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연재/배움과 삶 (268)
건빵이랑 놀자
8. 한국과 일본, 작은 이익을 탐하다 큰 걸 잃다 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일본은 어쩔 수 없이 미국의 원조를 받아 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당시엔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경제성장을 하다가, 자립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미국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이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점차 우호적인 관계가 깊어지고, 그에 따라 이득을 보는 세력들도 늘어나면서 ‘미국에 의존하는 길만이 일본의 살 길’이라 생각하는 일본인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국가의 정책을 좌우하는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그들은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아시아의 긴장도를 높이려 하고 친미파 중심으로 모든 권력기관의 구성원을 꾸려 ‘미국 없는 일본’은 상상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 이제 더 이상..
7. 윗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아랫사람은 더 좋아한다 자민당 일당 독재에 가깝던 일본에서 54년 만에 평화적인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며 하토야마 정권이 탄생했다. 정권이 바뀐 만큼 지금까지의 강경노선에서 탈피하여 유화적인 제안을 하기에 이른다. 하나는 미군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오키나와의 미군 기지들을 축소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들어 군비경쟁을 하지 않고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 강연이 진행될 수록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일본의 정세를 듣지만 '왜 이리 판박이지?'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대미자립을 외친 총리, 쫓겨나다 총리의 제안은 어떤 면에선 분명히 진일보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얘기가 나오자마자 일어난 일련의 일들은 일본인들의 미국에 대한, 강대국에 대한..
6. 이득만 된다면 전쟁인들 어쩌랴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국가란 오명을 벗기 위해 ‘평화헌법’을 만들었지만, 아베정권이 들어서며 개정하기에 이른다. 이미 한국에서도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이 제국주의적인 야욕을 만방에 드러낸 것임을 알기에 각계각층에서 반대운동을 펼쳤던 것이다. ▲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에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했다. 평화가 오래 지속되다 보니, 평화의 소중함을 잊다 평화헌법이 만들어지고 70년간 일본은 평화를 유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에게 패망을 안겨준 미국이 원조해주는 구호물자로 일본은 재건될 수 있었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 히로시마에 터진 원자폭탄과 그 후의 모습. 종군기자는 이 참혹한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런 경우 보통 사람이라면..
5. 평화보다 긴장을 원하는 사람들 전주 강연의 제목은 ‘동아시아의 평화와 교육’이다. 이 제목을 보는 순간 ‘너무 거시적이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막연한 주제를 우치다식으로 경쾌하고 유쾌하게 풀어내다 그런데 강연을 다 듣고 녹취록을 작성한 지금 드는 생각은, 제목만 보고 오해하고 걱정했던 것은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즉, ‘지 주제도 모르는 놈이 제목만 보고 지 맘대로 상상하여 깐 꼴’ 밖에 되지 않았다. 강연은 시종일관 우치다스러웠다. 우치다쌤의 특기인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고, 무엇을 기대하든 그런 판에 박힌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라는 거였으니 말이다. 앞을 향해 나가는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에 보며 측면에서 쳐들어오고, 측면을 방어할라 치면 후방에서 쳐들어오는 기상천외하고, 천방지축 날뛰..
4. ‘동아시아의 평화와 교육’이 뭣이 중헌디? 어떤 강연을 듣던지, 그걸 후기로 남기고 싶은 생각은 늘 있었다. 하지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 후기를 쓰다보면 막상 진의가 왜곡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멈칫했고, ‘아는 것도 없으면서’ 후기를 쓰려고 보면 뭘 써야 할지 막막하기만 해서 머뭇거렸다. 그래서 호기롭게 달려들었다가 한 자도 쓰지 못하고 멈췄으며, 그렇게 한 달, 두 달 시간이 흘러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하게 됐던 것이다. ▲ 막상 쓰려고 달려들었다가 쓰지는 못하고 하얀 밤을 지샌 적이 몇 번이던가? 우치다에 맛들인 시간만큼, 자신감도 붙다 그러다 나름대로 방법을 찾은 게, 내 생각을 곁들여 후기로 쓰기보다 그냥 우치다쌤의 강연 내용을 보기 좋게 편집하여 올리는 것이었다. 2014년의 서울 강연은 ..
3. 우치다 타츠루에게 한 발 내딛기 어쩌면 우치다쌤의 2012년도 강연과 2014년도 강연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찾아온 기회라 할 수 있다. 단재학교에 있었기 때문에 동섭쌤을 알게 됐고, 그 당시 동섭쌤이 심취해 있던 우치다란 사람을 알게 됐으며, 민들레에서 연거푸 우치다쌤의 책을 두 권이나 출간하면서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 2011년 11월에 동섭쌤에게 들었던 첫 강연으로 알게 됐다. 배우려는 자가 한 발 내딛기를 해야만 비로소 배울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주위 환경이 그랬다는 것이지, 내가 알아서 우치다쌤이 너무나 궁금한 나머지 찾으러 다녔다거나, 배우는 자의 자세로 “모르는 게 있습니다. 잘 못하는 게 있습니다. 그러니 가르쳐주십시오”라고 하진 않았다는 사실이다. ..
2. 잘 모르더라도 그냥 배운다 2012년에 하자센터에서 있었던 우치다쌤의 첫 강연을 듣고, 멘붕에 빠졌다. 이건 노래가사로 유명한 ‘점점~ 멀어지나봐♬’였던 거다. 이럴 때 잠시 한 템포 쉬었다 가는 것도 괜찮다. 열정에 사무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파묻혀, 무작정 달려들었다간 질려버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잘 모른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천천히 배워나가려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우치다쌤이 말한 배우는 사람의 세 가지 자세인 “저는 모르는 것, 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가르쳐 주세요”, “잘 부탁하겠습니다”가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봇물 터지듯 깨달음이 임박해오는 날도 있을 테니 말이다. ▲ 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르고 달려들었다가,..
1. 우치다 타츠루는 어려워 박동섭 선생은 2011년 공간 민들레에서 강연이 있을 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준규쌤이 함께 들으면 좋은 강의가 있다고 알려주어서, 민들레출판사에 처음으로 찾아가는 길이었다. 그땐 아무 준비 없이 강의를 듣다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하나는 영화를 ‘종합예술’이라 표현하듯, 동섭쌤의 강의도 종합예술을 방불케 하듯 영상과 자료, 음악을 넘나들며 다채롭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익히 알고 있던 텍스트 위주로 진행되는 강의와는 달라, 흥미진진하게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임용시험을 보기 위해 열심히 달달 외웠던 비고츠키 이론이 ‘속빈 강정’처럼 실질적인 내용은 사라지고 누군가에 의해 왜곡된 내용만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때 비로소 느꼈다. ..
동아시아 평화와 교육 ◎ 강연을 마친 후엔 ‘인사말만큼은 한국어로 해야겠다’고 결의는 하지만, 지금까지 이루지 못하고 있다. 현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과 그 싸움 ◎ 사토 마나부쌤과 ‘전쟁 헌법 개정’을 저지하려 함께 싸우고 있다. 사토 마나부는 존경하는 선배인데 그 분이 한국에 와서 하는 얘기를 잘 듣고 있다. ‘저도 한국에 가고 있습니다’ ‘저도 가고 있습니다’라고 확인했는데, 그 때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겹쳐서 함께 일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안전보장 헌법 개정’ 운동을 먼저 하였기에 힘을 보태게 되었다. 처음엔 3명이서 시작하였지만 의기투합하여 50명의 발기인이 만들어졌고 만 오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서명을 들고 중의원실을 방문했다. 의원 비서가 잘 받았다고 하며 돌아가라고 ..
목차 1. 똑똑할수록 배움에서 멀어진다 미지의 세계를 안으려는 사람만이 배울 수 있다 지금 시대가 배움을 등한시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합리적인 소비활동을 학교에서도 하려 한다 2. 자신을 개방하는 자만이 배울 수 있다 대학평가가 오히려 대학을 병들게 하다 소비자 마인드, 연구를 망치다 배우는 자의 기본 전제, 소비자마인드 벗어버리기 3. 소비자 마인드에서 벗어날 때 배울 수 있다 배움이란 나의 인식의 틀이 완전히 뒤바뀌는 것 상처가 많은 아이일수록 배우기를 싫어한다 배움의 조건 1 - 자신을 드러내도 불이익 없는 공간 4. 오해가 스승을 만든다 어딘가 나를 이끌어줄 진정한 선생이 있을까? 배움의 조건 2 - 신뢰하려 노력할 때, 스승은 있어진다 오감을 활짝 열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5. 배움의 조건이..
7. 우치다 타츠루에게 듣는 육아의 방법과 학교의 역할 Q 2명의 아들이 있는데, 첫째(11살)가 배려심이 부족하고 자기방어가 심하다. 그래서 모든 걸 받아줘야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아무래도 부모와 자식간이다보니 자꾸 독을 품게 된다. 어떻게 하면 엄마로서 그것을 잘 받아들일 수 있나요? A 그 정도 나이가 되면 부모와 거리를 두어야만 한다. 일본말로 ‘親離れおやばなれ(부모로부터 자식이 자립함)’, ‘子離れこばなれ(자식이 홀로 설 수 있도록 부모가 떨어져줌)’의 시기는 10살인데, 아이의 배려심이 부족하거나 자기방어가 심한 것을 부모가 해결할 수는 없다. 아이의 고민은 아이 스스로 해결해야만 한다. ▲ [엄마수업] 띠지의 글귀. 우치다쌤의 말과 공명한다. 그런 고민의 원인이 엄마일 경우라도 엄마가 그 문..
6. 호기심과 증여의 마인드가 널 배우게 하리라 이외에도 이 건물의 훌륭한 점은 숨겨져 있는 계단, 숨겨져 있는 창문, 얼핏 보면 보이지 않는 무늬가 곳곳에 있다는 점이다. 어두운 복도를 지나 문을 열어보면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방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건물 두 개가 마주보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두 건물은 얼핏 보면 똑같은 거 같아도 전혀 그렇지 않다. 한 건물만 숨겨진 계단을 통해 3층으로 갈 수 있고, 거기엔 숨겨진 베란다까지 있어서 나가면 멋진 풍경을 내다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건 모양은 똑같은데 내부 구조를 다르게 하여 생긴 상황이라 할 수 있다. ▲ 대학에서 교수직으로 있을 때의 우치다쌤의 모습. 배움의 조건: 4. 단정 짓지 않는 호기심으로 누벼라 그렇기 때문에 한 건물만 ..
5. 배움의 조건이 발현된 건축물 배움이 일어나는 첫 번째 조건은 자신의 감정을 맘껏 개방할 수 있는 여건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잣대가 아닌 다른 잣대를 받아들일 수 있고, 겹겹이 쌓아놓은 외피를 벗어버릴 수 있다. 두 번째 조건은 ‘저 교사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고 오해할 수 있는 교사가 있어야 한다. 오해가 스승을 만들고, 그런 스승은 언젠가 나에게 깨달음을 준다. 첫 번째 조건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환경을 중시한다면, 지금부터 알아볼 세 번째 조건은 몸을 다치지 않게 하는 외부 환경을 중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우치다쌤은 무도와 배움을 하나로 엮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무도와 배움은 여러 부분에서 겹친다. 배움의 조건: 3. 위험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청결한 환경 두 사람이 합..
4. 오해가 스승을 만든다 배우기 위한 전제조건으론 ‘소비자마인드’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꾸 근시안적으로 결과만을 쫓아다니게 되면 배우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배울 수 있는 마음가짐이 생기게 된다. 배울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은 자신을 꽁꽁 감싸 안고 있던 외투나 자의식을 벗어버릴 수 있는 공간을 찾아가서 자신을 개방하는 것이다. 개풍관은 그런 이유로 만들어진 공간으로 자신을 개방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자신을 표현해도 비난받지 않는다는 것을 현실에서 보여주는 곳이다. 개풍관에 모인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은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정진하고 있다. ▲ 배우려면 소비자마인드를 버리는 것부터 시작이다. 어딘가 나를 이끌어줄 진정한 선생이 있을까? 이런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도..
3. 소비자 마인드에서 벗어날 때 배울 수 있다 이처럼 배움이든 연구든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 주위의 사람이 어떤 사람이며 무얼 가르쳐줄 수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만 가능하다. 그건 어쩔 수 없지만 철저히 따져보고 선택하려는 ‘소비자마인드’에서 탈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와 같은 소비자마인드에서 벗어나는 건 기본 전제일 뿐이지, 그것 자체가 배움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턴 배움을 가능하게 하는 다섯 가지 조건에 대해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 자본주의 사회는 소비자마인드를 내면화시킨다. 그게 교육의 영역까지 파고들어, 작동한다. 배움이란 나의 인식의 틀이 완전히 뒤바뀌는 것 만약 6살 아이가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어떤..
2. 자신을 개방하는 자만이 배울 수 있다 경제적 관념이 대학평가에도 도입되면 교육은 사라지는 현상이 똑같이 재현된다. 지금의 문부과학성은 각 대학에 16살짜리 학생이면 다 알 수 있는 것들을 가르치라고 독촉한다. ▲ 15년 2월 1일에 개풍관에서 들은 강연이다. 함께 하진 못했지만, 사진만으로도 그 때의 뜨거움이 보인다. 대학평가가 오히려 대학을 병들게 하다 어느 대학이건 강의계획서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어서, 아이들이 강의계획서를 보면 ‘이 과목을 배우면 최종적으로 무엇을 얻게 되는지’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대학교수가 연구를 신청할 때에도 몇 개월 후엔 무엇이 연구되고 3년 후엔 무엇이 이루어질 것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해야만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나 또한 2006년에 6년의..
1. 똑똑할수록 배움에서 멀어진다 금방까지 『수행론(수업론)』의 한국판 저자 서문을 쓰고 있었다. 그 책의 주요한 독자로 ‘교사’를 염두에 두며 서문을 썼기 때문에, 여기서도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까 한다. ▲ 우치다쌤이 쓴 수업론은 '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이 글에서 말하는 바를 한 마디로 잘 풀어낸 제목이다. 미지의 세계를 안으려는 사람만이 배울 수 있다 요즘 일본에선 ‘수행’이 시대에 어긋난, 반시대적인 행위라는 인상이 짙다. 수행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불교의 수행자로 들어가는 것이고, 둘째는 가부키를 배우러 제자로 입문하는 것이며, 셋째는 무도인이 되기 위해 합기도관에 들어가는 것이다. 수행을 위해 첫 발을 내딛는 사람들은 ‘수업하기 위해’ 들어가지만 막..
목차 1. 학교에서 효율을 중시하면 생기는 문제 점차 교육의 다양성을 파괴해 나가다 학교의 기업화는 교육의 자살행위 소비자 마인드는 필연적으로 학력저하로 이어진다 2. ‘개풍관’이 만들어진 이유? 교육계를 끊임없이 공격한 매스컴과 미디어 그런 공격에 모든 것을 맞추려 노력하게 된 교육기관 성숙한 인간을 키우기 위해 만들어진 다양한 학교 3. 전신감각을 깨우기 위한 교육 개풍관은 오감을 민감하게 하는 곳 개풍관은 자연의 힘을 신체에 흘려보내는 곳 4. 교육상식 전복하기 최초의 학교가 만들어질 때 모습 상상하기 교육은 다양한 가치를 지닌 교사집단 속에서 이루어진다 교육은 오감을 민감하게 하는 것이다 5. 개풍같은 교사되기 교육운동의 시작은 각자 할 수 있는 것부터 교육이란 가르쳐 주는 게 아닌, 자세를 갖도..
6. 따뜻한 바람 같은 교사 교육이란 복잡하거나 체계적인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이건 어린이들이 어떻게 배우는지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 불규칙 속에 규칙이 있고, 카오스 속에 코스모스가 있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 같은 교육을 꿈꾸다 어린 시절에 사물에 빨려 들어갈 것처럼 쳐다볼 때가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과 산이나 들로 나가서 돌아다니면 정신없이 돌아다니다가 어느 것에 꽂히면 거기에 정신을 집중한다. 벌레를 본다거나, 꽃을 본다거나, 강의 흐름을 본다거나, 바다를 본다거나 하는 식으로 정신을 집중한다. 곁에서 보고 얼핏 보고 있으면 멍을 때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아이는 이미 거기에 빨려 들어가듯 몰입하며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그런 몰입이 가능한 것일까? 그건 그 아..
5. 개풍같은 교사되기 이렇게 다른 관점의 교육을 염두에 둘 수 있다면,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선생처럼 혼자만 고군분투하거나 내 능력이 별로라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그러면 그럴수록 자신만 외로워지고 주변의 시선에 자신의 열정만 사그라지기 때문이다. ▲ 키팅의 남다른 교육관은 주위 교사들에게 반목과 질시를 당했다. 교육운동의 시작은 각자 할 수 있는 것부터 지금도 전국에선 동시다발적으로 그러면서도 자발적으로 여러 교육운동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교육운동들이 하나의 전국적인 네트워크망을 통해 연결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독립적으로 해나가면 충분하다고 본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교사라는 큰 묶음 속에서 개개의 교사들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이면 된다고 보기 때문이..
4. 교육상식 전복하기 학교가 기업의 부속기관 정도로 더 이상 학생을 교육시키는 일에 등한시하게 되자, ‘개풍관’처럼 다양한 교육적 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물론 개풍관이 모든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이상적인 공간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단지 학생들이 이곳에 오기만을 기다리는 곳이라 해야 맞을 것이다. ▲ 망치로 하는 공부. 최초의 학교가 만들어질 때 모습 상상하기 30년 전에 재밌는 일이 있었다. 그땐 중학교 체육관을 빌려 합기도를 했었는데, 그날따라 태풍이 몰아치고 비가 많이 왔다. 그래도 하기로 한 수업이니 학생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도록 학생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많은 비가 내리니 모두 ‘설마 수업을 하겠어’라는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1시간 정도를 무작정 기다..
3. 전신감각을 깨우기 위한 교육 그래서 만든 곳이 개풍관이라 할 수 있다. 개풍관을 만들기 전에 공립체육관을 빌려 합기도를 했었다. 체육관은 시설은 좋았지만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공기가 별로 좋지 않았고,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 처음엔 체육관에서 했지만, 여러 문제로 개풍관을 열게 됐다. 그곳으로 들어가 보자. 개풍관은 오감을 민감하게 하는 곳 합기도는 전신감각을 사용하는 운동으로, 공기의 청결정도가 무척이나 중요하다. 왜냐 하면 합기도는 불교명상과 비슷하여 오감을 민감하게 해야 하기에 보는 것, 듣는 것, 만지는 것, 맡는 것이 자극적이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바로 합기도의 기본 원리이며 학교나 절, 도장 같은 곳은 자극이 적은 공간이어야 한다. 또한 합기도는 ..
2. ‘개풍관’이 만들어진 이유? 학교가 비효율적이라며 효율적인 공간으로 바꾸자고 하면 할수록, 교육공간인 학교의 의미는 희미해져간다. 더 이상 교육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 그저 학점을 따고 졸업장을 받기 위한 공간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 학교를 효율적인 공간으로 만들려 하면 할 수록, 오히려 학교의 교육적 의미는 희미해진다. 교육계를 끊임없이 공격한 매스컴과 미디어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일교조(일본교직원노동조합)가 중심을 잡으려 노력하였기에, 급격한 ‘학교의 기업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30년간 꾸준히 미디어의 공격을 받으며 지금은 유명무실해졌다. 학력이 떨어지거나, 학생들이 문제를 일으키거나 하면, 미디어에선 그걸 모두 일교조의 탓으로 돌렸다. 그러다 보니 한때 90%의 조직률에 이르..
1. 학교에서 효율을 중시하면 생기는 문제 2015년 1월엔 우치다쌤이 문을 연 ‘개풍관’에 ‘참여소통교사모임’이 찾아가서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이 자리에 나는 함께 하지 않아 ‘노검파일(’녹음파일‘의 부산사투리 버전)’을 들으며 분위기를 유추할 뿐이지만, 자유분방한 느낌이었다. 더욱이 이때는 일방적인 강의를 듣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하고 거기에 따른 대답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강연장의 딱딱한 분위기보다 무도관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이다보니, 더 귀에 쏙쏙 들어왔고 더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때론 이처럼 진지하게 얘기하는 것보다 가볍게 훅훅 던지는 말에서 더 많은 의미를 얻게 되는 것 같았다. 과연 우치다쌤은 어떤 얘기를 하셨을까? ▲ 이런 식으로 다다미에 둘러앉아 정담을 나누는 분위기다..
1. 소비자마인드가 망친 교육을 개풍관에서 살리다 Q 개풍관凱風館이란 무도관을 만든 이유? A 개풍관을 만들기 전에 공립 체육관을 빌려 합기도를 했다. 체육관은 시설이 좋지만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공기가 별로 좋지 않았고,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합기도는 전신감각을 사용하는 운동으로, 공기의 청결정도가 무척이나 중요하다. 왜냐 하면 합기도는 불교명상과 비슷하여, 오감을 민감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보는 것, 듣는 것, 만지는 것, 맡는 것, 들리는 것이 자극적이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바로 합기도의 기본 원리이며 학교나 절, 도장 같은 곳은 저자극적인 공간이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합기도는 서서하는 운동이라 다다미의 촉감이 대단히 중요하다. 단지 걷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
목차 1. ‘가만히 있으라’를 외치는 교육 세월호 사건과 반민주 교육 ‘가만히 있으라’와 외국의 사례 가만히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2. 힘을 북돋워주는 교육 교육은 힘을 북돋는 것 하위욕구부터 하나씩 충족시켜 나가야 상위 욕구로 나갈 수 있다 3. 민주교육으로 주체적인 학생들을 기르다 주체가 된 학생들이 이룬 쾌거 대안학교 or 민주교육 번역을 하던 하태욱 교수의 첨언 인용 강의
3. 민주교육으로 주체적인 학생들을 기르다 어떤 흑인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그녀는 노예들을 농장으로부터 빼내어 북쪽으로 가서 자유를 얻도록 도왔다. 더욱이 노예 반대주들의 군인이 되어 2년 정도 님북전쟁에서 열심히 싸우기까지 했다. 하지만 정부는 전쟁이 끝났는데도 그녀에게 아무런 보상도 해주지 않았다. 자신의 삶을 남을 위해 바쳤다는 것만으로도 정부는 보통 사람에겐 연금을 주는데도 유독 그녀에게만은 어떠한 보상도 하지 않은 것이다. 주체가 된 학생들이 이룬 쾌거 이에 우리 학교 학생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정의롭지 않은 것에 대해 학생들은 화를 냈다. ‘그녀의 가족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후손들은 빌 클린턴을 찾아가 하소연 해보았으나, 그녀가 죽은 ..
2. 힘을 북돋워주는 교육 그런 의미에서 헤리타운의 졸업식은 특이하다. 졸업 위원회는 학생과 교사들과 지역사회 위원들로 구성된다. 학생은 졸업위원회에서 ‘저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 크리스 메리코글리아노 교장 선생님의 열강이 이어지고 있다. 우린 귀에 번역기를 달고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교육은 힘을 북돋는 것 다음은 어떤 학생이 졸업을 증명하기 위해 쓴 글이다. 참고하여 보자. 아버지가 알콜 중독으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 당시 성적은 형편없었고, 모든 과목에서 낙제를 했고, 학교에 적극적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자신감도 없었다. 하지만 선생님을 만나서 이 학교가 어떤 곳이고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되자, 걱정이 사라졌다. 교육이란 게..
1. ‘가만히 있으라’를 외치는 교육 아이덱International Democratic Education Conference의 강연 방식이 전통적 교수방식이어서 꺼려진다. 하고 싶은 말이나 질문은 강연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말고 바로 바로 질문하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이야기하는 것보다 질문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 좋다. 한국에 10년 전에 온 적이 있었다. 그땐 여기저기에서 학교의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으며, 대안교육 운동이 일어나 젊은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시작되던 시기였다. 10년 만에 미비했던 것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혁명이 되었다. 그와 같이 한국의 대안학교 혁명이 10년 간 끊임없이 진행된 것이 기쁘다. ▲ 광명시민체육관에서 1주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된 아이덱. 단재학교 영..
목차 1. 아빠가 사라진 시대의 속내 친족관계는 사회구조적으로 만들어진다 반부권제 사회는 시대적 흐름과 인권 향상으로 도래했다 반부권제 사회에 숨어 있는 기업의 전략 2. 성숙을 방해하는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가족 해체를 부추긴 미디어와 기업의 전략 오해하고 잘 모를수록 잘 성숙해질 수 있던, 부권제 사회의 구조 너무 잘 알기에 성숙할 수 없는, 반부권제 사회의 구조 3. 교육의 이유, 성숙한 인간 만들기 성숙의 문제는 사회구조의 문제이기에, 흐름을 바꿔야 한다 성숙을 위한 답, 그것이 궁금하다 트라우마의 삶과 성숙의 삶 성숙한 사람이 필요한 시대에 아이를 키우는 법 성숙한 사람의 공부법, 나를 위한 공부가 아닌 너를 위한 공부 인용 강의
3. 교육의 이유, 성숙한 인간 만들기 아이의 성숙이 힘들어지게 된 데엔 ‘① 반부권제 사회의 도래, ② 욕망의 균질화, ③ 가족의 해체’라는 다양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 살펴봤다. ▲ 가족의 해체는 더욱 급격화되고 있다. 여기엔 기업의 전략이 숨어 있다. 성숙의 문제는 사회구조의 문제이기에, 흐름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이런 반부권제 사회에서 아이의 성숙에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건 딸의 경우라기보다 아들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딸은 ‘어머니와 싸울 것인가, 도망갈 것인가?’에 대해 선택을 해야 할 때,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어머니를 보며 모델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아들은 아버지가 더 이상 성숙의 모델이 되지 못하기에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그와 같은 상황이 반세기동안이나 이어지며 아들들은..
2. 성숙을 방해하는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이처럼 욕망의 균일화는 매우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 이런 욕망의 균일화와 함께 동시에 일어난 것이 ‘가족의 해체’라 할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봤을 때, 가족이란 구성단위는 눈엣가시였다. 왜냐 하면 가족이란 단위는 소비활동이 가장 소극적으로 일어나는 단위였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돈을 혼자 벌어오지만, 그것을 쓰는 데는 가족들의 동의가 필요한 시기였다. 그러니 가족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소비활동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더욱이 과거엔 지금처럼 핵가족도 아닌 대가족이었고 자급자족이 가능한 형태였으니, 기업의 입장에선 한숨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 한국도 1인가구 시대에 접어 들며, 혼밥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이 밑바닥엔 기업과 미디어의 전략..
1. 아빠가 사라진 시대의 속내 한국과 일본에서 아이들 성숙의 문제가 대두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지금 사회는 아버지가 어떤 성숙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 망각해버린 사회가 되고야 말았다. 각 가정에서 아버지들은 지위를 잃어버림과 동시에 발언권도 잃게 되었다. 이와 같이 아버지가 가정 내에서 지위를 어떻게 상실하게 되었는지 다룬 영화들이 헐리우드에서 나오고 있다. ▲ 그의 마지막 주연작. 이 영화에서 나타난 아버지의 모습이야말로 현대 아버지의 모습의 압축판이라 할 수 있다. 친족관계는 사회구조적으로 만들어진다 클린트 이스티 우드Clint Eastwood(1930~)의 작품을 보면 이와 같은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있다. 20년간 딸에게 미움을 받는 아버지 역할로 나오기 때문이다. 밖에선 슈퍼히어로지만 ..
인포그래픽 세미나 목차 1. 인포그래픽과 픽토그램 정의와 특징 주연 뒤엔 빛나는 조연인 픽토그램이 있다 2. 나의 생각을 어떻게 왜곡 없이 신속하게 전달할 것인가? 소통의 경제성을 위한 픽토그램 픽토그램의 한계 인포그래픽은 데이터를 정보로 가공하는 것 인포그래픽은 사람에 다가가고자 하는 욕구의 표현이다 3. 인포그래픽 세미나는 어땠나요? 대상 선정의 실패 : 오합지졸의 고지점령? 강의내용의 실패 : 짧은 시간에 전문적인 내용을? 시간 안배 실패 : 쉬어야 보이고 쉬어야 들린다 불쾌한 포만감을 주던 인포그래픽 강의 4. 인포그래픽의 교육적 의의 결과물엔 만든 이의 생각이 들어있다 인포그래픽과 포스터의 구분점, 스토리 인포그래픽 관련 사이트 공유 인용 강의
4. 인포그래픽의 교육적 의의 인포그래픽을 구현하려면 툴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한다. 포토샵이나 일러스트 정도는 기본적으로 다루며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때 인포그래픽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스킬에 관한 얘기일 뿐이다. 스킬보다 더 중요한 건 따로 있다. 그게 바로 ‘표현욕’이다. ▲ 김지원의 작품. 의미가 분명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한 컷의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다. 한국도 성형수술을 통해 서양형 미인이 많아졌다는 것을 표현했다. 결과물엔 만든 이의 생각이 들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포그래픽만을 교육 현장에서 배우거나 가르치는 것은 무의미하다. 스킬은 ‘소통하려는 마음’이 생길 때 자연스레 익혀지기 때문이다. 글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의 글이 다..
3. 인포그래픽 세미나는 어땠나요?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올지, 어떤 앎의 촉발이 일어날지 잔뜩 기대하게 만든 강의였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기대 이하의 저급한 ‘앎의 허영’만을 채우고 오는 자리였던 것이다. 왜 그렇게 결론 내렸는지 하나하나 되짚어 보자. 대상 선정의 실패 : 오합지졸의 고지점령? 주최 측의 입장에선 대상을 한정지어 적은 인원이 오는 것보다 대상을 최대한 확대하여 많은 인원이 오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대중을 위한 강연일 경우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수록 활기가 넘치고 시너지 효과도 발생한다. 하지만 전문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강연일 경우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다는 게 강사에게도 청중에게도 모두 문제가 된다.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모였다. 300명 정도가 ..
2. 나의 생각을 어떻게 왜곡 없이 신속하게 전달할 것인가? 픽토그램이라는 용어가 낯선 탓에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여전히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어가 지닌 무게를 벗어던지고 실제로 사용되는 예들을 보면, 픽토그램이 이미 우리 주변에 널리 쓰이고 있다는 것을 금세 알게 된다. 비상구 표시나 올림픽을 상징하는 오륜마크, 남자ㆍ여자화장실의 표시 등이 그 예이기 때문이다. 또한 좀 더 차원을 넓히자면, 메소포타미아나 한자의 상형문자가 픽토그램의 전신이라 할 수 있다. ▲ 이게 바로 픽토그램이다. 간단한 그림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전한다. 소통의 경제성을 위한 픽토그램 비상구의 경우 일본에선 1970년대까지만 해도 ‘非常口’라는 한자로 쓰여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100명 이..
1. 인포그래픽과 픽토그램 인포그래픽이란 단어를 처음 들어봤다. 그런데 나와 같은 사람들도 꽤 될 것이다. 모르는 분야지만 단어가 불러일으키는 호기심 때문에, ‘인포그래픽을 배울 사람 모여라’라는 게시글을 봤을 때 묘한 긴장과 설렘이 있었다. 그건 아마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의 감흥(지극히 미국적인 관점에서) 같은 거였을 터다. 그와 같은 묘한 감정으로 인포그래픽이라는 신대륙을 향해 단재학생들과 건빵은 거침없이 발걸음을 내딛었다. ▲ 인포그래픽 세미나가 열린다고 해서 우린 참여했다. 정의와 특징 인포그래픽inforgraphic은 ‘information+graphic’이 합쳐진 단어로 ‘그래픽 속에 정보를 담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이런 것이 개발됐을까? 그건 글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
목차 1. 객관적이지 않은 주관적으로 비고츠키 그리기 산만한 정신을 부여잡고 후기를 쓰다 기억은 추억을 배반한다 人間 그리고 삶 2. 비고츠키가 알려주는 능력ㆍ장애ㆍ학습의 개념 능력이란 무엇인가? 장애와 비장애란 무엇인가? 개체의 관점이 변하면 학습이란 관점도 변해야 한다 3. 비고츠키와 포정이 알려준 것 안다는 것, 그건 끊임없는 투쟁의 길이다 돗대가 아닌 연대로 인용 교육학에서 비고츠키 강의
3. 비고츠키와 포정이 알려준 것 관성대로 살 때 우리의 삶은 편하다. 더 이상 머리 아프게 공부할 필요도, 내가 발 딛고선 현실을 부정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불편함에 익숙해진 결과이고 왜곡을 합리화한 결과에 불과할 뿐이다. 학교에서 정한 성적 따위로 사람을 판단하고, 기업이 정한 기준으로 나만의 가치를 죽이고 스펙으로 가득 찬 기계덩어리로 변해가는 것이 과연 편하고 좋기만 한 것일까. 그렇기에 박동섭 교수님은 “어떤 사실을 알았다는 것만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긴장감을 유지하고 살아야 합니다.”고 말했던 것이리라. 안다는 것, 그건 끊임없는 투쟁의 길이다 현실의 부조리를 아는 순간, 어떻게 살지 막막해졌다. 하지만 그 순간의 혼란은 ‘짜릿한 황홀감’이었다. 내가 살아 숨 쉬고 ..
2. 비고츠키가 알려주는 능력ㆍ장애ㆍ학습의 개념 우리를 구성하는 수많은 관계들은 생각지도 않은 채, 모든 문제점을 한 개인으로 환원하여 생각하기 쉽다. 예를 들면 능력의 유무, 성실성 유무, 장애의 유무 등과 같은 것들이 그렇다. 능력이란 무엇인가?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을 보고선 ‘능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그런 학생일수록 ‘역시 난 놈은 뭘 해도 잘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반면 공부 못하는 학생을 보고선 ‘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뭘 조금이라도 잘 한다 해도 ‘어쩌다 보니 그런 것 뿐’이라고 단정 짓기 쉽다. 이런 판단을 통해 우린 ‘능력’을 ‘개인의 특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자. 여기서 ‘유능’이라는 판단 근거는 무엇인가? 바로 ‘추상적 사고 능력의 뛰어남’이다..
1. 객관적이지 않은 주관적으로 비고츠키 그리기 준규쌤의 건의에 의해 강의를 듣게 되었다. 6강으로 구성된 강의는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더욱이 배우려는 자세가 있긴 했던 걸까? ▲ 6강으로 구성된 이 강의는 교육학 시간에 배웠던 비고츠키를 완전히 깨부수었다. 산만한 정신을 부여잡고 후기를 쓰다 6강의 강의가 끝나는 순간 든 생각은 ‘이제야 끝났다’는 안도감이었다. 내용이 그렇게 어렵다거나, 힘이 부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 마음이 딴 데에 가있었다. 요즘 방향도 잡지 못하고 붕 떠있는 느낌으로 살다보니, 정신도 산만해져 있다. 이런 상태이기에 6강 동안 치열하게 알고자 했지만 헛수고였다. 준규쌤의 ‘관점이 있어야 상이 맺힌다’라는 말처럼 무언가 나만의 관점이 있어야 할 텐데, 그러질 못..
목차 1. 자기계발의 세계와 인문의 세계 자기계발서에서 해답을 구하다 자기계발의 세계에서 나와 인문의 세계로 오라 2. 인문의 세계에서 다시 출판을 만나다 우연하게 출판편집자를 꿈꾸다 출판편집자의 꿈에서 미끄러지다 꿈에서 멀어졌다고 생각한 순간에, 꿈이 다가왔다 ‘출판’이 다시 나를 찾아오다 3.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꺼져가던 열정을 불태우게 되다 낯선 익숙함이 있던 강의실 책을 내는 건 어렵지 않아요 나의 이야기를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다 7월의 무더위를 뜨거운 열정으로 4. 책을 만들기 위해선 기초공사가 필요하다 원고가 바뀌다 책을 만들기 위해선 기초공사가 필요하다 철저히 계획할 것이냐, 상황에 내맡겨 둘 것이냐 5. 뒤풀이에 울려 퍼진 대안학교의 교사의 애환 실패할지라도 일을 만들어서 하는 자세..
8. 살아가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공부다 ‘독립출판’이란 생소한 개념어를 듣고 막무가내로 시작했지만, 어느덧 마지막 강의만을 남겨두게 됐다. 7월의 땡볕 더위 속에 시작된 강의는 7월의 마지막과 함께 마지막을 고한 것이다. 역시 뭐든지 시작하고 보면 어떻게든 시간은 흐르며, 그 시간만큼 배우게 된다. ▲ 학교에서 센터로 가는 길. 7월은 덥고 습했지만, 그만큼 가슴은 뜨거웠고 열정은 타올랐다. 신나게 한바탕 잘 공부했다 이때 배우는 게 단순히 강사가 전해준 지식적인 부분만 있는 건 아니다. 배운다는 건 단순히 모르던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을 넘어서 사람과 함께 어우러지는 일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래서 강의를 듣는 시간은 소통하는 시간이자, 인연이 엮이는 시간이기도 한 것이고, 그건 곧 공부하는 시간이기도..
7. 책의 편집엔 가독성을 위한 고민의 흔적이 담긴다 저번 주엔 뒷풀이를 하며 무려 3시간 30분간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래서인지 한 주 만에 보는데도 어제 만난 사람처럼 반갑기만 하더라. 함께 강의를 듣는 교사들과는 동병상련 같은 게 있고, 김진곤 강사님과도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친근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 인디자인을 본격적으로 다루며 실전연습을 하고 있다. 인디자인은 배치 프로그램 오늘은 인디자인이란 프로그램의 기본적인 사용법을 알려줬다. 그렇지 않아도 김진곤 강사님은 여러 학원을 다니며 인디자인을 배웠다고 한다. 기본적인 작업부터 좀 더 전문적인 작업까지 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우리에겐 딱 두 번의 강의동안 고갱이만 빼서 알려줄 거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인디자인은 글을 쓰기 위한..
6. 8강의 강의가 4강의 강의로 줄어들며 생긴 일 올해 학교밖지원센터에서 마련한 교사 연수는 and님이 기획했다. 예전에 그녀는 ‘독립출판 워크숍’을 직접 홍대 짐프리까지 찾아가서 들어보니, 네트워크 학교 교사들과 함께 들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기획했다고 한다. ▲ 독립출판 서점 짐프리는 홍대입구역 지하에 있다. 여행객들이 자주 찾아오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and님이 출판의 세계로 초대해주다 대안학교 교사들은 제도권 학교 교사에 비해 교사 수는 적고 해야 할 일은 많기 때문에 다재다능해야 한다. 각자가 맡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기에 그걸 열심히 진행해야 할뿐더러, 학교 사무도 봐야 하고, 학생 관리도 해야 하며, 학부모 상담도 수시로 해야 한다. 그뿐인가, 수시로 여행을 가는 학교의 특성 ..
5. 뒤풀이에 울려 퍼진 대안학교의 교사의 애환 강의가 끝나고 강사님이 저번 주부터 말했던 대로 뒤풀이를 했다. 역시 강의의 묘미는 뒤풀이 아니겠는가. 강의는 이론을 배우는 자리지만 뒤풀이는 삶을 배우는 자리이니, 절대로 빠질 수가 없다(고 나는 강하게 주장한다^^;;). 그런데 조금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교사들이 뒤풀이에 참석하지 않고 가버렸다는 점이다. 어색하기에, 시간이 없기에, 할 일이 많기에 저마다의 사연으로 함께 하지 못했다. 그래서 뒤풀이에 참석한 교사는 겨우 나를 포함해 네 명밖에 되지 않았고 센터장님을 포함해 센터 식구 3명, 이진곤 강사님까지 총 8명이 함께 했다. ▲ 이곳에서 우리의 뒷풀이는 시작됐다. 지금 시간 7시 22분. 실패할지라도 일을 만들어서 하는 자세 이진곤 강사님은 대안..
4. 책을 만들기 위해선 기초공사가 필요하다 첫 강의를 들으며, ‘정말 책으로 출판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어렸다. 평상시에 글을 쓰며 ‘언젠가 책으로 낼 날도 있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게, 그 강의를 통해 좀 더 구체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고로 정한 게 바로 작년 4월부터 6월까지 정열을 불사르며 썼던 『트위스트 교육학』이었다. 총 5번의 강의를 듣고 55편의 후기로 남겼으니, 글에 대한 나름의 자부심도 있었고 함께 공유하며 볼 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종이의 질을 알 수 있는 샘플북이다. 이걸 통해 어떤 종이로 인쇄하면 좋을지 미리 판단해볼 수 있다. 원고가 바뀌다 그런데 막상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문제가 있더라. 그건 바로 ‘동섭쌤의 강의를 듣고서 그 내용을 후기로 썼다’..
3.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멀 것만 같던 7월이 어느덧 다가왔고, 드디어 첫 강의가 열리는 목요일이 되었다. 승태쌤이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마련한 ‘독립출판 워크숍’에 대해 알려주고 신청해준 게 5월 23일이었으니, 어느새 시간은 한 달 보름이 훌쩍 지난 것이다. ▲ 올핸 내가 듣고 싶어 찾지 않고 가라고 하니 왔다. 그러나 늘 꿈꾸던 출판이기에 가슴이 뛰더라. 꺼져가던 열정을 불태우게 되다 작년만 해도 교컴 수련회에도 가고, 『트위스트 교육학』, 『아마추어 사회학』, 『그림책 읽기』와 같은 강의를 찾아다니는 등 나름 열심히 배웠다. 그만큼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었고,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이니 맘껏 누리자는 각오로 그랬던 거다. 예전엔 늘 공부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이유는 ‘지식..
2. 인문의 세계에서 다시 출판을 만나다 두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부터 장황하게 꺼내고 있는 이유는, 바로 내 삶이 ‘자기계발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인문의 세계’로 넘어왔기 때문이며, 지금부터 꺼낼 ‘출판’이란 키워드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 서울도서관의 책장. 한때는 집에 이런 식의 책장을 만들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 생각을 버렸다. 우연하게 출판편집자를 꿈꾸다 때는 바야흐로 2011년 6월의 어느 날, 중등임용을 포기하고 ‘어떤 일이든 하겠다’는 호기로운 마음으로 직업을 찾아 전전하던 때의 일이다. 막상 임용공부만 하던 사람이 공부를 관두고 나니 할 만한 일이 없더라. 기간제 교사를 한다든지, 학원 강사를 한다든지 하는 미봉책도 있었지만, 그건 길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
1. 자기계발의 세계와 인문의 세계 예전엔 실용서, 자기계발서를 무척이나 많이도 읽었다. 아니, 다른 책은 전혀 읽지 않았으니, ‘난 주구장창 실용서만 읽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 자기계발서의 조금만 읽어도 파악이 될 정도로 내용이 간결하고 명료하다. 자기계발서에서 해답을 구하다 신박하거나 ‘아하’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의 깨달음을 주는 건 아니었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읽으며 철저한 계획과 그 계획을 실행하려는 의지를 갖게 됐고, 『마시멜로 이야기』를 읽으며 지금 당장의 작은 이익이나 편함을 추구하지 않고 견디다 보면 더 큰 이익을 얻게 된다는 가르침을 알게 됐다. 그런 책들은 한결같이 ‘지금 애쓰고 노력하면 많은 부분이 바뀐다’는 가르침을 전해주고 있었다. 어느 순간이고 ..
목차 1. 과학 공부는 필요한가? 첫 만남, 그리고 방식 과학 공부는 정말 필요할까? 공부의 원의 2. 과학은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원래의 의미에 가까운 공부란? 과학은 세상을 보고 궁금해 하는 데서 시작된다 과학은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과학은 어떤 경우에 악이 되는가? 3. 과학은 선택이다 과학은 선택이다 1 – 납에 대한 과학적 신념 과학은 선택이다 2 – 자연을 위한 과학? 인간을 위한 과학? 과학은 선택이며, 맹신보다는 통찰이 필요하다 첫 과학사 특강을 듣고 난 후 인용 강의
3. 과학은 선택이다 과학이 하나의 체계이자 틀일뿐이라면, 어떤 기준에서 과학이 선이 되고, 악이 되는지 판단해보는 일도 중요하다. ▲ 종횡무진 학문과 학문 사이를 넘나들고 있다. 그래서 더욱 모르겠지만, 그게 이 특강의 핵심이다. 과학은 어떤 경우에 악이 되는가? 그래서 교수님은 바로 질문을 던지셨다. Q: “과학은 선일까요? 악일까요?” A: (긍정카드를 든 경우) 이혜린: “과학을 통해 혜택을 받으니, 과학에는 긍정적이다.” 이건호: “과학은 약이다. 현실에 도움을 많이 준다.” A: (부정카드를 든 경우) 박근호: “과학이 자본과 결탁하면서 진정으로 사회 발전을 견인하기보다 현실의 이득만을 탐하게 되었다. 그에 따라 몇 십 년이 지나면 인간이 설 자리가 없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부정적이다.” 오승환..
2. 과학을 통해 세상 보기 ‘工’이나 ‘夫’나 어느 것 할 것 없이, 앎에 머무르지 않고 세상과 소통해야 함을 의미하고 있다. 그건 곧 학문에 대한 관점이 지금보다 훨씬 넓어져야 함을 말하고 있으며, 과학공부라는 것도 그런 마음가짐에서 출발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강의가 아닌 활발하게 카드로 의사를 관철하며 이야기 나누느 강의이기에 활기가 솟는다. 원래의 의미에 가까운 공부란? 지금의 공부는 ‘남보다 선두에 서기 위한 수단’ 정도가 되어 버렸다. 그 때문에 앎의 범주가 협소해지니 삶 또한 비루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에 반해 진정한 공부는 세상과의 합일을 추구하여 앎의 촉수가 내면의 그윽한 곳에 머물기보다 외부와 사물로 끊임없이 뻗어나가는 것이다. 자신의 고향을 아름답다고 ..
1. 과학 공부가 필요한 이유 학교에선 학생들을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특강을 듣기로 했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고 학생들을 폭넓은 지식의 장으로 안내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덧붙여 한 강사의 특강을 여러 번에 걸쳐 심도 깊게 듣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2~3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듣기엔 ‘수박 겉핥기’나 ‘후추 통째로 삼키기’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지 ‘한 번 들어보긴 했지’하는 정도의 위안은 오히려 특강의 의도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말이 ‘내가 해봐서 아는데’, ‘내가 알고 있는데’하는 말일 것이다. 제대로 알면서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닌 몇 번의 경험만으로 그런 이야기를 한다면, 그건 알고자..
아이들이 놀아야 나라가 산다 우연하지만 강렬하게 번개를 맞은 사람은, 그 자신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한다. 뭐 사후적으로 여러 이유(죄가 많다느니, 예정됐다느니)를 끌어댄다 해도 번개는 이미 자취를 감춘 뒤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번개와의 만남은 우연적이지만, 그래서 짧지만 존재를 뒤집어 엎을만한 강렬한 충격을 남기고 간다. 이게 어디 번개뿐이겠는가. 사람과의 만남도 이와 같은 것을. 우연히 다가와 깊은 상처를 남기고 간 첫 사랑이나 아무런 의미도 없는 줄 알았던 존재가 떠난 뒤 그 자리가 몹시도 컸음을 느꼈던 사람은 번개와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우연한 스침이 빚어낸 놀라운 변화, 그게 바로 만남이 축복이 되는 지점인 것이다. 윤구병 선생님과의 만남을 생각할 때, 번개가 떠오르는 이유가 거기에 ..
홍세화씨는 어렸을 때 할아버지에게 ‘개똥 세 개’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걸 평생 가슴에 안고 살아왔다고 한다. 조금 먹기 위해 ‘개똥 세 개’라는 이야기는 이렇다. 옛날에 서당선생이 삼 형제를 가르쳤겠다. 어느 날 서당선생이 삼 형제에게 차례대로 장래희망을 말해보라고 했겠다. 맏형이 말하기를 “저는 커서 정승이 되고 싶습니다”고 하니 선생이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그럼 그렇지”하고 칭찬했겠다. 둘째 형이 말하기를 “저는 커서 장군이 되고 싶습니다”고 했겠다. 이 말에 서당선생은 역시 흡족한 표정을 짓고 “그럼 그렇지, 사내대장부는 포부가 커야지” 했겠다. 막내에게 물으니 잠깐 생각하더니 “저는 장래희망은 그만두고 개똥 세 개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했겠다. 표정이 언짢아진 서당선생이 “그건 왜?”하고 당..
목차 1. 309일을 차디찬 철골조물에서 버티다 만나고 싶었다 고정관념 너머에 그 사람이 있다 고통스런 혁명은 혁명이 아니다 동지에 대한 마음이 그를 움직이게 했다 해고는 살인이다 2. 309일을 크레인에서 버티게 만든 힘 죽음을 각오한 투쟁, 웃음을 간직한 투쟁 적은 내부에 있다 웃으며 끝까지 함께 승리의 체험, 그것이야말로 민중된 기쁨 몇 가지 질문과 대답 인용 만남
한진중공업은 사상 최고의 영업 이익을 내고 있었다. 영업이익이 1700억이나 났지만 경영진은 174억원을 주식배당금으로 숨겼단다. ▲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죽음을 각오한 투쟁, 웃음을 간직한 투쟁 그리고 노동자와 함께 축하파티를 열긴 커녕 오히려 노동자를 구조조정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회사가 어려워져 십시일반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잘 나가는 회사가 노동자를 잘라야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구조조정 발표가 나오던 날, 김진숙 위원장은 주위의 남자 노동자를 쭉 바라봤다고 한다. ‘설마 이 중에 한 명은 크레인에 올라가겠지’하는 기대어린 시선으로 말이다. 그런데 아무도 올라가지 않았고, 그래서 자신이 그곳에 올라가야만 했노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올라갈 때, 밧줄, 칼, 시너만..
난 순탄한 삶을 산 사람보다 맘껏 좌충우돌한 삶을 산 사람에게 끌린다. 그리고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산 사람보다 남과 어우러지는 삶을 산 사람에게 끌린다. 그런 삶에 끌린다는 건, 내가 그렇게 살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난 여전히 정해진 길만 가려하고 내 문제에만 천착해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아무리 ‘한 평생 맘껏 노닐다 가면 그 뿐’이라 외칠지라도 그렇게 할 만한 배짱이 없으며 ‘다함께’라는 구호를 들먹거릴지라도 공허한 울림에 그친다. 그런 나이기에 실제로 신념대로 산 사람을 만나보고 싶었다. 김진숙 위원장은 나에게 ‘자신의 삶을 산 사람’이며 ‘타인을 위한 삶을 산 사람’이라는 아이콘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나는 꼭 김진숙 위원장을 만나고 싶었다. ▲ 꼭 만나고 싶었는데, 이런 자리를 통해 만나게 되니..
실패하며 배운다 강동에서 부천 송내역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2시간 정도 시간이 걸리는 멀고도 긴 여정이다. 처음에 아이들에게 설명회에 같이 가자고 말했을 때,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왜 그곳에 가야 하는지 의미도 몰라 했고 먼 곳까지 가야한다는 데에 불만이 가득했다. 당연하다, 누군가가 이끌려서 하는 일엔 반가운 마음보다 거부감이 먼저 드는 게. 그럼에도 ‘무언가 건질 만한 게 없을까?’하는 기대와 ‘세상을 향해 나아가자’하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과연 이 여행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2시에 시작한다고 했지만, 꼭 우리들이 오길 기다렸다는 듯 2시 반이 되어서야 시작됐다. 우리가 들어갔을 땐, 많은 사람들이 어수선하게 다과를 먹으며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줬고, 아..
목차 1. 여는 글: 평범한 삶을 꿈꾸며, 부속품이 되길 희망하다 평범한 삶이란 목표 궁하면 통한다 악은 의외로 평범하다 세상을 열린 눈으로, 생각으로 보자 부속품이 되길 희망하는 자 2. 용산참사: 용산개발이 부추긴 용산참사 용산개발 사업 어민을 거지로, 세입자를 때쟁이로 누굴 위한 국가기관인가? 신속한 출동 명령 3. 용산참사: 두 개의 문 제목에 감춰진 진실 용산사태를 묻기 위한 조처들 욕심이 화를 낳다 준비되지 않은 작전 화재를 막을 수도 있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4. 쌍용차 사태: 평택에 몰아친 자본의 습격 회사가 어려워졌으니 당연히 구조조정을 해서 회사를 살려야 한다 1년 사이에 회사의 유형자산이 1/2로 뚝 떨어지다 이유도 모른 채 일자리에서 잘리다 5. 쌍용차 사태: 강경진압과 베스트 처리..
6. 닫는 글: 자본이 쳐둔 그물망을 전태일 정신으로 넘기 용산참사에선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쌍용차 사태로 22명의 희생자가 났다. 도합 28명의 목숨이 자본의 촘촘한 그물망에 걸려 사라지고 만 것이다. ▲ 두 사태에 대해서는 오히려 여론이 모든 것을 덮어씌웠다. 박근혜의 목숨〈 28명의 목숨 2006년에 박근혜 대표가 ‘5세훈이’의 유세를 위해 단상에 오를 때, 칼날테러를 당했다. 상처가 깊지도 않았는데, 테러범(?)은 연일 언론에 신상을 털렸고 징역 10년형을 구형 받았다. ▲ '살인적 테러리즘이 발붙지 못하도록 엄정수사하라'며 여론이 들끓었다. 한 사람이 단지 살짝 상처 입었다는 이유로 이와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면, 28명이 목숨을 잃은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더 극적인 상황이 연출됐어야 맞다. 하..
5. 쌍용차 사태: 강경진압과 베스트 처리사건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노동자들은 평택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77일간의 투쟁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들이 그곳에 들어갈 땐, 비장한 각오보다는 단지 살고 싶다는 마음만 있었을 것이다. 찌는 듯한 더위에 시름을 앓던 여름날 사측은 단전단수를 한다. 철판으로 둘러싸인 공장 안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되건 상관도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쪄 죽고, 갈증 나 죽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외부의 자원봉사자들은 생수를 공장 안으로 반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을 했지만 사측은 정문을 컨테이너로 막고 ‘공장 안에 생수가 차고 넘친다’며 거부했다. ▲ 정문앞에 생수는 차고 넘쳤으나, 공장 안엔 마실 물이 없었다. 점거농성에 돌입한 사람들을 말라죽이다 ..
4. 쌍용차 사태: 평택에 몰아친 자본의 습격 2008년 12월말 대주주인 상하이차는 법정관리를 신청한다. 인수 이후 기술 투자는 하지 않고 기술만 빼먹고 튀겠다(먹튀)는 것이었다. 국가의 기간산업을 다른 나라가 기술만 빼먹고 내빼는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대한민국 정부는 어떤 법적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래서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회계법인을 통해 회생계획서를 제출한 것이다. 그 내용이 바로 2,646명을 해고해야 한다는 내용이었고 파산법원은 이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 때문에 2,646명과 3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 순간에 직장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었고 원통함을 세상에 알리려 평택 공장에서 77일간 점거 농성을 하였으나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끝나고 말았다. ▲ 도장2공장 옥상에서 진압 작..
3. 용산참사: 두 개의 문 영화프로젝트팀은 『두 개의 문』이란 다큐를 보며, 용산참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겼다. 다큐는 진압에 참여했던 경찰의 육성을 들려주며, 용산참사가 얼마나 우발적으로 진행된 것인지, 얼마나 사건 은폐를 위해 분주했는지 보여준다. ▲ 이 다큐를 보면서 더 확실히 알게 됐다. 이 포스터의 배우는 [송곳]의 작가인 최규석씨다. 제목에 감춰진 진실 왜 하필 다큐의 이름을 『두 개의 문』이라고 했을까? 그냥 단순히 두 개의 문은 진압작전이 우발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4층에서 바라보면 옥상으로 올라가는 문은 두 개가 있다. 그 중 한 문은 망루로 올라갈 수 있는 반면, 한 문은 창고로 이어지는 문이었다. 그런데 특공대는 어느 문이 망루로 이어지는 문인지 몰..
2. 용산참사: 용산개발이 부추긴 용산참사 문제: 수도권에 미군기지가 있는 나라는? ▲ 남산타워에서 보는 용산 쪽 풍경. 미군기지와 중앙박물관이 보인다. 용산개발 사업 답은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것이다. 그것도 금싸라기 땅인 용산에 미군기지가 있다. 6.25 당시 이승만은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 일체를 유엔군 사령관에 이양했다. 이 때문에 한국군은 유엔군 사령관의 작전 명령을 하달 받으며, 한국전쟁을 수행하게 됐다. 독립국가가 되려면 작전지휘권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애석하게도 6.25때 최고 통수권자가 알아서 다른 나라에 자국의 지휘권을 헌납하고 말았다. 과연 한국은 독립국가인가? 용산에 미군기지가 들어설 수 있었던 데엔, 이런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 때에 ..
1. 여는 글: 평범한 삶을 꿈꾸며, 부속품이 되길 희망하다 최근까지 난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았다. 편모슬하 가정에서 어머니는 가족을 책임질 수밖에 없었고 형은 가장 역할을 대신하며 일찍부터 사회생활을 해야만 했다. 넉넉하진 못했지만, 어머니와 형이 열심히 일해서 그나마 살 수 있었던 것이다. 평범한 삶이란 목표 하지만 돈이 없어 쩔쩔 맬 때도 있었다. 고등학생 때 교복을 사려면 14만원이 필요했는데, 그 돈이 없어 여기저기 아쉬운 소리를 하는 어머니를 보며 마음이 아팠던 적이 있다. 그리고 고등학교 학비를 낼 수 없어서 ‘근로 장학생’이 되어야 했다. 등교하자마자 소각장에 가서 각 학급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분류해서 태우는 게 내 임무였다. 아이들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학교에 와서 0교시 자습을 할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