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옥영네 조선으로 건너가려 맘먹다
조위한(趙緯韓)
夢釋自聞其母之生存, 日夜腐心, 將有入天朝, 爲母之計而無以自達, 徒切號泣而已.
當是時, 玉英在杭州, 聞官軍陷沒. 以爲陟橫死戰場無疑也, 晝夜哭不絶聲. 期於必死, 水漿不入口.
忽於一夕, 夢見丈六佛撫頂而言曰: “愼無死, 後必有喜.”
覺而語夢仙曰: “吾於被擄之日投水欲死, 南原萬福寺丈六金佛夢余而言曰: ‘愼無死, 後必有喜.’ 後四年, 得見爾父於安南海中, 今吾欲死, 而又夢如是, 汝父豈或免於鋒鏑歟? 汝父若存, 吾死猶生, 顧何恨焉?”
夢仙哭曰: “近聞奴酉, 盡殺天兵, 而鮮人皆脫云. 父親本自鮮人, 獲生必矣, 金佛之夢, 豈虛應哉? 母親須臾無死, 以待父親之來也.”
玉英幡然曰: “奴酋窟穴距朝鮮地界纔四五日. 汝父雖生, 其勢必走本國, 安能冒涉萬里程來尋妻孥哉? 我當求於本國, 苟死矣, 親往昌州境上, 招得旅魂, 葬於先壟之側, 免使長餒於沙漠之外, 則吾責塞矣. 況越鳥巢南, 胡馬倚北. 今旦死日將迫, 尤不堪首丘之戀,
獨舅偏母及弱孩, 俱失於陷賊之日, 其生其死, 雖莫聞知, 頃因賈人聞之, 則鮮人被擄者連續出送, 斯言果信, 亦豈無一人之生還乎? 汝父汝祖雖皆暴骨於異域, 而先祖丘墓誰復看護, 內外親戚, 亦豈盡歿亂離?
苟得相見, 是亦一幸, 汝其雇船舂糧. 此去朝鮮, 水路僅二三千里. 天地顧佑, 倘得便風, 不滿旬朔當到彼岸, 吾計決矣.”
夢仙泣訴曰: “母親何爲出此言也? 若能得達, 豈非大善? 而萬里滄波, 非一葦可航之地, 風濤蛟鰐爲禱不測, 海寇邏船到處生梗, 母子俱葬魚腹, 何憂於死父乎? 子雖愚族, 當此大事非敢推托之說也.”
紅桃在傍, 謂夢仙曰: “無阻! 無阻! 親計自熱, 外患不就論也. 雖在水火盜賊, 其可免乎?”
해석
夢釋自聞其母之生存,
몽석은 스스로 어머니의 생존함을 듣고
日夜腐心, 將有入天朝,
밤낮으로 마음 아파하며 장차 중국으로 입국하여
爲母之計而無以自達, 徒切號泣而已.
어머니의 계책을 삼았지만 스스로 통달하지 못하고서 다만 간절히 울 뿐이었다.
當是時, 玉英在杭州, 聞官軍陷沒.
당시, 옥영은 항주에서 있어 관군이 함락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以爲陟橫死戰場無疑也, 晝夜哭不絶聲.
최척이 전쟁터에서 횡사했다는 걸 의심하지 않고 밤낮으로 통곡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期於必死, 水漿不入口.
그러다 반드시 죽길 기약했으니 물과 미음조차도 입에 넣질 않았다.
忽於一夕, 夢見丈六佛撫頂而言曰:
그런데 갑자기 꿈속에 장육금불이 나타나 말했다.
“愼無死, 後必有喜.”
“삼가 죽지 않도록 하라, 뒤에 반드시 기쁜 일이 있으리라.”
覺而語夢仙曰:
옥영이 잠에서 깨어나 몽선에게 말했다.
“吾於被擄之日投水欲死,
“내가 일본에 끌려갔을 때 물에 빠져 죽으려고 했는데,
南原萬福寺丈六金佛夢余而言曰:
남원 만복사의 장육금불이 꿈에 나타나 말했었다.
‘愼無死, 後必有喜.’
‘삼가 죽지 않도록 하거라. 뒤에 반드시 기쁜 일이 있으리라’
後四年, 得見爾父於安南海中,
그러고서 10년 뒤에 안남 바닷가에서 네 아버지를 만났었는데
今吾欲死, 而又夢如是,
이제 내가 또 죽으려고 했는데 또한 꿈이 이와 같구나.
汝父豈或免於鋒鏑歟?
네 아버지가 아마도 칼과 창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겠느냐?
汝父若存, 吾死猶生, 顧何恨焉?”
네 아버지가 만약 살아 계시다면 나의 죽음을 산 것처럼 여기는 게 얼마나 한스럽겠느냐?”
夢仙哭曰: “近聞奴酉, 盡殺天兵,
몽선이 말했다. “최근에 들으니 오랑캐 추장이 중국 병사들은 다 죽였으나
而鮮人皆脫云.
조선 사람들은 모두 죽음을 면했다고 합니다.
父親本自鮮人, 獲生必矣,
아버님께서 본래 조선 사람이기 때문에 생을 얻었을 것이 분명하니
金佛之夢, 豈虛應哉?
금불의 꿈이 어찌 헛된 응답을 하겠습니까?
母親須臾無死, 以待父親之來也.”
어머니께선 잠시라도 죽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오길 기다리십시오.”
玉英幡然曰:
옥영이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 말했다.
“奴酋窟穴距朝鮮地界纔四五日.
“오랑캐 추장의 소굴이 조선의 국경에서 10일 정도 걸어갈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汝父雖生, 其勢必走本國,
네 아버지가 비록 살아 계시다면 그 형세로 보아 반드시 본국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安能冒涉萬里程來尋妻孥哉? 我當求於本國,
어찌 만리의 길을 건너 처자를 찾아오겠는가? 내가 본국으로 찾아가야겠다.
苟死矣, 親往昌州境上, 招得旅魂,
만약 네 아버지가 전사하셨으면, 내가 몸소 창주로 가서 시신을 찾고 넋을 거두어,
葬於先壟之側, 免使長餒於沙漠之外, 則吾責塞矣.
선산에 장사를 지내 외로운 혼백이나마 편케 하리니 나의 책임을 다하겠다.
況越鳥巢南, 胡馬倚北.
하물며 월나라 새는 남쪽을 생각하고 오랑캐 말은 북쪽에 기댐에랴.
今旦死日將迫, 尤不堪首丘之戀,
이젠 죽을 날이 가까워오니 더욱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견딜 수가 없구나.
獨舅偏母及弱孩, 俱失於陷賊之日,
늙으신 시아버님과 홀어머니와 어린 아들마저 모두 적에게 함락되었을 때 잃어버리고
其生其死, 雖莫聞知,
살았는지 죽었는지 비록 소문조차 알질 못한다.
頃因賈人聞之, 則鮮人被擄者連續出送,
근래 상인들에게 들으니, 포로가 된 조선 사람들을 연이어 풀어주고 있다는 구나.
斯言果信, 亦豈無一人之生還乎?
이 말이 사실이라면 또한 어찌 한 사람이라도 살아서 돌아오지 않았겠느냐?
汝父汝祖雖皆暴骨於異域,
네 아버지와 네 할아버지가 비록 모두 이역 땅에서 죽었다면
而先祖丘墓誰復看護,
이제 선인들의 묘소를 누가 다시 돌보겠느냐?
內外親戚, 亦豈盡歿亂離?
내외 친척들이 또한 어찌 다 죽고 혼란스러워하며 떠나겠는가?
苟得相見, 是亦一幸, 汝其雇船舂糧.
만약 서로 보게 된다면 이것은 또한 다행이니 너는 모름지기 배를 한 척 사고 양식을 준비해라.
此去朝鮮, 水路僅二三千里.
이곳에서 조선까지는 거리는 수로로 겨우 2, 3천 리밖에 되지 않는다.
天地顧佑, 倘得便風,
하느님께서 돌보시어 혹 순풍을 만나게 된다면
不滿旬朔當到彼岸, 吾計決矣.”
채 열흘도 안 되어 우리나라에 당도할 수 있으니 나의 계책은 결정되었다.”
夢仙泣訴曰: “母親何爲出此言也?
몽선이 울면서 말했다. “어머님께서는 어찌 이런 말씀을 하십니까?
若能得達, 豈非大善?
만약 순조롭게 건널 수만 있다면 이는 진실로 천행이 아니겠습니까?
而萬里滄波, 非一葦可航之地,
그러나 드넓은 푸른 바다를 작은 배로 항해할 수는 없습니다.
風濤蛟鰐爲禱不測,
바람과 파도, 상어와 악어는 기도하더라도 예측할 수 없으며,
海寇邏船到處生梗,
해적선들이 도처에서 사납게 굴고 있습니다.
母子俱葬魚腹, 何憂於死父乎?
어머니와 제가 물속에 빠져 죽는다고 해서 어찌 돌아가신 아버지께 근심이 아니겠습니까?
子雖愚族, 當此大事非敢推托之說也.”
제가 비록 어리석으나 마땅히 이처럼 큰일을 앞두고 감히 거절하는 말을 올리는 것은 아닙니다.”
紅桃在傍, 謂夢仙曰:
홍도가 옆에 있다가 몽선에게 말했다.
“無阻! 無阻!
“막지 마십시오! 막지 마십시오!
親計自熱, 外患不就論也.
어머님의 계책이 스스로 익었으니 외환을 따지지 마십시오.
雖在水火盜賊, 其可免乎?”
비록 물과 불과 도적이 있더라도 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용
1화: 최척에 대한 소개
2화: 옥영, 최척에게 맘을 전하다
4화: 몇 번의 답서가 내왕하며 옥영의 진심을 알게 되다
5화: 최척 아버지께 얘기하고 혼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옥영네 어머니가 반대하다
6화: 옥영이가 어머니에게 최척이 아니면 혼인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다
9화: 양생에게 시집보내려던 엄마에 반대하며 목을 멘 옥영
10화: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다
12화: 정유재란의 발발로 최척의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다
14화: 몽석, 친할아버지 외할머니의 재회하다
15화: 옥영이가 일본배에 타고 명나라를 돌아다니게 된 사연
16화: 여유문이 죽자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살던 최척
17화: 친구인 주우에게 의탁하게 된 최척
18화: 안남의 일본배에서 들려온 익숙한 노래
19화: 여기에 있을 수 없는 그대, 하지만 여기서 분명히 들은 그대의 노래
20화: 그토록 그리던 사람을 안남에서 만나다
21화: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타국에서 함께 살게 되다
22화: 최척 부부 네 식구가 되다
23화: 청나라의 발흥으로 명나라를 도우러 출진하는 최척
25화: 첫째 아들 몽석과 감옥에서 만난 최척
26화: 조선인 간수 덕에 감옥에서 풀려나다
29화: 옥영네 조선으로 건너가려 맘먹다
30화: 몽선이가 조선에 가는 걸 머뭇거리자 홍도가 설득하다
32화: 장육금불의 도움으로 조선배를 만나다
33화: 죽은 사람 없이 모두 남원에 모여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34화: 저자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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