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민옹이란 사람에 대해
박지원(朴趾源)
閔翁者, 南陽人也. 戊申軍興從征功授僉使, 後家居, 遂不復仕. 翁幼警悟聰給.
獨慕古人奇節偉跡, 慷慨發憤, 每讀其一傳, 未甞不歎息泣下也. 七歲大書其壁曰: ‘項槖爲師’; 十二, 書‘甘羅爲將’; 十三, 書‘外黃兒遊說’; 十八, 益書‘去病出祈連’; 二十四, 書‘項籍渡江’; 至四十, 益無所成名, 乃大書曰‘孟子不動心.’ 年年書益不倦, 壁盡黑.
及年七十, 其妻嘲曰: “翁今年畵烏未?” 翁喜曰: “若疾磨墨.” 遂大書曰: ‘范增好奇計,’ 其妻益恚曰: “計雖奇將幾時施乎?” 翁笑曰: “昔呂尙八十鷹揚, 今翁視呂尙猶少弱弟耳.”
해석
閔翁者, 南陽人也.
민옹이란 이는 남양(南陽) 사람이다.
戊申軍興從征功授僉使,
무신년 난리【영조 4년(1728)에 일어난 이인좌(李麟佐)의 난을 가리킨다.】에 출정하여 그 공으로 첨사(僉使)가 되었는데,
後家居, 遂不復仕.
그 뒤로 집에 거처하며 다시는 벼슬하지 않았다.
翁幼警悟聰給.
옹(翁)은 어려서부터 영민하고 총명하였다.
獨慕古人奇節偉跡, 慷慨發憤,
유독 옛사람들의 뛰어난 절개와 위대한 자취를 사모하여 강개(慷慨)히 분발하였으며,
每讀其一傳, 未甞不歎息泣下也.
매번 그들의 전기를 하나씩 읽을 때마다 탄식하며 눈물을 흘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
七歲大書其壁曰: ‘項槖爲師’;
7세 때에는 벽에다 큰 글씨로 “항탁(項槖)【항탁은 7세에 孔子의 스승이 되었다고 한다. 甘羅가 呂不偉를 설득하면서 한 말이다. 『戰國策 秦策』 『史記 卷71 甘茂列傳』】이 스승이 되었다.”라고 썼으며,
十二, 書‘甘羅爲將’;
12세 때에는 “감라(甘羅)가 장수가 되었다【이본에는 ‘승상〔相〕이 되었다’로 되어 있다. 여불위는 秦 나라 장수 張唐이 燕 나라 승상으로 부임하기를 바랐으나, 장당이 이를 거부하자 감라가 그를 대신하여 장당을 설득하고 趙 나라에 가서 유세한 것을 말한다. 감라는 진 나라 명장 甘茂의 손자로 여불위의 家臣이었다. 여불위에게 등용되어 12세에 조 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조 나라를 설득하여 5개의 성을 할양받고 연 나라를 공격하게 하여 영토를 획득하였다. 『戰國策 秦策』 『史記 卷71 甘茂列傳』】.”고 하고,
十三, 書‘外黃兒遊說’;
13세 때에는 “외황(外黃) 고을 아이가 유세를 하였다【항우가 陳留의 외항을 공격하였는데 외항 사람들이 항복하지 않고 버티다 며칠 후 항복하자 항우가 노하여 15세 이상 남자들을 성의 동쪽에다 파묻으려 하였다. 이에 外黃令 舍人의 13세 된 아들이 항우에게 유세하여 외황 백성들을 살렸다. 『史記 卷7 項羽本紀』】.”고 썼으며,
十八, 益書‘去病出祈連’;
18세 때에는 더욱 쓰기를 “곽거병(霍去病)이 기련산(祈連山)에 나갔다【곽거병이 18세에 대장군 衛靑을 따라 剽姚校尉가 되어 흉노족을 공격하여 공을 세웠다. 그러나 기련산에까지 출정하여 공을 세운 것은 그가 驃騎將軍이 된 21세 때의 일이다. 기련산은 중국 甘肅省과 靑海省 경계에 있는 高山이다. 『史記 卷111 衛將軍驃騎列傳』 『太平寰宇記 卷191 匈奴篇』】.”고 했으며,
二十四, 書‘項籍渡江’;
24세 때에는 “항적(項籍)이 강을 건넜다【항우는 24세 때 처음 起兵 하여, 秦 나라 군대에 포위당한 趙王을 구하기 위해 烏江을 건넜다. 『史記 卷7 項羽本紀』】.”고 썼다.
至四十, 益無所成名,
40세가 되었으나 더욱더 이름을 날린 바가 없었기에
乃大書曰‘孟子不動心.’
마침내 “맹자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라고 크게 써 놓았다.
年年書益不倦, 壁盡黑.
이렇게 해마다 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아 벽이 다 온통 새까맣게 되었다.
及年七十, 其妻嘲曰:
70세가 되자 그의 아내가 조롱하며 말했다.
“翁今年畵烏未?”
“영감, 금년에는 까마귀를 그리려우?”
翁喜曰: “若疾磨墨.”
옹이 기뻐하며 말했다. “당신은 빨리 먹을 가시오.”
遂大書曰: ‘范增好奇計,’
마침내 크게 쓰기를, “범증(范增)이 기발한 계책을 좋아하였다【범증은 기발한 계책을 좋아하여, 나이 70세 때 항우의 숙부인 項梁을 찾아가 秦에 대해 반란을 일으키도록 권하였다. 『史記 卷7 項羽本紀』】.”라고 했다.
其妻益恚曰: “計雖奇將幾時施乎?”
그 아내가 더욱 화를 내면서, “계책이 아무리 기발한들 장차 언제 쓰시려우?”라고 말했다.
翁笑曰: “昔呂尙八十鷹揚,
옹이 웃으며 말했다. “옛날에 강태공(姜太公)은 80살에 매가 날아오르듯이 용맹하였으니【『시경』 大雅 大明에 “太師 尙父는 당시 매가 날아오르는 듯하였네.〔維師尙父 時維鷹揚〕”라는 구절이 있다. 강 태공이 武王을 도와 殷 나라를 정벌한 사실을 가리킨다. 단 그때 그의 나이가 80살이었다는 것은 어디에 근거한 설인지 알 수 없다.】
今翁視呂尙猶少弱弟耳.”
지금 나는 그에 비하면 젊고 어린 아우뻘이 아니오?”
인용
1화: 민옹이란 사람에 대해
2화: 연암 울화병을 앓다
3화: 박지원과 민옹의 인연
6화: 민옹이 본 귀신과 신선
7화: 민옹이 말한 나이가 많은 사람
8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9화: 불사약에 대한 민옹의 견해
10화: 민옹이 무서워하는 것
12화: 남의 놀림을 슬기롭게 낚아채다
13화: 민옹의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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