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빨래터를 정하기 위한 궁녀들의 설전 – 궁녀이기에 말할 수 없었던 불행
其夜, 紫鸞曰: “南宮五人中, 小玉主論, 我以奇計, 可回其意.”
以玉燈前導, 至南宮, 金蓮喜迎曰: “一分西宮, 如隔秦楚, 不意今夕玉體左臨, 深謝厚意.”
小玉曰: “何謝之有? 此乃說客也.”
紫鸞歛袵正色曰: “他人有心, 予忖度之, 其子之說歟?”
小玉曰: “西宮之人, 欲往昭格署洞, 而我獨堅執. 故汝中夜來訪, 其謂說客, 不亦宜乎.”
紫鸞曰: “西宮五人中, 吾獨欲往城內也.”
小玉曰: “獨思城內, 其何意哉?”
紫鸞曰: “吾聞昭格署洞, 乃祭天星之處, 而洞名三淸云. 吾徒十人, 必是三淸仙女, 誤讀『黃庭經』, 謫下人間. 旣在塵寰, 則山家野村, 農墅漁店, 何處不可? 而牢鎖深宮, 有若籠中之鳥, 聞黃鸝而歎息, 對綠楊而歔欷. 至於乳燕雙飛, 栖鳥兩眠, 草有合歡, 木有連理, 無知草木, 至微禽鳥, 亦稟陰陽, 莫不交歡. 吾儕十人, 獨有何罪, 而寂寞深宮, 長鎖一身, 春花秋月, 伴燈消魂, 虛抛靑春之年, 空遺黃壤之恨, 賦命之薄, 何其至此之甚耶!
人生一老, 不可復少, 子更思之, 寧不悲哉! 今可沐浴於淸川, 以潔其身, 入于太乙祠, 扣頭百拜, 合手祈祝, 冀資冥佑, 欲免來世之此若也. 豈有他意哉? 凡我宮之人, 情若同氣, 而因此一事, 疑人於不當疑之地耶? 緣我無狀, 言不見信之致也!”
해석
其夜, 紫鸞曰: “南宮五人中, 小玉主論,
그날 밤 자란이 말했다. “남궁의 다섯 사람 가운데 소옥이 주론인데,
我以奇計, 可回其意.”
내가 기이한 계교로써 그 뜻을 돌릴 수 있다.”
以玉燈前導, 至南宮, 金蓮喜迎曰:
옥등 앞으로 인도하여 남궁에 이르자, 금련이 반가이 맞이하며 말했습니다.
“一分西宮, 如隔秦楚,
“한 번 남궁과 서궁으로 갈라지니, 소원하기가 진나라와 초나라 같았는데,
不意今夕玉體左臨, 深謝厚意.”
뜻밖에 오늘 저녁 옥체가 왕림하시니 후의에 깊이 감사한다.”
小玉曰: “何謝之有? 此乃說客也.”
소옥이 나서서 말했습니다. “사례할 게 뭐 있나? 이들이 곧 유세객이야.”
紫鸞歛袵正色曰:
자란이 옷깃을 여미고 정색하며 말했습니다.
“他人有心, 予忖度之, 其子之說歟?”
“남의 마음을 내가 헤아리는데 어째서 너는 유세객이라 하는가?”
小玉曰: “西宮之人,
소옥이 말했습니다. “서궁 사람들은
欲往昭格署洞, 而我獨堅執.
소격서동으로 가고자 하는데 내가 혼자서 고집을 세웠다.
故汝中夜來訪, 其謂說客, 不亦宜乎.”
그러므로 네가 밤중에 찾아왔으니, 유세객이라 함도 또한 적절하지 않은가?”
紫鸞曰: “西宮五人中, 吾獨欲往城內也.”
자란이 말했습니다. “서궁 5인 중, 나 홀로 성내로 가고자 한다.”
小玉曰: “獨思城內, 其何意哉?”
소옥이 말했습니다. “홀로 성내를 생각하다니 그게 무슨 뜻인가?”
紫鸞曰: “吾聞昭格署洞, 乃祭天星之處,
자란이 답했습니다. “내가 듣기로는 소격서동은 하늘의 별을 제사하던 곳으로
而洞名三淸云.
동명을 삼청동이라 한다.
吾徒十人, 必是三淸仙女,
우리들 열 사람은 반드시 삼청동(三淸洞)의 선녀로
誤讀『黃庭經』, 謫下人間.
『황정경(黃庭經)』을 잘못 읽어 인간 세상에 귀양 온 거야.
旣在塵寰, 則山家野村, 農墅漁店, 何處不可?
이미 인간 세상에 있다면 산, 집, 들, 농촌, 어촌, 어느 곳인들 갈 수 없겠는가?
而牢鎖深宮, 有若籠中之鳥,
그런데 심궁에 깊이 갇혀 있어 새장안의 새와 같고,
聞黃鸝而歎息, 對綠楊而歔欷.
꾀꼬리 노래 소리에도 탄식하고 봄날 푸른 버들을 보고도 한숨짓는다.
至於乳燕雙飛, 栖鳥兩眠,
제비는 쌍쌍이 날고, 깃든 새들은 마주 보며 졸고,
草有合歡, 木有連理,
풀에도 합환초가 있고 나무에도 연리지가 있어
無知草木, 至微禽鳥,
이렇게 무지한 초목과 미물인 새들도
亦稟陰陽, 莫不交歡.
음양을 받아 즐거움을 나누지 않는 것이 없다.
吾儕十人, 獨有何罪, 而寂寞深宮,
그런데 우리들 열 명은 유독 무슨 죄가 있기에, 적막한 깊은 궁궐에서
長鎖一身, 春花秋月, 伴燈消魂,
길이 일신을 가두고 봄날의 꽃구경과 가을날의 달 놀이할 적에도 등불을 벗하여 넋을 소진하며,
虛抛靑春之年, 空遺黃壤之恨,
허망하게 청춘의 나이를 포기하고 공연히 땅 속의 한을 남겼으니,
賦命之薄, 何其至此之甚耶!
타고난 목숨의 기박함이 어찌 이다지 심한가?
人生一老, 不可復少,
인생이 한 번 늙어지면 다시 젊어질 수 없는 것을
子更思之, 寧不悲哉!
네가 다시 생각해 보면 어찌 슬프지 않으랴.
今可沐浴於淸川, 以潔其身,
이제 맑은 시내에 목욕하고 몸을 깨끗이 하여,
入于太乙祠, 扣頭百拜, 合手祈祝,
태을사(太乙祠)에 들어가 머리를 조아려 백 번 절하고 손 모아 축원하여
冀資冥佑, 欲免來世之此若也.
하늘의 도움을 빌어 내세에 이 같은 처지를 면하고자 함이지,
豈有他意哉?
어찌 다른 뜻이 있으리오.
凡我宮之人, 情若同氣,
우리 궁녀들은 인정이 동기와 같았는데,
而因此一事, 疑人於不當疑之地耶?
이 한 가지 일로 인하여 부당하게 의심하는 처지에서 남을 의심하다니?
緣我無狀, 言不見信之致也!”
내가 터무니없이 믿지 못할 말을 하였구나.”
인용
1화: 수성궁과 근처 모습의 묘사
7화: 안평대군에 대한 운영의 평가
8화: 비해당에 모인 거필들
10화: 궁녀들에게 시를 짓게 하고 그에 따라 포폄하다
11화: 안평대군이 궁녀들에게 시를 짓게 하다
12화: 10명의 궁녀들이 지은 시
13화: 안평대군 운영의 시에서 그리움의 감정을 알아채다
14화: 마음을 간파당한 운영의 대처
15화: 소옥이 운영의 마음을 읽어내다
16화: 의심을 해명하기 위해 시를 지은 운영
17화: 뭇 문인들이 궁녀들의 시를 성당의 시라 평가하다
18화: 성삼문, 궁녀들의 시를 평가하다
21화: 대군, 김진사를 만난 자리에 궁녀들을 대동케하다
22화: 김진사, 시의 종장(宗匠)을 평하다
23화: 김진사, 두보를 평가하다
24화: 김진사의 시재(詩才)에 반한 안평대군
25화: 김진사의 붓에서 튄 먹물에서 영광스러움을 느끼다
26화: 운영, 김진사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해 애태우다
27화: 김진사의 시를 본 묵객들의 초대로 다시 찾아오다
30화: 편지를 전할 방법을 찾기 위해 무녀를 찾아가다
32화: 김진사의 침착한 마음에 무녀도 도와주기로 하다
33화: 무녀가 운영에게 편지를 전해주다
35화: 서궁으로 가게 된 운영, 어떻게 김 진사를 만날까
36화: 자란이 알려준 방법
37화: 사실을 알고 놀려먹는 비취
39화: 빨래터를 정하기 위한 궁녀들의 설전 – 궁녀이기에 말할 수 없었던 불행
40화: 자란의 가슴 절절한 얘기에 소옥이도 따르기로 하다
41화: 부용이의 딴지걸기
42화: 완사행사에 빠지겠다는 보련의 발언
43화: 금련마저 구설수가 날까 두려워하며 완사행사에 빠지겠다고 하다
44화: 운영과의 인연에 대한 비경의 발언
45화: 운영의 상사병에 대한 간절한 이야기
46화: 소옥은 운영을 따르기로 하다
47화: 자란을 믿고 따르겠다는 4명의 궁녀들
48화: 드디어 두 사람이 함께 만나다
49화: 궁녀가 되기까지
50화: 궁녀가 된 이후의 파란만장한 삶
51화: 궁녀의 한계에 대한 술회
52화: 김진사와의 첫 만남에 대한 술회
53화: 친구들의 놀림이 가득한 시를 받고도 기분 나쁘지 않네
54화: 운영, 김 진사에게 서쪽 궁궐에서 기다리겠다고 말하다
56화: 노예 특이 만들어준 사다리와 털버선
58화: 꼬리가 길수록 잡히는 법이기에 특이 알려준 방책
59화: 특의 계책으로 도망갈 채비를 마치다
60화: 특의 간교한 계책
62화: 불길한 느낌을 운영에게 말하다
63화: 운영, 특을 의심하다
65화: 안평대군, 결국 눈치 까다
66화: 죽으려는 운영과 말리는 궁녀들
67화: 사랑했지만, 그럴 수 없어 서로 시름시름 앓아가다
68화: 진사에게 이별을 고하는 운영의 편지
70화: 특이가 간교한 계책으로 진사를 속이다
71화: 특이의 계책을 간파하다
72화: 궁지에 몰린 특이가 궁궐 근처에서 진사를 음해하다
73화: 운영과 친하던 다섯 명의 궁녀들이 죽을 고비에 처하다
74화: 은섬의 대답내용
75화: 비취의 대답내용
76화: 자란의 대답내용
77화: 옥녀의 대답내용
78화: 운영의 대답내용
79화: 운영, 결국 자살하다
80화: 죽은 운영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특을 통해 사찰에서 예식을 드리게 하다
81화: 또 배신을 때린 특이
82화: 마지막까지 거짓말로 진사를 우롱하다
83화: 특이의 만행을 알게 되다
84화: 부처님께 간절히 빌어 특이는 인과응보를 받게 되다
85화: 김진사와 운영이 지상에 내려온 이유
86화: 천상의 사람이라 밝히다
88화: 김진사와 운영이 마지막으로 지은 시
89화: 꿈속 여행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오다
'한문놀이터 > 한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영전(雲英傳) - 41화: 부용이의 딴지걸기 (0) | 2021.06.28 |
---|---|
운영전(雲英傳) - 40화: 자란의 가슴 절절한 얘기에 소옥이도 따르기로 하다 (0) | 2021.06.28 |
운영전(雲英傳) - 38화: 빨래터를 정하려는 남궁과 서궁 사람들의 다툼 (0) | 2021.06.28 |
운영전(雲英傳) - 37화: 사실을 알고 놀려먹는 비취 (0) | 2021.06.28 |
운영전(雲英傳) - 36화: 자란이 알려준 방법 (0) | 2021.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