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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선생 중용강의, 18장 - 1. 도올서원의 미래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도올선생 중용강의, 18장 - 1. 도올서원의 미래

건방진방랑자 2021. 9. 1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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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도올서원의 미래

 

 

몸이 아프다는 건 정말 비극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몸의 건강을 유지한다는 게 정말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몸이 아프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으니 말이죠. 요 며칠 내가 좀 심하게 아팠는데 오늘은 갈래가 조금 잡힌 듯합니다. 사람이 역시 무리하면서 살 수는 없는 것이, 무리하고 살면 그게 축적돼서 반드시 몸의 이상으로 나타나거든요. 요번에 내가 아주 지독하게 고생을 했습니다. 밤낮으로 계속 잤는데도 혓바닥 밑이 꼭 암덩어리처럼 부어서는 회복이 안 되는 거예요. 계속 피곤하기만 하고. 아무튼 살아 있을 동안에는 건강해야지. 몸이 아픈 건 참 비극입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학생들이 많이 안 나왔는데,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몸이 아파서 못 나온 학생들도 꽤 있을 거예요. 사실 이 도올서원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제대로 다닌다는 것 그 자체가 상당히 어려운 삶의 훈련인데, 마칠 때까지 꾸준히 공부할려면 우선 건강해야 합니다. 초지일관한다는 게 뜻만 가지고는 안 되는 거니까 끝까지 건강을 잃지 마시도록!

 

도올서원의 한 달 코스는 단순히 한문을 배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의 종합적인 인격을 닦기 위한 과정입니다. 전 세계 어디든 마찬가지 문제를 안고 있지만, 우리나라 현재의 교육은 이러한 종합적인 훈련을 시켜주지 못하고 있어요. 지난 시간에 여러분들이 황병기 선생님 강의를 들었는데, 참 좋은 강의였죠? 나도 강의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자부하지만, 황병기 선생도 분명히 내 수준은 되는 사람입니다. 지금 한국사회에 도대체 강의를 잘하는 사람들이 드문데, 그 이유는 강의하는 사람들이 자기가 강의하는 내용의 본질을 깨닫질 못해서 그래요. 본질을 깨달으면 강의가 재미있고 쉬운데, 그런 사람이 별로 없단 말입니다. 황병기 선생은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이 먹은 선배로서, 내가 마음속 깊이 존경하는 분입니다.

 

 

 

개비와 비개비로 실력을 평가하지 말라

 

그런데 이런 분들이 대학에서든 국악계에서든 도대체 기를 못 편단 말이야. 국악계는 물론이고. 국악계에서 쓰는 말 중에 개비’, ‘비개비라는 말이 있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나라 국악계라는 게 원래 무속과 관련이 깊은데, 그러다 보니 대대로 내려오는 무당 집안에서 어렸을 때부터 삼현육각이니 시나위니 하는 것들을 배운 그런 사람들을 개비라 해서 진짜로 치고, 개비가 아닌, 소위 바깥에서 들어온 사람들은 전부 비개비라 하면서 가짜라고 배척합니다. 황병기 선생은 물론 비개비. 그래서 황선생님이 아무리 가야금을 잘 타도, “저건 비개비 가야금일 뿐이야라고 흘겨버리고 말아요. 지난 일림(一林)때 오셨던 박범훈 교수님은 전통적인 무속개비집안 출신입니다. 그런 집안에서 태어나 일본유학까지 갔다 왔으니 대단한 사람이죠. 그런데 황병기 선생 강의를 들어 봤으니 알겠지만, 그 지식이 얼마나 대단합니까. 경기고등학교·서울법대를 나온 정도의 학문의 깊이가 있으니까, 역시 그런 안목이 나올 수가 있는 거예요.

 

그 양반 평생에 지난 목요일 강의처럼 재밌는 강의는 아마 못해봤을 겁니다. 강의하는 세 시간 내내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진지하게 듣고 있는 학생들 자세며, 일사불란하게 절하는 태도며, 아무튼 선생에게는 이 모든 것이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차원이었대요. 우리 도올서원 학생들로서도 일생일대 들어보지 못한 명강의였다고 감사를 드렸습니다. 정말 근래 보기 드문 명강의였죠? 우리나라 사람에게서 그런 명강의를 듣는다는 건 한량없이 기쁜 일입니다. 사림(四林)때도 다시 모셔서 동서양 음악사를 조감하는 강의를 부탁드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도올서원생들에게 바라는 것

 

그런 좋은 강의를 듣는 여러분들이 앞으로 시시한 놈들이 되진 않겠죠? 이제 이삼십년 후에 대통령이니 장관이니 유명 교수니 그런 사람들에게 공통분모가 하나 있는데 알고 보니 모두 도올서원 출신이더라이렇게 될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어요? 분명히 그렇게 될 겁니다. 지금 이 도올서원은 국가에 등록된 단체가 아닙니다. 나는 국가제도를 거부하기 때문에 탄압을 하던 뭐하던 죽을 때까지 등록 안 할 거예요. 사실 세무조사 받으면 여러분들이 낸 십만 원도 걸릴 거거든? 그래서, ‘이건 학생들이 기부한거다하면서 유지하고 있는데, 이렇게 보면 사실 도올서원은 형체도 없고, 제도권에 속해 있지도 않고, 정말 아무것도 없습니다. 장소야 자본주의 사회에선 돈만 주면 빌릴 수 있으니까 내 돈으로 빌린 거고. 우리 도올서원은 정말 순수한 임의단체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런 식으로 운영한다면 내가 팔십 살까지 가르친다고 해도 기껏 육십림 밖에 안 되는 거야. 한 번에 백 명 이상씩 가르치기는 어려우니까, 일 년에 이백 명, 육십 림이라고 해봐야 육천 명밖에는 안 된단 얘기죠. 공자는 삼천제자를 거느렸다는데, 현대사회에 사는 내가 아무리 조직적으로 가르친다 해도 육천 명밖에는 안 되니. 아무튼 총 육십림 중에 삼림이 배출됐다는 건 엄청난 일입니다. 여러분들은 벌써 육십분의 삼을 차지한 거예요. 그러니 이 자리가 상당히 귀한 자리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시도록!

 

내 바램은 이 형태 그대로 교외에 터를 잡아서 서원을 지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완벽한 옛 성균관 스타일로 쿼드랭글(quadrangle)로 짓는 거예요. 앞에는 강이 흐르고 뒤에는 삼각산같은 수려한 산이 있는 그런 자리에, 명륜당·선생방·교수방이 들어가는 건물을 짓고, 그 앞에, 널직하고 네모 반듯한 마당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마주 보도록 동재·서재를 짓고, 누각도 하나 멋있게 짓고. 꼭 영화에 나오는 소림사처럼 말이야. 그렇게 만들어 가지고 여름·겨울 한 달씩 여기서 숙식하면서 강의를 받을 수 있다면 좋겠죠? 새벽에 바라같은 걸 뻥-때리면 재생들이 착착 다 나와서 소림사 쿵푸 같은 것부터 시작하는 거예요. 오전엔 공부하고, 오후엔 산천을 돌아다니고, 농사도 짓고, 그렇게 숙식을 하면서 강의를 받으면 우선 결석하는 학생이 없을 거야. 물론 이것도 국가에 등록 안 합니다. 어떠한 제도권과도 관계가 없을 거예요. 이것이 나의 꿈인데, 여러분들이 졸업해서 내 꿈을 이뤄줬으면 합니다. 땅은 앞으로 내가 병원을 개업해서 살 테니까, 건물 짓는 건 여러분들이 돈을 대는 거야. 어때? 괜찮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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