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통(道統) 속 문제는 증자의 책
마찬가지로 중국의 오경(五經)은 읽어야 하는 책이지만 읽기가 어렵다. 주희는 따라서 오경에 접근하기 전에 일반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을 편찬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자서(四子書)라는 것이다.
‘사자서(四子書)’라는 표현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사자(四子)’라는 표현이다. ‘사자’는 네 책이라는 뜻이 아니라 ‘네 선생(Four Masters)’이라는 뜻이다.
이 네 선생은 과연 누구일까? 당대(唐代)의 문호 한유(韓愈, 768~824)의 「원도(原道)」로부터 촉발되어 형성된 송대의 도통론은 다음과 같은 계보를 말하고 있다.
요 | 순 | 우 | 탕 | 문 | 무 | 주공 | 공자 | 증자 | 자사 | 맹자 |
堯 | 舜 | 禹 | 湯 | 文 | 武 | 周公 | 孔子 | 曾子 | 子思 | 孟子 |
한유(韓愈)는 맹자(孟子)가 죽은 이후로 그 도통의 전수(傳)가 끊겼다고 말한다[孔子傳之孟軻. 軻之死, 不得其傳焉].
이 계보에서 공자 이전에 해당되는 경전이 육경(六經)이다. 그러나 그것은 난해하여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렵다. 그 난해한 육경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주희는 공자 이래의 네 선생의 가르침을 전하는 책을 하나씩 선정하였다. 그것이 바로 사자서(四子書)인 것이다.
그런데 공자의 경우는 『논어(論語)』가 있고, 맹자의 경우는 『맹자(孟子)』가 있다. 그리고 「중용(中庸)」은 이미 『사기(史記)』의 「공자세가(孔子世家)」에 자사(子思)가 『중용(中庸)』을 지었다고 확실하게 명시되어 있어[伯魚生, 字子思, 年六十二. 嘗困於宋. 子思作中庸] 예로부터 확고하게 자사의 작으로 간주되어 왔다. 문제는 증자의 책이다.
공자 | 『논어(論語)』 |
증자(공자의 직전제자) | ? |
자사(증자의 직전제자) | 『중용(中庸)』 |
맹자(자사의 손제자) | 『맹자(孟子)』 |
주희는 『예기』로부터 「대학(大學)」을 독립시키고 「대학(大學)」에 장구작업을 할 때, 「대학(大學)」의 경문(經文)은 공자의 말을 술(述)한 증자의 작(作)이고, 전문(傳文)은 증자의 뜻을 설명한 증자문인의 작품이라고 못을 박았다[右, 經一章, 蓋孔子之言, 而曾子述之. 其傳十章, 則曾子之意, 而門人記之也].
주희 이전부터 그러한 설이 있었으나 주희가 그것을 확고하게 이야기함으로써 정설화된 것이다. 무슨 근거가 있는가? 근거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 그냥 그렇게 주자가 말했다는 것일 뿐이다. 이렇게 해서 사자서(四子書)의 구색이 갖추어졌으나 주자의 심중에 찜찜한 구석이 남아있다. 왜냐하면 증자가 공자의 말을 기록한 것으로서 이미 경문화되어 있는 권위있는 바이블이 엄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바로 『효경』인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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