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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성동에서 임금의 수레를 맞아 대제조 윤소종(尹紹宗)의 시에 차운하다 성동영가 차윤대제조(城東迎駕 次尹待制詔) 권근(權近) 東巡畿甸閱春畋 獵火燒原欲漲天 未進相如銜橜戒 遙瞻馳道向風烟 『陽村先生文集』 卷之三 해석 東巡畿甸閱春畋 동순기전열춘전 동으로 경기도를 따라가 봄 사냥을 사열하니 獵火燒原欲漲天 렵화소원욕창천 사냥 불길이 언덕을 태우며 하늘까지 닿으려 하네. 未進相如銜橜戒 미진상여함궐계 사마상여의 고삐와 재갈 물린 경계【상여함궐계(相如銜橜戒): 그는 무제(武帝)에게 「유렵부(游獵賦)」라는 제목의 ‘부’를 바친 적이 있다. 이 글은 허구적인 인물인 ‘없다’라는 님과 ‘있을 리가 있나’라는 선생의 문답을 통해, 임금이 동산을 화려하게 꾸며 거기서 사냥을 즐기는 일에 탐닉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바..
상고시대를 시작하며 개벽한 동이의 임금인 단군 시고개벽동이주(始古開闢東夷主) 권근(權近) 昔神人降檀木下, 國人立以爲主, 因號檀君, 時唐堯元年戊辰也. 聞說鴻荒日 檀君降樹邊 문설홍황일 단군강수변 位臨東國土 時在帝堯天 위림동국토 시재제요천 傳世不知幾 歷年曾過千 전세부지기 역년증과천 後來箕子代 同是號朝鮮후래기자대 동시호조선 『陽村先生文集』 卷之一 해석 昔神人降檀木下, 國人立以爲主, 因號檀君, 時唐堯元年戊辰也. 옛날 신인이 박달나무 아래에 강림하자 나랏사람들이 세워 임금으로 삼고서 단군이라 불렀으니 이때는 요임금의 원년인 무진년이었다. 聞說鴻荒日 檀君降樹邊 전설을 들어보니 까마득한 예전에 단군이 신단수 가에 강림해셔서 位臨東國土 時在帝堯天 지위로 동쪽 나라 임하셨으니 이때가 요임금 때였다네. 傳世不知幾 歷年曾過千..
태조 이성계가 수도를 옮기며 이씨이거(李氏異居) 권근(權近) 東國方多難 吾王功乃成 동국방다난 오왕공내성 撫民修惠政 事大盡忠誠 무민수혜정 사대진충성 錫號承天寵 遷居作邑城 석호승천총 천거작읍성 願言修職貢 萬世奉皇明 원언수직공 만세봉황명 『陽村先生文集』 卷之一 해석 東國方多難 吾王功乃成 우리나라는 지금 많이 다사다난하지만 우리 임금의 공이 이제 이루어졌네. 撫民修惠政 事大盡忠誠 백성을 위무(慰撫)하시고 은혜로운 정치를 수행(修行)하시며 큰 나라 섬겨 충성스러움을 다하셨네. 錫號承天寵 遷居作邑城 국호(國號)를 하사한 하늘의 은총을 받들어 천도하여 읍성을 일으켰네. 願言修職貢 萬世奉皇明 원컨대 말씀드리오니 직공【직공(職貢): 제후가 천자에게 물품을 바치는 것.】을 수행하셔서 만세토록 명나라 황제를 받드소서. 『陽..
개성에서 시를 짓다 왕경작고(王京作古) 권근(權近) 王氏作東藩 維持五百年 왕씨작동번 유지오백년 衰微終失道 興廢實關天 쇠미종실도 흥폐실관천 慘澹城猶是 繁華國已遷 참담성유시 번화국이천 我來增歎息 喬木帶寒烟 아래증탄식 교목대한연 『陽村先生文集』 卷之一 해석 王氏作東藩 維持五百年 왕씨가 동쪽 번방(藩邦)을 일으켜 500년을 유지했지만 衰微終失道 興廢實關天 쇠미해져 끝내 도를 잃었으니 흥함과 폐함은 실제 하늘에 관계되어 있구나. 慘澹城猶是 繁華國已遷 참담한 성은 아직 있지만 번화한 나라는 이미 천도했네. 我來增歎息 喬木帶寒烟 내가 와 탄식을 더하니 교목엔 차가운 연기 에워쌌네. 『陽村先生文集』 卷之一 해설 이 시는 응제시(應製詩) 24수 가운데 첫 수로, 외교시(外交詩)의 백미(白眉)이다. 조선의 요동공벌계획을 ..
급히 가는 돛단배범급(帆急) 김구용(金九容) 帆急山如走 舟行岸自移異鄕頻問俗 佳處強題詩吳楚千年地 江湖五月時莫嫌無一物 風月也相隨暮宿淸江口 籬邊繫小船隔牕聞鶴唳 欹枕伴鷗眠霧重山仍雨 風恬浪作煙曉看茅屋處 淳朴一山川山漸周圍水漸淸 泝流船疾浪花生茂林脩竹無人處 時聽幽禽一兩聲 『惕若齋先生學吟集』 卷之下 해석帆急山如走 범급산여주돛단배 급히 가니 산은 달리는 듯 舟行岸自移주행안자이배가 가니 언덕 절로 움직이네.異鄕頻問俗 이향빈문속타향이라 자주 풍속 묻고 佳處強題詩가처강제시좋은 곳이라 굳이 시 짓는다네.吳楚千年地 오초천년지오나라 초나라 천년 땅에 江湖五月時강호오월시강호는 5월의 때莫嫌無一物 막혐무일물하나의 소유물 없다고 싫어하진 마오. 風月也相隨풍월야상수바람과 달이 서로 따르리.暮宿淸江口 모숙청강구저물어 청강의 입구에 묵으니 籬..
강물 강수(江水) 김구용(金九容) 江水東流不復回 雲帆萬里向西開 菰蒲兩岸微風起 楊柳長堤細雨來 驚夢遠迷箕子國 旅愁獨上楚王臺 行行見說巫山近 一聽猿聲轉覺哀 『惕若齋先生學吟集』 卷之下 해석 江水東流不復回 강수동류불부회 강물은 동쪽으로 흘로 다시 돌아오지 않고 雲帆萬里向西開 운범만리향서개 구름 돛대 만 리로 서쪽 향해 펼쳐 있네. 菰蒲兩岸微風起 고포양안미풍기 부들 자라난 양쪽 언덕엔 살랑바람 불어오고, 楊柳長堤細雨來 양류장제세우래 버드나무 자란 긴 둑엔 가랑비 내린다. 驚夢遠迷箕子國 경몽원미기자국 놀란 꿈으로 아득히 기자의 나라를 헤매고, 旅愁獨上楚王臺 려수독상초왕대 나그네 수심으로 홀로 초왕대【초왕대(楚王臺): 전국시대 초회왕(楚懷王)이 꿈속에서 무산의 여신과 만나 정을 나눴던 고당(高唐)의 궁관(宮觀). 】에 ..
연탄 가에서 달가에게 부치다연탄상 기달가(燕灘上 寄達可) 김구용(金九容) 江頭春水正溶溶 把釣閑吟柳影中欲寄相思千里字 却嫌雙鯉未能通去歲秋風一解携 幾回明月滿江樓何時一笑重相見 江草萋萋似喚愁 『惕若齋先生學吟集』 卷之上 해석江頭春水正溶溶강두춘수정용용강어귀 봄물 용솟음치는데把釣閑吟柳影中파조한음류영중낚시대 잡고 한가로이 버들 그림자 속에서 읊조린다네.欲寄相思千里字욕기상사천리자그대 생각 천리의 글자에 부치려 해도却嫌雙鯉未能通각혐쌍리미능통도리어 편지【쌍리(雙鯉): 두 마리의 잉어로, 서신(書信)을 말한다. 고악부(古樂府)인 「음마장성굴행(飮馬長城窟行)」에 이르기를 “나그네가 먼 곳에서 여기 와서는, 두 마리의 잉어를 내게 주었네. 아이 불러 잉어를 끓이게 하니, 배 속에 비단에 쓴 편지 들었네[客從遠方來 遺我雙鯉魚 呼兒烹..
무창(武昌)무창(武昌)은 현명(縣名)으로 지금의 호북성(湖北省) 무한시(武漢市) 무창을 말한다. 김구용(金九容) 黃鶴樓前水湧波 沿江簾幕幾千家醵錢沽酒開懷抱 大別山靑日已斜 『惕若齋先生學吟集』 卷之下 해석黃鶴樓前水湧波황학루전수용파황학루 앞의 용솟음치는 파도沿江簾幕幾千家연강렴막기천가강가에 연이은 집과 주막은 몇 천 집인가?醵錢沽酒開懷抱갹전고주개회포돈을 추렴해 술을 사 회포를 풀어내니 大別山靑日已斜대별산청일이사대별산은 푸른데 해는 이미 저물었네. 『惕若齋先生學吟集』 卷之下 인용한시사문학통사성수시화
느꺼움과 회포가 있어감회(感懷) 김구용(金九容) 十幅雲帆一信風 江山都是畫圖中誰知萬里西征客 心與滄波日夜東 死生由命奈何天 回首扶桑一惘然良馬五千何日到 桃花關外草芊芊 『惕若齋先生學吟集』 卷之下 해석十幅雲帆一信風십폭운범일신풍열폭의 구름 같은 돛은 한 바람 부는 대로江山都是畫圖中강산도시화도중강산은 모두 그림 속인 것 같아. 誰知萬里西征客수지만리서정객누가 알랴, 만리의 서쪽 나그네 되어 心與滄波日夜東심여창파일야동마음은 푸른 파도와 함께 낮밤으로 동쪽으로 가게 될 걸. 死生由命奈何天사생유명내하천죽고 사는 것 운명에 따르는 것, 하늘이 어이하랴. 回首扶桑一惘然회수부상일망연고개 돌리니 부상(동쪽 길)【부상(扶桑) : 해 뜨는 동쪽 바다 속에 있다는 전설상의 신목(神木) 이름이다.】은 한결같이 아득하기만 해.良馬五千何日到량..
분수령 가는 길목에서 분수령도중(分水嶺途中) 김구(金坵) 嘉煕四年庚子, 公以權直翰林, 充書狀官如元, 有此詩及『北征錄』西京鐵州出塞等詩. 杜鵑聲裏但靑山 竟日行穿翠密間 渡一溪流知幾曲 送潺潺了又潺潺 『止浦先生文集』 卷之一 해석 嘉煕四年庚子, 公以權直翰林, 充書狀官如元, 有此詩及『北征錄』西京鐵州出塞等詩. 가희 4년 경자에 공은 권직한림(權直翰林)으로 서장관을 충당하러 원 나라에 갔다. 이 시는 『북정록』의 「서경 철주 출새시」 등에 이른다. 杜鵑聲裏但靑山 두견성리단청산 소쩍새 소리 속 다만 푸른 산만 있어 竟日行穿翠密間 경일행천취밀간 하루 마치도록 빼곡하게 푸른 풀 뚫고 간다네. 渡一溪流知幾曲 도일계류지기곡 한 시내 건넜는데 몇 굽이인지 알려나? 送潺潺了又潺潺 송잔잔료우잔잔 졸졸 흐르는 시내 보내고 나니 또 졸졸..
최항이 원각경을 새긴 걸 비웃으며 조원각경(嘲圓覺經) 김구(金坵) 時擧國, 崇信佛法, 上下奔走要福之場. 權臣崔沆, 雕『圓覺經』, 令公跋之, 公不肯許, 作此嘲之. 沆怒曰: “謂我緘口耶?” 遂左遷濟州判官. 蜂歌蝶舞百花新 摠是華藏藏裏珍 終日啾啾說圓覺 不如緘口過殘春 『止浦先生文集』 卷之一 해석 時擧國, 崇信佛法, 上下奔走要福之場. 이 당시 온 나라가 불법을 숭상하여 윗 사람과 아랫 사람 모두가 복을 비는 장소로 분주히 달렸다. 權臣崔沆, 雕『圓覺經』, 令公跋之, 公不肯許, 作此嘲之. 권신인 최항이 『원각경』을 새기고 영공 김구에게 발문을 부탁했지만 공은 기꺼이 허락하질 않고 이 시를 지어 비웃었다. 沆怒曰: “謂我緘口耶?” 遂左遷濟州判官. 최항이 “나에게 입을 꿰매라 하는 건가?”라며 화를 냈고 마침내 제주판관..
지는 자두꽃 낙이화(落梨花) 김구(金坵) 飛舞翩翩去却回 倒吹還欲上枝開 無端一片黏絲網 時見蜘蛛捕蝶來 『東文選』 卷之二十 해석 飛舞翩翩去却回 비무편편거각회 휘젓듯 날아 떨어지다가 도리어 돌아와 倒吹還欲上枝開 도취환욕상지개 거꾸로 불려 도리어 위의 나뭇가지에 피려 하네. 無端一片黏絲網 무단일편점사망 별뜻 없이 한 조각이 거미줄에 붙는다면 時見蜘蛛捕蝶來 시견지주포접래 이따금 거미가 나비인 줄 잡으러 오는 걸 보게 된다네. 『東文選』 卷之二十 해설 이 시는 배꽃이 떨어지는 것을 본 정경(情景)을 그린 영물시(詠物詩)이다. 전고(典故)나 과장됨이 없이 조용히 관조(觀照)하는 사실성 그대로이다. 서거정(徐居正)은 『동인시화(東人詩話)』 권상 36에서 이 시를 두고 “시어는 기교가 있으나 뜻이 얕다[語工而意淺].”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