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청나라의 땅과 인민과 학술과 문화는 옛 중국 그대로다
이 단락의 두 번째 문장은 저 앞의 5편의 글과 호응한다. 즉 이 문장은 앞에 기술된 2단락의 논의와 홍대용이 중국에 가서 친구를 사귄 일을 서로 연결 짓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동시에 그것은 바로 뒤에 길게 이어지는 홍대용의 말을 이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방법적 질문’에 해당한다. 비록 이 문장은 연암이 직접 홍대용에게 묻는 방식으로 서술되고 있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질문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이 단락은 하나의 물음과 하나의 대답이라는 문답체 구성을 취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홍대용이 대답한 말 중 “나는 우리나라에 사람이 없어 벗을 사귈 수 없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실로 지경地境에 국한되고 습속에 구애되어 답답한 마음이 없지 않았사외다(吾非敢謂域中之無其人而不可與相友也, 誠局於地而拘於俗, 不能無鬱然於心矣)”에서 “지경에 국한되고”는 1편과 호응하는 말이고, “습속에 구애되어”는 2편과 호응하는 말이다. 홍대용은, 지금의 중국이 오랑캐인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이고, 그래서 그 인민들이 입고 있는 옷이라든가 하고 있는 변발이 원래 한족漢族의 고유한 것이 아니긴 하나, 그럼에도 그 인민들이 밟고 있는 땅은 옛날의 그 중국이고 선비는 옛날의 그 선비이며 학술과 문화 역시 옛날의 중국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비록 어쩔 수 없이 청나라의 백성으로서 살고 있기는 해도 청나라에 신복臣服(=신하가 되어 복종함)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없다고 어찌 장담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하고 있다. 요컨대 만주족이 중국을 점거했다고는 하나 그 땅과 인민과 학술과 문화는 의연히 옛 중국의 그것이라는 논리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것이 바로 북학의 기저논리基底論理라는 점이다.
▲ 전문
인용
2. 조선의 습속이 편협하다
9. 청나라의 땅과 인민과 학술과 문화는 옛 중국 그대로다
12.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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