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차천로를 애도하며
차오산천로만(車五山天輅挽)
이수광(李晬光)
氷霜標格繡心肝 仙鶴初歸碧落寒
詞林活氣三春盡 學海長波一夕乾
應與奎星朝玉帝 上淸新許築騷壇
八斗高才四海聞 最知風骨出人群
功名一世還無分 宇宙千年始有君
莊氏辨雄恒說劍 馬卿詞健更凌雲
朱絃却爲鍾期斷 老子從今不作文
文字尋常對眼靑 醉中豪氣到忘形
延津劍去天收彩 圓嶠鼇亡地失靈
江外凄涼新隴草 案頭零落舊囊螢
惟餘滿篋洪陽作 却怕風雷逐六丁 『芝峯先生集』 卷之四
해석
氷霜標格繡心肝 빙상표격수심간 | 얼음서리 같은 인품에 수놓은 듯한 마음 |
仙鶴初歸碧落寒 선학초귀벽락한 | 신선이 탄 학【선학(仙鶴): 신선이 타고 다니는 학을 말한다. 당(唐) 나라 왕발(王勃)의 「환기주별낙하지기서(還冀州別洛下知己序)」에 “빈홍은 따뜻한 곳을 찾아가느라, 외롭게 만리 가운 데서 날고, 선학은 구름을 따라, 곧바로 천년 뒤에 떠나갔네.[賓鴻逐暖 孤飛萬里之中 仙鶴隨雲 直去千年之後]”라고 하였는데, 여기서는 차천로가 죽었다는 뜻.】이 막 돌아가자 푸른하늘이 써늘해졌네. |
東野平生終薄祿 동야평생종박록 | 맹교(孟郊)는 평생토록 끝내 박복한 삶이었고 |
子雲身世只卑官 자운신세지비관 | 양웅(揚雄)은 신세가 다만 낮은 벼슬이었다네. |
詞林活氣三春盡 사림활기삼춘진 | 문학 숲의 활기는 봄에 다하였고, |
學海長波一夕乾 학해장파일석건 | 학문 바다의 긴 파도는 하루 저녁에 말라버렸네. |
應與奎星朝玉帝 응여규성조옥제 | 응당 규성【규성(奎星): 『초학기(初學記)』 권21에 “규성은 문장을 주관한다.”라고 하였는데, 그 주에 “규성의 모양은 갈고랑이처럼 굽어져 글자의 획과 같다.”라고 하였다. 후세에 뛰어난 대문장가를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과 옥황상제 조회할 때 |
上淸新許築騷壇 상청신허축소단 | 상청【상청(上淸): 도교(道家)의 삼청(三淸) 중의 하나, 人天 兩界의 밖에 별도로 삼청이 있다고 한다. 그에 대해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영보태을경(靈寶太乙經)』에 “사인천(四人天)의 밖에 삼청경(三淸境)이 있는데, 옥청(玉淸)ㆍ태청(太淸)ㆍ상청으로서 이를 삼천(三天)이라고도 한다.”라고 하였고, 또 하나는 당(唐) 단성식(段成式)의 『유양잡조(酉陽雜俎)』 「이옥격(二玉格)」에 “사인천의 밖에 삼청이 있는데, 대적(大赤)ㆍ우여(禹餘)ㆍ청미(淸微)이다.”라고 하였다.】에 새로이 문단을 만들라 명하였으리라. |
八斗高才四海聞 팔두고재사해문 | 팔두의 높은 재주【팔두고재(八斗高才): 문장력이 뛰어난 재주를 말한다. 『석상담(釋常談)』 「팔두지재(八斗之才)」에 썼다. “문장을 대부분 팔두지재라고 이른다. 사령운(謝靈運)이 일찍이 말하기를 ‘천하의 재주가 1石이 있는데, 조자건(曹子建)이 혼자 두(斗)를 차지하고 내가 1두를 차지하고 천하의 사람이 다 같이 1두를 나누어 가졌다.’라고 하였다.”】로 온 세상에 소문 나 |
最知風骨出人群 최지풍골출인군 | 잘 알기로 풍채가 무리 중에서 우뚝 했다네. |
功名一世還無分 공명일세환무분 | 공명은 일생토록 도리어 인연이 없음은 |
宇宙千年始有君 우주천년시유군 | 우주 천년 간 그대가 처음이었네. |
장씨변웅항설검 | 장주(莊周)처럼 논변이 웅장해 항상 검을 말했으며【장씨변웅항설검(莊氏辨雄恒說劍): 『장자(莊子)』 「설검(說劍)」에 “천자의 칼은 연계(燕谿)와 석성(石城)으로 칼끝을 삼고 제(齊)와 태산(泰山)으로 칼날을 삼고 진(晉)와 위(衛)로 칼등을 삼고 주(周) 조정과 송(宋)을 칼입으로 삼고 한(韓)과 위(魏)로 손잡이를 삼는다.[天子之劍, 以燕谿石城爲鋒, 齊岱爲鍔, 晉衛爲脊, 周宋爲鐔, 韓魏爲夾].”라고 하였다.】, |
馬卿詞健更凌雲 마경사건갱능운 | 사마상여(司馬相如)처럼 문장이 굳세 다시 구름 올라탔지【능운(凌雲): 구름을 올라탔다는 것은 지기(志氣)가 초월하거나 필력(筆力)이 굳센 것을 비유한다. 『사기』 권117 「사마상여열전(司馬相如列傳)」에 “사마상여가 지어 올린 「대인송(大人頌)」을 천자가 보고 매우 기뻐하여 날아서 구름 위로 올라가는 듯한 기운이 있었고 천지의 사이에서 노니는 뜻이 있었다.”라고 하였으므로 「대인송」을 「능운부(凌雲賦)」라고 하기도 한다.】. |
朱絃却爲鍾期斷 주현각위종기단 | 붉은 거문고 줄 도리어 종자기(鍾子期) 위해 끊어버리고, |
老子從今不作文 로자종금부작문 | 늙은이는 지금부터 글 짓지 않으려네. |
文字尋常對眼靑 문자심상대안청 | 문자 늘 반가운 눈【청안(靑眼): 『진서(晉書)』 「완적전(阮籍傳)」에 “완적(阮籍)이 상주가 되었을 때 혜희(嵇喜)가 예절을 갖추어 조문하니 완적이 흘기는 눈[白眼]으로 대하고 혜강(嵇康)이 술과 거문고를 갖고 찾아오니 완적이 기뻐하여 반가운 눈[靑眼]으로 맞이했다.”라고 하여, 반갑게 맞이한다는 뜻임.】으로 대하고, |
醉中豪氣到忘形 취중호기도망형 | 취중에 호기로워 형체조차도 잃는 데 이르렀지. |
延津劍去天收彩 연진검거천수채 | 연평진(延平津)에 검이 빠지자 하늘의 자기(紫氣)【천수채(天收彩): 『진서(晉書)』 권36 「장화열전(張華列傳)」에 “晉 때 장화(張華)가 두성(斗星)과 우성(牛星) 사이에 항상 자기(紫氣)가 있는 것을 보고 이를 미루어 예장(豫章)의 풍성(豐城)에 보검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장화가 雷煥을 파견하여 감옥의 바닥을 파서 보검 두 자루를 얻어 하나씩 나누어 가졌다. 그 뒤 장화가 죄를 지어 죽은 뒤에 그 칼을 잃어버렸다. 뇌환이 죽고 그의 아들이 보검을 가지고 연평진을 건널 때 갑자기 보검이 허리에서 빠져나가 물속으로 떨어졌다. 사람을 시켜 물속으로 들어가 보검을 건지도록 하였는데, 그 보검은 보이지 않고 몇 발이나 되는 용 두 마리가 서리어 있었다.”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보검은 차천로를 비유한 것이다.】가 사라졌고, |
圓嶠鼇亡地失靈 원교오망지실령 | 원교의 거북이 없어지자 땅의 신령함이 망실되었네【원교별망지실령(圓嶠鼇亡地失靈): 『열자(列子)』 「탕문(湯問)」에 “발해(渤海)의 동쪽에 깊은 바다가 있고 그 속에 대여(岱輿)ㆍ원교(員嶠)ㆍ방호(方壺)ㆍ영주(瀛洲)ㆍ봉래(蓬萊) 등 다섯 개의 산이 있는데, 신선이 사는 곳이다. 그러나 그 산들이 모두 바다에 떠 있어 항상 조수에 따라 밀려났으므로 상제(上帝)가 그 산들이 서쪽으로 떠내려가면 신선들이 거처를 잃어버릴까 염려하여 우강(禺彊)에게 명하여 큰 거북 여섯 마리로 하여금 번갈아 산을 떠받치도록 하였는데, 6만 년에 한 번씩 교대하였다. 그 뒤 비로소 다섯 개 산이 우뚝 솟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용백국(龍伯國)에 사는 어떤 대인(大人)이 몇 걸음 정도 발을 떼자 다섯 개 산에까지 닿아 단 한 번에 여섯 마리의 거북을 낚아 가지고 돌아가 갑골(甲骨)을 불로 지졌다. 이에 대여ㆍ원교 두 산은 북극으로 떠내려가 대해(大海) 속에 가라앉아 버렸으므로 수많은 신선들이 떠돌아다녔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거북은 차천로를 비유한 것이다.】. |
江外凄涼新隴草 강외처량신롱초 | 강 너무의 새 언덕 풀은 처량하기만 하고 |
案頭零落舊囊螢 안두영락구낭형 | 책상머리의 오랜 주머니의 반딧불이는 희미해져만 가네. |
惟餘滿篋洪陽作 유여만협홍양작 | 오직 상자 가득 담양에서 지은 것【홍양(洪陽): 전라도 담양(潭陽)의 이칭이다. 지봉 이수광이 일찍이 담양부사(潭陽府使)로 부임하였을 때 차천로가 찾아가 노닐면서 지은 시를 말함.】들만 남아 |
却怕風雷逐六丁 각파풍뢰축육정 | 도리어 풍뢰가 육정【육정(六丁): 도교에서 말하는 정묘(丁卯)ㆍ정사(丁巳)ㆍ정미(丁未)ㆍ정유(丁酉)ㆍ정해(丁亥)ㆍ정축(丁丑)의 음신(陰神)이다. 여기서는 이수광과 차천로가 지은 시를 육정이 지키고 있는데, 풍뢰가 육정을 축출하고 쓸어가 버릴까 두렵다는 뜻이다.】을 쫓아내 너의 작품마저 사라질까 겁나네. 『芝峯先生集』 卷之四 |
인용
자만(自挽) | |
輓詞(挽詞)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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