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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농촌의 사계절 전가 사시(田家四時) 김극기(金克己) 춘(春) 草箔遊魚躍 楊堤候鳥翔 耕臯菖葉秀 饁畝蕨芽香 喚雨鳩飛屋 含泥鷰入樑 晚來茅舍下 高臥等羲皇 하(夏) 柳郊陰正密 桑壟葉初稀 雉爲哺雛瘦 蠶臨成蠒肥 熏風驚麥隴 凍雨暗苔磯 寂寞無軒騎 溪頭晝掩扉 추(秋) 搰搰田家苦 秋來得暫閑 鴈霜楓葉塢 蛩雨菊花灣 牧笛穿烟去 樵歌帶月還 莫辭收拾早 梨栗滿空山 동(冬) 歲事長相續 終年未釋勞 板簷愁雪壓 荊戶厭風號 霜曉伐巖斧 月宵乘屋綯 佇看春事起 舒嘯便登臯 『東文選』 卷之九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한시사 ① / ② / ③ 문학통사
전가 사시(田家四時) 겨울 동(冬) 김극기(金克己) 歲事長相續 終年未釋勞 세사장상속 종년미석로 板簷愁雪壓 荊戶厭風號 판첨수설압 형호염풍호 霜曉伐巖斧 月宵乘屋綯 상효벌암부 월소승옥도 佇看春事起 舒嘯便登臯 저간춘사기 서소편등고 『東文選』 卷之九 해석 歲事長相續 終年未釋勞 농사는 길이 서로 이어져 세밑인데도 애씀을 풀지 못하네. 板簷愁雪壓 荊戶厭風號 판자 처마라서 눈이 누를까 걱정스럽고 초가집이라서 바람 불어재낄까 싫어라. 霜曉伐巖斧 月宵乘屋綯 서리 내린 새벽엔 바위에서 도끼질을 하고 달 뜬 밤에 집에서 이엉 엮지. 佇看春事起 舒嘯便登臯 기다리면 봄일의 일어남을 보리니, 곧 언덕에 올라 휘파람 불리라. 『東文選』 卷之九 해설 겨울철 전가(田家)의 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겨울이 농한기인데 농사일은 끝이 없어 한..
전가 사시(田家四時) 가을 추(秋) 김극기(金克己) 搰搰田家苦 秋來得暫閑 골골전가고 추래득잠한 鴈霜楓葉塢 蛩雨菊花灣 안상풍엽오 공우국화만 牧笛穿烟去 樵歌帶月還 목적천연거 초가대월환 莫辭收拾早 梨栗滿空山 막사수습조 리률만공산 해석 搰搰田家苦 秋來得暫閑 힘쓰고 힘써 시골 사람들 괴로웠다가 가을이 와 잠시 한가함 얻었지. 鴈霜楓葉塢 蛩雨菊花灣 서리 내린 단풍잎 언덕에 기러기 깃들고 비 맞은 국화꽃 핀 물굽이엔 귀뚜라미 깃드네. 牧笛穿烟去 樵歌帶月還 목동의 젓대소리가 밥 짓는 연기 뚫고 가고 땔나무 캐는 노랫소리가 달을 휘감아 돌아가지. 莫辭收拾早 梨栗滿空山 사양치 말고 수습하길 일찍 해야 하니, 배와 밤이 주인 없는 산에 가득한 것을. 해설 가을철 한가롭고 풍요로운 전가(田家)를 노래하고 있다. 농사일에 바쁘..
전가 사시(田家四時) 여름 하(夏) 김극기(金克己) 柳郊陰正密 桑壟葉初稀 류교음정밀 상롱엽초희 雉爲哺雛瘦 蠶臨成蠒肥 치위포추수 잠림성견비 熏風驚麥隴 凍雨暗苔磯 훈풍경맥롱 동우암태기 寂寞無軒騎 溪頭晝掩扉 적막무헌기 계두주엄비 해석 柳郊陰正密 桑壟葉初稀 버들 언덕에 그늘이 바로 짙어지고 뽕밭 언덕에 뽕잎이 막 드물어졌네. 雉爲哺雛瘦 蠶臨成蠒肥 꿩이 새끼를 먹이기 위해 야위어가고 누에가 고치가 되려 살쪄가네. 熏風驚麥隴 凍雨暗苔磯 더운 바람이 보리밭 언덕을 놀래키고 찬 비가 이끼 낀 물가를 그늘지게 하네. 寂寞無軒騎 溪頭晝掩扉 적막히 수레나 말 탄 이 올리 없어 시냇가 어귀엔 낮인데도 사립문 닫았구나. 해설 시골집의 한가로운 여름 풍경을 노래하고 있다. 초여름 들판의 버들은 짙어 가고 뽕잎을 따서 누에에게 먹..
전가 사시(田家四時) 봄 춘(春) 김극기(金克己) 草箔遊魚躍 楊堤候鳥翔 초박유어약 양제후조상 耕臯菖葉秀 饁畝蕨芽香 경고창엽수 엽무궐아향 喚雨鳩飛屋 含泥鷰入樑 환우구비옥 함니연입량 晚來茅舍下 高臥等羲皇 만래모사하 고와등희황 해석 草箔遊魚躍 楊堤候鳥翔 풀 통발에서 물고기 뛰어놀고 버들개지 둑에서 새 날아오르네. 耕臯菖葉秀 饁畝蕨芽香 밭 가는 연못엔 창포잎 수려하고 들밥 먹는 언덕엔 고사리 싹이 향내내네. 喚雨鳩飛屋 含泥鷰入樑 비를 부르러 비둘기 집에 날고 진흙을 머금은 제비가 들보로 들어오네. 晚來茅舍下 高臥等羲皇 느지막이 초가집 아래에 와서 높이 베고 잠드니 태곳적 사람과 동등하구나. 해설 이 시는 시골의 사계절을 읊은 시 가운데 봄을 노래한 것으로, 봄에 느낄 수 있는 풍경과 자족적(自足的)인 생활에 대..
가을인데 뻘쭘하게 핀 자두꽃을 보며이화(李花) 김극기(金克己) 淒風冷雨濕枯根 一樹狂花獨放春 無奈異香來聚窟 漢宮重見李夫人 『東文選』 卷之十九 此咏秋日李花. 해석淒風冷雨濕枯根처풍랭우습고근 서늘한 바람과 찬 비가 마른 뿌리 적셔一樹狂花獨放春 일수광화독방춘한 나무의 미친 꽃이 홀로 봄을 방사(放射)하네. 無奈異香來聚窟무내이향래취굴 어찌할 수 없이 기이한 향내가 취굴주【취굴주(聚窟洲) : 신선이 사는 십주(十洲)의 하나이며, 거기서 반혼향(返魂香)이 나는데 그 향내가 풍기는 곳에는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다.】에 오니漢宮重見李夫人한궁중견이부인 한나라 궁궐의 거듭 이부인【이부인(李夫人): 한무제(漢武帝)가 사랑하는 이부인(李夫人)을 잃은 뒤에 몹시 그리워하다가 이소군(李少君)의 방술로 이부인의 혼을 불러와..
산장의 밤비 산장우야(山莊雨夜) 고조기(高兆基) 昨夜松堂雨 溪聲一枕西 작야송당우 계성일침서 平明看庭樹 宿鳥未離栖 평명간정수 숙조미리서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 昨夜松堂雨 溪聲一枕西 어젯밤 송당(松堂)엔 비 내려 계곡 소리 베개 서쪽에서 들렸지. 平明看庭樹 宿鳥未離栖 새벽에 뜰의 나무를 보니, 자던 새가 둥지 떠나지 않았네.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 산 있는 곳에 골이 있고, 골 있는 곳에 물이 있으니, 그러므로 승경(勝景)은 언제나 ‘산수(山水)’의 승(勝)으로써 일컬어지는 것이다. 산은 있되 물이 없으면 산은 적막하고, 물만 있고 산이 없으면 물은 심심하다. 이 세상 소리 가운데 산곡간을 흐르는 물소리만큼 맑고 밝고 영롱한 소리가 어디 또 있다 하리? 더구나 겨울 동안 목이 잠겼다가 봄비에 노랫목이 트..
운암진에서 쓰다서운암진(書雲巖鎭) 고조기(高兆基) 風入湖山萬竅號 宿雲歸盡塞天高 蒼鷹直上百千尺 那箇纖塵點羽毛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風入湖山萬竅號풍입호산만규호 바람이 호수와 산에 드니 온갖 구멍에서 소리 나고宿雲歸盡塞天高숙운귀진새천고 묵은 구름 다 걷히니 변방 하늘 높다랗네. 蒼鷹直上百千尺창응직상백천척 푸른 매가 곧장 높이 치솟으니那箇纖塵點羽毛나개섬진점우모어찌 미세한 티끌인들 깃털에 묻으랴?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이 시는 운암진에서 쓴 것으로, 고결한 고조기의 자화상(自畵像)을 보여주는 시이다. 산과 호수에 바람이 부니 일만 구멍에서 소리가 나고, 머물던 구름이 걷히고 나니 변방의 하늘이 높게 펼쳐져 있다. 저 푸른 하늘로 매가 곧장 치솟아 날아오르니, 거기에 어찌 작은 티끌인들 묻을 수 있겠는가? 훼절..
금양현에서 묵으며숙금양현(宿金壤縣) 고조기(高兆基) 鳥語霜林曉 風驚客榻眠 조어상림효 풍경객탑면 簷殘半規月 夢斷一涯天 첨잔반규월 몽단일애천 落葉埋歸路 寒枝掛宿烟 낙엽매귀로 한지괘숙연 江東行未盡 秋盡水村邊강동행미진 추진수촌변 『東文選』 卷之九 해석鳥語霜林曉 風驚客榻眠새는 새벽 서리 내린 숲에서 지저귀고 바람은 잠자는 손님의 평상에서 놀래키네. 簷殘半規月 夢斷一涯天처마의 아스라한 반달 뜬 때에 꿈은 하늘의 한 끝에서 끊겼지. 落葉埋歸路 寒枝掛宿烟낙엽이 돌아갈 길 묻고 추운 가지에 묵은 연기 걸려 있네. 江東行未盡 秋盡水村邊강동 갈 길 끝없는데 가을은 어촌 근처에서 끝나가는 구나. 『東文選』 卷之九 해설이 시는 늦가을 길을 가다 금양현에서 자면서 느낀 감흥(感興)을 노래한 시이다. 새벽 서리가 내린 숲에서 새는..
먼 수자리에 편지를 부치며기원(寄遠) 고조기(高兆基) 錦字裁成寄玉關 勸君珍重好加飱封侯自是男兒事 不斬樓蘭未擬還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錦字裁成寄玉關금자재성기옥관 당신을 그리워하는 편지【금자(錦字): 전진(前秦) 두도(竇滔)의 아내 소씨(蘇氏)가 직금회문시(織錦回文詩)를 남편에게 보낸 고사로, 아내의 편지, 또는 아름다운 시구를 뜻한다. 】를 써서 국경 관문【옥관(玉關) : 중국 감숙성(甘肅省) 돈황(敦煌)에 있는 옥문관(玉門關)의 준말로, 여기서는 관북(關北) 즉 함경도 지방의 요새(要塞)를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에 붙였습니다.勸君珍重好加飱권군진중호가손그대에게 권합니다. ‘몸 아끼며 잘 챙겨 드셔요.封侯自是男兒事봉후자시남아사 요직에 앉게 됨은 이로부터 남자의 일이오니不斬樓蘭未擬還불참누란미의환누란【누란(樓..
낙안군의 선원에서 자면서숙낙안군선원(宿樂安郡禪院) 김돈중(金敦中) 偶到山邊寺 香煙一室開우도산변사 향연일실개林深唯竹栢 境靜絶塵埃림심유죽백 경정절진애俗耳聞僧語 愁膓得酒杯속이문승어 수장득주배蕭然已淸爽 况有月華來소연이청상 황유월화래 『東文選』 卷之九 해석偶到山邊寺 香煙一室開우연히 산기슭의 사찰에 이르니 향 연기 가득한 한 방이 열려 있네.林深唯竹栢 境靜絶塵埃숲 깊어 오직 대나무와 잣나무만 있고 경치 고요해 속세 티끌 끊겼네.俗耳聞僧語 愁膓得酒杯속된 귀로 스님 말씀 듣고 근심스런 창자에 한 잔 술 마시네. 蕭然已淸爽 况有月華來고요히 이미 맑고도 상쾌하지만 게다가 달 환하게 와서 비춰줌에랴. 『東文選』 卷之九 인용작가 이력 및 작품우리 한시를 읽다
정월 대보름 연등회등석(燈夕) 김부식(金富軾) 城闕沈嚴更漏長 燈山火樹粲交光綺羅縹緲春風細 金碧鮮明曉月凉華盖正高天北極 玉爐相對殿中央君王恭黙疎聲色 弟子休誇百寶粧 『東文選』 卷之十二 해석城闕沈嚴更漏長 성궐침엄갱루장 대궐 안은 으슥하여 물시계소리 깊어가고燈山火樹粲交光등산화수찬교광연등 걸린 산과 나무 불빛으로 찬란하다.綺羅縹緲春風細기라표묘춘풍세 비단 장막 하늘하늘 봄바람은 살랑대고金碧鮮明曉月凉금벽선명효월량금벽단청 훤해지며 새벽달빛 시원하네.華盖正高天北極 화개정고천북극 화개는 북극처럼 높다랗게 걸려 있고玉爐相對殿中央옥로상대전중앙옥화로는 정궁 앞에 마주 보고 놓여 있네. 君王恭黙疎聲色군왕공묵소성색 천자께선 공손하셔서 음악 여자 멀리하니弟子休誇百寶粧제자휴과백보장 궁녀들아 패물치레 자랑하지 마라. 『東文選』 卷之十二 해설..
서경의 묘청 일파를 정벌하기 위한 군막에서 느꺼움이 있어정서군막유감(征西軍幕有感) 김부식(金富軾) 山西留滯思愔愔 不覺東風散老陰 倦客拂衣江岸靜 行人催渡野洲深 鶯溪里巷三更夢 鳳闕樓臺一片心 峴首風流吾敢望 閑吟時復遣幽襟 『東文選』卷之十二 해석山西留滯思愔愔 산서류체사음음 관서인 평양에서 머무니 생각은 어릿어릿하여【음음[愔愔] 평화롭고 안락한 모양, 화락한 모양, 깊숙하고 조용한 모양, 침묵을 지키는 모양】.不覺東風散老陰 불각동풍산로음 봄바람이 짙은 그늘을 흩어버리는 걸 모를 지경. 倦客拂衣江岸靜 권객불의강안정 지친 나그네는 강가 고요한 곳에서 옷을 털어대고行人催渡野洲深 행인최도야주심 행인은 들판 물가 깊은 곳에서 건너길 재촉하네. 鶯溪里巷三更夢 앵계리항삼경몽 앵계【앵계(鶯溪): 서쪽의 오공산과 남쪽의 용수산에서 ..
안화사에서 재를 치성하며안화사치재(安和寺致齋) 김부식(金富軾) 窮秋影密庭前樹 靜夜聲高石上泉 睡起凄然如有雨 憶曾蘆葦宿漁船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窮秋影密庭前樹 궁추영밀정전수 늦가을이라 정원 앞 나무 그림자 빽빽하고靜夜聲高石上泉 정야성고석상천 고요한 밤이라 바위 가 샘물 소리가 높네. 睡起凄然如有雨 수기처연여유우 잠자다 일어나니 서늘한 게 비라도 내린 듯하니憶曾蘆葦宿漁船억증로위숙어선 일찍이 갈대 있는 어선에서 묵었던 때 생각나네.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이 시는 늦가을에 안화사에서 재(齋)를 올리고 지은 순수 서정시(敍情詩)이다. 깊은 가을 뜰 앞의 달빛에 비친 나무 그림자는 빽빽하고 고요한 밤에 돌 위로 흐르는 샘물소리가 더욱 크게 들린다.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 보니 늦가을이라 을씨년스러워 마치 비가 온 ..
교방의 기녀거 포곡가를 부르는 걸 듣고 느꺼움이 있어문교방기창포곡가유감(聞敎坊妓唱布穀歌有感) 김부식(金富軾) 佳人猶唱舊歌詞 布穀飛來櫪樹稀還似霓裳羽衣曲 開元遺老淚霑衣 睿王喜聽此曲.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佳人猶唱舊歌詞가인유창구가사 기생이 아직도 옛 노랫가사 부르며布穀飛來櫪樹稀포곡비래력수희‘뻐꾹이 날아 상수리 나무에 오는 게 드물어요’라고 하는데還似霓裳羽衣曲환사예상우의곡 도리어 ‘「예상우의곡」【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 당(唐) 나라 현종이 꿈에 천궁(天宮)에 가서 선녀(仙女)들이 무지개치마 깃 옷(霓裳羽衣)으로 춤추며 음악하는 것을 보고 깨어난 뒤에 그것을 기억하여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을 만들어서 양귀비(楊貴妃)와 향락(享樂)하였더니, 그 뒤 안녹산(安祿山)의 난(亂)이 끝난 뒤에 개원(開元 현종의 처음 ..
감로사에서 혜운의 시에 차운하다감로사차혜소운(甘露寺次惠素韻) 김부식(金富軾) 俗客不到處 登臨意思淸속객부도처 등림의사청山形秋更好 江色夜猶明산형추갱호 강색야유명白鳥孤飛盡 孤帆獨去輕백조고비진 고범독거경自慙蝸角上 半世覓功名 자참와각상 반세멱공명 『東文選』 卷之九 해석俗客不到處 登臨意思淸속세의 사람들은 이르지 못하는 곳에 오르니 생각이 맑아져서山形秋更好 江色夜猶明산 모양은 가을이라 더욱 선명하고 물빛은 밤인데도 오히려 밝다네. 白鳥孤飛盡 孤帆獨去輕흰 물새는 외로이 날아 사라져가고, 돛배 한 척 가뿐하게 떠나가건만自慙蝸角上 半世覓功名부끄럽구나! 스스로 달팽이 뿔 위에서 반평생 공명 찾아 헤맸다는 게. 『東文選』 卷之九 해설이 시는 감로사에 올라 시승(詩僧) 혜소(惠素)가 지은 시에 차운한 시이다. 수련(首聯)은 높..
제 때에 울지 못하는 닭에게아계부(啞鷄賦) 김부식(金富軾) 歲崢嶸而向暯 苦晝短而夜長豈無燈以讀書 病不能以自強但展轉以不寐 百慮縈于寸膓想鷄塒之在邇 早晚鼓翼以一鳴擁寢衣而幽坐 見牎隙之微明遽出戶以迎望 參昴澹其西傾呼童子而令起 乃問雞之死生旣不羞於俎豆 恐見害於貍猩 何低頭而瞑目 竟緘口而無聲 國風思其君子 嘆風雨而不已 今可鳴而反嘿 豈不違其天理 與夫狗知盜而不吠 猫見鼠而不追 校不才之一揆 雖屠之而亦宜 惟聖人之敎誡 以不殺而爲仁 倘有心而知感 可悔過而自新 『東文選』 卷之一 해석歲崢嶸而向暯세쟁영이향막 세월이 흘러【쟁영(崢嶸): 세월이 흘러감을 형용한 것[形容歲月逝去].】 세밑을 향하니苦晝短而夜長고주단이야장낮은 짧고 밤은 긴 것이 괴롭네.豈無燈以讀書기무등이독서 어찌 등을 켜고 책 읽지 못하겠는가. 病不能以自強병불능이자강그러나 병들어 자강불..
난사의 누각에서 보며관란사루(觀瀾寺樓) 김부식(金富軾) 六月人間暑氣融 江樓終日足淸風山容水色無今古 俗態人情有異同舴艋獨行明鏡裏 鷺鷥雙去畫圖中堪嗟世事如銜勒 不放衰遲一禿翁 『東文選』 卷之十二 해석六月人間暑氣融육월인간서기융6월 인간세상에 더위에 녹아내리지만江樓終日足淸風강루종일족청풍강의 누각엔 종일토록 맑은 바람 넉넉하네. 山容水色無今古산용수색무금고 산 모습 물색은 고금이 없지만俗態人情有異同속태인정유이동속태와 인정은 다름과 같음이 있네. 舴艋獨行明鏡裏책맹독행명경리거룻배 홀로 밝은 거울 같은 강을 가고鷺鷥雙去畫圖中로사쌍거화도중백로는 쌍쌍이 그림 같은 하늘을 가네.堪嗟世事如銜勒감차세사여함륵 아! 세상 일 재갈과 굴레 같은가?不放衰遲一禿翁불방쇠지일독옹 쇠하고 둔한 한 대머리 늙은이 놔두질 않으니. 『東文選』 卷之十二 인..
입춘에 동궁전에 쓴 시동궁춘첩자(東宮春帖子) 김부식(金富軾) 曙色明樓角 春風着柳梢 서색명누각 춘풍착유초 鷄人初報曉 已向寢門朝 계인초보효 이향침문조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曙色明樓角 春風着柳梢새벽빛이 누각의 모서리를 비추고 봄바람이 버들개지 가지에 붙어 있네. 鷄人初報曉 已向寢門朝닭 사람【계인(鷄人): 당나라 때 궁궐에 새벽이 되면, 붉은 비단 수건을 쓴 닭처럼 꾸민 사람이 소리를 질러 새벽을 알리는데, 이것을 닭사람[鷄人]이라 한다.】이 막 새벽을 알리니 이미 침문【침문(寢門): 태자가 새벽마다 황제의 침실(寢室) 문 앞에 문안하였다.】을 향해 문안하네. 해설어전춘첩(御殿春帖)은 내용상 군주와 그 가족의 장수와 복록을 기원하며 아울러 나라의 태평성대를 염원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입춘(立春)이 한..
아름다운 궁전을 짓다결기궁(結綺宮) 김부식(金富軾) 堯階三尺卑 千載餘其德요계삼척비 천재여기덕秦城萬里長 二世失其國진성만리장 이세실기국古今靑史中 可以爲觀式고금청사중 가이위관식隋皇何不思 土木竭人力 수황하불사 토목갈인력 『東文選』 卷之四 해석堯階三尺卑 千載餘其德요임금의 계단은 삼척이나 낮은데도 천 년에 그 덕을 남겼지만秦城萬里長 二世失其國진나라 성은 만 리나 길지만 두 세대에 그 나라를 잃었네. 古今靑史中 可以爲觀式고금의 청사 중에 시험 삼아 볼 만하지만, 隋皇何不思 土木竭人力수나라 황제는 어찌 생각지 못하고 토목공사로 인력을 다하나? 『東文選』 卷之四 해설서경천도와 대화궁 창건계획은 묘청(妙淸)의 음모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묘청은 서경의 임원역(林原驛)에 대화세(大花勢)가 있으니 대화궁을 지으면 천하를 ..
하산하는 동자를 보내며송동자하산(送童子下山) 김지장(金地藏) 空門寂寞汝思家 禮別雲房下九華愛向竹欄騎竹馬 懶於金地聚金沙 漆甁澗底休招月 烹茗遼中罷弄花 好玄不須頻下淚 老僧相伴有煙霞 『海東繹史』 해석空門寂寞汝思家공문적막여사가 불교는 적막하기에 너는 집만 생각하여禮別雲房下九華예별운방하구화예로 구름 낀 방에서 작별하고 구화산 내려가네. 愛向竹欄騎竹馬애향죽란기죽마 대나무 난간서 대나무 말 타길 좋아했지만懶於金地聚金沙 나어금지취금사 금지에서 금싸라기【금지(金地): 불사(佛寺)를 가리키고, 금사(金砂): 불교의 진리를 가리킴.】 모으는 덴 게을렀지. 漆甁澗底休招月칠병간저휴초월병 물 뜰 때 시내 밑에선 달을 부르려 하지 말고烹茗遼中罷弄花 팽명료중파롱화 차 달이는 조릿대 속엔 꽃잎 희롱 그만 두거라. 好玄不須頻下淚호현불수빈하..
돌의 견고함을 빼앗을 수 없어라석불가탈견(石不可奪堅) 김인경(金仁鏡) 二儀初判後 物種萬紛然 이의초판후 물종만분연 有石中含質 無人外奪堅 유석중함질 무인외탈견 勢堪從擊破 性莫失生全 세감종격파 성막실생전 素受形資地 難移守自天 소수형자지 난이수자천 鐵慚融作器 銅恥鑄成錢 철참융작기 동치주성전 比若賢良士 操心固莫遷 비약현량사 조심고막천 『東文選』 卷之十一 해석二儀初判後 物種萬紛然 음양이 막 판이해진 후에 사물의 종류가 갖가지로 어지러워졌네. 有石中含質 無人外奪堅 돌은 속에 바탕을 머금어 사람이 바깥의 견고함 빼앗을 순 없네. 勢堪從擊破 性莫失生全 기세로 격파할 수 있을지라도 성품은 태어난 온전함을 잃게는 못하지. 素受形資地 難移守自天 본래 형체의 자질은 받은 것으로 하늘로부터 받은 건 옮기기 어렵네. 鐵慚融作器 銅..
대관전 보좌 뒤 가리막인 무일도(無逸圖) 위에 쓰다 서대관전보좌후 무일도장상(書大觀殿黼座後障 無逸圖上) 김인경(金仁鏡) 輅重駑馳短 天高鶴戀長 舊衣經幾濯 猶帶御爐香 園花紅錦繡 宮柳碧絲綸 喉舌千般巧 春鶯却勝人 『東文選』 卷之十九 해석 輅重駑馳短 天高鶴戀長 로중노치단 천고학련장 수레가 무거워 노둔한 말 달림이 더디고 하늘이 높아서 학의 그리움이 길구나. 舊衣經幾濯 猶帶御爐香 구의경기탁 유대어로향 옛 옷 몇 년이나 빨았던지 어전 향로의 향기 두른 듯하네. 園花紅錦繡 宮柳碧絲綸 원화홍금수 궁류벽사륜 동산의 꽃은 붉은 비단 수놓은 듯하고 궁전의 버들은 푸른 실마리인 듯하네. 喉舌千般巧 春鶯却勝人 후설천반교 춘앵각승인 목구멍과 혀가 천 가지로 교묘하지만, 봄 꾀꼬리가 도리어 사람보다 낫다네. 『東文選』 卷之十九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