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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 29. 시화, ‘행복한 시읽기’ - 1. 한시 비평과 시화 본문

책/한시(漢詩)

한시미학, 29. 시화, ‘행복한 시읽기’ - 1. 한시 비평과 시화

건방진방랑자 2021. 12. 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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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 시화(詩話), ‘행복한 시읽기

 

 

1. 한시 비평과 시화(詩話)

 

 

어느 시대고 많은 작품이 생산되면 으례 이의 옥석을 구분하려는 비평의 욕구가 뒤따르게 마련이다. 범람하는 작가와 작품의 홍수 속에서 악화와 양화를 구별해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문학이 펼쳐질 수 있게 하기 위해 비평 활동이 전개된다. 그런데 이 악화니 양화니 하는 개념이나 문학의 바람직한 전개 방향이란 것이 고정불변일 수 없다는 데서 시대마다, 또 평자마다 개성이 드러나고 견해가 갈리게 된다.

 

오늘날 시단에 비평이 존재하듯, 과거에도 한시를 중심으로 한 비평활동은 꾸준히 펼쳐져 왔다. 과거의 비평활동은 크게 선집류(選集類)의 간행을 통한 방법과, 시화(詩話)의 저술을 통한 방법이 있었다. 전자가 규모가 크고 간접적이라면, 후자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이다. 이 두 가지는 모두 문학사의 움직임이 활발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저술되고 있다.

 

시화란 문자 그대로 시와 관계된 이야기이다. 명칭이 모호하듯, 그 다루고 있는 범위 또한 총체적이고 광범위하다. 우리나라에서 시화가 처음 나타나는 것은 고려 중기 이후이다. 파한집(破閑集)보한집(補閑集)백운소설(白雲小說)역옹패설(櫟翁稗說)등의 표제가 말하고 있듯, 형성기 시화는 시에 대한 전문적이고 비평적 안목의 제시이기보다는 한가한 여가에 시와 관계된 읽을 만한 이야기 거리를 모아 기록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조선 시대로 접어들면서 점차 전문적 양상을 띄게 되어, 작품에 대한 구체적 품평이나 한 작가의 작품 세계에 대한 총체적 이해, 또는 시작(詩作)에 대한 이론적 견해 표명 등으로 심화되는 양상을 보여주게 되었다.

 

이에 따라 조선 중기 이후에는 역대의 시화를 한데 묶어 총서로 간행하는 시도가 생길 정도로 성황을 보게 되었다. 숙종(肅宗) 홍만종(洪萬宗)이 펴낸 시화총림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홍만종(洪萬鍾)시화총림(詩話叢林)에서 역대의 저술 중 시화만을 따로 추려 모두 24900칙에 가까운 방대한 내용을 집대성하였다. 이는 동인시화(東人詩話)와 같은 독립된 저술은 모두 제외한 것이었다. 이밖에도 이와 유사한 유편서(類編書)들이 구한말까지 계속 간행되어, 현재 수십 백종에 달하는 시화가 전해지고 있다.

 

시화는 말하자면 행복한 시읽기의 소산이다. 짧은 지면의 제약으로 우선 오늘날 음미해 봄직한 두어 가지 화제만을 가지고 그 일반(一斑)을 맛보기로 한다. 비록 그렇다 해도 온 솥의 국 맛은 한 숟갈만 맛보아도 알 수 있는 법이다.

 

 

 

 

인용

목차

1. 한시 비평과 시화(詩話)

2. 시마(詩魔)의 죄상

3. 시를 쓰면 궁해진다

4. 말이 씨가 되어

5. 말하지 않고 말하기

6. 남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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