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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중국인 벗들과의 우정」에 써 준 서문 - 10. 중국인들과 나눈 필담으로 비난받다 본문

책/한문(漢文)

「중국인 벗들과의 우정」에 써 준 서문 - 10. 중국인들과 나눈 필담으로 비난받다

건방진방랑자 2020. 4. 1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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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중국인들과 나눈 필담으로 비난받다

 

 

17세기 후반 이래 조선 사대부들은 중국이 청나라의 지배하에 들어가 비린내 나는 땅으로 변했으며 따라서 야만국인 중국에서 배울 점은 없으며 이제 조선이 중화 문명의 유일한 계승자임을 자부하였다. 조선 사대부들은 특히 청나라가 들어서면서 복식과 두발의 모양이 만주족의 방식으로 바뀐 것을 개탄해 마지않았다. 중화 문명의 빛나는 전통이 그로써 사라졌다고 본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중화 문명의 유일한 계승자인 조선이 청나라를 쳐서 다시 한족의 나라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자임했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북벌론北伐論이 그것이다. 하지만 북벌론은 허구였으며, 기실은 효종과 노론 세력, 이 둘은 공통된 이해관계에서 나온 통치용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았다. 어찌 보면 그것은 가증스런 자기기만이었다. 연암이 이 글을 쓴 시기가 되면 북벌론이든 존명배청론이든 예전보다는 약화되고 있었다고 보이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지배 이데올로기로서 현실에서 의연히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홍대용은 위와 같은 방식으로 북학의 논리를 제기한 것이다. 홍대용이 제기한 이 논리는 이후 박지원에게서도 똑같이 되풀이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단락을 통해 북학이 조선에서 최초로 그 자태를 드러내는 순간, 혹은 북학이 처음 선언되는 역사적 현장을 목도하게 되는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북학의 최초의 자태가 우정론의 외피外皮 속에서 개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지하다시피 이 우정론10대 후반 이래 연암의 지적 전매특허 같은 것이었다.

홍대용의 마지막 말은 예의 그 우정론이다. 이 말은 다시 2과 호응관계를 이룬다. 명예나 권세나 이익을 떠나 순수한 동기에 따라 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우정, 구차한 예절이나 법도에도 구속되지 않고 오직 진정眞情에 바탕한 우정, 이것은 10대 이래 연암이 늘 꿈꾸고 실천해왔으며 죽을 때까지 단 한시도 놓은 적이 없던 화두였다. 우도友道에 관한 한 홍대용 역시 연암에 못지않은 일가견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 두 사람은 사별할 때까지 평생 명리名利를 초월한 우정을 나눌 수 있었다.

 

홍대용은 귀국한 후 명분론을 견지하던 국내의 보수적 선비들로부터 적지 않은 비방을 받았던 듯하다. 김종후金鍾厚와 주고받은 논쟁적 편지에서 그러한 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김종후는 정조 때 영의정의 벼슬을 지낸 김종수金鍾秀의 친형인데, 당시 재야의 선비로 명망이 있었다. 김종후는 홍대용에게 몇 차례 편지를 보내, 더러운 원수의 나라에 들어가 변별한 거자擧子(과거 응시생)들과 형제처럼 사귀며 온갖 말을 다했다고 신랄히 비난하였다. 의리로 볼 때 조선의 선비가 해서는 결코 안 될 일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대용은 김종후의 비난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자신은 어떤 부끄러운 일도 하지 않았음을 밝히고 있다. 당시 홍대용이 자신이 편찬한 중국인 벗들과의 우정이라는 책 때문에 받은 비난은, 15년 후 연암이 중국을 다녀와 쓴 열하일기노호지고虜號之藁(오랑캐의 연호를 쓴 글)’라고 비난받았던 일을 상기시킨다.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1. 조선이라는 땅덩어리가 너무 작다

2. 조선의 습속이 편협하다

3. 연암이 홍군이라 호칭하는 이유

4. 항주라는 곳의 문화적 특성

5. 중국 친구와 사귀다 보니 인식이 바뀌네

6. 중국인과의 교류로 우리 홍대용이 달라졌어요

7. 조선의 한계가 중국에 대한 선망을 낳다

8. 외줄타기의 긴장감을 지닌 북학정신

9. 청나라의 땅과 인민과 학술과 문화는 옛 중국 그대로다

10. 중국인들과 나눈 필담으로 비난받다

11. 홍대용의 필담으로 벗 사귀는 도를 깨닫다

12.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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