妾起而謝曰: “宮人甚多, 恐有囑喧, 不敢開口, 今承悃愊, 何敢隱乎? 上年秋, 黃菊初開, 紅葉漸凋之時, 大君獨坐書堂, 使侍女磨墨張縑, 寫七言四韻十首.
小童自外而進曰: “有年少儒生, 自稱金進士見之.” 大君喜曰: “金進士來矣.”
使之迎入, 則布衣革帶士, 趨進上階, 如鳥舒翼. 當席拜坐, 容儀神秀, 若仙中人也. 大君一見傾心, 卽趨席對坐.
進士避席而拜辭曰: “猥荷盛眷, 屢辱尊命, 今承警咳, 無任悚恢.”
大君慰之曰: “久仰聲華, 坐屋冠盖, 光動一室, 錫我百朋.”
進士初入, 已與侍女相面, 而大君以進士年少儒生, 中心易之, 不令以妾等避之.
大君謂進士曰: “秋景甚好, 願賜一詩, 以此堂生彩.”
進士避席而辭曰: “虛名蔑實, 詩之格律, 小子安敢知乎?”
해석
妾起而謝曰: “宮人甚多,
저는 일어나 사례하며 말했습니다. “궁인이 하도 많아
恐有囑喧, 不敢開口,
누가 엿들을까 두려워 말을 못하겠거니와,
今承悃愊, 何敢隱乎?
네가 지극한 우정으로 묻는데 어찌 감히 숨기랴.
上年秋, 黃菊初開, 紅葉漸凋之時,
지난 가을 국화꽃이 피기 시작하고 단풍잎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
大君獨坐書堂, 使侍女磨墨張縑,
대군께서 홀로 서당에 앉아, 시녀들에게 먹을 갈고 비단을 펼치게 하고는
寫七言四韻十首.
칠언 사운 10수를 베껴 쓰시고 있었지.
小童自外而進曰: “有年少儒生,
이 때 동자가 들어와 말했습니다. ‘나이 어린 유생이 있어
自稱金進士見之.”
자칭 김진사라 하는데 대군을 뵈고자 합니다.’
大君喜曰: “金進士來矣.”
대군께서 기뻐하시며 말했습니다. ‘김진사가 왔구나.’
使之迎入, 則布衣革帶士,
그를 맞이하며 들어오게 하니 선비는 베옷을 입고 가죽띠를 맸는데,
趨進上階, 如鳥舒翼.
나아가는 모습과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새가 날개를 펴는 듯했습니다.
當席拜坐, 容儀神秀, 若仙中人也. 大君一見傾心,
대군은 한 번 보고 마음을 기울여
卽趨席對坐.
곧 자리를 옮겨 마주 앉았습니다.
進士避席而拜辭曰:
진사가 자리를 피하여 절을 하서 아뢰었습니다.
“猥荷盛眷, 屢辱尊命,
“외람되게 많은 사랑을 입고 존명을 욕되게 하고,
今承警咳, 無任悚恢.”
이제야 인사를 올리게 되오니 황송하기 말할 수 없사옵니다.”
大君慰之曰: “久仰聲華, 坐屋冠盖,
대군은 위로하며 말씀하셨습니다. “오랫동안 명성을 사모하다가 집에서 갓을 마주하고 앉으니,
光動一室, 錫我百朋.”
빛이 방안에 움직여 이는 나에게 백 명의 벗들을 주심입니다.”
進士初入, 已與侍女相面,
진사가 처음 들어올 때에 이미 저희와 대면을 하였지만
而大君以進士年少儒生, 中心易之, 不令以妾等避之.
대군은 진사가 나이가 어리고 착하므로 저희로 하여금 피하도록 하지도 않았습니다.
大君謂進士曰:
대군이 진사님을 보고 말씀하셨습니다.
“秋景甚好, 願賜一詩,
“가을 경치가 매우 좋으니, 원컨대 시 한 수를 지어
以此堂生彩.”
이 집에 광채가 나도록 하여 주오.”
進士避席而辭曰:
진사가 자리를 피하고 사양하며 말했다.
“虛名蔑實,
“허황한 이름이 사실을 가렸군요.
詩之格律, 小子安敢知乎?”
시의 격률을 소인이 어찌 감히 알겠습니까?”
인용
1화: 수성궁과 근처 모습의 묘사
7화: 안평대군에 대한 운영의 평가
8화: 비해당에 모인 거필들
10화: 궁녀들에게 시를 짓게 하고 그에 따라 포폄하다
11화: 안평대군이 궁녀들에게 시를 짓게 하다
12화: 10명의 궁녀들이 지은 시
13화: 안평대군 운영의 시에서 그리움의 감정을 알아채다
14화: 마음을 간파당한 운영의 대처
15화: 소옥이 운영의 마음을 읽어내다
16화: 의심을 해명하기 위해 시를 지은 운영
17화: 뭇 문인들이 궁녀들의 시를 성당의 시라 평가하다
18화: 성삼문, 궁녀들의 시를 평가하다
21화: 대군, 김진사를 만난 자리에 궁녀들을 대동케하다
22화: 김진사, 시의 종장(宗匠)을 평하다
23화: 김진사, 두보를 평가하다
24화: 김진사의 시재(詩才)에 반한 안평대군
25화: 김진사의 붓에서 튄 먹물에서 영광스러움을 느끼다
26화: 운영, 김진사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해 애태우다
27화: 김진사의 시를 본 묵객들의 초대로 다시 찾아오다
30화: 편지를 전할 방법을 찾기 위해 무녀를 찾아가다
32화: 김진사의 침착한 마음에 무녀도 도와주기로 하다
33화: 무녀가 운영에게 편지를 전해주다
35화: 서궁으로 가게 된 운영, 어떻게 김 진사를 만날까
36화: 자란이 알려준 방법
37화: 사실을 알고 놀려먹는 비취
39화: 빨래터를 정하기 위한 궁녀들의 설전 – 궁녀이기에 말할 수 없었던 불행
40화: 자란의 가슴 절절한 얘기에 소옥이도 따르기로 하다
41화: 부용이의 딴지걸기
42화: 완사행사에 빠지겠다는 보련의 발언
43화: 금련마저 구설수가 날까 두려워하며 완사행사에 빠지겠다고 하다
44화: 운영과의 인연에 대한 비경의 발언
45화: 운영의 상사병에 대한 간절한 이야기
46화: 소옥은 운영을 따르기로 하다
47화: 자란을 믿고 따르겠다는 4명의 궁녀들
48화: 드디어 두 사람이 함께 만나다
49화: 궁녀가 되기까지
50화: 궁녀가 된 이후의 파란만장한 삶
51화: 궁녀의 한계에 대한 술회
52화: 김진사와의 첫 만남에 대한 술회
53화: 친구들의 놀림이 가득한 시를 받고도 기분 나쁘지 않네
54화: 운영, 김 진사에게 서쪽 궁궐에서 기다리겠다고 말하다
56화: 노예 특이 만들어준 사다리와 털버선
58화: 꼬리가 길수록 잡히는 법이기에 특이 알려준 방책
59화: 특의 계책으로 도망갈 채비를 마치다
60화: 특의 간교한 계책
62화: 불길한 느낌을 운영에게 말하다
63화: 운영, 특을 의심하다
65화: 안평대군, 결국 눈치 까다
66화: 죽으려는 운영과 말리는 궁녀들
67화: 사랑했지만, 그럴 수 없어 서로 시름시름 앓아가다
68화: 진사에게 이별을 고하는 운영의 편지
70화: 특이가 간교한 계책으로 진사를 속이다
71화: 특이의 계책을 간파하다
72화: 궁지에 몰린 특이가 궁궐 근처에서 진사를 음해하다
73화: 운영과 친하던 다섯 명의 궁녀들이 죽을 고비에 처하다
74화: 은섬의 대답내용
75화: 비취의 대답내용
76화: 자란의 대답내용
77화: 옥녀의 대답내용
78화: 운영의 대답내용
79화: 운영, 결국 자살하다
80화: 죽은 운영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특을 통해 사찰에서 예식을 드리게 하다
81화: 또 배신을 때린 특이
82화: 마지막까지 거짓말로 진사를 우롱하다
83화: 특이의 만행을 알게 되다
84화: 부처님께 간절히 빌어 특이는 인과응보를 받게 되다
85화: 김진사와 운영이 지상에 내려온 이유
86화: 천상의 사람이라 밝히다
88화: 김진사와 운영이 마지막으로 지은 시
89화: 꿈속 여행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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