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장 1. 문명창시자와 잘못
王天下有三重焉, 其寡過矣乎! 왕천하(王天下)하는 사람에게는 세 가지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것을 잘하면 그 과(過)를 줄일 수 있다. 呂氏曰: “三重謂議禮ㆍ制度ㆍ考文. 惟天子得以行之, 則國不異政, 家不殊俗, 而人得寡過矣.” 여씨가 “삼중(三重)은 예악과 제도와 절문을 말한다. 오직 천자만이 얻어 행할 수 있으니 나라에 다른 정치가 없고 집엔 다른 풍속이 없다. 그리하면 천자의 감화로 인해 사람들이 허물이 적어진다.”라고 말했다. |
이 문장에서는 ‘왕천하(王天下)’와 ‘과기과(寡其過)’의 해석에 상당히 주의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대개 이 ‘왕천하(王天下)’라는 말을 천하에서 왕노릇한다는 의미로 간단하게 해석합니다만, 여기서 이 ‘왕’은 단순히 ‘킹(king)’을 가리키는 명사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유교(儒敎) 경전에서, 이 ‘왕천하(王天下)’는 ‘천하의 왕노릇을 한다’는 뜻으로 단순하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작예악(作禮樂)’, 즉 ‘예악(禮樂)을 만든다’는 구체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왕(王)’이라는 구체적 ‘위(位)’를 얻는다는 것은 고대 사회 리더쉽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유교(儒敎)적 맥락에서 이 ‘왕천하(王天下)’는 역시 ‘작예악(作禮樂)’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문장에서도 ‘작예악(作禮樂)’으로 해석해야 의미가 제대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앞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작예악(作禮樂)’이라는 말을 오늘날 어휘로 푼다면 ‘어떤 문명에 대해서 그 문화를 만든다’는 의미예요. 따라서 ‘왕천하(王天下)’라는 말은 ‘천하를 지도한다’는 의미로서, 궁극적 의미로는 많은 세상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될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것의 의미는 바로 다음의 ‘세 가지 중요한 것[三重]’과 연결시키면 보다 확실합니다. 이 29장에서는 삼중(三重)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칭하는 것인지 말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앞장의 맥락을 이었다고 했을 때, 이 ‘삼중(三重)’은 28장의 ‘의례(議禮)·제도(制度)·고문(考文)’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면 될 것입니다. 주자(朱子)도 여대림(呂大臨)을 인용하면서 이 ‘세 가지 소중한 것‘은 앞 장에서 언급되었던 ‘의례(議禮)·제도(制度)·고문(考文)’이라고 주(註)를 달고 있어요[呂氏曰 三重謂議禮制度考文]. 앞 장에서 이 세 가지는 문명의 3대 요소를 작(作)하는 것이라고 했죠? 그러므로 ‘왕천하(王天下)’는 ‘작예악(作禮樂)’으로 보아야 자연스럽게 의미가 통해요. 따라서 이 문장 중 첫 번째 구절은 ‘문명의 패러다임을 만드는 데는, 예(禮), 도(度), 문(文) 세 가지를 작(作)하는 것이 중요한데~ ’라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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