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우치다 타츠루 (37)
건빵이랑 놀자
한문을 전공하고서 영화교사가 되다 목차 1. 한문전공자가 영화 교사될 수 있는 이유지나보니 더욱 의미가 깊었던 과거의 순간들영화의 영자도 모르는 사람이 영화팀을 맡다 2. 영화란 주제로 아이들과 5년간 뒹굴며 알게 된 것영화로 아이들과 만날 수 있었기에 생각의 폭이 넓어지다직업은 내가 정하는 게 아닌, 정해지는 것 3. 영화팀의 좌충우돌기: 2012~2014몰라서 만든 영화 『다름에의 강요』영화팀 처음으로 언론인이 되어보다 4. 영화팀의 좌충우돌기: 2015~2016광진IWILL과 영화팀, 영화로 만나다2017년 영화교사로 한 단계 비약하다 5. 송파마을예술창작소에서 준 새로운 도전컴프레서 가지러 왔수다컴프레서에서 영화로 6. 진규와 종연이와 함께 공모사업 신청서를 완성하다오랜만에 설렘에 몸서리치던 밤을..
7. 2017년에 쓰게 될 영화교사 이야기는?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온다’는 말이 있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어느 때나 오게 되어 있다. 그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으려면, 평상시에 충분히 준비하고 있어야만 하는 거다. 그래서 성경에는 이와 비슷한 말로 ‘항상 깨어 있어라’라는 말이 있다. 심판의 날이 언제 이르러 올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늘 깨어 기도하며 그 순간을 맞이하라는 얘기다. 과연 이번에 찾아온 기회를 나는 잡았을까? ▲ 광진IWill 미경쌤이 보내준 슬레이트. 기회가 불현듯 찾아오면 송파마을예술창작소(이하 다락多樂)에서 갑작스럽게 공모사업을 신청한다며 ‘20명 정도의 학생을 데리고 30주 가량으로 진행되는 영화 만들기 프로그램의 기획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고, 처음으로 외부학생들과..
6. 진규와 종연이와 함께 공모사업 신청서를 완성하다 그날 밤에 여러 생각을 하며 결정을 해야 했다. 우선 토요일마다 시간을 빼야 하는 문제는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면 되기에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것보다 큰 문제는 ‘새로운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과정을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부분이었다. 이런 고민은 최근엔 해본 적이 없다. ▲ 2012년에 처음으로 영화팀 교사가 되어 전주영화제를 찾아갔다. 그게 벌써 5년이나 흘렀다. 오랜만에 설렘에 몸서리치던 밤을 맞이하다 어느새 단재학교에서 5년이 넘도록 생활하면서 아이들과는 매우 친해져서, 불편하고 어색하여 힘들다는 느낌을 거의 느낄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에 그 친함에 사르르 녹아들어, 어색함이 주는 ..
5. 송파마을예술창작소에서 준 새로운 도전 2017년 2월에 단재학교 이전이 계획되어 있었다. 14년 8월에 강동구 둔촌동에서 송파구 송파동으로 이전했으니, 2년 반만에 다시 이전을 하게 되는 셈이다. 저번에 이전할 땐 학교 수리에 관련된 모든 일(방문을 유리문으로 다는 것, 이층 난간에 펜스를 설치하는 것, 대문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은 승빈맘이, 이사와 관련된 모든 일은 근호맘이 도맡아서 해줘서 편하게 이전할 수 있었다. 역시 학부모님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학교다 보니, 이런 식으로 백지장을 맞들 듯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게 정말 좋다. 그런데 영화 교사 이야기를 하면서 갑자기 학교 이전 이야기를 하는 게 왠지 생뚱맞아 보일 것이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이 이야기에 영화 교사 이야기의 ..
4. 영화팀의 좌충우돌기: 2015~2016 우린 늘 그래왔듯이 어설프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리얼버라이티인 『남한강 도보여행』도 찍고, 일상을 희화화시킨 『현세의 꿈』이란 영화도 만들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현세의 꿈' 민석이가 합심하여 뚝딱 만들어낸 현세의 자전적 이야기. 광진IWILL과 영화팀, 영화로 만나다 그러던 2015년 6월 25일에 퇴근하려던 그때 낯선 두 분이 학교를 방문했다. 중년이었으면 ‘자식에 대한 일로 상담하러 오셨는가 보다’라고 생각할 만한데, 그분들은 청년이었기에 어리둥절했다. 이런 경우 보통 승태쌤의 손님들인 경우가 많기에 승태쌤이 올 때까지 시간을 때울 요량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그분들이 바로 전찬혁, 김미경 간사다. ▲ 찬혁쌤과 미경쌤의 방문으로 우리의 콜라보는 ..
3. 영화팀의 좌충우돌기: 2012~2014 ‘한문 전공자가 영화 교사가 됐다’는 말은 어찌 보면 ‘삶이야말로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어려서부터 서당에 다니며 한문을 공부하던 때엔 ‘내가 한문을 전공하며 한문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으며, 대학에 들어와 한문을 전공하던 때엔 ‘영화를 매개로 아이들과 함께 만나야지’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우연과 휩쓸림 속에 나아가다보니 이렇게 흘러온 것일 뿐, 거기엔 ‘빅 픽쳐’도 ‘거시적 안목’도 자리할 여지가 없다. ▲ 2015년에 일주일 동안 낙동강에서 한강까지 라이딩을 하며 다큐를 찍었다. 몰라서 만든 영화 『다름에의 강요』 얼떨결에 단재학교에서 영화팀 교사로 일하게 됐고, 그렇게 영화의 영자도 모르..
2. 영화란 주제로 아이들과 5년간 뒹굴며 알게 된 것 이미 사회는 급변하고 있고 지식의 가치도 나날이 달라지며 무수한 정보들이 쏟아진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현실 속에 교사 또한 예전에 공부했던 방식 그대로 정해진 지식만을 가르친다거나, 자신이 걸어온 길만을 최고의 길로 소개하며 그 길로 가라고 몰아넣거나 해선 안 된다 ▲ [덕혜옹주]를 아이들과 함께 보고 있다. 영화로 아이들과 만날 수 있었기에 생각의 폭이 넓어지다 이럴 때 교사에게 ‘학교에서 배운 내용, 그것들을 모두 지우고 상황 자체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다시 재구성하라’는 전혀 새로운 방식이 요구된다. 그건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모두 지우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것만을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그 마음을 버리라는 이야기다. 절대적이지 않다면 현장에..
1. 한문전공자가 영화 교사될 수 있는 이유 단재학교에서 근무하게 된 지도 어느덧 5년이 흘렀다. 처음에 근무할 때만 해도 ‘드디어 그토록 원하던 교사로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설렘과 함께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동시에 들었다. ▲ 2015년에 광진과 협업을 하며 남양주종합촬영소에 가서 영화촬영 체험을 하고 나서. 지나보니 더욱 의미가 깊었던 과거의 순간들 어떤 일을 시작할 땐 꼭 그와 같은 기대와 걱정이 한 묶음으로 들게 마련인 것 같다. ‘기대’에 방점을 찍으며 나에게 임박해오는 삶에 최선을 다해서 살면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고, ‘걱정’에 방점을 찍으며 나에게 닥쳐오는 삶을 버거워할 경우엔 ‘삶이 한 순간도 편할 수가 없구나’라는 말로 저주하게 될 ..
목차 1. 작은 전시회를 기록하려는 이유기억으로 남긴 시간기록으로 낚아 챈 시간 2. 1학기 동안의 학습결과를 나누는 자리 작은 전시회작은 전시회는 뭐예요?전시회를 준비하는 손길들, 말길들 3. 준비과정을 통해 교육의 가능성을 보다교육의 핵심은 ‘어떻게 성숙한 인간으로 만드는가?’ 하는 것잘 알지도 못하면서어른의 시선이 문제일 수 있다 4. 모범생이 되지 말라문제없는 내 아이가 문제다어른의 시선이 아닌, 그 사람의 시선으로 5. 작은 전시회, 큰 기쁨작은 전시회, 큰 기쁨의 전시회옆방 아카펠라아카펠라 공연, 한 학기의 성장을 그대로 보여준 특급 공연 인용목차 / 지도사진
5. 작은 전시회, 큰 기쁨 연습이 끝나고 이제 곧 학부모님들이 오실 시간이 되었다. 부엌은 분주하다. 학부모님들에게 대접할 간식을 만들고 차를 대접하기 위해 물을 끓인다. 아이들의 역할은 세 파트로 나누었다.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는 파트, 학교 앞에서 학부모님에게 인사를 건네고 안내를 하는 파트, 학교로 들어온 부모님에게 전시회를 볼 수 있도록 안내해 드리고, 서빙을 담당하는 파트로 말이다. ▲ 각 역할에 맞게 배치되어 임무에 충실하고 있다. 작은 전시회, 큰 기쁨의 전시회 한 분씩 학부모님이 오실 때마다 아이들도 바빠지기 시작했고, 덩달아 학교에는 활기가 넘쳐났다. 학습발표회는 공연을 보는 것이기에 정숙한 분위기라고 한다면, 작은 전시회는 축제 분위기라고나 할까. 모두 기뻐하는 표정이 보기 좋았고 아..
4. 모범생이 되지 말라 ‘어른을 흉내내려 애쓴다’는 말이 쉽게 와 닿지 않는다면, 아래에 인용한 글을 읽어보며 생각을 정리하도록 하자. 1. “내 아이는 문제가 없어요.” 2. “내 아이는 착해요.” 3. “내 아이는 공부를 잘해요.” 나는 문제가 있는 아이들보다 이런 아이들이 나중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고 본다. 1. 문제가 없었기로 앞으로 문제가 생기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자살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남에게 별 문제를 안 일으킨다. 다만 자신에게 단 한 번 문제를 일으키는 것일 뿐이다. 2. 착하기로 끝없이 불만이 쌓인다. 하고 싶은 말을 참고, 하고 싶은 행동을 참고, 자신의 욕망을 끝없이 유예하는 아이, 그 아이의 내면은 갈가리 찢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3. 판검사들이 공..
3. 준비과정을 통해 교육의 가능성을 보다 작은 발표회를 준비하며 어떻게 음식을 마련할 것인지, 그리고 그때 부모들에게 모금을 할 것인지를 정하는 이런 식의 일련의 과정을 보고 있으니, 아이들이 부쩍 자랐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무언가를 하고자 의견을 내놓기도 하고, 그걸 진행해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면 그걸 뿌리치거나 무시하기보다 귀담아 듣고 어떻게든 절충안을 만들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 1학기 마무리 여행에서 아이들은 밤새도록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게임도 하며 놀았다. 소통의 장이 무언지 보여준 그 때. 교육의 핵심은 ‘어떻게 성숙한 인간으로 만드는가?’ 하는 것 단재 교육과정의 핵심은 아이들을 성숙한 존재로 키우는 것이다. 그런 성숙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소통 능력이 있어야 한..
2. 1학기 동안의 학습결과를 나누는 자리 작은 전시회 단재학교에선 1년에 한 번씩 학습발표회를 한다. 늘 그랬던 것은 아니고 1학기에 한 번씩 1년에 총 2번을 할 때도 있었다. 일반학교에서의 학습 결과물은 시험이란 형식으로 보여줄 수 있지만, 단재학교는 시험을 보지 않기 때문에 학습 결과물을 보여줄 수가 없다. 물론 ‘배움 이후에 가시적인 결과물이 꼭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상당히 유의미한 의문이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하겠다. ▲ 2012년 1학기 학습발표회 때의 초대장. 작은 전시회는 뭐예요? 학습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우리가 택한 방식은 ‘학습발표회’였고, 그건 어찌 보면 한 학기별로 하는 게 맞다. 학기별로 아이들이 배우는 내용이 다르고, 성장한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
1. 작은 전시회를 기록하려는 이유 아주 상투적이고 진부한 표현으로 시작해보자. ‘2015학년도 1학기가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무리 짓는 시기가 왔다’ 이런 상투적인 표현이 담고 있는 내용은 시간이 그만큼 빠르다는 의미이고, 시작과 끝의 인상이 워낙 강렬한 탓에 중간 과정은 별로 생각이 안 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 정말로 그랬다. 2월부터 3월까지 2개월 동안은 검정고시 준비 기간이었기에 정신없이 사회와 역사를 공부한 후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했고, 4월부터는 본격적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일상을 채워갔다. 학교라는 성격상 수시로 여러 일들이 발생했고 더욱이 대안학교라는 특성상 매우 역동적이기까지 하다보니, 의식적으로 시간을 인식하려 하지 않으면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그래서 ‘벌써..
목차 1. 건빵, 산에 살어리랏다 살아지는 시간 & 살아가는 시간에 대해 검단산이 트래킹 코스로 정해지기까지 2. 산에 오르는 이유 하라니까 산에 오르다 재밌기에 산에 오르다 살기 위해 산에 오르다 아이들과 오르는 기쁨을 느끼러, 검단산에 가다 3. 지민이가 짠 검단산 트래킹 계획 회장 지민이가 검단산 트래킹 계획을 짜다 제 시간에 모이는 학생들 & 그러지 못하는 학생들 4. 학생들과 등산하기 위해선 교사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산을 오르기 전부터 삐걱대다 한 아이의 불퉁거림이 전체 분위기를 망치다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모으면 무엇이든 뚫지 못하랴 5. 당연함이란 없다 일상의 단조로움을 깨는 제안에 아이들의 반응은? ‘당연히 그럴 것이다’의 함정 6. 짐작치 말기, 나답지 말기 아이들의 반응에 나다움은 무너져..
9. 검단산이 준 선물 성민이는 역시나 체력이 장난이 아니다. 나를 항상 앞질러 갔으며,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달려서 나를 앞서 갔기 때문이다. 이날 기온은 30도가 넘는데도 성민이는 입고 온 검은색 긴팔 잠바를 벗지 않고 맹렬히 올라갔다. 그건 방풍 잠바였으니 얼마나 더웠을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 하남의 사내 성민이와함께 등산하게 됐다. 강철체력 성민이의 등산법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절대 지치지 않았으니 ‘강철체력’이라 불릴 만 했다. 그래서 성민이가 평소에도 등산을 많이 했을 거라 짐작하며, 몇 번이나 등산을 해봤냐고 물어보니, 2~3번 남한산을 타본 게 전부라고 하더라. 그 중 한 번만 마천역에서 서문까지 올라봤을 뿐, 나머지는 오르다 말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성민인 산을 많이 타서 체력이 좋다기보..
8. 3년 만에 제대로 등산을 하다 호국사에서 나와 드디어 본격적인 등산을 하기 시작했다. 오전엔 그 아이가 ‘힘들어요’라며 분위기를 망치는 바람에 등산다운 등산을 하지 못하고 거의 천천히 걷다가 끝나는 식이었으니, 이제야 제대로 등산을 하게 된 것이다. ▲ 지리산 종주를 갔었던 그 때, 그 느낌을 이번에 검단산을 오르며 느낄 수 있었다. 2013년 지리산 종주 이후 최초의 등산다운 등산을 하다 이정표를 보니 정상까지 2.6㎞라고 쓰여 있더라. 지리산을 종주하며 알게 된 사실은 평지와 달리 산에선 두 배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었다. 평지엔 4㎞를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다면, 산에선 두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2.6㎞면 아무리 빨리 걸어도 1시간 정도 잡아야 갈 수 있는 거리다. 그렇기 때문에 모처럼만에 ..
7. 하류가 되려하다 승태쌤이 ‘가고 싶은 사람만 정상까지 가보는 건 어때?’라고 제안하자, 평상에 누워 한갓진 시간을 보내던 아이들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그 제안에 콧방귀를 뀌며 볼멘소리를 할 줄만 알았는데,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아이들의 반응에 나 또한 기분이 좋아졌다. ▲ 승태쌤의 제안에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안 하는 건, 모두 해선 안 돼 하지만 변수는 있게 마련이다. 아마 그냥 그대로 진행됐다면 오전부터 다리가 아프다며 불만을 제기하던 아이와 그 아이만 혼자 남길 수 없다며 함께 남겠다고 자진한 아이, 그리고 승태쌤만이 호국사에 남았을 것이고, 나머지 아이들과 나는 정상까지 올랐을 것이다. 그런데 오전부터 불만을 제기하던 아이는..
6. 짐작치 말기, 나답지 말기 이런 황당한 상황을 경험하고 보니, 눈이 번쩍 뜨이며 나도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점심을 먹고 평상에 가만히 있으니, 피곤이 몰려와서 ‘그냥 이대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밥을 먹고 오후의 햇살을 받고 있으니, 절로 나른해진다. 아이들의 반응에 나다움은 무너져 내렸다 그런데 아이들의 적극적이면서 산에 오르려는 마음을 옆에 보게 되니, 덩달아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역시 사람은 주위 사람들의 반응에 쉽게 휩쓸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때 명확하게 알게 된 건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굳어져서 결코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완벽한 생각은 아니며, 주위 사람들이 반응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 있는 생각이라는 점이다. 지금 시대..
5. 당연함이란 없다 호국사 평상에서 점심을 먹고 모처럼 느긋하게 오후의 한가로움을 즐겼다. 아이들도 저마다 평상에 누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시작한다. 규빈이는 요즘 들어 ‘아인’이란 애니메이션에 꽂혀 있는지, 그걸 모두에게 추천해주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소마츠상おそ松さん’이란 애니만 보며 시리즈를 모두 정복해야 한다는 목표로 열나게 보고 있었는데, 어느새 ‘아인’이란 애니까지 섭렵하여 추천해준 것이다. 이러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모두 통달할 기세다. 아이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민이는 웹툰을 보고 있었고, 그 옆에서 민석이는 오버워치에 관련된 자료를 찾으며 읽고 있었으며, 현세는 규빈이가 추천해준 애니메이션을 유튜브에서 찾아서 보고 ..
4. 학생들과 등산하기 위해선 교사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버스를 타고 40분 정도 달려서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정류장에서 내렸다. 처음 가는 길이기에 지도를 꼼꼼히 찾아보며 가야 하지만, 그런 걱정을 전혀 하지 않는다. ▲ 우린 등산객들을 따라 다니면 된다. 그러면 진입로로 알아서 가게 된다. 산을 오르기 전부터 삐걱대다 버스엔 등산복을 입고 탄 사람들이 꽤 있었기에 우린 그들을 졸졸 쫓아다니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애니메이션고등학교 옆길을 따라 조금 더 가니, 청계산 입구에 아웃도어 매장이 즐비하듯이 이곳도 아웃도어 매장이 많더라. 그곳에서 조금 더 걸으니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왔다. 이때부터 한 학생이 “감기도 된통 걸린 데다가, 다리까지 아프거든요. 그래서 아침에 트래킹을 간다고 나오려 하니 엄마가..
3. 지민이 짠 검단산 트래킹 계획 이번 트래킹 장소로는 검단산이 정해졌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세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회장인 지민이와 부회장인 현세가 계획을 짜야한다. 아무래도 현세는 ‘이건 모두의 일이기에 내가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나 몰라라 하기에, ‘이건 모두의 일이기에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민이 혼자 도맡아서 짜야했다. ▲ 등산계획을 세우게 됐다는 게 신기하다. 뜻하지 않았지만 그 계획대로 흘러가는 게 신기할 뿐이다. 회장 지민이가 검단산 트래킹 계획을 짜다 지민이는 계획을 짜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지, 목요일 아침에 학교에 오자마자 검단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무래도 오자마자 나에게 와서 이야기를 꺼낸 것은 검단산이란 장소를 내가 추천했을 거라고..
2. 산에 오르는 이유 실로 오랜만에 등산이 트래킹 코스로 잡히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영화팀의 경우엔 2012년과 2013년 2년 동안 자주 등산을 갔었다. 그땐 단재학교에 초임교사로 근무하던 시기였고 하나하나 영화팀의 방향을 잡아가던 시기였으니, 등산이 영화팀 커리큘럼에 들어가기까지 내 생각이 절대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부턴 그 이유에 대해 말해보도록 하겠다. ▲ 여러 생각이 겹칠 때마다 늘 올랐던 모악산. 하라니까 산에 오르다 전주 사람에게 친숙한 산은 뭐니 뭐니 해도 모악산이다. 학창시절엔 학교에서 모악산으로 자주 소풍을 갔기에 등산을 하게 됐다. 그 당시 남학생들은 ‘누가 정상에 빨리 올라가나?’라는 경쟁 속에서 등산을 했다. 그러니 아이들은 오르기 시작하면 누가 먼저랄..
1. 건빵, 산에 살어리랏다 시간은 자꾸만 흘러간다. 하지만 웃긴 점은 흘러가는 시간에 대해 의식하지 않으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가버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노래 가사에 많이 등장하는 게 ‘가는 세월에 대한 아쉬움’ 같은 걸 거다. ▲ 13년 10월 5일 한강에서 찍은 사진. 흐르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은 흔히 흐르는 강물로 표현되곤 한다. 살아지는 시간 & 살아가는 시간에 대해 2016년이 밝았고 단재학교는 1월 마지막 주에 개학하며 2016학년도 1학기를 시작했다. 개학한 이후에 많은 변화들이 있었고, 많은 일정들이 있었다. 그렇게 닥쳐 있는 일을 하나하나 진행하다 보면 시간은 금세 흘러가게 마련이다. 어찌 보면 시간을 빼곡히 채워갔다고, 최선을 다해서 살아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31. ④강: 친숙해짐 속에 낯섦 발견하기 바로 이렇게 모든 관심을 끊고 동일성에 기반하여 세상과 사람을 고정된 실체로 보려는 것을 ‘불인不仁하다’고 표현할 수 있다. 불인해질 때, 친숙해진다 ‘인仁’이라 하면 단연 공자孔子(BC 551~479)가 떠오를 것이다. 공자의 말을 제자들이 기록한 『논어論語』라는 책에선 ‘인’이란 단어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몇 구절을 살펴보며, 인이란 무엇인지 대략적으로 느껴보도록 하자. 1. 교묘한 말과 보기 좋게 꾸민 낯빛을 하는 사람치고 인한 사람은 드물다(巧言令色, 鮮矣仁! -「學而」 3). 2. 오직 인한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 있고, 남을 미워할 수 있다(唯仁者能好人, 能惡人. -「里人」 3). 3..
2. 선빵 통역으로 전달되는 유쾌한 혼란 그렇기에 난 이걸 ‘유쾌한 혼란’이라 정의하고 싶다. ‘혼란’을 수식하는 단어가 ‘유쾌’이기에 의아해 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지금의 솔직한 감정이고, 이 감정이야말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다. ▲ 싱크로율 200%의 선빵통역. 그 덕에 우치다란 샘의 물을 길을 수 있었다. 우치다가 선사한 유쾌한 혼란 예전에 고미숙씨의 책을 읽고 “난 이걸 ‘유쾌한 충격’이라 표현하고 싶다. 간혹 정말 좋은 책을 발견하고 읽을 때 이런 기분이 들곤 한다. 내 삶이 전복되는 듯한 느낌이 들고 내가 지금껏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허물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건 어찌 보면 나의 한계와 치부를 여지없이 들춰내는 것이니 불쾌할 만도 하지만 실상 기분은 나쁘지 않..
1. 우치다 타츠루란 샘에서 길어 올린 물의 맛은? 어느덧 길고 긴 후기의 마지막 편을 쓰게 되었다. 들어가는 글을 쓸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첫 글을 쓸 때 “이 글은 ‘박동섭-우치다 타츠루’를 담은 프롤로그격(모두 5편 내지 7편으로 진행될 예정)의 글이다”고 밝혔으니, 무려 28편이나 더 쓰게 된 셈이다. 그때만 해도 강연 당 2편 정도로 후기를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동아시아의 평화와 교육’은 다듬다 보니 내용이 늘어난 경우이고, ‘공생의 필살기’는 풀어내고 싶은 내용이 많아 저절로 늘어나며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다. 그만큼 기본적인 생각과 엇나가는 부분들이 많아 그걸 자기화하여 표현하려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 우치다 타츠루란 샘엔 어떤 물이 있..
17. 질의응답 내 안의 싫어하는 부분도 내 부분 Q ‘공생의 필살기’의 첫 번째가 ‘자기 자아를 디자인하라’라는 말인데 그 아파트엔 자기가 좋아하는 자아도 있고, 싫어하는 자아도 있는데 싫어하는 자아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요? A ‘청소도 안 하고 아파트를 더럽혀서, 나갔으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이 들 때 그걸 중재하는 사람은 ‘같이 산 것도 인연인데 같이 살아야죠’라고 얘길할 겁니다. 억압하거나 아예 쫓아내기보단 같이 사는 게 낫습니다. 왜냐 하면 ‘구두쇠적인 면이 싫어’, ‘폭력적인 면이 싫어’라고 하면서 그런 부분을 거부하면 거부할수록 오히려 그런 면모들이 더욱 부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리하지 않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 영화 [아이덴티티]는 다양한 자아를 죽이고 전일한 주체가 된다..
16. 공생을 위한 학교의 역할 아무래도 지금껏 한국사회에서 살았고 이런 한국 사회의 모습을 당연한 듯 여기며 살아왔던 터라, ‘중요한 일은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말이 쉽사리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더욱이 지금처럼 청년실업이 100만(실제론 더 높을 것이다)에 이르러 ‘청년은 사회에서 쓸모없는 존재로 여겨지는 사회’에선 우치다쌤의 말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니 말이다. 사회 구성원으로 태어나 사회에 발 딛고 집단을 위해 일도 하고 무언가 자신의 가치도 활짝 펴면서 살고 싶지만, 사회에선 그러한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울분에만 빠져들어선 안 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어떤 사회냐에 따라 그 사회의 모습은 천차만별 달랐었고, 또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우치다쌤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 체험할 수 있..
14. 공생의 기술: 잡색의 삶 그 사람을 공감할 수 있으려면 역지사지를 하려 할 게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의 그런 특성이 나 자신에게도 이미 있다는 걸 알게 될 때, 비로소 공감하게 된다. 그것이야말로 너와 나를 완전히 나누어 생각하는 게 아니라, 바로 ‘나=너’라는 차이를 무화시키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내 안에 내가 모르던 내가 있다(우치다식 구렁덩덩신선비) 그러면서 재밌는 얘길 해주신다. 우치다쌤은 형이 있는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자기에게 여성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몰랐으며, 젊었을 때는 공격적이며 폭력적인 사람이었다고 고백하신 것이다. 하지만 삶의 반전은 그가 결혼하고 이혼했을 때 찾아온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바라는 것은 생리적인 현상의 해결과 안정적으로 자랄 수..
13. 공생을 위한 준비과정 먼 길을 돌고 돌아 드디어 우치다쌤의 이야기도 오부 능선을 넘어가고 있다. 정신과 육체를 나누어 사유하고, 심지어 정신은 단일하고 완벽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풍토에 ‘나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오래된 목조건물’이란 비유로 우치다쌤은 일격을 가했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가 끝난다면, 이런 비유를 든 의미는 퇴색되고 만다. ‘나란 다양한 자아가 모여 산다’는 말이 ‘공생’을 위한 실마리가 되기 때문이다. 반공생 - 내가 좀 더 가졌기에, 덜 가진 사람에게 준다 우치다쌤의 문제의식은 ‘어떻게 하면 약자에게 손을 내밀 수 있으며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단순히 ‘마음을 고쳐먹고, 약자에 대해 불쌍히 여기는 마음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답할 수도 있다. 그..
12. 나다움이란 신화를 깨부수다 우치다 타츠루쌤의 ‘나란 그 건물에 살고 있는 한 명의 주민이 아니라 목조건물 전체’라는 말을 듣자마자 바로 생각난 사람이 바로 장자였고, 저번 글에선 스승 자기와 제자 안성자유의 대화를 통해 어떤 부분이 겹치는지 조금 얘기하다가 중간에 멈췄었다. 그러니 이번 글에선 인용했던 장자의 내용을 모두 해석해보고 그게 우치다쌤이 말한 ‘나다움’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풀어나가 보도록 하겠다. ‘나다움’이란 신화를 한껏 비웃은 장자 스승은 ‘나는 나를 잃어버렸다吾喪我’라고 말을 함으로 나다움의 신화를 박살내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바로 퉁소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퉁소란 곧 사람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에게서 나는 소리라는 게 ‘자기다운 소..
1. 집에서 별로 나가지 않는 인문학자가 들려주는 교육이야기 20일엔 고베에서 비행기를 타고 인천으로, 인천에서 차를 타고 전주로 이동하여 강연을 했고, 21일엔 전주에서 차를 타고 광주로, 광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이동하여 강연을 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신출귀몰’이란 바로 이런 상황을 말하는 걸 거다. 나라와 나라를 이동하고, 도시와 도시를 이동하여 이야기를 한다. ▲ 인문학자이자, 무도인인 우치다 타츠루가 제주도에 왔다. 그의 강연 내용이 이제 시작된다. 사람을 모이게 하고 시공간을 초월하게 하는 이야기의 힘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지만, 우치다쌤의 언어는 박동섭 교수의 통역을 거쳐 강연장에 모인 이들에겐 마치 한국어로 강연을 듣는 것처럼 편안하게 다가온다. 강연 내용은 일상에서의 경험..
3. 교육의 이유, 성숙한 인간 만들기 아이의 성숙이 힘들어지게 된 데엔 ‘① 반부권제 사회의 도래, ② 욕망의 균질화, ③ 가족의 해체’라는 다양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 살펴봤다. ▲ 가족의 해체는 더욱 급격화되고 있다. 여기엔 기업의 전략이 숨어 있다. 성숙의 문제는 사회구조의 문제이기에, 흐름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이런 반부권제 사회에서 아이의 성숙에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건 딸의 경우라기보다 아들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딸은 ‘어머니와 싸울 것인가, 도망갈 것인가?’에 대해 선택을 해야 할 때,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어머니를 보며 모델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아들은 아버지가 더 이상 성숙의 모델이 되지 못하기에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그와 같은 상황이 반세기동안이나 이어지며 아들들은..
1. 갑갑증이 몰려올 땐 무작정 떠나야 한다 닭의 해에 태어난 나에게 닭의 해인 2017년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해였다. 단재학교에서의 생활이야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고 6년차 교사가 된 만큼 중학교 1학년 때부터 6년 간 생활해온 민석이와 잘 마무리하는 해이자, 단재학교 학생 외에 다른 학교 학생들을 만나 영상을 만드는 작업을 해보기도 하는 등 도전이 가득한 해였으니 말이다. 그뿐 아니라 송파마을예술창작소에선 매달 한 번씩 지역민들과 만나 독립영화를 보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도 이끌 수 있었으니, 좀 더 사람과 사람, 관계와 인연에 대해 생각을 넓힐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지금 쓰는 기록은 제주도 여행기이기에 이에 관한 내용은 별도로 정리하도록 하겠다. ▲ 마을예술창작소에서 독립영화를 ..
61. 조삼모사에 대한 오해 내 방에 돌아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의 대화에 관심을 끊은 건 아니었다. 내용을 알고 싶다기보다, 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지진 않는지 멀찍이 지켜보는 것이다. 한동안 언제 싸웠나 싶게 그 나이 또래 아이들처럼 웃고 떠드는 소리가 내 방까지 들렸다. 마무리 짓지 못한 이야기 그렇게 1시간 30분정도 흘렀다. 그 때부터 분위기는 급반전되기 시작했다. 서로의 이해가 상충되는 상황에 부딪히면서 심각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A학생은 자신이 피해를 받은 만큼의 보상을 원했다. 에버랜드 자유이용권과 음식을 사주길 바란 것이다. 물질적인 보상을 바라는 순간, 이 문제는 감정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법적인 문제가 되어 버린다. 그러려면 무얼 얼마만큼 잘못했는지 수치화해야 하며, 그만큼 보상..
36. 땀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금요일에 있을 발표회 때 할 것들을 연습했다. 전통춤의 동작을 하나하나 맞추기 시작했고 카자흐스탄어로 된 연극 대본을 리딩했으며, 새로운 카자흐스탄 노래도 배웠다. 원래 계획상으론 다음 주 월요일 오후 4시에 발표회를 하고 우슈토베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그래서 충분히 연습할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여유 있게 연습한 것이다. 하지만 월요일 아침에 출발하는 걸로 바뀌면서 발표회 일정도 금요일 오후 4시로 앞당겨졌다. 무려 3일이나 앞당겨지다 보니,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우리들도 상황에 떠밀리듯 정신없이 연습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과연 이 짧은 시간에 춤, 연극, 노래를 모두 다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시간은 한참이나 부족한데,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