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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철학 삶을 만나다, 제1부 철학적 사유의 비밀 - 2장 철학적 사유와 인문학적 경험, 삼단논법의 숨겨진 비밀 본문

책/철학(哲學)

철학 삶을 만나다, 제1부 철학적 사유의 비밀 - 2장 철학적 사유와 인문학적 경험, 삼단논법의 숨겨진 비밀

건방진방랑자 2021. 6. 29.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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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철학적 사유와 인문학적 경험

 

 

삼단논법의 숨겨진 비밀

 

 

여러분은 철학이란 학문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왠지 멀게만 느껴지는 학문, 무엇인가 심오하기는 한 것 같지만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만 늘어놓는 학문, 삶에는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현학적인 학문, 배우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배울 필요는 없는 고급 교양……. 철학에 대해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생각은 아마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 가운데 몇몇은 과거에 철학을 공부해보겠다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던 적이 있었을 겁니다. 혹은 앞으로 어떤 계기로 인해 그런 결정을 내릴 수도 있겠지요. 아무튼 어떤 이유로든 철학을 좀 제대로 배워보려고 시도하자마자, 여러분은 논리학(logic)이라는 학문과 만나게 될 것입니다. 흔히들 철학이 모든 학문의 정수라면 논리학은 바로 철학의 정수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논리학과 접하면서 여러분들은 철학이 지루하다는 인상을 받기 쉬울 겁니다. 그러나 이런 인상은 과연 옳은 것일까요? 다시 한 번 생각해보도록 하지요. 논리학 시간에 여러분이 제일 처음 접하는 것은 아마도 그 유명한 삼단논법(syllogism)일 겁니다.

 

대전제: 모든 인간은 죽는다.

소전제 :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결론: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삼단논법의 취지는 이렇습니다. 만약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문장이 참이고,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라는 문장이 참이라면, ‘소크라테스는 죽는다라는 문장도 반드시 참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일부 성격이 특이한 사람들은 감탄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렇구나, 논리학이란 정말로 대단한 학문이구나. 선생님, 삼단논법 이외에 다른 논리 규칙도 가르쳐주세요.”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삼단논법을 보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일 겁니다. “도대체 이런 논리 규칙이 우리가 살아가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이야? 철학을 공부하려면 꼭 이런 논리 규칙을 배워야 하는 거야? 소크라테스가 죽는다는 걸 도대체 누가 몰라? 아니 심지어 개나 소 같은 짐승도 자신이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텐데.”

 

저 역시 여러분의 이런 의구심에 십분 동의합니다.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저도 그런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삼단논법이 단순히 논리 규칙인 것만은 아닙니다. 삼단논법은 철학이 무엇인지?’ 혹은 철학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하나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삼단논법을 구성하는 세 문장, 즉 대전제, 소전제 그리고 결론에 해당하는 각각의 문장은 어떤 순서로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나요? 삼단논법의 순서대로 대전제가 먼저 떠오르고, 그 다음에 소전제가 떠오르고, 마지막으로 결론이 머릿속에 떠오르나요? 다시 말해 모든 사람은 죽는다라는 생각이 먼저 생기고, 그 다음에는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고, 마지막으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라는 생각이 떠오르냐는 것이지요.

 

 

 그러나 사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사정은 정반대이지요.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는 머릿속에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라는 어떤 구체적인 생각 하나를 떠올립니다. 이것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익숙한 현상 가운데 하나이니까요. 그런데 이제 우리가 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한다고 해봅시다. “내 생각에 소크라테스는 분명 죽을 거야.” 이 말을 들은 다른 사람이 아무런 문제도 제기하지 않고 내 주장에 동의해준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이 생각에 연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상대방이 우리의 주장을 반박하기 때문입니다. “소크라테스가 죽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는 우리의 생각은 증명을 필요로 하는 주장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상대에게 증명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나의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는 타인을 설득할 수 있을 테니까요. 사실 이로부터 우리는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 끝에 우리는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라는 생각과 모든 사람은 죽는다라는 생각 등에 이르게 됩니다. 만약 상대방이 이 두 가지 전제를 참이라고 받아들인다면, 그 상대방은 결국 소크라테스는 죽는다는 나의 생각과 주장을 거부할 수 없게 되겠지요.

 

여기서 우리는 에른스트 캅(Ernst Kapp, 1808~1896)에른스트 캅은 기술 문명에 대한 비판적 성찰로 유명한 철학자이다. 그가 중요한 이유는 그가 자본주의 발전으로 야기된 기술 문명의 폐해에 대해 최초로 진지하게 성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술 문명에 대한 그의 비판은 그가 농부나 목수로 일하면서 얻었던 통찰인 까닭에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데가 있다. 주요 저서로 기술과학 철학의 기초, 전통적 논리학의 그리스적 기초등이 있다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논증의 순서와 사유의 순서가 반대로 되어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으니까요.

 

 

질문자(questioner)의 마음속에서 삼단논법을 발견하려는 사유의 방향은, 전제와 결론이라는 순서와는 사실 대립되는 것이다. (……) 다시 말해 질문자는 자신의 사유를 전제로부터 결론에 이르는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거꾸로 결론으로부터 전제에 이르는 방향으로 진행시키기 때문이다.

전통적 논리학의 그리스적 기초(Greek Foundations of Traditional Logicy)

 

 

캅의 주장에 따르면 삼단논법의 순서는 우리의 사유 순서와 반대로 되어 있습니다. 살인 사건의 경우를 예로 들어볼까요? 만약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면, 사건을 담당하게 된 형사는 먼저 어디에서부터 수사를 시작할까요? 그는 아마 용의자를 찾으려고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그는 살인범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먼저 지목해본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용의자 A가 발견됩니다. 이제 이 담당 형사의 수사 방향은 다음과 같은 식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A가 살인 사건의 범인이다. 그렇다면 그가 범인이란 증거는 무엇인가?’ 이처럼 살인 사건을 해결하려는 형사도 삼단논법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어떤 주장을 먼저 내세우고 이어서 그 주장의 근거를 찾는다고 말할 수 있지요. 만약 특정한 사람을 용의자로 먼저 지목하지 않는다면, 그 형사는 어떻게 살인 사건을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용의자가 없어도 수사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모든 사람을 용의자로 가정한다면 아마 수사는 매우 오랫동안 더디게 진행될 것이고, 십중팔구는 영구히 미제 사건으로 남을 수밖에 없겠지요.

 

그렇다면 이제 이 삼단논법이란 것이 허구적이거나 완전히 관념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을 겁니다. 특히 삼단논법에서 중요한 것은 논증이 구성되는 순서, 대전제 소전제 결론이라는 순서가 우리가 생각하는 순서와는 반대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는 어떤 무엇인가를 주장해야 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이 주장에 반론을 제기한다면, 오직 그 경우에만 우리의 사유는 대전제와 소전제로 이동하게 됩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의 사유는 대전제와 소전제에서 완전히 멈추게 될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죽는다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서, 우리는 모든 사람은 죽는다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라는 전제를 내놓았습니다. 이때 상대방이 이새로운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사유는 멈출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상대방이 이 전제마저 계속 의심한다면 그땐 어떻게 될까요? 다시 말해 상대방은 우리가 하나의 근거로 제시한 모든 사람은 죽는다라는 주장마저도 의심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우리는 다시 그를 설득하기 위한 또 다른 전제를 생각해내야만 합니다. 만약 우리가 우리의 주장을 의심하는 상대방을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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