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2/03/10 (4)
건빵이랑 놀자
업에 대한 최대의 왜곡 그런데 『주역(周易)』이라는 중국경전의 곤괘(坤卦) 「문언(文言)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선행을 쌓는 집에는 반드시 훗날에 경사가 있고 악행을 쌓는 집에는 반드시 훗날에 재앙이 있다. 積善之家, 必有餘慶; 積不善之家, 必有餘殃. 이 『주역』 「문언」의 말은 불교와는 전혀 다른 세계관에서 성립한, 윤회와는 전혀 관계없이 이루어진 고대중국인의 역사의식을 나타내는 윤리적 명제이다. 그렇지만 이 유명한 『주역』의 말은 곧 불교의 업보론을 나타내는 중국적 명제로서 중국대승불교의 역사를 통하여 줄곧 인용되어 왔다. 선(善) → 必有 여경(餘慶) 불선(不善) → 必有 여앙(餘殃) 선-여경, 불선-여앙이 ‘반드시’(必)라는 부사로 연결되어 있다는 이 명제의 사실은 그것이 어떠한 시공에서 일어나..
윤회란 무엇인가? 그런데 윤회는 고대인의 우주관(cosmology)을 이해하기 위한 과학적 논설이 아니다. 우리는 너무 종교와 과학을, 철학과 종교를, 그리고 신앙과 이성을 적대적으로 파악하는 데 익숙하여 있다. 이것은 후대의 서구 계몽주의 정신에 의하여 파악된 왜곡된 희랍정신에 그 원류를 두고 있다. 그러나 전 인류문명사에 있어서 이 한 조류를 제외하면, 모든 사상에 있어서 종교, 과학, 철학, 이런 것들은 대립을 일으키지 않는다. 결국 모든 과학적 성취도 그 궁극적 배면이나 그 최초의 동기에는 반드시 종교적 통찰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인도인들이 인간의 삶을 윤회하는 것으로 파악한 이유는 대체적으로 윤리적인 동기나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을 단순하게 그들이 우주의 과학적 실상을 추구..
생명의 원리로서의 불과 기와 숨 윤회의 주체로서의 생명의 상징을 불[火]로 볼 수도 있다. 한의학적 인체관에서 다루는 화(火)의 개념도 이러한 우주론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싸늘한 것은 죽음이다. 우리 몸이 살아있다는 것, 즉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체온 즉 불[火]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불이 어떤 상태로 인체내에서 배분되어 있느냐에 따라 건강과 불건강이 결정된다. 모든 생명의 불은 결국 태양과 관련된다. 생명의 원리로서의 불은 태양으로부터 광선ㆍ맥관을 거쳐 인체내로 들어 갔다가, 사람이 죽게 되면 역의 경로를 거쳐 태양으로 환귀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불의 윤회사상도 인도인의 신체관이나 우주관에는 일찍 정착되었다. 이슬람 이전의 순수 페르시아 사상인 배화교(Zoroastrianism)의..
생명의 원리로서의 물 그런데 한번 이렇게 생각해보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방앞의 정원에 나는 조그만 채마밭을 하나 가꾸고 있다. 봄이면 글을 쓰다 나가서 무우씨나 깻잎씨를 뿌리고 가꾸어 먹는다. 그런데 이것들은 왕성하게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라지만 가을이 되면 결실을 맺고 씨를 맺는다. 그래서 내년 봄이 되면 또 그 씨를 뿌리게 된다. 최소한 내가 올해 우리집 정원 채마밭에 뿌린 씨와 내년에 뿌리는 씨 사이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이것을 같은 씨라고 한다면, 그리고 그 씨를 보다 추상화시켜서 동일한 DNA구조의 지속이라고 생각한다면, 분명 이 씨는 윤회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즉 씨는 같은 씨이지만 매년 다른 모습으로, 다른 환경의 기후 조건에서 다른 체험을 향유하면서 윤회를 거듭하고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