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장 1. 총명예지한 사람
아! 드디어 오늘이 마지막 날입니다. 어젯밤에 오늘 하는 승당례(升堂禮)의 여러 가지 졸업장이나 상장들을 내가 전부 붓으로 썼는데, 그러다보니까 도무지 강의준비를 철저히 할 시간이 부족해져서 오늘 강의에 준비가 좀 부족함을 미리 고백합니다.
오늘 드디어 31장, 32장, 33장을 끝으로 중용(中庸)을 완결하게 됩니다. 지난번에 우리가 30장에서 “만물병육이불상해(萬物竝育而不相害), 도병행이불상패(道竝行而不相悖), 소덕천류(小德川流), 대덕돈화(大德敦化).”를 봤는데, 26장에서 땅을 이야기할 때, “華嶽을 등에 싣고도 그것을 무거운 줄 모르며, 河海를 가슴에 안고도 새지 않는다[載華嶽而不重, 振河海而不洩].”라는 이 두 구절이 내가 대학에 다니며 중용(中庸)을 읽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구절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꼭 그랬어야만 했는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 당시에는 이 두 구절은 눈물이 줄줄 쏟아지도록 내 의식을 사로잡았었습니다. 그런 걸 보면 내가 참 감성적인 사람이죠? 여러분들은 중용(中庸)을 통해 과연 무엇을 간직하게 될까요.
唯天下至聖, 爲能聰明睿知, 足以有臨也; 寬裕溫柔, 足以有容也; 發强剛毅, 足以有執也; 齊莊中正, 足以有敬也; 文理密察, 足以有別也. 천하의 지극한 성인이어야 총명예지(聰明睿知)가 임할 수 있고, 관유온유(寬裕溫柔)가 용납할 수 있고 발강강의(發强剛毅)가 잡을 수 있고, 제장중정(齊莊中正)이 공경할 수 있고, 문리밀찰(文理密察)이 분별할 수 있는 것이다. 聰明睿知, 生知之質. 臨, 謂居上而臨下也. 其下四者, 乃仁ㆍ義ㆍ禮ㆍ智之德. 文, 文章也. 理, 條理也. 密, 詳細也. 察, 明辨也. 충명에지(聰明睿知)는 태어나서 바로 아는 자질이다. 임(臨)은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 아래로 임한다는 것이다. 이하 네 가지는 인(仁)과 의(義)와 예(禮)와 지(智)의 덕성에 포함된다. 문(文)은 문장이다. 리(理)는 조리다. 밀(密)은 상세함이다. 찰(察)은 밝게 분별함이다. |
31장의 마지막에 주자가 31장에 대한 해설을 한 것을 보면, “윗 장을 이어 소덕(小德)의 천류(川流)를 말하였다[承上章而言小德之川流].”라고 했죠? “역천도야(亦天道也)”라고 해서 천도를 말한 것인데, ‘소덕지천류(小德之川流)‘의 내용임을 알 수 있어요. 32장에 대한 주자의 해설을 한 번 보세요. 어떻게 되었죠? ‘대덕지돈화(大德之敦化)’의 내용이고 이것도 또한 ‘천도(天道)’의 내용이라고 되어 있잖아요? 그리고 33장에서는 최후의 결론이 나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체적 이미지를 여러분이 파악하면서 내용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에서 성인에 대한 의미인 지성(至聖)은 추상적인 의미라기보다는 사람을 지칭한다고 봐야합니다. 그러한 사람이라야, “총명에지(聰明睿知, 보통 사용하는 ‘총명예지’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습니다), 관유온유(寬裕溫柔), 발강강의(發强剛毅), 제장중정(齊莊中正), 문리밀찰(文理密察)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주자 주를 보면, “총명예지는 생이지지(生而知之)의 자질[聰明睿知生知之質].”이라고 하였고, “임(臨)은 위에 있으면서 아래에 임한다[臨謂居上而臨下也].”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지덕(至聖)의 의미는 이 세상에서 리더십(그것이 정치적이든, 정신적이든)을 가진 자를 말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왕(王), 왕천하(王天下)하는 사람을 말하는 거예요. 그 사람이 가진 총명예지는 주자의 해석으로 보면 생이지지(生而知之)의 자질이기 때문에 후천적으로 쌓아진 덕성이라기보다는 그 이전의 선천적인(a priori) 영민한 바탕과 자질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것은 그 사람이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것, 생득적인 것인데, 이건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아요. 아둔한 사람은 아무리 공부를 해도 어딘가 계속 아둔한 부분이 남아 있어서 총명예지와는 좀 거리가 있는 것 같거든요【그러나 앞에서 뭐라고 했지요? 아둔하다고 해도 애써서 알면<困而知之>, 결국 알게 되는 것은 같다고 했죠?】. 여기서의 총명예지란, 예를 들어, 사진을 찍는다고 할 때, 찍히는 내용과는 관계없이 이미 그 필름이 ASA100, ASA400처럼 그 감광도(感光度, sensitivity)가 이미 결정되어있다는 것이죠. 지성(至聖)을 이야기하는 것이니까 그런 근본적인 총명예지는 전제되어 있어야겠지요.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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