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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도올선생 중용강의, 28장 - 10. 유교는 현실주의다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도올선생 중용강의, 28장 - 10. 유교는 현실주의다

건방진방랑자 2021. 9. 2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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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0. 유교는 현실주의다

 

 

子曰: “吾說夏禮, 杞不足徵也; 吾學殷禮, 有宋存焉; 吾學周禮, 今用之, 吾從周.”
공자(孔子)가 말씀하시기를 나는 하()나라의 예()를 말할 수 있으나 기()나라에는 그것의 증거가 부족(不足)하다. 나는 은례(殷禮)를 배웠고 그것이 송()나라에 있기는 하다. 그러나 나는 주()를 배웠고 그것을 지금 사용하고 있으니 나는 주()를 따른다.
 
此又引孔子之言. , 之後. , 證也. , 之後. 三代之禮, 孔子皆嘗學之而能言其意, 禮旣不可考證, 禮雖存, 又非當世之法. 禮乃時王之制, 今日所用. 孔子旣不得位, 則從而已.
여기서는 또한 공자의 말이다. 기나라는 하나라의 후예이다. ()은 증명한다는 것이다. 송나라는 은나라의 후예다. 삼대(三代)의 예는 공자가 모두 일찍이 그것을 배워 뜻을 말할 수 있지만 다만 하나라 예는 이미 고증할 수가 없고 은나라 예는 비록 보존되었으나, 또한 당시의 법은 아니었다. 오직 주나라의 예가 곧 당시 왕의 제도로 오늘날 사용되었다. 공자는 이미 지위를 얻지 못하였으니 주나라를 따를 뿐이었다.
 
右第二十八章. 承上章爲下不倍而言, 亦人道也.
여기까지는 28장이다. 윗장의 아랫자리에 있으면서도 배반치 않는다를 계승하여 말하였으니, 또한 인도(人道)이다.

 

앞에서 생호금지세 반고지도(生乎今之世, 反古之道)’의 구체적 의미가 여기서 드러난다고 했죠? 이 구절에서 다시 한 번 유교와 공자에 대한 복고주의적 해석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하((()라는 것은 삼왕(三王) 즉 고대 왕조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문장이 논어(論語)에도 보이는데 중용(中庸)에서는 말이 완결되어 있지 않아요.논어(論語)를 살펴보면 이 구절의 의미가 좀 더 명확해질 것입니다. 논어(論語)팔일(八佾)()을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孔子가 말하기를, 나는 夏禮, 그것을 말할 수는 있다. 그러나 나라에서 그것을 징험하기는 부족하다. 나는 殷禮, 그것을 말할 수는 있다. 그러나 에서 그것을 징험하기에는 부족하다. 그것은 다 문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조건들이 갖추어 진다면, 나는 그것들을 쓸 것이다[子曰: “夏禮吾能言之, 杞不足徵也; 殷禮吾能言之, 宋不足徵也. 文獻不足故也, 足則吾能徵之矣.”].”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차근차근 풀어가도록 합시다. 이 문장에는 언()한다는 것과 징()한다는 것이 대비되고 있습니다. ()은 구체적으로 징험한다, 현실적으로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든다, 영어로 말한다면 콘크리에이티브(concreative)’시킨다는 의미입니다. 여기 이 기()나라는 하()나라의 후손들이 사는 나라이고 송()나라는 은()나라의 후예가 살던 나라입니다. 전 시간에 최교수님이 시경(詩經)을 강의하면서 은()나라의 후예는 송()나라에 살고 있다고 말씀하셨죠? ()나라는 은()나라의 후예가 살던 나라입니다. ()나라에 미녀가 많다고 하신 것도 기억나십니까?

 

 

 

기나라와 송나라는 망한 나라이기에 어리석음의 대명사로 쓰임

 

그런데 참고로 말씀을 드린다면, 이 기()나라나 송()나라나 모두 망한 나라의 후손들이기 때문에 바보들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수주대토(守株待兎)’, 토끼 한마리가 나무 밑둥에 머리를 쳐박고 죽는 것을 보고 또 그런 요행이 일어날까 하고 계속 나무 밑둥만 쳐다 보다 굶어 죽었다는 고사의 주인공도 송()나라 사람이고, 맹자(孟子)에 나오는 조장(助長)’, 벼가 빨리 안 자라는 것이 답답해서, 그 생장을 돕는답시고 벼를 다 뽑아 올려서 죽였다는 고사의 주인공도 송()나라 사람입니다. 그리고 기()나라와 관련된 고사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아십니까? 여러분들이 쓸데없는 걱정을 가리키는데 잘 사용하는 기우(杞憂)’라는 고사가 바로 이 기()나라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기우(杞憂)라는 말은 열자(列子)의 유명한 문장에 나오는데, ()나라 어떤 사람이 항상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까봐 걱정을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것은 미친놈이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고 단순히 웃을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것은 정말 천재가 아니면 못하는 대단한 상상입니다. ‘기우(杞憂)’가 나오는 열자의 문장은 과학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문장이어서, 유명한 조셉 니담(Joseph Needham, 1900~ )의 책, 중국의 과학과 문명(Science and civilization in China)에서도 인용되어, 그 당시 사람들의 천체관을 알려주는 단서로서 치밀하게 분석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우주의 구조에 대한 생각, 즉 천체관이 있어야 하늘이 무너진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사람들은 사실 대단한 천문학자였던 거예요.

 

 

 

 

 

공자는 복고주의자가 아닌 현실주의자

 

()나라는 기우(杞憂)의 주인공들이 살던 나라인데, 공자(孔子)는 이 중용(中庸)에서 말하기를 내가 하례(夏禮)를 말할 수는 있으나 기()나라에서는 그것을 충분히 징험해낼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나라에 남아 있는 것을 가지고는 내가 콘크리트하게 하례(夏禮)를 징험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기를 나는 은()나라의 예()를 배웠으니, ()나라의 후손인 송()나라에 남아 있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하고 있는데 중용(中庸)에서는 더 이상의 내용이 없고 여기서 끝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장은 앞에서 인용한 논어(論語)의 문장에서보다 완전한 뜻이 드러나 있어요. 논어(論語)의 문장과 중용(中庸)의 문장을 연결시켜 보면, 공자(孔子)()나라에 하례(殷禮)가 보존되는 바가 있지만, ()나라에서도 오늘날 의미 있는 것으로 구체화시킬 수 없다. 그 이유는 바로 문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문헌은 오늘날의 문헌과 비슷한 의미로 보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 다음에 공자(孔子)는 중용(中庸)에서 무엇이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나는 주례(周禮)를 배운다. 그 이유는 오늘날에도 그것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를 따른다.” 여기서는 오늘날 여기서 쓰고 있다[今用之].’ 이 말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앞의 생호금지세 반고지도(生乎今之世 反古之道)’와 연결시켜보면, 공자(孔子)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주례(周禮)를 따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ㆍ은()의 예()들은 오늘날에 구체화시켜 현실적인 것으로 만들 수 없지만 주()나라의 예()는 오늘날에도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인간세의 법칙, 즉 노모스(Nomos, 규칙관습법률이란 뜻으로 사회제도도덕종교상의 규정을 가리키는 고대 그리스의 관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주()를 따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에 태어나서 옛으로 돌아가는 것은 미친놈이다[生乎今之世 反古之道, 如此者 及其身也].”

 

이것을 볼 때 공자(孔子)를 주()의 문화에 미친 복고주의자라고 하는 해석이 얼마나 넌센스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공자(孔子)는 분명히 이렇게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금용지(今用之)’ 이기 때문에, 지금 여기서 쓰기 때문에, ‘오종주(吾從周)’라 즉 나는 주()를 따른다.” 여러분은 왜 고전을 배우고 있습니까? 그것은 많은 성현의 말씀이 살아 있는 것으로 바로 지금 여기서(here & now)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 아닙니까?

 

논어(論語)팔일(八佾)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말을 보면 공자(孔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는 하()ㆍ은() 2대를 비춰주고 있다[]. 그러므로 그 문물제도가 빛나는구나! 그러므로 나는 주()를 따르겠다[子曰 周監於二代 郁郁乎文哉 吾從周].” 여기 이 말은 주()나라의 문물제도에 하()나라 은()나라의 것들까지 다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자신은 주()를 따르겠다는 거예요. 여태까지 공자(孔子)에 대해서, 공자(孔子)가 주()나라를 따라서 하은(夏殷)을 버리고 주례(周禮)만을 배운 사람이니, (), (), ()파 중 주()파니, ()나라의 제도에 미친 사람이니 하고 해왔던 말들은 다 넌센스에 불과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공자(孔子)나는 하()나 은()을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문헌도 부족하고 그것을 오늘날에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구체화시킬 자료가 없으므로, 지금 여기서는 쓸모가 없기 때문에 그것을 따르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주()나라의 문물제도는 오늘 우리의 삶과 연관이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하()ㆍ은()의 제도도 다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따른다분명히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공자(孔子)의 이 말들은, 오늘날 누군가가 나는 서구라파의 계몽주의를 배웠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것은 인간과 자연을 인식하는데 문제가 있고 오늘날 우리의 삶과도 여러 가지로 맞지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전통적으로 존중했던 유교(儒敎)의 여러 가지 문화들은 많이 어지럽혀지긴 했으나 아직도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이 실천하려하고 노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계몽주의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退栗)의 도()를 따르겠다고 말하는 것과 유사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강조하지만 유교(儒敎)가 복고주의니 하는 해석은 공자(孔子)를 잘못 생각한 데서 나온 것입니다. 유교(儒敎)는 옛 것을 다시 인식하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공자(孔子)가 주례(周禮)를 배우겠다는 것은 복고적인 의미가 아닙니다. 공자(孔子)의 생각을 관철하는 것은 바로 금(), 즉 현실에 대한 철저한 인식입니다. 이것이 바로 유교(儒敎)의 현실주의입니다. 유교(儒敎)의 사람들은 기독교적인 신까지 버리고 현실을 냉철하게 탐구하면서, 그 현실 속에서 윤리적 규범을 찾으려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여기의 오종주(吾從周), 그러므로 나는 주()를 따른다이 말은 오늘날 우리에게 수많은 의미를 던져 줍니다. 이러한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28장을 이해하지 않으면 큰일 납니다.

 

다음 29에서는 28에 나왔던 예악(禮樂)을 만든다는 것의 어려움과 유교(儒敎)의 현실주의에 대한 것들이 더욱 깊게 논의되고, 우리가 새로운 문명의 패러다임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계속 연결 지어서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중용(中庸) 강의를 들으면 아주 평범하게 지나치던 것도 새롭게 해석되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말 중용(中庸)은 두고두고 집에 앉아서 읽어볼 가치가 있어요. 어떤 분은 내가 번역한 길과 얻음(道德經)을 밥상 옆에 놓고 식사하기 전에 한 장씩 한 번 읽고 식사를 하시곤 한다는데(꼭 내가 번역한 것을 쓰지 않아도 되겠지만), 그런 것도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이 중용(中庸) 강의를 학생들이 책으로 만들면, 이 중용(中庸)도 계속 읽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전이라는 것은 정말 위대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 29장으로 들어가 보도록 합시다.

 

21
핵심
내용
천도
(天道)
22 24 26     30 31 32 33
전편
요약
인도
(人道)
23 25 27 2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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