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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시를 읽다 - 7. 꽃그늘에 어린 미련 본문

책/한시(漢詩)

우리 한시를 읽다 - 7. 꽃그늘에 어린 미련

건방진방랑자 2022. 10. 2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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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꽃그늘에 어린 미련

 

 

울주ㆍ양산ㆍ동래에 시인들의 발길이 머물다

 

 

1. 황산강과 시인

1) 울주ㆍ양산ㆍ동래 부근은 천성산 자락을 뒤로 하고 황산강이 흐름.

2) 최자(崔滋)보한집(補閑集)권상 33이 일대에 백성들의 집이 대나무 숲 사이에 가물가물 보이는데, 집집마다 남녀가 대나무로 그릇을 만들어 세금과 의식을 해결하는 가난한 마을이었다고 적혀 있음.

3) 아름다운 황산강 일대에 누정이 일찍부터 발달했기에 시인이 이곳을 찾아 시를 많이 남김.

 

 

2. 황산강과 최치원, 김극기

1) 송담서원(松潭書院) 강 쪽에 있던 임경대(臨鏡臺)에서 최치원(崔致遠)이 시를 지었기에 최공대(崔公臺)라고도 불리게 됨.

2) 훗날 정중부의 난을 피해 이십대의 김극기(金克己)는 산천을 떠돌며 임경대에 이르렀고 최치원의 시에 차운하여 황산강가(黃山江歌)를 지음.

3) 황산강을 찾은 시인들은 세사에 뜻을 얻지 못한 사람이 많았던 듯함.

 

 

3. 황산강과 정포(鄭誧)

1) 18세에 과거에 급제했고 예문수찬으로 원나라에 갔다가 충숙왕의 눈에 들어 순탄한 벼슬생활을 함.

2) 충혜왕 때 조칙(詔勅)의 좋지 못한 점을 공박했다가 실권자에게 찍혀 파직됨.

3) 1342년 그의 형제가 원에 가서 왕의 아우를 추대하려 한다는 모함을 받아 울주에 유배됨.

4) 유배당하게 됐지만 원나라에서 벼슬할 뜻을 뒀고 1344년 원나라로 들어갔고 원의 승상이 추천까지 했지만 병에 걸려 37세의 나이로 죽음.

 

 

 

정포의 황산가(黃山歌)

 

 

1. 정포(鄭誧)가 중국으로 가기 전에 행적

1) 울산과 양산, 동래에 마음을 붙임.

2) 울산의 명승을 노래한 울주팔경(蔚州八景), 동래의 풍물을 노래한 동래잡시(東萊雜詩)가 이때의 작품임.

 

 

2. 정포(鄭誧)황산가(黃山歌)감상

過雨霏霏濕江樹 지나는 비 부슬부슬, 강의 나무 적시고,
薄雲洩洩凝晴光 엷은 구름 하늘하늘 맑은 빛에 엉기네.
黃山江深不可渡 황산강 깊어 건너질 못하고
回望百里雲茫茫 고개를 돌리니 백리의 구름이 뭉게뭉게,
江頭兒女美無度 강머리 아녀자 아름다워 형언할 수가 없고
臨流欲濟行彷徨 강에 다다라 건너려 두리번거리네.
鳴鳩乳燕春日暮 봄날 저무는 때 비둘기 울고 제비 지저귀고
落花飛絮春風香 떨어지는 꽃, 흩날리는 버들개지로 봄바람 향기롭구나.
招招舟子來何所 뱃사공을 불러 어디 곳에 오느냐 물으니
掛帆却下魚山莊 돛을 걸고 어산장에 갑니다라고 대답하네.
問之與我同去路 아녀자에게 물으니, 나와 가는 곳이 같다기에,
遂與共坐船中央 마침내 함께 배 중앙에 앉았네.
也知羅敷自有夫 나부에겐 남편이 있다는 것을 아노니,
怪厎笑語何輕狂 괴이하게 웃는 모습이 어찌도 경박한가
藐然不願黃金贈 황금을 주어도 원하지 않는 듯 묘연히 하기에
目送江岸雙鴛鴦 눈을 강 언덕의 두 마리 원앙에게 보냈네.
君乎艤舟我豈留 사공아! 배를 저어라, 내가 어찌 여기에 머물랴
我友政得黃芧岡 나의 벗이 바로 황모강에 기다리고 있으니.

 

1) 황산강 나루에는 지나가는 비가 부슬부슬 내린 후 구름만 아스라한 가운데 아리따운 여인이 서있음. 산비둘기 울고 제비 날아 봄날이 저무는데 바람에 꽃잎과 버들개지가 날려 그 향기가 코끝에 스밈.

2) 봄날이 저무는 것은 청춘을 아쉬워함이요, 코끝에 스치는 꽃향기는 풋풋한 여인의 냄새다.

3) 마침 사공이 나타나 강을 건너게 되어 여인과 행선지가 같은 배에 타게 됨.

4) 여인은 남편이 있지만 춘심에 교태를 부려 헤픈 여인네 같아 돈을 슬쩍 건네 유혹해보지만 넘어오지 않음.

5) 머쓱하여 먼 곳을 바라보니 쌍쌍이 원앙새가 노닐고 있고, 황모가 있는 그리운 임이 있다고 위안 삼아봄.

 

 

 

정포의 시에 차운한 시들

 

 

1. 황산강과 색향(色鄕)

1) 오랜 세월 황산강 일대는 번성을 누렸고 고려 시대엔 색향(色鄕)이었던 모양임.

2) 이곡(李穀)정포(鄭誧)황산가(黃山歌)에 차운하며 남녀의 정을 노래하며 곱게 단장한 여인을 싣고 화려한 배에서 노니는 질탕한 분위기를 그림.

 

 

2. 이의현의 여래남경년(余來南經年)감상하기

良州勝觀亦云多 양주에 명승지 또한 많다고 하니,
雙碧登來梵宇過 쌍벽루에 올라보고 통도사를 지나야지.
別是黃江遊可樂 특별히 황산강의 놀이 즐길 만하니,
女郞猶唱鄭誧歌 여인네들 아직도 정포의 노래를 부르네.

 

1) 우의정 조상우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상감사에 부임하지 못하고 파직되어 돌아오면서 지은 작품으로 400년이나 지났는데도 여인네들이 정포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말함.

 

 

3. 남구만(南九萬)양산차운정포황산가(梁山次韻鄭誧黃山歌)감상하기

臨鏡臺前桃李樹 임경대 앞 복사나무
點點飛花映波光 점점이 날려 물빛 어리네.
佳人拾翠古津渡 봄나들이 하는 아름다운 사람 옛 나루 건너려 하니,
獨行無伴愁茫茫 홀로 가 짝이 없으니 근심이 가득하네.
南商北旅此中度 남쪽 상인, 북쪽 상인 이곳을 건너니,
見此何人不彷徨 이를 보고 어떤 사람이 방황치 않으랴.
灼灼明粧春未暮 곱디고운 화장에 봄은 저물지 않고
飄飄羅袂玉生香 나부끼는 비단 소매의 옥에서 향기 난다.
自言奴家第幾所 스스로 말하길 저희 집은 저 몇 번째인데,
君今欲往何人莊 그대는 지금 몇 번째 집으로 가려하오
含辭不盡且將去 말을 머금고 다하지 않았는데, 또한 가려하니,
氣若幽蘭情未央 기운이 그윽한 난초와 같고 정은 다하질 않네.
爾好妖豔誤丈夫 너희들은 요염하여 장부 놀리길 좋아하니,
國風有刺狂童狂 국풍에 미친 사내의 미침을 풍자함이 있었지.
我探囊中無可贈 내 주머니를 뒤져도 줄 게 없으니,
不學江波野鴛鴦 강 언덕의 원앙을 배우진 마시게.”
臨岐何用惜去留 갈림길에서 어찌 떠나고 머묾에 애석하리오,
催鞭忽過前山岡 채찍질로 재촉하며 앞산마루를 지난다.

 

1) 송준길의 문인으로 노론과 소론이 분기되자 소론의 영수로 당론을 이끌었음. 진휼어사(賑恤御史)로 갔을 때 쓴 시로 색주가의 여인이 자신을 유혹했지만 물리쳤다고 함.

2) 그가 정말 유혹을 물리쳤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약상공(嘲藥相公)이란 시가 사람들에게 회자될 정도로 노익장을 과시했음. 일흔셋에 첩이 자식을 갖자 산모의 통증을 줄이기 위해 불수산을 달였다는 시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였음.

 

藥泉老相公 誰云筋力盡 약천 노상공을 누가 근력이 다하였다고 말하나,
行年七十三 親煎佛手散 향년 73세에 친히 불수산佛手散: 解産에 쓰이는 처방을 달이는데.

 

 

 

눈물을 드리우지 않고 이별의 절절한 감정을 담아낸 시

 

 

1. 정포(鄭誧)양주객관별정인(梁州客館別情人)감상하기

五更燈影照殘粧 3~5시에 등불 그림자에 지워진 화장 비추니,
欲語別離先斷腸 이별의 말 하고자 해도 먼저 애간장 끊어지네.
落月半庭推戶出 지는 달 뜰에 반쯤 걸려 있을 때 문을 밀고 나가니,
杏花疎影滿衣裳 살구꽃의 성긴 그림자가 저고리에 가득하구나.

 

1) 정포가 황산강에서 여인의 유혹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은 정인(情人)이 있었기 때문이고 그 정인과 양산 객관에서 하루 유숙하고 헤어질 때의 절절한 감정을 담아낸 시.

2) 사랑을 노래한 우리나라 한시 중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꼽힘.

3) ‘성장(盛粧)잔장(殘粧)’으로 바뀌었다고 표현함으로 ()’ 한 글자에 눈물은 감추되 이별의 절절한 감정을 모두 담아냄.

4) 고운 달빛은 사람의 마음을 더욱 슬프게 하며, 옷 위로 놓이는 살구꽃 그림자는 마치 가지 말라고 말리는 여인의 손길 같도록 묘사되어 있음.

5) 이 작품에선 모든 것을 드러내어 말하지 않음. 아리랑처럼 저주하지도 않으며 진달래꽃처럼 눈물을 감추고 위선의 꽃을 뿌리지도 않음.

 

 

2. 두목(杜牧)증별(贈別)에 나타난 헤어질 때 눈물을 감추는 방법

多情卻似總無情 많은 정이 있으나 도리어 내내 무정한 듯이 하고,
唯覺樽前笑不成 오직 술잔 앞에 애써 웃으려 해도 되지 않네.
蠟燭有心還惜別 밀랍 촛대 마음이 있어 도리어 이별을 슬퍼하여,
替人垂淚到天明 사람을 대신하여 눈물을 동트도록 드리운다.

 

1) 가는 이가 얄미워 대범한 척 웃음지어 보이지만 되지 않고 촛불이 내 대신 촛농을 뿌리며 운다고 표현하여 우회적으로 감정을 묘사해냄.

 

 

 

미련을 담아내다

 

 

1. 사랑을 노래하는 시의 특징

1) 사랑을 노래하려면 미련을 잘 묘사해야 함.

2) 미련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묘사할 때 명편이 됨.

 

 

2. 이제현(李齊賢)소악부(小樂府)감상하기

浣紗溪上傍垂楊 수양버들 드리운 개울가에서
執手論心白馬郎 손잡고 마음 얘기한 백마 탄 낭군.
縱有連詹三月雨 만약 섣달 동안 처마에 떨어지는 빗물로도
指頭何忍洗餘香 손끝에 남은 향기를 어찌 씻으랴.

 

1) 이제현은 원에서 성리학을 수용하여 퍼뜨리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으며 고려 후기에 유행하던 민간의 노래를 칠언절구로 번역하여 소개함.

2) 수양버들 늘어진 개울에 가서 사랑을 맹세했는데, 님은 갔고 임의 향기가 나를 붙잡고 있다는 미련을 말함.

 

 

3. 이덕무(李德懋)효발연안(曉發延安)감상하기

不已霜鷄郡舍東 새벽닭 울음소리 고을 동쪽에서 그치질 않고
殘星配月耿垂空 스러지는 별빛이 달과 짝하여 밝게 허공에 드리워졌네.
蹄聲笠影矇矓野 말발굽 소리와 삿갓 그림자 몽롱한 들판에,
行踏閨人片夢中 규방의 여인 조각 꿈속으로 밟으며 간다.

 

1) 18세기에 감각적인 시풍을 주도함.

2) 여인을 홀로 두고 새벽닭 울자 밖에 나오니, 별빛 총총한데 그 별빛은 여인의 눈망울 같음.

3) 어스름 달빛, 새벽안개, 눈앞에 어른거리는 여인의 눈망울, 게다가 삿갓까지 써서 모든 것이 몽롱하기까지 함.

4) 몽롱해진 상태로 가니 내가 여인의 꿈속을 다니는 듯, 그게 아니면 자신의 꿈에 두고 온 여인이 어른거리기에 그 여인의 잔영을 밟고 간 것인지 분간이 어려움.

5) 여인의 시인에 대한 그리움과 시인의 여인에 대한 미련을 이렇듯 몽롱하게 표현함.

 

 

 

만나지도 못하고 그저 애끓는 감정을 담은 시

 

 

1. 임제(林悌)무어별(無語別)감상하기

十五越溪女 歸來掩重門 15세의 아름다운 처녀 부끄러워 말없이 이별하고선
羞人無語別 泣向梨花月 돌아와 겹문 닫아걸고 배꽃 같은 달 향해 눈물 짓네.

 

1) 16세기 후반 호탕한 삶을 살았던 임제의 정이 듬뿍 담긴 시.

2) 청의 문인 왕사정(王士禎)지북우담(池北偶談)에 수록하여 중국에까지 전파된 작품.

3) 말조차 건네지 못한 낭자의 마음을 하소연할 곳은 훤한 달밖에 없음.

4) 어린 처녀의 속마음을 매우 곡진하게 담아냄.

 

 

2. 강세황(姜世晃)노상소견(路上所見)감상하기

凌波羅襪去翩翩 비단 버선 신고 사뿐사뿐
一入重門便杳然 한 번 중문에 들어가선 곧 정적만 흘러
惟有多情殘雪在 오직 다정한 정만 잔설에 남아
屐痕留印短墻邊 신발 흔적이 오래도록 짧은 담장 가에 찍혀 있네.

 

1) 장옷을 걸친 여인의 모습이 궁금하여 따라왔으나, 나오지 않고 그저 담장 곁에 또렷한 여인의 발자국만 남아 있음.

2) 잔설은 정이 많다고 했지만, 사실은 시인의 마음에 정이 많은 것임.

3) 눈에 찍힌 발자국은 시인의 마음에 찍힌 발자국으로, 여인에 대한 미련을 묘하게 말함.

 

 

 

 

인용

목차

한시사 / 略史 / 서사한시

한시미학 / 고려ㆍ조선

眞詩 / 16~17세기 / 존당파ㆍ존송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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