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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효경한글역주, 제1장 주자학과 『효경간오』 - 『효경』 수술에 대한 주희 자신의 변명 본문

고전/효경

효경한글역주, 제1장 주자학과 『효경간오』 - 『효경』 수술에 대한 주희 자신의 변명

건방진방랑자 2023. 3. 29.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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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경수술에 대한 주희 자신의 변명

 

 

효경장구라 말하지 않고 효경간오라 말한 것 자체가 이미 효경이라는 문헌을 학용(學庸)에 비해 낮잡아 봤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더 중요한 이유는 효경, 대학(大學)처럼 한 경의 한 편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독립된 경()이었으며 주희가 손을 대기 이전에 이미 장()의 구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뒤에 다시 말하겠지만 금문효경은 18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고문효경은 22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분장(分章)을 무시한 전체 경전의 내용은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주희가 대학(大學)을 모델로 삼아 감행해야 할 작업은 우선 삼강령 팔조목에 해당되는 경()을 만드는 작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효경의 앞대가리 제1장부터 제7장까지(고문)를 하나의 연속된 문장으로 뭉뚱그려 한 덩어리로 만들어야 했다. 

 

1 개종명의장(開宗明義章) 하나의 경문(經文)으로 만듦
2 천자장(天子章)
3 제후장(諸侯章)
4 경대부장(卿大夫章)
5 사장(士章)
6 서인장(庶人章) 금문에서는 한장
7 효평장(孝平章)

  

그런데 이미 분장되어 있는 원래의 체제에서는 각 장이 공자님께서 말씀하시었다하는 자왈(子曰)’로 시작되고, 또 각 장의 말미는 시경의 노래 구절을 인용하거나 상서의 구절을 인용하는(2의 경우) 매우 유니크한 문헌양식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이것을 하나로 뭉뚱그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해결책은 매우 간단하다. 그러한 부분을 모두 잘못된 암덩어리라고 간주하고 싹둑 잘라버리는 외과수술을 감행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진단일까? 오진일까? 과연 아름다운 시경의 노래 가사가 암세포일까? 떼어내야만 할 악성종양일까?

 

주희의 진단은 완벽한 오진이었다. 그러나 조선왕조에는 이러한 사정을 바르게 그 뿌리로부터 파악하는 학자가 부재했다. 구구한 말을 하기 전에 주희 자신의 변명을 들어보자!

 

 

대저 효경, 경문의 첫머리에 효의 끝과 시작을 총괄적으로 논하고, 중간에 천자와 제후와 경대부와 사()와 서인(庶人)의 효를 개별적으로 나누어 부연설명하였고, 또 그 말미에 그것을 총결하여, ‘그러므로 천자로부터 아래로 서인에 이르기까지 효의 끝과 시작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은 채, 환난이 그 몸에 미치지 아니하는 자는 있어본 적이 없다라고 하여 매듭짓는다.

蓋經之首, 統論孝之終始, 中乃敷陳天子諸侯卿大夫士庶人之孝, 而其末結之曰: ‘故自天子以下, 至於庶人, 孝無終始, 而患不及者未之有也.’

 

그러므로 그 수미(首尾)가 상응하고, 차제(次第)가 상승하며, 문세(文勢)가 연속되며 맥락(脈絡)이 통관하니 이것은 분명 한 시점에 연속해서 단번에 말한 것이라는 사실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其首尾相應, 次第相承, 文勢連屬, 脈絡通貫, 同是一時之言, 無可疑者.

 

그런데 후인(後人)들이 바보같이 망령되이 나누어 67장으로 분리시켰다. 금문은 6장으로 나누고 고문은 7장으로 나누었다. 그러면서 또한 자왈(子日)’시경서경의 문장을 인용하는 말을 보태어 그 사이사이에 끼워 넣음으로써 문의(文意)를 분단(分斷)시키고 격절시켜 버렸다. 그래서 독자들이 성인의 말씀의 전체대의를 제대로 다시 파악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으니, 그 해()가 결코 가볍지 않다.

而後人妄分以爲六七章. 今文作六章, 古文作七章. 又增子曰及引詩書之文, 以雜乎其間, 使其文意分斷間隔, 而讀者不復得見聖言全體大義, 爲害不細.

 

그러므로 나는 지금 이 67장으로 나뉘인 것을 합하여 한 장으로 만들고, 그에 따라 자왈(子日)’이라고 한 것 두 군데, 서경을 인용한 것 한 군데, 시경을 인용한 것 네 군데, 도합 61자를 싹둑 잘라 내버려 경문(經文)의 옛 모습을 복원하였다. 그리고 이 후로 이어지는 전문(傳文)의 잘못된 것은 별도로 논하겠다.

故今定此六七章者, 合爲一章, 而剛去子曰者二, 引書者一, 引詩者四, 凡六十一字, 以復經文之舊. 其傳文之失, 又別論之如左方.

 

 

주희의 변명이 독자들에게 그럴듯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으나 생각해보라! 과연 주희식으로 외과수술을 해놓은 것이 경문지구(經文之舊)’일까, 그 수술을 하기 전의 온전한 모습이 경문지구(經文之舊)’일까? ‘경문지구를 복원한다[以復經文之舊]’하는 말이 어찌 가소롭지 않을 수 있느뇨! 이런 식으로 잘려나간 글자가 효경전체 1780자 중에서 무려 223자나 된다효경대의셈법인데 판본마다 약간 다르다. 삭제자를 230으로 센 것도 있다.

 

과연 효경간오의 텍스트가 효경의 옛 모습을 복원한 것일까? 그렇다면 경문(經文) 이후의 전문(傳文)은 어떻게 되었을까? 전문이 과연 경문의 순서에 따라 그것을 차곡차곡 해설한 문장일까? 주희는 전문(傳文)을 모두 14장으로 나누었는데 그 14장 중 대부분은 금ㆍ고문 1의 개종명의장의 내용을 해설한 것이다. 그리고 제10장 한 장이 천자의 효를 해설한 것으로 보았고, 9, 11, 12, 세 장이 사의 효를 해설한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제13장과 제14장은 경문과 관계없이 따로 독립된 의미를 발휘하는 문장[不解經而別發一義]으로 간주하였다.

 

결국 전체적으로 경문과 전문의 내용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주희는 억지로 꿰어 맞추어놓고도 흥미를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고문효경 효경간오
1~7장으로 분장되어 있음 하나로 묶어 경화(經化) 시킴
9, 11, 12 ()의 효 해설
10 천자(天子)의 효 해설
13, 14 不解經而別發一義

 

 

 

인용

목차

원문 / 呂氏春秋』 「孝行/ 五倫行實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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