원적인 형태【국립국어원(2022). 참조.】’ 이고, ‘유래’는 ‘사물이나 일이 생겨난 바【국립국어원(2022). 참조.】’라고 되어 있다. 이처럼 어원이 있는 어휘와 성어는 언어의 형태적 차이만 있을 뿐 그 의미는 비슷하기 때문에 학교 현장에 어원이 있는 어휘와 성어의 차이를 구별하는 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그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이를 구별할 수 있는 성취기준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성취기준별로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12언한01-03]은 ‘한자 단어의 상당수는 일정한 어원을 갖는다.’는 특성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어원의 확인을 통해 단어의 정확한 의미와 발전 과정을 알아【강민구(2023). 참조.】 효율적인 언어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설정한 성취기준이다. 어원에 대한 이해는 어휘에 대한 이해를 높여 맥락에 맞는 어휘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므로 [12언한01-03]은 개념적 이해를 통해 유추힘을 키울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해야 하는 성취기준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12언한01-04]는 성어의 의미와 유래를 파악하여 삶의 가치를 수용할 수 있도록 설정한 성취기준이다. 유래 학습은 당시의 문화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고, 다양한 관점에서의 사고 과정을 통해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그러므로 [12언한01-04]는 성어의 지식 습득(겉뜻, 속뜻) 뿐만 아니라 유래 학습을 통한 삶의 가치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성찰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해야 하는 성취기준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두 성취기준의 차이는 ‘설명한다’와 ‘삶의 가치를 이해한다’라는 교수ㆍ학습 방법 적용의 차원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설명한다’는 어원의 개념적 이해를 토대로 맥락에 맞는 어휘를 사용하여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데 초점을 둔 교수ㆍ학습이라면, ‘삶의 가치를 이해한다’는 삶의 가치를 고찰해 볼 수 있는 유래를 가진 성어를 중심으로 학습하는 데 초점을 둔 교수ㆍ학습이다. 그러므로 현장의 교사들은 어원이 있는 한자 어휘와 성어를 구분하는 데 치중하지 말고, 성취기준에서 초점을 두고 있는 부분에 유념하여 텍스트별 교수ㆍ학습 방법에 맞는 수업을 구성해야 한다. 다음은 어원이 있는 어휘에 대해 활용할 만한 예시이다.
[어원이 있는 어휘 예시]
- 섭씨: 섭씨온도계 눈금의 명칭으로 물의 끓는점과 물의 어는점을 온도의 표준으로 정하여, 그 사이를 100등분 한 온도 눈금이다. 1742년 스웨덴 학자 셀시우스가 고안했는데, 이 사람의 한자 이름이 섭이수(攝爾修)이다. 셀시우스와 발음이 비슷한 한자로 이름을 표기한 것으로 ‘섭이수 씨’가 만든 눈금이라고 하여 섭씨라고 부르게 되었다.【이명학(2020). 참조.】
- 흥청망청: 연산군 때 생겨난 어휘로, 용모가 예쁘고 노래와 춤을 잘하는 여자들을 뽑아 ‘흥청(興淸)’이라고 불렀다. 연산군은 매일 천명에 가까운 흥청을 불러 떠들썩하게 잔치를 베풀었으니 여기서 ‘흥청거린다’라는 말이 나왔고, 흥청망청은 ‘흥청 때문에 연산군이 망했다’에서 나왔다.【정민(2004). 참조.】
성취기준: [12언한01-05] 한자 어휘의 어휘 관계를 파악하여 효율적 언어생활과 문해에 활용한다. 해설: [12언한01-05] 이 성취기준은 유의어와 반의어, 상ㆍ하위어 및 동음이의어를 파악하여 효율적인 언어생활과 정확한 문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정한 것이다. 어휘 관계가 분명한 한자 어휘를 중심으로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
[12언한01-05]은 ‘한자 어휘는 어휘 관계에 의해 분류할 수 있다.’는 특성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유의어와 반의어, 상․하위어 및 동음이의어를 파악하여 효율적인 언어생활과 정확한 문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정한 성취기준이다.【강민구(2023). 참조.】
문해는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국립국어원(2022). 참조.】이고, 문해의 밑거름은 풍부한 어휘력이다. 어휘력 향상을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성취기준에서 제시하고 있는 어휘 관계 파악하기를 활용 할 수 있다. 어휘 관계 중에서도 해설에서 제시한 유의어, 반의어, 상․하위어, 동음이의어 관계 파악은 효율적인 언어생활과 문해 활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결망을 맺고 있는 어휘들의 관계를 학습하다 보면 많은 어휘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습득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해당 성취기준과 관련된 수업은 효율적으로 어휘 관계를 파악하고 언어생활과 문해에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에 어휘 관계 학습을 위한 예시를 아래와 같이 제안해 보고자 한다. 아래는 ‘유의어’, ‘반의어’, ‘상ㆍ하위어’, ‘동음이의어’ 용어에 대한 정의 및 예시이다.
유의어는 개념적 의미는 같지만 연상적 의미는 다른 단어로, 유의 관계는 두 개 이상의 단어가 지니는 의미들이 상호 동질 관계에 있을 때 성립된다.【심재기 외(2016). 참조.】
[유의어 예시]
혼/백, 토론/ 토의, 성찰/ 반성, 시체/시신/사체, 사고/고찰, 분석/분류
- 혼백(魂魄)은 넋 곧 영혼(靈魂)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원래 혼과 백은 갈래가 좀 다르다. 혼(魂)은 양(陽)의 정기로 이루어져, 정신을 주관하다가 죽으면 하늘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백(魄)은 음(陰)의 정기로 이루어져, 육체를 주관하다가 죽으면 땅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제사 때 강신(降神)을 할 때, 향을 피우는 것은 혼(魂)을 모시기 위한 것이고, 술을 모사(茅沙)에 붓는 것은, 백(魄)을 모시기 위함이라 한다. 즉 향의 연기는 하늘로 올라가고, 술은 모사의 흙에 부음으로써, 혼과 백의 돌아간 곳을 추모하는 것이다.【장진호(2012) 260면. 참조.】
반의어는 서로 상반된 의미를 갖는 한 쌍의 단어로, 반의 관계는 공통된 의미 성분을 공유함으로써 하나의 의미 영역을 형성하고 하나의 유사성 의미 성분에서만 반대 가치를 지니는 의미관계로 설명된다.【심재기 외(2016). 참조.】
[반의어 예시]
유무, 대소, 장단
有 | 無 |
유선(有線) | 무선(無線) |
유죄(有罪) | 무죄(無罪) |
유능력(有能力) | 무능력(無能力) |
유자격(有資格) | 무자격(無資格) |
상․하위어는 단어들의 의미 관계가 그 크기가 달라 횡적으로 비교할 수 없고 종적으로 비교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한 단어의 의미 영역이 다른 단어의 의미 영역의 한 부분일 때 작은 영역의 의미 관계를 하의 관계라 하고 그러한 의미를 가진 단어를 하위어라 한다. 그리고 그 하위어를 안고 있는 단어를 상위어라 한다.【구인환(2006). 참조.】
[상․하위어 예시【김철호(2020). 참조.】]
의복(衣服) | ┌의(衣) │⦁개인의 취향 │⦁사적(私的) │⦁개성 |
┌백의(白衣) |
├금의(錦衣) | ||
├우의(雨衣) | ||
└초의(草衣) | ||
│ | ||
└복(服) ⦁사회적 기준 ⦁공적(公的) ⦁신분 |
┌법복(法服) | |
├군복(軍服) | ||
├교복(校服) | ||
└예복(禮服) |
<상위어>
- 의복 : 옷의 종류를 포함하는 상위어
- ‘의’와 ‘복’은 ‘의복’의 하위어인 동시에 상위어 역할도 한다.
<하위어>
- 백의(白衣) : 조선시대에 벼슬이 없는 선비가 입는 옷
- 금의(錦衣) : 비단옷
- 우의(雨衣) : 비 올 때 입는 옷, 원래는 우산, 삿갓, 도롱이 등 비를 가리는 데 쓰는 물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
- 초의(草衣) : 풀 옷, 속세를 떠나 사는 은자나 그 옷을 가리킴
동음이의어는 서로 관련이 없는 낱말로, 서로 연관성이 없는 의미들이 동일한 발음의 단어들로 나타나는 것으로 동음이의어들 간의 관계를 동음이의어 관계라고 한다.【이선웅 외(2019). 참조.】
[동음이의어 예시]
한자 어휘 | 짧은 글 짓기 |
意思(생각:의, 생각:사) : 무엇을 하고자 하는 생각. |
학교 규칙 수정에 있어 학생 대표인 임원진들의 의사가 중요하게 반영됩니다. |
義士(옳을:의, 선비:사) : 의로운 지사. |
안중근 의사는 대한제국 말기에 활약한 계몽 운동가이자 군인이며 독립운동가이다. |
醫師(의원:의, 스승:사) : 일정한 자격을 가지고 병을 고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
버스에서 갑자기 쓰러진 환자를 동승객인 의사가 심폐소생술로 응급처치하여 의식을 회복하였다. |
성취기준: [12언한01-06] 사회⋅문화 현상에 대응하여 생성된 한자 어휘를 파악하고 조어 특성을 이해한다. 해설: [12언한01-06] 이 성취기준은 한자 특유의 조어력을 바탕으로 사회ㆍ 문화적 현상에 대응하여 만들어진 한자 줄임말과 혼종어를 조사ㆍ활용할 수 있도록 설정한 것이다. 한자 줄임말은 주로 각 어휘의 첫음절을 떼어서 만든 형태로 나타난다. 그리고 혼종어는 한자어와 고유어, 외래어가 다양한 형태로 결합한다는 것에 대한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
조어는 새로 말을 만들거나 또는 그렇게 만든 말【국립국어원(2022). 참조.】을 의미한다. 사회의 구조가 변하고 다양한 사상과 문물이 빈번하게 교류하다 보면, 언어가 변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에 조어는 고금을 막론하고 발생하는 사회 문화적 현상이기도 하다. 현재 매체에서 종종 언급하는 신조어(新造語) 열풍 등이 바로 사회문화 현상을 반영한 조어 현상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12언한01-06]은 이러한 사회․문화 현상에 대응하여 한자의 조어력【한자는 조어력(造語力)이 뛰어난 글자로, 글자 하나를 습득하면 여러 단어의 뜻을 쉽게 익히도록 해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ex)生日, 生産, 生生.】을 바탕으로 형성된 어휘 중 ‘한자 줄임말’과 한자가 포함되어 만들어진 ‘혼종어 (混種語)’의 의미를 알고 조사․활용해볼 수 있도록 설정한 성취기준인 듯하다.
‘한자 줄임말’과 ‘혼종어’의 정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한자 줄임말’은 두 단어 이상으로 이루어진 표현을 원말로 하여 각 단어에서 주로 한 음절씩 뽑아 만든 어휘인 약어에 속하는 개념이다. 한자 줄임말은 ‘혼성어에서 주요 의미를 갖는 글자만 취한 형태’, ‘혼성어에서 뒷부분을 생략하고 앞부분만 떼어낸 형태’, ‘각 단어의 중복된 글자를 생략한 형태’, ‘각 단어의 첫 음을 떼어서 만든 형태’로 나타난다. 다음으로 ‘혼종어’는 서로 다른 언어에서 유래한 요소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단어를 말한다. 혼종어는 ‘고유어와 한자의 혼종’, ‘한자와 외래어의 혼종’, ‘한자와 고유어 그리고 외래어의 혼종’ 형태로 나타난다.【강민구(2023). 참조.】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성취기준 학습 요소의 교육적 효과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이 성취기준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교육적 효과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만 해당 성취기준과 관련된 어휘의 제재를 찾을 수 있다. 단순히 한자가 포함되어 있는 ‘한자 줄임말’과 ‘혼종어’를 찾아 나열하거나 이를 제시하여 암기하는 등의 지식 위주의 학습은 유의미한 학습이라고 할 수 없다. ‘한자 줄임말’, ‘혼종어’와 관련된 특정한 주제,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정하여 이를 조사하고 언어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수ㆍ학습이 필요하다.
본 성취기준과 성취기준 해설에는 ‘한자 줄임말’과 ‘혼종어’를 활용한 수업의 방향이나 어휘 제재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나) 성취기준 적용 시 고려 사항【교육부(2023), (나) 성취기준 적용시 고려사항 3항. “사회․문화 현상에 대응하여 생성된 한자 줄임말, 혼종어를 상황에 맞게 활용하기 위해서, 흥미 위주의 무분별한 사례 수집보다, 시대적 현상을 반영하는 어휘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활용하는데 중 점을 둔다.” 참조.】’언급한 것처럼 흥미 위주의 무분별한 사례 수집은 지양하고 시대적 현상을 반영하는 어휘를 알고 활용할 수 있는 제재를 생각해야 하므로 먼저 이를 고려한 연구자가 생각해본 나름의 ‘한자 줄임말’, ‘혼종어’를 활용한 구체적인 학습 목표를 밝히고, 이를 성취할 수 있는 예시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먼저 학습 목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자 어휘 가운데 유구하게 사용 된 ‘한자 줄임말’, ‘혼종어’를 통하여 사회문화 현상 속 조어의 특성을 활용하는데 한자가 가진 이점을 파악하여 올바른 언어생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둘째, 무분별한 줄임말 등을 통한 자극적인 언어생활에 경각심을 주고 조어의 유의미한 가치를 재조명하여 올바른 언어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한자가 포함된 줄임말, 혼종어라고 하여 무분별하게
나열하듯이 학습 자료를 제시해서는 안되므로, 학습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한자 줄임말’, ‘혼종어’의 학습 예시는 다음과 같이 제시해 볼 수 있다. 먼저 과거부터 사용했던 ‘한자 줄임말’ 예시를 통해 어떤 단어가 축약되어 생긴 한자 줄임말인지 찾도록 한다. 그리고 당시에 한자를 축약하여 표현했던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하여 한자 어휘의 조어에 대한 특징을 사회문화적 배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먼 옛날부터 사용해온 한자 줄임말의 예시]
지명(地名): 江原道, 全羅道, 忠淸道, 慶尙道, 平安道, 咸鏡道, 黃海道
다음은 현재에도 사용되는 한자 줄임말의 예시를 들어주고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이를 찾아보도록 한다.
[현대의 한자 줄임말 예시]
敎生, 勞組, 修能, 與野, 文賞 등
혼종어를 활용한 학습은 현재 인터넷 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혼종어, 매체에서 말하는 혼종어 등을 조사하는 방향에서 시작하여 언어생활에서 혼종어가 지속적이며 바람직하게 활용되는 사례와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사례를 조사하여 바람직한 언어생활에서 활용 할 수 있는 기준을 직접 찾아보는 방법을 제안해 볼 수 있다.
[혼종어 찾기]
- 바람직한 언어생활 속 혼종어: 마지노線, 洋파, 가지各色 등 문서에도 활용되는 혼종어 위주
-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혼종어: 병맛, 버카충, 잼민이 등 (보통 줄임말과 혼종어가 혼용되는 양상으로 다른 문화나 세대와의 소통이 불가능한 어휘 위주)
<2022 개정 한문과 교육과정> 성취기준: [12언한01-07] 학습을 위한 어휘의 개념적 특성을 파악하여 교과 학습에 활용한다. 해설: [12언한01-07] 이 성취기준은 전문 어휘에 포함되는 학습을 위한 어휘의 개념적 특성을 파악하여 교과 학습에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설정한 것이다. 특히 학습을 위한 어휘는 외국 학문의 유입 과정에서 외래어를 한자 어휘로 번역한 것이 많다는 점에 착안하여 다른 나라와의 교류가 한자 어휘로 반영되는 양상에 대한 학습도 이루어지도록 한다.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설명이 복잡한 개념보다는 학생들에게 활용도가 높고 이해하기 쉬운 용어를 중심으로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
<2015 개정 한문과 교육과정> 성취기준: [12한문Ⅰ03-02] 한자로 이루어진 다른 교과 학습 용어를 맥락에 맞게 활용한다. 해설: [12한문Ⅰ03–02] 언어생활에서 사용되는 어휘 중에는 개념적, 추상적 의미를 표현하거나 심오한 사상이나 문화를 배경으로 하는 한자 어휘가 많다. ‘학습 용어’는 다른 교과에서 사용되는 어휘 중 해당 학문이나 전문 분야에서 특별한 의미로 사용되는 한자 어휘를 말한다. 고등학교 한문Ⅰ에서는 한문 교육용 기초 한자 1,800자로 이루어진 한자 어휘의 뜻을 명확히 이해하고, 다른 교과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
[12언한01-07] 은 2015 개정 한문과 교육과정 ‘한문의 활용’ 영역의 한 자 어휘와 언어생활 중 ‘학습 용어’와 유사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관련 성취기준과 성취기준해설을 함께 제시하였다. 두 교육과정의 구체적 서술이 동일한 것은 아니나 두드러지는 차이점을 살펴보면 2015의 ‘학습 용어’가 ‘학습을 위한 어휘’로 바뀌었고 2022는 ‘교과에서 사용되는 어휘’에 ‘전문 어휘’를 추가하고 기초 한자 1,800의 범위로 제한을 두지 않아 고차원적인 범위의 단어를 학습할 수 있게 했다는 점 등이 눈에 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두 성취기준은 모두 교과에 사용할 수 있는 어휘, 즉 학습을 위한 한자 어휘를 교과 학습에 활용하는데 목적이 있다.
교과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전문 어휘로서의 한자 어휘는 ‘교과별 학습 용어’와 ‘사고 도구어’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과학, 사회, 역사, 수학 등 각 교과에 등장하는 ‘교과별 학습 용어’는 한자 어휘로 되어 있는 것들이 상당수이다. 학교 현장에서 한문 교사가 모든 교과의 한자 학습 용어를 범주화하긴 어려우나 각 교과별 교육과정에 나오는 한자 어휘군을 중심으로 과목별 주요 어휘를 제시하는 방법이나 범교과활동으로 타 교과 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어휘사전을 제작하는 방법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사고 도구어’는 ‘여러 학문 분야에 두루 나타나면서 사고 및 논리 전개 과정을 담당하며, 인지 학술적 언어 능력 신장의 기반이 되는 단어’로서 학문이나 학습의 기반이 되는 어휘【사고 도구어(academic words)를 학술도구어, 학습도구어, 학술 어휘, 학술어 등으로 부르기도 하며, 이 중 학술어와 학술 어휘는 ‘사고도구어와 전문어’를 통칭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명칭은 공통적으로 해당 어휘들이 ‘학습 능력’ 내 지는 ‘학업 능력’과 관련이 깊은 어휘임을 드러낸다.】이다. ‘ebs 당신의 문해력’이란 책에서도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교과서를 읽고 이해하는데 알아야 할 필수 어휘로 ‘사고 도구어’를 제시한다. ‘사고 도구어’는 일상에서 대화할 때 자주 쓰는 어휘가 아니므로 따로 공부를 해서 그 의미를 알아둬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으며 주로 한자어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를 범주화하여 학습하는 것 또한 범교과 학습, 전문적 어휘 사용 신장에 도움을 주는 전 문 어휘로서 학습 자료로 제시할 수 있다.
한편 ‘학습을 위한 한자 어휘’의 교수ㆍ학습 방법으로는 2015개정 교육 과정 중 ‘학습 용어’를 활용한 교수ㆍ학습 방법에서 제시한 ‘나만의 학습 노트 만들기’를 활용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학습자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활동을 강조하는 교수ㆍ학습법이므로 각자가 학습하고자 하는 교과 나 분야별 전문용어, 학습 용어를 찾아 조사하는 방식으로 개별적, 자기주도적 학습에 초점을 맞추어 자기조절역량, 정보처리역량 둥을 신장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성취기준: [12언한01-08] 품격 있는 어휘 활용으로 바른 인성을 함양하려는 태도를 지닌다. 해설: [12언한01-08] 이 성취기준은 일상생활에서 품격 있는 한자 어휘의 활용을 통하여 바른 인성을 함양하려는 태도를 지닐 수 있도록 설정한 것이다. 이를 위해 한자 어휘로 된 경어를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기존 어휘가 갖는 부정적 어감 때문에 새로운 말로 대체한 어휘나 금 기어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완곡어가 말을 우아하게 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나타나는 어휘적 양상이라는 점에 대한 학습도 이루어지도록 한다. 한자 어휘의 남용보다는 상황에 맞는 한자 어휘의 적절한 활용을 중심으로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
[12언한01-08]는 품격 있는 어휘를 활용하여 일상생활 속에서 바람직 한 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설정한 성취기준이다. 그렇다면 품격 있는 어 휘란 무엇일까?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말하는 품격(品格)의 의미는 ‘사람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 ‘사물 따위에서 느껴지는 품위’라고 정의한다. 어휘는 인간은 아니므로 품격 있는 어휘는 결국 품위 있는 어휘, 즉 고상하고 격이 높은 인상을 지닌 어휘라고 바꾸어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한문 과에서는 고상하고 격이 높은 인상을 지닌 어휘를 ‘경어’와 ‘완곡어’로 제시하였다.
한문 교육과정에서 ‘경어’와 ‘완곡어’는 처음 등장하는 용어이므로 여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먼저 ‘경어’는 상위자에게 사용하며 짝이 되는 평어가 존재하는 말로 정의할 수 있는데, 한자 어휘는 대체로 체언【조사의 도움을 받아 문장에서 주체의 구실을 하는 단어를 의미한다.】으로서 구현된다. 체언으로서 경어가 사용되는 것은 대략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화자 자신을 낮추는 겸양의 표현으로 우견(愚見), 졸작(拙作), 소자(小子)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두 번째는 상대를 상위자로 인정하는 표현으로 귀하(貴下), 귀빈(貴賓)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셋째는 상위자와 관련된 사물이 보통 사물의 것과 다름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고견(0高見), 존택(尊宅), 귀사(貴社) 등이 이에 해당된다. ‘완곡어’는 금기어【금기어는 수치, 불쾌, 불길한 감정 등을 유발하는 성행위, 배설 행위, 죽음, 질병, 형벌 등과 관련되는 특정 어휘의 사용을 기피하거나 특정한 낱말의 사용을 금지하는 말이다.】를 에둘러 하는 말로 오줌을 소변(小便), 똥을 대변(大便)으로 표현하는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강민구(2023). 참조.】
그러나 [12언한01-08]의 목적은 특정한 상황에 맞는 언어생활 속에서의 품격 있는 어휘 활용에 있기 때문에 경어와 완곡어를 따로 나누어 해당 어휘를 분류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 속 실질적인 활용이다. 그러므로 고등학교 수준에 맞는 품격 있는 어휘가 활용될 만한 일상생활 속 구체적 상황을 가정하여 각 상황에 맞는 어휘를 활용한 대화가 텍스트로 작성된 다이얼로그를 제시하거나, 상황에 맞는 대화를 학습자가 직접 제시하는 방식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경어와 완곡어를 활용한 다이얼로그 상황 예시]
-교실상황 (일상 속 학생과 학생의 대화, 일상 속 학생과 교사의 대화, 수업 중 교사와 학생의 대화, 발표 상황에서의 언어생활)
-가정에서의 상황(형제ㆍ자매간의 대화, 부모님과 자녀간의 대화, 일가 친척들과의 대화)
[다이얼로그 상황 예시]
선생님: (학생을 보며 방긋 웃으며 인사한다.) 좋은 아침!
학생1: 선생님 이빨이 엄청 가지런하시네요!
선생님: (당혹스러운 표정) 응? 수업 시작합시다.
선생님: (한창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
학생2: 선생님 오줌 누고 와도 될까요?
선생님: (당혹스러운 표정)
성취기준: [12언한01-09] 맥락에 맞는 어휘 활용으로 공동체에서 협력적 소통을 실천한다. |
[12언한01-09]에는 성취기준 해설이 없다. 그러나 어휘는 일정한 대화, 상황 속에서 활용되는 언어학 용어이므로 어휘 사용은 일정한 맥락 속에서 이루어진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12언한01-09]은 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동음이의어’, ‘완곡어’, ‘한자 줄임말’, ‘혼종어’, ‘학습용어’ 등의 모든 어휘를 학습할 때 함께 유념하여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성취기준: [12언한01-10] 한자 문화권의 어휘 비교를 통해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지닌다. |
[12언한01-10]에도 성취기준 해설이 없다. 강민구(2023)【강민구(2023). 참조.】는 이 성취 기준은 한자 문화권【한자문화권은 한자를 자국의 언어 체계에 도입하고 있거나 과거에 차용한 적이 있는 국가를 말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이 이에 해당한다.】의 어휘체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학습하여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정하였으며 한자 문화권의 어휘들은 국가 간 이형동의어, 동형이의어로 구분할 수 있다고 제시하였다.
그러나 한자문화권의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한자문화권에서 사용하는 어휘를 이형동의어, 동형이의어로 구분하는 것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같은 대상에 대한 어휘 표현이 왜 다르냐는 것에 대한 해답은 언어학적으로 뚜렷하게 구분하기 어렵고, 한자 문화권 국가의 경우 베트남을 제외하면 표기는 공통적으로 한자를 활용하기도 하나 발음은 다르기 때문에 한자 표기물을 보지 않고서는 어휘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자 문화권에서 한자라는 같은 문자를 공유 사용하면서도 발음이 다르고 혹은 같은 한자라도 의미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이러한 특징을 가졌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정도로의 학습하는 것이 마땅할 듯하다.
한편 한자문화권에서 같은 성어를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에 대한 사례 등을 활용한 내용이 수능에 출제되기도 한다. 성어와 같은 경우는 고문에서 유래한 것이므로 동일한 유래에서 발생한 단어가 어떤 이유에서 다른 의미로 사용하게 되었는지 추측해 보는 등의 활동을 진행해 볼 수도 있다. 단, 익숙한 고사성어 가운데 출전이 분명한 성어를 바탕으로, 동형동의, 부분이형의 고사성어를 제시하여 학습 혼란을 막아야 한다.
[한중 고사성어 예시]
한국 | 중국 | |||
성어 | 百 | 尺 | 竿 | 頭 |
뜻 (음) | 일백 (백) | 자 (척) | 낚싯대 (간) | 머리 (두) |
유래 | 송나라 때 경잠(景岑)이라는 고승이 읊은 말에서 유래함 | |||
겉 뜻 | 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올라섬 | |||
속 뜻 | 매우 위태롭고 어려운 지경 | 1) 매우 높은 관직과 공명 2) 학문이나 사업의 높은 성취 |
||
예 문 | 세계의 경제가 백척간두에 서있다. | 백척간두에서 더 매진한다면, 최초의 목적도 관철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
2. ‘언어생활과 한자’ 수업 적용의 실제
본론 1절에서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시행되기에 앞서 새로운 과목인 ‘언어생활과 한자’의 성취기준과 해설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성취기준 학습 요소별 예시를 제시하였다. 본 절에서는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실제 학교 수업에서 시행할 수 있는 ‘언어생활과 한자’ 수업의 한 예시를 지도안을 통하여 제시해 보고자 한다.
이 절의 중점은 성취기준을 활용한 수업 적용에 있다. 실제 교육 현장에 서는 성취기준이 각각 분절된 형태가 아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학습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실제 수업에서의 활용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성취기준을 달성하기 위한 수업 설계는 지양하고 여러 성취기준의 학습 요소를 포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그 방법에 맞게 한자 어휘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본 절에서는 ‘언어생활과 한자’의 학습 요소 간의 유기적 결합을 중시하되, 다양한 성취기준별 어휘를 포괄할 수 있는 제재를 채택하여 성취기준 학습 요소들 간에 결합을 모색하였다. 다음 <표 1>은 ‘얼굴’을 제재로 하여 ‘언어생활과 한자’의 학습 요소를 결합한 소단원 구성 체제를 가정하여 작성한 지도안이다.
<표 1> 소단원 ‘얼굴 속 말말말’ 교수ㆍ학습 지도안
차시 | 단계 | 구성 요소 | 세부 내용 |
2차시 | 도입 | 소단원명 | 얼굴 속 말말말 |
소단원 학습목표 | 한자 어휘의 의미와 어원을 안다. 한자 어휘의 어휘 관계를 파악하여 효율적 언어생활에 활용한다. |
||
생각 열기 | 모둠(짝)별로 이, 목, 구, 비와 관련된 한자 어휘를 찾아 어휘망을 채우고 생각을 공유한다. | ||
전개 | 신습 한자 | 본문에 수록된 한자 제시 | |
본문 학습 |
[본문 1]-顔面 顔: (無顔, 洗顔, 厚顔無恥) 面: (面上, 洗面, 鐵面皮) [활동1] -面上과 관련된 ‘읽기 자료1’ 제시 발문: 面上이 비속어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면상을 대체할 수 있는 어휘는 무엇이 있을까? -顔面과 관련된 ‘읽기 자료2’ 제시 발문: 顔과 面의 차이가 있을까? 있다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 |
||
[본문 2] 白眉, 白眼視 [활동 2] - 백미와 백안시에 대한 유래 찾기 - 해당 단어를 언어생활 속에서 활용해보기(글쓰기) |
|||
[본문 3] 鼻祖 [활동 3] -鼻祖 관련 ‘읽기자료’ 제시 발문: ‘鼻’가 왜 ‘코’를 의미하게 되었을까? 발문: ‘鼻祖’의 의미가 ‘시초’가 된 것은 왜일까? -鼻祖와 같은 뜻을 갖는 한자 어휘에 대해 조사하여 발표해보자. 예) 元祖, 濫觴, 嚆矢, 破天荒 |
|||
마무리 | [보충학습] 보충 및 심화활동 - ‘읽기 자료’ 제시 - ‘보다’라는 뜻을 지닌 다양한 한자들이 있다. 이들의 미묘한 차이점에 대해 생각해보자. [확인학습] 학습내용 점검하기 |
본 지도안은 ‘언어생활과 한자’의 성취기준 ‘[12언한01-01], [12언한01-02], [12언한01-04], [12언한01-05], [12언한01-09]’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본문에 포함된 성취기준 학습요소별 한자 어휘는 ‘어원이 있는 한자 어휘’, ‘성어’, ‘유의어’ 등으로 다양하며 이를 포괄하는 제재는 ‘얼굴’이다. 이 절에서는 지도안의 전개 순서인 도입-전개-마무리에 따라 본 지도안에 작성된 내용을 설명하여 현장 수업에서의 실제를 간략하게나마 구현하고자 한다. 또한 본 연구의 수업은 고등학교 블록타임제를 가정하여 작성한 것임을 밝혀둔다.
1) 도입
도입 단계에서는 소단원명과 학습 목표를 밝히고, 소단원과 관련된 어 휘를 스스로 찾아보는 활동으로 학습 전 생각을 열어준다. 본 지도안에서 가정한 소단원명은 ‘얼굴 속 말말말’이기 때문에, 본 수업에서는 모둠(짝) 별로 耳, 目, 口, 鼻와 관련된 한자 어휘를 찾아 어휘망을 채우고 공유하는 활동을 제시하였다. 다음은 어휘망 활동지의 샘플이다.
<표 2> ‘耳目口鼻’ 어휘망 활동지
2) 전개
전개 단계에서는 학습활동에 맞는 본문 어휘를 묶어 1∼3으로 나누어 제시하였다. 먼저 [본문1]은 각각 얼굴을 뜻하는 유의자 ‘顔’, ‘面’과 관련된 한자 어휘이다. 전개는 먼저 본문 한자 어휘를 학습한 뒤, 어휘와 관련된 읽기 자료를 통해 학습활동을 수행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읽기 자료 1’에서는 기사에 나오는 ‘面上’이 가지고 있는 비속어적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발문을 설정하였으며, ‘읽기 자료 2’는 이를 심화하여 ‘顔’, ‘面’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차이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본문 1]의 한자 어휘에 대한 독음, 풀이, 풀이 순서 및 읽기 자료는 다음과 같다.
<표 3> [본문 1] - 독음, 풀이, 해석
단어 | 顔 | 面 | ||||||||
독음 | 안 | 면 | ||||||||
풀이 순서 | 1 | 2 | ||||||||
직역【한문을 풀이하는 방식에 대한 명칭은 다양하다. 본 연구에서는 2009 개정 한문과 교육과정 한문Ⅰ‘이해’의 성취기준 1) ‘글을 읽고 풀이할 수 있다’에서 제시한 ‘직역’의 의미를 차용하였다. 교육과학부(2009). 참조.】 | 얼굴 | |||||||||
사전적 의미 | 코, 입이 있는 머리의 앞면. 서로 얼굴을 알 만한 친분. |
|||||||||
‘顔’과 관련된 단어 | ||||||||||
단어 | 無 | 顔 | 洗 | 顔 | 厚 | 顔 | 無 | 恥 | ||
독음 | 무 | 안 | 세 | 안 | 후 | 안 | 무 | 치 | ||
풀이 순서 | 2 | 1 | 2 | 1 | 2 | 1 | 4 | 3 | ||
직역 | 얼굴이 없음 | 얼굴을 씻다 | 얼굴이 두꺼워서 부끄러움이 없음 | |||||||
사전적 의미 | 수줍거나 창피하여 볼 낯이 없음. |
얼굴을 씻음. | 뻔뻔스러워 부끄러움이 없음. | |||||||
‘面’과 관련된 단어 | ||||||||||
단어 | 面 | 上 | 洗 | 面 | 鐵 | 面 | 皮 | |||
독음 | 면 | 상 | 세 | 면 | 철 | 면 | 피 | |||
풀이 순서 | 1 | 2 | 2 | 1 | 1 | 2 | 3 | |||
직역 | 얼굴의 위 | 얼굴을 씻다 | 쇠로 만든 얼굴 가죽 | |||||||
사전적 의미 | 얼굴 | 손이나 얼굴을 씻음. | 염치가 없고 뻔뻔스러운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
<표 4> [본문 1] 읽기 자료1
주지훈, 김혜수 반격 시작될까…‘하이에나’ 으르렁 케미 돋보인 첫방 윤희재(주지훈)는 빨래방에서 마주친 묘령의 여인에게 반했다. 윤희재는 친구 심유미(황보라 분)를 통해 그 여자의 정체가 김희선(김혜수 분)이라는 걸 알게 됐고, 계속 직진한 끝에 두 사람은 연인이 됐다. 그 후 하찬호의 이혼 소송 날, 윤희재는 상대편 변호사로 들어온 정금자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가 사랑한 희선의 정체가 정금자였던 것이다. 정금자는 처음부터 승소를 위해 자신을 숨기고 윤희재에게 접근한 것이었고,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윤희재는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정금자와 윤희재는 합의금 책정을 위해 다시 만났다. 정금자를 바라보는 윤희재의 눈빛은 이전과 180도 바뀌어 있었다. 윤희재는 정금자에게 “다시는 보지 맙시다. 치가 떨리거든, 당신 면상(面上)만 보면”이라고 일갈하며 인연의 끝을 예고했다. 이데일리 기사【이데일리, 기사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1086466256731 44&mediaCodeNo=258>】 발췌 |
“면상(面上)에 X뱉고 싶다”… 청주교대, 남학생들의 단톡방 가해자 조사 실시 청주교대 남학생들이 단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내에서 단체로 여학생들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성희롱을 일삼았으며 사회악을 조장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청주교대에 따르면 지난달 8일 교내 본관과 체육관 등 여러 건물에 걸쳐 ‘여러분들의 단톡방은 안녕하신가요?’라는 대자보가 붙었고, 세 장의 대자보 속에는 “일부 남학우들의 대화방 존재를 알게 된 후 큰 충격과 상처를 받았다”면서 “대화방에 있는 남학우 중 5명의 언행을 고발하고자 한다. 단톡방의 일부를 발췌해 가명으로 공개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예로 청주교대 남학생들은 SNS속에서 한 학생의 사진을 올려놓고 “면상(面上)이 도자기 같냐. 그대로 깨고 싶게”라고 표현하자, 다른 남학생들은 “재떨이 아니에요? 침 뱉고 싶은데”라며 대답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이 전해졌다. 금강일보 기사【금강일보, 기사 <http://www.gg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728568>】 발췌 |
<표 5> [본문 1] 읽기 자료2
『표준국어대사전』은 ‘얼굴’을 ‘눈, 코, 입이 있는 머리의 앞면’이라 풀면서 유의어로 ‘안면(顔面)’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안면(顔面)’을 찾아보면 첫 풀이에 ‘얼굴’과 같은 말이라 되어 있다. 그런데 ‘얼굴’은 과연 ‘안면(顔面)’과 같은 말일까? 아는 사람을 두고 흔히 ‘안면(顔面)이 있다’고 한다. ‘안면(顔面)’은 ‘얼굴’이니, ‘안면(顔面)이 있다’는 말은 ‘얼굴이 있다’는 말이 된다. 세상에 얼굴 없는 사람이 없는데, 어째서 이런 표현이 생겨났을까? ‘안면(顔面)이 있는 사람’이 ‘아는 사람’이라면, ‘얼굴이 없는’ ‘무안(無顔)’은 왜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부끄러운 얼굴’일까? ‘후안무치(厚顔無恥)’인 사람과 ‘철면피(鐵面皮)’인 사람 중에 어느 쪽의 낯가죽이 더 두꺼울까? 그리고 ‘낯 위’인 ‘면상(面上)’은 왜 욕이 되는 것일까? 시인 천양희가 시작법에서 ‘문장을 면면이 뒤져보면 표면과 내면이 다른 면이 아니란 걸 정면과 이면이 같은 세계의 앞과 뒤라는 걸 알게 된다’ 했을 때의 ‘면’들은 어떤 ‘얼굴’일까? ‘미용실(美容室)’의 ‘미용(美容)’에서 ‘용(容)’도 ‘얼굴’이고 ‘미모(美貌)’의 ‘모(貌)’도 ‘얼굴’이다. 두 ‘얼굴’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언다르고 어다르다【김철호(2020), 53면. 참조.】 발췌 |
[본문 2]는 얼굴을 구성하고 있는 ‘눈’과 관련되어 있는 한자 어휘 중 성어인 ‘백미(白眉)’와 ‘백안시(白眼視)’를 제시하였다. 성어는 한자를 직역하기만 해서는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활용되는 의미를 파악할 수 없다. 그러므로 [본문 2]에서는 학습자 스스로 ‘백미(白眉)’와 ‘백안시(白眼視)’에 대한 ‘유래’를 조사하는 과정을 통해 성어가 지닌 의미를 직접 파악하고, 또 성어를 활용한 글쓰기를 수행하여 성어가 어떤 맥락 속에서 활용될 수 있는지 확인하도록 하였다. [본문 2]의 활동지는 예시는 다음과 같다.
<표 6> [본문 2] 활동지
白眉 | |
한자의 뜻과 음 | 白: 흰 백 眉: 눈썹 미 |
겉뜻 | 흰 눈썹 |
속뜻 | 여럿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을 가리키는 말. |
유래 | 제갈공명(諸葛孔明)과도 친교를 맺었던 마량(馬良)은 형제가 다섯이었다. 다섯 형제는 모두 자(字)에 상(常)이란 글자가 붙어 있었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그들 형제를 가리켜 ‘마씨오상(馬氏五常)’이라 일컬었다. 형제가 모두 재주가 뛰어났으나 그 중에서도 마량이 가장 뛰어났으므로 그 고장사람들은 말하기를 “마씨오상은 모두 뛰어나지만 그 중에서도 흰 눈썹이 가장 훌륭하다[馬氏五常白眉最良]”라고 하였다. 즉, 마량은 어려서부터 눈썹에 흰 털이 섞여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불렸던 것이다. 이때부터 같은 또래, 같은 계통의 많은 사람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을 백미라 부르게 되었고, 지금은 사람만이 아니라 뛰어난 작품을 이야기할 때도 백미라 부른다. 『삼국지』 「촉지 마량전(蜀志馬良傳」에 그 유래가 전한다. |
두 줄 글짓기 | 야구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지만, 그 중 백미는 역전 만루 홈런이라고 생각한다. |
[본문 3]에서는 이목구비 중 ‘코’와 관련된 한자 어휘 ‘비조(鼻祖)’를 제시하였다. ‘비조(鼻祖)’는 어원이 있는 한자 어휘이다. [본문 3]에서는 ‘읽기자료 3’을 읽고 해당 질문에 대한 대답을 통해 ‘비조(鼻祖)’가 시초라는 의미를 지니게 된 이유를 고찰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비조(鼻祖)’의 유의어를 찾아 조사하는 활동을 제시하여 어휘력 신장 및 문해력 향상을 도모하였다. [본문 3]의 읽기 자료 및 활동지는 다음과 같다.
<표 7> [본문 3] 읽기 자료
다급해서 다른 곳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을 때 ‘내 코가 석자’라고 말한다. 피노키오도 아니고, 실제로 코가 석 자나 된다면 도무지 어찌해 볼 수가 없을 것이다. 원래 이 말은 내 콧물이 석 자나 될 만큼 늘어졌다는 말이다. 그러니 거기에 신경이 쓰여서 딴 데 정신을 팔 틈이 없다. 코 비(鼻)자는 스스로 자(自)에 줄 비(畀)를 보태 코를 뜻하는 글자를 따로 만든 것이다. 두 손으로 물체를 들고 있는 모양인 비(畀)는 발음의 역할만 한다. 비조(鼻祖)란 말은 사물의 시초(始初), 즉 처음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아기의 모습이 만들어질 적에 얼굴 중에서는 코가 제일 먼저 형태를 이루기 시작한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사람의 형상이 코부터 만들어진다는 점에 주목해서, 비(鼻)란 말에 만물의 첫 출발이라는 의미를 부여하였다. 중국 화가들은 인물화를 그릴 때 항상 코부터 그린다. 맏아들도 비자(鼻子)라고 부른다. 『살아 있는 한자 교과서』【정민, 박수밀(2011), 98~99면. 참조.】 중 발췌 |
<표 8> [본문 3] 활동지
‘鼻祖’ 유의어 찾기 | |||||
유의어 | 독음 | 의미 | |||
鼻 | 祖 | 비조 | 사물의 시초를 나타내는 말로, 어머니의 뱃속에서 아기의 모습이 만들어 질 때 얼굴 중 코가 가장 먼저 만들어 진다는 점에서 주목하여 만들어진 어휘이다. |
||
코 비 | 조상 조 | ||||
濫 | 觴 | 남상 | 사물의 맨 처음을 의미하는 말로 큰 강물도 그 근원(根源)은 술잔이 넘칠 정도(程度)의 작은 물에서 시작(始作)한다는 비유에서 나온 말이다. | ||
넘칠 람 | 잔 상 | ||||
嚆 | 矢 | 효시 | 전쟁터에서 우는 화살을 쏘아 전쟁 시작의 신호(信號)로 삼는다는 뜻으로, 모든 일의 시초(始初)를 의미한다. | ||
울릴 효 | 화살 시 | ||||
破 | 天 | 荒 | 파천황 | ‘천황’이란 천지가 아직 열리지 않은 때의 혼돈한 상태인데, 이것을 깨뜨려 전례(前例)에 없는 일을 처음 함을 의미한다. | |
깨뜨릴파 | 하늘 천 | 거칠황 |
3) 마무리
마무리 단계에서는 읽기 자료를 통하여 보충, 심화 활동을 및 확인 학습을 진행한다. 본 지도안에서 제시하고 있는 활동은 심화 활동으로, ‘보다’라는 의미를 지닌 다양한 한자를 제시하여 이들의 미묘한 차이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어휘의 미묘한 차이를 생각해보는 활동은 정확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마무리 단계에서 제시할 읽기 자료는 다음과 같다.
<표 9> [마무리] 읽기 자료
보는 데도 수준이 있다? 본다는 뜻을 지닌 한자는 꽤 많다. 가장 많이 쓰는 것은 見, 看, 視, 觀, 覽 등이다. 見은 보긴 보는데 눈 뜨고 있으니 보이는 것이다. 영어로 치면 ‘see’에 해당한다. 看은 글자 모양을 보면 눈 목(目)자 위에 손 수(手)자를 얹었으니, 눈 위에 손을 대고 바라보는 것이다. 영어의 ‘look’에 가깝다. 視나 觀은 저게 무언가 싶어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다. 영어로는 ‘watch’다. 그래서 시찰(視察)이나 관찰(觀察)이 라는 말은 있어도 견찰(見察)이나 간찰(看察)이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시인(視人)은 꼼꼼히 살피는 사람이다. 예전에는 남의 나라에 보내 그 곳의 사정을 염탐하는 스파이를 시인(視人)이라고 하였다. 그냥 대충 보는 데도 다양한 층위가 있다. 눈뜨고 본다고 해서 다 보는 것이 아니다. 건성건성 보아 넘기지 말고 꼼꼼히 보고, 따져서 보고, 찬찬히 살펴서 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살아 있는 한자 교과서』【정민, 박수밀(2011), 95면. 참조.】 중 발췌 |
Ⅲ. 나오는 말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교과교육 방향 및 성격을 기초로 미래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으로 ‘협력적 소통 역량’을 강조하고 있다. 협력적 소통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가 바로 어휘력이다. 어휘력은 사람의 사고력을 보여주는 가장 큰 수단이 며 사람의 생각을 결정짓게 하는 중추적 도구이기 때문이다. 풍부한 어휘력은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할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의사소통능력과 문해력을 신장시키는데 목표를 두고 있는 ‘언어생활과 한자’는 현대 사회의 유의미한 과목이 되리라는 데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언어생활과 한자’가 유의미한 과목으로서 실제 수업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수업을 설계하는 교수자의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언어생활과 한자’ 수업이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학습 요소별 한자 어휘를 나열하여 암기하거나, 단어의 짜임을 위시한 기존의 한문 수업 방식 등으로 진행된다면 앞으로 벌어질 일은 불 보듯 뻔하다. 교육과정 개정 때마다 위기론이 제시되는 한문과가 고교학점제라는 획 시기적인 교육 제도 속에서 과연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렇다고 좌절하고만 있을 수도 없다. 한문교육 종사자로서 본격적으로 교육과정이 시행되기 전에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갈 뿐이다. 현재 할 수 있는 것은 논의의 장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구하며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는 것이다.
본 연구는 그 노력의 일환으로 현직 교사의 입장에서 신설된 융합 선택 과목 ‘언어생활 한자’의 성취기준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학습 요소별 예시를 제시하고, 실제 수업의 예시 방안을 지도안의 형태로 제안해 보았다. 2022 개정 한문과 교육과정 중 ‘언어생활과 한자’의 성취기준에 대한 해설과 활용에 대한 방법을 한문교육연구자들과 공유하여 현장 수업의 실제적 구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해서이다. 정해진 수업 방안이나 절차 없이 교사의 자율성이 강조되고 있는 현 교육 상황에서 본 연구가 부디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길 거듭 바라는 바이다.
[참고문헌]
강민구(2023), 「‘언어생활과 한자’의 내용 체계와 성취기준」, 『한문교육논집』 60호, 한국한문교육학회, 75∼89면.
구인환(2006), 『basic 고교생을 위한 국어사전』, 신원문화사.
김윤정(2021), 『당신의 문해력』, ebs 한국방송교육공사
김철호(2020), 『언 다르고 어 다르다』, 돌베개.
신명선(2004), 「국어 사고도구어 교육 연구」, 서울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심재기 외(2016), 『국어어휘론개설』, 박이정.
윤지훈(2023) 「2022 개정 한문과 교육과정의 개정 방향, 주요 내용 및 교과서 개발 방향」, 『한문교육논집』 60호, 한국한문교육학회, 6∼29면.
이명학(2020), 『어른이 되어 처음 만나는 한자』, 김영사.
정민, 박수밀(2011), 『살아있는 한자 교과서1: 생활과 한자』, 휴머니스트.
교육부, 「교육부 고시 제 2022-13호 [별책 1] 교육과정 총론」.
교육부, 「교육부 고시 제 2022-13호 [별책 17] 한문과 교육과정」.
교육부, 「교육부 고시 제 2015-74호 [별책 17] 한문과 교육과정」.
교육과학기술부, 「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제 2009-41호 [별책 17] 한문과 교육과정」.
표준국어대사전, 이데일리, 기사(https://stdict.korean.go.kr/main/main.do)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108646625673144&mediaCodeNo=258
금강일보, 기사(http://www.gg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728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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