少年歎息而答曰: “不言姓名, 其意有在, 君欲强之, 則告之何難, 而所可道也, 言之長也.”
愀然不樂者久之, 乃曰: “僕姓金, 年十歲, 能詩文, 有名學堂, 而年十四, 登進士第二科, 一時皆以金進士稱之. 僕以年少俠氣, 志意浩蕩, 不能自抑. 又以此女之故, 將父母之遺體, 竟作不孝之子, 天地間一罪人之名, 何用强知? 此女之名雲英, 彼兩女之名, 一名緣珠, 一名宋玉, 皆故安平大君之宮人也.”
生曰: “言出而不盡, 則初不如不言之爲愈也. 安平盛時之事, 進士傷懷之由, 可得聞其詳乎?”
進士顧雲英曰: “星霜屢移, 日月已久, 其時之事, 汝能記憶否?”
雲英答曰: “心中畜怨, 何日忘之? 妾試言之, 郞君在傍, 補其闕漏.”
해석
少年歎息而答曰:
이에 소년은 대답했다.
“不言姓名, 其意有在,
“성명을 말하지 아니함은 어떠한 뜻이 있어서 그러한 것인데,
君欲强之, 則告之何難,
당신이 강제하고자 한다면 알려드리는 것이 어찌 어렵겠냐 만은,
而所可道也, 言之長也.”
사정을 말로 하자면 장황합니다.”
愀然不樂者久之, 乃曰:
그리고는 수심 가득한 얼굴로 한참 있다가 말했다.
“僕姓金, 年十歲,
“저의 성은 김(金)이라 하며, 나이 14세에
能詩文, 有名學堂,
이미 시문에 숙달하여 학당(學堂)에서 이름이 유명하였고,
而年十四, 登進士第二科,
14세의 진사(進士)에 제이과에 올라,
一時皆以金進士稱之.
그 때부터 모두 김 진사라 부릅니다.
僕以年少俠氣, 志意浩蕩, 不能自抑.
제가 어린 나이에 기상이 호협하여 호탕한 마음을 능히 억누르지 못하였고,
又以此女之故, 將父母之遺體,
또한 여인 때문에 부모의 유체를 받들고서
竟作不孝之子, 天地間一罪人之名,
마침내 불효의 자식이 되어 천지간의 한 죄인이 되었으니,
何用强知?
어찌 강제로 알아서 쓰겠습니까?
此女之名雲英, 彼兩女之名,
이 여인의 이름은 운영(雲英)이요, 저 두 여인의 이름은
一名緣珠, 一名宋玉,
하나는 연주(緣珠)요, 하나는 송옥(宋玉)이라 하는데,
皆故安平大君之宮人也.”
다 옛날 안평대군의 궁인이었습니다.”
生曰: “言出而不盡,
류생이 말한다. “말을 하다가 다하지 아니하면
則初不如不言之爲愈也.
처음부터 말을 하지 않은 것만 같지 못합니다.
安平盛時之事, 進士傷懷之由,
안평대군의 전성기의 일이며 진사가 상심하는 까닭을
可得聞其詳乎?”
자세히 들을 수 있겠소?”
進士顧雲英曰:
진사는 운영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星霜屢移, 日月已久,
“성상(星霜)이 여러 번 바뀌고 일월이 오래 되었으니,
其時之事, 汝能記憶否?”
그대는 그때의 일을 기억할 수 있겠소?”
雲英答曰: “心中畜怨, 何日忘之?
운영이 답했다. “가슴 속 깊은 원한을 어느 날인들 잊겠습니까?
妾試言之, 郞君在傍,
제가 이야기할 것이오니, 낭군님이 옆에 있다가
補其闕漏.”
빠뜨리는 것을 보충해주소서.”
인용
1화: 수성궁과 근처 모습의 묘사
7화: 안평대군에 대한 운영의 평가
8화: 비해당에 모인 거필들
10화: 궁녀들에게 시를 짓게 하고 그에 따라 포폄하다
11화: 안평대군이 궁녀들에게 시를 짓게 하다
12화: 10명의 궁녀들이 지은 시
13화: 안평대군 운영의 시에서 그리움의 감정을 알아채다
14화: 마음을 간파당한 운영의 대처
15화: 소옥이 운영의 마음을 읽어내다
16화: 의심을 해명하기 위해 시를 지은 운영
17화: 뭇 문인들이 궁녀들의 시를 성당의 시라 평가하다
18화: 성삼문, 궁녀들의 시를 평가하다
21화: 대군, 김진사를 만난 자리에 궁녀들을 대동케하다
22화: 김진사, 시의 종장(宗匠)을 평하다
23화: 김진사, 두보를 평가하다
24화: 김진사의 시재(詩才)에 반한 안평대군
25화: 김진사의 붓에서 튄 먹물에서 영광스러움을 느끼다
26화: 운영, 김진사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해 애태우다
27화: 김진사의 시를 본 묵객들의 초대로 다시 찾아오다
30화: 편지를 전할 방법을 찾기 위해 무녀를 찾아가다
32화: 김진사의 침착한 마음에 무녀도 도와주기로 하다
33화: 무녀가 운영에게 편지를 전해주다
35화: 서궁으로 가게 된 운영, 어떻게 김 진사를 만날까
36화: 자란이 알려준 방법
37화: 사실을 알고 놀려먹는 비취
39화: 빨래터를 정하기 위한 궁녀들의 설전 – 궁녀이기에 말할 수 없었던 불행
40화: 자란의 가슴 절절한 얘기에 소옥이도 따르기로 하다
41화: 부용이의 딴지걸기
42화: 완사행사에 빠지겠다는 보련의 발언
43화: 금련마저 구설수가 날까 두려워하며 완사행사에 빠지겠다고 하다
44화: 운영과의 인연에 대한 비경의 발언
45화: 운영의 상사병에 대한 간절한 이야기
46화: 소옥은 운영을 따르기로 하다
47화: 자란을 믿고 따르겠다는 4명의 궁녀들
48화: 드디어 두 사람이 함께 만나다
49화: 궁녀가 되기까지
50화: 궁녀가 된 이후의 파란만장한 삶
51화: 궁녀의 한계에 대한 술회
52화: 김진사와의 첫 만남에 대한 술회
53화: 친구들의 놀림이 가득한 시를 받고도 기분 나쁘지 않네
54화: 운영, 김 진사에게 서쪽 궁궐에서 기다리겠다고 말하다
56화: 노예 특이 만들어준 사다리와 털버선
58화: 꼬리가 길수록 잡히는 법이기에 특이 알려준 방책
59화: 특의 계책으로 도망갈 채비를 마치다
60화: 특의 간교한 계책
62화: 불길한 느낌을 운영에게 말하다
63화: 운영, 특을 의심하다
65화: 안평대군, 결국 눈치 까다
66화: 죽으려는 운영과 말리는 궁녀들
67화: 사랑했지만, 그럴 수 없어 서로 시름시름 앓아가다
68화: 진사에게 이별을 고하는 운영의 편지
70화: 특이가 간교한 계책으로 진사를 속이다
71화: 특이의 계책을 간파하다
72화: 궁지에 몰린 특이가 궁궐 근처에서 진사를 음해하다
73화: 운영과 친하던 다섯 명의 궁녀들이 죽을 고비에 처하다
74화: 은섬의 대답내용
75화: 비취의 대답내용
76화: 자란의 대답내용
77화: 옥녀의 대답내용
78화: 운영의 대답내용
79화: 운영, 결국 자살하다
80화: 죽은 운영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특을 통해 사찰에서 예식을 드리게 하다
81화: 또 배신을 때린 특이
82화: 마지막까지 거짓말로 진사를 우롱하다
83화: 특이의 만행을 알게 되다
84화: 부처님께 간절히 빌어 특이는 인과응보를 받게 되다
85화: 김진사와 운영이 지상에 내려온 이유
86화: 천상의 사람이라 밝히다
88화: 김진사와 운영이 마지막으로 지은 시
89화: 꿈속 여행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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