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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1. 배움이 기동하는 장소의 특징 고베여학원대학에 지금은 유서 깊은 오래된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지만, 내가 30년 전에 처음 학교에 왔을 땐 건물이 오래 됐으니 부수고 새로 만들자, 여대이니 남녀공학으로 바꾸자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 개풍관에 찾아가 듣는 우치다쌤의 이야기. 그곳은 언제나 뜨겁다. 교육에선 미세한 감각들을 깨우는 게 중요하다 그땐 나의 연구실이 도서관 가장 자리 부근에 있었는데, 그곳에 들어가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져서 좋았으며, 각 단과대학의 강의실에 들어가면 크게 소리를 내지 않아도 목소리가 저절로 공명되었기에 강의하기에 좋았다. 강의실은 콘크리트가 아닌 나무로 만들어져 작은 소리로 속삭여도 뒤에까지 잘 전달됐다. 이처럼 학교란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앞에서 ..
3. 야매와 설국열차 그렇게 야매의 반란이 시작되었지만 아무리 ‘야매’에 대해 깊게 생각해봤고 절실한 마음이 있다 할지라도, 자칫 한 눈 파는 순간, ‘당연의 세계’에 쉽게 포섭당하고 만다. ▲ 야매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는 영화 설국열차. 야매가 웃음을 잃어버리는 순간, 다시 꼰대가 된다 그만큼 ‘당연의 세계’는 어느 곳에든, 누구에게든, 어떤 상황에서든 자리하고 있어, 방심하는 찰나 도적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런 예들은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변절한 무수한 386세대(강철 김영환, 김문수)나, 반독재운동에 헌신하다 그 딸이 대통령에 출마하자 지지선언을 한 김지하 시인의 예를 통해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동섭쌤은 비고츠키 강의 당시에 “어떤 사실을 알았다는 것만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긴장..
완벽한 교사가 아닌 자기 식대로의 교사이길 Q 한국에선 교사들이 새로운 교수법을 개발하여 수업함으로, 인기를 얻는 교사들이 있다. 물론 그 자체만 놓고 보면 매우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교육 전체엔 악영향을 끼치며 개별 교사의 특별성만을 부각된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런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지, 그렇지 아닌지가 궁금하다. A 대학 교수였을 때 ‘베스트 교수상’을 여러 번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이미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런 식으로 개별교사만이 부각되는 상황은 당연히 안 좋다고 본다. 교사는 다른 교사와의 공동작업을 통해서만 의미를 지닌다. 인간이 가진 사악함이나 우둔함도 교사들이 모여 있을 때 비로소 드러난다. 그걸 반면교사라는 말로 표현하지 않던가. 완벽하지 않은 교사들의 모습을 통해 ‘도..
목차 1. 여는 글: 트위스트 교육학으로 트위스트를 추자 맹목적인 질주는 회한을 낳고 그렇기에 맹목적인 질주가 아닌 성찰적인 걸음으로 트위스트 교육학으로 트위스트 추면서 다섯 번의 강의를 트위스트 추듯 즐기길 2. ①강: 강의와 여행의 공통점 여행을 떠나기 전, 강의를 듣기 전의 공통점 소풍 가듯 강의를 들으러 가야 하는 이유 3. ①강: 모르는 게 있으니 알려주십시오 강의는 타자다 ‘비 오는 날의 수채화’같은 강의를 들으러 가다 에듀니티에서 강의를 듣다 4. ①강: 트위스트 교육학에 참여한 교사들의 특징 교육 경력이 많은 교사들 멀리서 온 교사들 5. ①강: 비인정한 사람이 되자 강의실에 쩌렁쩌렁 울려 퍼진 동섭쌤 목소리의 비결 박동섭과 이타미 주조, 그리고 디오게네스 비인정한 사람이 되어 누비라 ‘하..
55. 닫는 글: 트위스트 교육학이란 씨앗 키우기 솔직히 후기를 마무리 짓는 지금 그런 세 가지 도전은 만용이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어지는 5번의 강의를 듣고 그 강의들을 한 편으로 압축하는 형태의 후기가 아닌, 한 강의 당 6~10편 이상의 후기로 써나가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었으니 말이다. 강의는 매주 꼬박꼬박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강의가 시작하기 전에 지난 주 강의 후기는 모두 마쳐야만 한다. 하지만 학교 업무도 있고, 글도 써지지 않을 때가 있으니, 시간이 촉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늘 시간에 쫓기듯 좌불안석해야만 했고, 강의를 들을 때조차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하냐?’라는 부담에 집중이 방해되기도 했다. ▲ 매 강의를 들으러 갈 때 피크닉을 간다는 느낌으로 편하게 가려 했지..
45. ⑤강: 차이가 주는 긴장 속에서 트위스트를 추자 트위스트 교육학에 ‘교육’이란 단어가 들어 있다고 해서, 그걸 단순히 학교가 독점한 교육에 대한 얘기로 한정지어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오해할 경우 학교와 관련 있는 사람(학생, 교사, 학부모)만 이 강의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오해 때문인지 동섭쌤은 “교육이란 이름을 붙인 것은 포괄적인 의미에서 그렇게 한 것뿐이며, 그런 이름을 지어야만 사람들이 올 것 같아서 그랬던 것입니다. (일동웃음) 원래 이 강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라고 알려준 걸 테다. 그러니 이 강의는 ‘교육학’이란 매우 정형화된 이름으로 부르기보다 ‘트위스트 인생학’ 또는 ‘트위스트 삶학’이라 부르는 게 더 실질에 가깝다고 할 수..
43. ⑤강: 박동섭은 모피어스다 처음 트위스트 교육학 강의를 들으러 갈 때만 해도 넘치는 열정, 그리고 무언가 해보겠다는 결의로 신났었다. 그땐 의지가 굳셌고 기운이 왕성하여 어떤 강의내용일지라도 씹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여포와 함께 전장을 달려 어떤 것에도 잡히지 않고 어떤 피해도 입지 않는 적토마처럼 바람을 가르며 맘껏 강의시간을 누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강의가 시작되고 3강도 채 끝나기도 전에, 가쁜 숨을 내쉬며 급속히 열정은 사그라들었고, 기진맥진하기 시작했다. 나 스스로가 강의 내용을 천리마의 날렵함처럼 종횡무진 풀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저 조랑말의 아둔함에 불과하여 하나하나 써나가기도 버거웠다. ▲ 4월 18일 첫 강의가 있던 날의 모습. ..
42. ④강: IRE 대화를 하지 않는 학교 만들기 학교는 매우 학교적이다. 그 중에서 단연 교사와 학생이 나누는 대화야말로 가장 학교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의 대화와 일상 대화의 차이점 어느 때부터 수업을 할 땐 질문을 하는 게 좋은 수업의 표본이 되었다. 강의식으로 일방적으로 진행하기보다 질문을 하여 동기를 유발하고, 뇌를 활성화시켜 상호 소통을 하며 진행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이 말만 듣고 보면 ‘정말 맞는 얘기다’는 생각이 절로 들며, 다른 문제는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질문의 방식과 관련이 있다. 메한H. Mehan은 수업 중 던져지는 질문을 분석하며 「I-R-E」의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아래의 구조도를 보자. 일상회화 교실회화 질문자: 지금 몇 시입니까..
41. ④강: 온실 같은 학교 만들기 비니어드 섬에 사는 할머니는 청각장애인을 몇 명이나 만나봤냐는 인류학자의 질문에, “오! 그들은 장애인이 아니었어요. 단지 듣지 못하는 사람들이었지만요.”라고 강하게 대답했다. 이건 사회의 디자인에 따라 사람이 어떤 식으로 보이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 에듀니티에서 시작된 강의는 벌써 4강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비교육적이며, 성장을 방해하는 공간으로서의 학교 이처럼 학교도 마찬가지다. 학교의 디자인에 따라 학생에게서 가시화되는 능력은 천차만별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학교의 디자인은 어떤가?’라는 질문은 던지지 않고, 학교의 평가시스템에 따라 성적이 높게 나오는 학생을 ‘능력 있는 학생’으로 받아들이는데 전혀 거부감을 느끼..
40. ④강: 장애, 능력에 딴지 걸다 ‘사회의 디자인이 장애를 만든다’는 생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일화가 2011년에 동섭쌤이 들려준 비니어드 섬Martha's Vineyard 얘기라 할 수 있다. ▲ 비니어드 섬의 할머니 인터뷰는 장애에 대한 생각을 기본적으로 붕괴시킨다. 질문엔 사회의 디자인이 숨어 있다 그 섬엔 건청인들이 꽤 있었는데, 여러 세대를 거치며 한 집 걸러 한 명씩은 건청인들이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사람들은 자연적으로 수화를 제2의 국어로 배우게 됐고, 그 사회에선 건청인이 낯선 존재가 아닌 친숙한 존재로 인식되는 곳이었다고 한다. 이곳을 문화인류학자가 들어가 함께 살며 취재를 하게 된다. 그때 그곳에 사는 할머니에게 “그러면 그동안 살면서 할머니가 만났던 청각장애인들은 전부 몇..
36. ④강: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란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웬만하면 ‘생각하지 않는 동물’이다. 생각하지 않고 주어진 대로 순응하며 살다 보니, 어느덧 당연함과 익숙함에 물들고 말았다. ▲ 생각하지 않는 동물에게 붙인 생각하는 동물이란 수식어의 아이러니.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을 해야 한다 그런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머니의 된장국’만은 아니고 생각하려 노력하는 것이고,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을 하려 애쓰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전사 같은 비장함이 감돌지만, 사실 이 말은 김승희 시인이 쓴 시에서 따온 것이다. 아침에 눈뜨면 세계가 있다, 아침에 눈뜨면 당연의 세계가 있다, 당연의 세계는 당연히 있다, 당연의 세계는 당연히 거기에 있다, (중략) 그러므로, ..
35. ④강: 왜 사람은 생각해야 하나 예상치 못한 상황,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내몰렸을 때에야 겨우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웃긴 점은 비로소 생각하게 될 때, 자신이 처한 환경이 어떤지, 그리고 자신이 어떤 습관에 따라 행동하고 있었는지 자각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제야 메타인지Meta Cognition가 작동하며 자신의 상황을 1인칭 시점이 아닌 3인칭 시점으로 객체화하여 볼 수 있게 된다. ▲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앞에 서서 트위스트 교육학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생각한다는 것과 호접몽 바로 이런 상황과 똑같은 이야기가 『장자莊子』에 나온다. 『장자』라는 책을 알진 못해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호접몽胡蝶夢(나비가 된 꿈)’이 그 이야기다. 옛적에 장주는 나비가 된 꿈을 꾸었다. 훨훨 날아다니는..
31. ④강: 친숙해짐 속에 낯섦 발견하기 바로 이렇게 모든 관심을 끊고 동일성에 기반하여 세상과 사람을 고정된 실체로 보려는 것을 ‘불인不仁하다’고 표현할 수 있다. 불인해질 때, 친숙해진다 ‘인仁’이라 하면 단연 공자孔子(BC 551~479)가 떠오를 것이다. 공자의 말을 제자들이 기록한 『논어論語』라는 책에선 ‘인’이란 단어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몇 구절을 살펴보며, 인이란 무엇인지 대략적으로 느껴보도록 하자. 1. 교묘한 말과 보기 좋게 꾸민 낯빛을 하는 사람치고 인한 사람은 드물다(巧言令色, 鮮矣仁! -「學而」 3). 2. 오직 인한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 있고, 남을 미워할 수 있다(唯仁者能好人, 能惡人. -「里人」 3). 3..
30. ④강: 친숙해질 때 뻔해진다 이제 트위스트 교육학 강의는 반환점을 돌아 2강만을 남겨두고 있다. 1강 7번째 후기에서 이 강의를 듣는다는 것은 동섭레스트를 오르는 일과 같다고 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 정상에 오르는 이유는 정상에 머무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내려오기 위해서다. 애써 올라가서 높은 시좌를 확보했고 현실을 한 걸음 빗겨 서서 관조할 수 있게 되었는데, 우린 거기에만 머무를 수 없고 다시 원점으로 복귀해야만 한다. 그러니 누군가는 “올라가면 또 내려가야 할 것을 뭐 하러 애써서 올라가냐?”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할지라도, 정상에 오르는 동안 느꼈을 수많은 감정과 두근거림, 그리고 정상에 오르는 순간의 성취감이 나를 휘저어 놓는다. ..
28. ③강: 괜찮아, 사후적 지성이야 트위스트 교육학 3강 제목은 ‘지금 왜 칭송받지 못하는 교사들이 필요한가?’인데,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한참이나 돌아왔다. ‘기술이 곧 처방이다’라는 이야기로 지금 상황을 기술하는 것만으로도 현재의 문제를 진단할 수 있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이익의 가치가 아닌 다른 가치로 만난 삶론, 관계론, 배움론’이라는 이야기로 관점을 넓히면 다양한 삶의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상식으로 모든 상황을 판단하고, 그래서 살아온 방식대로 그대로 살려 할 것이 아니라, 사후적 지성으로 무언지 잘 알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가치들을 어루만지고 여태껏 살아보지 못한 방식으로 살아봐야 한다. ▲ 일을 ..
27. ③강: 스티브 잡스처럼 배워라 스티브 잡스Steve Jobs(1955~2011)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잡스는 대학교를 다니다가 중퇴를 하고 학교에 머물며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만 듣게 된다. 이 때 캘리그래피 강의를 듣기도 했다. 그 당시 컴퓨터는 IBM이 석권하던 시기였는데, 잡스는 애플컴퓨터를 출시하며 서서히 점유율을 높여가게 된다. ▲ 잡스의 공부론은 전혀 무관할 것 같은 캘리그래피를 배우는 데서부터 시작됐다. 스티브 잡스의 배움론 어떻게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그건 다름 아닌, 애플컴퓨터는 트루타입 글꼴을 적용하여, 개성 있는 문서를 만들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잡스가 대학교를 중퇴하고 배운 캘리그래피는 그렇게 컴퓨터와 접목되며 애플제품만의 독창성을 지니게 되었다..
26. ③강: 맹상군처럼 사귀라 잡스처럼 배워라 ‘앎이란 저주, 모름이란 축복’이라는 얘기를 통해 브리콜라가 전해주는 삶론을 이야기 했었다. 우리는 눈앞에 바로 보이는 이득만을 추구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삶 또한 너무도 빈약해져 버렸다. 당장 이익이 되는 일엔 온 맘과 힘을 다 쓰지만, 그렇지 않은 일엔 관심조차 갖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런 우리들에게 브리콜라가 전해주는 도구를 선별할 때의 관점은 우리가 잃어버리고 살아온 다른 가치들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도구의 미래적 가치, 잠재적 가치를 보고 그걸 선택할 수 있었다는 것이고, 우린 처음부터 그런 능력을 타고 났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눈앞의 이익에만 매몰되지 않으면 우린 브리콜라들이 지녔던 감각을 어느 정도는 되찾을 수 있고, 그에 따라 넓은..
25. ③강: 브리콜라처럼 살라 지금 우린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를 한 마디로 말하면 ‘지금 당장 이익이 되는 일에 매진하라’는 것이다. 이걸 달리 말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가치(이익)에 헌신하라’는 것이다. ▲ 지금의 가치로는 전혀 알 수 없는 다른 가치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반자본주의적인 모름을 쫓아, 삶을 사는 사람들 그러니 더 이상 먼 훗날의 지고지순한 이상을 위해 달려가는 것보다,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부시간에 / 창밖을 보다가 /꾸중을 들었다. / 아이들이 깔깔대고 웃었지만 / 아무도 모른다. / 나팔꽃 고운 꽃술에 / 꿀벌 한 마리 몰래 / 입 맞추고 간 사실은 -김재수, 「몰래 혼자만」’라는 시처럼 아이가 조금이라도 허투..
23. ③강: 섬세의 정신으로 의식의 센서를 켜둬라 어쩌면 우린 너무도 당연하여, 더 이상 문제로 여겨지지 않는 것을 문제로 부각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문제제기를 하면 ‘세상이 이미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데, 그걸 문제 삼아서 뭐하게?’라는 볼멘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보통 ‘문제를 문제 삼는 그 사람이 문제다(내부자를 부적응자로 보는 시선)’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 이런 명장면을 [백만 달러의 사랑]에선 볼 수 없다. 절대로. 부조리에 적응하면 일상이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동섭쌤은 『백만 달러의 사랑』(이하 백만)이란 영화를 인용하며 달리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 영화는 본 적이 없어 자세한 내용은 알 순 없으나, 남자와 여자가 박물관에 조각상을 훔치러..
17. ②강: 고민이 시간낭비로 여겨지는 시대 동섭쌤의 강의를 통해 우린 여태껏 너무도 잘 안다고 생각했던 ‘배움’에 대해 낯설게 보기를 하고 있다. 낯설다는 것은 익숙하지 않다는 얘기고, 그만큼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자칫 ‘어색하다’는 느낌에만 집중할 경우,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어색함을 맛들이고, 이질적인 느낌을 받아들이며 나아가다 보면, 비로소 배움의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동섭쌤은 배움의 본질을 ‘내가 지금 갖고 있는 잣대나 도량형에 기초한 목표가 얼마나 빈약하고 협소하고 얄팍하고 그리고 깊이가 없는 것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이라 정의하며, 배워간다는 건 ‘내가 배우는 시점에 갖고 있었던 배움의 목표의 삭제, 해체, 새로운 ..
16. ②강: 장량의 일화를 통해 본 배움의 첫 번째 조건 장량張良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앞에서부터 ‘오해야말로 배움의 기본’이라는 말을 했으니, 뭔가 그럴 듯한, 그래서 읽는 순간 감동의 물결이 넘실되는 그런 이야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 배운다는 건, 지적 도량형을 키워가는 일이다. 장량의 이야기를 듣고 황당하셨나요? 하지만 위의 이야기는 뭔가 확실해지며 듣는 순간 ‘아하!’하며 깨우치게 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끝까지 들었지만 ‘나는 누구? 그리고 여긴 어디?’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황당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러니 ‘내가 고작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를 들으려고 아까운 시간 낭비했나?’라는 헛헛함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 그런 불쾌감과 헛헛함이 느껴졌..
15. ②강: 장량과 신발, 그리고 배움 숨 가쁘게 2강의 다섯 번째 후기까지 달려왔다. 이번 후기에선 2강의 제목인 ‘신발 떨어뜨리는 사람과 줍는 사람’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며, 이 얘기를 통해 어떨 때 사람은 배우게 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 보통은 PPT 자료를 보며 진행되는데, 이날은 인쇄물을 보면서 진행되었다. 오해야말로 배움의 기본이다 배우기 위해서는 당연히 무언가를 가르쳐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무엇을 가르쳐 줄까? 그건 바로 ‘아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그러니 교사가 되기 위해서 4년간 사범대, 교대에서 자신의 전공을 열심히 공부하여, 임용시험을 통해 ‘교사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국가로부터 승인받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아이들과 만나 가르칠 수 있고 아..
14. ②강: 강사의 입장에서 강의의 제목을 바꾼다는 것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강의의 제목이 바뀌는 것에 대해 청중의 입장에서 풀어낸 생각일 뿐이다. 동섭쌤은 2강 제목을 바꾼 이유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풀어내며 이야기를 진행했으니 말이다. ▲ 연애하는 사람들의 상대방에 대한 최고의 찬사. 아니 결혼한 사람에게도 그렇다. 배움은 오해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강의제목을 바꾸다 그건 이름하야 ‘오해가 모든 것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모든 연애는 상대방을 오해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상대방에 대해 아는 것은 없지만 ‘뭔가 좋은 사람 같다’는 감이 들 때 사귀게 된다. 그래서 처음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에게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달달한 말은 뭐니 뭐니 해도 “너를 알고 싶어”라는 거다. 그 말은..
13. ②강: 청중의 입장에서 강의의 제목이 바뀐다는 것 강의의 커리큘럼은 어찌 보면 강사와 수강생 사이의 약속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수강생들은 강사가 미리 공지한 강의 제목과 계획표를 보고 강의를 들을지 말지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강의에서 강의 제목이 바뀐다는 것은 강사의 준비가 소홀했다거나, 강의 진행에 실패했다는 말이 된다. 그러니 부득이하지 않고선 강의 제목을 바꾸거나, 계획을 수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건 어찌 보면 자신의 실수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니 말이다. ▲ 트위스트 교육학 2강 제목이 바뀌었다. 과연 무슨 일일까? 두 번째 강의의 제목이 바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처음에 정한 대로만 한다’는 건 어찌 보면 이상한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도 학창 시절에 수업을 ..
12. ②강: 어른이 된다는 것 학교가 끝나고 바로 와서인지 에듀니티에 도착한 시간은 6시 30분이었다. ‘설마 이렇게 이른 시간에 누가 강의실에 오겠어?’라는 생각으로 강의실에 들어서니, 세상에나 나보다 먼저 온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트위스트 교육학의 창시자이자, 이동연구소의 소장인 동섭쌤이었다. 오늘 오전에 내발산초등학교에서 학부모 대상의 특강이 있어서 3시간 강의를 하고 바로 온 것이라 하더라. ▲ 정신없이 이곳저곳 왔다갔다 하며 바빴던 하루의 끝에 '트위스트 교육학' 2강이 시작됐다. 동섭쌤의 강의 스타일, 방심하는 순간 치고 들어가기 7시엔 바로 강의가 시작되었다. “오늘 새벽 3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부산에서 KTX를 타고 서울역에서 내려 1호선을 타고 가다가 5호선으로 환승해서 ..
10. ①강: 자립과 무지란 단어를 새롭게 정의하다 하품수련의 역설과 배움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배운다는 게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완벽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그건 미래의 가치를 위해서 배우는 것도, 수단을 얻기 위해 배우는 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배움의 가치를 알기 위해선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엎어야 하듯이, 기존의 단어들에 대해서도 그와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 영화 [세얼간이]의 총장이 말하는 인재상이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립한 인간상이다. 자립은 홀로 섦이 아니라, 함께 섦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동섭쌤은 고삐를 당기듯, 바로 “자립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음을 던졌다. 당연히 그 질문에 대해서는 ‘경제적인 독립’,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순간에 내가 선택할..
7. ①강: 일상에서 ‘ㄹ’ 빼게 하는 강의 그렇다면 동섭쌤 강의가 다른 강의와 방식만 다르고, 내용에는 별 차이가 없는 것일까? ▲ 그는 이동연구소장이다. 이동하라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어, 인식의 한계를 넘어 강의 내용은 김승희의 시다 동섭쌤 강의의 주요 내용은 일상을 이상하게 보도록 만들며, 당연함을 불편하게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섭쌤의 강의는 김승희의 시다’라고 간단히 정의할 수 있다. (상략) 이란 낱말을 고요히 들여다보네 ㄹ은 언제나 꿇어앉아 있는 내 두 무릎의 형상을 닮았네 일상은 어쩌면 우리더러 두 무릎을 꿇고 앉아 자기를 섬기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도 같네 무릎을 꿇고 상이 용사처럼 두 무릎을 꿇고 ㄹ로 두 다리를 포개고 앉아 있으라고 그러면 만사 다 오케이라고 이..
5. ①강: 비인정한 사람이 되자 드디어 첫 강의가 시작되었다. 강의가 시작될 때 나는 강의실 뒤편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동섭쌤의 목소리가 강의실 뒤편까지 쩌렁쩌렁 울렸다. 강의실에 쩌렁쩌렁 울려 퍼진 동섭쌤 목소리의 비결 우치다쌤은 고베여학원대학의 건물을 소개하며 “건물은 비록 오래되었지만 목소리가 울려서 작은 목소리로 얘길 해도 전부 알아들을 수 있고 목소리에 자신 없는 사람이 말해도 목소리가 부드럽게 들리게 되어 있다.”고 평가했었다. 건물 자체가 울리도록 설계되어 강의를 하기 좋은 구조라는 얘기다. 설마 에듀니티의 강의실이 그 건물처럼 울림이 좋은 곳이어서 동섭쌤의 목소리가 울리는 건 아닐 것이다. 여긴 오피스텔을 개조하여 강의실로 꾸민 곳으로 울림까지 신경 쓰진 못했을 테니 말이다. 그건 ..
3. ①강: 모르는 게 있으니 알려주십시오 강의 계획이 알려지고 한 달 보름 만에 드디어 첫 강의가 있는 날이 되었다. 아침부터 왠지 모르게 설렌다. 동섭쌤의 강의를 듣는 것도 기대가 되고, 그곳에서 어떤 분들을 보게 될지도 기대가 된다. ▲ 강의는 타자와의 만남이다. 이 강의에서 난 과연 만날 수 있고 어우러질 수 있을까? 강의는 타자다 나는 ‘강의란 타자를 만나는 일이다’라고 생각한다. 타자의 도래는 당연히 저주임과 동시에 축복이라 할 수 있다. 타자를 만나면 내가 어떤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지 알게 되어, 사람들 앞에 맨몸으로 서있는 것 같은 불편함과 불쾌감을 느껴야하기에 저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알게 되었다는 건 어떤 의미에선 거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기에 축복이라고도 할 수 ..
1. 여는 글: 트위스트 교육학으로 트위스트를 추자 숨 가쁘게 달려갈 때가 있다. 그 결과는 알 수 없지만, 목표한 곳에 이르게 되면 무언가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거라 기대될 때, 맹목적으로 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를, 한 달을, 일 년을, 몇 년을 ‘열심히만 살면 무엇이라도 이루어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달리고 또 달린다. 하지만 막상 그 목표지점에 이르게 된 순간엔 환희보다 ‘내가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던 거지?’라는 회의감이 밀려오게 마련이다. 열심히 살았고 무언가 이루어왔던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공허함이나 씁쓸함이 나를 휩쓰는 까닭이다. 어찌 보면 산다는 건 앞을 향해 달리는 것뿐만 아니라, 옆을 바라보며 여유도, 뒤를 돌아보며 성찰의 시간도 가져야한다. 여유와 성찰은 달리 말하면 ‘..
2. 선빵 통역으로 전달되는 유쾌한 혼란 그렇기에 난 이걸 ‘유쾌한 혼란’이라 정의하고 싶다. ‘혼란’을 수식하는 단어가 ‘유쾌’이기에 의아해 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지금의 솔직한 감정이고, 이 감정이야말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다. ▲ 싱크로율 200%의 선빵통역. 그 덕에 우치다란 샘의 물을 길을 수 있었다. 우치다가 선사한 유쾌한 혼란 예전에 고미숙씨의 책을 읽고 “난 이걸 ‘유쾌한 충격’이라 표현하고 싶다. 간혹 정말 좋은 책을 발견하고 읽을 때 이런 기분이 들곤 한다. 내 삶이 전복되는 듯한 느낌이 들고 내가 지금껏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허물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건 어찌 보면 나의 한계와 치부를 여지없이 들춰내는 것이니 불쾌할 만도 하지만 실상 기분은 나쁘지 않..
1. 우치다 타츠루란 샘에서 길어 올린 물의 맛은? 어느덧 길고 긴 후기의 마지막 편을 쓰게 되었다. 들어가는 글을 쓸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첫 글을 쓸 때 “이 글은 ‘박동섭-우치다 타츠루’를 담은 프롤로그격(모두 5편 내지 7편으로 진행될 예정)의 글이다”고 밝혔으니, 무려 28편이나 더 쓰게 된 셈이다. 그때만 해도 강연 당 2편 정도로 후기를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동아시아의 평화와 교육’은 다듬다 보니 내용이 늘어난 경우이고, ‘공생의 필살기’는 풀어내고 싶은 내용이 많아 저절로 늘어나며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다. 그만큼 기본적인 생각과 엇나가는 부분들이 많아 그걸 자기화하여 표현하려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 우치다 타츠루란 샘엔 어떤 물이 있..
17. 질의응답 내 안의 싫어하는 부분도 내 부분 Q ‘공생의 필살기’의 첫 번째가 ‘자기 자아를 디자인하라’라는 말인데 그 아파트엔 자기가 좋아하는 자아도 있고, 싫어하는 자아도 있는데 싫어하는 자아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요? A ‘청소도 안 하고 아파트를 더럽혀서, 나갔으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이 들 때 그걸 중재하는 사람은 ‘같이 산 것도 인연인데 같이 살아야죠’라고 얘길할 겁니다. 억압하거나 아예 쫓아내기보단 같이 사는 게 낫습니다. 왜냐 하면 ‘구두쇠적인 면이 싫어’, ‘폭력적인 면이 싫어’라고 하면서 그런 부분을 거부하면 거부할수록 오히려 그런 면모들이 더욱 부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리하지 않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 영화 [아이덴티티]는 다양한 자아를 죽이고 전일한 주체가 된다..
13. 질의응답 개성을 말살시키는 일본의 중등교육에 대해 Q 지금 일본에서 교육과 관련하여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일본의 경우 중등교육이 문제가 있습니다. 초등학교는 느슨한 편이고, 대학은 더 느슨한 편이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문제입니다. 교과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압력을 자꾸 주는 모양새입니다. 사춘기에 있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며 교육을 받다보면 스스로의 가치를 파괴당하게 됩니다. ‘집단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둘까?’와 ‘집단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를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집단과 동화할 것인지, 떠날 것인지 양자택일만 강요받는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양자택일을 강요받다 보니, 집단에 들어가지 않는 것을 ‘개성’이라 착각하게 됩니다. ‘너희들과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만남에 깃든 이야기 목차 ㄱ 김진숙을 만나다교육과 소통, 그리고 인간(이왕주)광진IWILL 센터와 콜라보꿈틀이 축제, DREAM곤란한 결혼 ㄴ 눈덩이 프로젝트눈덩이 교사란 책을 읽다 ㄷ THE 앵두 탐방기 ㅂ 박준규를 읽다 ㅅ 성장이 멈췄다 우리 모두 춤추자(여름1박2일) ㅇ 여유 있는 공간에서 맘껏 유영하라(민들레81호)아이여서 불행해요(겨울 1박2일)옛 이야기 전문가 김환희양평 슈타이너 학교를 가다연암 박지원을 만나다 ㅋ 클리나멘 같은 인연 ㅍ 판에 박힌 교육, 그 너머(민들레58호) ㅎ 홍세화를 만나다 인용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