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위한(趙緯韓)
纔經二日, 扶杖而還家, 渾舍驚痛, 如見死人. 父子相抱嗚咽, 似夢非眞. 沈氏一自失女之後, 喪心如癡, 只依夢釋, 而釋又戰歿. 沈綿床席, 不起者累月, 及見夢釋與父偕來, 且聞玉英之生存, 狂呼顚倒, 全不省其悲如喜也.
夢釋感華人之活其父死命. 與之偕來, 思有以重報之. 陟問, “爾是天朝人, 家在何處?”
答曰: “在於杭州湧金門內. 萬歷二十五年, 從軍于劉提督. 來陣于順天. 一日, 以偵探賊勢, 忤主將旨, 用軍法, 夜半潛逃, 乃留至此.”
陟聞言大驚曰: “爾家有父母妻子乎?”
曰: “家有一妻, 來時産得一女, 纔數月矣.”
陟又問, “女名云何?”
曰: “兒生之日, 適有隣人饋以桃實, 因名曰紅桃.”
陟遽執偉慶手曰: “怪也! 怪也! 吾在杭州與爾家作隣而住. 爾妻妾辛亥九月病死, 獨紅桃見養於其姨吳鳳林家. 我聚以爲兒子婦, 不圖今日値爾於此.”
偉慶驚痛嚄唶, 不冶者良久, 旣而曰: “唉! 吾托大邱地朴姓人家, 得一老婆, 以鍼術糊口, 今聞子言, 如在鄕里, 吾欲移來于此地.”
夢釋曰: “公非但有活父之恩. 吾母及弟托在於令女, 旣爲一家之人, 有何難事?” 卽合移來.
해석
纔經二日, 扶杖而還家,
겨우 이틀이 지나 최척이 지팡이를 짚고 고향 마을로 돌아오자,
渾舍驚痛, 如見死人.
온 집안사람이 놀라워하고 아파했으니 죽은 사람을 보듯 했다.
父子相抱嗚咽, 似夢非眞.
할아버지, 아들, 서로 끌어안고 오열하니 꿈인 듯 참이 아닌 듯했다.
沈氏一自失女之後, 喪心如癡,
심씨는 딸을 잃어버린 뒤부터 마음을 잃고 바보 같았다.
只依夢釋, 而釋又戰歿.
단지 몽석에 의지했는데 몽석 또한 전쟁으로 군사들이 모두 죽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沈綿床席, 不起者累月,
심씨의 비단 침상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지 여러 달이었는데,
及見夢釋與父偕來, 且聞玉英之生存,
몽석과 최척이 함께 오는 것을 보았고 또한 옥영이 생존함을 듣게 되자
狂呼顚倒, 全不省其悲如喜也.
미친 듯 소리 지르고 허둥대어 온전히 슬픔을 살피지 못하고 기쁜 듯했다.
夢釋感華人之活其父死命.
몽석은 중국사람이 아버지의 죽은 목숨을 살린 것을 감사하게 여겼다.
與之偕來, 思有以重報之.
그래서 그와 함께 와서 생각하며 중하게 보답했다.
陟問, “爾是天朝人, 家在何處?”
최척이 “당신이 중국 사람이라면 집은 어느 곳에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答曰: “在於杭州湧金門內.
중국 사람이 대답했다. “항주 용금문 밖에 있습니다.
萬歷二十五年, 從軍于劉提督.
만력 25년에 유제독 휘하에서 종군했습니다.
來陣于順天.
전라도 순천에 진을 쳤는데,
一日, 以偵探賊勢, 忤主將旨,
하루는 적의 세력을 염탐하다가 주장의 뜻을 어겼는데
用軍法, 夜半潛逃, 乃留至此.”
군법으로 다스리려고 하기에 밤에 몰래 달아나서 여기에 머물게 된 것입니다.”
陟聞言大驚曰: “爾家有父母妻子乎?”
최척이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당신 집안에 부모와 처자가 있습니까?”
曰: “家有一妻,
중국 사람이 말했다. “집에 한 명의 아내가 있었는데
來時産得一女, 纔數月矣.”
떠날 때에 한 명의 딸을 낳았으니 겨우 몇 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陟又問, “女名云何?”
최척이 또 물었다. “딸아이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曰: “兒生之日,
중국사람이 말했다. “아이를 낳는 날,
適有隣人饋以桃實, 因名曰紅桃.”
마침 이웃 사람이 복숭아를 보내 왔기에 이름을 홍도라고 지었습니다.”
陟遽執偉慶手曰: “怪也! 怪也!
최척이 갑자기 위경의 손을 잡고 말했다. “괴이하도다! 괴이하도다!
吾在杭州與爾家作隣而住.
내가 항주에서 당신의 집과 이웃해서 살았었습니다.
爾妻妾辛亥九月病死,
당신의 처는 신해년 9월에 병들어 죽고
獨紅桃見養於其姨吳鳳林家.
홀로 홍도만 이모부인 오봉림의 집에서 길러져
我聚以爲兒子婦,
내가 장가보내 아이의 아내로 며느리로 삼았습니다.
不圖今日値爾於此.”
그런데 뜻밖에도 오늘 당신을 여기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偉慶驚痛嚄唶, 不冶者良久, 旣而曰:
위경이 통곡하며 재잘대며 어찌할 줄 모르다가 이윽고 말했다.
“唉! 吾托大邱地朴姓人家,
“아! 나는 대구에서 박씨 성을 가진 사람의 집에 의탁해
得一老婆, 以鍼術糊口,
한 노인을 얻어 침술로 생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今聞子言,
이제 당신의 말을 들으니
如在鄕里, 吾欲移來于此地.”
만약 향리에 있어 내가 이곳으로 옮기려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夢釋曰: “公非但有活父之恩.
몽석이 말했다. “공께서는 저의 아버지를 살려주신 은혜가 있을 뿐만 아니라
吾母及弟托在於令女, 旣爲一家之人,
게다가 제 어머님과 동생이 공의 따님께 의탁해 이미 한 가족을 이루었으니,
有何難事?”
무엇이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卽合移來.
이윽고 옮겨와 와서 같이 살았다.
인용
1화: 최척에 대한 소개
2화: 옥영, 최척에게 맘을 전하다
4화: 몇 번의 답서가 내왕하며 옥영의 진심을 알게 되다
5화: 최척 아버지께 얘기하고 혼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옥영네 어머니가 반대하다
6화: 옥영이가 어머니에게 최척이 아니면 혼인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다
9화: 양생에게 시집보내려던 엄마에 반대하며 목을 멘 옥영
10화: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다
12화: 정유재란의 발발로 최척의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다
14화: 몽석, 친할아버지 외할머니의 재회하다
15화: 옥영이가 일본배에 타고 명나라를 돌아다니게 된 사연
16화: 여유문이 죽자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살던 최척
17화: 친구인 주우에게 의탁하게 된 최척
18화: 안남의 일본배에서 들려온 익숙한 노래
19화: 여기에 있을 수 없는 그대, 하지만 여기서 분명히 들은 그대의 노래
20화: 그토록 그리던 사람을 안남에서 만나다
21화: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타국에서 함께 살게 되다
22화: 최척 부부 네 식구가 되다
23화: 청나라의 발흥으로 명나라를 도우러 출진하는 최척
25화: 첫째 아들 몽석과 감옥에서 만난 최척
26화: 조선인 간수 덕에 감옥에서 풀려나다
29화: 옥영네 조선으로 건너가려 맘먹다
30화: 몽선이가 조선에 가는 걸 머뭇거리자 홍도가 설득하다
32화: 장육금불의 도움으로 조선배를 만나다
33화: 죽은 사람 없이 모두 남원에 모여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34화: 저자의 후기
'한문놀이터 > 한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척전(崔陟傳) - 30화: 몽선이가 조선에 가는 걸 머뭇거리자 홍도가 설득하다 (0) | 2020.11.27 |
---|---|
최척전(崔陟傳) - 29화: 옥영네 조선으로 건너가려 맘먹다 (0) | 2020.11.27 |
최척전(崔陟傳) - 27화: 홍도의 아버지 진위경을 만난 최척과 몽석 (0) | 2020.11.27 |
최척전(崔陟傳) - 26화: 조선인 간수 덕에 감옥에서 풀려나다 (0) | 2020.11.27 |
최척전(崔陟傳) - 25화: 첫째 아들 몽석과 감옥에서 만난 최척 (0) | 2020.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