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여기에 있을 수 없는 그대, 하지만 여기서 분명히 들은 그대의 노래
조위한(趙緯韓)
陟聞是聲驚動, 惝怳如失, 不覺擲簫, 嗒然如死人形.
鶴川曰: “何爲其然耶?” 再問, 再不答. 三問之, 陟欲語哽塞. “此詩乃吾荊布所自製也, 平日絶無他人聞之者, 且其聲音, 酷似吾妻, 豈其來在彼船耶? 此必無之事也.”
因述其陷賊事甚悉, 一舟人感驚怪之.
座有杜洪者, 年少勇敢士也. 聞陟之言, 義形於色, 以手擊楫, 奮然而起曰: “吾欲往探之.”
鶴川止之曰: “深夜作亂, 恐致生變, 不如朝日從容處之.” 左右皆曰: “然.”
陟坐而待朝. 東方乍明矣, 卽下岸, 至日本船, 陟以鮮語問之曰: “夜聞詠詩者, 必是朝鮮人也. 吾亦朝鮮人, 倘一得見, 則奚啻越之流入, 見之相似者, 而有喜者也.”
玉英夜於船中聞其簫聲, 乃是朝鮮之曲調, 而一似疇昔慣聆之調. 竊疑其夫之或來于其船, 試詠其詩而探之.
해석
陟聞是聲驚動, 惝怳如失,
최척은 그 시를 듣고 크게 놀라서 흐리멍덩한 것이 실성한 사람 같았고,
不覺擲簫, 嗒然如死人形.
퉁소를 떨어뜨린 것도 깨닫지 못했으니 멍한 것이 죽은 인형 같았다.
鶴川曰: “何爲其然耶?”
이를 보고 학천이 말했다. “어째서 그러는가?”
再問, 再不答.
다시 물었지만 다시 대답하지 못했다.
三問之, 陟欲語哽塞.
세 번째 물지만 최척은 말하려 해도 목이 메였다.
復籟, 籟下, 移時定氣而後言曰:
다시 퉁소를 찾고서 내려놓았고 시간이 흘러 기운이 안정된 후에 말했다.
“此詩乃吾荊布所自製也,
“이 시구는 바로 내 아내【荊釵布裙의 준말. 형차는 後漢 梁鴻의 아내 孟光이 가시나무 비녀를 꽂은 고사에서 나온 말이며, 포군은 천한 옷을 걸친 아내를 뜻한다. 곧 자신의 아내를 낮춘 말이다.】가 손수 지은 것으로
平日絶無他人聞之者,
평소에 절대로 저 노랠 들은 사람은 없다네.
且其聲音, 酷似吾妻,
게다가 소리와 음색이 내 아내의 목소리와 흡사하니,
豈其來在彼船耶?
어떻게 내 아내가 여기까지 와서 저 배 안에 있을 수 있겠는가?
此必無之事也.”
이것은 반드시 있을 수 없는 일이네.”
因述其陷賊事甚悉, 一舟人感驚怪之.
이어서 온 가족이 포로로 잡혀간 일을 말하자,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이 느꺼워하고 놀라워했다.
座有杜洪者, 年少勇敢士也.
그 가운데는 두홍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젊고 용맹한 장정이었다.
聞陟之言, 義形於色,
그는 최척의 말을 듣더니, 의기가 얼굴에 드러내고
以手擊楫, 奮然而起曰:
주먹으로 노를 치면서 분연히 말했다.
“吾欲往探之.”
“내가 가서 알아보고 오겠소.”
鶴川止之曰:
학천이 저지하며 말했다.
“深夜作亂, 恐致生變,
“깊은 밤에 시끄럽게 하면 두려워 변고가 생길 것이니.
不如朝日從容處之.”
내일 아침에 조용히 처리하는 것만 못하네.”
左右皆曰: “然.”
주위 사람들이 모두 말했다. “그럽시다.”
陟坐而待朝. 東方乍明矣,
최척은 앉은 채로 아침이 되기를 기다렸다. 동방이 밝아오자,
卽下岸, 至日本船, 陟以鮮語問之曰:
즉시 강둑을 내려가 일본인 배에 이르러 조선말로 물었다.
“夜聞詠詩者, 必是朝鮮人也.
“어젯밤에 시조를 읊었던 사람은 필시 조선 사람입니다.
吾亦朝鮮人, 倘一得見,
나도 조선 사람이기 때문에 한 번 만나 보았으면 합니다.
則奚啻越之流入, 見之相似者,
멀리 다른 나라를 떠도는 사람이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만나는 것이
而有喜者也.”
어찌 기쁘기만 한 일이겠습니까”
玉英夜於船中聞其簫聲, 乃是朝鮮之曲調,
옥영도 어젯밤에 들려왔던 피리 소리가 조선의 곡조인데다,
而一似疇昔慣聆之調.
한결같이 예전에 익숙히 들었던 곡조인 듯했다.
竊疑其夫之或來于其船, 試詠其詩而探之.
그래서 남편 생각에 감회가 일어 저절로 시를 읊게 되었던 것이다.
인용
1화: 최척에 대한 소개
2화: 옥영, 최척에게 맘을 전하다
4화: 몇 번의 답서가 내왕하며 옥영의 진심을 알게 되다
5화: 최척 아버지께 얘기하고 혼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옥영네 어머니가 반대하다
6화: 옥영이가 어머니에게 최척이 아니면 혼인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다
9화: 양생에게 시집보내려던 엄마에 반대하며 목을 멘 옥영
10화: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다
12화: 정유재란의 발발로 최척의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다
14화: 몽석, 친할아버지 외할머니의 재회하다
15화: 옥영이가 일본배에 타고 명나라를 돌아다니게 된 사연
16화: 여유문이 죽자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살던 최척
17화: 친구인 주우에게 의탁하게 된 최척
18화: 안남의 일본배에서 들려온 익숙한 노래
19화: 여기에 있을 수 없는 그대, 하지만 여기서 분명히 들은 그대의 노래
20화: 그토록 그리던 사람을 안남에서 만나다
21화: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타국에서 함께 살게 되다
22화: 최척 부부 네 식구가 되다
23화: 청나라의 발흥으로 명나라를 도우러 출진하는 최척
25화: 첫째 아들 몽석과 감옥에서 만난 최척
26화: 조선인 간수 덕에 감옥에서 풀려나다
29화: 옥영네 조선으로 건너가려 맘먹다
30화: 몽선이가 조선에 가는 걸 머뭇거리자 홍도가 설득하다
32화: 장육금불의 도움으로 조선배를 만나다
33화: 죽은 사람 없이 모두 남원에 모여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34화: 저자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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