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2/07/02 (55)
건빵이랑 놀자
군대 수양록(修養錄) 목차2001년 2월 27일(火) ~ 2003년 4월 26일(土) 26개월의 군생활 소속: 6XX 2R 1BN 3CO 2P 1S군번: 01-73010754 신병교육01.02.27~04.13(7주) 나는 누구인가03.08 군생활의 비감(悲感)03.09 행복(幸福)이란 것03.11 종교와 초코파이03.13 작은 감사03.15 건강의 소중함03.16 어이없는 벌에 대해03.19 억눌린 영혼들의 주먹다짐03.20 사격과 놀이기구의 유사점03.23 유격과 참호전투03.23 봄 경치(화창한 날에)미래의 자화상과 전우들03.25 사람의 한계(특공대를 보고서)03.26 날씨변화와 군대적응03.27 밥 정량만 먹기와 주님의 개입03.28 땅바닥과 친해지다03.29 설사는 괴로워03.29 기록 사격에 ..
청춘! 신고합니다 관람기 03년 4월 16일(수) 맑음 어제 사단 사령부 연병장에서 KBS ‘청춘! 신고합니다.’라는 프로그램을 녹화했다. 그것 때문에 저번 주에 덜덜 썰어가며 진달래를 심은 것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지만, 그래도 이런 기회가 있다는 게 어디냐? 군 생활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니 전역 선물이려니 생각하고 냅다 받아야지. 사실 처음에 가지 말아야겠거니 했다. 사단까지 가는 게 번거롭기도 하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근데 갑자기 마음이 바꾸기로 했다. 지금 아니면 ‘언제 이런 걸 볼까’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솔직히 밖에 나가선 큰 맘 먹지 않으면 절대 이런 대형 무대를 볼 수 없잖으니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일개복을 입고서 60에 몸을 실었어. ..
괜한 걱정에 대해 03년 4월 14일(월) 오늘 MS 장대용, 유준희가 전역하기에 상남이와 내가 중대의 왕고가 되었다. 근데 이상하게도 저번처럼 2월초 군번 애들이 나갈 때와는 달리 별 부럽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아무래도 군 생활이 이제 12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고 이번 주엔 인터넷 교육을 받고 다음 주엔 말년휴가까지 있어 그 시간은 더 적기에 그런 거겠지. 그러다 복귀해봐야 하루 정도만 지나면 되기에 군 생활이 끝난 거나 진배없다 할 것이다. 저번에 쓴 ‘한숨 쉴 틈이 없는 빡빡한 군대일정’라는 글을 보니 겪어보지도 않고 그냥 작계 시행 훈련에, 자상합동훈련까지 내 군 생활은 전역하는 그 날까지 되게 빡셀거라 생각하며 모든 걱정을 혼자서 다 하고 있더라. 근데 막상 지금에 이르러보니까 그런 모든 걱..
사단작업에 투입되다 03.04.12(토) 구름 낌 D-14 글쎄 10일(목) 오전 사격을 끝내고 오후 사격을 준비하고 있는데, 명철이가 들어오더니, 오후에 사단에 다 들어가야 한다고 사격을 안 할 수도 있다지 뭔가. 자초지종도 모르고서 사격을 안 한다는 말에 쾌재를 불렀다. 근데 자초지종을 듣고 나선 하도 어이가 없어 뒤로 자빠지는 줄 알았어. 이유인 즉은, 다음 주 월요일에 사단사령부에서 촬영을 하게 되는데, 그것 때문에 연병장 외곽에 진달래를 심는다는 거다. 그래서 연대별로 책임량을 주었고 그건 곧 그 연대, 그걸 맡게 된 대대, 그걸 직접하게 되는 중대를 평가하는 지표가 되기 때문에 모든 일과를 취소하면서까지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목요일엔 사격도 하지 않고 감자고지로 진달래를 채취..
『Tuesdays With Morrie』를 읽고 (죽는다는 건?) 03년 4월 10일(목) 구름낌 D-16 이번 주말에 갑자기 현일이가 책 하나를 주더니 읽으라는 것이었다. 바로 그 책이 오늘 또 한바탕 글잔치를 펼치게 할 장본인인 것이다. 요즘 전역할 때가 가까와선지 독서에 시들했었는데 이 책은 권해주자마자 아무 부담 없이 한 번에 다 읽을 수 있었다. 한 단락별로 짤막짤막한 글줄기가 읽기 편했고 심오한 주제에 대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을 두서없이 해가며 책을 순식간에 읽어버린 것이다. 미치 앨범이 쓴 책으로, 대학 스승인 모리 슈워츠의 마지막 강의 내용을 써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 강의는 보통 강의와는 달리 전혀 필기 시험도 없고 오로지 구술시험만이 있으며 그 강의에 참여한 사람은 단 한명 미치 앨범 ..
종교의 본질Ⅱ 03년 4월 7일(월) 구름 낌 대대장이 바뀐 후로 우리 기드온 교회에는 여러 가지 변화가 있다. 첫째 인원이 눈에 띄게 불었다는 것. 예전엔 적게 나오면 40명 정도이고 많이 나와봐야 60명 정도였는데 이제 적어봐야 90명이고 많으면 120명 가량이 오니, 엄청난 장족의 발전이 아닌가! 이렇게 인원이 채워지기까진 대대장의 뒷입김이 엄청났다. ‘종교행사 별로 인원이 별로 안 왔던데 얘들 많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해’라고 지휘통제실에서 한마디 던지면, 이 말이 와전되고 와전되어 간부들은 금세 보일 수 있는 교회 안의 인원 경쟁을 통해 그나마 충성하고 있다는 얼토당토 않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과도한 인원 경쟁은 부작용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바로 어제 일이 그렇다. 일ㆍ이등병은 종교 여하를 불문..
견장을 결국 떼다 03년 4월 5일(토) 맑음 오늘 13시부로 견장을 떼었다. 얼마나 견장 떼기를 갈구하며 하루 하루를 살았던가~ 이제부터 진짜 말년이다. 벌써부터 어떻게 3주를 보내게 될지 기대가 된다. 더더욱이 운이 좋아 내가 갈 때까지 훈련이란 게 없다. 바로 전역을 한 다음 주에야 지상협동 훈련을 뛰고 사단 작계 시행 훈련을 뛰기 때문이다. 더더욱이 원래의 희망대로 내가 가는 주엔 군대에서 그나마 월이라 생각하는 정신교육을 하게 됐다. 비록 그때 말년 휴가를 가지만 어쨌든 이런저런 상황에 휩쓸리지 않아도 되니 기분이 절로 좋기만 하다. 정말 운이 좋고 이렇게 편히 생활하다가 나갈 수 있으니 그저 행복하다. 2주 동안 잘 지내보드라고~ 견장을 뗀 기쁨에 기드온 교회와 3중대 막사를 배경으로 한 컷...
이지선씨가 알려준 깨달음 03년 4월 4일(금) 전역 D-22 요즘 KBS ‘인간 극장’에 이지선씨의 이야기가 나온다. 예전에 목사님 설교 시간에 주바라기 이지선 씨 얘기를 어렴풋이 해줘 들은 적이 있기에 자연히 이 프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지선씨는 현재 나이 26살로, 이화여자대학교 출신이며 하나님을 절실히 믿는 기독교 신자인데다가 의모는 보통 이상의 참한 아가씨이다. 그 당시, 그러니까 사고가 나지 2년 전인 24살 때에 그만한 배경에 그만한 아가씨였기에 한 콧대 했고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 했었단다. 하지마 그런 그녀에게 불운의 재앙이 닥쳤다. 그녀의 오빠와 함께 차를 타고 가고 있었는데 앞에서 달려오던 음주운전하는 차와 정면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그 사고로 오빠는 차에서 튕겨나가 불행..
흔들린 마음 다잡기 03년 3월 27일(목) 구름 마음이란 참으로 이상한 동물이다. 아무리 자기의 현실 기반 하에서 자기의 명확하게 할 일이 있다 하더라도, 그 마음이 동하거나, 뭔가에 이끌리게 되면 그것에 따라 자기 할 일도 제대로 못할 뿐더러, 여러 환상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난 최대한 되도록 늦게 견장을 떼고 싶다는 생각을 평소부터 많이 해왔지만(솔직히 견장 달고 있다고 해서 특별히 나쁠 것도 없을 뿐더러, 일직을 서지 않는 날에 푹 잘 수도 있고 일직부관 서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 않으니까) 동기들도 이미 저번 금요일에 다 견장을 떼었고 훈련 기간 중에 부소대장으로부터 빠른 시일 내에 견강을 떼어준다는 말을 들으니깐 그럴 바에야 오래 잡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드니깐...
사단통제 작계시행훈련 03년 3월 24일(월)~26일(수) 맑음 오늘부터 모레(26일, 수)까지 사단통제 작계시행훈련을 뛴다. 사단장이 바뀐 후로 어이 없이 생긴 훈련으로 12월부터 시작해서 한달에 꼭 한번씩은 뛰며 한 달에 꼭 30km 이상의 행군을 한다. 이번 훈련은 연대RCT 때를 방불케할 만큼 복귀행군도 장난이 아니었고, 거기다 2박 3일의 훈련이기에 텐트까지 친단다. 연대RCT 이후 영영 텐트를 안 칠 줄 알았는데ㅠㅠ 지금은 상황이 걸리기 30분 것이다. 지금까진 6시에 꼬박 상황이 걸렸기에 그 조바심에 기상하자마자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이번엔 7시에 걸린다고 하니 여유가 있어서 좋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훈련을 뛴다는 사실이 무지 짜증난다. 그것도 지금까지 했던 어떠한 작계시행훈련보다도 ..
한숨 쉴 틈이 없는 빡빡한 군대일정 03년 3월 20일(목) 드디어 그 길고도 지리하던 3월도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렇게 지나고 나면 꿈의 4월이 펼쳐지겠지. 솔직히 어제저녁 때 만해도 중대 분위기는 별로 시끌법적하진 않았다. 공용화기 집체 교육이란 일과를 진행 중이었기에, 다들 힘들었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4월에 특별히 정해진 훈련이 없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어제 저녁부터 괴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4월 21일(그러니까 바로 전역주간)부터 26일까지 지상합동훈련을 한다’라는 것이었다. 하도 어이가 없고 역시 여기 6XX이구나 한다. 그렇다면 14일에 올렸던 말년 휴가를 뒤로 연장해야 하겠지만, 갔다가 오면 바로 전역하넹. 휴가 갔다가 복귀하면 바로 전역 상담하고 그 다음 날 한숨 ..
기타를 배우다 03년 3월 16일(일) 비 오다가 밤엔 눈으로 바뀜 고등학교 시절 소망교회에서 찬양의 밤을 기획하면서 최초로 합창이란 그 정열에 직면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대해온 그런 게 아닌, 회원들이 모여 웅장한 메아리가 될 수 있다는 것, 그거 말 그대로 나에게 온 충격이었다. 그런 충격 속에 옹기장이ㆍ주찬양의 천상의 화음을 들으며 감탄을 마지 않았고, 속으로 나도 저들과 같이 되어야 겠거니 하면서 그때 이후로 맹연습을 했다. 그 결과 지금은 노래를 들으며 삘(feel)에 따라 베이스 음을 부를 수 있을 뿐아니라, 악보를 보며 노래 속에서 베이스음을 부르는 게 가능해졌다. 장족의 발전이란 느낌이 들지만 지금은 이러한 내가 으레 당연히 느껴지니, 좀 배불렀다고나 할까? 이런 과정에 이르기까지 ..
대구지하철참사에 대해 03년 2월 20일(목) 화창 엊그제 그러니깐 2월 18일에 대구에서 지하철 방화 참사가 발생했다. 내용인 즉은 장애를 비관한 2급 지체 장애인이 물고 늘어지기 심보로 병에 챙겨간 휘발유를 지하철 객실에 뿌리고서 중앙로역의 도착하자마자 불을 붙인 것이다. 그러던 중 실수로 그 용의자 온 몸에 불이 붙어 역으로 하차한 것이다. 밖에 있던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 붙은 불을 끄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객실에 피어오른 불꽃은 활활 타올라 객실 전체를 집어 삼키고 있었다. 그때 상행선 쪽에서 중앙로역으로 진입하는 지하철이 있었으니, 그건 이 참사가 더 재앙이 될 증조였다. 그 차가 중앙로에 진입했는데도 전력 공급이 차단되므로 불구덩이를 벗어나지 못했고 문까지 차단되므로 모든 사람들이 문 앞에 뒤..
정임이와의 설렘 가득한 데이트 2003년 2월 4일(火) 복귀하기 전날, 짜증이 물밀듯이~ 죽겠다. 이런 뭐 같은 기분 늘 있어 왔지만 이번엔 다른 때보다 오히려 더 심했다. 얼마 남지 않음을 알지만 군의 현실을 너무 잘 알기에 돌아가는 건 꼭 지옥길을 제 발로 걸어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번 휴가는 다른 정기휴가와는 다른 게 있었다. 그건 바로 마지막 날에 홀로 방황하다 들어간 여느 휴가와는 달리 오늘은 만날 사람이 있다는 거. 바로 정임이다. 내가 군에 가기 전에 좋아했던 아이. 하지만 지금은 정임이가 더 나에게 열심이다. 편지도 자주 보내주고 휴가 나왔다고 하니깐 만날 기회를 혼자서 제공해주기도 하고 먼저 만나자고 말하는 아이니깐. 이번에 휴가 나와서도 전화를 했더니, “내일보자!”라고 당당하게..
의복이와 영웅을 보다 2003년 1월 30일(木) 의복이도 나보다 한 주 정도 늦게 휴가를 나온 터라 오늘 만났다. 저번에 하도 재밌게 놀아서 이번에도 그 그리움에 만났다. 5시에 만나 곧바로 시내까지 걸어가서 뭐 볼까 하다가 ‘영웅’을 보기로 했다. ‘영웅’을 보고 나서, 정말 보길 잘했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 영웅은 모든 사람이 갈망하는 칭호일 것이다. 가장 멋진 언사 ‘황제(皇帝) : 여러 소국으로 나눠져 혼란스러울 바엔 한 명이 통일하여 안정됨이 낫다’라는 말을 쓰고서 죽일 수 있는 순간에도 진시황을 죽이지 않은 양조위나 이연걸, 결국은 자기의 희생까지 각오하면서 그를 도왔다. 영웅이란 그런 것이다. 자기의 의견이 틀렸음을 아는 순간, 자기를 바꿀 수도 있어야 하며, 대의를 위해선 사사로움을 버릴..
행군과 도보의 차이 03년 1월 19일(일) 맑음 지난 17일 저녁 7시에 시작한 행군이 18일 새벽 4시 30분이 되어서야 끝을 맺고 말았다. ‘작계시행훈련’과 ‘매달 30km 행군’이라는 사단장 지시 사항이 있었기 때문에 원래 훈련이 없는 달임에도 우린 어쩔 수 없이 훈련을 뛰게 된 것이다. 아침부터 시작된 눈은 점심이 되어선 아예 함박눈으로 변해서 펄펄 내리고 있었다. 원래 군에서의 눈이라 하면 치를 떨며 짜증이 나야 맞는데 이번 눈은 왠지 나를 기쁘게 있다. 그 이유인 즉은 폭설로 인해 훈련이 중단될 수도 있고 30km 행군이 취소될 수도 있으니까. 아무리 훈련이 급해도 실질적으로 중요하 건 제설작업이었기에 나는 그걸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런 불행으로 조기철수 행군을 하게 되었다. ..
군에 대한 사색과 고찰 03년 1월 11일(토) 맑음 군에서 생활한 지 어느덧 23개월째다. 26개월의 군 생활 중 겨우 3개월 밖에 남겨 놓지 않은 이 시기에 이르렀다. 이쯤 군 생활을 하고 보니, 군대란 어떤 곳인지 대략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그건 머리로 늘 생각하여 받아들이게 된 관념이 아니라, 몸으로 겪으면서 몸소 체득하게 된 실제인 것이다. 군에 대한 특징은 여러 개 있겠지만 난 크게 두가지를 논의하고 싶다. 이 두 가지로 ‘토요 난상토론(土曜 爛商討論)’을 펼쳐보도록 하자. 첫째, 결과성이다. 군에선 여러 검열과 사열들이 있다. 이런 것들을 통해 한 부대를 평가하게 되는 거고, 얼마나 상급부대의 지침에 잘 순응 하는가를 판단하는 거다. 하지만 이런 것들에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한 가지가 있..
융통성 있는 삶에 대하여 03년 1월 4일(토) 눈 온 후 한파 지금까지 남에게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고 살아왔다. 내 성격 탓에 그랬던 거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것은 선함(착한사람 컴플렉스)이란 가치에 눌려 살아온 나의 무능함 때문이다. 과연 착하다 또는 선하다 하는 게 뭔지를 생각해본다. 예전부터 착하다는 건, 남에게 좋은 모습으로 남는 것, 그렇기에 싫은 소리 한마디 하지 않는 것, 덩달아 싫은 행동을 하나도 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다. 아주 유아적인 방식의 개념이지만 그걸 착함의 본질인 양 개념화한 체 살아온 것이다. 그래서 그런 개념을 늘 머릿속에 주입하고 실천해왔기에 좀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좀 어이없는 처사를 당하더라도 아무 말도 못하고 묵묵히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 하나 손해봐서 ..
격동의 2002년 정리 03년 1월 1일(수) 매우 맑음 2003년을 분대장으로 시작한다. 입대할 때만 해도 2003년이 올까 하는 그런 답답한 마음도 있었고 고참들한테 “내후년 제댑니다”라고 말할 때의 그 무너지는 암울함을 느꼈었는데, 어느덧 ‘올해!’라고 벅찬 감격으로 말할 수 있는 시기가 오고야 말았다. 행복한가? 정말 행복하다! 군에서 제대로 보낸 02년이 이렇게 갔다. 솔직히 아쉬움 없는 한 해였지만 시간이 이렇게 흘렸다는 게 무척이나 아쉽기까지 하다. 2002년은 정말이지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1월엔 있었던 사진기와 수하문제 인해 소대의 미운 오리 새끼로 찍혀 최악의 군 생활을 경험하며 지냈다. 2월엔 철수 준비로 인해 소대 분위기가 너무나 어수선 했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3월엔 철수를..
분대장 잡던 날이 다짐 02년 12월 30일(월) 매우 밝음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21일로 계획되어 있던 견장수여식이 연기된 이후, 아무 기약도 없었는데, 결국은 오늘 하고야 말았다. 이렇게라도 잡게 되니 포부가 대단하다. 혹, 과대가 되었을 때처럼 말이다. 정말 잘할 자신도 있고, 여느 분대에 안 꿀리는 분대를 만들 자신도 있고 이등병 못지 않게 정말 빡시게 군 생활할 자신도 있다. 물론 이런 자신감은 이제 막 시작이기 때문에 나오는 것일 수도 있지만, ‘늘 처음처럼’이란 말만 떠올릴 수만 있다면 그리 문제될 것도 없을 것 같다. 혹, 아이들이 “병장님은 성격이 몰려 터져서 문제입니다”라고 말한다. 내 스스로 인정하는 바이기에 거기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도, 스스로를 자책할 필요도 없을 것이..
지겹도록 눈과 함께한 크리스마스 02.12.23(월)~25(수) 폭설 후 흐림 안 올 것만 같던 2002년의 크리스마스, 솔직히 하루하루가 힘들었기에 기다릴 겨를도 없었지만, 8일에 교회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면서 나름대로의 크리스마스를 느끼던 터였다. 과연 ‘크리스마스는 뭐지?’라고 묻는다면, 단순히 아기 예수 나신 날이라 대답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사회적 통념상 축제화되어 있고 우리의 의식 속에서도 축제와 즐김이 새겨져 있기 때문에 그것이 대답의 전부라 할 것이다. 아무리 기독교인이라 해도 그렇게 은연 중에 의식은 이 시기에 우리를 들뜨게 만들고 기다리게 한 요인이겠지. 그리고 더더욱이 이번 크리스마스를 지내야만 집에 가는 거니깐 더욱 의미가 있는 거겠지. 그렇지만 이번 크리스마스도 우리에게 실망을 ..
두 번의 일요일 02년 12월 8일(일) 15일(일) 폭설 / 맑고 따스함 어제부터 날씨가 흐려지고 추워지더니 오늘 하루종일 많은 눈이 왔다. 하지만 난 성탄 장식을 교회에서 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나 보다. 15(일) 주일임에도 화요일에 있을 사열 때문에 하루종일 총검술 및 집총 16개 동작을 했다. 연무 17개 동작을 저녁 늦게까지 연습했다. 죽는 줄 알았다. 12월 8일 성탄장식을 마치고 나왔더니 눈이 내린다. 군종들의 유쾌한 놀이 인용 목차 사진
감기를 앓고 나서 깨달은 것 02년 12월 4일(수) 따뜻함 집중 정신 교육 기간이다. 월 때리는 시간이기에 아무 부담 없이 맞이 했던 월요일에 목이 컬컬해짐을 느꼈다. 그게 감기 기운이었다. 그래서 어젠 더 심해질 것을 대비해서 의무대에 가서 약을 받아왔다. 그렇게 먹었더니 괜찮아지는 듯해서 스르르 잠이 들었는데 몸은 추위를 느끼고 있었고 온몸은 불덩이처럼 뜨끈뜨끈하기만 했다. 작년 5월 말에 그랬듯 편도선염과 같은 증상이었다. 정신이 오락가락해서 잠 한숨 제대로 못 잤다. 수요일엔 입맛이 없어 빵 하나도 먹지 못했고 바로 의무대로 달려갔더니, 글쎄 체온이 39.7도나 되더라. 그래서 군의관님이 링거를 맞으라는 것이었다. 쾌재를 외치며 바로 의무대에 누웠다. 그래서 링거를 맞으며 가픈 숨을 쉬며 오후 ..
사단장 교체가 부른 악영향 02년 12월 01일(일) 몹시 추움 사단장이 바뀐 지 어언 한 달 정도가 된 것 같다. 저번 포천 사건이 결국 6사단 간부의 소행임이 밝혀짐과 동시에 사단장 교체로 마무리 됐다. 그렇게 바뀐 사단장은 군기강 해이를 그 이유로 들었고 그건 곧 우리들을 옭아매는 여러 지시 강조사항으로 이어졌다. 첫째, 점호의 규정 준수이다. 형식적 점호로 편했던 우리들에게 규정에 의거한 점호(알통구보, 스트레칭, 명상)는 짜증 그 자체였다. 둘째, 더욱 엽기적인 것은 제식 교육 강조로 지금 내 운명에 없었던 도수제식, 총검제식 등을 신교대처럼 하고 있다. 과연 언제까지 할까나? 셋째, 더더욱이 한 달에 한번씩 30km 행군을 하라며 군기불량으로 걸릴 경우, 부대는 완전 군장 50km 행군을 실시..
3일간의 포대 경계지원근무 02년 11월 27일(수) 눈 내리고 추움 25일(월)에서 오늘까지 27FA HQ α포대에 경계 지원을 나갔다. 경계 지원 자체는 환영할 만하지만 1분대만 따로 떨어져 포반과 함께 가기에 덩달아 중대장과 같이 가야 한다는 게 짜증이 난달까. 난 재현이와 함께 B2조로 위병소에선 사수를 서야 했고 탄약고에선 가만히 있어도 되었기에 위병소 근무는 짜증 그 자체였다. 역시 경험이 적다 보니 빵구도 참 많이 내서 중대장에게 갈굼 좀 당했다. B2조는 새벽에 말대기였기에 빛이 났다. 6시간씩 그렇게 꼬박꼬박 자다 보니 나중에는 더 이상 잠을 자지 못하고 깨어나는 사태까지 날 정도였다. 나름대로 심신을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근데 2박 3일의 RCT인 것이 아쉬웠다고나 할까. 한 일..
첫 눈에 그린 꿈 02년 11월 14일(목) 눈 내리고 추움 오늘 드디어 철원 땅에 첫눈이 왔다. 첫눈이 왔다는 게 밖이었다면 대단한 일인 양 기술되었을 것이고 서로 축하하기에 여념이 없었을 테지만, 여긴 군대이기에 그렇게 원하지 않은 일이 터진 것에 대해 담담한 심정으로 기술하는 것이다. 며칠 전에 내리는 듯, 말듯 눈이 내렸었는데 이번엔 대지를 살짝 덮을 정도의 눈이 쌓였기에 이걸 첫 눈으로 보는 것이다. 새벽에 눈이 왔기에 근무자들이 주둔지 주변만 눈을 치워놨다. 그래서 우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알몸구보도 하지 않고 바로 도피안사로 싸리비를 들고 이동했다. 그렇게 도피안사부터 연대장 관사를 거쳐 수색 중대까지 눈을 치우면 되었다. 눈이 별도 오지 않았기에 대충 쓸어도 깨끗하게 보였다. 그렇게 눈을 ..
‘내 탓이오’와 ‘참기’의 문제점 02년 11월 10일(일) 매우 흐림 11월 1일, CO ATT를 뛰면서 참고 참았던 일이 드디어 터지고야 말았다. 바로 꼬바에게 개긴 일이다. 그건 예전 이등병 시기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감정이 그때 드디어 터진 것이다. 그것 때문에 지금까지도 별로 좋은 감정이 아닌데, 어쨌든 그 일 때문에 느낀 게 있어 여기에 적어보고자 한다. 나는 어떤 일이든 내 탓으로 돌린다. 그건 비단 나 혼자만의 일에서 뿐 아니다. 단체의 일에서도 그러하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내 탓이라 하는 것이 어찌 보면 되게 괜찮은 방법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아주 적절히만 할 수 있다면, 아주 괜찮은 일일 테지만 그걸 벗어났기에 심각한 문제라 하는 거다. 예를 들어 어떤 운동을 하더라도 그 운동 도중..
대대ATT 중 일어난 일 02년 11월 6일(수) 비가 내리는 스산한 겨울 날씨 대종(대대 종합전술훈련)이 오늘부터 시작이다. 6시 30분에 가상하자마자 일제히 상황이 발령되었고 우린 정신 없이 준비태세를 하였다. 그렇게 여느 때와 똑같이 소산지를 점령했지만, 이상하게도 부대 이동을 하지 않더라. 지뢰도 치지 않고 이동도 하지 않았기에 군장을 지키는 인원 2명 외에는 내무실에 앉아 대기해야 했다. 내가 지금까지 훈련이란 이름으로 받았던 어떤 훈련 중, 이번 훈련은 월 중의 월이었다. 부대 이동도 한 시가 되어서야 하게 되었으며 월요일과 화요일은 탄피회수작전 때문에, 수요일과 목요일은 방어만 하면 끝난다는 게 생각지도 못한 행복이었는데 거기다 실질적으로 CⅢ를 넘지도 않고, 바로 대위리에서 지연전을 잠시 ..
중대ATT의 시작일에 02년 10월 31일(목) 가을이 오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겨울이 오고야 말았다. 이 겨울의 날카로운 칼바람을 뚫고서 훈련을 하게 되었다. 겨울이 되면 훈련이라곤 혹한기 밖에 없다고 들었기에 별 걱정을 안하고 있었는데, 이게 웬 일인가? 10월 31일(목)~11월 2일(토) 중대 ATT, 그리고 11월 4일부터 11월 7일까지 대대ATT가 계획되어 있지 않은가ㅠㅠ 정말 싫었다. 군장을 메고 이동할 땐 더울 것이고 가만히 있을 땐 추울 것인데, 그 온도차에 의한 짜증을 어떻게 감당할까? 뭐 이런 걱정이 맴돌았지. 오늘 새벽 6시에 기상하자마자 상황이 걸렸다. 잠이 덜 깬 우리는 정신 없이 군장을 꾸리고 준비태세를 했다. 6월 25일에 6ㆍ25 상기 준비태세를 가상과 함께 한 이후, 처음..
좋은 선임이 된다는 거 02년 10월 25일(금) 서늘하지만 맑음 사병 최고의 계급인 병장을 단 지도 어느덧 25일이 지났다. 이제 6일 후면 물병장을 떼고 진짜 병장으로 거듭난다. 오늘 새벽 2시 30분 근무였는데, 글쎄 포반장에게 근무자 신고할 때 “상병 이종환 외 2명 근무 다녀오겠습니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역시 물병장이라 나도 아직은 내 계급에 적용이 덜 된 모양이다. 선임의 위치에 놓이게 된 지는 벌써 6개월 정도가 흘렀다. 중간 밑 선에서부터 중간을 달고, 그러다 중간 선임이 된 후, 중간을 놓고 지금에 이른 거다. 분대장을 잡기 전까진 말 그대로 말년이다. 선임이 되고 보니, 예전의 선임들과 다를 게 없다. 선임의 입장이 이해가 되어서라기보다 솔직히 조금이라도 군기를 잡기 위해 악역을 자..
태권도에 살고 태권도에 죽고 10월 25일(금) 요새 태권도 절정의 시간이다. 유단자가 적은 소대는 경고까지 먹는다고 하니까 그것 때문에 소대장들의 신경전이 하늘을 찌른다. 오늘은 사단 심사가 있었다. 난 이미 대대심사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쉽지 않으려고 했는데, 하도 중대장이 떨어진 인원들도 다 나와서 볼 수 있도록 하라고 노발대발한 덕에 나도 아침부터 나가 연습을 하게 되었다. 활동화까지 벗고 맹연습을 펼쳤는데, 아직도 실력이 미흡한 터라 앞차기, 옆차기, 뒷차기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었다. 하지만 열정을 가지고 끝까지 했다. 오후엔 김진민 중사(5소대 소대장, 신교)가 와서 승급 심사를 보게 되었는데 대대 심사에서 떨어진 우리는 옆에서 정심사원들이 심사를 마칠 때까지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몸을..
태권도 단증 따기 광풍이 불다 02년 10월 24일(목) 여전한 영하권 날씨에 엄청 춥다 나중이 되면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의 사건이겠지만, 지금 현 상황에서 그 어떤 훈련보다도 더 긴박감을 주고 짜증을 유발케 하는 사건이 요즘 내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다. 바로 태권도가 바로 그것인데, 이번에 적은 사람이 단증을 딴다면 바로 경고장을 먹일 것이고 그건 우리 소대 안에 태풍이 불게 될 것이란 걸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다들 돌아보며, 긴장하고 있는 것이며 태권도, 태권도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지 않은가. 나도 이번 단증에 참여했으나 여지없이 대대 심사관한테 떨어지고 말았다. 별로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정말 맘만 먹고 한다면 될 것도 같은데 왜 이리 맘처럼 안 될까. 과연 사단 심사를..
성큼 다가온 철원의 겨울 02년 10월 22일(화) 올해 처음으로 영하로 떨어짐 드디어 찾아오는가 철원의 겨울이여! 그 매섭고 날카로운 칼바람의 전운을 온몸 가득 맞서며 이겨내야 하는 겨울이 어느덧 성큼 다가왔다. 점오를 받으러 나갔을 때 쌩하니 불어오는 바람은 지금까지 느껴오는 것과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게 만들었다. 이번이 철원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겨울이란 사실이 좀 행복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왠지 걱정스럽고 암담한 것도 사실이다. 여긴 왜 가을이 오는가 했더니, 그걸 인지하는 순간에 바로 겨울이 시작되는 거다. 나 따뜻한 남쪽으로 돌아갈래! 10월 10일 1중대 대항군 출발 전 인용 목차 사진
진규 면회를 가다 10월 3일(목) 3시에 날카로운 기계음을 듣고서 일어났다. 일어나기 너무 싫어서 잠시 뒤척였다. 하지만 어느덧 일어나 옷을 입고 있었다. 그렇게 새벽바람을 가르며 진규네 집까지 뛰어갔다. 오늘 진규 면회를 간다기에 나까지 끼여서 가는 건데, 걸어갈 생각은 없었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뛰어가고 있었다. 30분 만에 주파한 그 거리~ 새벽바람 너무 상쾌해서 좋았다. 새벽에 그렇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자유롭고 좋은가? 그렇게 4시 30분에 진규네 집에 도착해서 들어갔으나 좀 늦게 간다며 쉬라고 했다. 그래서 진규방에서 컴퓨터 좀 하다가 6시 정도 되어서 외삼촌, 엄니, 압지, 할머니 이렇게 다섯하고 같이 머나먼 여정의 길에 올랐다. 잠이 모자랐던 차에 좀 불편했지만 편히 갈 수 있..
문을 부순 사연 02년 9월 24일(화) 요샌 아침저녁으로 스산함이 느껴진다. 낮에 엄청 높은 새파란 하늘과 따스하게 내리쬐는 태양이 있어 가만히 있어도 가을임이 느껴진다. 그래서 기분은 무지 좋아진다. 더더욱이 내일 모레면 상병휴가를 간다는 것 때문에 더욱 그런 거겠지. 만약 휴가 기분 없이 그런 더 없는 가을 정취를 대했다면 기분은 씁쓸했을 것이다. 밖에서 이런 날씨를 즐기며 흥겨운 정취에 취해볼 수 있지만, 여기선 취하긴커녕 그런 정취를 원망하며 다른 작업에 몰두해야하는 나 자신의 현실을 짜증스러워 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요즘은 정말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이런 날씨 가운데 있다는 게 행복하기까지 하다. 이번 주는 너무 빡시다. 공용화기 집체 교육 기간임에도 다음 주..
진을 빼놓을 대로 빼놓던 유격을 마치다 02년 9월 19일(목) 목요일 오전에는 화생방이 있었다. 솔직히 끔찍했다. 저번 주 분반에서의 그 악몽이 어렴풋이 떠올랐기에 정말이지 너무 하기 싫었다. 하지만 교육 자체는 월이었다. 방독면 쓰기, KD-1 제독 방법, 보호의 작용, 가스실 이렇게 순서로 진행했는데 PT도 하지 않고 이 과정만을 하면 되니 지난 삼일 동안의 시간에 비하면 수월했다. 하지만 공포는 가스실에서 였다. 방독면을 쓰고 들어가 정화통만 바꾸고 나온다는 걸 익히 들었기에 좀 안심하고 있던 터에 조교에게 소리를 내지 않은 게 걸려서 맨 몸으로 가스실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동주하고 3P장을 따라 들어갔는데 가스실에 하얀 연기가 보이지 않아서 그나마 안심하고 있었는데 구석에 보니 C/S 캡슐이 ..
도무지 알 수 없는 조교의 감정 02년 9월 17일(화) 새벽에 지긋지긋한 무기고 근무를 서고서 침낭 안에 파묻혀 행복하게 잠에 들었다. 그런 은밀한 행복감에 날카로운 “기상!”이란 비명소리를 들으며 기상하고 있으니 비극적인 현실을 새삼 되새기게 되더라. 일어나기 정말 싫었지만, 이러한 현실을 맞이하기 싫었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인 걸 어쩌랴? 아침 점오와 식사를 마치고서 또 다시 연병장에 모였다. 어제와 똑같이 교관의 지휘 아래 맹렬히 PT를 시작했다. 내가 왜 이러고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게 정말 힘들게 지탱하며 몸을 부산히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부터 코스를 이동하며 코스를 탄다. 하지만 코스만을 탈 리는 없다. 코스로 이동하면 5분간 휴식을 하도록 한 다음에 코스 설명을 듣고 몸풀기 PT에 들..
첫날 유격 체험기 02년 9월 16일(월) 원래 15일(日) 점심에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바뀌어서 16일(月) 7시에 출발하게 되었던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이다. 예정대로 갔다면 분반 복귀 후 조금의 휴식도 없이 바로 가는 강행군을 했을 터이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그렇게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서 출발 준비를 했다. 출발 전 심정은 좀 착잡하기 했지만 그래도 3박 4일이라는 짧은 시간만 유격을 뛴다는 것과 복귀 행군이 없기에 좀 가벼운 마음이었다는 것이다. ‘솔직히 군 생활 가운데 유적을 한 번 정도는 뛰어봐야지. 피할 수 없는 고통이라면 차라리 즐기리라!’라고 맘을 먹고 정신없이 유격 채비를 갖춘 다음에 바로 출발하게 되었다. 바로 독서당리를 거쳐서 유격장으로 향하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뻘짓을 좋아하는 ..
낯설지만 설레는 자대의 분위기 02년 9월 15일(일) 구름 낌 분반 퇴소식을 어제 마치고 자대에 왔다. 8월 24일(토)부터 시작된 분대장 교육은 3주간의 시간을 빼곡하게 채우고 9월 14일(토)에 끝난 것이다. 올 때 황당하게도 K-2 가스마개가 없어지는 사건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잘 찾았고 전투화도 어떻게든 잘 처리되어 지금은 걱정이 별로 없다. 아무리 그래도 역시 자대가 최고라는 생각이 들고 정말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풀린 군번에 상병 말호봉이 되고 보니 밑의 아이들이 많아져 엄청 편하기도 하고, 교회에 가선 오래도록 있을 수도 있고 말이다. 그렇다 해도 3주란 시간은 역시 짧은 시간만은 아니었던 듯하다. 여기에 와서 무엇을 하려니깐 도무지 어찌해야 할지를 모를 정도로 감을 잃어버렸다. ..
분반에서 느낀 나의 한계 02년 9월 12일(목) 비옴 드디어 분반 끝을 향해 다가간다. 오늘은 짜증 나서 죽을 뻔했다. 오전은 특별한 일정이 없이 정비시간이기에 삭발할 시간과 보고서를 작성할 시간을 준다고 했었는데 갑자기 시험을 보질 않나 퇴소식 예행 연습을 하지 않나. 정말 화가 나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뭘 시켰으면 그걸 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할 게 아닌가. 그런데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이게 아니다. 분반에 와서 오랜만에 머리를 써가며 공부를 했더니 사회에 있을 때의 느낌이 들었다. 여기 올 때, 그리고 일주차 때 일등을 해야겠다고 목표를 세우긴 했는데 지금에 이르러선 아무 것도 성취하지 못했다. 대학교에 갔을 때도 이와 비슷했다. 1등을 목표로 갔지만 1등은커녕 3~4등에 그칠 뿐이었으..
분반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다 02년 9월 10일(화) 따스함 분반에 오면 소대의 빡센 일정 한 두개 정도는 열외되도록 있는 게 기정 사실이다. 3주간의 교육 일정이다 보니 그 기간 중에 훈련이든 뭐든 끼어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박상호 병장 때는 그 힘겹던 전투지휘검열 준비기간을 다 하지 않았으며 은석이 때는 대대ATT와 그 준비기간을 넘길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 또한 그런 희망에 부풀어 있게 되었다. 원랜 우리 분반 기간동안 유격이 있었고 중대 ATT도 있었으니까 그걸 알게 됐을 때 엄청 좋아하기도 했다. 근데 그 모든 게 다 수포로 돌아갔다. 유격이 한 주 뒤로 밀리므로 우리가 분반에서 복귀하면 바로 뛰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더더욱이 어제 최악의 소식을 들었는데 일요일부터 유격을 뛰어야..
독도법 교육과 싸늘한 날씨 02년 9월 5일(목) 서늘함 평이한 날이다. 오늘은 독도법(讀圖法) 실습이 있던 날이다. 하지만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하늘은 아침부터 매우 흐렸는데 비가 오지 않아서 오후엔 실습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열심히 산에 올라 보물 찾기하듯 찾고 있는데 온몸을 타고 쌀쌀함이 감도는 것이다. 그렇게 네 개를 다 찾고 부대에 복귀해서 샤위를 했는데, 그때 다른 때와는 다르게 으슬으슬 몸이 떨려오는 것이다. 샤워를 마치고 평가가 있다기에 밖에 잠시 나왔더니, 글쎄 부는 바람도 장난이 아니라서 그 추위는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9월로 달이 바뀐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이 모양이 걸 보면, 여름에서 가을로의 계절 변화는 이렇게 뚜렷한 변화를 안겨주나 보다. ‘앞으로 이렇듯 온 몸..
교수법 실기를 죽 쓰다 02년 9월 2일(월) 맑음 요즘 들어 이렇게 기분이 최악인 상황은 처음이다. 오늘 운명과도 같은 공포를 느끼며 ‘교수법’ 실기를 보게 되었다. 난 장차 선생님이 될 꿈을 가지고 있기에 이번 과목은 내 미래를 위해서도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난 어제부터 만전을 다해서 준비를 했다. 그렇게 실전을 기다리는 시간은 흡사 수능을 기다리는 마음과 같았기 때문에 짜증이 밀려왔다. 그 시간에도 우린 목소리 높여 가며 연습을 했던 것이다. 오전엔 기다리다 못 보고 오후에 보게 되었는데 먼저 들어간 병환이가 나올 때 물어보니, ‘졸고 있어’라고 하는 거였다. 내가 들어갔을 때에도 조교는 졸고 있었다. 그래서 난 맘 편히 내가 연습한 그대로 주저리주저리 말을 하고 나서 흡족한 표정으로 교..
분대장교육대에서 맞이한 태풍 루사 02년 8월 31일(토)~9월 1일(일) 태풍의 간접 영향권 ‘루사’라는 15호 대풍이 한반도 전역을 휩쓸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부터 비가 서서히 내리며 바람이 마구 불어대기 시작했다. 그냥 조금씩 올 거라 생각해서 별 신경 쓰지 않았는데 오후가 되어서 뉴스를 보게 되니 이미 전역이 태풍의 피해권에 있으며, 앞으로 많은 피해가 있을 거란다. 많이 온 곳은 이미 350mm의 강우량을 넘어선 데도 있었다. 저녁이 되니 이곳도 태풍의 간접 영향권에 들어서인지 엄청난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산들이 엄청나게 요동을 치고 있다. 벼들이 흔들흔들 거리듯 나무들이 그렇게 흔들흔들 거리듯 분다. 바람이 상상을 뛰어넘어 불고 있다. 과연 오늘 밤 엄청난 짜증의 역사는 이뤄질 것인가?..
위문 찬양 예배 참석기 02년 8월 21일(수) 구름 많음 페바에서의 첫 위문 찬양 예배가 있는 날이며, 내 자대 생활 가운데 첫 찬양 예배에 참석하게 되는 날이다. 원래 작년 GOP에서도 딱 한번의 위문 예배가 있었지만, 그날 우리 소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까닭에 가지 못한 비운의 사건이 있었다. 아무튼 오늘은 일과를 하지 않고 각 중대 군종병들은 BN장 지시로 교회로 모여야 했다. 그래서 가벼운 맘가짐으로 교회에 갔지만 절대 만만한 준비 작업은 아니었다. ‘신광 파이팅’, ‘신광 교회 위문 예배’를 잘라 놓는 것을 비롯해서 좌석 재배치, 예배당 대청소 그 모든 것을 두서없이 해야만 했다. 그러던 찰나 목사님의 정신 교육까지 교회에서 있었기에 잠시 준비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었다. 오늘의 컨셉은 ..
폐타이어 수송계획 02년 8월 14일(수) 어둠 ‘폐타이어 수송 계획’에 의해 나와 8명은 착출되어 아침 일찍부터 모든 일과에서 열외되었고 60을 올라타게 되었다. 오늘은 의정부까지 간단다. 왠지 두근두근 가슴이 뛴다. 10대의 60이 이어지는 긴 행렬은 장관 중 장관이었고, 10개월 만에 들어서는 철원 외 지방들은 나의 가슴을 심하게 방망이질하고 있었다. 충격이었고 대단히 벅찬 감격의 순간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때도 전주까지만 갈 수 있길 바라게 되더라ㅠㅠ. 쾌쾌한 매연을 코로 감지하며 들어선 곳은 인간 사는 맛이 물씬 넘실거리는 서울로 바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비록 팍팍한 삶의 여정이 자리하고 있는 그곳일지라도 난 그곳을 너무나 동경하고 사랑한다. 3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의..
중대단결의 날 행사를 하다 02년 8월 12일(월) 맑음 중대단결의 날 행사가 있던 날인데, 딴 중대는 저번 주에 모두 끝냈지만 우린 전차대대 합동 훈련이 있어서 일주일이 지난 오늘에서야 하게 되었다(비로 인해 훈련이 연기 되었으니까 행복하다고나 할까). 축구ㆍ족구ㆍ계주에서 우리 소대는 모두 다 참패하고야 말았다. 전후반 교체 투입만 아니었으면 이겼을 수도 있을 텐데,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체육대회가 모두 끝나고 회식을 하게 되었다. 어제 재현이의 생일이었기 때문에 가져온 과자들을 시켜놓은 족발과 함께 먹었다. 오랜만에 한 회식이었고 처음으로 한 캠프파이어였지만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아무래도 양만 있고 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모든 걸 치워야 하는 건 우리 몫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
부분대장이 되며 변한 것 두 가지 02년 8월 7일(수) 연일 비 내림 드디어 말복이 끼어 있는 8월이 다가왔다. 그렇게 무더웠지만 그래도 GOP가 아닌 FEBA에 있는 게 그나마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짜증의 계절이 벌써 끝자락에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끝이라는 건 매우 기쁜 일이며 기대되는 일임에 틀림 없지만 또 다른 시작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기에 여전히 답답하기도 한다. 그렇게 보낸 올해 8월은 나에게 있어 특별한 일이 많이 있다. 첫째 8월 5일(월), 박형국 병장이 분대장이 되므로 당연히 난 부분대장을 달게 되었고 1년이 넘도록 매고 다녀 정이 들대로 들었던 K-3를 떼었다. K-2를 잡은 건 좋은 일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도 K-3를 보고 있으면 여전히 내 것으로만 느껴진다. 얻은 게 있으면 잃는 것..
ATT의 나날과 군에서 배운 것 02년 7월 18일(목)~19일(금) 덥다가 소나기 내림 드디어 하루의 휴식 끝에 오늘 또 훈련이다. 오늘부터 공격 훈련이 시작된다. 원랜 4시간 거리가 되는 동막리까지 단독군장으로 걸어가기도 했으나 갑자기 예정이 바뀌는 바람에 완전군장을 메고 가야 했다. 바뀐 일정에 절로 짜증이 난 데다가 물집까지 생기니 아무래도 버거울 수밖에 없는 행군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걸어 동막리에 도착해선 최초로 텐트를 치고서 전투 휴식에 들어갔다. 그렇게 푹 쉬고서 야간 공격을 가려던 찰나에 우리 소대가 우리 중대 대항군 임무를 수행하는 바람에 방어를 하게 되었다. 진지에 투입해서 모기와의 사투를 벌이며 잠을 청했지만 역시 밖에서 잠을 자야 하는 건 고초였다. 역시 안에서 자는 게 제일 좋은..
대대 ATT의 본격적인 시작 02년 7월 15일(월)~16일(화) 오전 8시에 상황이 걸려 12시까지 국지도발을 했다. 그리고 1시부터 준비(회학전 하) 태세를 실시하여 저번 금요일에 했던 것처럼 지뢰를 설치했다. 그 후에 대위리로 이동하여 후방 통제소 방벽에서 다음 날 새벽 3시까지 방어를 했다. 재현이와 난 추진 매복조가 되어 26M 다리 밑에서 매복을 서며 이 얘기 저 얘기 하다가 철수 명령과 함께 돌아왔다. 그 후엔 1s원들이 동송고지에 올라갔는데 하필 지연전을 한단다. 그래서 잠이 옴에도 불구하고 걷고 또 걸어 77포대까지 갔고 CⅢ 넘으려던 찰나, 상황이 종료되어 독서당으로 해서 대대에 복귀했다. 더럽게 짜증나고 힘들었다. 인용 목차 사진
대대 ATT 전 예행연습 02년 7월 12일(금) 오전 준비 태세가 있었다. 정신 없이 준비태세를 하고 2중대 축구장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선 지뢰를 설치하여 차단 진지를 형성했다. 오후엔 완전 군장을 메고서 대위리까지 가서 후방 통제소 방벽에 투입했다. 투입한 지 20분이 지나 철수를 시작하여 걷고 또 걸어 대대에 도착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정신없는 일정을 소화해야 했고 쉼 없이 이동해야했기에 정말 힘이 들었다. 인용 목차 사진
더위를 벗삼아 02년 7월 9일(화) 오늘 지뢰 설치 훈련이 있기에 난 경계를 서면서 월을 때렸지만 예전과 같은 완전한 월은 아니었다. 가만히 그렇게 땅바닥을 벗삼아 엎드려 있어도 맹렬히 내리쬐는 햇볕에 즉사로 노출된 나의 몸둥이엔 주체하지 못할 정도의 엄청난 땀들이 쏟아내렸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어도 그렇게 미치도록 짜증 나는 날에 우린 자연스럽게 그러한 짜증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으니 정말로 너무도 대단한 지경이다. 더위가 정말 싫지만 이번 여름만은 이렇듯 더위를 벗삼아 함께 어우러지며 살아가고 있다. 더위가 한껏 내린 철원들판에서 어느덧 두 번의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인용 목차 사진
현일씨의 대대군종으로서의 고민을 듣다 02년 7월 8일(월) 오늘도 어김 없이 차방문이 있는 날이기에 근무가 끝나자마자 쏟아지는 빗줄기를 뚫고서 교회로 향했다. 현일씨는 군종방에 있었다. 퍼붓는 빗줄기를 보며 좀 가늘어지면 그때 가자고 입을 맞추며 라면을 끓여 먹었다. 그 와중에 현일씬 이제 교회에 일과 끝나고 오게 생겼다는 푸념으로 우리들의 얘기는 시작되었다. 군종이 되고부터 달라진 건 뭘까? 대대 군종과 중대 군종의 차이는 뭘까? 군종이 우선 되기 전보다 기도도 줄었고 하나님께 대한 갈급함도 줄었다. 멀리 있을 땐 오히려 더욱 열정적으로 그걸 갈망하게 되는데, 막상 가까이 있으면 그 애틋함이 떨어지기에, 언제라도 보고 싶으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그 감정들이 무뎌져 가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그렇게 ..
아쉽게 4위로 남은 터키전 02년 6월 29일(토) 저녁 8시에 대구에서 터키와의 3ㆍ4위전이 있다. 이 경기가 있기 전에 인터뷰에서 충분히 즐기며 볼 수 있는 경기를 만든다고 해서 이 경기에 대해 편안한 마음으로 TV 앞에 모였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전반 26초만에 수비 불안으로 한 골을 먹었으며 8분엔 이을용이 프리킥으로 한 골을 넣음으로 따라 잡긴 했었다. 그런데 전반전 내내 2골을 더 먹으므로 구렁덩이에 빠졌다. 수비 불안이 원인이었다. 몇 년전 일본에게 5:0으로 졌던 때가 절로 생각날 정도였다. 과연 이렇게 무너지는가? 무너졌다. 수십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볼운이 없었다. 이로써 대망의 월드컵 정말로 끝났다. 아깝다 3위가 눈앞이었는데 이렇게 물러서야 하니 말이다. 이번 월드컵은 눈..
2박 3일의 구국기도회 참가기 02년 6월 27일(목)~29일(토) 맑음 2박 3일간의 625 회상 구국 기도회가 오산리 최자실 금식 기도원에서 있었다. 예전부터 현일씨가 중대 군종들까지 참여할 수 있다고 했지만, 난 회의적인 생각만을 가지고 기도도 하지 않은 채, 자포자기(自暴自棄)하고 있었다. 더더욱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그 기간은 총기사열도 있었고 병공통 검열과 체력 측정도 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빠지지 못할 거라는 게 일반론이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가도록 허락하셨다. 저번 주 토요일에 탈영 사건을 비롯해 구타자를 신고하는 등 중대 전체가 사고 예방 차원에서 들썩들썩 거리고 있었기에 중대장님은 나의 그런 얘길 듣자마자 선뜻 승낙해 주시며 군종으로서 내가 할 일이 많다며 앞으론 그렇게 활동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