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소화시평 (30)
건빵이랑 놀자
여양역에서여양역(閭陽驛) 최경창(崔慶昌) 馬上時將換 西歸道路賖마상시장환 서귀도로사人烟隔河少 風雪近關多인연격하소 풍설근관다故國書難達 他鄕鬢易華고국서난달 타향빈이화天涯意寥落 獨立數棲鴉 천애의요락 독립수서아 『孤竹遺稿』 해석馬上時將換 西歸道路賖말 위에서 시절은 장차 바뀌려하고, 서쪽으로 돌아갈 길 아득하네.人烟隔河少 風雪近關多밥 짓는 연기는 강 건너에 드문드문, 바람과 눈은 관문에 가까워지니 세차구나.故國書難達 他鄕鬢易華고향의 편지는 전달하기 어렵고, 타향에서 귀밑머리는 쉽게 쇠는 구나. 天涯意寥落 獨立數棲鴉낯선 곳【천애(天涯): 1. 하늘 끝에 홀로 서 있다는 뜻으로 이 세상에 살아 있는 핏줄이나 부모가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2. 하늘의 끝이 닿는 땅의 한 귀퉁이라는 뜻으로, 아득하게 멀리 떨어..
기탄에서기탄(歧灘) & 배로 다니며주행(舟行) 신최(申最) 歧灘石如戟 舟子呼相謂기탄석여극 주자호상위出石猶可避 暗石眞堪畏출석유가피 암석진감외 『春沼子集』 卷之二 해석歧灘石如戟 舟子呼相謂기탄의 바위는 창 같아 뱃사람들이 서로 부르며 말하네. 出石猶可避 暗石眞堪畏“튀어나온 바위는 오히려 피할 수 있지만 숨은 바위야말로 참으로 무섭죠.” 歧灘石如戟 舟子呼相謂“기탄의 바위는 창 같네.”라고 뱃사람들이 서로 부르며 말하네. 出石猶可避 暗石眞堪畏튀어나온 바위는 오히려 피할 수 있지만 숨은 바위는 참으로 무섭구나. 『春沼子集』 卷之二 인용소화시평 권하3감상하기
1. 형술쌤이 초대한 한시의 세계에서 한바탕 춤을 추다 긴 시간 돌고 돌아 다시 한문 임용을 준비하면서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는 걸 느끼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단재학교에서 교사로서의 경험과 무수한 얘기들을 썼던 글쓰기가 한문공부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교사 경험이나 글쓰기 경험은 학문을 하는 진정성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건 사태를 제대로 보려는 진지한 마음이 있는 것이고, 그걸 그 누구의 말이 아닌 나의 말과 나만의 이해방식으로 흡수하는 것이니 말이다. ▲ 웰 컴 투 더 월드 오브 한시 ~ 그 매력에 빠져보실까요^^ 한문과 마주 보고, 한문과 한바탕 어우러지다 예전엔 무언가를 고민하기도 전에, 뭘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모든 게 나에게 닥쳐 있었다...
소화시평 책거리 목차 1. 소화시평과 함께 울고 웃던 1년 4개월여러 상황으로 진도가 수이 나가지 않다순간 순간이 알알이 박히다 2. 소화시평 정리를 끝마치다소화시평 스터디와 블로그정리 방향의 변화와 후기가 빠진 이유충실하게 보냈던 시간이여 인용 19년 글 임용 Life 상권 목차 하권 목차
2. 소화시평 정리를 끝마치다 예전에 5년 간 임용을 준비했지만 처절하게 실패했다. 한 번도 1차에 합격하지도 못한 채 꿈을 접었기 때문이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해온 게 한문공부인지라 계속 도전을 했지만 그럴수록 절망감만 커져갔고 한문은 어렵고 지리한 학문으로만 느껴졌다. 그러나 삶은 아이러니하게도 교사라는 꿈을 포기한 순간 대안학교 교사가 되며 교사라는 꿈을 이루어주더라. 단재학교에서 6년 간을 근무했으니 6년 동안은 그렇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한문은 전혀 보지 않게 됐다. 하지만 작년부터 다시 임용을 준비하기로 맘을 먹었고 그에 따라 다시 자연스럽게 한문을 공부하게 됐는데 6년 동안이나 놓았던 한문이 제대로 보일 리도 만무했고 자리에 앉아 공부한다는 게 그렇게 버거울 수가 없었다. ▲ ..
1. 소화시평과 함께 울고 웃던 1년 4개월 예전에 6박 7일 동안 대구 달성에서 출발하여 낙동강을 따라 서울로 돌아오는 자전거 여행을 했었다. 그 여행을 시작하며 기록을 남겼었다. 처음에 ‘삶이란 하나의 도화지에 자신의 색채로 그림을 그려가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순간순간 그린 그림들이 모이고 쌓여 그게 삶을 만들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계속 얘기했듯이 그런 순간순간의 그림들이 대단할 이유도, 뭔가 엄청난 의미를 지닐 필요도, 남들 보기에 그럴 듯해 보여야 할 이유도 없다. 그저 작은 일일지라도 그 순간을 수놓으며 반복적으로 해나갈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자전거 여행을 떠나면서 난 그 여행을 ‘도화지에 한 획을 그리는 일’이라 생각했다. 누구나 알다시피 한 획을 긋는 것만으론 그림이 완성되지..
63. 점필재와 간이에 견주어도 될 시재를 지닌 장유의 시 張谿谷維, 文章圓暢馴熟, 爲一大家. 金淸陰序其集曰: “宣陵之世, 畢齋獨步, 穆廟之時, 簡易高蹈.” 蓋言谿谷文章, 可幷二公而爲三傑也. 其「贈畸庵」詩曰: “叢篁抽筍當階直, 乳燕將雛掠戶斜. 自笑蓬蒿張仲蔚, 平生不識五侯家.” 此可以見一斑而知虎豹之文. 해석 張谿谷維, 文章圓暢馴熟, 계곡 장유는 문장이 원만하고 트여 있으며 순하고 원숙하여 爲一大家. 한 명의 대가가 되었다. 金淸陰序其集曰: 청음 김상헌이 계곡의 문집에 서문을 쓰며 말했다. “宣陵之世, 畢齋獨步, “선릉의 시기엔 점필재가 독보적이었고 穆廟之時, 簡易高蹈.” 목릉(선조)의 시기엔 간이가 우뚝했다【고도(高蹈): 툭 일어섬, 특출남[崛起, 特出]】. 蓋言谿谷文章, 可幷二公而爲三傑也. 아마도 계곡의..
62. 밑바탕이 있는 시인이 되어야 하는 이유(feat. 조찬한) 大凡詩與文, 貴有淵源. 其所謂奇崛者, 淡雅者, 雖其才之不同, 而惟源深者, 欲奇而奇, 欲淡而淡. 趙玄洲纘韓, 平生爲詩, 奇怪險崛. 其詠玩瀑臺詩曰: “深藏睡虎風烟晦, 倒掛生龍霹靂噴.” 有捕龍蛇搏虎豹之勢, 至如「贈槐山守吳肅羽」詩, 則曰: “新燕不來春寂寂, 故人將去雨紛紛.” 殆平易淡雅, 絶無險截之態, 非其源之深博者, 能若是乎. 해석 大凡詩與文, 貴有淵源. 대체로 시와 문장은 연원이 있음을 귀하게 여긴다. 其所謂奇崛者, 淡雅者, 말했던 기이하고 우뚝한 것과 담백하고 우아한 것은 雖其才之不同, 비록 재주가 같지 않지만, 而惟源深者, 오직 연원이 깊은 사람이라면 欲奇而奇, 欲淡而淡. 기굴하려 하면 기굴해지고 담아하려면 담아해진다. 趙玄洲纘韓, 平生爲詩..
54. 이안눌의 축수연 시, 석주와 동악을 평가한 동명 沈判書輯, 乞養除安邊, 壽大夫人. 東岳席上賦一律, 其頷聯曰: “卿月遠臨都護府, 壽星高拱大夫人.” 文士李進見之, 歎曰: “眞六經文章也.” 余問東溟曰: “石洲ㆍ東岳詩誰優?” 東溟曰: “石洲甚婉亮, 東岳甚淵伉, 比之禪家, 石洲頓悟, 東岳漸修, 二家門路雖不同, 優劣未易論.” 해석 沈判書輯, 乞養除安邊, 판서 신집이 봉양을 구걸해서 안변부사를 제수 받았을 때 壽大夫人. 대부인의 축수연을 열었다. 東岳席上賦一律, 其頷聯曰: “卿月遠臨都護府, 壽星高拱大夫人.” 동악이 자리에서 율시를 지었으니 함련은 다음과 같다. 卿月遠臨都護府 경월은 멀리 도호부에 임했고 壽星高捧太夫人 수성은 높이 태부인을 받들었네. 文士李進見之, 歎曰: “眞六經文章也.” 문사 이진이 이 시를 ..
52. 이안눌이 석주와 권필의 자식들을 만나 느꺼워하며 지은 시 東岳李安訥, 與體素ㆍ石洲相善, 二人俱逝. 其後兩家子弟, 共訪東岳于江都, 遂感而賦詩曰: “藝文檢閱李僉正, 司憲持平權敎官. 天下奇才止於此, 世間行路何其難. 陽春白雪爲誰唱, 流水高山不復彈. 晧首今逢兩家子, 一樽江海秋雲寒.” 詞甚遒麗. 體素初擢第, 直拜檢閱, 終于宗簿寺僉正; 石洲曾爲童蒙敎官, 今贈司憲持平, 兩君年皆止四十有四. 해석 東岳李安訥, 與體素ㆍ石洲相善, 二人俱逝. 동악 이안눌은 체소와 석주와 서로 친했지만 두 사람이 함께 죽었다. 其後兩家子弟, 共訪東岳于江都, 훗날 양가의 자제들이 함께 강도에서 동악을 방문했는데 遂感而賦詩曰: “藝文檢閱李僉正, 司憲持平權敎官. 天下奇才止於此, 世間行路何其難. 陽春白雪爲誰唱, 流水高山不復彈. 晧首今逢兩家子, ..
홍만종의 조선인재발굴단, 이항복편 『소화시평』 권하 13번은 이항복이 어렸을 때부터 시를 지을 수 있는 재능이 뛰어났기 때문에 그에 대한 평판이 자자했다는 것과 그럼에도 그 또한 노는 인간(호모 루덴스)이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옛날부터 최근까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프로그램 중에 ‘영재발굴단’이란 이름의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 프로는 말 그대로 ‘영재를 발굴한다’는 취지로 프로그램이 제작되어 많은 영재들이 배출되었다. 그런데 이 프로를 볼 때 단순히 보면 안 되는 이유가 ‘영재란 무엇인가?’라는 기준 자체에 있다. 즉, 영재라는 기준 자체는 방송이 정한 ‘기업 비밀’에 해당되며, 그건 이 사회가 생각하는 ‘영재란 이런 거야’라는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그 말을 바꿔 말하면 영..
9. 윤두수가 쓴 모순된 시 尹梧陰斗壽「贈僧」詩, ‘關外羈懷不自裁, 一春詩興賴官梅. 日長公館文書靜, 時有高僧數往來.’ 其時ㆍ數二字, 語意相反, 許筠之選入『詩刪』, 何哉? 해석 尹梧陰斗壽「贈僧」詩, ‘關外羈懷不自裁, 一春詩興賴官梅. 日長公館文書靜, 時有高僧數往來.’ 오음 윤두수의 「스님에게 주다[贈僧] / 서산 휴정의 시축에 쓰다[書西山休靜詩軸]」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關外羈懷不自裁 변방에서 나그네 회포를 스스로 다잡지 못했는데 一春詩興賴官梅 봄 내내 시 흥취는 관청의 매화에 의지했었다네. 日長公館文書靜 날은 길고 공관의 문서작업은 뜸한데 時有高僧數往來 마침 고승이 있어서 자주 왔다 갔다 한다네. 其時ㆍ數二字, 語意相反, 시(時)와 삭(數), 두 글자는 말의 뜻이 서로 반대되니, 許筠之選入『詩刪』, 何哉..
6. 왕소군을 그리며 노래하다 鵝溪有「詠昭君」二絶曰: “三千粉黛鎖金門, 咫尺無由拜至尊. 不是當年投異域, 漢宮誰識有昭君.” “世間恩愛元無定, 未必氈城是異鄕. 何似深宮伴孤月, 一生難得近君王.” 此蓋竊王荊公「明妃曲」, ‘漢恩自淺胡恩深, 人生樂在貴知心’之意. 而李詩辭意太露, 信乎. 言志, 心之聲也. 羅大經嘗評荊公此句曰: “苟心不相知, 臣可以叛其君, 妻可以棄其夫乎.” 朱子亦有評, 以爲悖理傷道云. 해석 鵝溪有「詠昭君」二絶曰: “三千粉黛鎖金門, 咫尺無由拜至尊. 不是當年投異域, 漢宮誰識有昭君.” “世間恩愛元無定, 未必氈城是異鄕. 何似深宮伴孤月, 一生難得近君王.” 아계 이산해의 「소군을 읊다[詠昭君] / 왕소군(王昭君)」이라는 절구 두 수는 다음과 같다. 三千粉黛鎖金門 삼천 궁녀들이 금문에 갇혀 咫尺無因拜至尊 지척인데도..
4. 정치 풍자를 담은 칠언절구 한시들 崔侍中承老「禁中新竹」詩曰: “錦籜初開粉節明, 低臨輦路綠陰成. 宸遊何必將天樂, 自有金風撼玉聲.” 有諷戒音樂之意. 李亨齋稷「登鐵嶺」詩曰: “崩崖絶磵愜前聞, 北塞南州道路分. 回首日邊天宇淨, 望中還恐起浮雲.” 有憂讒畏譏之意. 權愼村思復「放鴈」詩曰: “雲漢猶堪任意飛, 稻田胡自蹈危機. 從今去向冥冥外, 只要全身勿要肥.” 以譬逐利之徒. →해석보기 辛文學藏「詠木橋」詩曰: “斫斷長條跨一灘, 濺霜飛雪帶驚瀾. 須將步步臨深意, 移向功名宦路看.” 以戒干祿之徒. 崔東皐岦「十月雨」詩曰: “一年霖雨後西成, 休說玄冥太不情. 正叶朝家荒政晩, 飢時料理死時行.” 訏謨廊廟者, 可以自警. 柳於于夢寅「伊川」詩曰: “貧女鳴梭淚滿腮, 寒衣初擬爲郞裁. 明朝裂與催租吏, 一吏纔歸一吏來.” 分憂子民者, 可以爲鑑. 噫!..
3. 일상 풍자를 담은 오언절구 한시들 詩可以達事情, 通諷諭也. 若言不關於世敎, 義不存於比興, 亦徒勞而已. 崔拙翕瀣「遆職後」詩曰: “塞翁雖失馬, 莊叟詎知魚. 倚伏人如問, 當須質子虛.” 以警患得患失之輩. 鄭雪谷誧「示兒」詩曰: “乏食甘藜藿, 無衣愛葛絺. 若求溫飽樂, 不得害先隨.” 以警非分妄求之輩. 李稼亭穀「有感」詩曰: “身爲藏珠剖, 妻因徙室忘. 處心如淡泊, 遇事豈蒼黃.” 以譬人之物欲內蔽. 成獨谷石磷「送人楓岳」詩曰: “一萬二千峯, 高低自不同. 君看日輪上, 何處最先紅.” 以譬人之品性高下. →해석보기 崔猿亭壽城「江上」詩曰: “日暮滄江上, 天寒水自波. 孤舟宜早泊, 風浪夜應多.” 有急流勇退之意. 宋龜峰翼弼「南溪」詩曰: “迷花歸棹晩, 待月下灘遲. 醉睡猶垂釣, 舟移夢不移.” 有操守不變之意. 徐萬竹益「詠雲」詩曰: “漠漠復..
소화시평(小華詩評) 홍만종(洪萬鍾) 권상(卷上) 서설(序說)1. 가치2. 17세기 국학의 대표자 홍만종3. 홍만종의 시화집들 특징4. 성격5. 비평가의 세 가지 자격6. 품평 언어7. 사본의 문제점서문1. 태현경의 가치를 지닌 소화시평(김진표)2. 성당풍 시를 짓는 우해의 평론집(홍석기)3. 소화시평의 특징과 가치(김득신)4. 긴 세월에 걸쳐 책을 만들다(홍만종)5. 시평치윤서(詩評置閏序)1. 활발발한 기상의 왕건 2. 거란과 문종 3. 현종의 원대한 시 4. 백상루에 빠진 충숙왕 5. 창업의 뜻을 담은 이성계의 시 6. 귤로 신하를 깨친 문종 7. 평양군을 기린 성종 8. 태평한 기상을 담은 인종 9. 섣달 매화를 읊은 선조신흠 – 청창연담 권하 5310. 인조의 비상함이 담긴 시 11. 효종의 호기..
108. 백광훈의 맑고도 고운 한시들 白玉峯光勳, 「弘慶寺」詩曰: ‘秋草前朝寺, 殘碑學士文. 千年有流水, 落日見歸雲.’ 雅絶逼古. 「題僧軸」詩曰: ‘智異雙溪勝, 金剛萬瀑奇. 名山身未到, 每賦送僧詩.’ 淸婉可喜. 且如「三叉松月」詩曰: ‘手持一卷蘂珠篇, 讀罷空壇伴鶴眠. 驚起中宵滿身影, 冷霞飛盡月流天.’ 瑩澈無滓. 해석 白玉峯光勳, 「弘慶寺」詩曰: ‘秋草前朝寺, 殘碑學士文. 千年有流水, 落日見歸雲.’ 옥봉 백광훈의 「홍경사(弘慶寺)」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秋草前朝寺 殘碑學士文 가을 풀, 고려 때 절 그리고 부서진 비문에 담긴 학사들의 문장 千年有流水 落日見歸雲 천년 동안 흐르는 물, 지는 해에 돌아가는 구름을 보네. 雅絶逼古. 우아하고 독특하여 예스러움에 가깝다. 「題僧軸」詩曰: ‘智異雙溪勝, 金剛萬瀑奇. ..
꽃은 비에 피고 바람에 지네 花開昨夜雨 花落今朝風 꽃은 지난 밤 비에 폈고 꽃은 오늘 아침 바람에 졌다네. 可惜一春事 往來風雨中 가련쿠나, 한철 봄 일이 바람과 비속에 오고 가니. 花開因雨落因風 꽃은 비 때문에 피었다가 바람 때문에 지니, 春去秋來在此中 봄은 가고 봄이 오는 것이 이 가운데에 있구나. 昨夜有風兼有雨 지난밤 바람이 불고 또한 비까지 와 梨花滿發杏花空 복숭아꽃은 만발했고 살구꽃은 졌다네. 『소화시평』 권상 101번에 소개된 송한필의 시(위의 시)나 권벽의 시(아래의 시)는 모두 같은 운치를 담고 있다. 비에 봄꽃이 만개했다가 하룻밤 사이에 바람이 불어 꽃이 져버렸으니 말이다. 봄 또한 송익필이 말한 달처럼 순식간에 상황이 변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금세 꽃이 펴서 좋아했더니 바람이 불자 져버..
101. 꽃의 피고 짐으로 담아낸 운치 雲谷宋翰弼詩: ‘花開昨夜雨, 花落今朝風. 可惜一春事, 往來風雨中.’ 權習齋詩曰: ‘花開因雨落因風, 春去秋來在此中. 昨夜有風兼有雨, 梨花滿發杏花空.’ 意則一串, 而各有風致. 해석 雲谷宋翰弼詩: ‘花開昨夜雨, 花落今朝風. 可惜一春事, 往來風雨中.’ 운곡 송한필의 「우연히 읊다[偶吟]」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花開昨夜雨 花落今朝風 꽃은 지난 밤 비에 폈고 꽃은 오늘 아침 바람에 졌다네. 可惜一春事 往來風雨中 가련쿠나, 한철 봄 일이 바람과 비속에 오고 가니. 權習齋詩曰: ‘花開因雨落因風, 春去春來在此中. 昨夜有風兼有雨, 梨花滿發杏花空.’ 습재 권벽의 「봄밤의 바람과 비[春夜風雨]」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花開因雨落因風 꽃은 비 때문에 피었다가 바람 때문에 지니, 春去秋來..
99. 우계와 석주의 도를 깨친 시 文章理學, 造其閫域, 則一體也, 世人不知, 便做看兩件物, 非也. 以唐言之, 昌黎因文悟道. 『恥齋集』云: “佔畢齋, 因文悟道.” 『石潭遺史』云: “退溪亦因文悟道.” 余觀成牛溪「贈僧」詩曰: ‘一區耕鑿水雲中, 萬事無心白髮翁. 睡起數聲山鳥語, 杖藜徐步繞花叢.’ 極有詞人體格. 權石洲「湖亭」詩曰: ‘雨後濃雲重復重, 捲簾晴曉看奇容. 須臾日出無踪跡, 始見東南兩三峯.’ 極似悟道者之語. 해석 文章理學, 造其閫域, 則一體也, 문장과 이학은 지극한 경지에 나아가면 하나의 체계다. 世人不知, 便做看兩件物, 세상은 알지 못하고 곧 두 가지의 사건이나 물건으로 간주하는데 非也. 그건 잘못된 것이다. 以唐言之, 昌黎因文悟道. 당나라로 예를 들자면 말하자면 한창려는 문장으로 도를 깨쳤다고 한다. 『..
백마강을 보며 울분에 찬 정사룡 시 『소화시평』 권상 97번은 정사룡과 고경명은 시를 통해 백제 멸망의 스산함을 간직한 백마강 일대를 둘러보며 그 감회를 담아내고 있다. 이런 식으로 시를 통해 역사를 서술해나가는 것을 영사시(詠史詩)라고 하며 그 대표작으론 이규보의 「동명왕편(東明王篇)」이 있다. 나 또한 단재학교에 신입교사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첫 겨울방학을 맞이했고 3명의 아이들과 부여여행을 떠났었다. 첫째 날엔 정림사지와 부여박물관을 돌아보며 백제의 역사를 곱씹었고 찜질방에서 하루를 묵은 후에 둘째 날엔 부소산성과 백마강 일대를 둘러보며 백제의 최후를 간접 경험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정사룡의 시나 고경명의 시에서 느껴지는 가슴 절절한 아픔은 없었다. 우리에겐 이미 너무 머나먼, 그래서 ..
64. 장난기 가득한 시 金東峯詩曰: “是是非非非是是, 非非是是是非非.” 又曰: “同異異同同異異, 異同同異異同同.” 奇服齋詩曰: “人外覓人人豈異, 世間求世世難同.” 又曰: “紅紅白白紅非白, 色色空空色豈空.” 豈兩公喜用此等句語, 頗近戱劇. 李白雲「閒居」詩曰: “莫問纍纍兼若若, 不曾是是况非非.” 始知此老始刱此體. 해석 金東峯詩曰: “是是非非非是是, 非非是是是非非.” 김동봉이 시를 썼으니 다음과 같다. 是是非非非是是 옳은 걸 옳다고 하고 그른 걸 그르다 하는 것, 이것은 옳은 게 아니고 非非是是是非非 그른 걸 그르다 하고 옳은 걸 옳다고 하는 것, 이것이 그른 걸 그르다 하는 것이네. 又曰: “同異異同同異異, 異同同異異同同.” 또한 다음과 같은 시를 썼다. 同異異同同異異 같은 것이 다르고 다른 것이 같으니, ..
세상을 피하려는 뜻을 시에 담은 이유 『소화시평』 권상41번은 역사적인 상황을 담고 있다. 공민왕은 친원파(親元派)들이 정권을 장악한 상황에서 친원파들을 축출하여 자신의 입지를 넓히고자 했다. 그래서 기용한 것이 스님의 신분이었던 신돈(辛旽)이었고 그의 활약으로 고려 말의 조정은 나름 활기를 찾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신돈의 영향력이 커지게 되면서 의구심이 싹트기 시작했고, 결국 그를 제거하기에 이른다. 마치 이런 일련의 상황이 항우와 범증의 이야기와 매우 유사하다. 그리고 「기무열사(寄無悅師)」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공민왕만이 신돈을 눈엣가시로 봤던 게 아니라, 권문세족 중에서도 신돈을 제거하려는 논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世事紛紛是與非 세상 일에 시비가 분분하여 十年塵土汚人衣..
20. 김부식의 정밀한 시와 탈세의 시 金侍中富軾「燈夕」詩曰: ‘城闕沈嚴更漏長, 燈山火樹燦交光. 綺羅縹緲春風細, 金碧鮮明曉月凉. 華盖正高天北極, 玉繩相對殿中央. 君王恭黙疎聲色, 弟子休誇百寶粧.’ 詞極典實. 「題松都甘露」寺曰: ‘俗客不到處, 登臨意思淸. 山形秋更好, 江色夜猶明. 白鳥高飛盡, 孤帆獨去輕. 自慙蝸角上, 半世覓功名.’ 亦翛然有出塵之趣. 해석 金侍中富軾「燈夕」詩曰: ‘城闕沈嚴更漏長, 燈山火樹燦交光. 綺羅縹緲春風細, 金碧鮮明曉月凉. 華盖正高天北極, 玉繩相對殿中央. 君王恭黙疎聲色, 弟子休誇百寶粧.’ 시중 김부식의 「등석(燈夕)」이란 시는 다음과 같다. 城闕沈嚴更漏長 대궐 안은 으슥하여 물시계소리 깊어가고 燈山火樹粲交光 연등 걸린 산과 나무 불빛으로 찬란하다. 綺羅縹緲春風細 비단 장막 하늘하늘 봄바람은..
3. 문학작품을 읽는 이유, 그리고 발분하는 심정 이번엔 새로운 아이들도 함께 참석했다. 현종이와 지인이가 그들이다. 작년엔 오고 가며 얼핏얼핏 봤던 아이들인데 뒷풀이에 함께 하게 되면서 좀 더 말을 해볼 수 있었다. ▲ 보름에서 이틀이 지났지만 달은 휘영청 밝았다. 홍만종의 시평을 보며 발분하는 마음이 생기다 현종이는 오늘 스터디 준비를 하면서 특히 4번 글을 보며 “만약 홍만종의 시에 대한 평가가 없다면, 제가 홍만종처럼 저런 시평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라는 말을 했다. 그 말엔 한문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고 제대로 알고 싶어하는 마음이 충분히 읽혔다. 단순히 해석이 되느냐 정도로 보려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홍만종에게 충분히 이입하여..
2. 30년을 해야 전문가가 된다 『소화시평』 상권이 끝났지만 책걸이나 뒷풀이는 없었다. 『소화시평』 전체가 끝난 건 아니니 ‘뭘 그렇게까지 하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한 고비 고비 넘어가며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 수많은 것들을 담아낼 수 있고 어떤 의미냐 하는 것은 개인별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훌쩍 지나가는 게 아쉽게 느껴지던 찰나에 생각지도 못한 뒷풀이가 마련되었다.1월 22일에도 여느 때처럼 스터디는 진행되고 있었다. 하권 3번과 4번이 원체 양이 방대하기 때문에 거기에 두 개 정도를 더 예습해서 갔는데, 이날 3번을 맡은 학생이 사정 때문에 나오지 못하는 바람에 무려 하권 15번까지 일사천리로 스터디가 진행되었다. 그건 곧 예습을 못한 3..
1. 소화시평 스터디와 한문공부 『소화시평』 스터디는 작년 4월부터 참가하게 됐다. 다시 한문교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공부할 장소로 서울과 전주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전주로 정하고 나서 3월에야 전주 정착이 완료되었다. 최고의 공부장소라 생각한 임고반엔 어렵지 않게 입성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역시나 한문 공부였던 것이다. 임고반에만 들어가면 한문공부를 하는 후배들이 있어 그들과 잘 의기투합하면 어렵지 않게 스터디가 꾸려질 거라 생각했는데, 이게 웬 걸 임고반엔 한문임용을 준비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그렇게 3월 내둥 헤매며 시간을 보내게 됐던 것이다. 그렇게 한 달 보름 정도를 보내고 난 후에 소화시평 스터디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참여하게 된 것이니, 참 운이 좋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 왼..
2. 2018년 한문공부 과정 스케치 2018년 1월에 제주도로 무작정 떠나 생각지도 못한 자전거 일주를 했다. 아마도 그렇게 홀연히 떠날 수 있었던 데엔 내심 ‘뭔가 변해야 한다’는 긴박함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6년간 다녔던 단재학교를 그만두게 되었고 ‘이젠 뭐 하고 살지?’라는 실존적인 고민까지 안게 되었다. ▲ 오랜만에 임고반 자리에 앉아 공부를 했다. 좀더 쑤시고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몰라 헤맨다. 그럴 땐 여러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게 도움이 된다. ‘나의 삶’이라 규정하고 ‘내 맘대로 할 수 있다’고 착각하더라도, 내 맘대로 되는 것보다 되지 않는 일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럴 때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체직한 후에 체직후(遆職後) & 기유 삼월 체직한 후에 짓다 기유삼월체관후작(己酉三月褫官後作) 최해(崔瀣) 塞翁雖失馬 莊叟詎知魚 변방 늙은이 비록 말을 잃었다 해도 장자인들 어찌 물고기를 알리오. 倚伏人如問 當須質子虛 화복에 대해 사람이 묻는다면 마땅히 자허에게 질정하라고 하라. 『東文選』 卷之十九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소화시평 이해와 감상
홍만종洪萬宗: 1637(인조 15)∼1688(숙종 14) 자는 우해(宇海), 호는 현묵자(玄默子)·몽헌(夢軒)·장주(長洲). 1. 문재(文才)가 있었기에 벼슬을 버리고 학문과 문장에 뜻을 두어 역사·지리·설화·가요·시 등의 저술. 2. 『해동이적(海東異蹟)』·『소화시평(小華詩評)』·『순오지(旬五志)』·『시평보유(詩評補遺)』·『동국역대총목』·『증보역대총목』·『시화총림(詩話叢林)』·『동국악보(東國樂譜)』·『명엽지해(蓂葉志諧)』·『동국지지략(東國地志略)』 순오지자서旬五志自序명엽지해蓂葉志諧소화시평小華詩評시화총림詩話叢林채련곡採蓮曲차동주관어대운次東州觀魚臺韻서회書懷(홍주세)견창송근입수중見蒼松根入水中(홍만식)월야문비파月夜聞琵琶(홍석기) 문학통사 인용 안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