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1/09/15 (18)
건빵이랑 놀자
저자 6. 주역과 중용의 공통점 학문의 기본은 정확한 이해와 비판력이다 우리나라 학자들에겐 이런 기본적인 텍스트 크리티시즘이 없어요. ‘못난 놈이나 고증학을 하는 것이지 우리는 사상만 가르친다.’라고 하는데, 사실 텍스트 크리티시즘이야말로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지 않으면 못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 고전학자 중에서 텍스트 크리티시즘을 할 필로로기(Philology, 문헌학)의 능력을 갖춘 놈들이 없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시시한’ 고증학은 안 한다는 풍조 속에서 텍스트 크리티시즘에 대한 논문은 하나도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이게 우리나라 학문의 유치함입니다. 그러면서 일본학자들 보고 그놈들은 맨날 요렇게 조렇게 텍스트가지고 떠든다고 비판을 일삼죠. 그러나 텍스트 ..
저자 5. 천지 코스몰로지 통일제국의 생각이 반영되어 있기에, 자사작은 아니다 자, 28장에 ‘금천하 거동궤 서동문 행동륜(今天下 車同軌 書同文 行同倫)’이란 말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아스팔트가 없었으므로 비가 오면 수레바퀴 자국이 깊게 남습니다. 그 바퀴사이의 너비가 안 맞는 마차는 그 길로 다니기가 힘들죠. 그래서 수레바퀴를 높이고 바퀴와 바퀴사이의 간격을 통일해서 수레바퀴가 많이 빠져도 쉽게 다닐 수 있게 했습니다. 옛날 길은 길 자체가 모두 철도(Rail Road)입니다. 즉 흙이 파여서 레일이 생긴 것이지요. 그래서 진시황(B.C 259~210)이 수레의 통행을 수월하게 하려고 이 제국에 존재하는 모든 수레바퀴간 너비를 얼마로 한다하고 결정해 버린 거예요. 그리고 이 거동궤(車同軌)가 이사(李斯..
저자 4. ‘중용경(中庸經)’과 ‘성경(誠經)’으로 나뉜다 한 편의 글이 단일하지가 않다 지난시간에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에서부터 ‘솔성지위도 수도지위교(率性之謂道, 修道之謂敎)’로 대표되는 『중용(中庸)』 1장은 도저히 자사의 작품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중용(中庸)』이 훨씬 후대의 이론인 맹자(孟子)의 성선설(性善說)이나 순자의 성악설(性惡說)을 포괄한 문제의식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중용(中庸)』의 중화(中和)사상은 맹자(孟子)와 순자의 진테제(Synthese)로서 나온 것으로, 통일된 제국의 운영원리가 요청되는 그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중용(中庸)』의 1장은 대단히 문제가 많아요. 자 보세요. 1장은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으로..
3. 네이춰(Nature)와 너춰(Nurture) 『도덕경(道德經)』을 『도경(道經)』과 『덕경(德經)』의 합본이라고 한다면 『중용(中庸)』도 『중용경(中庸經)』과 『성경(誠經)』의 합본이라고 할 성격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일차적으로 『중용(中庸)』이라는 텍스트의 성격을 알아야 한다. 루돌프 불트만(Rudolf Karl Bultmann)이 공관4복음의 전승에 양식사학(Formsgeschichte)이라는 궁켈의 방법론을 적용하여 비신화화라는 새로운 학문을 개척했듯이 『중용(中庸)』이라는 고전도 일차적으로 양식에 따라 분해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중용(中庸)』 제1장의 특수성을 이러한 전체적 텍스트의 이해 위에서 조감하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성(性)과 습(習) 지난 시간에 소개 했던 『프로이디안 프..
저자 2. 자사가 지을 수가 없다 『중용(中庸)』의 단행본화는 주희 이전에 이미 있었다 사서(四書) 이전에 『중용(中庸)』이 『예기(禮記)』에 있었다는 것과 따로 떨어져 있었다는 것은 어떠한 점이 다를까요?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은 『중용(中庸)』에 대한 별도의 주석본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누가 『예기(禮記)』에 주석을 할 적에 『중용(中庸)』에 관한 것이 예기 중의 일부분으로는 있을 수 있어도 독립적인 주석은 거의 없는 것입니다. 『논어(論語)』는 한나라 때부터 계속 독립적으로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주석이 축적되어왔지만 『중용(中庸)』은 비교적 주석이 없어요. 『중용(中庸)』은 주자가 맨 처음으로 끄집어낸 것은 아니고 이미 주자 이전에도 단독본으로 조금씩 유명해지기는 했습니다. 『수서(隋書)..
저자 1. 자사 저작설의 두 가지 근거 중용은 중간이 아닌 평형 『중용(中庸)』이란 책에서 ‘중(中)’이란 개념은 영어의 중간(Middle)이 아니고 평형(equilibrium)이란 말입니다. ‘용(庸)’은 범용하다는 뜻이고 ‘공통성(commonality)’, ‘보통(mediocrity)’으로 번역하기도 하는데 그저 그렇다는 뜻이죠. ‘He is a mediocrity’라고 하면 똑똑하지도 않고 바보스럽지도 않은 그저 그런 사람을 뜻합니다. 실존주의도 보면 항상 일상성(Taglichkeit)을 말합니다. 『중용(中庸)』에 대한 정의는 앞으로 더 생각해봅시다. 보통 『중용(中庸)』을 공자(孔子)의 손자인 자사(子思)가 지었다고 하는 설(說)은 사마천의 『사기(史記)』와 공자의 8세손인 공부(孔駙)가 공씨 ..
서설 10. 고전학을 공부하는 이유 해 아래 새 것은 파워가 없다 완전히 쌩으로 새 것이 나온다고 하면, 불가능할 거야 없지만 힘들고 또 누가 알아주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고전은 어떤 의미에서 업보예요. 왜냐하면, 글을 쓸 때에도 『중용(中庸)』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하면 근사하게 생각하고, 쌩으로 김용옥 얘기다 하면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대중을 움직이기가 어렵다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 고전으로 가는 것입니다. 이유는 아주 단순해요. 더 센 게 있으면 해도 됩니다. 그렇지만 서태지 정도 가지고는 안 됩니다. 서태지는 아주 센세이셔널(sensational)하고 자기 메시지도 있고 텍스트도 있으며 매체도 있습니다. 랩송은 아주 새로운 것이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나도 ‘전혀 새..
서설 9. 주희의 사서운동(四書運動) 주희, 「대학」과 「중용」을 장구화하다 그 사람들에게는 엄청나게 잘못되어가는 문명을 바로잡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새 문명을 만들어야겠다는 근본적인 걱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한 대응방법으로 아주 강력한 윤리주의를 들고 나오게 된 것입니다. 『중용(中庸)』의 첫머리에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게 무슨 뜻입니까? 주자가 이것저것 고민하면서 십삼경(十三經)을 들여다보다가 『예기』 31장에 있는 『중용(中庸)』의 첫머리를 보고 쇼크를 받은 거예요. 하늘(Heven)이 명령하는 것, 그것이 성(性)이라는 거예요. 이때 주자의 눈에 들어온 성(性)이란 것은 인간의 도덕적 본성(moral nature)입니다. ‘하늘이 인간에게 도덕성을 이미 부여했..
서설 8. 안타깝게 송나라를 바라보던 주희의 눈망울 송나라에서 적폐로 인식된 불교 그러나 침투한 문명 중 핵심적인 것은 불교였고 그것이 중국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종교이든지 방식이 다를 뿐, 결국 그 주제는 ‘구원’일 수밖에 없습니다. 불교에서는 그 구원의 방식이 문명으로부터의 벗어남인 해탈(解脫, enlightenment)이라고 주장합니다. 불교가 말하는 해탈이라는 것은, 인간세의 모든 것이 고(苦, 一切皆苦)이고 그 고(苦)는 집착[執]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고(苦)’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세의 일에 대한 집착을 끊는[滅執]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이라는 것은 윤리로부터 근본적으로 벗어나버린다(transethical)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윤리적..
서설 7. 당송에 침투한 불교 주희, 불교에 의해 만들어진 수당(隋唐) 문명에 위기감을 느끼다 주희가 사서(四書)를 만들 때 사경(四經)이라는 말을 써도 안 될 것은 없으나 사서(四書)라는 말을 썼어요. 당시에 서(書)라는 것은 ‘쓴다’는 포퓰라(popular)한 의미입니다. 그러나 서(書)라고 해서 결코 경(經)보다 낮은 의미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사서삼경(四書三經)이라는 말은 전 시간에 말했듯이 조선시대에 언해본이 나오면서 과거(科擧)와 관련해서 생겨난 말입니다. 경(經)에 대해서 서(書)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십삼경(十三經) 안에 사서(四書)는 다 들어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사서삼경(四書三經)이라는 말을 잊어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원래 사서삼경이라는 말은 없는 거니깐요. 주자라는 ..
서설 6. 마왕퇴 『노자(老子)』의 발견과 중국을 휩쓴 불교 마왕퇴 『노자』 발굴이 보여준 고문헌의 정밀성 동서문명이 경전화(canonization) 사업을 벌인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중국문명이 서양보다 훨씬 빠르고 방대하며 더 정확합니다. 얼마 전에 마왕퇴(馬王堆)의 한묘(漢墓)에서 B.C. 190년경의 백서(帛書)들이 발견되었는데, 문헌학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이 사건은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공룡 연구학자가 쥬라기 공원에 가서 살아있는 공룡을 보았을 때 감격하는 장면과 비견할 수 있는 사건으로서, 눈물을 줄줄줄 흘릴 만한 엄청난 사건이 터진 것이죠. 노자 텍스트만 보더라도 B.C. 5세기 정도부터 계속 베껴서 내려 온 것이니 그 원본은 고사하고 그 당시 널리 읽혔던 책과 요즘 우리가 보는 책과는 ..
서설 5. 『예문지(藝文志)』와 정경화 한나라, 잡다한 도서를 정리하여 『예문지』를 만들다 한나라의 성제(成帝)가 유향(劉向, BC 77~ BC 6)이라는 사람에게 기존의 서적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맡겼다는데 유향은 책들을 교감(校勘)하여 편목을 조목조목 나누고 그 대의(大義)를 기록하여 『별록(別錄)』을 만들었습니다. 유향이 이 방대한 작업을 하다가 죽자 아들인 유흠(?~23)이 그 작업을 계승하여 중국 최초의 도서 분류 목록인 『칠략(七略)』을 완성하고(略이란 분류기준을 말함), 이 『칠략(七略)』에 근거하여 만든 것이 유명한 반고(班固, 32~92)의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입니다. 『한서(漢書)』는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와 더불어 중국 최고의 정사(正史)이죠. 이 「예문지(藝文..
서설 4. 분서갱유가 촉발한 금고문논쟁 진시황의 분서갱유와 고전(古典)의 운명 그런데 ‘경(經)’, ‘오경(五經)’이라는 말은 춘추전국시대에는 없었던 말이며, ‘오경’이란 말은 한대(漢代)에 생겨난 것입니다. 전국시대에서 한대로 넘어오는 데 가장 거대한 사건이 바로 진시황의 중원 통일입니다. 진시황이라는 인물은 분열되었던 춘추전국시대를 끝낸 놈으로서 진시황은 서양으로 말하면 줄리어스 시이저와 비슷한 사람인데, 중국에 최초로 제국(empire)을 만들었습니다. 제국의 특징은 거대한 제국의 영토를 중앙집권제로 통치하는 것입니다. 즉 분권화(localized)되었던 모든 체제가 집권화(centralized)된다는 거예요. 진시황 밑에는 이사(李斯)라고 하는 아주 걸출한 사상가이자 탁월한 지략가가 있었습니다. ..
서설 3. 인간 세계를 이루는 두 축, 예(禮)와 악(樂)② ▲ 사람은 군집하여, 집단을 이루어 살아가야 하기에, 예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여타 동물과 다른 존재로 발돋움하게 하는 악(樂) 인간은 자유의지(free will)를 가진 동물입니다.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유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식물은 추위가 오면 잎이 떨어져야지 안 떨어지겠다고 폼 잡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이처럼 식물은 자유의지가 없어요. 자연의 변화에 대해서 그대로 반응(Reaction)을 하는 겁니다. 소나무도 독야청청(獨也靑靑)한다고 하지만 성격이 다를 뿐 변화를 그대로 다 받아요. 추우면 추운데 따라서 거기에 맞게 조절(adjust)을 합니다. 나무를 잘라보면 나이테라는 것이 있는데 추울 때 성장한 부분과 더울 때 성..
서설 2. 인간 세계를 이루는 두 축, 예(禮)와 악(樂)① 중국 고문헌으로 확실히 인정할 수 있는 『시경』과 『서경』 하지만 중국문명은 그렇게 하지 않고 각기 따로따로 경전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육예(六藝)에 관한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내가 보기에 중국의 문헌으로서 가장 확실하게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시경(詩經)』과 『서경(書經)』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이런 것을 증명하기 위해 복잡한 고증을 해야 하겠지만 『시경(詩經)』이라는 것은 원시적인 노래들의 모음(collection)입니다. 『시경(詩經)』은 선집의 형식(Anthological form)이기 때문에 이것은 고문명(古文明)의 잔재를 상당히 분명하게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사 내용은 약 B.C 700년경에 사용되었던 언어문자를 ..
서설 1. 중국에는 ‘사서삼경’이란 말이 없다 “고전을 모르는 자는 학문에 들어갈 수 없다. 고전은 경(經)이다. 경(經)을 이해하는 첫 관문은 경(經)의 성립과정을 아는 것이다. 경(經)의 역사를 우리는 경학사(經學史)라고 한다. 경학사(經學史)를 통해 우리는 비로소 경이라는 텍스트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서삼경(四書三經)』이 아닌, 『오경(五經)』이나 『십삼경(十三經)』으로 불러야 한다 우리 한국 사람들이 중국고전에 대해서 제일 많이 쓰는 말이 사서삼경(四書三經)이란 말이며, 여러분들도 사서삼경이란 말을 제일 많이 들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사서삼경을 중국의 대표적인 고전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중국 사람들에게는 사서삼경이란 말이 없습니다. 굉장히 우스운 일이지만 중국에 가서 중국학생..
나의 길을 걷다가 중용의 길과 마주치다 길이 있다. 그 누구도 걸어간 적이 없는 길과 많은 사람들이 걸어서 반들반들 닦여진 길. 어느 길로 가든 내가 원하는 곳에 갈 수는 있을 것이다. 모든 길은 이어지고 통한다는 걸 아니까. 단지 시간이 많이 걸리느냐, 조금 걸리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 차이라는 게 근시안적으로 보면 거창한 것처럼 보일 테지만, 실상 따지고 보면 별 거 아닌 거라는 생각도 든다. 어떤 삶이든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한다면 말이다. 더욱이 그렇게 나만의 길을 만들며 돌아가는 것이 그 자신에게는 가장 빠른 길일지도 모르고, 만들어 가는 과정 속에 인생의 다른 의미도 느끼게 될지도 모르니까. 고로, 어느 길을 선택하건 그건 곧 자신의 길이라 표현할 수 있다는 말씀. 이쯤 되면, ..
대학(大學) 목차 주자대학장구(朱子大學章句) 대학장구서(大學章句序)전문(全文)經 1章(蓋孔子之言而曾子述之)三綱領知止而后有定 ~ 慮而后能得物有本末 ~ 則近道矣八條目物格而后知至 ~ 國治而后天下平自天子以至於庶人壹是皆以修身爲本其本亂而末治者 ~ 未之有也傳 1章(釋明明德)克明德顧諟天之明命克明峻德皆自明也傳 2章(釋新民)苟日新日日新又日新作新民周雖舊邦其命維新是故君子無所不用其極傳 3章(釋止於至善)邦畿千里惟民所止緡蠻黃鳥 ~ 可以人而不如鳥乎穆穆文王 ~ 與國人交止於信瞻彼淇澳 ~ 民之不能忘也於戱 ~ 此以沒世不忘也傳 4章(釋本末)聽訟 ~ 此謂知本此謂知本(程子曰衍文也)傳 5章(蓋釋格物致知之意而今亡矣)此謂知之至也補闕章, 補亡章, 補格物致知章傳 6章(釋誠意)所謂誠其意者 ~ 故君子必愼其獨也小人閒居爲不善 ~ 故君子必愼其獨也十目所視 ~ 其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