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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서설 - 업의 새로운 이해 본문

고전/불경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서설 - 업의 새로운 이해

건방진방랑자 2022. 3. 1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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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의 새로운 이해

 

 

싯달타라는 청년의 사유의 혁명은 바로 이러한 숙명론적이고 결정론적인 까르마를 자유의지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것으로 전환시켰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서 까르마를 윤리적 주체로서의 나의 자각의 계기로서 심화시킨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업의 전환은 최소한 윤리적 측면에서는 싯달타 뿐만 아니라, 챠르바카(Cārvāka 斫婆迦, 順世派) 쾌락주의자나 쟈이나교의 마하비라와 같은, 싯달타 당대의 모든 사상가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현세에 있어서의 나의 업이 나의 미래의 생존의 모습을 결정한다고 한다면, 나는 주체적으로 윤리적 행위, 즉 선업을 통하여 나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오늘의 나의 생존이 과거의 업의 결과라 해도, 그것은 체념이 아닌 끊임없는 자각과 반성의 계기를 심화시키는 것이며, 우리는 나의 업으로 인하여 생겨날 미래의 모습에 대한 희망 속에서 오늘의 나의 행동을 주체적으로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즉 업이 있기에 인간은 선해질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업은 구원한 미래에 대한 기대 속에서 내가 현세적으로 윤리적 행위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윤리적 근거이다. 이것은 뭐 대단한 지식인에 대한 멧세지가 아니라, 윤회를 믿는 평범한 선남선녀에게 던지는 희망이다. 미혹[]과 번뇌에 기초한 업() 때문에 고통[]스러운 생존이 반복된다. 이 혹()과 업()과 고()의 순환적 인과고리를 불교용어로 업감연기(業感緣起)라고 부른다. 우리는 바로 업으로 인한 끊임없는 고통스러운 생존이 있기 때문에 바로 이 고통스러운 생존을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으로부터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바로 업을 통하는 길밖에는 없다.

 

오늘의 나의 윤리적 결단으로 나의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것이다. 비록 수드라(sūdra)나 불가촉천민(untouchables, harijan)으로 태어났다 할지라도 선업을 쌓음으로써 미래에는 더 훌륭한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업으로 인해 윤회가 있고, 윤회가 있기에 해탈이 있을 수 있다. 해탈의 본래적 의미는 업의 윤리적 맥락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200218일 나이란쟈나(Nairañjanā, 尼連禪河, 니련선하 혹은 니련하로 한역됨) 강을 처음 쳐다보았을 때 나의 머리를 스치는 단상들은 이러한 것들이었다. 내가 지금 말한 목샤, 삼사라, 까르마라는 세 개의 기둥은 이 강에서 목욕을 했을 35세의 청년 싯달타에게 주어진 일상적 가치였다. 그것은 그 인도청년에게 선택된 가치가 아니라, 그가 단순히 인도인이었기에 주어져 있던 가치였다. 다시 말해서 그러한 그의 삶의 가치는 주체적인 선택을 통해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주어진 매우 일상적인, 보편적인 가치였다.

 

우리는 인도라는 문화적 맥락을 빼놓고, 고타마 싯달타가 마가다말을 했으며, 산스크리트어나 팔리어를 이해했을 역사적 인물이라는 사실을 빼놓고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이 그의 창안이며, 불교 고유의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에게 있어서 해탈의 지향이나, 고행의 감내는 당대의 뜻있는 청년들이 행했던 일상적 체험이었던 것이다. 싯달타라는 청년은 이러한 일상적 체험에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그에게 주어진 일상적 가치를 전혀 새롭게 해석해내야만 했다. 싯달타를 통한 불교라는 새로운 종교운동의 출발은 바로 인도라는 문화적 가치의 혁명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혁명은 오늘날까지도 인도사회에 수용이 되고 있질 않은 것이다. 싯달타의 역사는 끊임없는 혁명과 좌절, 영광과 오욕의 역사였다.

 

이러한 혁명의 최초의 계기가 바로 고행의 극단에서 깨달은 중도(中道)의 자각이었다

 

 

 싯달타의 대각의 땅, 보드가야로 가는 길

 

 

인용

목차

금강경

반야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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