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1/12/26 (31)
건빵이랑 놀자
직관과 주관 특수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다수 의견의 지나친 강조에 대한 반발로 보편이라는 것을 이데올로기의 하나로 취급해버리듯이, 보편 상식의 교조적 강조에 대한 반발심리를 가지는 사람은 객관성을 맹목적 답습 정도로 여긴다. 직관력이 강한 사람이 주로 그렇다. 기존의 합의된 기준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기존의 기준을 토대로 쌓아 올린 객관성의 가치를 인정할 이유가 없다. 직관이 강한 사람들이 제시하는 새로운 기준, 새로운 가치관을 객관을 내세워 검증하려 들면 “그 게 기존의 상식으로 검증이 되느냐”며 비웃을 뿐이다. 태양 기운은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일에 강하다. 사상의학의 원본은 상당히 어렵다. 아무런 설명 없이 대뜸 “천기(天機)에는 넷이 있으니 천시(天時), 세회(世會), 인륜(人倫..
보편 상식에 대한 집착 논리에 강한 사람들은 보편을 중요시한다. 보편이 없는 영역에서는 아무런 기준이 없어지며, 자신들의 강점인 논리를 펼칠 토대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보편을 찾아내는 데 능한 사람들, 즉 보편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인 일반화에 강한 사람들은 오히려 덜하다. 보편을 중시하지만 논리를 중시하는 사람들처럼 악착같이 지키려 하지는 않는다. 필요하면 그때 다시 찾아내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보편 상식’이란 필요하다. 진짜로 보편적인 것들이 존재할 수도 있다. 또는 이른바 불가지론(不可知論)이라는 것이 맞아서 보편 상식이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경우, 즉 엄격한 의미에서의 진정한 보편 상식이란 존재하지 않는 경우라 할지라도, 사회의 효율적 운용을 ..
객관적이고 논리적이나 옳지 않은 경우 사실 위의 경우는 보편/특수, 객관/주관의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그리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이는 객관이라는 단어에 대한 오해 때문에 나타나는 해프닝에 불과한 일이다. 그러나 초보적 논리성 부족으로나 빚어질 수 있는 그런 황당한 사고가 우리나라의 대표적 언론이라고 주장하는 신문의 사설에 너무 자주 등장하기에 좀 길게 다뤄봤을 뿐이다. 우리가 마음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진짜 중요한 것은 두 번째 문제, 즉 ‘객관적이고 논리적이지만 옳지 않은 경우’의 문제다. ‘객관이란 방법론이다’라는 말을 예를 좀 들어서 다시 설명해보자. 객관이란, “‘A=B’이고 ‘B=C’이면 ‘A=C’다”라는 식의 기본적인 논리들에 익숙하고 이를 정확히 적용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A=B’인지..
양비론과 양시론 객관적 태도의 한계나 객관성의 잘못된 적용 역시 보편과 일반화의 경우와 비슷하다. 보통 두 가지 점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하나는 ‘객관적이지만 비논리적인’ 주장의 문제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몇몇 특수한 경우에 도입해보면 바로 문제점이 드러나는 ‘일반적이지만 보편적이 아닌’ 경우가 있다고 했듯이, 마찬가지로 객의 입장을 취하지만 논리적이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의 대표적인 부분이 이른바 양비론(兩非論)과 양시론(兩是論)이다. 사회적인 문제가 불거졌을 때 글 꽤나 쓴다는 많은 사람들이 양비론이나 양시론을 주장한다. 그런 태도가 객관적(인 태도로 보)이고, 그래야 합리적이라고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괄호 밖이 요즘 언론인의 생각인지, 괄호 안이 더 사실에 가까운 것인지는..
객관이란 무엇인가 ‘객관’이란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객(客), 즉 손님의 시각을 가진다는 것이다. 손님이라는 말은 다루어야 할 문제와 이해관계가 없는 위치를 의미한다. 그런 위치에 선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 당사자는 자기 이익에 합치되는 쪽으로 생각하게 마련이며, 이해관계를 떠나야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객관의 목적은 합리성의 추구에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합리적이라는 것, 이치에 맞는다는 것이 곧바로 올바른 결론의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모든 논리는 기본적으로 어떤 보편, 엄밀히 말하면 보편이라고 인정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그것이 진짜 보편이 아닐 수도 있다. 그냥 일반적으로 인정받는 내용일 뿐 사실은 틀린 가정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다..
생명의 기본 단위는 무엇일까 수학은 아무래도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으니, 다른 학문에서 몇 가지 예를 들어보기로 하자. 이번에는 생물학이다. 독립적인 생명체의 단위는 무엇일까? 나는 하나의 생명체일까? 내가 하나의 생명 단위가 맞을까? 확실할까? 내 몸속에는 상당히 많은 대장균이 있다. 대장균들은 나와 공생하고 있다. 내 장 속의 대장균을 다 쓸어내버리면 소화 기능이 현저히 약화된다. 내 몸의 능력만으로는 도저히 소화시킬 수 없는 여러 종류의 물질들이 대장균에 의해 소화 가능한 물질로 분해된다. 그 대장균들은 세포나, 소화액을 내는 내 몸속의 기관처럼 내 몸의 일부일까? 아니면 나와는 독립된 생물일까? 위의 질문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장균이 자신과 독립된 생명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좀더 까다로..
공리는 직관의 소산이다 수학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수학이란 말이 나오면 머리가 아파지는 사람이 많은데, 긴장할 필요 없다. 뭐 여기서 수학 문제를 풀어보자는 것은 아니니까. 수학은 가장 논리적인 학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수학의 가장 바닥에 있는 것은 논리가 아니라 직관이다. 기하학의 가장 바닥에 가면 공리라는 것이 나온다. 보기에는 뻔한 것들인데, 이걸 증명해보라고 하면 말이 막힌다. ‘아, 그 뻔한 걸 뭘 증명해?’ 보통은 그렇게 나오게 된다. 그런데 그게 뻔한 걸까? 리이만(Riemann) 기하학이라는 것이 있다. 공간이 휘어 있다고 보고 풀어나가는 기하학이다. 공 위에 세 점을 잡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지구에 비유하자면 북극점과, 적도상에 경도로 90도쯤 떨어져 있는 두 점에 해..
2. 주관 / 객관 이성의 한계 이제 주관과 객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때가 되었는데, 이 이야기는 사전 설명을 충분히 하고 시작해야 할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현대 문명이 상당히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과학은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비밀을 밝혔다고 생각하고, 철학, 사회학, 경제학은 개인이나 사회가 취해야 할 적절한 행동에 대해 대부분 밝혀놓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성의 힘과 사고 능력, 그리고 거기에서 유도되는 합리적 태도는 물론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 그런 능력들이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는 중요한 능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이 알고자 하는 모든 것에 도달하기에는 여전히 터무니없이 부족한 능력이다. 의사들은 사람의 생리, 병리에 대해서 일반인보다는 훨씬 많이 알고 있..
일상생활에서의 유의점 사회적, 정치적인 경우만이 아니다. 일반 생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사회나 조직에 대해 특수성을 존중하라고 지나치게 요구해서는 안 된다. 위에서 전형적 태음 논리라고 길게 쓴 파병 반대 논리에서 보듯이, 특수를 일반에게 이해시키는 과정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따라서 각각이 느끼는 모든 특수를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무엇을 결정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에 그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을 요구한다. 결국 사회는 일반론을 어느 정도는 보편으로 인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시간, 자원 등의 한계 때문이다. 가정 내의 문제에서는 반대다. 사망률 1%인 병에 걸리면 사람이 99%의 기능은 돌아가고, 1%의 기능은 정지된 채로 있게 될까..
특수성 중시의 위험성 특수한 경우를 중요시하려면 그 특수한 경험이 적용되는 범위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그 범위를 넘어가는 곳에 특수한 경험을 적용하려 할 때 고집불통이란 소리를 듣게 된다. 또 보편이라고 잘못 인식된 내용을 특수한 사례를 내세워 뒤집으려 할 때는 사람들이 그 특수한 상황을 느낄 수 있게 유도하고, 직접 경험이 안 되면 간접 경험이라도 가능하도록 상황을 제시하는 선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것을 느끼고 바뀔 때를 기다려야 한다. 서두르면 역시 함정에 빠진다. 노무현(盧武鉉, 1946~2009)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가 되고 얼마 안 되어 김영삼 전대통령을 찾아간 일이 있다. 그 만남에서 당시 노 후보는 김 전대통령에게 지나치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여서 구설수에 오르게 된다. 이..
일반론 중시의 위험성 보편/특수, 일반화/구체화에 관한 이야기는 그것만으로도 책 한 권은 될 만한 분량이라 계속 이야기할 수는 없다. 삶의 지혜가 될 만한 것만 몇 가지 더 추려보자. 일반론의 중시는 인기 영합, 좀 어려운 말로는 ‘대중 추수주의(大衆 追隨主義)’에 빠질 위험이 있다. 또 그 대중 정서가 바뀌는 때에는 큰 망신을 당하는 수도 있다. “공산당에 부역하고 인민재판에 참여한 자를 장인으로 둔 사람이 국가의 대통령에 적합한가?”라는 공격이 보편 정서라고 보고 자신 있게 내세웠던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렇다면 아내를 버리는 것이 옳단 말입니까?”라는 반격 한 마디에 인신공격이나 하는 치사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일반론을 중시하려면 끊임없이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며, 지금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무..
이라크 파병 문제에서 자, 그럼 질문이다. 태음인과 소양인 중에는 어느 쪽이 파병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을까? 일단 전쟁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가 대세니까, 양쪽 모두 반전(反戰)의 입장을 전제하고 생각해보기 바란다. 앞에서도 이런 식의 질문을 한 번 던졌던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또 함정에 빠지지는 않았기를 바란다. 정답은 ‘그런 부분은 체질에 따라 갈라지는 것이 아니다’이다. 다만 같이 파병에 반대하더라도 태음인과 소양인의 논리가 다르며, 찬성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내세우는 이유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소양인부터 보자. ‘평화와 안전은 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이다. 따라서 침략 전쟁에 파병하는 것은 보편적 도덕을 위배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대표적인 파병 반대 논리다. 찬성논리는 이렇다. ‘..
도덕책임론과 역할책임론 이런 성향들이 사회적 문제에서는 어떻게 드러날까? 우리나라의 이라크 파병 문제를 놓고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 와중에 논객들이나 정치가 사이에서 ‘도덕책임론’과 ‘역할책임론’이라는 말이 몇 번 사용되었다. 사실 필자도 그때 처음 배운 말인데, 꽤 의미 있는 용어라는 느낌이 들어서 한번 다뤄보려고 한다. 풀어쓰자면 도덕책임론이란, 어떤 행동을 결정하려 할 때 ‘도덕적으로 따지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옳으냐’를 중시하는 것이다. 반면 역할책임론은 ‘사회에서 내가 맡아야 할 역할을 고려하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으냐’를 중시하는 태도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이 두 가지 태도가 서로 부딪히는 경우가 꽤 많다. 역할책임은 역할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비로소 생겨난다. 예를 들어 남편 노..
수양이 부족한 소양인/태음인 이론적인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으니, 좀 구체적이고 도움이 되는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수양이 쌓인 소양인인지 아닌지는, 남과 비교하는 버릇이 있나 없나를 보면 된다. 매사를 옆집 아내, 옆집 남편, 옆집 아이와 비교하면 그것은 수양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앞에서도 말했다. 거처(居處)에 필요한 바탕은 애노(哀怒)가 아니라 희락(喜樂)이라고. 집안일에 지나치게 보편적 원리를 중시하면 가족들이 불편하게 된다. 우리 가족이 가지는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수양이 부족한 태음인의 예를 들어보자. 모든 회사에 꼭 그런 사람 한둘씩 있다. 기획안을 볼 때마다 아주 특이한 경우를 내세우며 “이런 경우에 대한 대비책이 없지 않느냐”며 트집을 잡는 사람, 모든 것을 다 대비하면..
감각/감성과의 관계 이번에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기본 기능인 감각과 감성의 측면에서 한번 검토해보자. 태음인의 기본 기능은 감각이고, 소양인의 기본 기능은 감성이라고 했다. 감각이란 항상 특수한 것에서 얻어진다. 책상이라는 감각은 어떻게 얻어질까? 책상이라는 것을 처음 본 순간에? 아니다. 나무 책상 혹은 철제 책상, 힘들게 시험공부를 하던 내 책상, 외할아버지가 쓰다가 물려주신 손때 묻은 책상, 아이에게 처음 사주었던 날 아이가 부쩍 대견스러워 보이게 만들었던 책상 등등, 그런 것들이 책상에 대한 감각의 토대가 된다. 일반적인 책상이라는 감각은 그런 구체적인 것들이 엄청나게 모인 뒤에야 비로소 생긴다. 감각은 구체적인 것에서 생겨난다. 융 이제마 내용 직관 태양 일이 돌아가는 이치, 원리를 수용하는 것 ..
핑계 심하고 덜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보편 논리를 별 저항감 없이 받아들이고 쉽게 기본으로 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에는 특수한 경우를 검토해서 보편을 검증하려고 드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경향이 소양인과 태음인에게서 각각 두드러진다. 소양인과 태음인이 관심을 두는 것은 원리의 문제라기보다는 상황의 문제이다. 사회생활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소양인은 집단이 공통적으로 처한 상황에 관심을 두고, 태음인은 각 개인이 처한 상황에 관심을 둔다. 소양과 태음은 다 바닥에 깔려 있는 것이 음(陰)이다. 그 바닥의 음은 구체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원리가 아니라 상황 쪽으로 관심이 간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음/양으로 다르기에 방향이 달라진다. 앞서도 말했듯이 태음인은 주어진 상황을 최대..
1. 보편 / 특수 보편은 다수결의 결과일까 우리는 ‘보편타당’하다는 말을 사용한다. 이런 말을 사용한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보편부당’한 것도 있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물론 이런 말은 반론의 여지가 있다. “보편이라는 말 자체가 여러 가지 상황에 잘 들어맞는 ‘최대 공통성’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보편은 타당이라는 뜻을 어차피 품고 있다”라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즉 ‘보편타당’이라는 표현은 비슷한 의미의 두 단어가 중복된 강조 용법이라는 것이다. 어느 쪽 주장이 맞는 걸까? 철학에서 사용하는 ‘보편’이라는 용어는 ‘타당’의 뜻을 상당히 품고 있다. 예를 들자면 우리가 논리를 따지는 데에 있어서 기본 또는 출발점으로 사용하는 토대를 ‘보편명제’라고 부른다. 이는 수학에서 ‘공리’라고 부르는 것들..
제4장 보편 / 특수, 주관 / 객관 체질에 대한 기본 설명에서는 벗어나지만 묶어서 하나의 주제로 다루는 편이 체질에 대한 이해에 많은 도움을 주는 주제들이 몇 가지 있다. 그 중에서 보편 / 특수, 주관 / 객관의 문제를 먼저 다루도록 하자. 이 각각을 어느 정도 중시하는가의 문제가 각 체질에 따른 기본 특성에 가까운 것들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다뤘던 직관, 감성, 감각, 사고만큼이나 기본 성정(性情)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또 이런 치우침은 사심(邪心)이 강해졌을 때 더 강화되는 면도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을 여기서 한 번쯤 다루고 나면 뒤의 이야기가 여러 가지로 쉬워진다. 각 체질에 대해 분석할 기본 도구를 하나 더 가지는 셈이기도 하고, 뒤에서 설명할 사심(邪心)에 대한 예비 정보도 되기 때문이..
10. 성정(性情)에 관한 보충설명 앞에서는 체질별로 개별적인 성정(性情)의 이야기를 주로 했다. 그런데 전체적인 성(性)과 정(情)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할 부분이 좀 있다. 성(性)은 천기(天機)를 느끼면서 자연스레 나오는 것이고 정(情)은 사람이 애써서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성(性)은 세상 사람들의 일에서 느끼는 것이고 정(情)은 내가 관련된 일에서 느끼는 점에서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성(性)보다는 정(情)이 수준이 낮은 능력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절대로 정(情)이 성(性)보다 수준이 낮은 것이거나 천박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성(性) 정(情) 자연스레 나오는 것 사람이 애써서 하는 것 세상 사람들의 일에서 느끼는 것 내가 관련된 일에서 느끼는 것 필자의 세대가 죄수같이 머리 깎..
9. 애노희락(哀怒喜樂) 성정(性情)에 대한 정리 이번 절에 나왔던 이야기를 정리해보자. 애(哀)의 뿌리는 거부하는 마음이다. 애성(哀性)이란 천시(天時)에 어긋나는 사기(詐欺)에 대한 거부의 마음이고, 애정(哀情)은 상대가 나를 속이는 것에 대한 거부의 마음이다. 노(怒)의 뿌리는 알리려는 마음이다. 사람들이 서로 모욕(侮辱)하는 것을 보고 노성(怒性)이 이는 것은 기본적인 원칙이 무엇인지를 알리려는 마음이다. 내가 모욕당했을 때 노정(怒情)이 이는 것은 상대가 나를 다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이다. 희(喜)의 뿌리는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사람들이 서로 돕는 것이 서로를 받아들이는 모습이기에 희성(喜性)이 일어난다. 사람들이 나를 도울 때 희정(喜情)이 나타나는 것은 그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인..
희락(喜樂)에 대한 보충 설명 사상인의 기본 성정(性情)에 대한 설명이 이것으로 끝났는데, 부분적으로 보충설명이 필요한 부분들이 좀 있다. 우선 희락(喜樂)에 대한 보충설명이다. 동무(東武)가 기본적으로 사회구성 원리에 대한 생각이 강한 사람이라서 사무(事務), 교우(交遇), 당여(黨與), 거처(居處)라는 ‘더불어 살기의 단계’로 나누어 설명했기에 여기서도 그 흐름을 따라 설명했다. 하지만 개인 심리에 맞춰서 희(喜)는 받이들이는 기운, 락(樂)은 몰두하는 기운이라는 면에서 보면 또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성(性)이야 문제될 것이 없지만, 정(情)은 지나치면 아무래도 문제가 된다. 희정(喜情)이 지나치면 받아들이지 말 것을 받아들인다. 앞의 글에서 태음인인 김대중(金大中, 1924~2009)이 받아들이지..
락성(樂性)이 아닌 락정(樂情)으로 가정이 운영되는 이유 하지만 집이라고 변화가 전혀 없을 수 있을까? 안정감을 위해서도 약간의 긴장은 필요하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별로 유쾌한 예는 아니지만, 이해를 돕는 적절한 예라서 드는 것이니 이해하기 바란다. 사람을 고문하는 방법 가운데,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으면서 강력한 효과를 내는 고문 중 하나가, 아무런 자극을 주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즉 빛도, 소리도, 냄새도 완전히 차단된 곳에 가둬두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몇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환각, 환청이 시작되며 발작을 일으킨다고 한다. 결국 집안이 휴식에 최적인 적절한 공간이 되려면 큰 긴장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완만한 변화가 필요하다. 하늘은 변화무쌍하다. 멀쩡하던 하늘이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
8. 락정(樂情)과 거처(居處) / 태음인의 소음 기운 가정(家庭)이란 무엇인가 소음 기운에 해당되는 인사(人事)를 거처(居處)라 부른다. 거처(居處)란 집안을 다스리는 일이다. 또는 집안을 다듬는 일이라 할 수도 있고, 집안을 정리하는 일이라고, 또는 집안을 꾸미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왜 이렇게 여러 가지 표현을 계속 나열하느냐고? 앞에서도 몇 번 강조했듯이 집안일이라고 할 때도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다. 그런데 꾸민다. 다스린다 등등의 표현 중 어느 하나에만 얽매인다면, 내 생각을 고집하는 것에 불과하다. 집안일의 요체가 무엇인지를 알아내어야 가족들 간에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집이라는 공간의 필요성은 긴장을 완화하고 쉬는 것에 있다. 집을 나서서 부딪치는 모든 일은 긴장을 필..
DJ의 당여(黨與) 필자가 정치인들 중에 당여(黨與)에 가장 강하다고 꼽는 사람은 김대중(金大中, 1924~2009) 전 대통령이다. 그런데 DJ는 소음인은 아닌 듯하다. 정치 스타일을 보면 태음인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다만 태음인치고는 소음 기운도 아주 강하다. 태음인의 폭과 소음인의 깊이를 같이 갖춰서 정리도 잘하고, 토론에도 능하고, 남을 설득하는 데도 일가견이 있다. 즉 동지적 관계를 구성하는 바탕이 단단하면서도 가족적 관계를 동시에 도입할 능력이 있으니 당여(黨與)에 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점점 DJ의 당이 진정한 당으로서의 모습을 잃어간다. 앞에서 말했듯이 소음인의 희정(喜情)은 스승이나 부모가 돕듯이 돕는 것이라서 많은 사람을 다 그렇게 챙기기는 어렵다. 따라서 받을 사람..
소음인이 태음인보다 당여(黨與)에 능한 이유 그런데 희성(喜性)이 잘 발달된 태음인보다 희정(喜情)으로 당여(黨與)를 하는 소음인이 당여(黨與)에 더 능한 이유가 있다. 희성(喜性)은 사람들이 ‘서로 돕는 것’을 기뻐하는 것에서 발달한다고 했다. 희정(喜情)은 남이 나를 돕는 것'을 기뻐하는 것이라고 했다. 희성(喜性)에 의해 서로 받아들이고 돕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나를 돕는 것이 아니다. 나의 ‘뜻’을 돕는 것이다. 그래서 동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나의 ‘뜻’이 아닌 ‘나’ 자체를 돕는 것을 따지자면 동지보다 훨씬 더한 사람이 있다. 부모나 스승이다. 부모나 스승처럼 도와주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기쁠 것이다. 그 기쁨이 희정(喜情)의 발현 모습이다. 당여(黨與)도 누군가 ..
7. 희정(喜情)과 당여(黨與) / 소음인의 태음 기운 동지 관계의 형성 이제 희성(喜性)과 희정(喜情)을 비교해보도록 하자. 희정(喜情)으로 하는 당여(黨與)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하자. 태음 기운에 해당되는 인사(人事)는 당여(黨與)라고 했다. 글자 그대로 하자면 당(黨)을 만드는 것인데, 요즘은 당이라고 하면 정당만을 생각하지만 정당은 정치를 목적으로 하는 당이다. 즉 당의 특수한 한 예일 뿐이다. 그 외에 학문 탐구를 위한 모임이나, 사회개혁을 위한 모임도 동무(東武) 시절의 용어로 쓰자면 다 당(黨)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정당이나 각종 사회단체부터 시작해서 뜻이 맞는 친구들끼리의 모임까지를 다 망라하는 표현이 당(黨)이다. 그렇게 넓혀서 생각하자면 당여(黨與)의 기본은 동지(同志) 관계..
사고 기능의 지나친 중시 그런데 문제는, 그런 식의 기준을 세우는 일은 사고(思考)를 주 기능으로 할 때, 사상의학 용어로는 지방(地方)의 기능이 가장 잘 발달한 사람에게만 큰 중요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학식이 높은 소음인들 중에 이 부분을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른 사람과 토론할 때, 상대방에게 기준을 제시할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 그것을 못하면 “기본도 안 돼 있으면서”라며 상대를 무시한다. 그러면 상대는 그 소음인을 ‘기본이 확실히 선 훌륭한 사람’이라고 인정할까? 천만에. ‘저런 꽁생원’하며 무시하고 넘어간다. 소음인에게는 세상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주 기능인 사고가 다른 사람에게는 보조 기능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사고는 직관, 감성, 감각을 보조하는 기능에 불과하기에, 사고 기..
기준 세우기 락성(樂性)과 지방(地方), 보호에 대한 이야기도 기본적인 것은 대충 된 듯한데, 예를 조금 들어보기로 하자. 소음인은 기준을 잡는 일을 중시한다. 공부할 때도, 그 과목의 개요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비로소 공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필자가 잘 아는 소음인 친구 하나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다가 나이가 꽤 들어서 전공을 바꾸어 다시 대학에 간 적이 있다. 나이 들어서 머리가 씽씽 돌아가는 고등학생과 겨룬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요즘처럼 수능시험으로 과목이나 적으면 좀 나은데, 그 당시는 학력고사 시절이라 전 과목을 다시 공부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름대로 공부할 방법을 찾아낸 것이 정리, 요약하기였다.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정치경제라는 과목이 있다. 예를 들자면 ..
예의(禮義) 이 정도면 기본적인 것은 대략 정리되었지만, 이해를 깊게 하기 위해서 소음인의 분류 기능, 즉 지방(地方)의 기능이 사회생활에서 가지는 의미를 한번 따져보자. 분류의 기능이 강하다는 것은 서로 다른 차이를 인정할 줄 안다는 것이다. 또 내가 모르는 부분은 모르는 부분이라는 걸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이것도 여러 가지로 갈린다. 자기가 모르는 부분을 순순히 인정하는 수준 있는 태도부터, 그 부분은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무시하는 태도까지. 소음인이라고 다 같은 소음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쨌든 아무리 000없는 소음인도 최소한 인정은 한다. 이런 것들이 소음인이 가지는 민주사회에 어울리는 중요한 장점이다. 그런데 이런 훌륭한 민주시민인 소음인을 보고 소양인들은 흔히 “예의가 ..
락성(樂性), 몰두(沒頭), 보호(保護) 그런데, 동무(東武)의 표현을 따르면 “소음인의 락성(樂性)은 사람들이 서로 보호함을 즐거워함에서 깊어진다”고 한다. 구분하고, 각각의 특수한 상황에서 적합한 규칙을 찾아내는 능력인 지방(地方)과 보호함이라는 것이 어떻게 락성(樂性)이라는 고리로 연결되느냐가 까다로우면서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락성(樂性)은 집중하고 몰두하는 기능’이라는 고리를 찾기 전에는, 이 부분에서 많이 어려워했던 기억이 난다. 무협지에서 적절한 예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스토리가 삼분의 이쯤 전개되면 꼭 주인공이 기연(奇緣)을 만나 절세신공을 연마하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그 수련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마지막 운공(運功)을 할 때, 주변에서 동료들이 호위를 해준다. 내공(內功)을 ..
6. 지방(地方)과 락성(樂性) / 소음인의 소음 기운 지방(地方), 나누고 분류하기 소음 기운에 해당되는 천기(天機)를 지방(地方)이라고 한다. 지방(地方)의 방(方)이란 원래 원(圓)과 대비되는 말이다. 각(角)이 진 것이라는 뜻이다. 각이 진 것이라는 말은 방향을 잡는다는 것과 통하게 되고, 결국은 나누고 구분 짓는다는 의미와 통하게 된다. 결국 지방(地方)이란 이어진 것을 나누는 기능을 의미한다. 세상일을 뭉뚱그려 통째로 다루는 것은 너무 힘드니까, 다루기에 적절한 범위로 자르는 것이다. 기운이 모이는 핵심을 잡아내고, 그 기운이 뻗치는 범위를 정하고, 범위 안과 밖을 나누는 기능, 그것이 지방(地方)이다. 쉽게 생각하자면 학문을 세분해서 전공으로 분류하는 일 같은 것이 지방(地方)의 기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