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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새롭고도 예롭게 - 5. 새 것을 만들되 법도에 맞게 한 예 본문

책/한문(漢文)

새롭고도 예롭게 - 5. 새 것을 만들되 법도에 맞게 한 예

건방진방랑자 2020. 4. 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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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새 것을 만들되 법도에 맞게 한 예

 

 

물을 등지고 진을 치라는 것은 병법에 보이지 않으므로 여러 장수들이 따르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자 회음후 한신은 말하기를, “이것이 병법에 있는데 생각건대 그대들이 살피지 않은 것일 뿐이다. 병법에 죽을 땅에 놓인 뒤에 산다고 하지 않았던가?[각주:1] 그런 까닭에 배우지 않음을 잘 배우는 것으로 여긴 것은 노남자魯男子의 홀로 지냄이고[각주:2], 부뚜막 숫자를 늘이는 것을 부뚜막 숫자를 줄이는 것에서 본떠온 것은 우승경虞升卿의 변화를 앎이다[각주:3].

背水置陣, 不見於法, 諸將之不服, 固也. 乃淮陰侯則曰: “此在兵法, 顧諸君不察. 兵法不曰: ‘置之死地而後生?” 故不學以爲善學, 魯男子之獨居也; 增竈述於減竈, 虞升卿之知變也.

 

한신이 오합지졸들을 이끌고서 강한 조나라를 치러 갔을 때, 조나라에서는 코웃음을 쳤다. 새벽녘에 조나라 성을 마주보는 강가에 도착했을 때, 부하들은 당연히 그가 병법에 나온 대로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진을 치고 상대를 기다릴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그는 난데없이 그 새벽에 미싯가루를 조금씩 나눠 주어 요기하게 하고는 강을 건너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하는 말이 오늘 점심은 조나라 성에 들어가서 먹자고 했다. 부하들 뿐 아니라 다른 장수들도 기가 막혔다. ‘배수진이라니 말이 되는가? 어떤 병법서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정말 거짓말같이 그들은 그날 점심을 조나라 성에 들어가서 먹을 수 있었다. 이기고 나서도 자기들이 어떻게 이겼는지 몰라 의아해하는 부하들 앞에 한신은 이렇게 말한다. “배수진이 병법에 없는 것 같지만 다 있네. 자네들이 잘 살피지 못해서 그럴 뿐이지. 병법에 보면 이런 말이 있지. ‘죽을 땅에 놓인 뒤에 살고, 망할 땅에 둔 뒤에 남는다는 말 말일세. 죽을 땅에 군사를 두면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판이니 죽기 살기로 싸우게 되지. 지금 우리 군대는 제식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은 오합지졸들이니, 이들을 살 땅에 두게 되면 금세 꽁무니를 빼고 말 것이야. 배수진이란 말하자면 그들로 하여금 죽을 힘을 내서 싸우게 만들 죽을 땅이란 말일세. 나의 전법은 바로 이 병법을 쓴 것이란 말이지.” 이것은 바로 창신이능전의 좋은 예가 된다. 전혀 새로운 것 같지만 근거가 있다. 근거가 없고 보면 새로움은 빛을 잃고 만다.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18A11

고문이란 무엇인가?

연암체와 연암에 대한 숱한 오해

1. 본받는다는 건 흉내내기가 아니다

2. 새 것을 만든다는 건 기이한 걸 만드는 게 아니다

3. 본받되 변화할 줄 알고, 새 것을 만들되 법도에 맞게 하라

4. 옛 것을 본받되 변할 줄 아는 예

5. 새 것을 만들되 법도에 맞게 한 예

6. 法古而知變刱新而能典의 또 다른 예

7. 해답은 법고와 창신의 조화로운 결합에 있다

8. 연암은 고문가일까?

8-1. 총평

 

 

 

 

 

  1. 『사기』「회음후열전」에 나온다. 한신이 조나라를 칠 적에,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음을 알아, 병법과는 반대로 물을 등져 진을 쳐서 도리어 조나라를 물리친 고사. 이기고 난 후 여러 장수들이 한신에게 묻자, 한신은 병법에는 산을 등지고 물을 앞에 두고 진 치라고 되어 있지만, 지금의 군대는 훈련을 받지 않은 오합지졸들이어서 살 땅에 두면 모두 도망갈 것이므로 죽을 땅에 놓아 그들로 하여금 죽기살기로 싸우게 했던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러고 보면 한신은 글을 한 줄도 짓지 않았으되, 정말 글을 잘 지었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본문으로]
  2. 『시경』「소아小雅」「항백巷伯」의 모전毛傳에 나오는 이야기로, 노魯 땅에 혼자 사는 남자가 있었는데, 이웃에 과부가 혼자 살다 밤중에 비에 집이 무너지자 남자를 찾아와 하루밤 재워 줄 것을 청하였다. 남자가 문을 굳게 닫고 그녀를 들이지 않으매 그녀가 왜 유하혜柳下惠처럼 하지 못하느냐고 나무라자, 남자가 말하기를, “유하혜라면 진실로 괜찮겠지만,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다. 나는 장차 나의 할 수 없음을 가지고 유하혜의 할 수 있음을 배우고자 한다”고 대답하였다. 유하혜는 학문이 높은 군자이기에 여자를 받아들여도 사람들이 그것을 난행亂行이라 하지 않았지만, 자신은 그렇지 못하므로 유하혜와는 반대로 함으로써 오히려 그 바른 도를 지켜 나가겠다는 뜻이다. 방법은 반대였지만 결과는 한 가지임을 말한 것이다. [본문으로]
  3. 전국시대 제나라의 손빈孫臏이 위나라의 방연龐涓과 싸울 때 밥짓는 부뚜막의 수를 첫날 10만개로 하고, 다음날은 5만개, 그 다음날은 2만개로 줄였다. 이에 제나라 군사가 위나라 국경에 들어선지 사흘만에 대부분 달아났다고 생각한 방연은 보병을 버리고 기병만으로 추격하다가 손빈의 복병에 걸려 죽었다. 후한 때 우후虞詡가 오랑캐와 싸울 때 적군의 수가 많아 대적할 수 없게 되자 후퇴하면서, 손빈의 전략과는 반대로 부뚜막의 수효를 날마다 늘여 후방에서 구원병이 계속 도착하는 것처럼 보이게 해서 오랑캐의 추격을 물리쳤다. 부뚜막의 숫자를 조작해서 적을 현혹시킨 것은 같지만, 그 구체적인 방법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썼던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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