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승유교와 대승유교
소승불교라는 것은 역사적 싯달타가 깨달은 도리를 소박하게 따르면서 정진(精進)하는 사부대중의 삶을 중시한다. 따라서 소승에는 허세가 없다. 그리고 삼장(三藏)으로 말하자면, 율(律)이 가장 중시되는 종교운동이었다. 그러나 대승이 되면, 역사적 싯달타는 중요치 않게 되고 그의 가르침을 해석하는 논(論)이 부상하며, 모든 관심이 인간 개개인이 스스로 자각하여 부처가 된다고 하는 성불(成佛)의 논리로 모아지게 된다. 불타는 색신(色身)이 아닌 법신(法身)이 되고, 불타의 가르침 곧 불법(佛法)은 싯달타 개인의 법이 아니라 우주간에 편재하는 보편적 진리가 된다. 그리고 결론은 이러하다: ‘내가 곧 부처다.’
소승불학에서 율(律)이 중시되었다면, 원시유학에서 중시된 것도 그 율(律)에 해당되는 예(禮)였다. 그러나 소승유교가 대승유교로 점프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예악을 뛰어넘는 새로운 논장(論藏)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 논장의 테마는 대승불학의 테마와 비슷한다. 공자의 가르침은 노나라라는 역사적 시공에서 국소적으로 이루어진 사건이 아니라, 그 시공을 초월하는 보편적 진리의 가르침이다. 그 가르침을 그들은 새로운 의미맥락에서 도(道)라 불렀고 새롭게 의미를 부여했다. 그래서 우리가 송학을 도학(道學)이라고도 부르는 것이다. 도학의 도는 공자라는 역사적 인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나오는 보편적 진리이다.
도의 커다란 근본은 하늘에서 나온다. 하늘이 변하지 않으면도 역시 변할 바 없다.
道之大原, 出於天. 天不變, 道亦不變. (『전한서』 「동중서전 董仲舒傳」)
공자는 이러한 도를 체현한 사람이다. 이렇게 되면 유교의 도는 선왕의 제작이 아니라 하늘의 이법을 구현한 것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자는 선왕을 뛰어넘는 인물이 된다. 그러나 대승적 유교사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자의 도는 결국 하늘의 이치이므로 하늘의 이치를 구현한 모든 인간이 공자가 될 수 있고 요순이 될 수 있고 선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불교에서 말하는 성불(成佛)이 여기서는 성인이 된다고 하는 위성(爲聖)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유학은 위성의 학문(爲聖之學)이요, 따라서 위인지학(爲人之學, 남을 위한 배움)이 아닌 위기지학(爲己之學, 나를 위한 배움)이다. 이렇게 되면 나의 본성에 대한 탐구가 이루어져야 하고, 또 보편적 인간에 대한 인식이 심화되어야 한다. 인성론(人性論)이 새로운 유학의 주제로 부상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대승적 논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송유들은 바로 13경 중에서 『논어』와 『맹자』의 해석에서 발견하였던 것이다. 논ㆍ맹이라는 경전 속에는 대승적 유교가 지향하는 어떤 논리의 핵이 이미 함장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논ㆍ맹으로는 부족했다. 논ㆍ맹의 해석이라는 논장을 보강하기 위하여 새롭게 등장한 서물이 바로 『대학(大學)』과 『중용(中庸)』이었다. 『중용』을 펼치면 곧바로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이라는 말이 나온다. 심오한 인성론이 나오고 성(誠)의 본체론이 전개되며, 감정조절의 도덕론이 우주론적 테마로서 전개되는 것이다. 그리고 『대학』은 수신으로부터 평천하에 이르는 매우 체계적인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을,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인식론을, 혈구지도(絜矩之道)의 도덕론을 제공하고 있다. 이 네 개의 서물, 즉 사서만 구비되면 불교에 대항할 만한 우주론, 인식론, 가치론을 모두 웅대하게 전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유교가 일상적 윤리학설에서 도덕적 형이상학(Moral Metaphysics)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게다가 대승불학의 중국적 변용의 극치라 말할 수 있는 화엄론에서 말하는 리법계(理法界)와 사법계(事法界)의 논리가, 각각 리(理)와 기(氣)로 계승되어 본체계와 현상계의 새로운 우주론적 틀이 형성케 되고, 그것은 또다시 본연지성(本然之性)과 기질지성(氣質之性)의 인성론적 문제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사서에 대한 도학적 틀을 완성하고 사서에 대한 새로운 주석을 가하여 사서를 새로운 유교(儒學, Neo-Confucianism)운동의 기치로 표방한 사람이 바로 복건성 우계(尤溪) 사람 주희(朱熹)였다. 그러니까 유교경전주석사에 있어서 주희(朱熹)의 『사서집주(四書集註)』는 한당(漢唐) 이래 가장 거대한 획을 긋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출현을 의미했다. 주희는 주자(朱子)로 존숭되었으며, 요ㆍ순ㆍ우ㆍ탕ㆍ문ㆍ무ㆍ주공ㆍ공자ㆍ안자ㆍ증자ㆍ자사ㆍ맹자 이래 도통의 가장 중요한 인물로 추앙되었다(「道統傳圖」). 주희의 주석을 이전의 고주(古注)와 대비하여 신주(新注, 新註)라 부른다.
이 신주로부터 발전한 학문을 도학(道學)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성리학(性理學)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주자학(朱子學), 신유학(儒學), 송학(宋學) 등등의 이름으로 부른다. 제각기 뉘앙스의 차이는 있으나 대차가 없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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