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새 것을 만든다는 건 기이한 걸 만드는 게 아니다
그래서 연암은 첫 단락의 결론을 ‘법고는 해서는 안 된다’로 못 박는다. 옛 것을 본받지 말아라.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까? 옛것을 따르면 안 된다고 했으니, 새것을 추구하면 되겠구나. 그러나 연암은 여기에 대해서도 고개를 내젓는다. 옛것을 따르지 않을진대 갈 길은 지금 여기의 새것 밖에는 없으리라. 그렇지만 이 오래된 하늘과 땅 아래에 전에 없던 새것이 어디 있단 말인가? 새것을 추구하라고 하면 문학하는 자들은 듣도 보도 못한 괴상하고 황당하고 난해한 것들을 우루루 들고 나와서 이것은 본적이 없지? 이것은 새것이지? 그러니 훌륭하지? 하며, 아닌 대낮에 저도 모를 소리들을 해댄다. 이것이 인기가 있으면 이리로 몰려가고, 저것이 조금 새롭다 싶으면 저리로 몰려간다. 그들의 지상목표는 ‘새로울 수만 있다면’이다. 새로울 수만 있다면 어떤 사회적 금기와도 과감히 싸울 수 있는 각오가 서 있고, 새로울 수만 있다면 어떤 문학적 관습과도 결별할 결심이 서 있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예전 진나라의 상앙商鞅이 석자 나무로 백성들을 현혹시켜 가혹한 변법變法을 기정사실화 한 것과 같다. 그 법이 옳을진대 정정당당하게 공포함이 마땅하지 편법은 안 된다. 전에 없던 새로운 방법으로 변법의 시행에는 성공했지만, 그것은 결국 상앙 자신의 죽음을 불렀을 뿐이다. 이연년이 제아무리 노래를 잘 부른다고 해도 그 목소리로 종묘제악의 의례를 대신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새롭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새로워야만 좋은 것은 아니다. 검증되지 않은 새것만을 추구하는 것은 오히려 옛것을 묵수하는 것보다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 전문
▲ 상앙은 진나라를 법치국가로 만들기 위해 나무를 옮기는 자에게 상을 준다는 법을 만들고 실행하게 했다.
인용
2. 새 것을 만든다는 건 기이한 걸 만드는 게 아니다
3. 본받되 변화할 줄 알고, 새 것을 만들되 법도에 맞게 하라
8. 연암은 고문가일까?
8-1. 총평
- 삼장지목三丈之木은 상앙商鞅이 진나라에서 변법變法을 시행하기에 앞서, 석자의 나무를 성 남문에 세우고 북문에 옮겨 세우는 자에게 상금을 주겠다고하여 옮기는 자가 있자 50금의 상금을 내리고, 이에 변법을 포고하여 백성들을 따르게 한 일을 말한다. 관석關石은 주나라 때의 도량형이니 정해진 기준에 따라 세금을 거둠을 말한다. 석자의 나무를 세우는 기이한 방법으로 백성들의 반발을 제압하고 변법을 시행하는데 성공하기는 했으나, 관석의 기준에 따라 정상적인 방법으로 백성을 이끎만은 못하다는 뜻이다. 상앙은 결국 그 자신이 만든 변법에 걸려 죽었다. [본문으로]
- 이연년은 한나라 때 광대로 노래를 잘 불러 황제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다. 그가 노래를 잘 부른다고 해서 종묘제악을 거행하는 자리에서 그로 하여금 노래를 부르게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는 물음이다. 새롭고 신기한 것도 좋지만 모든 것은 제각금 어울리는 곳이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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