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에 솟은 달
치악용월(雉岳湧月)
신광한(申光漢)
瑞暈初分岳 寒光忽射空
서훈초분악 한광홀사공
半窺驚魍魎 全露破鴻濛
반규경망량 전로파홍몽
爽透林泉外 淸銜草屋東
상투림천외 청함초옥동
慇懃來入戶 還照覓詩中
은근래입호 환조멱시중 『企齋別集』 卷之五
해석
瑞暈初分岳 寒光忽射空 | 상서로운 기운이 막 치악산에서 나눠지고 차가운 빛이 문득 공중에 쏘아졌네. |
半窺驚魍魎 全露破鴻濛 | 반만 보여도 도깨비 놀라고 모두 드러나니 혼란 깨지네. |
爽透林泉外 淸銜草屋東 | 상쾌하게 숲과 샘 밖에 통하다가 맑게 초가집 동편을 머금네. |
慇懃來入戶 還照覓詩中 | 은근히 문에 들어오다가 도리어 시 속을 찾아 비추네. 『企齋別集』 卷之五 |
해설
이 시는 원주 치악산 아래에 있는 마을에서 달이 뜨는 것을 보고 읊은 시이다.
상서로운 달무리가 산 위에 막 솟아오르자 차갑게 느껴지는 달빛이 하늘에 넓게 퍼진다. 달빛이 반만 보여도 한밤중에 생활하는 도깨비가 놀라서 도망갈 듯하고, 완전히 떠오르자 세상이 훤히 밝아졌다. 정원 밖을 상쾌하게 비추다가 초가집을 청신하게 감싸 안는다. 그러다 은근히 방문으로 들어오더니, 시를 짓고 있는 나를 비추고 있다.
허균(許筠)의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의 「답이생서(答李生書)」에서는 우리나라의 시사(詩史)를 언급하면서 신광한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데,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는 외져서 바다 모퉁이에 있으니 당(唐)나라 이상의 문헌은 까마득하며, 비록 을지문덕(乙支文德)과 진덕여왕(眞德女王)의 시(詩)가 역사책에 모아져 있으나, 과연 자신의 손으로 직접 지었던 것인지는 감히 믿을 수 없소. 신라(新羅) 말엽에 이르러 최치원(崔致遠) 학사(學士)가 처음으로 큰 이름이 났는데, 오늘로 본다면 문(文)은 너무 고와서 시들었으며 시(詩)는 거칠어서 약하니 허혼(許渾)ㆍ정곡(鄭谷) 등 만당(晩唐)의 사이에 넣더라도 역시 누추함을 나타낼 텐데, 성당(盛唐)의 작품들과 그 기법(技法)을 겨루고 싶어 해서야 되겠습니까?
고려(高麗) 시대의 정지상(鄭知常)은 아롱점 하나는 보았다 하겠지만, 역시 만당(晩唐) 시(詩) 가운데 농려(穠麗)한 시 정도였소. 이인로(李仁老)ㆍ이규보(李奎報)는 더러 맑고 기이(奇異)하며 진화(陳澕)ㆍ홍간(洪侃)은 역시 기름지고 고우나 모두 소동파(蘇東坡)의 범위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지요. 급기야 이제현(李齊賢)에 이르러 창시(倡始)하여, 이곡(李穀)ㆍ이색(李穡)이 계승하였으며, 정몽주(鄭夢周)ㆍ이숭인(李崇仁)ㆍ김구용(金九容)이 고려 말엽의 명가(名家)가 되었지요.
조선 초엽에 이르러서는 정도전(鄭道傳)ㆍ권근(權近)이 그 명성을 독점하였으니 문장(文章)은 이때에 이르러 비로소 달(達)했다 칭할 만하여 아로새기고 빛나곤 해서 크게 변했다 이를 만한데 중흥(中興)의 공로는 이색(李穡)이 제일 크지요. 중간에 김종직(金宗直)이 포은(圃隱)ㆍ양촌(陽村)의 문맥(文脈)을 얻어서 사람들이 대가(大家)라고 일렀으나 다만 한(恨)스러운 것은 문규(文竅)의 트임이 높지 못했던 것이오.
그 뒤에는 이행(李荇) 정승이 시에 입신(入神)하였으며, 신광한(申光漢)ㆍ정사룡(鄭士龍)은 역시 그 뒤에 뚜렷하였소. 노수신(盧守愼) 정승이 또 애써서 문명을 떨쳤으니, 이 몇 분들이 중국(中國)에 태어났다면 어찌 모두 강해(康海)ㆍ이몽양(李夢陽: 明의 前七子로 詩文에 능함) 두 사람보다 못하다 하리오?
당세의 글하는 이는 문(文)은 최립(崔岦)을 추대하고 시(詩)는 이달(李達)을 추대하는데, 두 분 모두 천 년 이래의 절조(絶調)지요. 그리고 같은 연배 중에서는 권필(權韠)이 매우 완량(婉亮)하고, 이안눌(李安訥)이 매우 연항(淵伉)하며 이 밖에는 알 수가 없소[吾東僻在海隅, 唐以上文獻邈如. 雖乙支, 眞德之詩, 彙在史家, 不敢信其果出於其手也. 及羅季, 孤雲學士始大厥譽. 以今觀之, 文菲以萎; 詩粗以弱. 使在許ㆍ鄭間, 亦形其醜, 乃欲使盛唐爭其工耶? 麗代知常, 足窺一斑, 亦晩李中穠麗者. 仁老ㆍ奎報, 或淸或奇, 陳澕ㆍ洪侃, 亦腴艶, 而俱不出長公度內耳. 及至益齋倡始, 稼ㆍ牧繼躅, 圃ㆍ陶ㆍ惕, 爲季葉名家. 逮國初, 三峯ㆍ陽村, 獨擅其名, 文章至是, 始可稱達. 追琢炳烺, 足曰丕變, 而中興之功, 文靖爲鉅焉. 中間金文簡得圃ㆍ陽之緖, 人謂大家. 只恨文竅之透不高. 其後容齋相詩入神, 申ㆍ鄭亦瞠乎其後. 蘇相又力振之, 玆數公, 使生中國, 則詎盡下於康ㆍ李二公乎? 當今之業,, 文推崔東皐, 詩推李益之, 俱是千年以來絶調. 而儕類中汝章甚婉亮; 子敏甚淵伉; 此外則不能知也].”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238~240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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