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장 3. 유교의 합리주의
‘화복장지 선필선지지 불선필선지지(禍福將至 善必先知之 不善必先知之)’
여기서 선(善)이 악(惡)이 아니라 불선(不善)과 짝을 이루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선(善)의 반대말은 악(惡)이 아니라 불선(不善)이다!
동양에는 선(善)ㆍ악(惡)의 이원론이 없다! 악(惡)은 악(惡)이 아니라 불선(不善), 선(善)에 미달한 것입니다. 천사와 악마가 따로 있는 게 아니며, 모든 악(惡)은 불선(不善)일뿐이예요. 선(善)이라는 것은 좋은 것이고 불선(不善)은 좋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선(善)과 악(惡), 즉 선(善)과 불선(不善)이라는 게 어려운 말이 아닙니다. 선(善)은 ‘좋을 선’자로 번역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좋은 것도 미리 알 수 있는 것이고, 좋지 않은 것도 미리 알 수가 있는 것이다.”
‘고지성 여신(故至誠 如神)’
주자 주(註)에 ‘신위귀신(神謂鬼神)’이라고 했습니다. 『논어(論語)』 「헌문(憲問)」을 보면, ‘남이 나에게 사기를 친다고 의심해서 미리 억측하지 않는다. 미리 억측하고 못미더워하지 말라[子曰 不逆詐 不億不信 抑亦先覺者 是賢乎!]’라고 했는데, ‘역(逆)’이라는 것은 거꾸로 간다, 미리 안다는 것으로서 ‘전지(前知)’와 마찬가지이고, ‘사(詐)’라는 것은 사기 치는 거죠.
공자의 합리주의라는 것은 뭐냐? 사람이 점을 치는 것은 불안감 때문인데, 공자에 의하면, 사람이 살아가면서 누가 나한테 해를 입히지나 않을까, 나에게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은 아닌가 하는 작은 데에 혹해가지고 점을 치는 등의 짓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게 공자의 합리주이예요. “이런 구질구질한 짓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참으로 현명한 사람은 자연히 미리 느낄 수 있다, 그게 현자다!” 점을 치고 이 세상 작은 일을 먼저 알려고 하고 그런 잔꾀를 부리지 말라 이거야! 도(道)를 닦어 두면 그러한 일들이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을 자연히 스스로 먼저 깨달을 수 있게 된다, 그것이야말로 현명한 게 아니겠는가 하는 이야기죠.
그러니까 유교에는 점괘에 대해서 반대하는 합리주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지성여신(至誠如神)’이라고 하는 것도 『논어(論語)』 「헌문(憲問)」의 정신과 비교해 볼 적에 자질구레한 짓거리들을 먼저 알려고 하는 점치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지성지도(至誠之道)’를 가지고 있으면 자연히 스스로 먼저 깨닫게 되어 있다는 것이 여기서 말하는 신(神)입니다. ‘지성(至誠)’이라고 하는 것은 이런 차원, 어떤 신(神)적인 경지에 이른 것을 말해요. 디바인(Divine)한 경지에 가면 자연히 미리 알게 되어 있는데, 그걸 점쟁이한테 가서 묻고 앉았다는 것은 유치한 일이죠. 점쟁이한테 “내 운명이 어떻겠습니까? 몇 월 며칠에 무슨 일이 일어나겠습니까?”라고 묻고 다닌다는 건 참으로 한심한 노릇입니다.
노스트라다무스가 뭐 몇 월 며칠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난다 어쩐다, 개자식! 그런 사기꾼들 때문에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책을 찍어대는 출판사들이 먹고 사는 거라고. 이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어떠한 역사의 법칙에 따라서, 대세에 따라서 망하는 것이지 어떻게 몇 월 며칠 망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또 그건 알아서 뭣하냐?! 인간이 그렇게 어리석어요! 자연적인 대세에 의해서 조짐이 일어나든 뭐하든 미리 다 알 수 있는 건데, 날짜를 정해 놓고 망한다 어쩐다니 그 날짜에 이 세상이 폭삭 망하기를 기다릴 거냐 뭐냐?
오히려, 우리는 유교의 합리주의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하는 신성한 경지라는 것은 지극한 성(誠)에 도달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가능한 것입니다. 이걸 못 깨닫고 점쟁이가 뭐 어쩌고 저쨌다느니, 노스트라다무스가 이러고 저러고 했다느니… 참 유치하다 그 말이지! 중용(中庸)의 저자는 그 당시에 이미 이런 유치한 짓거리들을 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지성여신(至誠如神)’이라는 말을 평생토록 가슴에 명백히 새겨 두세요!
약을 쓸데도 뭐? 무슨 운기(運氣)가 어쩌고, 이런 지랄 개자식들! 무슨 놈에 운기(運氣)를 모르면 한의학을 모르는 것처럼 을러대니, 순 엉터리 같으니라고! 『운기칠편(運氣七篇)』이라고 하는 것은 당(唐) 이후에 성립한 위서(僞書)인데, 그걸 모르고 운기(運氣)가 마치 한의학에 대단한 법칙인 양 잘못 알아서 운기(運氣) 운운해 가며 사람의 생·년·월·일만 알면 약을 어떻게 써야 할 지 다 나온다 뭐 어쩐다 하는데 그게 다 잘못된 거예요. 운기(運氣) 가지고 사람을 다 고치고, 지지고 볶고, 웃기는 일이지. 그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문명 안에서 인간의 자유의사로 펼쳐나가는 행위라는 게 얼마나 다양한데, 병이라는 것은 인간의 그런 행위와 관련되어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상황적으로 나타나는 겁니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운기 운운하며 획일적으로 고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런 미신에 사로 잡혀 있는 한의사들이 많아요. 그런 사기를 쳐가면서 먹고 사는 놈들이 무슨 한의사라고, 참으로 대단한 사기입니다. 우리 주석원군이 한의학에는 아주 문제가 많다고 했는데 잘 본 거예요. 요즘 한의학이 크게 잘못 가고 있습니다. 하여튼 이 24장도 굉장히 중요한 장이라는 것을 여러분들이 아시도록!
주자 주에 24장도 ‘언천도야(言天道也)’라고 했고. 25장은 ‘언인도야(言人道也)’라고 했죠. 계속 이런 프레임웍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26장은 천도(天道)이고, 27장은 인도(人道)이고. 주자는 계속해서 ‘自誠明 謂之性 自明誠 謂之敎’ 이거를 풀어나가는 걸로 보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편명을 ‘천도(天道)’, ‘인도(人道)’로 나눈 거예요. 주자에게는 중용(中庸)을 해석하는 상당히 치밀한 구조가 있습니다.
21장 핵심 내용 |
천도 (天道) |
22장 | 24장 | 26장 | 30장 | 31장 | 32장 | 33장 전편 요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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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人道) |
23장 | 25장 | 27장 | 28장 | 29장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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