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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입국론, 공부론 - 1. 공부란 단어의 어원과 용례 본문

책/교육(敎育)

교육입국론, 공부론 - 1. 공부란 단어의 어원과 용례

건방진방랑자 2022. 2. 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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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공부론

 

 

1. 공부란 단어의 어원과 용례

 

 

공부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우리말에 공부라는 말이 있다. 공부라는 말은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교육을 생각할 때, 그 함의의 99%를 차지한다. 나의 자녀를 교육시킨다는 말은 공부시킨다는 말과 거의 같다. 나의 자녀에 대한 자랑도 우리 아이는 공부를 잘해요라는 명제로 표현된다. ‘공부를 잘한다는 뜻은 과연 무엇일까?

 

공부를 잘한다는 의미를 복잡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 우리 일상언어의 가장 평범한 의미체계를 정직하게 밝히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그것은 학교 시험 점수가 높다는 뜻이다. 우리 아이 공부 잘한다는 의미에 실제로 딴 뜻이 없다. ‘학교 시험 점수가 높다는 것은 대학입시에 유리하다는 뜻이고, 대학입시에 유리하다는 것은 서울의 몇몇 일류대학에 입학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우리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생각하고 저 현묘(玄妙)한 허공에 무한히 펼쳐진 갤럭시를 생각할 때, ‘공부가 겨우 요따위 밴댕이 콧구멍만한 서울의 시공에 집약된다는 것은 감내하기 어려운 위선이요 치졸함이건만, 우리 5천만 동포의 현실적 가치관은 공부의 다른 의미를 허용하지 않는다.

 

 

우리가 말하는 공부란 이런 식의 지식을 우겨넣는 것을 넘어서지 않는다.  

 

 

 

공부의 어원, ··일 단어의 비교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공부의 본래적 의미를! 공부를 한자로 쓰면 工夫가 된다. 이것은 아무리 뜯어보아도 그 자형에서 공장 인부정도 이상의 의미를 발견할 수 없다. 참으로 이상하다! 그런데 이 工夫는 우리 현대어에서 실제로 영어의 ‘to study’라는 말과 상응한다. 그 라틴어 어원인 ‘studēre’학문을 한다는 뜻으로, 무엇인가를 열심히 노력해서 습득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그것은 실제로 개념적 지식의 한계를 넓힌다는 뜻으로 인간 이성의 확충이라는 의미와 관련되어 있다. 엘리트주의적 함의를 갖는다는 뜻이다.

 

 

엘리트주의는 교육을 황폐화시켰다. 교육이기보다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성공을 위한 발판이기에, 도올 선생은 "위선이요, 치졸함"이라 말했다.

 

 

그런데 동양 삼국의 서양언어 번역이 일치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스터디의 번역어는 일본에서는 벤쿄오스루(勉強する)’로 되어 있고, 중국어에서는 니엔수(念書)’로 되어 있다. 일본말의 벤쿄오스루억지로 힘쓴다는 뜻이니, 사실 공부라는 것이 억지로 해야만 하는 괴로운 것이라는 매우 정직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니엔수책을 읽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스터디의 실제 행위 내용을 정확히 표현한 말이다.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선비를 뚜수르언(讀書人)’이라고 불러왔던 것이다. ‘스터디의 번역어로서는 일본어나 중국어가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왜 한국만이 유독 공부(工夫)’라는 요상한 자형을 선택했을까? 일본어나 중국어에는 공부라는 말이 없을까? 물론 있다! 그러나 그 의미는 스터디와는 거리가 먼 다른 함의를 지니고 있다. 일본어의 쿠후우스루(工夫する)’요리조리 궁리하고 머리를 짜낸다는 뜻이다. 그리고 중국어의 工夫는 그것을 과거의 웨이드자일(Wade-Gile) 시스템으로 표기하면 ‘kung-fu’가 되는데, 그것을 그냥 표기된 영어로 발음하면 쿵후가 된다. 다시 말해서 중국말의 공부는 이소룡이나 견자단이 펼치는 쿵후즉 무술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말의 공부의 원의는 사실 중국어의 쿵후가 보존하고 있는 의미를 계승한 것이다.

 

 

신체 단련을 통해 어떤 경지를 성취한다는 공부의 원의. 그것이 문제다.  

 

 

 

공부라는 말의 역사적 용례

 

工夫라는 글자는 선진 문헌에는 나타나지 않으며, 당나라 때 고승들의 어록에 처음 등장하는데, 당대에 이미 구어로서 정착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의 약자이고, ‘의 약자이다. ‘工夫功扶를 의미한다. ‘무엇인가를 열심히 도와서() ()을 성취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성공한다는 말도 단순히 출세한다는 뜻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공을 성취한다는 뜻이다. ‘공을 이룬다[成功]’는 말을 신체의 단련을 통하여 어떤 경지를 성취한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한국인의 다양한 무술적 성취야말로 공부의 한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부라는 개념을 가장 많이 활용한 사상가가 바로 신유학의 에포크(epoch, 신기원)를 마련한 주희(朱熹, 1130~1200)라는 인물이다.

 

주희는 그가 편찬한 신유학의 앤톨로지(Anthology, 전집이란 뜻으로 시나 소설 등의 문학 작품을 하나의 작품집으로 모아놓은 것)근사록(近思錄)속에서 송학(宋學)의 선구자 정명도ㆍ정이천 두 형제의 사상을 표현하면서 공부라는 말을 자주 썼다. 그리고 그의 어류(語類)에서 그 자신의 독특한 수양론을 펼치면서 공부라는 말을 무수히 활용하고 있다. 우리가 서양 언어인 스터디를 번역하는데 공부를 고집한 것도, 바로 우리나라가 정통 주자학의 완강한 전통을 연속적으로 담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인용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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