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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용문산 계곡 여행 목차 1. 계획대로 안 되니까 여행이다 ‘또 놀려구?’라는 말 여행은 놀이가 아닌 공부다 2. 여행에 들이닥친 두 가지 변수 떠나자, 계곡으로 첫 번째 변수, 준영이의 아르바이트 두 번째 변수, 기온의 급격한 변화 3. 여행을 시작도 하기 전에 느낀 교사의 숙명 1년 만에 다시 용문역을 찾아가다 여행의 기쁨이 무너진 순간에 교사의 숙명을 느끼다 4. 슬펐다 기뻤다 왔다갔다 슬펐다가 기뻤다가 엉덩이에 뿔난 사연 경의중앙선은 경춘선과 다르다 5. 용문 5일장 용문 5일장이 서던 날, 용문행 전철에 몸을 싣다 용문시장에서 맛 본 짬뽕맛은? 잘 먹기 위해 집을 떠나오다 6. 중원폭포에서 놀다 날씨는 선선해졌지만, 그래도 우린 물놀이를 하려 한다 아이들의 놀이본능도 꺾어버린 날씨 7. 먼저 자리..
10. 잘 먹는 것만큼이나 잘 치우는 게 중요하다 즐거운 고기파티 시간이 끝났다. 즐겁게 먹고 맛있게 먹은 만큼, 어찌 보면 치우는 그 순간도 중요한 순간이라 할 수 있다. ▲ 밥을 먹다 보니, 어느덧 어둠이 짙게 내렸다. 맛있게 먹은 만큼 치울 때도 함께 치울 수 있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먹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모두 함께 맛있게 먹도록 애써서 준비를 한 것이니, 치울 때도 함께 도우며 치워야 한다. 그래야 즐거운 시간이었던 만큼, 그 기억은 퇴색되지 않고 오래도록 남으니 말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배가 찬 아이들은 서서히 자리를 뜨기 시작한다. ‘누군가 하겠지’라는 생각인지, 아예 관심이 없는 건지 거실로 들어가 텔레비전을 킨다. 저번 후기에서도 말했다시피 가장 기본적인 일들은 그걸 했다..
9. 잘 먹는 게 중요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비는 내일 새벽부터 내린다고 하던데, 하늘은 벌써부터 흐릿흐릿하여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만 같다. 아이들은 도착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로 씻었다. 그리고 나오는 족족 약속이나 한 듯이 쇼파에 달려와 차례차례 앉아, 자연스럽게 텔레비전 리모컨을 잡고 채널을 훑기 시작한다. 어찌 보면 이게 예전과 달라진 광경이다. 예전엔 채널을 넘길 필요도 없이 게임채널을 켜고 당연하다는 듯 ‘롤 중계’를 봤었는데, 최근엔 ‘오버워치’라는 다른 게임에 푹 빠지기도 했고 3년 내내 롤만 하다 보니, 관심도 예전만 못하다. 그래서 『동네변호사 조들호』, 『닥터스』를 조금씩 보며 채널을 수시로 바꾼다. ▲ 우리의 고기파티가 열리는 장소. 모두의 파티였고, 모두의 축제였던 1..
8. 무의미 속에 의미가 있다 이때 정훈이는 이런 상황을 빗대어 “이 경우야말로 금수저와 흙수저의 이야기 같은 상황이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물론 진지한 말투가 아닌,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뱉은 것이니, 너무 무겁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 지훈이가 얘기하는 것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그림. 그렇다면 과연 절망적이기만 할까? 너무도 현실적인 풍자, 금수저 & 흙수저론 이 상황은 얼핏 보면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걸어서 도착하려던 사람이 뒤늦게 차를 타고 온 사람에게 져버린 내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아무리 흙수저가 노력해봤자 금수저에겐 안 돼’라는 비관적인 결론이 가능하다. 실제로 정훈이도 “이런 현실이 말이나 됩니까”라고 농을 쳤다. 만약 이 상황이 현실이었다면 크게 좌절했을 것이다. 열심..
7. 먼저 자리를 뜬 선배들의 사연 물놀이를 하던 아이들은 1시간을 채 채우지 못하고 물에서 나왔다. 한 여름의 더위는 저번 주 금요일 새벽에 내린 비와 함께 순식간에 물러났고 어느덧 쾌적하고 선선한 가을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다시 물놀이를 할까 말까 분주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구석에 두 명의 그림자가 서서히 시야로부터 사라져 간다. ▲ 구석에 앉아 있던 두 사람은 어느 순간, 홀연히 자취를 감추게 된다. 스릴러 같다고? 천만에 말씀~ 선배들 먼저 자리를 뜬 사연 그 두 사람은 민석이와 정훈이로, 단재학교의 최고 학년이라 할 수 있다. 스르륵 사라지기 전 두 아이는 조용히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훈: 민석아 너무 춥다. 그냥 내려가자~ 민석: (약간 반신반의하며) 그럴까? 정훈: 여기 있..
6. 용문 5일장과 중원폭포에서 놀다 원랜 2시쯤에 펜션에서 픽업을 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우리가 좀 일찍 오는 바람에 당장은 픽업이 불가능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승태쌤이 두 번 왔다갔다하며 픽업하는 것으로 했다. ▲ 물놀이 준비를 하고 있다. 보트까지 바람을 넣어 빵빵히 했다. 날씨는 선선해졌지만, 그래도 우린 물놀이를 하려 한다 펜션에 도착한 우리들은 바로 물놀이 하기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날씨는 햇살이 비치지 않아 구름이 가득 했고, 기온까지 내려가 선선했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계곡이 가지 않는 건, 서울에 가서 남산에 가지 못하는 것과 같은 거였다. 그래서 아이들은 “이렇게 약간 추운 느낌인데, 꼭 계곡을 가야 해요”라고 불평을 하거나, “그러다 감기 걸리면 어..
5. 용문 5일장 용문역에서 내려 역전 광장으로 나오니, 승태쌤이 기다리고 있었다. 광장에 나오기 전까지 ‘용문은 종점인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온 걸까?’ 궁금했는데, 광장에 나오고 나서야 궁금증이 풀렸다. ▲ 용문역에서 나가는 길. 정말로 사람들이 많다. 용문 5일장이 서던 날, 용문행 전철에 몸을 싣다 도시엔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에 상설시장이 열린다. 예전부터 시장은 있었겠지만, 조선시대를 지나며 시장은 자리를 잡아 갔다. 시장의 입지조건으론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 으뜸이지만, 조선시대엔 내부로까진 진출할 수 없었다. 자료 조사를 해본 적은 없지만, 유추는 가능하다. 아마도 조선시대엔 ‘사士(학자)-농農(농민)-공工(수공업자)-상商(장사하는 사람)’의 위계에 따라 상인을 홀대하는 문화가 있었..
4. 슬펐다 기뻤다 왔다갔다 그렇게 기운이 빠진 상태로 전철을 타서 가고 있는데, 단체 채팅방에선 전혀 다른 희망의 기운이 샘솟고 있었다. 일찍 서두른 아이들은 10시에 모이기로 했음에도 무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해 있었으니 말이다. 보통 20분 정도 일찍 오는 경우는 봤어도, 무려 1시간이나 일찍 오는 경우는 처음 봤다. 그런 상황이니 바스러진 마음은 그 아이들의 채팅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붙어가고 있었다. ▲ 아이들의 카톡은 싱그러움이었다. 살아 있는 생명들의 환호성 같은 느낌. 슬펐다가 기뻤다가 엉덩이에 뿔난 사연 왕십리역 중앙선 승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9시 50분이었는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다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광경을 보고야 말았다. 평소에 늦던 아이들이 이미 와 있었으니 말이다. 보통 ..
3. 여행을 시작도 하기 전에 느낀 교사의 숙명 단재학교는 보통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여행을 간다. 서울 근교에 갈 땐 당연히 전철과 광역버스를 이용하고, 멀리 갈 땐 고속버스를 이용한다. 여태껏 경춘선을 타고 가평에 가거나, 스키장에 가는 경우는 있었어도, 경의중앙선을 타고 간 적은 없었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여행지로서는 경춘선이 지나는 가평, 춘천 일대가 관광지로 유명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아이들이 여행 계획을 짜면서 처음으로 용문산 일대의 계곡으로 장소를 정하게 됐고, 그에 따라 우리들도 처음으로 경의중앙선을 타고 가게 됐다. ▲ 방학이 끝나고 함께 여행 장소를 결정했다. 산과 계곡, 바다, 워터파크 중 어디에 갈 건지 함께 얘기하고 있다. 1년 만에 다시 용문역을 찾아가다 용문역을..
2. 여행에 들이닥친 두 가지 변수 계곡 여행은 여름 여행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다. 2012년엔 덕풍계곡으로, 2013년엔 망상해수욕장으로, 2014년엔 오션월드로, 2015년엔 가평 도마천으로 여행을 떠났었다. 계곡이나 바다에서 잠을 자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어우러지다보면 ‘한여름 밤의 꿈’이 현실에서 펼쳐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올해에도 그런 기조를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 12년만의 폭염에 몸둘 바를 몰랐다. 떠나자, 계곡으로 더욱이 올핸 1994년 폭염 이후로 최고의 폭염이었다고 한다. 방학에 집에 있으면 도무지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있지 못할 정도의 무덥고 습한 날씨가 연일 계속 되었다. 그러다 보니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져 있는 쇼핑몰이나 영화관이 사람들로 차고 넘치며 성..
1. 계획대로 안 되니까 여행이다 단재학교는 여름 시즌에 계곡이나 바다로 놀러 가곤 한다. 놀러 가는 걸 누군가는 ‘시간 뺐어가면서 잘 하는 짓이다’라고 비난을 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 여행을 시간낭비로 보는 문화, 그리고 누군가 하는 여행조차도 멸시하는 기류가 있다. ‘또 놀려구?’라는 말 2009년에 혼자서 목포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국토종단을 했었다. 그때에도 몇몇 어른은 ‘참 대단한 일을 한다’며 응원해주기도 했지만, 어떤 분은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난 앞뒤 따질 것 없이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해. 차도 있는데 뭐 하러 걸어 다녀. 할 일이 없으니까 그렇지. 그렇게 여유부리기 전에 고추라도 한 군데 더 심겠구만.”이라는 말로 힐난하기도 했다. ▲ 국토종단을 할 때..
2. ①강: 강의와 여행의 공통점 여행을 떠나보면 걱정이 많은 사람일수록, 스스로에게 불만족하는 사람일수록 짐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학교에서 2박 3일의 여행을 갈 때, 여학생들은 캐리어에 짐을 하나 가득 싣고도 가방까지 챙겨온다. 아마 그런 이유 때문에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있는 걸 거다. 그런데 한 달간 지리산 종주를 떠나보니, 짐은 어찌 되었든 나를 억누르는 불안의 증표라는 것을 알겠더라. 걱정이 앞서 이것저것 우겨넣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내 어깨를 누르는 무게감은 여행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그러니 여행을 떠난다는 건 ‘불안과 대면하는 일’임과 동시에, ‘걱정을 인정하고 짐을 최소화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 여행은 나의 마음의 불안을 알게 하고, 강..
19. 처절하게 외로워져라 난 여행인데도 멋진 풍경을 볼 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무작정 달릴 때 사무치게 외로움이 밀려오며 내 몸은, 나의 감정은 사시나무 떨 듯 떨렸다. 외로워지고 싶었지만 막상 외로움이 밀려드니, 그 감정을 주체하질 못하겠다. 이래서 사람인 거겠지. ▲ 우도의 풍경에서 밖을 내다 보고 찍은 사진. 사무치게 외로움이 밀려온다. 외로움에 사무치는 이에게 주는 선물 그래도 때론 외로워질 필요도 있다는 걸 느낀다. 그래야만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나와 관계 맺은 사람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외로워져야만 좀 더 내가 처한 상황이 명확하게 보이고 내 자신을 분명하게 알게 된다. 나란 사람은 참으로 누군가의 평판이나 기대에 한없이 흔들리는 사람이었다. 좋은 평판을 받기 ..
1. 갑갑증이 몰려올 땐 무작정 떠나야 한다 닭의 해에 태어난 나에게 닭의 해인 2017년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해였다. 단재학교에서의 생활이야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고 6년차 교사가 된 만큼 중학교 1학년 때부터 6년 간 생활해온 민석이와 잘 마무리하는 해이자, 단재학교 학생 외에 다른 학교 학생들을 만나 영상을 만드는 작업을 해보기도 하는 등 도전이 가득한 해였으니 말이다. 그뿐 아니라 송파마을예술창작소에선 매달 한 번씩 지역민들과 만나 독립영화를 보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도 이끌 수 있었으니, 좀 더 사람과 사람, 관계와 인연에 대해 생각을 넓힐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지금 쓰는 기록은 제주도 여행기이기에 이에 관한 내용은 별도로 정리하도록 하겠다. ▲ 마을예술창작소에서 독립영화를 ..
46. 선으로 이어지는 여행을 해야 한다 ▲ 여주 → 양평 배로농원 / 58.04km 이제 6일째 자전거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아침도 맛있게 먹었겠다, 재욱이 자전거도 고쳤겠다, 펑크패치용 본드도 샀겠다,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는 완벽한 출발이다. 여기에 날씨까지 화창하여 하늘이 더욱 높게 느껴지는 맑디맑은 가을날씨다. 예전에 임용시험을 준비할 때만 해도 드높아진 하늘을 보며 ‘언젠가 나도 가을을 만끽하며 즐길 날이 오겠지?’라는 생각으로 도서관에 있어야만 하는 나를 위로했었는데, 모르는 사이에 이미 그 꿈은 현실로 이루어져 있었다. ▲ 신륵사를 향해 여주 한복판을 달린다. ‘점과 점의 여행’과 ‘선의 여행’, 그 중에 ‘선의 여행’으로 여행을 할 때 목적지에 빨리 가기 위해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
43. 누구나 자신만의 여행을 떠나야 한다 ▲ 여주 → 양평 배로농원 / 58.04km 6박7일 일정으로 떠난 여행이 어느덧 6일차에 접어들었다. 내일이면 목적지인 올림픽공원에 도착하고 때론 걱정으로, 때론 즐거움으로 달렸던 낙동강-한강 자전거여행은 끝이 난다. ▲ 어제 뜻하지 않게 야간 라이딩을 해야 했다. 이게 바로 여행의 묘미다. 여행이 일상이 된 시대에 여행을 떠나야 한다 흔히 여행은 배부른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곤 한다. 물론 예전처럼 한 마을에서 나서 거기서 쭉 자라다 옆 마을 처녀와 결혼하여 자식 낳고 살다가 그곳에서 생을 마치는 세상이 아닌, 공부를 위해서건 취직을 위해서건 어쩔 수 없이 마을을 떠나 타지로 나가야 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여전히 여행에 대한 이미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
33. 찜질방과 여행 ▲ 충주 → 여주 / 64.69km 어느덧 자전거 여행을 떠난 지 4일이 지나고 5일째에 접어들었다. 6박7일의 계획으로 여행을 떠났으니, 이제 후반부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오늘부터는 작년 도보여행 때 걸었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익숙한 길을 간다는 안도감이 든다. 그러고 보면 새로운 길은 설렘을 주기도 하지만 그 설렘은 여차하는 순간 두려움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그에 반해 아는 길은 자칫 지루할 수 있지만 그건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그렇기에 여행은 어떤 설렘으로 시작하여 점차 익숙해져 가는 과정으로, 두려움에서 시작하여 안정감으로 변해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찜질방의 두 가지 형태 충주의 찜질방은 우리가 흔히 아는 그런 찜질방이다. 빌딩의 한 층은 목욕..
24. 자전거 여행을 하는 이유 ▲ 10월 6일(화) 상주시 → 문경새재 / 62.04KM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다. 아직도 29.21km나 남아 있다. 문경새재 근처에는 오르막길이 여러 군데 있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그 길을 달려야 하니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 걱정이 된다. 그런데 막상 달려보니 한 번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이 있었을 뿐 그렇게까지 힘든 길은 아니더라. 그게 정말 다행이었다. ▲ 어둠이 서서히 깔리고 있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함께 간 동지들 여기 자전거 길은 민가를 관통하여 가기도 하고 국군체육부대 앞을 질러가기도 했다. 국군체육부대에선 ‘세계군인체육’ 대회를 하고 있는 중이라 경비가 나름 삼엄하더라. 완벽하게 어둠이 대지에 내려앉았다. 자전거 플래시가 없으면 아무 것도 안 ..
21. 여행의 이유와 안 하려는 심리에 대해 ▲ 10월 6일(화) 상주시 → 문경새재 / 62.04KM 캠코더를 찾고, 자전거를 고치고, 아침밥까지 먹고 출발하려다 보니, 시간이 무한정 지체되었다. 벌써 11시 30분이 훌쩍 지나버렸다. 오늘은 상주박물관에 들러 미션을 하고 문경새재게스트하우스까지 63km를 달려야 한다. 어제의 일이 없었다면 한결 여유로웠을 텐데, 맘이 바쁘다. ▲ 문경새재로 바로 가면 빠른데, 우린 박물관에 들러야 하기에 10km를 더 달려야 한다. ‘계획대로 된다’는 착각을 깨는 게, 여행의 이유 그래서 후회하느냐고?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여행이란 어찌 보면 동섭쌤의 “배움이란 것은 배우려 생각했던 것 이외의 것을 배우는 것, 또는 그 이상의 것을 배우는 것입니다.”라는 말..
8. 심하게 다치지만 않는다면 괜찮다 ▲ 10월 4일(일) 현풍터미널 → 대구 달성군 하빈면 / 36.05KM 오늘은 36Km만 달리면 되지만, 아무래도 늦게 출발한 만큼 서둘러야 한다. 그런데 현세는 자꾸 뒤처지더라. 엄청 힘이 드는 지 말수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오늘은 별도의 리더가 정해져 있지 않음에도 민석이가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찾으며 길을 안내해줘서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찜질방으로 가기 위해서는 자전거 도로를 타다가 국도를 달려야 한다. 문제는 서서히 어두워지고 있다는 것과, 국도엔 차량 통행량이 많을뿐더러 차들의 속도도 장난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곳에서 여차하면 쥐포가 되기 십상이겠더라. 하지만 국도를 6.3Km를 달려야 찜질방에 갈 수 있기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안전에..
2. 캠퍼스의 낭만처럼 떠난 여행 5월은 가족의 달이지만, 만물이 싱그러워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래서 3월엔 소생하는 만물에 동화되어 내 마음도 가눌 길 없이 산들바람따라 하염없이 흔들거리고, 4월엔 어느덧 익숙해진 따스함에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으며, 5월엔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적당한 기운에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진다. ▲ 4월엔 전주대에도 곳곳에 봄이 내렸다. 아주 늦게 온, 하지만 적절할 때 찾아온 캠퍼스 낭만 하지만 임용을 다시 시작하고 나선 맘이 바빠져서인지, 홀로 애태워서인지, 시간에 대한 압박 때문인지 어디로 떠나질 못했다. 3월에 임용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엔 2주에 한 번씩은 어디든 가야지라고 맘먹었는데, 정작 그게 한 번의 여행으로 끝나버렸다. 그렇게 몸이 근질근질하던 차였는데 5월 ..
76. 안녕! 카자흐스탄 오전에는 이견호 원장님과의 면담이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도움을 주셨다. 미흡한 부분들이 있었지만, 어쨌든 잘 끝날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도와주셨기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 교육원은 우리의 홈그라운드였다. 그리고 이견호 원장님이 세심하게 챙겨주셔서 활동하기 편했다. 그 나라에 가선 그 나라의 시선으로 그 나라를 보라 원장님은 단재 친구들의 뽀로통한 자세에 대해 말씀하셨다. 다른 나라에 왔으면 그 나라의 문화나 상황을 이해하려 해야지, 한국적인 시선으로 깎아내리거나 조롱거리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말에 백번 동의했고 ‘카자흐스탄에 도착한 첫 날에 원장님의 「카자흐스탄 문화와 우리의 자세(가제)」라는 주제로 강의를 들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너무도..
1. 갑작스럽게 떠난 가평여행, 그리고 우리네 사는 이야기 1학기가 끝나간다. 원래 단재학교는 한 학기에 한 번씩만 전체여행이 계획되어 있다. 학기가 시작할 때 전체여행을 가서 파이팅을 다지고 한 학기를 잘 준비해보자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갑작스런 여행의 이유 그런데 여행에 있어서 열려 있는 학교 분위기이다 보니, 학기를 계획할 때는 없던 여행을 간혹 가게 될 때도 있다. 무언가 여행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아이들의 열화와 같은 전체여행에 대한 바람이 있을 때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2013년에 떠났던 망상캠핑장으로의 여행이 그런 류의 여행이었고, 이번에 떠난 가평여행도 마찬가지다. 이런 여행의 목적은 한 학기를 마무리 지음과 동시에 한 학기를 보내느라 수고한 자기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