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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중국인 벗들과의 우정」에 써 준 서문 - 3. 연암이 홍군이라 호칭하는 이유 본문

책/한문(漢文)

「중국인 벗들과의 우정」에 써 준 서문 - 3. 연암이 홍군이라 호칭하는 이유

건방진방랑자 2020. 4. 1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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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연암이 홍군이라 호칭하는 이유

 

 

홍군洪君 덕보德保[각주:1]는 일찍이 한 필 말을 타고 사행使行을 따라 중국에 간 적이 있다.

洪君德保, 嘗一朝踔一騎, 從使者而至中國.

이 단락에서 비로소 본론이 전개된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홍대용을 홍군 덕보라고 부르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아래부터는 덕보라는 말도 빼 버리고 아예 홍군이라고 부르고 있다. 오늘날에도 호칭 속에는 부르는 사람고 불리는 사람 양자의 관계와 친밀도 등이 함축되어 있지만, 전근대 사회에서는 지금과 도저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호칭이 까다롭고 다양했다. 다시 말해 인간관계에 따라 아주 섬세하게 호칭을 골라 쓰는 것이 일반적인 관레였다. 당시는 를 강조하는 사회였던지라, 그렇게 하는 것이 곧 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홍대용을 처음 언급할 때 홍군 덕보라고 하고 그 다음부터는 홍군이라는 칭호를 쓴 데에는 이 글을 쓸 당시 연암과 홍대용의 관계가 반영되어 있다고 봐야 옳다. 어떤 관계일까? 당시 친구간이나 친한 사람들끼리는 보통 로 불렀다. 혹은 에다가 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친밀하다고 해서 어른뻘의 사람을 로 부르지는 않았다. 그 경우 호로 부르거나 호에다가 (어른이라는 뜻)이나 선생이라는 말을 덧붙여 불렀다. 존장尊丈 뻘의 사람이 아랫사람을 부를 때도 로 불렀다.

이렇게 본다면, 연암이 홍대용을 그 로 부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하등 이상하지 않다. 문제는 홍군이라는 칭호다. 연암은 이 글 말고도 홍대용을 홍군이라고 부른 사례가 발견되지 않는다. 그냥 아니면 로 불렀다. ‘이라는 칭호는 지금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부를 때에만 사용되지만, 예전에는 그런 경우만이 아니라 친구 간의 평교平交에도 사용되었다. 하지만 연암이 자신의 벗들에 대해 이라는 호칭을 쓴 용례는 잘 발견되지 않는다.

그런데 연암은 이 글에서 처음에만 홍군 덕보라 하고 그 다음부터는 계속 홍군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이 글을 써 줄 당시 연암과 홍대용은 아직 그다지 친분이 없던 사실의 반영이 아닐까? 홍대용은 연암이 글을 잘한다는 말을 듣고 연암을 찾아와 자기 책의 서문을 부탁했지만 그 당시 둘 사이에는 별로 친교가 없었던 것을 말해주는 게 아닐까? 어쩌면 홍대용이 서문을 부탁하기 위해 연암을 찾아온 이때 두 사람은 처음 해후한 것인지도 모른다. 추측컨대 이후 홍대용이 이덕무, 박제가 등과 교유하게 되는 것도 박지원과의 이 만남이 계기가 된 게 아닌가 생각된다. 한편 당시 서른 살의 박지원은 홍대용과의 만남을 계기로 과학과 기술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는 한편, 당시 조선 사대부 일반이 견지하고 있던 존명배청尊明排淸(명나라를 높이고 청나라를 배격함)의 비현실성을 깨닫고 현실주의적 시각으로 청나라를 직시하면서 조선의 낙후된 현실에 대한 타개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해나가는 방향으로 사상을 업그레이드하게 된다. 이것이 이른바 북학北學이다. 연암과 홍대용의 첫 만남을 적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이 단락은 바로 이 북학의 최초의 출발점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한다.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1. 조선이라는 땅덩어리가 너무 작다

2. 조선의 습속이 편협하다

3. 연암이 홍군이라 호칭하는 이유

4. 항주라는 곳의 문화적 특성

5. 중국 친구와 사귀다 보니 인식이 바뀌네

6. 중국인과의 교류로 우리 홍대용이 달라졌어요

7. 조선의 한계가 중국에 대한 선망을 낳다

8. 외줄타기의 긴장감을 지닌 북학정신

9. 청나라의 땅과 인민과 학술과 문화는 옛 중국 그대로다

10. 중국인들과 나눈 필담으로 비난받다

11. 홍대용의 필담으로 벗 사귀는 도를 깨닫다

12. 총평

 

  1. 덕보德保: 홍대용의 자字다. 호는 담헌湛軒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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