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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목차 1. 책 밖에 길이 있다 우린 너무도 당연히 책상에 앉아서 하는 것만을 공부라 여기다 여러 가지의 공부가 있음에도, 오로지 하나의 공부만을 강요한다 트래킹으로 공부하자 2. 몸과 맘이 바빠 세부계획을 못 짰습니다 납득 되는 이유 황당한 비밀 3. 없어진 것과 새로 생긴 것 중, 어느 게 알기 쉬울까? 영동대교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우치다 타츠루의 말이 떠오르다 서울숲에 모였으니, 일정을 시작해보자 4. 서울숲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성장주의 사회에서 ‘아무 것도 안 할 자유’를 외치다 ‘나와 같이 탈래’라는 말은 뾰루퉁한 지민일 웃게 한다 5. 서울숲에서 느낀 두 가지와 육견의 고됨 서울숲을 보며 느낀 점, 두 가지 육아만큼 힘든 육견이라고 아시나요? 인용 여행 사진
5. 서울숲에서 느낀 두 가지와 육견의 고됨 자전거를 타고 서울숲을 돌아다니다 보니,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 다큐 '낙동강-한강 자전거여행'의 한 장면. 올림픽공원은 우리에겐 너무도 가깝고 친숙한 곳이다. 서울숲을 보며 느낀 점, 두 가지 첫째, 서울숲은 올림픽공원에 비하면 전체적으로 작다는 것이다. 우리에겐 올림픽공원이 너무도 익숙하기에 되도록 올림픽공원은 가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려고만 했었는데, 서울숲을 돌아다니다 보니 올림픽 공원이 얼마나 넓고도 좋은 곳인 줄을 알겠더라. 더욱이 가까이 있다고 한다면, 굳이 서울숲을 찾기보다 올림픽공원에서 지금과 같은 여유를 누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서울숲은 갤러리아 포레(2011년에 완공되어 70평 ~ 115평형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
4. 서울숲에서 놀다 서울숲은 처음 오기 때문에 입구에서 조금 헤맸다. 들어가는 길에 보니 사람들이 많이 나왔더라. 학생들은 소풍을 왔는지 여기저기 흩어져 놀고 있었으며, 연인들은 자전거를 빌려 함께 타며 여유를 누리고 있었고, 유치원 아이들은 우치다쌤이 칭찬해 마지않던 ‘수건돌리기 게임’을 하며 감수성을 키우고 있었다. 이곳만 보고 있으면 정말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낙원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서울숲에 핀 꽃에 벌이 앉아 열심히 꿀을 채취하고 있다. 지상 낙원~ 성장주의 사회에서 ‘아무 것도 안 할 자유’를 외치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평상이 놓여 있는 공터가 있었다. 그래서 우린 그곳에서 자리를 잡았다. 민석이는 몸과 맘이 피곤한지 평상 하나를 차지하고 누워서 잠을 자기 시작했고, 나머..
3. 없어진 것과 새로 생긴 것 중, 어느 게 알기 쉬울까? 학교 등교 시간은 8시 50분까지이지만, 트래킹은 그 장소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있고 출근시간과 겹치면 많이 힘들어지기에, 등교시간보다 1시간 늦은 10시에 모인다. ▲ 생각보다 그렇게 멀지 않아 자전거로 충분히 갈 수 있다. 영동대교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우치다 타츠루의 말이 떠오르다 자전거를 타고 1시간에 갈 수 있는 거리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보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편이다. 그래서 작년 남산공원 트래킹 땐 정훈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갔으며, 올해 1학기엔 어린이대공원에 자전거를 타고 갔었다. 서울숲까지의 거리도 검색해 보니, 4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더라.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다. 더욱이 이 날은 무덥던 여름이 거짓말처럼 지나..
2. 몸과 맘이 바빠 세부계획을 못 짰습니다 이번 트래킹 장소는 원래 ‘강동 허브천문공원’이었다. 트래킹 계획을 짤 때 민석이가 이 장소를 얘기했기 때문에, 민석이에게 세부계획을 목요일까지 짜오도록 했다. ▲ 허브천문공원아, 좀만 기둘려~ 납득 되는 이유 막상 목요일이 되어서 2학기 여행과 트래킹 세부 계획에 대해 회의를 하려 하니, 민석이는 아무런 계획도 짜오지 않았고, 심지어 약간 화난 투로 “거기 가봐야 할 게 없어요”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할 정도였다. 그래서 다들 어안이 벙벙했던지 민석이를 몰아붙였다. 근데 민석이에겐 비밀이 있었다. 두 가지 비밀로 인해 몸이 두 개여도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중 하나는 누가 들어도 충분히 납득이 되는 거였고, 다른 하나는 ‘세상에~’..
1. 책 밖에 길이 있다 2016학년 1학기에는 3월부터 2주에 한 번씩 트래킹을 갔었다. 그러다 보니 어떤 학생은 “너무 야외활동을 자주 하는 거 아니예요?”라는 소리를 하기도 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움직이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니 그 말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 터널을 지날 때면 뭔가에 푹 빠져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우린 너무도 당연히 책상에 앉아서 하는 것만을 공부라 여기다 우린 제도권 학교가 아닌 비제도권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이렇게 야외활동을 하는 것 자체를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여 때론 귀찮게도 때론 쓸데없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지금도 제도권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겐 수학여행이나 소풍, 체험활동이 잡히지 않고서는 ..
목차 1. 자질구레한 일상을 남겨야 하는 이유 학교활동을 기록에 남기지 않으려 했던 이유 사라질 것들에 미련은 갖지 말되, 기록은 남기다 최민식이 전해준, 일상을 남긴다는 것의 소중함 2. 못하게 하면 하고 싶어지고, 하게 하면 하기 싫어진다 트래킹 장소를 정하며 집단지성을 맛보다 못할 땐 하고 싶은 게 많고, 막상 할 수 있을 땐 없어진다 3. 번지점프하던 그곳에서 여유로움을 즐기다 율동공원엔 최초로 느낀 죽음의 공포가 묻혀 있다 서현역에 단재 친구들 모여라 율동공원이란 쉼터에서 쉬다 인용 여행 사진
3. 번지점프하던 그곳에서 여유로움을 즐기다 그렇게 어렴풋이 사라져 가던 꿈이 율동공원에서 이루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운 좋게도 그곳엔 번지점프대가 있었고, 승환이는 그날따라 하고 싶다며 민석이까지 함께 하자고 꼬드겼으니 말이다. 결국 승환이는 나이가 걸려서 그렇게 하고 싶다고 외쳤음에도 하지 못했고, 민석이만 하게 됐다. 민석이는 점프를 하며 공중에서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준 후에 무사히 도착했다. 제법 무서웠을 텐데 당당히 해낸 걸 보니, 자랑스럽긴 하더라. ▲ 민석이의 번지점프. 겁이 났을 텐데, 정말 잘했다. 그리고 공중도보의 위용을 맘껏 보여줬다. 율동공원엔 최초로 느낀 죽음의 공포가 묻혀 있다 민석이가 잘 도착한 것을 보고 입구로 나가려던 그때, 승태쌤은 ..
2. 못하게 하면 하고 싶어지고, 하게 하면 하기 싫어진다 아무래도 2년이 넘도록 ‘트래킹’이란 커리큘럼을 진행하다 보니, 웬만한 곳은 거의 가봤다고 해도 될 정도다. 물론 여기엔 전제가 여럿 있다. 첫째 우리가 아는 곳이 매우 한정적이고, 둘째 당일치기로 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하며, 셋째 등산과 같이 힘든 곳이 아닌 좀 편안하게 다닐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갈 만한 곳이 그리 많지 않다. ▲ 13년엔 영화팀이 등산을 많이 갔었다. 그 절정은 지리산 천왕봉에 오른 것인데, 트래킹이 생기며 하지 못했다. 트래킹 장소를 정하며 집단지성을 맛보다 그래서 2학기가 시작되자마자 각자 파트를 정해 한 팀은 2학기 전체여행의 세부계획, 한 팀은 요리메뉴를, 한 팀은 트래킹 장소를 정하게 ..
1. 자질구레한 일상을 남겨야 하는 이유 단재학교는 14학년도 1학기부터 매달 한 번씩 트래킹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시작된 트래킹이 16학년도 2학기에도 계속 진행되고 있으니, 단재학교의 대표 커리큘럼이라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니다. 트래킹은 2014년 3월에 서울 둘레길을 걸으며 시작되었다. ▲ 첫 트래킹의 시작은 서울 둘레길 걷기였다. 어제 같던 이 시간이 벌써 2년이나 흘렀다. 학교활동을 기록에 남기지 않으려 했던 이유 지금까지는 학교활동을 대부분 사진 기록으로만 남길 뿐, 여행기를 쓰거나 하진 않았다. 그러던 것이 작년 5월부터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서 기록을 남기게 되었고, 올핸 3월에 떠난 통인시장 트래킹 여행기를 시작으로 검단산 여행기까지 총6편의 기록을 남기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도대체 작..
목차 1. 건빵, 산에 살어리랏다 살아지는 시간 & 살아가는 시간에 대해 검단산이 트래킹 코스로 정해지기까지 2. 산에 오르는 이유 하라니까 산에 오르다 재밌기에 산에 오르다 살기 위해 산에 오르다 아이들과 오르는 기쁨을 느끼러, 검단산에 가다 3. 지민이가 짠 검단산 트래킹 계획 회장 지민이가 검단산 트래킹 계획을 짜다 제 시간에 모이는 학생들 & 그러지 못하는 학생들 4. 학생들과 등산하기 위해선 교사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산을 오르기 전부터 삐걱대다 한 아이의 불퉁거림이 전체 분위기를 망치다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모으면 무엇이든 뚫지 못하랴 5. 당연함이란 없다 일상의 단조로움을 깨는 제안에 아이들의 반응은? ‘당연히 그럴 것이다’의 함정 6. 짐작치 말기, 나답지 말기 아이들의 반응에 나다움은 무너져..
9. 검단산이 준 선물 성민이는 역시나 체력이 장난이 아니다. 나를 항상 앞질러 갔으며,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달려서 나를 앞서 갔기 때문이다. 이날 기온은 30도가 넘는데도 성민이는 입고 온 검은색 긴팔 잠바를 벗지 않고 맹렬히 올라갔다. 그건 방풍 잠바였으니 얼마나 더웠을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 하남의 사내 성민이와함께 등산하게 됐다. 강철체력 성민이의 등산법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절대 지치지 않았으니 ‘강철체력’이라 불릴 만 했다. 그래서 성민이가 평소에도 등산을 많이 했을 거라 짐작하며, 몇 번이나 등산을 해봤냐고 물어보니, 2~3번 남한산을 타본 게 전부라고 하더라. 그 중 한 번만 마천역에서 서문까지 올라봤을 뿐, 나머지는 오르다 말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성민인 산을 많이 타서 체력이 좋다기보..
8. 3년 만에 제대로 등산을 하다 호국사에서 나와 드디어 본격적인 등산을 하기 시작했다. 오전엔 그 아이가 ‘힘들어요’라며 분위기를 망치는 바람에 등산다운 등산을 하지 못하고 거의 천천히 걷다가 끝나는 식이었으니, 이제야 제대로 등산을 하게 된 것이다. ▲ 지리산 종주를 갔었던 그 때, 그 느낌을 이번에 검단산을 오르며 느낄 수 있었다. 2013년 지리산 종주 이후 최초의 등산다운 등산을 하다 이정표를 보니 정상까지 2.6㎞라고 쓰여 있더라. 지리산을 종주하며 알게 된 사실은 평지와 달리 산에선 두 배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었다. 평지엔 4㎞를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다면, 산에선 두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2.6㎞면 아무리 빨리 걸어도 1시간 정도 잡아야 갈 수 있는 거리다. 그렇기 때문에 모처럼만에 ..
7. 하류가 되려하다 승태쌤이 ‘가고 싶은 사람만 정상까지 가보는 건 어때?’라고 제안하자, 평상에 누워 한갓진 시간을 보내던 아이들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그 제안에 콧방귀를 뀌며 볼멘소리를 할 줄만 알았는데,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아이들의 반응에 나 또한 기분이 좋아졌다. ▲ 승태쌤의 제안에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안 하는 건, 모두 해선 안 돼 하지만 변수는 있게 마련이다. 아마 그냥 그대로 진행됐다면 오전부터 다리가 아프다며 불만을 제기하던 아이와 그 아이만 혼자 남길 수 없다며 함께 남겠다고 자진한 아이, 그리고 승태쌤만이 호국사에 남았을 것이고, 나머지 아이들과 나는 정상까지 올랐을 것이다. 그런데 오전부터 불만을 제기하던 아이는..
6. 짐작치 말기, 나답지 말기 이런 황당한 상황을 경험하고 보니, 눈이 번쩍 뜨이며 나도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점심을 먹고 평상에 가만히 있으니, 피곤이 몰려와서 ‘그냥 이대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밥을 먹고 오후의 햇살을 받고 있으니, 절로 나른해진다. 아이들의 반응에 나다움은 무너져 내렸다 그런데 아이들의 적극적이면서 산에 오르려는 마음을 옆에 보게 되니, 덩달아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역시 사람은 주위 사람들의 반응에 쉽게 휩쓸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때 명확하게 알게 된 건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굳어져서 결코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완벽한 생각은 아니며, 주위 사람들이 반응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 있는 생각이라는 점이다. 지금 시대..
5. 당연함이란 없다 호국사 평상에서 점심을 먹고 모처럼 느긋하게 오후의 한가로움을 즐겼다. 아이들도 저마다 평상에 누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시작한다. 규빈이는 요즘 들어 ‘아인’이란 애니메이션에 꽂혀 있는지, 그걸 모두에게 추천해주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소마츠상おそ松さん’이란 애니만 보며 시리즈를 모두 정복해야 한다는 목표로 열나게 보고 있었는데, 어느새 ‘아인’이란 애니까지 섭렵하여 추천해준 것이다. 이러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모두 통달할 기세다. 아이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민이는 웹툰을 보고 있었고, 그 옆에서 민석이는 오버워치에 관련된 자료를 찾으며 읽고 있었으며, 현세는 규빈이가 추천해준 애니메이션을 유튜브에서 찾아서 보고 ..
4. 학생들과 등산하기 위해선 교사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버스를 타고 40분 정도 달려서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정류장에서 내렸다. 처음 가는 길이기에 지도를 꼼꼼히 찾아보며 가야 하지만, 그런 걱정을 전혀 하지 않는다. ▲ 우린 등산객들을 따라 다니면 된다. 그러면 진입로로 알아서 가게 된다. 산을 오르기 전부터 삐걱대다 버스엔 등산복을 입고 탄 사람들이 꽤 있었기에 우린 그들을 졸졸 쫓아다니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애니메이션고등학교 옆길을 따라 조금 더 가니, 청계산 입구에 아웃도어 매장이 즐비하듯이 이곳도 아웃도어 매장이 많더라. 그곳에서 조금 더 걸으니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왔다. 이때부터 한 학생이 “감기도 된통 걸린 데다가, 다리까지 아프거든요. 그래서 아침에 트래킹을 간다고 나오려 하니 엄마가..
3. 지민이 짠 검단산 트래킹 계획 이번 트래킹 장소로는 검단산이 정해졌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세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회장인 지민이와 부회장인 현세가 계획을 짜야한다. 아무래도 현세는 ‘이건 모두의 일이기에 내가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나 몰라라 하기에, ‘이건 모두의 일이기에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민이 혼자 도맡아서 짜야했다. ▲ 등산계획을 세우게 됐다는 게 신기하다. 뜻하지 않았지만 그 계획대로 흘러가는 게 신기할 뿐이다. 회장 지민이가 검단산 트래킹 계획을 짜다 지민이는 계획을 짜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지, 목요일 아침에 학교에 오자마자 검단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무래도 오자마자 나에게 와서 이야기를 꺼낸 것은 검단산이란 장소를 내가 추천했을 거라고..
2. 산에 오르는 이유 실로 오랜만에 등산이 트래킹 코스로 잡히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영화팀의 경우엔 2012년과 2013년 2년 동안 자주 등산을 갔었다. 그땐 단재학교에 초임교사로 근무하던 시기였고 하나하나 영화팀의 방향을 잡아가던 시기였으니, 등산이 영화팀 커리큘럼에 들어가기까지 내 생각이 절대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부턴 그 이유에 대해 말해보도록 하겠다. ▲ 여러 생각이 겹칠 때마다 늘 올랐던 모악산. 하라니까 산에 오르다 전주 사람에게 친숙한 산은 뭐니 뭐니 해도 모악산이다. 학창시절엔 학교에서 모악산으로 자주 소풍을 갔기에 등산을 하게 됐다. 그 당시 남학생들은 ‘누가 정상에 빨리 올라가나?’라는 경쟁 속에서 등산을 했다. 그러니 아이들은 오르기 시작하면 누가 먼저랄..
1. 건빵, 산에 살어리랏다 시간은 자꾸만 흘러간다. 하지만 웃긴 점은 흘러가는 시간에 대해 의식하지 않으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가버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노래 가사에 많이 등장하는 게 ‘가는 세월에 대한 아쉬움’ 같은 걸 거다. ▲ 13년 10월 5일 한강에서 찍은 사진. 흐르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은 흔히 흐르는 강물로 표현되곤 한다. 살아지는 시간 & 살아가는 시간에 대해 2016년이 밝았고 단재학교는 1월 마지막 주에 개학하며 2016학년도 1학기를 시작했다. 개학한 이후에 많은 변화들이 있었고, 많은 일정들이 있었다. 그렇게 닥쳐 있는 일을 하나하나 진행하다 보면 시간은 금세 흘러가게 마련이다. 어찌 보면 시간을 빼곡히 채워갔다고, 최선을 다해서 살아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목차 1. 여유는 그저 오지 않는다 여유는 찾아오는가? 여유는 찾아야 하는 것 2. 여유를 누리러 평화의 공원으로 떠나다 이번 트래킹의 컨셉, 런닝맨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일 뿐’이라는 비겁한 변명 3. 공원에서 런닝맨을 하다 상현이의 트래킹 합류,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도 충분하다 하늘공원에서 평화의 공원으로 장소가 변경된 사연 4. 평화의 공원에서 런닝맨을 하다 런닝맨의 시작, 과연 최선을 다하여 놀 것인가? 최선을 다하여 망칠 것인가? 런닝맨 1차전, 승부욕이 만든 밸런스 붕괴 5. 맛있게 점심을 먹고 손수 치운 손길들 점심시간에 유용하게 쓰인 정훈이의 쓰레기봉투 민석이가 치우는 것과 현세가 치우는 것의 차이 6. 호모루덴스들, 평화의 공원에서 놀다 런닝맨 2차전, 자체 밸런스 패치의 ..
6. 호모루덴스들, 평화의 공원에서 놀다 밥을 먹고 한 시간 정도 소화도 시킬 겸 돗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이런 식으로 여유롭게 활동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환경 속에 있다는 게 행운이라면 행운이라 할 수 있다. ▲ 함께 밥을 먹고 2차전을 시작한다. 런닝맨 2차전, 자체 밸런스 패치의 결과? 드디어 1시부터 런닝맨 2차전이 시작됐다. 태기는 1차전에서 시작과 동시에 아무런 수확도 없이 허무하게 이름표를 떼인 전적이 있기에, 이번엔 최대한 신중하게 상대팀에 접근했다. 이미 정훈이와는 힘으로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인지, 이번 타겟은 상현이로 정했다. 그래서 상현이에게 여러 번 달려들지만, 상현인 아주 날렵하게 위기상황을 벗어나 내달리기 시작한다. 이때 규빈이와 민석이는 협공작..
5. 맛있게 점심을 먹고 손수 치운 손길들 런닝맨 1차전에서 단재학교의 꾹이인 정훈이가 분발함으로 규빈팀은 힘도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지고 말았다. 이렇게만 본다면, 2차전도 불을 보듯 결과가 뻔할 것만 같지만 사람이 하는 일엔 수만 가지 변수와 예측불허한 상황이 있으니 ‘무엇을 상상했든 그 이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뭐든지 해봐야 안다. ▲ 1차전에서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지훈이가 분발함으로 밸런스는 붕괴됐다. 점심시간에 유용하게 쓰인 정훈이의 쓰레기봉투 런닝맨 1차전이 끝나며 배가 고파진 우리는 돗자리를 펴고 점심 먹을 준비를 했다. 점심을 싸온 지민이와 규빈이를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은 아침에 홈플러스에서 간단하게 먹을 것들을 사왔기에 그걸 함께 먹으면 된다. 함께 둘러앉아 먹는 점심은 배가 ..
4. 평화의 공원에서 런닝맨을 하다 이미 평화의 공원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더라. 어린이대공원과는 달리 대부분은 소풍을 나온 학생들이었다. 우린 난지연못을 지나 평화의 공원 안쪽의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 회장 지민이의 사회로 진행되는 트래킹 회의. 런닝맨의 시작, 과연 최선을 다하여 놀 것인가? 최선을 다하여 망칠 것인가? 런닝맨은 3판 2선승제로 시작했다. 팀은 저번에 회의를 할 때 지민이와 규빈이가 가위바위보를 하여 한 사람씩 데려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래서 지민이네 팀은 정훈, 상현, 성민이가 정해졌으며, 규빈이네 팀은 민석, 현세, 태기가 정해졌다. 솔직히 이 게임에서 이긴다고 해서 뭔가 혜택이 있다거나 선물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런 것 없이도 ‘호모루덴스’처럼 재미있게 놀 수 있고,..
3. 하늘공원이 아닌 평화의 공원에 가다 10시에 월드컵경기장역에 모이기로 했다. 단재학교의 등교시간은 8시 50분까지인데, 그 시간에 잘 맞춰 나오는 아이들은 어딜 가든지 늦을 것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밖에서 모일 때도 마찬가지다. 자기의 시간이 귀한 만큼 다른 사람의 시간도 귀하고, 내 시간이 아까운 만큼 다른 사람의 시간도 아까울 텐데, 매번 이러니 이해도 안 될뿐더러,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 아이들은 흔히 시간 자체를 문제 삼곤 한다. 이를 테면 “8시 50분에 맞추려니 너무도 이른 시간이라 지각을 하게 되거든요. 그러니 30분만 늦춰주세요”라고 말이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얼핏 설득력이 있는 말처럼 들리지만, 늦는 것과 시간은 그다지 상관이 있다곤 할 수 없다..
2. 여유를 누리러 평화의 공원으로 떠나다 단재학교 트래킹은 떠날 때마다 컨셉을 정하고 가는 편이다. 통인시장 트래킹은 엽전으로 음식을 사먹는 체험을 해보고, 한옥마을을 둘러보자는 컨셉으로, 롯데월드 트래킹은 아무 걱정과 고민 없이 맘껏 놀고 오자는 컨셉으로, 어린이 대공원 트래킹은 봄을 만끽하며 여유로움을 즐겨보자는 컨셉으로 떠났다. 이번 트래킹의 컨셉, 런닝맨 그렇다면 이번 하늘공원 트래킹의 컨셉은 무엇일까? 아이들이 함께 모여 회의를 할 때는 하늘공원을 천천히 둘러보자, 두 팀으로 나누어 서로 다른 출발지점에서 출발하여 올라가 정상에서 함께 모이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결국 ‘런닝맨’으로 결정되었다. 초이쌤이 의견을 냈을 때, 아이들도 모두 찬성을 하여 바로 결정된 것이다. 런닝맨은 별다른 준비를 하..
1. 여유는 그저 오지 않는다 4월은 나들이하기에 정말 좋은 날씨다. 저번에 어린이대공원에 트래킹을 갔을 때도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나들이를 나와 벚꽃이 서서히 떨어지는 운치를 감상하는 모습을 봤다. 평일엔 아무래도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 입장으로선 그렇게 시간을 내는 게 쉽진 않을 테니 말이다. ▲ 4월의 여유를 만끽하러 나온 사람들. 이 사람들에게서 삶에 대해 배운다. 여유는 찾아오는가?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쭉 쳐다봤다. 단지 그들이 어떤 사람들이기에 평일임에도 나들이를 나올 수 있나 궁금했을 뿐이다. 그랬더니 나이대도 엄청 다양하고 가족부터 연인들, 그리고 학생들까지 다채로운 나들이객이 있더라. 그건 곧 ‘직장이 없는 사람이나 학생들만 평일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
어린이대공원 트래킹 목차 1. 좌절한 청춘들이 어린이대공원으로 트래킹을 가다 청춘은 아름답지 않다 봄이 오면 마음에도 꽃이 핀다 봄을 누리러, 어린이대공원으로 떠나다 2. 지각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하다 지각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 자신만의 지각 목표치를 정하다 3. 지각이 트래킹 기분을 망치다 늦는 아이들은 언제나 늦는다 지각은 약속을 지킨 사람들의 기운을 빠지게 한다 태기 지각의 의미 4. 어린이대공원과 ‘역사적인 아이’ 태기의 독특한 캐릭터는 사람을 즐겁게 한다 도시락 만찬이 그리워지는 대공원의 점심시간 준영이의 지각을 바라보며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은, 영원한 아이가 아닌 역사적인 아이가 되는 시간 5. 어린이대공원엔 놀잇감이 있다 대공원의 아쿠아리움, 바다동물관 사람의 정복욕과 소유욕이 만든 공간,..
6. 어린이대공원엔 이야기가 있다 조류까지 모두 보고 잠시 쉴 겸 자리에 앉았다. 거기서 아이들은 준영이 핸드폰에 설치된 앱을 통해 간단한 아이큐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 아이들은 침팬지와 아이큐 대결을 하며 한껏 즐거워하고 있다. 무에 그리 신날꼬~ 여럿이 모이면 평범한 순간도 특별한 순간이 된다 우리가 앉은 의자 앞엔 침팬지가 있었는데, 아이큐가 무려 70이나 된다고 해서 아이들은 충격에 빠져 있었다. 그럴 리는 없지만, 침팬지보다 아이큐가 낮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우리를 감돌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앱은 정식으로 문제를 풀며 아이큐 테스트를 하는 게 아니라, 그저 계산기앱으로 머리에 두 번 대었다 떼었을 때 표시된 숫자를 아이큐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그 숫자를 아이큐로 받아들이며 ..
5. 어린이대공원엔 놀잇감이 있다 대공원은 2012년부터 2년 간 리모델링을 하여 다시 문을 열었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가 신나게 논 놀이터도 그 때 새 단장을 하면서 만들어진 곳일 거다. 어린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걸어 다니든 스쳐지나가든, 사람이 있던 장소엔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도보여행을 다녀와선 길과 마주쳤던 이야기가 다양하게 쏟아져 나오며, 카자흐스탄을 다녀와선 해외여행에 대한, 고려인에 대한 이야기가 샘솟는다. 사람과 풍경이 마주치고, 사람과 사람이 마주치면 그 안에서 그냥 마주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양한 감상이 어리고 다채로운 생각이 영그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턴 어린이대공원을 관람하는 중에 어떤 이야기들이 샘솟았는지 그것에 ..
4. 어린이대공원과 ‘역사적인 아이’ 아이들이 지각을 하여 기분은 별로였지만, 내 기분과 별도로 날씨만은 화창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학생 시절에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마지막 임용을 보던 그 순간까지 늘 소원은 ‘도서관에 갇혀 있지 않고 날씨가 풀리면 밖으로 나가 계절을 만끽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거였다. 17살때부터 30살때까지 13년을 공부에 매달리고 있으니, 그런 여유로움은 먼 훗날의 얘기거나, 나와는 영영 상관없는 얘기라고만 느껴졌다. 그런데 단재학교에 들어온 이후엔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 꿈이 이미 이루어진 것이다. 이젠 내가 간절히 바라지 않아도 이렇게 트래킹이란 커리큘럼을 통해 누릴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복에 겹다’라는 거다. ▲ 일을 하며 이런 봄날을 만끽할 ..
3. 지각이 트래킹 기분을 망치다 10시에 아차산역 4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했다. 집에서 자전거를 타면 30분 정도 걸린다고 하여 자전거를 타고 9시 20분에 집을 나섰다. ▲ 다음의 로드뷰 중. 벌써 몇 년에 걸쳐 공사 중이다. 이건 15년 7월에 찍은 사진이란다. 늦는 아이들은 언제나 늦는다 천호대교를 건너 천호대로만 쭉 따라가면 되는데, 거기서부턴 오르막길이다. 워커힐입구 교차로는 3년 전에 왔을 때도 공사 중이었는데, 지금도 그렇더라. 산을 깎아 도로확장 공사를 하는 것 같은데, 규모가 커서인지 몇 해에 걸쳐 계속 하고 있다. 아차산역에 도착하니 9시 50분이 넘었더라. 천천히 달렸더니, 시간이 많이 흐른 것이다. 모이기로 한 시간이 거의 임박했는데 그 자리엔 초이쌤만 계시더라. 조금 기다리니 민..
2. 지각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하다 이번 트래킹은 이전의 트래킹과 다른 점이 있다. 이번 학기 들어 두 번의 트래킹을 했었다. 첫 번째 통인시장 때는 아이들 태반이 나오지 못했고, 두 번째 롯데월드 때는 그걸 방지하고자 학교에서 함께 자는 방법까지 썼다. ▲ 두 번의 트래킹을 가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지각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 하지만 이제 습관을 형성해야 하는 어린 아이가 아닌, 중고등학생을 데리고 학교에서 함께 자는 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젠 자신의 자발적인 힘으로 시간을 조절해야 할 때이지, 누군가의 강제로 인해, 누군가의 노력으로 인해 시간을 조절당해야 하는 때는 지났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함께 자고 출발하는 건 그 순간에만 효과가 있을 뿐, 근본적으로 아이들의 생활습관이 ..
1. 좌절한 청춘들이 어린이대공원으로 트래킹을 가다 어느덧 4월이 포문을 열었다. 지금은 봄꽃이 화사하게 대지를 덮고 봄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와 마음 한 구석에 꽁꽁 얼려있던 감정이 사방팔방 솟아오르는 때다. 중고등학생 때나 대학생 때엔 봄이 온다고 무언가 심정적인 변화가 온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하루하루 살아가기에 바빴다. ▲ 벚꽃이 활짝 피었다. 이런 날 봄을 즐기러 나올 수 있다는 건, 정말 축복이다. 청춘은 아름답지 않다 하지만 2006년에 교생실습을 떠나기 전에 따스한 봄바람을 맞으며 캠퍼스를 거닐다 보니, 그제야 비로소 ‘봄 따라 마음도 오고, 봄꽃 따라 감정도 피어오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땐 아마도 여느 때처럼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에게 젊음은 ‘젊어서 무엇이..
목차 1. 어른의 관점을 버리고 학생의 성장을 바라봐야 한다 지민이의 고군분투는 그 아이의 성장을 위한 과정이다 우리 지금 노는 건가요? 2. 좌충우돌 트래킹 회의를 기록하다 준비 또한 대충대충 성장의 바로미터, 지적을 받아들이는 정도 우여곡절 끝에 계획이 정해지다 3. 여유롭던 아침이 긴박한 아침으로 여유로운 아침이 산산이 부서진 이유 시간에 쫓김은 불행이지만, 살아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4. 경복궁의 향원정과 건청궁을 아시나요? 조촐한 인원이 경복궁에 모이다 익숙하지만 그만큼 잘 모르는 곳, 경복궁 향원정에 와서 이름을 탐색하다 건청궁, 고종의 찬란한 꿈과 스러진 꿈 5. 여유롭게 경복궁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되다 시간에 쫓겨 맘이 급해졌지만 뜻밖의 여유가 생기다 손에 잡히지 않는 순간에만 느껴지는..
7. 북촌한옥마을과 전주한옥마을 점심을 먹고 나선 통인시장에서 가까운 서촌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하지만 지도에서 간단히 검색만 해봤을 뿐, 제대로 위치를 알아본 것은 아니기에 헤맬 수밖에 없었다. 조금 걷다 보니, 한옥마을 비슷한 곳이 나오긴 하는데, 그렇게 한옥이 많은 건 아니더라. 그래서 어르신에게 물어봐도 긴가민가하는 반응만 보여주신다. 생각보다 훨씬 별로였기에 두 가지 중 선택해야 했다. 아예 북촌한옥마을 쪽으로 가던지, 사직공원 쪽으로 가던지 말이다. 이건 흡사 ‘인생극장’의 한 장면 같았는데, 결정을 하는 건 오늘의 인솔자인 민석이의 몫이었다. 몇 시간 정도 고민을 했을까, 민석이는 “그래 결심했어! 북촌한옥마을로 고고~”라고 이휘재가 울고 갈 정도로 결연하게 외쳤다. 그 순간 민석이의 모습..
6. 통인시장에선 엽전으로 음식을 사서 먹을 수 있다 현세는 11시 54분에 도착하여 함께 통인시장까지 걸어갔다. 통인시장은 엽전으로 음식을 살 수 있는 곳이다. 우리도 그 소문을 익히 들어 어제 트래킹 장소를 정할 때 이곳으로 정하게 됐다. ▲ 가맹점에서만 엽전을 쓸 수 있다. 여기선 엽전으로 음식을 산다 도로를 따라 걷다가 통인시장이라는 안내판이 걸린 곳으로 들어가니, 길가 양 옆으로 점포들이 늘어서 있다. 여기서 갖가지 음식들을 파는데, 그 앞에 놓인 메뉴판이 색달랐다. ‘통 도시락 카페 가맹점’이라 쓰인 팻말이 놓여 있고, 각 음식 앞엔 가격이 적힌 종이가 있는데, 거기엔 ‘₩1.000 / 엽전 2량’하는 식으로 적혀 있기 때문이다. 그건 곧 이곳에선 돈과 엽전 두 가지 화폐가 동시에 통용된다는 ..
5. 여유롭게 경복궁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되다 향원정과 건청궁을 분주하게 움직이지 않고 그저 한 곳만을 응시하고 싶었기에, 천천히 둘러봤다. 그런데도 시간이 꽤 남아서 몸도 녹이고 시간도 때울 겸 국립민속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박물관에 갈 때는 상관없는데 다시 경복궁으로 들어갈 땐 티켓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 만나기로 했으면 경복궁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지만, 문제는 영추문에서 만나기로 했다는 사실이다.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은 경복궁의 동쪽 끝이고 만나기로 한 곳은 서쪽 끝이니, 경복궁을 관통하여 가면 훨씬 빨리 도착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럴 수 없으니 궁의 외곽을 따라 영추문까지 가야만 했다. ▲ 경복궁은 욕심 내어 보기보다 천천히 한 곳에 오래 머물며 봐야 하는 곳이다. ..
4. 경복궁의 향원정과 건청궁을 아시나요? 9시 52분에 경복궁역에 도착했다. 아침에 본이 아니게 헐레벌떡 움직였던 것에 비하면 늦지 않은 것이니 정말 다행이다. ▲ 서늘한 맑음이라 표현해야 하려나. 나들이하긴 좋은 날씨지만, 아직은 춥다. 조촐한 인원이 경복궁에 모이다 경복궁역 5번 출구 쪽으로 올라가니, 민석이와 초이쌤만 보이더라. 민석이는 글쎄 9시에 도착하여 기다렸다고 한다. 시간을 헷갈렸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집에서 일찍 나오고 싶어서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기다려야 하는 한 시간은 길고도 길었을 것이다. 그래서 고궁박물관에 들어가 몸을 녹이며 기다리다가 내려왔다고 하더라. 나머지 아이들은 10시가 조금 지나 모였다. 지훈이는 감기가 걸려 나오지 못했으며 상현이는 개인사정으로 나오지 못했고 ..
3. 여유롭던 아침이 긴박한 아침으로 10시까지 경복궁역 5번 출구에서 모이기로 했다. 평상시보다 한 시간 정도 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한껏 여유를 부리며 아침을 맞이했다. 눈은 떠졌지만 따뜻한 이불 속에 누워서 행복을 만끽했고, 좀이 쑤실 때쯤 일어나 씻었다. 그럼에도 시간은 겨우 8시가 살짝 넘었을 뿐이다. 강동구청역에서 9시 17분에 출발하는 전철을 타면 되니, 맘은 한결 가볍다.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신경 쓰지 않았음에도 무려 25분이나 남았다. 그제야 가방을 챙기고 외출복을 갈아입고 이어폰을 귀에 꽂아 디어클라우드Dear Cloud의 ‘늦은 혼잣말’이란 노래를 들으며 길을 나섰다. 그 순간은 어느 것에도 비할 수 없는 나 자신에게 가장 충실한 시간이었다. ▲ 최근 자주 듣고 있는 디어..
2. 좌충우돌 트래킹 회의를 기록하다 이런 회의 과정을 통해 ‘통인시장’, ‘롯데월드’, ‘하늘공원’, ‘남한산성’, ‘검단산’이 결정되었다. 아이들이 고군분투하며 짠 것인데, 나름 서울 근교에서 갈 수 있는 곳으로는 잘 짜였기에 기분이 좋았다. 준비 또한 대충대충 내일 갈 곳이 ‘통인시장’으로 정해졌으니, 이제 구체적인 계획을 짜야 했다. 그래서 두 팀으로 나누어 각자 조사를 하고 함께 모여 하나의 계획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민석, 지훈, 지민(민지팀)’와 ‘준영, 상현, 태기(준태팀)’가 각각 팀이 되어 계획표를 짜기 시작했다. 민지네 팀에선 두 사람은 그래도 검색도 해보고 지도도 봐가며 계획을 짜는데, 지훈이는 자꾸 딴 짓을 하더라. 전혀 엉뚱한 정보를 찾아본다던지, 다른 검색어를 치며 정보 찾는..
1. 어른의 관점을 버리고 학생의 성장을 바라봐야 한다 단재학교에선 재작년부터 트래킹을 하고 있다. 2013년부터 영화팀은 등산을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갔기 때문에, 그걸 영화팀뿐만 아니라 전체 학생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든 것이 바로 트래킹이었다. 처음엔 등산도 하고, 가볍게 산책도 하자는 의미로 만든 것인데, 아이들은 트래킹이란 단어를 듣자마자, ‘저건 등산과는 다른 의미일 것이다’는 것에 꽂힌 듯했다. 아무래도 움직이길 좋아하지 않고 최대한 걷지 않으려 하다 보니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되는 건 당연한 듯 보였다. 그래서 사전에서 찾아보니 ‘트레킹trekking은 느리지만 힘이 드는 하이킹이라는 정도의 의미로, 등반과 하이킹의 중간 형태이다.’라고 되어 있다. 이 개념 자체가 되게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