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의 측면에서 본 「양사룡전」의 자료적 가치
김 형 술
(전주대학교 한문교육과 조교수)
[국문초록]
이 논문은 서귀 이기발의 「양사룡전」을 대상으로 작품에 담긴 핵심적 사유를 분석하고, 인성교육 자료로서 「양사룡전」이 지닌 특장을 살핀 것이다. 「양사룡전」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가치는 하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나는 돈도 없고 작위도 없지만 마땅히 해야 할 바를 마땅히 하겠다[當爲所當爲]’는 의리이다. 양사룡은 당위소당(當爲所當)의 정신을 토대로 오이 나눔과 어머니에 대한 효행을 실천할 수 있었는데, 오이 나눔 선행과 효행은 양사룡 자신이 할 수 있고 마땅히 해야 할 양사룡의 진아(盡我)였다.
「양사룡전」이 인성교육의 훌륭한 자료가 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첫째, 「양사룡전」의 당위소당(當爲所當)과 진아(盡我)는 청소년의 자아 형성과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다. 진아(盡我)와 당위소당(當爲所當)은 올바른 가치관 형성에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할 ‘나’, 그리고 관계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환기시킨다. ‘나’를 매개한 인성교육은 ‘나’의 삶에서 왜 그런 가치들이 필요한지를 스스로 묻게 함으로써 ‘나’와 나의 인성의 문제에 관한 보다 능동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를 이끌 수 있다.
둘째, 「양사룡전」에 그려진 효행과 선행은 진솔하고 핍진하여 공감의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그런 까닭에 독자들은 「양사룡전」에 그려진 인물들의 언행에 좀 더 쉽게 공감할 수 있게 되는데, 바로 이 공감이라는 요소야말로 교육적 감화가 일어나는 시발점이 된다.
셋째, 「양사룡전」에 그려진 효행과 선행은 모두 일상의 소박한 것들이라 그것에 공감한 독자의 실천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효자전에 자주 등장하듯 양사룡의 효행이 단지(斷指)나 할고(割股)로 그려졌다면, 그 행위는 숭고한 것임에도 독자 자신과는 무관한 것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양사룡전」에 그려진 효행들은 우리 학생들로 하여금 효도란 것이 너무 극단적이어서 자신을 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아니고 자신도 일상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게 할 수 있다.
넷째, 「양사룡전」 자체가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점이다. 양사룡의 오이 나눔은 오늘날의 시각에서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나 싶게 참신하다. 이외에도 「양사룡전」은 다양한 삽화를 통해 이야기의 흥미를 높이고 있다. 한문 고전을 활용한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생들이 그 작품을 읽어야 한다. 읽고 함께 생각해보자는 수업에서 읽을 자료가 지루하여 제대로 된 독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다음 단계의 교육은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더구나 한문 고전은 왠지 딱딱하기만 하고 재미와는 멀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가진 청소년들이라면 텍스트 자체가 지닌 흥미소는 대단히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이 논문은 구체적인 교육 방법론을 제시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지만 하나의 텍스트를 작가의 사유와 연계하여 분석하고 인성교육적 가치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작으나마 의의를 지닌다.
[핵심주제어] 서귀 이기발, 양사룡전, 효, 선행, 의리, 전주
Ⅰ. 머리말
이 논문은 「양사룡전(梁四龍傳)」에 담긴 핵심적 사유를 분석하고, 인성교육 자료로서 「양사룡전」이 지닌 장점을 소개하려 한다. 주지하듯 우리가 연구와 교육의 자료로 삼는 한문 고전 중에는 인간다움을 사색하게 하는 내용이 대단히 풍부하다. 이는 우리가 학문과 문예의 목표를 인격의 완성에 두었던 전통시대 지식인의 지적 성과물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한문교육하면 자연스레 인성교육을 떠올리는 사고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유명세를 탄 청학동의 예절학교나 각지의 서원, 향교에서 인성과 예절을 테마로 한 각종 프로그램들이 활발하게 운용되고 있는 현상이 그러한 인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겠다. “한문 기록 속에는 우리의 정신문화가 대부분 축적되어 있어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가치관의 문제 등을 치유할 수 있는 자료가 많으므로 건전한 가치관과 바람직한 인성을 함양하기 위해서 한문 학습이 필요하다.”고 한 교육부의 고시【교육부 고시 제2015-74호】도 한문교육에 기대하는 오늘날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한문교육자에게 다행한 일인 동시에 큰 부채이기도 하다. 점차 소외되어 가는 한문고전의 가치를 오늘날 그나마 펼쳐볼 수 있는 장이 마련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행한 일이지만 가치관이 현저하게 달라진 오늘날, 선인들의 지적 유산을 어떻게 의미 있게 살려낼 것인가를 염두에 두면 임중도원(任重道遠)의 감(感)을 떨칠 수 없다. 더구나 우리 사회의 비인간적 병폐가 불거질 때마다,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은 방기한 채 인성교육을 통해 인성을 기르면 된다는 대단히 피상적인 접근이 활개를 칠 때면 더욱 그렇다. 입시를 기준으로 끊임없이 승자와 패자를 양산해내는 교육현실과 사회구조는 어쩌지 못한 채, 단발적인 인성교육만으로 무언가 신통한 효험을 기대한다면 그것이 과연 되겠는가?
상황이 이러하기에 한문고전을 통한 인성교육은 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더구나 충, 효, 예로 대변되는 전통시대의 가치는 그 시대 지배층의 이데올로기로도 작동했던 바, 그 이데올로기의 꺼풀을 하나하나 벗겨내고 오늘날에도 음미하고 공유해야 할 정수를 섬세하게 골라내어 학생들과 소통해야 한다. 다수의 열등생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두고 그 구성원들에게 충과 효를 빙자한 복종의 이데올로기를 주입한다면 과연 어찌 되겠는가? 더구나 기성체제의 문화를 전수 받으면서도 기성체제의 항상성을 깨뜨리며 자기들 고유의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청소년문화의 특징【변윤언, 「청소년문화의 정체성과 지향성에 관한 연구」, 『청소년 문화포럼』 제13집, 한국청소년문화연구소, 2006, 16쪽.】을 이해한다면, 인성적 가치를 일방적으로 계몽하는 방식보다는 윤리와 도덕이 자신의 삶에 중요한 요소가 됨을 근원적으로 환기하는 접근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
그간 한문고전을 활용하여 인성교육을 모색한 연구는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그런데 연구성과들을 일람하노라면 인성교육을 위한 한문고전은 대개 경서(經書)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방법적으로는 인성교육을 위한 윤리, 도덕적 가치를 설정하고 각각의 가치와 경전의 구절을 연결시키는 방식이 상당수를 차지한다【이에 대해서는 전광수, 「고전인문학과 인성교육의 관계성」, 『대동철학』 제82집, 대동 철학회, 2018, 105~127쪽; 박영민ㆍ이성흠, 「고전과 생태관광을 활용한 교과 연계 인성교육 자료 개발」, 『敎育問題硏究』 제64집, 고려대학교 교육문제연구소, 2017, 141~168면; 함영대, 「중등학교에서 경전ㆍ제자서 학습과 인문고전교육-인문 가치의 설정과 교과서 서술을 중심으로」, 『漢文敎育硏究』 51호, 2018, 131~156쪽 참조.】. 그에 비해 한문학 작품을 분석하고 작품에 내재된 인성적 가치를 교육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는 아직 활발하지 않다. 안세현【안세현, 「한문교육에서의 인성교육-방향 설정과 교육 방안을 중심으로-」, 『漢文敎育硏究』 49호, 2017, 311~342쪽.】은 한시와 기문 등을 통해 자아, 관계, 배려, 자연 친화 등과 같은 인성적 가치를 교육하는 방안을 모색한 바 있고, 백광 호【백광호, 「國語 敎科와 漢文 敎科의 ‘讀書’敎育 連繫 方案」, 『漢文敎育硏究』 52호, 韓國漢文敎育學會, 2019, 5~36쪽.】는 독서교육을 매개로 국어와 한문 교과의 연계 방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한문학 텍스트의 활용 방안을 모색한 바 있다. 그럼에도 한 작가의 의식을 심층 분석하거나 작품을 전면적으로 분석하여 교육적 가치를 추출하는 연구는 아직 미비한 형편이다.
오늘 소개할 「양사룡전」은 이 점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다. 이 작품은 효행을 계몽적으로 권면하는 일반적인 효자전과는 달리 인간과 하늘의 관계를 철학적 기저로 삼고, 주인공 양사룡의 감동적인 효행과 선행을 독특한 구성으로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으며, 결국 효와 선과 같은 개별 덕목의 가치가 아니라 그것들을 근저에서 추동해내는 보다 근원적인 사유로까지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사룡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매우 특징적인 소통과 교감의 양상은 그 자체로 인성교육에 방법적 시사점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에 필자는 Ⅱ장에서 「양사룡전」의 저자와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Ⅲ장에서 인성과 관련한 핵심적 사유를 분석하며, Ⅳ장에서는 인성 교육 자료로서 「양사룡전」이 지닌 장점을 서술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오늘날에도 대단히 유효한 인간성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흥미롭게 조우하고, 인성교육의 측면에서 본 「양사룡전」의 의의를 구명(究明)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인용
Ⅰ. 머리말
Ⅲ. 양사룡의 당위소당(當爲所當)과 이기발의 진아(盡我)
Ⅴ.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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