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연재/배움과 삶 (269)
건빵이랑 놀자
37. ④강: 농구의 24초 룰과 능력주의 ‘아침에 눈뜨면 세계가 있고, 아침에 눈뜨면 당연의 세계가 있다’는 시구처럼, 우린 당연의 세계에서 태어난다. 이 말을 동섭쌤의 표현으로 바꾸면 ‘우린 태어나면서부터 디자인된 세계에 살게 된다’는 말이다. ▲ 생각하지 않는 동물에게 붙인 생각하는 동물이란 수식어의 아이러니. 당연의 세계에 소송 걸 수 있는 힘, 24초 룰 처음 디자인될 당시엔 그게 수많은 사회 중 ‘하나의 사회 모습’에 불과했겠지만, 시간이 지나며 어느 순간엔 ‘유일한 사회 모습’이 되었다. 그래서 다른 여러 사회의 모습을 억압하고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유일한 사회’도 언젠가는 무너져 내릴 테지만, 권좌에 오른 이 순간만큼은 절대적으로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만 보인..
36. ④강: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란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웬만하면 ‘생각하지 않는 동물’이다. 생각하지 않고 주어진 대로 순응하며 살다 보니, 어느덧 당연함과 익숙함에 물들고 말았다. ▲ 생각하지 않는 동물에게 붙인 생각하는 동물이란 수식어의 아이러니.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을 해야 한다 그런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머니의 된장국’만은 아니고 생각하려 노력하는 것이고,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을 하려 애쓰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전사 같은 비장함이 감돌지만, 사실 이 말은 김승희 시인이 쓴 시에서 따온 것이다. 아침에 눈뜨면 세계가 있다, 아침에 눈뜨면 당연의 세계가 있다, 당연의 세계는 당연히 있다, 당연의 세계는 당연히 거기에 있다, (중략) 그러므로, ..
35. ④강: 왜 사람은 생각해야 하나 예상치 못한 상황,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내몰렸을 때에야 겨우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웃긴 점은 비로소 생각하게 될 때, 자신이 처한 환경이 어떤지, 그리고 자신이 어떤 습관에 따라 행동하고 있었는지 자각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제야 메타인지Meta Cognition가 작동하며 자신의 상황을 1인칭 시점이 아닌 3인칭 시점으로 객체화하여 볼 수 있게 된다. ▲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앞에 서서 트위스트 교육학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생각한다는 것과 호접몽 바로 이런 상황과 똑같은 이야기가 『장자莊子』에 나온다. 『장자』라는 책을 알진 못해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호접몽胡蝶夢(나비가 된 꿈)’이 그 이야기다. 옛적에 장주는 나비가 된 꿈을 꾸었다. 훨훨 날아다니는..
34. ④강: 사람은 언제 생각을 하게 되나 흔히 사람을 ‘생각하는 동물’이라 정의하고, 뭇 동물들보다 ‘영장靈長’이기 때문에 우월하다고 말한다. 즉 동물들이 하지 못하는 생각을 하며, 그 생각을 통해 자연적인 상태에서 벗어나 인위적인 발전을 거듭하여 모든 동물들을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식의 정의를 받아들이면 인간은 참 대단한 것만 같다. 그런데 정말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일까?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난 언제 생각이란 걸 해봤지?’라고 되물어보길 바란다. 그제야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질문을 듣기 전까지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랄 것이다. 사람은 엄밀히 따지면 ‘생각하는 동물’이라기보다 ‘관성에 따라 살되, 어쩌다 한 번씩 생각하는 동물’..
33. ④강: 학교가 학교다울 때 생기는 문제점 저번 후기에서 살펴보았듯이 ‘정명론’은 이런 식으로 비판받고 있다. 그렇다면 정명론과 같은 ‘학교를 학교답게 해야 한다’는 논리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학교가 학교다워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니... 이게 뭔가? 학교라는 시스템의 태생적 문제점 첫째, 학교 시스템이 지닌 문제점을 묵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교육이 붕괴된 데엔 아이들을 적게 나으며 애지중지 키우는 상황, 사교육이 팽창하며 공교육은 그저 졸업장을 따기 위해 수단으로 변질된 현실 등의 문제도 있겠지만, 그런 외부적인 변화 외에 학교 시스템 자체의 문제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여전히 교사는 정해진 시간 동안 교실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20~30명의 학생들을 앉혀 놓고, 하나..
32. ④강: ‘학교는 학교다워야 한다’와 공자의 정명론 트위스트 교육학 4강의 제목은 ‘학교를 학교적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이다. 이 제목은 얼핏 들으면, ‘학교’라는 단어가 두 번이나 들어가서 묘한 느낌을 준다. 공교육이 붕괴되고 사교육 시장이 팽창하면서, 누구 할 것 없이 ‘공교육 정상화’를 외치게 됐다. ‘공교육 정상화’라는 주장은 이미 너무 닳고도 닳은 말이지만, 그렇다고 그 주장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누구나 ‘지금의 학교 교육은 무언가 잘못됐다’라고 느끼고 있으며, 그에 따라 ‘비정상적인 부분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저번 주엔 비가 왔지만, 오늘은 맑고 활기차다. 기분 좋다. ‘학교를 학교답게 해야 한다’와 정명론 이런 주장의 밑바닥에 ‘학교를 학교답게 해야..
31. ④강: 친숙해짐 속에 낯섦 발견하기 바로 이렇게 모든 관심을 끊고 동일성에 기반하여 세상과 사람을 고정된 실체로 보려는 것을 ‘불인不仁하다’고 표현할 수 있다. 불인해질 때, 친숙해진다 ‘인仁’이라 하면 단연 공자孔子(BC 551~479)가 떠오를 것이다. 공자의 말을 제자들이 기록한 『논어論語』라는 책에선 ‘인’이란 단어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몇 구절을 살펴보며, 인이란 무엇인지 대략적으로 느껴보도록 하자. 1. 교묘한 말과 보기 좋게 꾸민 낯빛을 하는 사람치고 인한 사람은 드물다(巧言令色, 鮮矣仁! -「學而」 3). 2. 오직 인한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 있고, 남을 미워할 수 있다(唯仁者能好人, 能惡人. -「里人」 3). 3..
30. ④강: 친숙해질 때 뻔해진다 이제 트위스트 교육학 강의는 반환점을 돌아 2강만을 남겨두고 있다. 1강 7번째 후기에서 이 강의를 듣는다는 것은 동섭레스트를 오르는 일과 같다고 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 정상에 오르는 이유는 정상에 머무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내려오기 위해서다. 애써 올라가서 높은 시좌를 확보했고 현실을 한 걸음 빗겨 서서 관조할 수 있게 되었는데, 우린 거기에만 머무를 수 없고 다시 원점으로 복귀해야만 한다. 그러니 누군가는 “올라가면 또 내려가야 할 것을 뭐 하러 애써서 올라가냐?”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할지라도, 정상에 오르는 동안 느꼈을 수많은 감정과 두근거림, 그리고 정상에 오르는 순간의 성취감이 나를 휘저어 놓는다. ..
29. ③강: 칭송받지 못하는 교사가 되자 ‘사후적 지성’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되었다면, ‘지금 왜 칭송받지 못하는 교사가 필요한가?’라는 제목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 제목은 어찌 보면 ‘책임감 강한 사람이 조직에 있어야 한다’, ‘사명감이 높은 사람이 국회의원에 뽑혀야 한다’처럼 너무도 판에 박혀 비판조차 할 수 없는 말을 비틀어, 여태껏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을 다시금 생각하도록 도와주니 말이다. 칭송받지 못하는 교사를 통해 교직사회의 획일화를 비판했다? 올 초에 동섭쌤이 경인교대에서 강의를 할 때 위의 제목을 처음으로 말했다. 이 제목을 들었을 때는 ‘칭송받는 교사만 있는 교육계는 크게 문제가 있다는 얘기인가 보다’라고 지레짐작했다. 어느 단체든 칭송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
28. ③강: 괜찮아, 사후적 지성이야 트위스트 교육학 3강 제목은 ‘지금 왜 칭송받지 못하는 교사들이 필요한가?’인데,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한참이나 돌아왔다. ‘기술이 곧 처방이다’라는 이야기로 지금 상황을 기술하는 것만으로도 현재의 문제를 진단할 수 있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이익의 가치가 아닌 다른 가치로 만난 삶론, 관계론, 배움론’이라는 이야기로 관점을 넓히면 다양한 삶의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상식으로 모든 상황을 판단하고, 그래서 살아온 방식대로 그대로 살려 할 것이 아니라, 사후적 지성으로 무언지 잘 알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가치들을 어루만지고 여태껏 살아보지 못한 방식으로 살아봐야 한다. ▲ 일을 ..
27. ③강: 스티브 잡스처럼 배워라 스티브 잡스Steve Jobs(1955~2011)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잡스는 대학교를 다니다가 중퇴를 하고 학교에 머물며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만 듣게 된다. 이 때 캘리그래피 강의를 듣기도 했다. 그 당시 컴퓨터는 IBM이 석권하던 시기였는데, 잡스는 애플컴퓨터를 출시하며 서서히 점유율을 높여가게 된다. ▲ 잡스의 공부론은 전혀 무관할 것 같은 캘리그래피를 배우는 데서부터 시작됐다. 스티브 잡스의 배움론 어떻게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그건 다름 아닌, 애플컴퓨터는 트루타입 글꼴을 적용하여, 개성 있는 문서를 만들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잡스가 대학교를 중퇴하고 배운 캘리그래피는 그렇게 컴퓨터와 접목되며 애플제품만의 독창성을 지니게 되었다..
26. ③강: 맹상군처럼 사귀라 잡스처럼 배워라 ‘앎이란 저주, 모름이란 축복’이라는 얘기를 통해 브리콜라가 전해주는 삶론을 이야기 했었다. 우리는 눈앞에 바로 보이는 이득만을 추구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삶 또한 너무도 빈약해져 버렸다. 당장 이익이 되는 일엔 온 맘과 힘을 다 쓰지만, 그렇지 않은 일엔 관심조차 갖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런 우리들에게 브리콜라가 전해주는 도구를 선별할 때의 관점은 우리가 잃어버리고 살아온 다른 가치들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도구의 미래적 가치, 잠재적 가치를 보고 그걸 선택할 수 있었다는 것이고, 우린 처음부터 그런 능력을 타고 났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눈앞의 이익에만 매몰되지 않으면 우린 브리콜라들이 지녔던 감각을 어느 정도는 되찾을 수 있고, 그에 따라 넓은..
25. ③강: 브리콜라처럼 살라 지금 우린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를 한 마디로 말하면 ‘지금 당장 이익이 되는 일에 매진하라’는 것이다. 이걸 달리 말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가치(이익)에 헌신하라’는 것이다. ▲ 지금의 가치로는 전혀 알 수 없는 다른 가치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반자본주의적인 모름을 쫓아, 삶을 사는 사람들 그러니 더 이상 먼 훗날의 지고지순한 이상을 위해 달려가는 것보다,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부시간에 / 창밖을 보다가 /꾸중을 들었다. / 아이들이 깔깔대고 웃었지만 / 아무도 모른다. / 나팔꽃 고운 꽃술에 / 꿀벌 한 마리 몰래 / 입 맞추고 간 사실은 -김재수, 「몰래 혼자만」’라는 시처럼 아이가 조금이라도 허투..
24. ③강: 앎이란 저주, 모름이란 축복 어느덧 트위스트 교육학 3강 여섯 번째 후기를 시작하게 됐다. 시작할 땐 언제 끝나려나 막막하지만, 그래도 시작하여 진행하다보면 내용이 하나씩 정리된다. 3강 강의 제목은 ‘지금 왜 칭송받지 못하는 교사가 필요한가?’이지만, 그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거쳐야할 과정이 있다. 그래서 ‘칭송받는 교사가 필요하다’라고 강의 제목을 잘못 들은 선생님의 일화를 소개하며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고 하는 인간의 한계를 인식해야 한다는 것을, 그 다음 후기에선 학교 평가의 역설을 기술하며 우리가 눈 감아 버린 현실이 어떤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귀를 활짝 열어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일지라도 들으려 하고, 왜곡된 현실이 갑갑할지라도 기술할 각오가 되어 있다면, 거..
23. ③강: 섬세의 정신으로 의식의 센서를 켜둬라 어쩌면 우린 너무도 당연하여, 더 이상 문제로 여겨지지 않는 것을 문제로 부각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문제제기를 하면 ‘세상이 이미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데, 그걸 문제 삼아서 뭐하게?’라는 볼멘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보통 ‘문제를 문제 삼는 그 사람이 문제다(내부자를 부적응자로 보는 시선)’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 이런 명장면을 [백만 달러의 사랑]에선 볼 수 없다. 절대로. 부조리에 적응하면 일상이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동섭쌤은 『백만 달러의 사랑』(이하 백만)이란 영화를 인용하며 달리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 영화는 본 적이 없어 자세한 내용은 알 순 없으나, 남자와 여자가 박물관에 조각상을 훔치러..
22. ③강: 학교 평가가 교육의 질을 더 떨어뜨린다 시스템 자체가 문제를 안고 있다면 학교 평가시스템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된다. 학령인구가 줄고 있다는 기사는 매일 쏟아져 나오고, 그로인해 많고 많은 대학을 정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학의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당연히 학교의 질을 평가하여 하위 등급을 받은 학교부터 점차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에 먼저 직격탄이 되었다. 그 해결책으론 대학교를 정리하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학교 평가의 역설 여기까지 들으면, 매우 맞는 말이며, 더 이상 이의제기가 불가능한 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학교를 어떤 기준에 의해 골라내느냐 하는 것이다. 그걸 일본에선 ‘질 보증’이란 말로 표현한다고 한다. 학교의 질..
21. ③강: 메르스보다 무서운 메르스 관련 공문 남은 그렇지 않지만 자신만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공명정대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번 후기에서 살펴봤듯이, 사람은 태생적으로 ‘객관적으로 인식’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 밖에 비는 오지만, 그래도 강의실은 맑음. 관점을 지우는 게 아닌, 일그러진 상을 조금이라도 펴나가는 것 그래서 동섭쌤은 “세상에 흔히 유포되는 말 중에 ‘비워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건 근심과 걱정을 비우라는 말임과 동시에, 어떤 것에도 휘둘리지 않도록 관점을 지우라는 말입니다. 그래야 그런 것들에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세상을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죠. 하지만 ‘관점이 있어야 상이 맺힌다’는 말처럼 완벽하게 비우는 것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아니, 설령 비우는 ..
20. ③강: 모르는 걸 모른다고 인정할 수 있는 용기 세 번째 강의의 제목은 ‘지금 왜 칭송받지 못하는 교사가 필요한가?’이다. 이 제목에 대해서는 올해 초 경인교대 강의 때, 에피소드를 들으며 인상이 남았기에 잘 기억하고 있다. ▲ 경인교대에서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지 웃펐다. ‘칭송 받지 않는 교사’가 ‘칭송 받는 교사’로 바뀌다 어느 학교에서 동섭쌤에게 강의 요청이 왔단다. 그래서 이 때 발작적으로 떠오른 제목인 ‘지금 왜 칭송받지 못하는 교사가 필요한가?’라는 제목을 알려줬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일상적인 이야기이니, 감동도 재미도 없다. 하지만 이후에 벌어진 일은, ‘밥이 벌처럼 날아가고, 튼튼한 갓끈도 썩은 새끼처럼 끊어질 정도(噴飯如飛蜂, 絶纓如拉朽.-연암의 표현)’로 한바탕 웃어젖힐 수..
19. ③강: 외로움에 사무칠 때 세계를 만나게 된다 이제 ‘트위스트 교육학’ 강의도 반환점에 들어서고 있다. 오늘은 어찌 보면 딱 반환점을 찍는 날이라 할 수 있다. 반환점이란 말은 단순히 일직선으로 달려 어느 한 지점을 찍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는 말이 아니다. 처음에 시작할 때만해도 반환점을 찍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반환점을 찍고 돌아서는 순간 나의 생각, 삶의 양식이 모두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시 처음 지점으로 돌아간다 해도 그 전의 나와는 완벽하게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갈 땐 몰랐지만, 돌아올 땐 그 전의 나와는 달라져 있다 반환점에 대한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센이 저주에 걸린 하쿠를 구하기 위해 제니바의 ..
18. ②강: 배움의 두 번째 조건 그렇다면 장량은 도대체 왜 떠나지 않았던 것일까? 그건 장량이 ‘배우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비나스Emmanuel Levinas(1906~1995)는 욕망을 ‘외부로부터 도래하는 것에 대해서 개방상태가 되는 것’이라 정의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욕망이란 개념과 너무도 다르기에, 레비나스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배우는 자는 욕망하는 자다 레비나스는 욕구와 욕망을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욕구는 본래 있어야 할 것이 없는 상태로, 원상회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욕구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향수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욕망은 자신이 소유한 것으로는 절대로 채워지지 않을 것을 아는 감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무언가 알 수 없는 결..
17. ②강: 고민이 시간낭비로 여겨지는 시대 동섭쌤의 강의를 통해 우린 여태껏 너무도 잘 안다고 생각했던 ‘배움’에 대해 낯설게 보기를 하고 있다. 낯설다는 것은 익숙하지 않다는 얘기고, 그만큼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자칫 ‘어색하다’는 느낌에만 집중할 경우,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어색함을 맛들이고, 이질적인 느낌을 받아들이며 나아가다 보면, 비로소 배움의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동섭쌤은 배움의 본질을 ‘내가 지금 갖고 있는 잣대나 도량형에 기초한 목표가 얼마나 빈약하고 협소하고 얄팍하고 그리고 깊이가 없는 것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이라 정의하며, 배워간다는 건 ‘내가 배우는 시점에 갖고 있었던 배움의 목표의 삭제, 해체, 새로운 ..
16. ②강: 장량의 일화를 통해 본 배움의 첫 번째 조건 장량張良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앞에서부터 ‘오해야말로 배움의 기본’이라는 말을 했으니, 뭔가 그럴 듯한, 그래서 읽는 순간 감동의 물결이 넘실되는 그런 이야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 배운다는 건, 지적 도량형을 키워가는 일이다. 장량의 이야기를 듣고 황당하셨나요? 하지만 위의 이야기는 뭔가 확실해지며 듣는 순간 ‘아하!’하며 깨우치게 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끝까지 들었지만 ‘나는 누구? 그리고 여긴 어디?’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황당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러니 ‘내가 고작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를 들으려고 아까운 시간 낭비했나?’라는 헛헛함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 그런 불쾌감과 헛헛함이 느껴졌..
15. ②강: 장량과 신발, 그리고 배움 숨 가쁘게 2강의 다섯 번째 후기까지 달려왔다. 이번 후기에선 2강의 제목인 ‘신발 떨어뜨리는 사람과 줍는 사람’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며, 이 얘기를 통해 어떨 때 사람은 배우게 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 보통은 PPT 자료를 보며 진행되는데, 이날은 인쇄물을 보면서 진행되었다. 오해야말로 배움의 기본이다 배우기 위해서는 당연히 무언가를 가르쳐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무엇을 가르쳐 줄까? 그건 바로 ‘아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그러니 교사가 되기 위해서 4년간 사범대, 교대에서 자신의 전공을 열심히 공부하여, 임용시험을 통해 ‘교사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국가로부터 승인받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아이들과 만나 가르칠 수 있고 아..
14. ②강: 강사의 입장에서 강의의 제목을 바꾼다는 것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강의의 제목이 바뀌는 것에 대해 청중의 입장에서 풀어낸 생각일 뿐이다. 동섭쌤은 2강 제목을 바꾼 이유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풀어내며 이야기를 진행했으니 말이다. ▲ 연애하는 사람들의 상대방에 대한 최고의 찬사. 아니 결혼한 사람에게도 그렇다. 배움은 오해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강의제목을 바꾸다 그건 이름하야 ‘오해가 모든 것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모든 연애는 상대방을 오해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상대방에 대해 아는 것은 없지만 ‘뭔가 좋은 사람 같다’는 감이 들 때 사귀게 된다. 그래서 처음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에게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달달한 말은 뭐니 뭐니 해도 “너를 알고 싶어”라는 거다. 그 말은..
13. ②강: 청중의 입장에서 강의의 제목이 바뀐다는 것 강의의 커리큘럼은 어찌 보면 강사와 수강생 사이의 약속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수강생들은 강사가 미리 공지한 강의 제목과 계획표를 보고 강의를 들을지 말지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강의에서 강의 제목이 바뀐다는 것은 강사의 준비가 소홀했다거나, 강의 진행에 실패했다는 말이 된다. 그러니 부득이하지 않고선 강의 제목을 바꾸거나, 계획을 수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건 어찌 보면 자신의 실수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니 말이다. ▲ 트위스트 교육학 2강 제목이 바뀌었다. 과연 무슨 일일까? 두 번째 강의의 제목이 바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처음에 정한 대로만 한다’는 건 어찌 보면 이상한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도 학창 시절에 수업을 ..
12. ②강: 어른이 된다는 것 학교가 끝나고 바로 와서인지 에듀니티에 도착한 시간은 6시 30분이었다. ‘설마 이렇게 이른 시간에 누가 강의실에 오겠어?’라는 생각으로 강의실에 들어서니, 세상에나 나보다 먼저 온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트위스트 교육학의 창시자이자, 이동연구소의 소장인 동섭쌤이었다. 오늘 오전에 내발산초등학교에서 학부모 대상의 특강이 있어서 3시간 강의를 하고 바로 온 것이라 하더라. ▲ 정신없이 이곳저곳 왔다갔다 하며 바빴던 하루의 끝에 '트위스트 교육학' 2강이 시작됐다. 동섭쌤의 강의 스타일, 방심하는 순간 치고 들어가기 7시엔 바로 강의가 시작되었다. “오늘 새벽 3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부산에서 KTX를 타고 서울역에서 내려 1호선을 타고 가다가 5호선으로 환승해서 ..
11. ②강: 배움이란 고통의 순간을 지나 기쁨의 순간으로 가는 것 ‘하품 수련의 역설’이란 강의를 통해 드디어 동섭레스트(에베레스트는 산악인들만 오를 수 있지만, 동섭레스트는 ‘모르는 게 있다’고 인정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오를 수 있다)의 제1캠프에 이르렀다. 우린 갓 배낭을 메고 출발했을 때에 비하면, 드넓은 앎의 능선에 어느 정도 이르렀고 그에 따라 더 높은 시좌를 확보하게 되었다. 그래서 예전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고, 예전엔 ‘뭔 풀 뜯어 먹는 소리야’라고 생각되던 말들이 들리게 되었다. ▲ 힘들지만, 동섭레스트 정상을 향한 우리의 힘찬 발걸음은 오늘도 거침없이 시작되었다. 배운다는 건 고통의 순간을 지나 기쁨의 순간으로 나아가는 것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그 한 순간으로 18..
10. ①강: 자립과 무지란 단어를 새롭게 정의하다 하품수련의 역설과 배움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배운다는 게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완벽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그건 미래의 가치를 위해서 배우는 것도, 수단을 얻기 위해 배우는 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배움의 가치를 알기 위해선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엎어야 하듯이, 기존의 단어들에 대해서도 그와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 영화 [세얼간이]의 총장이 말하는 인재상이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립한 인간상이다. 자립은 홀로 섦이 아니라, 함께 섦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동섭쌤은 고삐를 당기듯, 바로 “자립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음을 던졌다. 당연히 그 질문에 대해서는 ‘경제적인 독립’,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순간에 내가 선택할..
9. ①강: 하품 수련의 역설과 배움 이처럼 교육의 성과는 엄청난 시간을 요구하며, 그 시간이 지난 후에 무언가 변화가 일어났다 할지라도 그게 A의 영향인지, B의 영향인지 또는 아무런 영향도 없었는데 자연스럽게 그리 된 것인지는 아무도 설명할 수가 없다. 아니, 심지어 본인조차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배움은 미지에의 투신이며, 무지에의 항거’라고 할 수 있다. ‘하품 수련의 역설’은 바로 이런 생각에서부터 시작된다.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라는 광고 대사와 교육의 관계 하품을 수련한다. 현실에선 그럴 리가 없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픽션을 통해 현실을 풍자하기 위한 것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하품을 수련하기 위해 두 명의 학생이 하품의 달인인 노인을 찾아 가서 “하품을 가르쳐주십..
8. ①강: 인성점수가 10점 상승했습니다? 길고 길었던 1강 후기의 본격담에 드디어 이르렀다. 등산할 때 가장 힘든 구간은 뭐니 뭐니 해도 정상이 보이는 구간이다. 눈에 보이니 금방이라도 올라갈 것 같고, 그에 따라 숨은 턱 밑까지 차오른다. ▲ 동섭레스트 등반에 오신 여러분 제1캠프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좀 더 높은 시좌를 획득하기 위해 우린 동섭레스트를 오른다 그 때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얼마 가면 정상에 도착하나요?”라고 물으면,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조금만 가면 바로 나와요”라고 답한다. 그래서 10분을 걷고, 20분을 걷지만 정상은 가까워지기보다 오히려 ‘꼭 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는 것처럼 점점 더 멀어져 간다. 기대와 실망의 앙상블 속에 몸은 더욱 더 지쳐간다. 바로 이런 마음의 ..
7. ①강: 일상에서 ‘ㄹ’ 빼게 하는 강의 그렇다면 동섭쌤 강의가 다른 강의와 방식만 다르고, 내용에는 별 차이가 없는 것일까? ▲ 그는 이동연구소장이다. 이동하라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어, 인식의 한계를 넘어 강의 내용은 김승희의 시다 동섭쌤 강의의 주요 내용은 일상을 이상하게 보도록 만들며, 당연함을 불편하게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섭쌤의 강의는 김승희의 시다’라고 간단히 정의할 수 있다. (상략) 이란 낱말을 고요히 들여다보네 ㄹ은 언제나 꿇어앉아 있는 내 두 무릎의 형상을 닮았네 일상은 어쩌면 우리더러 두 무릎을 꿇고 앉아 자기를 섬기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도 같네 무릎을 꿇고 상이 용사처럼 두 무릎을 꿇고 ㄹ로 두 다리를 포개고 앉아 있으라고 그러면 만사 다 오케이라고 이..
6. ①강: 박동섭 강의의 특징 강의가 계속 되면서 어느덧 비는 그쳤다. 하지만 바람은 장난 아니게 불며 성큼 다가온 봄을 시샘하듯 갑작스레 추위가 느껴진다. 사람들은 종종걸음으로 퇴근길을 재촉하지만, 에듀니티에 모인 사람들은 배움의 열기를 가득 채우며 그 시간을 즐기고 있다. 오늘 강의의 제목은 ‘하품 수련의 역설’이지만 강의가 시작된 지 1시간가량이 지났음에도 ‘하품’이란 단어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 어느덧 비는 그쳤지만, 바람이 장난 아니게 분다. 그러다 보니 체감온도가 엄청 내려갔다. 강의 제목은 하나의 단서일 뿐이다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동섭쌤이 제목을 헛갈렸거나, 다른 할 얘기가 많아서 뒤로 미뤘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작년 제주 강연 때 우치다쌤은 자아를 낡은..
5. ①강: 비인정한 사람이 되자 드디어 첫 강의가 시작되었다. 강의가 시작될 때 나는 강의실 뒤편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동섭쌤의 목소리가 강의실 뒤편까지 쩌렁쩌렁 울렸다. 강의실에 쩌렁쩌렁 울려 퍼진 동섭쌤 목소리의 비결 우치다쌤은 고베여학원대학의 건물을 소개하며 “건물은 비록 오래되었지만 목소리가 울려서 작은 목소리로 얘길 해도 전부 알아들을 수 있고 목소리에 자신 없는 사람이 말해도 목소리가 부드럽게 들리게 되어 있다.”고 평가했었다. 건물 자체가 울리도록 설계되어 강의를 하기 좋은 구조라는 얘기다. 설마 에듀니티의 강의실이 그 건물처럼 울림이 좋은 곳이어서 동섭쌤의 목소리가 울리는 건 아닐 것이다. 여긴 오피스텔을 개조하여 강의실로 꾸민 곳으로 울림까지 신경 쓰진 못했을 테니 말이다. 그건 ..
4. ①강: 트위스트 교육학에 참여한 교사들의 특징 태선씨가 강의실 앞에 나와 이 강의를 기획한 취지를 설명하고 자기소개를 하며 강의의 시작을 알린다. 그러고 나서 갑자기 전체가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자고 제안한다. 올해 초 교컴 수련회 때도 다양한 사람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했었는데, 그 때 엄청 떨며 어버버댔던 경험이 있다. 이번엔 그 때만큼 많은 사람들이 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나를 소개한다는 건 이래저래 부담이긴 하다. 그래도 최대한 마음을 가다듬고 “4년 전부터 알게 모르게 동섭쌤을 따라다니며 배우고 있는 제자 아닌 제자입니다”라고 소개했다. ▲ 이런 사람들이 모여 강의를 듣는다. 교육 경력이 많은 교사들 앞에서 한 사람씩 돌아가며 이름과 근무하고 있는 학교, 그리고 왜 ..
3. ①강: 모르는 게 있으니 알려주십시오 강의 계획이 알려지고 한 달 보름 만에 드디어 첫 강의가 있는 날이 되었다. 아침부터 왠지 모르게 설렌다. 동섭쌤의 강의를 듣는 것도 기대가 되고, 그곳에서 어떤 분들을 보게 될지도 기대가 된다. ▲ 강의는 타자와의 만남이다. 이 강의에서 난 과연 만날 수 있고 어우러질 수 있을까? 강의는 타자다 나는 ‘강의란 타자를 만나는 일이다’라고 생각한다. 타자의 도래는 당연히 저주임과 동시에 축복이라 할 수 있다. 타자를 만나면 내가 어떤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지 알게 되어, 사람들 앞에 맨몸으로 서있는 것 같은 불편함과 불쾌감을 느껴야하기에 저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알게 되었다는 건 어떤 의미에선 거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기에 축복이라고도 할 수 ..
2. ①강: 강의와 여행의 공통점 여행을 떠나보면 걱정이 많은 사람일수록, 스스로에게 불만족하는 사람일수록 짐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학교에서 2박 3일의 여행을 갈 때, 여학생들은 캐리어에 짐을 하나 가득 싣고도 가방까지 챙겨온다. 아마 그런 이유 때문에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있는 걸 거다. 그런데 한 달간 지리산 종주를 떠나보니, 짐은 어찌 되었든 나를 억누르는 불안의 증표라는 것을 알겠더라. 걱정이 앞서 이것저것 우겨넣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내 어깨를 누르는 무게감은 여행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그러니 여행을 떠난다는 건 ‘불안과 대면하는 일’임과 동시에, ‘걱정을 인정하고 짐을 최소화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 여행은 나의 마음의 불안을 알게 하고, 강..
1. 여는 글: 트위스트 교육학으로 트위스트를 추자 숨 가쁘게 달려갈 때가 있다. 그 결과는 알 수 없지만, 목표한 곳에 이르게 되면 무언가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거라 기대될 때, 맹목적으로 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를, 한 달을, 일 년을, 몇 년을 ‘열심히만 살면 무엇이라도 이루어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달리고 또 달린다. 하지만 막상 그 목표지점에 이르게 된 순간엔 환희보다 ‘내가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던 거지?’라는 회의감이 밀려오게 마련이다. 열심히 살았고 무언가 이루어왔던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공허함이나 씁쓸함이 나를 휩쓰는 까닭이다. 어찌 보면 산다는 건 앞을 향해 달리는 것뿐만 아니라, 옆을 바라보며 여유도, 뒤를 돌아보며 성찰의 시간도 가져야한다. 여유와 성찰은 달리 말하면 ‘..
목차 1. 인문과 인간의 무늬 헌 것엔 나의 무늬가 들어있다 얼굴을 통해 드러난 무늬 언어를 통해 드러난 무늬 2. 봄이 부르던 날에 강연장에 모인 사람들 아빠들을 위한 강연장에서 드러날 준규쌤의 무늬 날씨가 좋은 주말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이겠어? 날씨와 주말에 상관없이 모일 사람들은 모인다 3. 준규쌤의 강연엔 그만의 무늬가 드리워져 있다 나 지금 열변을 토하고 있니? 준규쌤만의 무늬가 한껏 드러난 강연 4. ‘대안학교’, ‘자녀교육=엄마의 일’이란 고정관념 벗어나기 ‘대안학교’란 단어 벗어나기 ‘자녀교육=엄마’라는 틀 인식하기 ‘자녀교육=엄마’라는 틀 벗어나기 워밍업이 끝났다면,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스타트 5.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교육 교육의 다양한 스펙트럼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상황에..
9. 애쓰지 말고 즐기라 주최 측에선 강연의 제목을 ‘대안학교 아빠로 사는 것’으로 잡았지만, 준규쌤은 ‘대안학교’라는 명칭과 ‘아빠’라는 명칭을 재정의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네 번째 후기에서 밝혔다시피 그런 식의 좁은 시좌로는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다 담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준규쌤은 아예 강연 제목을 ‘발신자에서 수신자로’라고 새롭게 정해서 오셨다. 발신자란 무언가 메시지를 말하는 사람이고, 수신자는 그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둘은 항상 쌍으로 있을 때만 존재의 의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너의 자리에 서 있을게. 너는 나의 자리에 오렴. 니가 발신해 그러면 나는 수신자가 될게.”라는 말을 통해 수신자가 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알려주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
8. 자식과의 관계에서 수신자가 되는 방법 두 번째로 마이크를 받으신 분은 삼형제를 모두 대안초등학교에 보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세 명의 아이들을 모두 대안학교에 보내다니, 그 결단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그러려면 자식에 대한 애정과 함께, 대안학교에 대한 믿음이 동시에 있어야 하니 말이다. 그렇게 결단 있는 행동을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배려도 배우고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것도 배우며, 일반학교에서는 하지 못하는 여러 경험을 하는 건 좋지만, 그러다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적응을 하지 못하거나 돈벌이를 하지 못할까 하는 걱정이 있습니다”라고 대안학교 학부모로서 느낄만한 걱정을 얘기하셨다. 이건 대안학교 내부의 흐름과 사회 곳곳에 엄연한 흐름 사이의 괴리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이 ..
7. 자식에게 필요한 엄마의 세계와 아빠의 세계 충격을 한 아름 안겨준 열띤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을 진행하려 준규쌤은 강연장 밑으로 내려왔다. 어찌 보면 이것이야말로 눈높이를 맞춰 진솔하게 얘기를 나누고자하는 마음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20명 안팎의 사람들이 모였다면 오히려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하기 좋았을 텐데, 100명이 모이다 보니 긴밀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었고 그만큼 간격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 이 강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수신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40분 간의 질의응답시간은 말이 아닌 행위를 위한 자리다. 무늬를 보기 위해선 기표가 아닌 기의에 가닿아야 한다 준규쌤의 강연은 준규쌤만의 무늬가 한껏 묻어난 강연이었다. 무늬란 어쩔 수 없이 생각의 ..
6. 아이들의 지지자가 되는 방법 이렇게까지 강연이 진행되면, 이 강연을 들으러 오면서 품었음직한 ‘그래서 아빠들은 자녀를 어떻게 기르란 것이야?’라는 생각엔 균열이 갈 수밖에 없다. 애초부터 이 강연이 정답을 알려주고 ‘이 정답대로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면 성공합니다’라는 성격의 강연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당연히 이 순간에 이르면 애써 화창하고 포근한 토요일에 강연을 들으러 온 학부모의 입장에선 ‘시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자식이란 전혀 새로운 존재를 대하며 막연하고 난해하다고 느꼈던 부분이 강연을 들으며 조금이나마 시원하게 알게 되길 바랐는데, 시원하게 풀어줄 생각은 애초에 없었으니 말이다(작년 10월에 있던 우치다쌤 강연 때의 질의응답 시간에 한 교사는 “무슨 말인지 감이 잡히지..
5.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교육 ‘대안학교’를 ‘일반학교’와 비교하며 차이점을 부각시키지 않으며 ‘학교’라는 단일명칭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아빠교육’을 ‘아빠들도 교육을 받아야 아이들을 잘 기를 수 있다’는 말이 아닌, ‘자식이란 전혀 다른 존재에 대해 어떻게 관심 가질 것인가?’라는 말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바로 거기서부터 ‘대안학교 아빠로 산다는 것’이란 주제의 강연이 선명하게 들린다. 즉, 주제를 철저히 부정하는 속에서만 강연이 들리고, 그때에 내용이 더욱 확장되어 고정관념과 충돌하며 의미심장해지는 것이다. 강연장에 올라선 준규쌤의 목소리는 소리전수관을 꽉 채우도록 울렸다. 소리는 파동이기에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밖에 없지만, 의미 있는 말은 단순한 파동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그건 귀로..
4. ‘대안학교’, ‘자녀교육=엄마의 일’이란 고정관념 벗어나기 지금까지 쓴 세 편의 후기에선 준규쌤 강연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 그리고 강연의 총평 등 전체적인 인상을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1편부터 강연 내용을 중심으로 후기를 쓸 경우, 딱딱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기에 나름 워밍업 차원에서 가볍게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턴 본격적으로 강연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 물론 다양한 내용을 40분이란 짧은 시간에 한 것이기에 제대로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부족한 대로 풀어보려 한다. 그러려면 준규쌤이 던진 메시지가 내 안에 들어와 어떤 반응을 일으켰는지, 그리고 어떻게 정리됐는지 하나하나 정리해갈 수밖에 없다. 마주침과 혼란, 그리고 번뜩임에 대한 기록을 이제부터 시작해보..
3. 준규쌤의 강연엔 그만의 무늬가 드리워져 있다 사람이 꽉 찼다. 준규쌤도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많이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생각은 했을지라도, 많은 청중을 상대로 하는 강연은 처음이다 보니, 엄청 긴장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강연 초반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럴 때 흔히 ‘이런 모습 처음이야’라는 말을 쓴다. 준규쌤이야 다양한 경험을 한 인생의 승부사적인 기질에다가, 사람을 만나 무언가 함께 하길 좋아하는 진취적인 성격에다가,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박학다식형이다 보니 떨지 않을 줄만 알았는데, 막상 무대에 선 모습에서 긴장이 느껴졌다. 근데 오히려 그런 낯선 모습이 친근하게 느껴졌다면 좀 오버라고 하려나. 더욱이 초반의 강연 내용이 이론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기에 학술대회장..
2. 봄이 부르던 날에 강연장에 모인 사람들 금요일 오후부터 날씨가 확 풀리기 시작하더니, 이젠 두꺼운 외투보단 가벼운 옷차림, 장갑보단 맨손이 훨씬 어울리는 계절이 오고야 말았다. 이런 계절이면 당연히 몸도 맘도 불어오는 봄바람 따라 살랑살랑 요동칠 수밖에 없다. 이럴 땐 어느 곳이든 떠나 한껏 놀고 싶고 어떤 것에도 미련을 두지 않고 푹 쉬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나는 한낮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경기소리전수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후 2시부터 강의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토요일이고 봄이 어느덧 가장 가까이 왔다고 느껴지는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에 봄나들이가 아닌 강의를 들으러 간 것이니, 의아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보다가 몇 번 눈에 띄어 마음이 동하던 끝에 가야겠다고 맘을..
1. 인문과 인간의 무늬 새 신발을 살 때면 기분이 좋아진다. 무엇이든 새 물건을 산다는 것, 그리고 그걸 처음 사용할 때의 기분은 그 무엇과도 비길 수가 없다. 새것이니 어떤 구김도, 사용한 흔적도 전혀 남아 있지 않고 반짝반짝 빛나며 뻣뻣한 느낌에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쓰기 시작하면, 새것이 주던 감흥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금방 구겨지고 더러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때부턴 마구 잡이로 사용하여 전혀 아끼지 않게 된다. 이렇게만 보면 ‘새것은 언제나 좋고, 헌 것은 언제나 안 좋다’는 표현도 가능하다. ▲ 준규쌤의 오랜만의 강연이다. 나는 처음으로 준규쌤의 강연을 듣게 된다. 헌 것엔 나의 무늬가 들어있다 하지만 그건 사용하기 전까지의 생각일 뿐, 막상 실제로 사용해보면 그렇지 않..
목차 1. 건빵이 교컴 겨울 수련회에 참석한 까닭? 대화에도 맛이 있다 전주에서 교컴 수련회가 한다는 소식을 들은 후의 반응은? 외로운 사람이여, 그대 통하였느냐 2. 교컴 겨울연수에 대한 기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길을 나서다 교컴도 몰라요, 교실밖교사커뮤니티도 몰라 강의를 맛볼 준비가 되셨나요? 3. 세월호 사건과 인성교육 앎의 유쾌한 여정을 선사해주다 세월호 사건은 인성의 결여 때문에 발생한 것인가? 4. 인성교육이란 이름의 폭력 교육만능주의에 기댄 인성교육 교육은 장기적인 안목을 요하지만, 즉각적인 해결책만을 제시하려 한다 한껏 무르익어가는 분위기 5. 인성교육의 뿌리는 반공교육이다 인성교육은 어떻게 등장했나? 인성교육의 뿌리는 반공교육이다 6. 학교가 사라지면 생길 일들 ‘마을이 학교다’라는 ..
18. 교학상장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던 교컴수련회 이로써 1박 2일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냉철한 이성적인 얘기부터 가슴 뭉클한 삶의 얘기까지, 수많은 말들과 감정들이 나를 훑고 지나갔다.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느낌은 ‘너를 만나 혼란에 빠졌다’는 느낌이었다. 완고한 상은 바르르 무너져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완벽하게 자취를 감춰, 볼품없는 알맹이만 남는다. 자의식을 버리고 해방감을 맛보다 그런데 그 순간에 묘한 감정이 들었다. 벌거벗겨졌기에 창피한 감정이 먼저 들만도 한데, 해방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건 여태껏 여러 가지 관념으로 꽁꽁 감싸며 내 자신의 모습을 내보이지 못한 것에 대한 반감 같은 거였다. 해방감, 난 무엇에 억눌려 있었..
17. 교육에 대한 고민들: 강상희쌤, 최성욱쌤편 ‘교육을 바꾸는 15분’이란 강연은 강의를 준비하느라 부담 갖지 말고 자신이 지금까지 어떤 교육을 하며 살아왔는지 진솔하게 이야기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됐을 것이다. 그래서 15분이란 짧은 시간을 설정해놨던 거겠지. 그때 불현듯 ‘만약 내가 저 자리에 선다면 15분 동안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단재학교에서 자전거 여행을 하며 느꼈던 얘기를 담소 나누듯 풀어냈을 거 같았다. 그게 어떻게 시민성과 관련되어 있는지는 생각해볼 문제지만, 여행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아이들을 새롭게 보게 된 것이기에 나눌 만한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아마도 나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졌다면, 자전거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다. ..
16. 교육에 대한 고민들: 섬쌤, 동글이쌤, 오동선쌤편 첫 번째 강연자는 섬쌤이다. 섬쌤은 만날 때마다 ‘교육의 문제는 교육으로만 접근해선 풀 수 없다’는 말을 했었다. 사회는 여러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만들어지고, 인간도 여러 감정과 관계가 착종되어 형성된다. 그렇기에 사회 속의 인간이 만들어가는 교육은 다양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아직 선생님들이 모두 모이지 않아,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72일간 북유럽 4개국을 돌아보고 난 소감 섬쌤은 북유럽에 여행을 갔던 이유를 설명하며 “교육은 사회 속에서 존재하고, 문화와 함께 있다”는 말로 시작했는데, 그건 위에서 쭉 얘기했던 의미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여러 교육매체에서 북유럽을 교육의 이상향인양 ..
15. 전주한옥마을이 던진 메시지 9시부터 이튿날 강의가 시작된다. 새벽 2시가 넘어서 잤지만, 7시 30분에 일어나니 그렇게 몸이 무겁진 않았다.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강의였다면 몸도 무겁고 마음도 심란했을 텐데, 참석하고 싶어 참석하는 강의이니만치 몸이 먼저 그걸 아는 듯했다. 아침밥을 챙겨먹고 모든 준비를 마치니 어느덧 8시 3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시간의 여유가 있었지만, 그래도 서둘러 집에서 나왔다. ▲ 남천교에서 찍은 전주천의 아침 풍경. 이렇게 이른 아침에 여길 거닐다니, 참 재밌다. 관광지가 아닌 삶의 공간 집에서 한옥마을까지는 걸어서 20분 거리다. 지금은 벽화마을로 유명한 ‘자만마을’이란 곳이 있다. 어렸을 때 살았던 집이 그곳에 있었는데, 모든 산동네들이 그렇듯 서민들의 터전이었다..
14. 다양한 교육적 고민들이 어우러졌던 교컴 뒷풀이 남부시장의 야시장을 보기 위해 다시 한옥마을 거리를 걷는다. 어느덧 어둠은 짙게 내려 그 많던 인파들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난 이런 고즈넉함을 사랑한다. 조명 빛으로 물든 화려한 무대도 좋지만, 그보다 텅 빈 무대의 스산한 외로움이야말로 나 자신을 위한 순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남부시장에 가니, 이미 야시장은 끝났다고 하더라. 그래서 바로 막걸리집에 올라가 모임의 꽃인 뒤풀이를 할 수 있었다. ▲ 막걸리집 치고 이렇게 안주가 부실할 수가 없다. 하지만 여기서 나눈 얘긴 밀도 높은 얘기였다. 어떤 평가를 할 것인가? 교컴쌤들은 일자로 놓인 테이블에 옹기종기 앉았지만, 거기에 모두 다 앉을 수 없어서 우리 8명만 다른 자리에 앉..
13. 너무도 이론적이어서 아쉬웠던 교컴 토론회 소개를 모두 끝나고 나니 9시가 넘었다. 깊이 있게 토론을 하기엔 이미 많은 시간이 흘러, 그럴 수는 없었다. 토론시간은 함영기쌤이 진행하셨는데, 한 번에 여러 주제를 던져주고 그 주제 중 자신이 말하고 싶은 주제를 정해 1분 동안 자유롭게 발언을 하면 됐다. ▲ 토론을 하기 위해 책상 배열을 바꾸고 있다. 주제를 듣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다 이 때 던져준 주제는 ‘시민성과 국민성은 어떻게 다른가?’, ‘교사의 인권과 학생의 인권이 충돌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 ‘학교 자체는 관료적 체제인데, 교실에선 민주적인 문화를 꽃피우려 한다. 이걸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은?’, ‘시민성 교육을 하려 할 때 교사의 역할은? 시민성교육이 잘 되었을 땐 어떤 결과가 나..
12. 저녁식사와 자기소개 시간 한참 강의를 듣다보니, 허기가 밀려온다. 간식도 넉넉히 준비되어 있고 커피도 맘껏 마실 수 있지만, 무엇보다 때가 되면 곡기를 채워야 ‘호랑이 기운’이 샘솟는다. 6시가 넘어 은진쌤의 강의는 끝났다. 그때 밥을 먹으러 가기 위해 문화관을 나오니, 전주천변엔 노을이 지고 어둠이 찾아오고 있었다. 바로 앞엔 보가 있는데 2011년 추석 때 친구와 맥주를 한 캔씩 따며 미래에 대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던 곳이다. 그 장소를 지금은 교컴쌤들과 함께 걸어가고 있으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 대낮에 들어왔는데, 어느덧 해는 기울어가고 있다. 저렴하면서 맛있는 저녁 식사 시간 전주를 잘 모르는 사람이 계획을 짰다면, 한옥마을 근처로 식당을 잡았을 것이다. 그러면 밀리는 인파에..
11. 인성교육이 아닌 인권교육으로 은진쌤은 새 학기가 시작될 때 “나는 여러분들을 힘으로 통제하거나 억누르려고 하지 않습니다”라고 선언을 한다고 한다. 그 선언을 외치며 아이들과 함께 하나하나 규칙을 만들어간다고 한다. 그 규칙엔 당연히 자신들이 누려야 할 권리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 지켜야 할 의무가 포함되어 있단다. ▲ 선언을 함으로 만인에게 나의 생각을 널리 알린다. 그리고 생각을 덧붙인다. 학생들에게 선언함으로 나를 다잡다 이 말을 하던 도중 은진쌤은 “선언을 말로 하지 않으면 내가 ‘좋은 사람’인 것처럼 아이들에게 비춰집니다. 그러니 아이들은 수동적인 상태로 남아 그 교사와 함께 하는 동안에만 권리를 주장하고 지키려 하고 그 외엔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거죠. 그러지 않도록 저는 ..
10. 13년 차 교사의 노하우가 가득 담긴 참여형 수업으로 배우는 인권 이은진쌤은 시작하자마자 숫자를 보여준다. ‘36, 13, 2’라는 숫자들을 하나하나 보여준다. 그건 곧 자신을 나타내는 숫자였는데, 숫자퀴즈를 통해 강연자와 청중과의 거리를 좁히고자 하는 마음이 보였다. 13년 차 교사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된 강의 우리가 보통 알던 일방적으로 전달해주는 강의와는 다르게 진행됐다. 물론 일방적으로 전달해주는 강의는 깊은 주제를 다룰 때, 그리고 전혀 모르는 내용을 전할 때 무척 유용하다. 하지만 그러려면 그 쪽 분야에 있어서 다방면의 지식을 꿰뚫고 있어야 그 흐름을 놓치지 않고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은진쌤은 초등학교 교사로서 쌓인 수업경력을 십분 발휘했다. 모둠학습, 역할놀이를 ..
9. 이은진쌤의 인권교육을 기대하며 권재원쌤의 강의는 여러 학문으로 접근하여 파헤쳐 봄으로 ‘인성교육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 교육부가 추진하려는 인성교육이 얼마나 비교육적이며, 얼마나 폭력적인 관점에서 출발했는지 아십니까?’라고 문제제기를 우리에게 던져줬다. 그런 흐름을 이은 이은진쌤의 강의는 ‘인성교육의 밑바탕은 인권’이란 사실을 천명함과 동시에 그게 현장에선 어떻게 적용되는지 실제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현장에선 어떤 인성교육을 해야 할까요? 그건 바로 인권교육입니다’라고 방법을 제시해줬다. ▲ 권재원 쌤 강의에 이어 강의를 하니 더욱 부담이 될 것이다. 은진쌤과 첫 만남의 기억 이은진쌤은 작년 여름에 섬쌤이 주도한 모임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초등학교쌤들, 대안학교..
8. 인성교육, 그 너머의 교육 인성교육은 실패한다고 세 가지 논거로 얘기했기 때문에 권재원쌤은 두 가지 대안을 제안했다. 첫째는 인성교육이 아닌 민주시민교육을 얘기할 때라는 것이고 둘째는 예술 교육을 하자는 것이다. 제안을 두 가지로 했지만, 결국 두 가지는 하나로 통합된다고 볼 수 있다. 권재원쌤에게서 발견한 우치다쌤의 향기 우선 이 이야기를 풀기 전에 다른 이야기를 잠시 하도록 하자. 우치다쌤은 ‘동아시아의 평화와 교육’이란 강의에서, 공동의 이익을 중시하고, 미래의 가치를 찾기보다 지금 당장의 먹고 사는 문제에만 매달리게 만드는 교육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평시의 논리를 강요하지 말고 위기 시의 논리로 가르쳐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오감이 활짝 열리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얼핏 들으..
7. 인성교육은 실패한다 향교문화관엔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아무래도 논의가 분분한 주제이니만치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는 ‘인성교육’이란 게 얼마나 비교육적인 처사로 시작되었으며, 그게 어떤 역사맥락에서 출발했는지를 살펴봤다. 그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교육’의 문제를 가장 전면에서 껴안고 고민하는 교사들이 이렇게 발분하며 한 걸음씩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우면서도 반갑기도 하다. 하지만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바꾸는 게 옳은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 역사적인 맥락, 그리고 어떤 철학적인 함의에 따라 인성교육이 시작되었는지를 보고 있다. 지식교육/인성교육의 이분법이 낳은 왜곡 권재원쌤은 강의를 계속하며 결과적으로 인성교육은 법안을 발..
6. 학교가 사라지면 생길 일들 솔직히 ‘마을이 학교다’는 이야긴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왔고 ‘좋은 교육 모델’로 소개되고 있기 때문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 다양한 예를 들며 인성교육에 대해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마을이 학교다’라는 부정적인 뜻 그 말을 풀면 학교만이 교육을 독점하는 것이 아닌, 마을로, 또는 그 이상으로 확대되어야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하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학교의 교육만이 아닌, 마을 전체에서 시시때때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교육이다. 지금의 한국사회는 마을 자체가 붕괴되었기 때문에, ‘마을이 학교다’라는 슬로건으로 마을을 만들려는 움직임들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질의응답 시간에 어떤 선생님도 이 말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권재원쌤..
5. 인성교육의 뿌리는 반공교육이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여 300명이 넘는 인원이 수장되었다. 그와 같은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각계각층에선 대책을 마련했는데, 교육부는 ‘인성교육진흥법’을 만들어 인성교육을 강화하려 했고, ‘생존수업교육’이란 걸 만들어 수영능력을 신장하려 했다. 어떤 문제든 ‘교육’이란 틀로 접근하는 순간 얼마나 사건의 본질과는, 그리고 재발방지와는 멀어질 수 있는지 이처럼 명확하게 보여주는 예가 있을까. 즉, ‘인성교육’이란 말이 나온 것 자체가 하나의 코미디라는 얘기다. 그래서 이제부턴 좀 더 현실적인 ‘인성교육’이란 게 어떤 역사적인 배경에서 등장했는지, 그리고 그게 학교 교육과정으로 들어올 땐 어떤 충돌이 생기는지, 그리고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인성..
4. 인성교육이란 이름의 폭력 ‘세월호 사건’과 ‘인성’ 사이엔 아무런 관련도 없음에도 교육으로 접근하면 ‘인성교육’과 같은 황당한 발상이 가능해진다. 교육만능주의에 기댄 인성교육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상담이 부족하여 아이들의 폭력성을 잠재우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상담교사 증원설’이 등장하고,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얘기하면 “잘못된 역사 교육으로 청년들 입에서 ‘헬 조선’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며 ‘역사교육 정상화’가 등장한다. 이런 식으로 ‘기-승-전-교육’의 패턴이 가능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교육만능론’이다. 교육에 대한 정의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강의식 수업과 주입식 수업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에는 ‘쇳물을 틀에 부어 제품을 만들 듯, 인간에게도 같은 것을 주입하면 같은..
3. 세월호 사건과 인성교육 우여곡절 끝에 향교문화관에 자리 잡고 앉을 수 있었다. 자세를 곧추세우고 나눠준 자료집을 본 후 한 바퀴 둘러본다. 6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강의실인데 아직도 많은 자리가 비어 있더라.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일까? 2시가 지나 드디어 然在쌤의 사회로 첫 번째 강의가 시작되었다. 그때 휙 둘러보니, 아까와는 달리 많은 자리가 빼곡하게 차 있더라. 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 순간만은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위안처럼 느껴졌다. 보통 이런 프로그램의 경우 직무연수로 인정되어 점수도 받고 연수시간도 인정되지만, 교컴 연수는 직무연수가 아니니, 순수하게 배우고자 하는 마음,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으로 참여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여기..
2. 교컴 겨울연수에 대한 기대 준규쌤과의 광화문에서 맛난 만남이 끝나고 어느덧 시간이 하루 이틀이 지나 수련회 일정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당연히 갈 생각이었지만, 정식으로 등록한 것은 아니기에 ‘정말 가도 되는 걸까?’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 전주에 내려 한옥마을을 걸어서 지나간다. 이젠 한복을 입고 여기저기 누비는 사람들을 보는 게 어색하지 않다.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길을 나서다 그래서 모임 당일 아침에 준규쌤께 “오늘 전주에서 하는 교컴연수 갈까 하는데 가도 되나요?”라고 확인 차 문자를 보냈고, 준규쌤은 “물론~ 오세요. 저는 군산공항에 2시 도착. 전주로 이동하면 3시 좀 넘겠네요”라고 답문이 왔다. ‘물론’이란 말에 안도했지만, 문자를 끝까지 읽고선 막막함에 한숨이 절로..
1. 건빵이 교컴 겨울 수련회에 참석한 까닭? 겨울이 끝자락에 걸려 서서히 봄이 다가온다는 사실이 체감으로 느껴지던 2월 20일에, 고향 전주에 다시 내려간다. 이미 2월 둘째 주에 설날이 있어서 전주에 다녀왔으니, 겨우 10일 만에 다시 가는 셈이다. 이건 나에게 있어선 아주 서프라이즈하고, 언빌리버블한 일이다. ▲ 유독 올 겨울엔 한파가 많이 찾아왔고, 남부지방엔 폭설이 내렸다. 설 다음 날 전주에 폭설이 오던 날에. 대화에도 맛이 있다 서울에 둥지를 틀었고 친구들도 거의 대부분이 서울에 자리를 잡게 되면서 집 안 행사가 있을 때나 전주에 갈 뿐, 웬만하면 내려가진 않게 되었다. 그런데도 이 날은 내려간 것이니, 당연히 그곳에 ‘숨겨 놓은 애인’이 있거나, ‘황금 두꺼비’가 있거나 하다고 생각할 만하..
목차 1. 비고츠키 강의를 듣기 전, ‘레드 썬!’ ‘헉’에서 ‘그까이꺼’로 신나게 달리는 후기를 바라며 동섭쌤과의 인연, 그리고 그 후 ‘박동섭MKⅡ’와 ‘좀 더 건빵다워진 건빵’의 재회! ‘모르는 게 약’이 되는 동섭쌤의 강의 2. 박동섭, 그를 조심 익숙한 낯섦, 그 속으로 발작적으로 떠오른 ‘박동섭, 그를 조심’이란 제목 메르스보다 무서운 바이러스는? 3. 정답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 정답을 원하세요? 유쾌! 상쾌! 통쾌! 결론은 박동섭, 그를 조심! 4. 혁신학교와 도그마 ‘학교를 혁신하자’라는 말이 지닌 폭력성 옳은 것조차도 절대권력이 되면 절대 부패한다 5. 거침없이 박동섭을 관통하라 맑시스트와 맑시안의 차이 맑시안들의 유쾌한 반란 동섭안이 되어 박동섭을 관통하라 움직이는 연구소, 동섭쌤을 축..
5. 거침없이 박동섭을 관통하라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우치다쌤이 글에서 밝힌 ‘맑시스트Marxist’와 ‘맑시안marxian’을 구분한 글을 인용했다. 맑시스트와 맑시안의 차이 맑시스트는 마르크스의 이론을 자신의 사상적 입장으로 해서 그 개념, 술어를 분석의 기본적인 도구로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반면에 맑시안은 마르크스의 지견을 이해하고 그 뜻에 경의를 품지만 그 술어와 개념을 분석을 위한 주요한 도구로서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맑시스트와 맑시안은 어떻게 다른가?」, 우치다 타츠루, 박동섭 역 ‘맑시스트’란 맑스의 사상을 자신의 입장에서 이해하여 그걸 그대로 추구하려는 사람을 말하며, ‘맑시안’은 맑스의 사상과 정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였지만, 거기에 매몰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사상..
4. 혁신학교와 도그마 글이란 쓰면 쓸수록 처음의 생각과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 글로 표현되기 전엔 머릿속에 사념으로 남아 있다. 그게 실재한 것인지 망상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걸 활자로 전환하는 과정 속에 간섭효과가 생기며 달라지게 된다. 그래서 처음엔 무겁지 않게 쓰려 노력했고 그게 첫 번째 글에선 나름 성공했다. 하지만 두 번째 후기는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무겁고 지리한 글이 되었다. 맘처럼 안 되는 게 인생만 있는 건 아니다. 글 또한 내 맘과는 자꾸 다르게 써진다. 세 편의 후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이 강의가 지향하는 바, 또는 동섭쌤의 특징을 어느 정도는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 걸음 더 들어가보도록 하자. ▲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다른 얘길 해줬다. "일이 먼저 있고 일을 하는..
3. 정답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 우리는 학교 교육을 받으며 정답이 있다고 배우며 살아왔다. 그래서 ‘정답이 없는 것’을 감내하며 버텨내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하지만 삶이란 게 알지 못하는 미지의 순간을 버티며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보니, 갑갑증이 일 수 밖에 없다. 그럴 때 우리가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은, 답을 쥐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거나, 답을 얘기하는 책을 읽거나 하는 것이다. ▲ 비고츠키하면 생각나는 내용. 이걸 보고 "그 얘기는 누구도 다 할 수 있는 얘기입니다. 그게 비고츠키의 전부가 아닌데~~"라고 했다. 정답을 원하세요? ‘자기계발서’란 정체불명의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힐링이란 이름의 강연에 사람이 꽉꽉 찬다. 그곳에 가면 답을 직접적으로 들어 갑갑한 마음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
2. 박동섭, 그를 조심 강의실엔 열기가 가득했다. 연수라고 하면 아무래도 점수를 채우기 위한 것이기에, 의무감으로 참석하여 시간만 때우게 된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무언가 알고자하는 열망이 강의실을 활활 달구고 있었으니 말이다. ▲ 강의실에 모인 선생님들. 모두 집중력 있게 강의를 듣고 있다. 익숙한 낯섦, 그 속으로 더욱이 놀라웠던 점은 연수를 받으러 오신 분들은 동섭쌤에 대해, 그리고 그가 연구한 비고츠키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다는 점이었다. 안양에서 강의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동섭쌤을 아는 분들이 강의를 요청했기에 하나보다(참통모임 같은 경우)’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와서 보니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두 가지 부분에서 동섭쌤이 어떻게 강의를 하는지 보고 ..
1. 비고츠키 강의를 듣기 전, ‘레드 썬!’ 얼굴엔 미소를 머금고 마음엔 어떤 흥분을 느끼며 손은 신나게 타이핑을 친다. 예전엔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되게 부담스러운 일이었고,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기에 한 줄, 한 문단을 써나가기가 힘들었다. 그도 그럴 듯이 나 혼자만 볼 생각으로 쓰는 글이라면 막 쓰면 되지만, 누군가와 함께 공유하기 위해 쓰는 글이라면 ‘나의 무식을 남에게 알리지 마라!’라는 부담감으로 쓸 수밖에 없다. ▲ 간단한 돌멩이 하나 던져진 데서부터 시작된다. 그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헉’에서 ‘그까이꺼’로 글을 쓴다는 게 고통의 대명사로 느껴지던 시기를 지나며 점차 알게 되었다. ‘누군가 시킨 것도 아니고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무에 그리 스트레스..
목차 1. 우치다 타츠루란 샘에서 길어 올린 물의 맛은? 우치다란 샘의 물을 긷다 우치다란 샘에 물은 없고 공허한 어둠만 있다 공허한 어둠 그 끝에, 풍부한 맛의 물이 있다 2. 선빵 통역으로 전달되는 유쾌한 혼란 우치다가 선사한 유쾌한 혼란 박동섭 교수의 선빵 통역에 대해 3. 모르기에 배운다 우치다쌤과 박동섭 교수의 공통점: 1. 전방위 지식인 우치다쌤과 박동섭 교수의 공통점: 2. 해답을 듣고 싶거든 점쟁이를 찾아가라 모르기에 배운다 인용 강의
3. 모르기에 배운다 그런 선빵 통역을 통해 우치다쌤의 말을 들으니, 한결 이해하기가 쉬웠다. 그러고 보니 우치다쌤과 박동섭 교수는 여러 부분에서 비슷한 분위기가 있음을 알겠더라. 지식인이란 점이,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담았던) 교육자란 점 그렇다. ▲ 전주 강연에서의 모습. 여기선 동아시아의 교육이란 거대 담론을 다뤘다. 우치다쌤과 박동섭 교수의 공통점: 1. 전방위 지식인 그런 직업적인 공통점 외에 성향적인 부분에서 두 가지 공통점이 눈에 띈다. 첫 번째는 전방위 지식인이라는 점이다. 우치다쌤에 대해서는 이번 후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전방위적인 지식인인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는 레비나스를 비롯한 유럽 철학자들의 책을 여러 권 번역했으며, 국제 정세에도 정통하고, 무도에도 깊은 조예가 ..
2. 선빵 통역으로 전달되는 유쾌한 혼란 그렇기에 난 이걸 ‘유쾌한 혼란’이라 정의하고 싶다. ‘혼란’을 수식하는 단어가 ‘유쾌’이기에 의아해 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지금의 솔직한 감정이고, 이 감정이야말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다. ▲ 싱크로율 200%의 선빵통역. 그 덕에 우치다란 샘의 물을 길을 수 있었다. 우치다가 선사한 유쾌한 혼란 예전에 고미숙씨의 책을 읽고 “난 이걸 ‘유쾌한 충격’이라 표현하고 싶다. 간혹 정말 좋은 책을 발견하고 읽을 때 이런 기분이 들곤 한다. 내 삶이 전복되는 듯한 느낌이 들고 내가 지금껏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허물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건 어찌 보면 나의 한계와 치부를 여지없이 들춰내는 것이니 불쾌할 만도 하지만 실상 기분은 나쁘지 않..
1. 우치다 타츠루란 샘에서 길어 올린 물의 맛은? 어느덧 길고 긴 후기의 마지막 편을 쓰게 되었다. 들어가는 글을 쓸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첫 글을 쓸 때 “이 글은 ‘박동섭-우치다 타츠루’를 담은 프롤로그격(모두 5편 내지 7편으로 진행될 예정)의 글이다”고 밝혔으니, 무려 28편이나 더 쓰게 된 셈이다. 그때만 해도 강연 당 2편 정도로 후기를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동아시아의 평화와 교육’은 다듬다 보니 내용이 늘어난 경우이고, ‘공생의 필살기’는 풀어내고 싶은 내용이 많아 저절로 늘어나며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다. 그만큼 기본적인 생각과 엇나가는 부분들이 많아 그걸 자기화하여 표현하려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 우치다 타츠루란 샘엔 어떤 물이 있..
목차 1. 집에서 별로 나가지 않는 인문학자가 들려주는 교육이야기 사람을 모이게 하고 시공간을 초월하게 하는 이야기의 힘 우치다 쌤의 별명과 그 이유 인문학자가 교육을 말한다는 것의 의미 2. 어디서도 듣지 못한 우치다 타츠루의 교육이야기 우치다의 책은 역설로 가득하다 들었지만 도무지 모르겠는 그의 강연 한 번도 듣지 못한 우치다의 이야기 START! 3. 체육을 잘하는 남자, 무도를 잘하는 여자 학교체육의 비밀 몸을 도구로 보느냐, 자연물로 보느냐 4. 아이를 심심하게 가만히 놔둬야 하는 이유 혼란 속으로 초대되다 자연과 대면할 때 지성은 극대화 된다 5. 호기심과 경이로움이 감수성을 발달시킨다 호기심과 경이로움으로 자신의 몸을 만나라 지성은 공생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감수성, 공생의 기본 조건 6. 공..
17. 질의응답 내 안의 싫어하는 부분도 내 부분 Q ‘공생의 필살기’의 첫 번째가 ‘자기 자아를 디자인하라’라는 말인데 그 아파트엔 자기가 좋아하는 자아도 있고, 싫어하는 자아도 있는데 싫어하는 자아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요? A ‘청소도 안 하고 아파트를 더럽혀서, 나갔으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이 들 때 그걸 중재하는 사람은 ‘같이 산 것도 인연인데 같이 살아야죠’라고 얘길할 겁니다. 억압하거나 아예 쫓아내기보단 같이 사는 게 낫습니다. 왜냐 하면 ‘구두쇠적인 면이 싫어’, ‘폭력적인 면이 싫어’라고 하면서 그런 부분을 거부하면 거부할수록 오히려 그런 면모들이 더욱 부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리하지 않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 영화 [아이덴티티]는 다양한 자아를 죽이고 전일한 주체가 된다..
16. 공생을 위한 학교의 역할 아무래도 지금껏 한국사회에서 살았고 이런 한국 사회의 모습을 당연한 듯 여기며 살아왔던 터라, ‘중요한 일은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말이 쉽사리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더욱이 지금처럼 청년실업이 100만(실제론 더 높을 것이다)에 이르러 ‘청년은 사회에서 쓸모없는 존재로 여겨지는 사회’에선 우치다쌤의 말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니 말이다. 사회 구성원으로 태어나 사회에 발 딛고 집단을 위해 일도 하고 무언가 자신의 가치도 활짝 펴면서 살고 싶지만, 사회에선 그러한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울분에만 빠져들어선 안 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어떤 사회냐에 따라 그 사회의 모습은 천차만별 달랐었고, 또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우치다쌤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 체험할 수 있..
15. 공생 능력을 키우는 방법 그 전까지의 내용을 통해 ‘몸과 정신이 각각 어떻게 공생의 조건이 갖추어지는가?’를 볼 수 있었고 또한 공생의 감각을 익히기 위해서는 ‘백색의 삶’이 아닌 ‘잡색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공생의 능력’은 어떤 노력을 해야만 길러지는 것일까? 이에 우치다쌤은 ‘공생의 능력은 자연히 길러진다’라고 힘껏 강조해준다. “저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상당한 노력을 해야지만, 그런 절치부심의 노력을 해온 예외적인 사람만이 공생의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발상 그 자체입니다”라는 선언이 그것이다. 공생이 하나의 중요한 기술이 되어 습득하고 익혀야만 하는 것이라면 애초에 인간 사회는 형성될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공생의 기술, 노력해..
14. 공생의 기술: 잡색의 삶 그 사람을 공감할 수 있으려면 역지사지를 하려 할 게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의 그런 특성이 나 자신에게도 이미 있다는 걸 알게 될 때, 비로소 공감하게 된다. 그것이야말로 너와 나를 완전히 나누어 생각하는 게 아니라, 바로 ‘나=너’라는 차이를 무화시키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내 안에 내가 모르던 내가 있다(우치다식 구렁덩덩신선비) 그러면서 재밌는 얘길 해주신다. 우치다쌤은 형이 있는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자기에게 여성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몰랐으며, 젊었을 때는 공격적이며 폭력적인 사람이었다고 고백하신 것이다. 하지만 삶의 반전은 그가 결혼하고 이혼했을 때 찾아온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바라는 것은 생리적인 현상의 해결과 안정적으로 자랄 수..
13. 공생을 위한 준비과정 먼 길을 돌고 돌아 드디어 우치다쌤의 이야기도 오부 능선을 넘어가고 있다. 정신과 육체를 나누어 사유하고, 심지어 정신은 단일하고 완벽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풍토에 ‘나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오래된 목조건물’이란 비유로 우치다쌤은 일격을 가했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가 끝난다면, 이런 비유를 든 의미는 퇴색되고 만다. ‘나란 다양한 자아가 모여 산다’는 말이 ‘공생’을 위한 실마리가 되기 때문이다. 반공생 - 내가 좀 더 가졌기에, 덜 가진 사람에게 준다 우치다쌤의 문제의식은 ‘어떻게 하면 약자에게 손을 내밀 수 있으며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단순히 ‘마음을 고쳐먹고, 약자에 대해 불쌍히 여기는 마음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답할 수도 있다. 그..
12. 나다움이란 신화를 깨부수다 우치다 타츠루쌤의 ‘나란 그 건물에 살고 있는 한 명의 주민이 아니라 목조건물 전체’라는 말을 듣자마자 바로 생각난 사람이 바로 장자였고, 저번 글에선 스승 자기와 제자 안성자유의 대화를 통해 어떤 부분이 겹치는지 조금 얘기하다가 중간에 멈췄었다. 그러니 이번 글에선 인용했던 장자의 내용을 모두 해석해보고 그게 우치다쌤이 말한 ‘나다움’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풀어나가 보도록 하겠다. ‘나다움’이란 신화를 한껏 비웃은 장자 스승은 ‘나는 나를 잃어버렸다吾喪我’라고 말을 함으로 나다움의 신화를 박살내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바로 퉁소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퉁소란 곧 사람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에게서 나는 소리라는 게 ‘자기다운 소..
11. 나다움에 대해 얘기하다: 우치다 타츠루와 장자 우치다쌤이 얘기하는 ‘자기답다’는 표현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내용과는 사뭇 다르기에 정신이 번쩍 들 수밖에 없었다. ▲ 윤태호 작가의 '미생'. 정신력만 중시하는 관습을 허물고 육체의 위계를 완벽하게 붕괴시키고 있다. 나란 건물에 살고 있는 한 명의 주민이 아닌 아파트 전체다 우치다쌤은 “제가 생각하는 자기답다는 말은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단 주택’ 같은 것입니다. 더러운 목조건물에 복도가 있고 문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조용히 사는 사람도 있고, 시끄러운 사람도 있고, 깨끗한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지 맘대로 하는 사람도 있는 공동주택이죠. 그 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깨끗한 사람과 더러운 사람이 싸우며 ‘저 사람을 쫓아..
10.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란 말이 빠뜨린 것 인문주의 시대란 중세를 꽉 누르고 있던 신이란 존재를 밀어내고 등장했다. 그렇다면 인문주의에선 신보단 사람이, 종교철학보단 인문철학이 더 강조될 수밖에 없다. 인문주의로 정신의 우월성은 더욱 부각되다 인문주의 시대의 포문을 연 사람은 당연히 데카르트이고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그의 말은 이제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명언 중의 명언이 되었다. 이 말은 ‘신만이 나를 증명할 수 있다’는 생각을 무너뜨리고, ‘나는 나 스스로 증명할 수 있다’며 인문주의의 문을 활짝 열어 재낀 것이다. 신을 통해 모든 것을 증명하려던 한계를 넘어 자신의 인식을 통해 나와 세상을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니 분명 진일보한 철학이라 할..
9. 정신과 육체를 분리하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다시 정리해보면, 몸은 나의 의지를 넘어선 타자이기에 몸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하며, 몸을 이해할 수 있을 때 오감이 열리고, 오감이 열리면 감수성이 발달하여 ‘공생’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 갖춰진다는 이야기였다. 아무 생각 없이 정신의 우월성을 이야기하다 하지만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몸은 극복이 대상이 아닌, 이해의 대상으로 받아들였다고 치자, 그렇다면 정신에 대해서는 어찌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그것이다. 우린 ‘승리는 선수들의 강한 정신력 덕분’이라는 축구 감독의 말을, ‘사람이 그렇게 일관성이 없어서 어떡해?’라는 다른 사람의 평가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 이 말속엔 ‘정신이 육체보다 우월한 것’, ‘정신은 분열되지 않고..
8. 반복이 만든 창의력 그런데 세 사람처럼 이런 식으로 반복적인 생활을 하는 것과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것 사이엔 어떤 상관관계가 있다는 걸까? 단순히 생각해보면 둘 사이엔 아무런 관련도 없어 보이기 때문에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미세한 감각이 살아날 때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다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관찰력이 생기고, 오감이 민감해진 후엔 무엇을 하려 하는 하는 걸까? 이에 대해 우치다쌤은 “반복적인 생활을 할 때 가장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생각이란 건 가장 미세한 꿈틀거림으로 느껴지는 것들입니다. 갑자가 뭔가가 떠올랐다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그 무엇이 바로 새로운 무엇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때 오감이 민감해져 있어야만 비로소 미세한 꿈틀거림을 낚아챌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7. 우치다 타츠루와 무라카미 하루키와 임마누엘 칸트의 공통점 우치다 타츠루, 무라카미 하루키, 임마누엘 칸트, 이렇게 세 사람에겐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재밌는 점은 그 공통점이 그들에게 창조적인 작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 공통점이란 과연 무엇일까?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 그 공통점이란 세 사람 모두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새벽 4시에 일어나 12시까지 글을 쓰고 12시엔 음악을 듣거나 조깅을 한 후에 다시 글을 쓴 후에 10시가 되면 잠을 잔다고 한다. 우치다쌤은 5시 30분에 일어나 합기도를 하고 오전활동을 시작한단다. 칸트는 늘 같은 시간에 같은 코스를 산책하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가 걸어가는 것을 보고 시간을 맞출 정도였다고 한다. 세 사람 모..
6. 공생의 필살기와 똥 누기의 공통점 ‘동아시아 평화와 교육’이라는 제목으로 전주에서 한 강연은 뭔가 거대한 얘기의 연속이라 오히려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쉬웠다. 나와 멀리 떨어진 사회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냥 ‘그런 일이 있었구나’라고 생각하니 거부감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공생의 필살기’라는 제목의 제주 강연은 나와 관련된 이야기며, 어떤 고정관념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쉽게 이해되지도 받아들여지지도 않았다. ▲ 두 강연은 한 사람에게 나왔지만, 나에겐 다른 강연처럼 들렸다. '공생의 필살기' 강연은 내면을 뒤흔드는 이야기~ 똥 누기와 교회 다니기의 차이점 이 두 강연을 들으며 사람은 어떤 거대한 것이나 외적인 것에 대한 얘기는 오히려 쉽게 받아들이지만, 나와 어떤 식으로 관련된 것..
5. 호기심과 경이로움이 감수성을 발달시킨다 ‘자연의 무질서함을 보고 그 안에 질서를 부여하게 될 때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이야기를 우치다샘이 굳이 하신 이유가 있다. 그건 바로 ‘외적 자연물을 보아도 이러한데, 내적 자연물인 몸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기 때문이다. 호기심과 경이로움으로 자신의 몸을 만나라 자연을 보고 불규칙 속에 규칙을 발견하는 몸부림은 예전처럼 도시화가 진행되지 않았을 땐, 자연히 습득되는 것이었다. 그땐 아이들이 학교에 갔다 와선 동네 어귀에 모여들어 밤까지 놀았고, 엄마의 “~~~야 밥 먹어라!”라는 소리에 맞춰 흩어지곤 했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자연을 관찰하고 그 안에 법칙을 발견하는 일은 일상다반사였던 것이다. 하지만 급속히 도시화가 진행되며 ‘교육일번..
4. 아이를 심심하게 가만히 놔둬야 하는 이유 무도의 속성이 나의 몸을 타자로 대할 수 있느냐, 그리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닌 상생의 존재로 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저번 후기에서 밝혔다. 그러다 보니 남자들처럼 경쟁이 체화된 존재들은 무도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혼란 속으로 초대되다 여기에 우치다쌤은 “좋은 직장을 다니거나, 사회적인 지위가 높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자기 몸을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자기 몸을 소유물이라 생각하니 맘껏 고통스럽게 하는 것입니다. 제가 열심히 무도를 가르쳤는데도 잘 되지 않으면 그 때 저에게 ‘제 몸이 말을 안 듣습니다’라고 하소연을 합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자기 몸이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도착倒錯적인 생각입니다.”라고 쐐기..
3. 체육을 잘하는 남자, 무도를 잘하는 여자 그럼 이제부터 우치다쌤의 ‘한 번도 듣지 못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개풍관이란 무도장을 운영하며 경험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보통은 남자가 힘이 세고 운동신경이 좋기 때문에 합기도를 빨리 배울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평균적으로 여자들이 훨씬 빨리 습득합니다.” 학교체육의 비밀 처음부터 핵펀치를 제대로 맞고 말았다. ‘이런 식의 상식을 뒤집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처음부터 얘기하는 건 반칙이지 말입니다’라는 불만이 절로 나온다. 나만 해도 그렇다. 미괄식에 매우 익숙해져 있고 논거를 쫘악 늘어놓은 다음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그런데 우치다쌤은 ‘요봐 이 사람아~ 뭘 그리 빡빡해! 그냥 말할 테니 편하게 들어’라고 말..
2. 어디서도 듣지 못한 우치다 타츠루의 교육이야기 우치다쌤의 책엔 지극히 일상적인 예화가 등장하고 아주 평범한 단어들이 쓰여 있다. 예를 들면 다음의 이야기 같은 것들이다. 운전학원 강사는 ‘다른 사람과 같은 수준에 도달했는가?’로 당신을 평가합니다. 반면 레이스 드라이버는 ‘다른 사람과 어떻게 다른가?’로 당신을 평가합니다. 그 평가를 실시하기 위해서 한쪽은 ‘이것으로 끝’이라는 도달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다른 한쪽은 ‘끝이라는 것은 없다’고 하면서 도달점을 소거시킵니다. 두 교사가 다른 점은 이것입니다. 네, 이것뿐입니다. -우치다 타츠루, 『스승은 있다』, 민들레출판사, 2012년, 35쪽 위의 내용은 운전면허 학원에서 운전을 가르쳐주는 것과 F1의 전설과도 같은 미하엘 슈마허Michael Sc..
1. 집에서 별로 나가지 않는 인문학자가 들려주는 교육이야기 20일엔 고베에서 비행기를 타고 인천으로, 인천에서 차를 타고 전주로 이동하여 강연을 했고, 21일엔 전주에서 차를 타고 광주로, 광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이동하여 강연을 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신출귀몰’이란 바로 이런 상황을 말하는 걸 거다. 나라와 나라를 이동하고, 도시와 도시를 이동하여 이야기를 한다. ▲ 인문학자이자, 무도인인 우치다 타츠루가 제주도에 왔다. 그의 강연 내용이 이제 시작된다. 사람을 모이게 하고 시공간을 초월하게 하는 이야기의 힘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지만, 우치다쌤의 언어는 박동섭 교수의 통역을 거쳐 강연장에 모인 이들에겐 마치 한국어로 강연을 듣는 것처럼 편안하게 다가온다. 강연 내용은 일상에서의 경험..
어제 전주에서 500명 대상으로 했는데, 광주를 거쳐 제주에 오고 김병주 주주주주가 겹치는 거다. 어젠 ‘동아시아 평화와 교육’이란 제목의 강연이었다. 어제 불만 섞인 표정으로 불만 섞인 지적을 한 사람이 있었어요. 그리고 앞에 앉은 분들 중에 ‘어떤 얘기를 하는지 지켜보자’라는 사람도 있었다. 중간에 일어서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역시 불만 중 한 사람이 일어서 “당신이 한 얘기는 무슨 얘긴지 하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역시 여선생님들은 달랐다. 웃어주는 선생님 중에 여선생님이 많았다. 여기에 오신 분들에게 최대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여러분이 태어나서 한 번도 듣지 못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우치다쌤은 교육학자가 아닌 인문학자이고 그렇기에 인문학자가 교육을 봤을 때 어떻게 볼 수 있는지 유심히 들..
목차 1. 우치다 타츠루는 어려워 우치다에게 배우다 이 남자 알고 싶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르고, 달려들다 2. 잘 모르더라도 그냥 배운다 모르기에 배우고, 알지 못하기에 그저 배운다 2년 동안 와신상담했으니, 이번엔 다르겠지 무엇을 기대했든 그 이하 고민하는 시간들, 헛되지 않으리 3. 우치다 타츠루에게 한 발 내딛기 배우려는 자가 한 발 내딛기를 해야만 비로소 배울 수 있다 두 번의 강연에서 난 한 발 내딛기를 하지 않았다 강연장에서 배우기 & 노검파일로 배우기 녹취록을 작성하며, 마침내 한 발 내딛기를 하다 건빵, 마침내 우치다 타츠루의 강연 후기를 쓰게 되다 4. ‘동아시아의 평화와 교육’이 뭣이 중헌디? 우치다에 맛들인 시간만큼, 자신감도 붙다 자신감은 부담감 앞에 흔적도 없이 사그라들어 ..
13. 질의응답 개성을 말살시키는 일본의 중등교육에 대해 Q 지금 일본에서 교육과 관련하여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일본의 경우 중등교육이 문제가 있습니다. 초등학교는 느슨한 편이고, 대학은 더 느슨한 편이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문제입니다. 교과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압력을 자꾸 주는 모양새입니다. 사춘기에 있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며 교육을 받다보면 스스로의 가치를 파괴당하게 됩니다. ‘집단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둘까?’와 ‘집단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를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집단과 동화할 것인지, 떠날 것인지 양자택일만 강요받는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양자택일을 강요받다 보니, 집단에 들어가지 않는 것을 ‘개성’이라 착각하게 됩니다. ‘너희들과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12. 교육의 이유, ‘닥치고 오픈 마인드’ 우치다 쌤은 ‘오감을 활짝 열 수 있는 교육환경이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야만 막상 위기상황이 왔을 때 최대한 빨리 감지할 수 있으며, 여러 사람들과 함께 ‘키메라적 신체’를 구성하여 위기를 신속하게 수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이 강연을 할 때마다 아이들이 신체감각에 민감해지도록 “춥네. 보일러를 좀 돌려볼까?”와 같은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신체 감각이 살아나야만 비로소 맘이 열릴 수 있으니 말이다. 살아남는 힘이 강한 아이는 수업 받는 것을 힘들어 한다 오감이 살아나 마음이 열렸다면, 다음 단계는 몸의 긴장을 풀고 몸을 개방하는 것이다. 이 말이 무슨 말인지는 각종 운동을 해본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수영을 처음 배울 ..
11. 우리에겐 한 명의 영웅이 아닌, 다양한 사람이 필요하다 사회든, 사람이든, 어른이든, 노인이든, 교사든, 학부모든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평상시의 가치관’을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강요하고, 그런 사람이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 모두 다 아이들을 위한다며, 자식을 위한다며 시작된다. 그렇게 '평상시의 가치관'은 공고해진다. ‘너 공부 열심히 안 하면 나중에 저렇게 된다’는 말의 의미 이런 상황은 『부산행』이란 영화에 적나라하게 나온다. 기차 화장실 문이 잠겨 있다며 승객들이 불만을 제기하자 직원은 화장실 문을 연다. 거기엔 노숙자가 잔뜩 겁에 질린 채 쭈그려 앉아 있는 거였다. 그 상황을 함께 지켜보던 버스회사 전무인 용석과 어린아이인 수안의 대화를 보면, 어떻게 아이들을 평상시의 가치관에 매..
10. 오감을 발달시켜야 하는 이유 사회적으로 ‘세상은 원래 그래’라고 압박하고, 경쟁제일주의를 고스란히 받은 부모들은 ‘다른 거 신경도 쓰지 말고 공부나 해’라고 조바심을 내며, 교육을 할 수 있는 주체인 교사들은 ‘시키는 대로 하면 돼’라고 모두 다 합심하여 열정적으로 ‘평시의 가치관(여기의 가치관)’에 매몰된 아이를 만들어간다. 이렇게 누구 할 것 없이 모두가 공범인 상황에서, 이와 같은 악순환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은 꽉 막혀있는 것처럼 보이기만 한다. 과연 우치다쌤이라고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을 알고 계시기나 할까? 불나방처럼 알기 쉬운 논리로 달려드는 사람들 이미 앞에서부터 여러 얘기를 하면서 이야기 자체는 다양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누구든 한계나 문제점을 지적하긴 쉽지만, 대안이나 해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