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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이 준 공부의 변화 『소화시평』 권하 51번은 권하 50번에서 봤던 글과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이번 글을 보기 이전에 50번 글과 함께 보면 무슨 내용인지 더 이해하기가 쉽다. 본문의 내용을 이야기하기 전에 잠시 과거 회상을 해보려 한다. 예전에 임용을 공부하던 시기에도 한시는 여러 편 봤었고 시화도 『파한집(破閑集)』, 『성수시화(惺叟詩話)』를 보긴 했었다. 그땐 그게 공부하는 방식이라 생각했고 임용고시를 위해 잘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참이나 시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 그 당시를 회고해보면 한계가 있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게 된다. 그 한계란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모든 그저 눈으로만 보고 피상적으로 이해된 것을 ‘마치 잘 이해한 것처럼 ..
목차 1. 또 덤비면 다른 길이 열리는 거잖아요 안타까운 낙방, 그래서 희망을 노래하다 2. 정약용이 알려준 위기 관리법 위기를 뒤집어보던 정약용 정약용처럼 위기를 기회로 만들라 3. 실력을 객관화하고 한 걸음씩 걸어가자 나의 실력을 객관화해야 한다 이 씁쓸한 마음을 잘 간직하고 자양분으로 삼아라 4. 심플한 성공의 비결 베바에 맘이 뺏기다 실패만 하던 강건우가 전해주는 성공담 인용 지도 임용 Life
4. 심플한 성공의 비결 서두에 인용한 드라마는 베토벤 바이러스(이하 베바)의 내용이다. 마지막 장면이지만 두 사람이 서로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진검승부를 하는 명장면이다. 그런데 이 대화엔 이미 자기의 존재에 대해 변화된 것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 1편에서 나오던 강마에와 강건우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두 사람은 많이도 바뀌었다. 베바에 맘이 뺏기다 베바, 정말 오랜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던 드라마다. ‘신귀공자’ 이후로 처음이지 않을까. 솔직히 처음엔 내용 따윈 모르고 그저 음악을 다루고 있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소장하고 싶은 마음에 다운 받아 놓았다. 음악은 인간의 감정을 선율로 풀어놓은 예술장르다. 그걸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이 드라마는 단순한 라디오가 될 수도 있고 가슴 ..
3. 실력을 객관화하고 한 걸음씩 걸어가자 작년엔 과락으로 떨어졌다. 내 실력에 대해 회의가 들 수밖에 없었다. ‘과연 난 한문을 좋아하고 있고 이걸 통해 내 꿈을 이룰 수 있을까’하는 심각한 회의감에 빠지는 건 매우 당연했다. 나의 실력을 객관화해야 한다 하지만 올핸 확실히 합격권에 들었다. 내 실력이 갑자기 월등히 좋아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감을 찾은 것일 뿐이겠거니. 이런 과정을 통해 나의 공부방법이 잘못된 것만은 아니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두루 섭렵한 탄탄한 기반 아래에 한문이란 학문의 실력을 갖춰 나가는 것. 공들여 쌓은 탑은 무너지지 않듯 내 자신의 방황이나 타학문으로의 외도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된 계기였으니 말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올해의 임용고사는 반쯤 성공을 거둔 셈..
2. 정약용이 알려준 위기 관리법 今汝旣不能赴科, 卽科文已忘憂矣. 吾意汝已爲進士矣, 已爲及第矣. 識字而無科擧之累, 與爲進士及第者, 奚擇焉? 汝眞得讀書時矣. -정약용, 「寄二兒」 이제 너는 이미 과거시험을 볼 수 없으니, 곧 과거시험의 문장은 이미 근심에서 잊혀졌다. 그래서 나는 네가 이미 진사가 되었고 이미 급제하였다고 여기는 것이다. 지식인으로 과거시험에 얽매이지 않으니, 진사와 급제한 사람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너는 참으로 독서의 때를 얻었다. ▲ 정약용의 일화는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위기를 뒤집어보던 정약용 노론의 정치 보복으로 승승장구하던 정약용은 유배되고 가문은 폐족이란 불명예를 떠안게 된다. 절망도 이런 절망이 없을 터. 하지만 그는 당당했다. 그러한 당당함은 위 편지의 내용만으로도 ..
1. 또 덤비면 다른 길이 열리는 거잖아요 (‘베토벤 바이러스’ 마지막 장면. 시립교향악단&마우스필 공연에 떠난 줄 알았던 강마에가 돌아와 강건우와 마주친다.) 마에: 안녕히 가시라니? 이 짓들을 하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안녕히 가? 지금 누구 놀려~ 건우: 안녕히 가면 왜 안 되세요? 마에: 멍청한 짓들을 하고 있으니까 그렇지. 그렇게 실패했으면서도 몰라. 이건 끝이야. 시향도 그렇고 너희도 그렇고 끝난 거라고. 건우: 끝이라니요? 이제 시작인데. 여기서 관두면 맞는데요, 또 덤비면 또 다른 길이 열리는 거잖아요. 그렇게 될 때까지 계속 가면 그게 바로 성공이고요. 마에: (책망하듯) 인생 쉽다. 아흔 아홉 번 실패할 수도 있어. 건우: 근데 선생님도 그렇게 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오신 거잖아요. 저희..
2020학년도 한문임용 2차 후기 목차 1. 7년을 돌아 다시 시작한 임용 공부 교육과 글쓰기란 생각의 변화를 가져온 단재학교에서의 7년 7년 만에 다시 임용에 도전하다 처음으로 이룬 쾌거, 1차 합격 2. 걸음걸이에 어린 행복으로 천안에 오다 임용시험을 위해 다시 천안에 올라오다 걸음아 나 살려라 3. 임용 면접을 보러 오다 면접일 새벽의 풍경 포근한 날씨에 면접을 보다 4. 정적이 흐르던 대기실에서 관리번호를 뽑다 대기실에 흐르는 긴장감 관리번호를 뽑다 5. 무의식 상태로 면접을 보다 시험의 중압감에 한껏 눌린 구상실 나 지금 뭘 말하고 있지 6. 두 번째 오니 훨씬 편안해진 대기실 2차 시험 마지막 날의 시작 이틀째 오는 고사장, 왠지 친숙하다 7. 면접보다 수월했던 수업 구상기 마음 졸이던 관리번..
8. 모든 경험은 발판이 된다 최악의 수업실연을 올해 경험했었다. 첫 수업실연을 하던 날 열심히 준비한 지도안에 따라 실연했었는데 그때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최악의 상황을 경험했던 것이다. 수업을 보고 있던 사람은 불만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무 사회비판적인 시각을 가득 담아 수업을 구성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수업의 기본 방침은 ‘문제가 될 만한 건 하지 말자’는 주의였는데 그것에 위배된 지도안을 구성했고 수업을 했으니 그런 반응을 봐야 하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평가자가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음에도 수업을 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는 거였다. 그건 그저 벽을 보고 수업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나에 대해 반감이 가득한 존재를 앞에 두고, 전혀 들을 맘이 없는 사람을 앞에 두고..
7. 면접보다 수월했던 수업 구상기 8시 40분쯤엔 드디어 관리번호 추천이 들어갔다. 어젠 앞에서부터 뽑아 3번째에 뽑을 수 있었지만 오늘은 뒤에서부터 뽑는다. 그러니 내가 뽑을 땐 세 개의 명찰만 남는 것이다. ▲ 어제보타 맘이 편안해지니 대기실에 있어도 절로 즐겁다. 마음 졸이던 관리번호 추천 어제도 잠시 고민하긴 했다. 손에 바로 잡히는 걸 뽑을까, 뒤적인 다음에 뽑아볼까 하는 고민. 그러나 막상 순서가 됐을 땐 손에 잡히는 걸 바로 뽑았고 그래서 결정된 번호가 14번이다. 그래도 면접은 수업실연에 비해 빨리 진행되기에 괜찮을 줄만 알았는데 막상 3시간 여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좀이 쑤셔 죽겠더라. 그런 경험이 있던 탓에 오늘은 더욱 더 앞 번호가 나오길 바라게 됐다. 수업실연은 충남의 경우 작년까진..
6. 두 번째 오니 훨씬 편안해진 대기실 면접이 끝나고 햄버거를 사서 숙소로 들어왔다. 수업실연 준비는 작년엔 1차 시험이 끝나자마자 스터디를 하게 되어 4번을 해볼 수 있었지만 올핸 1차 시험이 끝나고 나선 준비를 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1차 합격자 발표가 나고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했었다. 처음에 차려진 스터디가 있었지만 나의 개인사정으로 인해 와해되었고 날마다 한 번씩 수업실연을 해보는 것으로 방법을 바꾸고서 남은 기간을 보냈다. 그 기간 동안 총 13번의 수업실연을 했으니 완벽하진 않더라도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할 수 있으리라. ▲ 2차 준비를 위해 수업실연을 참 많이도 했다. 나의 창조적 착각 '난 수업을 좋아하니까' 2차 시험 마지막 날의 시작 드디어 대망의 수업실연을 해야 하는 아침이 밝..
5. 무의식 상태로 면접을 보다 사람이 어느덧 많이 빠져나갔다. 지금은 8명 정도가 남아 있는 상태다. 내 차례가 멀지 않다고 느껴지니 화장실을 다녀와야 할 것 같더라. 그래서 손을 들어 화장실에 가겠다는 표시를 했다. 여긴 화장실에 갈 때 함부로 갈 수가 없다. 아마도 화장실에서 서로 정보를 공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화장실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 한 번씩 차례를 배정받아야만 갈 수 있게 되어 있다. 화장실에서 나오며 복도에 있는 감독관에게 시간을 물으니 글쎄 10시 40분이란다. 세상에 면접이 시작되고 고작 1시간 40분 밖에 시간이 지나지 않은 건데도 체감적인 시간으론 3시간 정도 흐른 것처럼 느껴졌으니 말이다. ▲ 대기실에서 기다리는데 정말 시간 안 가더라..
4. 정적이 흐르던 대기실에서 관리번호를 뽑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왔다. 한문 교과 대기실은 오른쪽 가장 끝 반에 배치되어 있다. 그곳으로 가는 길에 보니 구상실이나 면접실의 분위기를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더라. 늘 어떤 환경에서 2차 시험이 실시되는지 궁금하긴 했는데 여기선 개방되어 있으니 좋긴 하더라. ▲ 우리 대기실은 복도 끝에 있어 환한 느낌이 든다. 대기실에 흐르는 긴장감 7시 49분에 내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18개의 책걸상이 배치되어 있고 이미 몇 명의 사람들은 와서 앉아 있더라. 이렇게 직접적으로 1차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을 보니 신기하기도 했고 대단해보이기도 했다. 만약 최종 합격을 한다면 이 사람들 대부분이 동기가 되는 셈이니 매우 행복한 일이겠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
3. 임용 면접을 보러 오다 오늘 드디어 면접을 보는 날이다. 처음 보는 면접시험인데다 10분이란 짧은 시간 안에 4문제에 대한 답을 구상하고서 면접장에 들어가 10분 만에 구상한 내용을 답해야 하는 특이한 방식 때문에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 2차 시험은 이런 방식으로 진행된다. 면접일 새벽의 풍경 그래서 잠을 설치면 어떻게 할까 걱정하긴 했는데 11시에 자서 4시 41분에 눈이 떠졌으니 잠은 충분히 잔 상황이었다. 컨디션은 괜찮나? 몸이 부대끼거나 정신이 흐리멍덩하지 않으니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다고 볼 수 있는 정도였다. 지금 내가 묵고 있는 호텔은 경부선 철도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쉴 새 없이 여객선이나 화물선은 물론이고 1호선 전철도 지나다닌다. 한 번씩 지나갈 때마다 굉음이 엄..
2. 걸음걸이에 어린 행복으로 천안에 오다 임용 2차 시험은 이틀에 걸쳐 실시된다. 하루는 면접을 보며, 하루는 수업실연을 한다. 그런데 예년과 달라진 게 있다. 그건 바로 작년까지만 해도 수업실연을 첫째 날에 하고 면접을 둘째 날에 했었는데 올해부턴 어떤 이유에선지 면접을 첫째 날에 하고 수업실연은 둘째 날에 하도록 바뀐 것이다. 순서가 바뀐 것에 따른 일장일단은 있겠지만, 나의 입장에선 이번처럼 바뀐 게 더 낫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 이유는 충남에선 이번에 11명의 한문교사를 선발한다. 그래서 모두 1차에 뽑힌 인원은 18명(1명은 장애)이나 된다. 그러니 18번째까지 수업실연을 하려면 4~5시에나 끝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처럼 수업실연을 첫째 날에 한다면, 거의 마지막 번에 배정된 사..
1. 7년을 돌아 다시 시작한 임용 공부 한문교육과를 졸업하고 보았던 5번의 임용시험에선 1차 합격조차 해보지 못한 채 낙방의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그렇게 5번의 임용시험을 끝으로 더 이상 임용시험은 보지 않겠다고 맘을 먹었고 단재학교에 취직하게 된 것이다. ▲ 첫 임용시험을 봤던 때가 2006년이다. 교육과 글쓰기란 생각의 변화를 가져온 단재학교에서의 7년 단재학교에서 생활한 7년이란 시간 동안 임용은 더 이상 꿈꾸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그간 생각해왔던 교육에 대한 생각들을 모두 다 실험해볼 수 있었다. 아이들과 자주 전국 곳곳을 싸돌아다녔고 시를 그림이나 소설 등의 다양한 작품으로 표현해보는 수업도 했으며, ‘우리끼리 프로젝트’라는 것을 통해 아이들이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것..
2020학년도 한문임용 후기 목차 1. 김세정의 영상평가와 한문 임용고사 가능성을 확인하다 올해 임용이 역대급으로 희망적인 이유 준비된 사람이어라 2. 어려웠지만 그래도 여유로웠던 교육학 시험 작년보다 훨씬 많은 잠을 자서 몸 상태가 최상이다 초승달과 함께한 고사일의 아침 논술 교육학? 3.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버린 전공 A형 시험 작년과는 달리 왜 이리 걱정이 앞설까 안겨오지 않는, 남남 같던 A형 문제 할 수 있는 만큼은 최선을 다하다 4. 전공 B형 문제가 선사한 반전 작년 B형 문제에서 느낀 낭패감 잔뜩 긴장했던 B형 시험이 안겨준 반전 그래, 지금 내 실력으로 이 정도 풀었으면 그걸로 만족한다 1년 7개월 공부의 결실 5. 스캔 인용 지도 공고문 경쟁률 19년 글 임용 Life 역대 임용 기..
4. 전공 B형 문제가 선사한 반전 전공 A형 문제는 작년과는 너무도 판이하게 나왔다.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들이 앞에 배치되고 뒷 부분의 서술형으로 답안을 써야 하는 문제들은 난이도가 있는 법인데, 단답형으로 써야 하는 문제들도 복잡하게 꼬아놓아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에 따라 A형 문제를 풀면서 예전에 임용시험을 봤을 때 느꼈던 아찔한 느낌이 절로 들었다. ▲ 임용 시험을 봤던 내 자리. 의자도 책상도 맘에 들었다. 작년 B형 문제에서 느낀 낭패감 작년엔 B형 문제는 거의 손을 대지 못했다. A형 문제는 편안하게 볼 수 있었던 것과 완전히 반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문장의 해석도 쉽게 되지 않았을 뿐더러 답을 구성할 때에도 어떻게 써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니 시간은 ..
3.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버린 전공 A형 시험 교육학이 끝내고 2교시 전공을 준비할 땐 한문 교육과정의 내용 체계 부분을 열심히 봤다. 2주 전부터 세부사항까지 외우자 외우자 노래를 불렀지만 시간이 여유가 있을 땐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라고 안도하며 외우지 않았고 닥쳐서는 ‘볼 게 너무 많고 할 게 너무 많아’라는 생각으로 우왕좌왕하느라 외우질 못했다. 그러니 이 순간에라도 잠시 봐두면 도움이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 임용시험일에 날씨도 화창하고 이렇게 포근할 수가. 작년과는 달리 왜 이리 걱정이 앞설까 10시 26분: 아직 내지 않고 보고 있다. 작년 A형을 볼 땐 뭐가 나왔을까 궁금했는데 지금은 잘 보고 싶다, 작년처럼 안겨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만 하게 된다. 눌리지 않고 성심성의껏 해..
2. 어려웠지만 그래도 여유로웠던 교육학 시험 드디어 임용고사일이 밝았다. 어제 10시 30분에 침대에 누워 김세정의 영상을 보며 뒤척이다가 11시쯤 잠이 든 것 같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정신이 돌아왔을 때 ‘너무 늦게까지 잔 거 아냐?’라는 생각으로 잠에서 깼을 때가 4시 30분이었다. 지금 일어나 준비한다면 너무 이른 시간이기에 B형 시험문제를 풀땐 작년처럼 잠이 쏟아질 게 뻔했다. 그래서 1시간 정도 좀 더 자려 누웠지만 잠은 오지 않더라. 작년보다 훨씬 많은 잠을 자서 몸 상태가 최상이다 작년 임용시험 전날엔 경수 누나를 만나서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었다. 시험을 코앞에 두고 있었지만 전주에서 시험을 보는 것이고 오랜만에 보는 시험이니만치 그렇게 긴장하지는 말자라는..
1. 김세정의 영상평가와 한문 임용고사 드디어 두 번째 보는 임용고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다른 건 하지 않고 임용시험만을 준비하며 오롯이 보낸 한 해였다. 과연 올해 시험은 어땠을까? 가능성을 확인하다 작년엔 오랜만에 임용고사를 준비하며 3월 한 달 동안은 헤맸지만 4월부터 시화소평 스터디를 시작하며 서서히 공부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고 4월 내내 여러 공부방법을 시도하며 새롭게 공부하는 법을 정립할 수 있었다. ▲ 오랜만에 학교에 복귀했고 한문공부에도 도전하게 되어 걱정했는데 때마침 스터디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렇게 7개월 동안을 새로운 공부방법을 적용하며 공부를 했고 하나하나 기초부터 쌓아간다는 마음으로 정리하여 재밌게 임용시험을 볼 수 있었다. 임용고사 후기에서도 밝혔다..
1. 소화시평 스터디와 한문공부 『소화시평』 스터디는 작년 4월부터 참가하게 됐다. 다시 한문교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공부할 장소로 서울과 전주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전주로 정하고 나서 3월에야 전주 정착이 완료되었다. 최고의 공부장소라 생각한 임고반엔 어렵지 않게 입성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역시나 한문 공부였던 것이다. 임고반에만 들어가면 한문공부를 하는 후배들이 있어 그들과 잘 의기투합하면 어렵지 않게 스터디가 꾸려질 거라 생각했는데, 이게 웬 걸 임고반엔 한문임용을 준비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그렇게 3월 내둥 헤매며 시간을 보내게 됐던 것이다. 그렇게 한 달 보름 정도를 보내고 난 후에 소화시평 스터디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참여하게 된 것이니, 참 운이 좋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 왼..
논어와 맹자 업로드를 마치다 임용 시험은 이제 10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았고, 임고반은 후끈 후끈 달아오른다. 마지막 스퍼트를 위해 그리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 또한 마음이 떨리고 불안이 가중된다. 그건 마치 지하철을 타러 갈 때와 같다. 별로 시간이 급하지도 않고 늦지도 않았는데도 사람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 나도 덩달아 맘이 급해져서 발은 뛰고 있으니 말이다. 조급증, 그건 어찌 보면 사회화된 인간이 가질 수밖에 없는 두려움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럴 때일수록 휩쓸리지 말고 내가 가던 그 길을 꾸준히 갈 수 있는 정신이 필요하다. 물론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기록에 남겨 놓는 거지만 말이다. 어쨌든 꼬박꼬박 임용고시일은 다가오고 ..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문 공부법으로 한문공부에 재미를 붙이다 보니 사서를 보는 데도 변화가 따랐다. 그 전까지만 해도 그냥 순서대로 쭉 보았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만 생각했고, 그렇게 늘 공부해왔으니 그 방법 밖에 몰랐다. 공부방법이 바뀌니 한문이 겁나 재밌더라 하지만 그렇게 보면 어떤 재미도 없이, 그냥 봐야만 하는 의무만 남는다. 스토리를 가지고 쭉 이어지는 게 아닌, 한 편 한 편이 그냥 독립된 글처럼 인식되니 말이다. 그러니 수많은 글을 읽은 것 같지만, 어떤 것도 기억나지 않는 미묘하고도 오묘한 혼란에 빠져들고,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 자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사서의 길이 이토록 멀고도 험하단 말인가, 그게 아니라면 내 실력이 이따구란 말인가? 하지만 위에서 얘기한 ..
2010년까지 임용시험을 준비했다. 그 당시의 공부라는 건 거의 책을 보고 공부하고 잘 모르는 게 나올 땐 도서관에 가서 그와 관련된 자료가 있나 찾아보고, 인터넷으론 ‘고전번역원’에 들어가 보는 정도였다. 각 학교마다 특성이 있겠지만, 더욱이 전주대 한문교육과의 경우는 서당식의 공부법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어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여 공부하기보다 경서와 같은 책들을 진득하게 읽으며 문리가 나서 한문이 쉽게 이해되길 바라는 공부를 했다. ▲ 사범대 학생회가 아주 귀여운 게시판을 만들었다. 올라가면서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글쓰기가 한문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물론 여기엔 내 과거의 경험이 기인하는 측면도 있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집 바로 밑에 있는 서당을 다니며 『사자소학』부터 차근차근 공..
한문공부가 꿀처럼 달콤해지다 그 계기는 새롭게 부임한 두 분의 교수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과 스터디를 진행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다. 매주 수요일 저녁에 열리는 스터디는, 일반 강의와는 다른 매우 알싸한 충격을 안겨줬다. 하긴 뭐 나처럼 학교를 졸업한 지 10년이 훌쩍 지난 이에겐 이런 식의 수업 자체가 재밌는 경험이며 신나는 시간이긴 하니 말이다. 한문이 꿀처럼 달콤한 순간 김하라 교수에겐 한문산문이 지닌 내용의 함축성과 전개방식의 탁월함을, 김형술 교수에겐 그토록 어렵고 난삽하게만 보이던 한시의 핍진逼眞하면서도 생각의 정수를 담는 치밀함을 맛볼 수 있었다. 그건 마치 『죽은 시인의 사회』란 영화에 나오는 ‘시가 꿀처럼 흘러나왔던 거였어. 영혼이 흘러나왔고 여자들은 황홀했고 신들이 창조..
스마트폰이 바꾼 임고반 풍경 2010년까지 임용공부를 하고 마쳤으니, 정확히 7년 만에 다시 도전하는 셈이다. 시간이 꽤 흐른 만큼 시험 체제도 3차 시험(1차: 교육학과 전공 객관식 시험⇒2차: 전공 논술⇒3차: 현행 2차와 동일)으로 진행되던 게 2차 시험으로 바뀌었다는 극적인 변화가 있지만 나에겐 그것 이상의 다른 변화가 더 크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 듯이 2006년에 첫 시험을 봤을 때의 시험 체계가 지금과 꽤나 유사하다가 2년 후에 3차 시험 체제로 바뀌었으니, 이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 마지막 임용고사는 중앙도서관에서 공부를 했다. 스마트폰이 바꾼 임고반의 풍경 그렇다면 무엇이 크게 느껴지는 걸까? 그걸 알기 위해선 임고반에 온 첫 날의 풍경을 보면 분명히 알 수 ..
발표준비를 위해 자료를 찾다 보니 원문파일이 없는 게 무척이나 아쉽더라. 공부 자료를 만들려면 어떻게든 여러 자료들을 참고하고 종횡무진 누비며 이해해야만 좀 더 원 자료가 쉽게 이해가 됐으니 말이다. 엇나감이 만든 고마운 인연 그런데 이때 생각난 사람이 바로 고전번역원에 있는 후배였다. 나야 2010년 이후로 한문은 놨지만, 그 녀석은 그 후로도 더욱 발분하여 여러 번역작업에도 참여했고 꾸준히 공부를 해왔으니 말이다. 그러니 그 기간 동안 이미 나와는 넘사벽인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아주 간절하면서도, 아주 간곡한 목소리로 SOS를 외쳤던 것이다. 이럴 때 연락할 수 있는, 편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전문가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나 왜 이리 인복이 좋은 거냐^^). 바로 이 녀석과의 인..
리쌍의 오래된 노래 중에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노래가 있다. 그 노래가 나왔을 때 처절한 내용임에 비해 흥겨워 엄청 자주 들었고, 오죽했으면 2010년에 마지막 임용을 준비하면서 만든 자료집의 이름에 이 노래 제목으로 쓸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노래에 푹 빠져 있던 때에 난 ‘사람은 선線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선은 어떤 것도 아니다. 그저 점과 점을 연결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어떤 지향점도, 어떤 사건도, 어떤 변화도 있지 않다. 하지만 선과 선이 마주치면 접점이 생기고, 거기에 또 다른 선까지 마주치면 삼각형이 되어 완전히 형질이 변화하게 된다. 그걸 도약이라 할 수 있고, 나라는 인간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계기로 들어서는 가능성이라 할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