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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철령에 올라서등철령(登鐵嶺) 이직(李稷) 崩崖絶磵愜前聞 北塞南州道路分回首日邊天宇淨 望中還恐起浮雲 『亨齋先生詩集』 卷之四 해석崩崖絶磵愜前聞붕애절간협전문깎아지른 벼랑 깊은 골짜기는 전에 듣던 그대론데,北塞南州道路分북새남주도로분북쪽 변방과 남쪽 고을의 길이 철령에서 갈라진다네.回首日邊天宇淨회수일변천우정머리 돌리니 해 근처 하늘은 맑은데,望中還恐起浮雲망중환공기부운바라보는 가운데 다시 뜬구름 일어날까 두렵다네. 『亨齋先生詩集』 卷之四 인용소화시평감상하기
우리 한시를 읽다 목차 이종묵(李鍾默) 프롤로그. 시를 읽고 즐기는 법 정조 - 綱目講義 湘素雜記 - 推敲 이규보 - 驅詩魔文 이황 - 陶山十二曲跋 이종묵 - 16~17세기 한시사 연구 1. 시를 소리 내어 읽는 맛 을지문덕 - 與隋將于仲文 정법사 - 詠孤石 고운 - 十二乘船渡海來 / 최치원 - 巫峽重峯之歲 최치원 - 秋夜雨中 이백 - 獨坐敬亭山 도연명 - 詠貧士 최치원 - 題伽倻山讀書堂 김종직 - 紅流洞 홍만종 – 소화시평 상권65 황정욱 - 送人赴遂安郡 2. 잘 빚은 항아리와 잘 짜인 시 김지장 - 送童子下山 정법사 - 詠孤石 박인량 - 使宋過泗州龜山寺 박인범 - 徑州龍朔寺 정지상 - 開聖寺 八尺房 정지상 - 題邊山蘇來寺 최치원 - 登潤州慈和寺 김부식 - 觀瀾寺樓 惠文 - 普賢院 3. 시 속에 울려 ..
‘조선후기 한시 쇄신의 방향과 주자학: 진시(眞詩)’ 후기 목차 1. 형술쌤이 초대한 한시의 세계에서 한바탕 춤을 추다 한문과 마주 보고, 한문과 한바탕 어우러지다 형술쌤 한시의 세계로 들입다 초대하다 2. 건빵이 한시특강을 듣는 이유 참새가 방앗간을 찾듯, 건빵은 한시특강을 듣네 한시특강을 들으러 온 사람들 전공자가 들으니 더욱 유익한 한시 특강 3. 훅하고 들어가 좌중을 압도한 16세기 한시 이야기 나도 모르는 새에 한시의 세계로 빠져들다 당나라 시풍이 우세를 떨치며 개성이 사라진 한시들 4. 복고파가 문단을 휩쓸다 복고파의 의의와 한계 복고파의 억눌림을 뚫고 분출한 생기발랄한 목소리 5. 천기를 문학에 담으려던 사람들 공안파를 비판한 김창협 공안파의 천기와 백악시단 천기는 다르다 6. 천기가 가득 ..
6. 천기가 가득 담긴 한시를 맛보다 한 시간 정도 만에 16세기 조선 문단의 시풍(詩風) 변화를 훑어봤다. 이게 바로 우리가 전문가에게 강의를 들어야 할 이유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이런 주제의 내용을 알기 위해선 여러 자료를 뒤적이며 몇 달을 끙끙 앓을 정도로 공부해야지만 겨우 윤곽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을 두 시간 정도의 강의만으로 그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16세기 시단에선 당풍이 유행하며 천부적인 자질을 지녀야만 시를 지을 수 있다는 논리가 전개되었고 이런 논의에 반감을 지닌 사람들은 ‘문장은 전한 시대의 것을 따르고, 시는 성당 시대의 것을 따른다[文必秦漢, 詩必盛唐]’이란 구호를 외치며 성당(盛唐)의 시만을 읽고 본받으려 노력하면 충분히 좋은 시를 지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5. 천기를 문학에 담으려던 사람들 조선에 이렇게 생기발랄하게 시를 쓰고 문장을 쓰자는 논의가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중국 공안파(公安派)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공안파의 대표주자인 원굉도와 이지 같은 인물은 억눌려 있던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래서 원굉도는 아예 “본성에 맡기고 발하면 오히려 사람의 희노애락과 기호정욕에 통할 수 있으니, 이것이 기쁠 만하다[任性而發, 尚能通於人之喜怒哀樂, 嗜好情欲, 是可喜也].”라는 충격적인 말까지 했으며, 이지는 “어린아이의 마음이 곧 진짜 마음이다[夫童心者, 眞心也].”라는 말까지 했다. 유학에선 억눌러야 했던 기(氣), 리(理)에 방해만 된다고 보았던 기(氣)를 그들은 한없이 긍정하며 ‘심즉리(心卽理)【성리학의 ‘성즉리(性卽理)’와 완전히 반대되는 얘기..
4. 복고파가 문단을 휩쓸다 당나라 시를 무작정 모방하는 풍조에 반기를 들고 나온 것이 복고파다. 복고파는 제대로 시를 지으려면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고 목청껏 외쳤던 사람들이다. 복고파의 의의와 한계 이들은 두 가지 부분에서 그전 시대와 다른 점이 있다. 이들은 “문장은 전한 시대의 것을 따르고, 시는 성당 시대의 것을 따른다[文必秦漢, 詩必盛唐]”라는 구호를 만들어 외쳤다. 이 말을 통해 전 시대와는 두 가지 부분에서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첫째는 시든 문장이든 천부적인 재능에 따라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후천적인 노력에 따라 잘 쓰고 못 쓰고가 나누어진다는 점이다. 그러니 좋은 시를 짓고 싶거든 명편들을 열심히 읽고 따라 써보며 노력한다면 그만한 시를 쓸 수 있다고 보았다. 둘째는 모범이 될..
3. 훅하고 들어가 좌중을 압도한 16세기 한시 이야기 나에게 만약 ‘비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한시 특강을 한다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다면, ‘나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한시에 대한 개념부터 정리한 후에 내가 하고 싶은 얘길 풀어가겠다’고 말할 것이다. 전혀 알지 못하는 세계로 초대하는 것이니 만큼, 알지 못하는 세계를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이다. ▲ 이번 강의는 전주대에서 전주시민 대상으로 마련하여 진행되었다. 나도 모르는 새에 한시의 세계로 빠져들다 그런데 형술쌤은 훅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16세기부터 중국에서 유행한 복고파 시와 전후칠자(前後七子)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이런 부분에서 도입부는 16년 1월에 초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진행됐..
2. 건빵이 한시특강을 듣는 이유 최근에 ‘킹덤’이란 드라마가 방영되었는데 거기서 김은희 작가는 ‘넷플릭스 측에서는 어느 것도 건드리지 않았다. 뭘 하든, 뭘 얼마만큼 죽이든 가만히 내버려 두더라’라는 내용으로 인터뷰를 했었다. ▲ 외국자본을 투자 받아 한국형 좀비 드라마를 만들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찾듯, 건빵은 한시특강을 듣네 거기엔 ‘우리가 이미 당신의 실력을 알고 모신 만큼 맘껏 기량을 펼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처럼 자신의 기량이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할 수 있는 용기’, ‘실패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을 때 나온다. 해리포터의 작가 j.k 롤링은 아예 하버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실패를 많이 해보라. 그게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말할 정도이니, 무작정 해보는 도전정신이 있다면 우린 크게..
1. 형술쌤이 초대한 한시의 세계에서 한바탕 춤을 추다 긴 시간 돌고 돌아 다시 한문 임용을 준비하면서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는 걸 느끼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단재학교에서 교사로서의 경험과 무수한 얘기들을 썼던 글쓰기가 한문공부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교사 경험이나 글쓰기 경험은 학문을 하는 진정성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건 사태를 제대로 보려는 진지한 마음이 있는 것이고, 그걸 그 누구의 말이 아닌 나의 말과 나만의 이해방식으로 흡수하는 것이니 말이다. ▲ 웰 컴 투 더 월드 오브 한시 ~ 그 매력에 빠져보실까요^^ 한문과 마주 보고, 한문과 한바탕 어우러지다 예전엔 무언가를 고민하기도 전에, 뭘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모든 게 나에게 닥쳐 있었다...
소화시평 책거리 목차 1. 소화시평과 함께 울고 웃던 1년 4개월여러 상황으로 진도가 수이 나가지 않다순간 순간이 알알이 박히다 2. 소화시평 정리를 끝마치다소화시평 스터디와 블로그정리 방향의 변화와 후기가 빠진 이유충실하게 보냈던 시간이여 인용 19년 글 임용 Life 상권 목차 하권 목차
1. 소화시평과 함께 울고 웃던 1년 4개월 예전에 6박 7일 동안 대구 달성에서 출발하여 낙동강을 따라 서울로 돌아오는 자전거 여행을 했었다. 그 여행을 시작하며 기록을 남겼었다. 처음에 ‘삶이란 하나의 도화지에 자신의 색채로 그림을 그려가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순간순간 그린 그림들이 모이고 쌓여 그게 삶을 만들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계속 얘기했듯이 그런 순간순간의 그림들이 대단할 이유도, 뭔가 엄청난 의미를 지닐 필요도, 남들 보기에 그럴 듯해 보여야 할 이유도 없다. 그저 작은 일일지라도 그 순간을 수놓으며 반복적으로 해나갈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자전거 여행을 떠나면서 난 그 여행을 ‘도화지에 한 획을 그리는 일’이라 생각했다. 누구나 알다시피 한 획을 긋는 것만으론 그림이 완성되지..
한시로 순발력테스트를 하다 『소화시평』 권하 85번은 시가 지어진 배경을 담고 있다. 아무래도 이전의 시들은 이미 시들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보기 때문에 시가 지어진 배경을 얘기하지 못하고(예외적으로 시가 지어진 배경이 문집에 실린 경우엔 그 배경과 함께 시를 설명하기도 한다) 그저 인상 비평을 가할 수밖에 없는 반면, 비교적 최근의 시이고 더욱이 자기 형의 시이기에 이 시에 대해선 배경 설명과 함께 그 당시의 분위기를 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편을 읽고 있으면 그 당시에 왜 이런 시를 짓게 됐는지 상황을 이해하게 되며 홍만종이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인 ‘형은 천부적 자질이 민첩하여 붓을 잡고 시를 지을 적엔 샘물이 솟구치는 듯 큰 강물이 매달린 듯했다[天才敏捷. 操筆賦詩, 泉湧河懸].’는..
작은 차이가 천지의 뒤틀림을 낳는다 『소화시평』 권하 64번에선 홍만종이 생각하는 최고의 시를 선별하여 수록하고 그에 대한 평을 하고 있다. 시평은 ‘일찍이 ~함에 감탄하지 않은 적이 없다[未嘗不歎]’라는 통일된 양식으로 ‘탄(歎)’이란 글자 뒤에 ‘감개(感慨)ㆍ장려(壯麗)ㆍ정치(精緻)’와 같은 두 글자의 단어들이 들어간다. 이쯤에서 잠시 생각하고 넘어갔으면 하는 게 있다. 그건 당신은 최근에 문학작품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고 나서 감탄해본 적이 있냐는 것이다. 나의 경우를 얘기하자면 예전에 돈도 궁하고 지지리도 궁상 맞게 공부하던 시기엔 꽤나 감명 깊게 본 영화들이 많았었다. 그런데 재밌게도 막상 단재학교에 들어가 영화팀 교사가 되었고 아이들과 매년 전주와 부산의 국제영화제에 다니며 영화를 ..
면앙정에서 펼쳐진 제호와 동악의 한시 대결 『소화시평』 권하 50번의 주인공은 양경우와 이안눌이다. 양경우에 대한 글은 이미 권상 37번에서 다뤘었다. 그 글을 읽으며 한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의 그 경치가 그대로 그려지는 걸 보며 감탄하고 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이안눌 같은 경우는 작년 3월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서 스승 정철, 그리고 친구인 권필과의 추억을 글로 정리하며 좀 더 가까운 사람처럼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렇게 마치 마주치지 않던 평행선처럼 느껴졌던 두 사람이 이번 글에서는 같은 시대에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양경우의 말을 통해 상황과 서로의 시에 대한 평가를 첨부하고 그런 평가에 대하 홍만종 자신의 평가를 싣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
33. 고려와 조선 한시, 표절보고서 詩家最忌剽竊, 而古人亦多犯之. 成獨谷‘淸宵見月思親淚, 白日看雲憶弟心’ 用老杜‘思家步月淸宵立, 憶弟看雲白日眠’之句. 姜通亭「寄弟」詩, ‘江山此日頭將白, 骨肉何時眼更靑’ 用黃山谷‘江山千里俱頭白, 骨肉十年終眼靑’之句. →해석보기 揖翠軒‘怒瀑自成空外響, 愁雲欲結日邊陰’ 用歐陽公‘雷喧空外響, 露結日邊陰’之句. 李容齋‘一身千里外, 殘夢五更頭’ 用唐人顧況詩‘一家千里外, 百舌五更頭’之句. 林石川‘江月圓還缺, 庭梅落又開’ 用金老峯‘多情塞月圓還缺, 少格山花落又開’之句. →해석보기 盧蘇齋「別弟」詩 ‘同舟碧海何由得, 幷馬黃昏未擬回’ 用老杜‘同舟昨日何由得, 並馬今朝未擬回’之句. 李芝峯「挽車五山」詩, ‘詞林秀氣三春盡, 學海長波一夕乾’ 用唐人詩‘詞林枝葉三春盡, 學海波濤一夕乾’之句. 夫自出機杼,..
한시의 표절 시비에 대해 『소화시평』 권하 33번은 지금까지 읽은 『소화시평』의 내용 중, 아니 어떤 한문 기록 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처럼 여러 작품을 쉽게 찾을 수 있고 비교ㆍ대조해볼 수 있는 세상에선 표절을 하게 되면 금방 들통 나고, 조금이라도 비슷한 구석이 있으면 표절 시비가 붙곤 한다. 최근엔 ‘상어가족’ 표절 시비가 붙었을 정도로, 문학작품, 영화, 음악 할 것 없이 광범위하게 원저자에 대한 권위를 인정해주려 한다. 하지만 이처럼 자료의 검색이 수월하기 이전엔 표절이 아무렇지도 않게 행해졌다. 일례로 우리나라의 70~80년대 대표 만화들은 일본 작품들을 무단으로 표절하여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최초 로봇만화인 ‘태권도 V’는 ‘마징가Z’의 아류라는 오명에서..
소화시평(小華詩評) 홍만종(洪萬鍾) 권상(卷上) 서설(序說)1. 가치2. 17세기 국학의 대표자 홍만종3. 홍만종의 시화집들 특징4. 성격5. 비평가의 세 가지 자격6. 품평 언어7. 사본의 문제점서문1. 태현경의 가치를 지닌 소화시평(김진표)2. 성당풍 시를 짓는 우해의 평론집(홍석기)3. 소화시평의 특징과 가치(김득신)4. 긴 세월에 걸쳐 책을 만들다(홍만종)5. 시평치윤서(詩評置閏序)1. 활발발한 기상의 왕건 2. 거란과 문종 3. 현종의 원대한 시 4. 백상루에 빠진 충숙왕 5. 창업의 뜻을 담은 이성계의 시 6. 귤로 신하를 깨친 문종 7. 평양군을 기린 성종 8. 태평한 기상을 담은 인종 9. 섣달 매화를 읊은 선조신흠 – 청창연담 권하 5310. 인조의 비상함이 담긴 시 11. 효종의 호기..
90. 우리나라 고유어로 시를 쓰라 世謂: “中國地名皆文字, 入詩便佳. 如‘九江春草外, 三峽暮帆前.’ ‘氣蒸雲夢澤, 波撼岳陽樓.’等句, 只加數字而能生色. 我東方皆以方言成地名, 不合於詩.”云. 余以爲不然, 李容齋「天磨錄」詩: ‘細雨靈通寺, 斜陽滿月臺.’ 蘇齋「漢江」詩云: ‘春深楮子島, 月出濟川亭.’ 詩豈不佳? 惟在鑪錘之妙而已. 해석 世謂: “中國地名皆文字, 入詩便佳. 세상에선 말한다. “중국의 지명은 모두 문자이기 때문에 시에 삽입하면 더욱 아름답다. 如‘九江春草外, 三峽暮帆前.’ 두보(杜甫)의 「나그네[遊子]」의 다음 구절이나 九江春草外 三峽暮帆前 봄풀 바깥에서 구강이 흐르고, 저물녘 돛대 앞에 삼협(三峽)이 놓여 있네. ‘氣蒸雲夢澤, 波撼岳陽樓.’等句, 맹호연(孟浩然)의 「동정호에 다다라[臨洞庭]」의 ..
64. 장난기 가득한 시 金東峯詩曰: “是是非非非是是, 非非是是是非非.” 又曰: “同異異同同異異, 異同同異異同同.” 奇服齋詩曰: “人外覓人人豈異, 世間求世世難同.” 又曰: “紅紅白白紅非白, 色色空空色豈空.” 豈兩公喜用此等句語, 頗近戱劇. 李白雲「閒居」詩曰: “莫問纍纍兼若若, 不曾是是况非非.” 始知此老始刱此體. 해석 金東峯詩曰: “是是非非非是是, 非非是是是非非.” 김동봉이 시를 썼으니 다음과 같다. 是是非非非是是 옳은 걸 옳다고 하고 그른 걸 그르다 하는 것, 이것은 옳은 게 아니고 非非是是是非非 그른 걸 그르다 하고 옳은 걸 옳다고 하는 것, 이것이 그른 걸 그르다 하는 것이네. 又曰: “同異異同同異異, 異同同異異同同.” 또한 다음과 같은 시를 썼다. 同異異同同異異 같은 것이 다르고 다른 것이 같으니, ..
19. 최승로, 한유의 작법으로 시를 쓰다 凡爲詩, 意在言表含蓄有餘爲佳. 若語意呈露, 直說無蘊, 則雖其詞藻宏麗侈靡, 知詩者固不取矣. 淸河崔承老詩曰: ‘有田誰布穀, 無酒可提壺. 山鳥何心緖, 逢春謾自呼.’ 辭語淸絶, 意味深長, 頗得古人賦比之體. 昔韓昌黎「遊城南」作詩曰: ‘喚起窓全曙, 催歸日未西. 無心花裏鳥, 更與盡情啼.’ 山谷云: “喚起·催歸, 二鳥名, 而若虛設, 故後人多不覺耳.” “然實有微意, 蓋窓已全曙, 鳥方喚起, 何其遲也; 日猶未西, 鳥已催歸, 何其早也. 二鳥無心, 不知同遊者之意乎! 更爲我盡情而啼, 早喚起而遲催歸, 可也. 至是然後, 知昌黎之詩有無窮之味, 而用意則精深也.” 布穀·提壺亦皆鳥名, 淸河此詩得韓法. 해석 凡爲詩, 意在言表含蓄有餘爲佳. 무릇 시를 짓는다는 것이란 뜻은 말 밖에 있고 함축은 넉넉한 ..
2020학년도 한문임용 최종 불합격기 목차 1. 장량이 한나라 삼걸이 된 이유와 배움의 조건 배우러 떠나니 신나기도 해라 장량을 통해 본 배움의 조건 겸손함과 배움 2. 스티브 잡스의 좌충우돌 인생론과 배움의 조건 시간낭비라는 관념 시간낭비라는 관념을 깨부순 스티브 잡스 6년 간의 고민이 한문공부에 영향을 주다 3. 맹상군을 통해 배운 관계론과 배움의 조건 관계학을 통한 배움론 임용의 길에 다시 들어서도록 이끌어준 관계들 4. 2019년에 찾아온 최상의 임용고사 조건 어렵던 한시가 편해지다 한문공부의 블로그 활용도가 높아지다 임용 합격을 위한 최상의 환경까지 마련되다 5.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 2020년에 대한 기대 인용 지도 공고문 경쟁률 19년 글 임용 Life 역대 임..
5. 반절의 성공과 반절의 실패 2년을 공부하며 나름 내실이 갖춰진 실력과 70명 가까운 인원을 뽑는 최상의 환경 속에서 한문과 임용 1차 고사를 봤다. A형 시험지를 풀고선 어렵다는 느낌에 절망에 빠지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론 작년시험보다 훨씬 나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좋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고 한 번은 사고가 날 뻔한 하자 “지금은 말고 1차 결과 여부는 보고 갈 테니 그 이후에”라고 말할 정도였다. 다행히도 1차 결과는 합격이었다. 지금껏 과거에 다섯 번 준비했던 것까지 통틀면 7번 도전을 한 셈인데, 최초로 1차 합격을 한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행복하고 얼마나 신이 났겠는가. 결과 발표 후 2차 시험까진 3주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 처음으로 2차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
4. 2019년에 찾아온 최상의 임용고사 조건 학생 시절엔 ‘배운다’고 하는 말이 그렇게 달갑거나 좋은 말은 아니었다. 학생의 본분이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선택의 권한도 없이 배워야만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고, 그런 식의 배움은 늘 성적이란 매우 객관적으로 보이는 지표로 게시되어 주눅 들게 했다. 하지만 지금은 학생 시절에 공부했던 것들은 배움의 측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걸 익히 알고 있다. 이미 앞에서 말했던 장량이나 스티브잡스나 맹상군의 일화를 통해서 배움이라는 건 단순히 책을 읽고 지식을 획득하는 과정을 넘어서 자신에게 함부로 대하는 스승을 통해 겸손해지는 법을 배울 수 있고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넓고도 넓은 인식의 깊이를 배울 수 있으며 다양한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생각지도 못한 삶의 국면에서 배..
3. 맹상군을 통해 배운 관계론과 배움의 조건 7년 만의 임용을 결심할 수 있도록 이끈 세 번째 배움론의 주인공은 바로 맹상군孟嘗君이다. 우리에겐 ‘계명구도鷄鳴狗盜’라는 성어로 익히 알려진 인물이다. 과연 맹상군은 어떤 배움론에 대해 이야기를 할 것이며, 그게 나에겐 어떤 영향을 끼친 것일까? ▲ 맹상군은 식객을 무려 3000명이나 두었었다. 많다는 게 중요하다는 게 아니라, 어떤 구성이냐가 중요하다. 관계학을 통한 배움론 맹상군은 전국시대 말기에 활약한 인물로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형제가 무려 40명이나 되었으며 특출난 재능도 없었기에 아버지의 눈에 띄는 존재는 아니었다. 그런 그가 아버지를 찾아온 식객들을 대접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고 찾아온 식객이 볼품없더라도, 내세울 게 없더라도 인간으..
2. 스티브 잡스의 좌충우돌 인생론과 배움의 조건 2018년에 7년 만에 다시 한문공부를 시작하고 임용시험을 준비할 수 있었던 데엔 배움에 대한 생각이 변했기 때문이다. 단재학교에서 근무를 하며 참으로 여러 강의들을 따라 다녔고 그곳에서 배움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접할 수 있었다. 배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 두 번째로 영향을 준 사람은 흔히 하는 말로 ‘모르면 간첩’이라 불려질 법한 사람이다. 바로 아이폰과 아이팟을 만들어 애플을 세계 정상급 회사로 만든 불세출의 인물인 스티브 잡스다. ▲ 잡스의 공부론은 전혀 무관할 것 같은 캘리그래피를 배우는 데서부터 시작됐다. 시간낭비라는 관념 임용을 준비하는 사람들,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알리라. 이 길이 결코 순탄하지만도 않..
1. 장량이 한나라 삼걸이 된 이유와 배움의 조건 도올 선생이 쓴 『교육입국론』이란 책은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의 파랑을 격파하며 나아간다(讀萬卷書, 破萬里浪).”란 문장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구도의 길을 찾아 장도를 떠난 신라의 스님들에 대한 이야기로 그들의 학문에 대한 열정을 단 여덟 글자로 포착해낸 명구다. ▲ 도올 선생님의 교육자들에 대한 조언이 담긴 책. 배우러 떠나니 신나기도 해라 구도求道의 길을 찾아 파랑을 격파하며 천축天竺으로 떠나는 스님들의 발걸음은 가벼웠을 것이고 감정은 두렵기보다 설렜을 것이다. ‘알고자 하는 마음’은 그토록 새로운 세계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낼 정도로 강하기 때문이다. 구법승들에 비할 바 아니지만 2018년에..
1. 또 덤비면 다른 길이 열리는 거잖아요 (‘베토벤 바이러스’ 마지막 장면. 시립교향악단&마우스필 공연에 떠난 줄 알았던 강마에가 돌아와 강건우와 마주친다.) 마에: 안녕히 가시라니? 이 짓들을 하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안녕히 가? 지금 누구 놀려~ 건우: 안녕히 가면 왜 안 되세요? 마에: 멍청한 짓들을 하고 있으니까 그렇지. 그렇게 실패했으면서도 몰라. 이건 끝이야. 시향도 그렇고 너희도 그렇고 끝난 거라고. 건우: 끝이라니요? 이제 시작인데. 여기서 관두면 맞는데요, 또 덤비면 또 다른 길이 열리는 거잖아요. 그렇게 될 때까지 계속 가면 그게 바로 성공이고요. 마에: (책망하듯) 인생 쉽다. 아흔 아홉 번 실패할 수도 있어. 건우: 근데 선생님도 그렇게 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오신 거잖아요. 저희..
54. 우리 고유어도 한시 속에서 맛깔스럽다 趙持世嘗曰: “我國地名, 入詩不雅. 如‘氣蒸雲夢澤, 波撼岳陽城’ 凡十字六字地名, 而上加四字, 其用力只在‘蒸’ㆍ‘撼’ 二字爲功, 豈不省耶? 此言亦似有理. 然盧相詩, ‘路盡平丘驛, 江深判事亭. 柳暗靑坡晩, 天晴白嶽春.’ 亦殊好. 其在爐錘之妙而已, 何害點鐵成金乎?” 해석趙持世嘗曰: “我國地名, 入詩不雅. 우리나라 지명(地名)은 시 속에 들여와도 우아한 맛이 없다. 如‘氣蒸雲夢澤, 波撼岳陽城’ 그러나 맹호연(孟浩然)의 「동정호에 다다라[臨洞庭]」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氣蒸雲夢澤 波撼岳陽樓물 기운은 운몽의 못에서 피어나고 파도는 악양루를 흔드네. 凡十字六字地名, 而上加四字, 모두 열 글자 중에서 여섯 글자가 지명이고, 그 위에 네 글자를 보탠 것이요, 其用力只在‘蒸’..
한국한시약사(韓國漢詩略史) 1. 송풍(宋風) 주도의 시기 고려 중엽 ~ 15C소식(蘇軾)을 중심으로 한 송시(宋詩)가 주도함. 15C 소식(蘇軾)을 벗어나 다양한 송시(宋詩) 추구※ 안평대군의 『팔가선시(八家詩選)』당(唐)송(宋)이백ㆍ두보ㆍ위응물ㆍ유종원구양수ㆍ왕안석ㆍ소식ㆍ황정견 15C 후반강서시파(江西詩派)인 황경견ㆍ진사도(시법 연마 중시)에 관심 가짐 16C박은ㆍ이행ㆍ박상ㆍ정사룡ㆍ노수신ㆍ황정욱이 강서시 수학→박은ㆍ이행ㆍ정사룡 해동강서시파(海東江西詩派)※ 관각삼걸(館閣三傑): 호소지(湖蘇芝)의 해동강서시풍(험벽한 용사, 까다로운 성률 제한, 기계적인 수사)※ 수식과 기료를 중시하는 강서시풍을 사림이 비판함: 온유돈후(溫柔敦厚), 외물한적(外物閑寂)의 내면 수양 중시 2. 당풍(唐風) 주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