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1/08/24 (32)
건빵이랑 놀자
걸사를 따라 가며 엿보는 시정물태 걸사행(乞士行) 이학규(李學奎) 1. 구걸하는 걸사의 세계 俗以乞士誤稱居士, 詳見丁籜翁「雅言覺非」. 鼕鐺鼕鐺鼕鐺 一串小皷繩鞔張 長柄刓脫作膩光 連環鑞鐵磨鎗鎗 一槌俯首長 再槌輪電光 三搥背後藏 四槌當褌襠 一擲空中翻覆忙 鼕鏜鼕鐺鼕鐺 歌口鼓手相應當 霝巖嫰竹細平凉 葛繩帽子踈結匡 三南逋吏元山商 額瞬齒唾油䯻香 使錢如水乾沒囊 東家宿一客房 西家乞一升粻 店炕墟市風雪霜 三韓世界無家郞 阿彌陀佛念不忘 逢人卽拜乞士裝 ⇒해석보기 2. 기생의 만남과 과부의 그리움 鼕鐺鼕鐺鼕鐺 湖南退妓海西娼 一佛堂何爭我社堂汝社堂 箇處人海人山傍 暗地入手探帬裳 汝是一錢首肎之女娘 我又八路不閾之閑良 朝金郞暮朴郞 逐波而偃隨風狂 一般布施茶酒湯 鼕鐺鼕鐺鼕鐺 好時節三月春陽 鏡浦臺寒碧堂 洛山寺海金剛 花開日落風亂颺 梧桐秋夜月澄光 我自思..
해설. 걸사를 통해 활발한 민중성을 드러내다 이 시는 걸사(=거사)라는 이색적인 인간 모습을 그린 것이다. 「흥부전」에 놀부가 켰던 박 한통에서 거사 사당의 무리들이 출현하여 온갖 잡스러운 노래를 불러대는데 “거사놈 거동 보소. 노랑수건 평량자에 …… 번개 소구를 풍우같이 두드리니 ‘판염불’ ‘긴영상’에 흔들거려”(손낙범孫洛範 본)라는 거사의 행태는 지금 이 시에서와 흡사하다. 대뜸 서장에서 걸사가 동당 동당 하고 소고를 두드리며 동태적으로 등장해 전편은 그가 불러대는 타령으로 이어진다. 작품의 성격으로 두드러진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서민적 표현 정감에 깊숙이 결합된 점, 시의 내용은 전체로 일관성이 없을 뿐 아니라, 사설이 자못 거칠고 장황하며 음란한 곳도 더러 있다. 이는 걸사가 장터나 남의..
3. 시주 받은 걸사가 비는 말 鼕鐺鼕鐺鼕鐺 동당 동당 동당 施主宅前乞米糧 시주하는 집 앞에서 양식 구걸하니 一角中門長行廊 한 모퉁이 중문의 긴 행랑에 小首婢子鸚䳇粧 작은 머리 계집년이 앵무 화장하고 輭藍帬拖禮安詳 연한 쪽물 치마 끌며 예가 어찌도 자세한가. 統營盤子三斗粱 통영 소반에 서말의 양식 當中大錢十文強 마땅히 가운데 큰 동전 10량 常平通寶字煌煌 상평통보란 글자 분명하고도 분명하네. 請爲祝壽如山岡 “청컨대 축수를 하니 산처럼 男施主女施主旣富且康 남시주 여시주 이미 부자되고 강건하소서. 生男生女百子房 아들 딸 100명 낳아서 文思蘇內翰詞章 문장은 내한 소동파의 글이 생각나고 書體趙承旨草半行 서체는 승지 조맹부의 초서와 행서 반반이 생각나며 謁聖科上巳春塘 춘당대 알성과에 狀元唱榜心神彰 장원하여 창방..
2. 기생의 만남과 과부의 그리움 鼕鐺鼕鐺鼕鐺 동당 동당 동당 湖南退妓海西娼 호남의 퇴기와 황해도의 창기 一佛堂何爭我社堂汝社堂 한 불당인데 어찌 내 사당, 네 사당 다투리오? 箇處人海人山傍 개개로 인산인해 처한 곳에서 暗地入手探帬裳 어둔 곳에서 손을 넣어 치마 속 탐색하네. 汝是一錢首肎之女娘 너는 한 동전에 수긍한 계집아이고 我又八路不閾之閑良 나는 또한 팔도에 한계 없는 한량이지. 朝金郞暮朴郞 아침엔 김 낭군 저녁엔 박 낭군 逐波而偃隨風狂 물결따라 눕고 바람 따라 멋대로 一般布施茶酒湯 일반적인 보시에 다탕이나 주탕(기생)가 되네. 鼕鐺鼕鐺鼕鐺 동당 동당 동당 好時節三月春陽 호시절이라 삼월 봄볕 내리는 날 鏡浦臺寒碧堂 경포대나 한벽당이나 洛山寺海金剛 낙산사나 해금강에 가고 花開日落風亂颺 꽃 피고 해 지며 ..
1. 구걸하는 걸사의 세계 俗以乞士誤稱居士, 세속에선 ‘걸사(乞士)’를 ‘거사(居士)’라고 잘못 부르는데, 詳見丁籜翁「雅言覺非」. 자세한 것은 정탁옹의 「아언각비」에 보인다. 鼕鐺鼕鐺鼕鐺 동당 동당 동당 一串小皷繩鞔張 하나의 소고의 가죽끈 늘어졌고 長柄刓脫作膩光 긴 자리 닳고 벗겨져 윤기 나며 連環鑞鐵磨鎗鎗 에워 싼 납철은 닦을 때 쟁쟁 소리내네. 一槌俯首長 再槌輪電光 첫 번째 치면 머리 구부리고 두 번째 치면 전기빛처럼 옮겨가며 三搥背後藏 四槌當褌襠 세 번째 치면 등 뒤로 감추고 네 번째 치면 잠방이에 당도하고 一擲空中翻覆忙 한 번 공중에 던지자 돌기 바쁘네. 鼕鏜鼕鐺鼕鐺 동당 동당 동당 歌口鼓手相應當 노래 하는 입과 치는 손이 서로 응하는 구나. 霝巖嫰竹細平凉 신령한 바위의 여린 대는 좁은 평원에서 ..
10살 아이의 눈에 비친 산대희 남성관희자(南城觀戱子) 강이천(姜彝天) 1. 변화무쌍한 산대희를 구경하다 余年纔十歲 不出門前路 矻矻書几傍 一窓送朝暮 聞說南城外 設棚爲戱具 扶老更携幼 觀者如雲霧 紅衣掖庭隷 白髮賣餠嫗 距家未一里 吾亦理筇屨 簇簇女墻頭 萬目一處注 遙望似懸帿 靑帳張松樹 衆樂奏其下 鏗轟雜宮羽 海盡陡山出 雲開怳月吐 人像如纖指 五彩木以塑 換面以迭出 炫煌不可數 突出面如盤 大聲令人怖 搖頭且轉目 右視復左顧 忽去遮面扇 狰獰假餙怒 巾帷倐披靡 舞袖紛回互 忽然去無蹤 鬅髮鬼面露 短椎兩相擊 跳梁未暫駐 忽然去無蹤 夜叉驚更遌 蹲蹲舞且躍 面銅眼金鍍 忽然去無蹤 㺚子又奔赴 長釰自斬首 擲地仍偃仆 忽然去無蹤 有鬼兒乳哺 撫弄仍破裂 遠投烏鳶付 ⇒해석보기 2. 사회의 금기를 마꾸 깨는 내용들 平陂更展席 僧雛舞緇素 仙娥自天降 唐衣復繡袴 ..
해설. 산대희 보고서 우리 민족의 전래적인 놀이 내지 연극의 형태로 산대희(山臺戱)가 있었다. 유래가 오래된 것으로 이조시대에는 특히 중국의 외교사절을 위해 이 놀이가 성대하게 공연되었는데 영조 이후 끊어졌다 한다. 대신 시정의 유흥으로 전환되었던 모양이다. 이는 우리 예술사 내지 풍속사에서 중요한 사실이지만 관련 자료가 워낙 빈약하여 제반 자세한 내용은 충분히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이 시는 시정에서 벌이던 산대놀이의 연희 내용을 비교적 상세히 보고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 서두에서 서술자는 10세 소년으로 밤낮 책상머리에 앉아 머리를 썩이는 처지임을 밝힌다. 이런 소년에게 “무대를 가설하고 한판 논다[設棚爲戱具]”라는 소식은 그야말로 환희요 해방으로 들릴 터이지만 감정 변화가 자제된 상태에서 드러..
3. 산대회로 세속이 졸렬해졌다 兒曹詑奇觀 吾意翻憎惡 아이들은 기이한 광경 자랑하나 나는 현실이 뒤집혀짐 증오스럽다 생각하네. 時俗太愚下 誰能以理喩 시속이 매우 어리석고 졸렬해졌으니 누가 이치로 꺠우칠 수 있을까? 本是一戱事 風習捴敗斁 본시 하나의 유희적인 일로 풍속이 모두 패역한데 相逐不知休 奔波廢宲務 서로 쫓아 쉴 줄 모르고 물결처럼 달려 실제적인 업무를 그만두네. 幾日下禁令 此輩悉搜捕 몇 일에 금지하는 명령을 내려 이 무리 모두 체포해야 하리. 意在戒後人 感嘆一詩賦 의도는 후세 사람을 경계하는 데 있으니 하나의 지어진 시를 감탄하네. 『重菴稿』 册一 인용 전문 해설
2. 사회의 금기를 마꾸 깨는 내용들 平陂更展席 僧雛舞緇素 평평한 언덕에 다시 자리를 펼쳐 소승이 검고 흰 옷을 입고 춤추고 仙娥自天降 唐衣復繡袴 선녀가 하늘로부터 내려와 당의에 다시 수놓은 저고리 입으니 漢女弄珠游 洛妃淸波步 한나라 여자가 구슬을 장난치며 노는 것 같고 낙비가 맑은 파도에서 걷듯 하네. 老釋自何來 拄杖衣袂裕 늙은 스님은 어디로부터 왔는지 석장 짚고 넉넉한 소매의 옷 입고 龍鍾不能立 鬚眉皓如鷺 늙고 병들어 서질 못하고 수염과 눈썹 희어 백로 같네. 沙彌隨其後 合掌拜跪屢 사미가 뒤를 따르는데 합장하고 무릎 꿇어 절하길 자주하네. 力微任從風 顚躓凡幾度 힘이 미약해 멋대로 바람을 따라 넘어지기 몇 번이었나? 又出一少姝 驚喜此相遇 또 한 작은 계집애 나오는데 서로 만나는 걸 놀라고 기뻐하며 老興..
1. 변화무쌍한 산대희를 구경하다 余年纔十歲 不出門前路 내 나이 겨우 열 살이라 문 앞 길조차 나가지 못하고 矻矻書几傍 一窓送朝暮 책상 곁에서 부지런히 하며 한 창문으로 아침 저녁을 보내죠. 聞說南城外 設棚爲戱具 말을 들으니 남성 바깥에 산대 설치하고 놀이 기구 삼는다네. 扶老更携幼 觀者如雲霧 늙은이 부축하고 다시 아이들 데리고 보는 사람들 운무 같이 紅衣掖庭隷 白髮賣餠嫗 붉은 옷 입은 액정서(掖庭署)의 머슴이고 백발의 떡을 파는 할매 있네. 距家未一里 吾亦理筇屨 집에서 거리가 1리도 안 되니 나는 또한 지팡이와 짚신 신고 簇簇女墻頭 萬目一處注 빽빽한 성가퀴의 머리 같이 온갖 눈이 한 곳을 주시하네. 遙望似懸帿 靑帳張松樹 멀리 바라보니 과녘 매달아놓은 듯 푸른 휘장이 소나무에 벌여졌네. 衆樂奏其下 鏗轟雜..
기이하지만 나와 잘 맞던 친구 장천용에 대해 천용자가(天慵子歌) 정약용(丁若鏞) 1. 장천용의 기이한 행적 天慵子字天慵 千人競指爲癡憃 生來不用巾網首 對面蓬髮愁髼鬆 酒不經脣直入肚 不省甛酸與醨醲 稻沈麥仰斯無擇 淸如猫睛濁如膿 肩荷伽倻琴一尾 左手一笛右一筇 春風妙香三十六洞府 秋月金剛一萬二千峰 彈絲吹竹劃長嘯 雲游霞宿無停蹤 山行朴朔搜林覓睡虎 水行砰訇碾石駭湫龍 去時綿裘施行丐 換着敗衣襤褸無完縫 歸來入室妻苦詈 嚗嚗叩地叫天摽其胸 天慵子默不答 俛首摧眉順且恭 道拾一拳怪石至 方且解橐摩弄如璜琮 飢來走鄰屋 乞飮新醅一二三四鍾 酒酣發高唱 激者中夷則 徐者中林鍾 歌竟索紙蘸筆爲墨畫 畫出峭峰怒石急泉與古松 震霆霹靂黑陰慘 氷雪淞凘皎巃嵸 或畫壽藤怪蔓相紏綰 或畫快鶻俊鷹相撞摐 或畫游仙躡空放雲氣 須眉葩髿森欲衝 或畫窮僧兀坐搔背癢 鯊腮玃肩喎脣盍睫酸態濃 或畫..
해설. 활달하게 현장감을 지닌 채 기인한 인물을 그려내다 이 시는 한 예술세계의 기인형의 인물을 형상화한 것이다. 작품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부에서 주인공 장천용(張天慵)을 등장시켜 그의 삶과 행동의 여러 양태를 표출해서 문제적 인물을 직접 대면하도록 하며, 전반부로 와서 그가 추구하는 예술, 곧 그의 창조적 세계를 묘사하는데 그 문면 속에는 그 인간이 들어 있다. “팔목이 잘린대도 부녀자의 고운 자태 / 모란 작약 홍부용 이런 따월 그릴 건가[斷捥不肯畫婦女 與畫牧丹勺藥紅芙蓉].” 그의 칼날 같은 정신이 섬찟 와닿는 것이다. 후반부의 그를 처음 대면하는 자리, “습도 절도 하지 않고 두 다리 뻗고 앉아 / 거듭거듭 하는 말이란 술달라는 소리뿐[不拜不揖箕踞笑 但道乞酒語重重]”은 그 사람을 독자..
2. 장천용과의 인연 我來象山越二歲 내가 상산와서 2년을 보내 建閣穿池民物雍 누각 짓고 연못 파서 백성과 산물이 화해졌네. 天慵子來叩闑 천용자가 와서 문에 세운 말뚝 두드리고선 大聲叫我與官逢 큰 소리를 나를 관리를 불러 만나자 하네. 直躡曾階入重閤 곧장 계단에 올라 중문에 들어오는데 赤脚不襪如野農 벌거벗은 허벅지엔 양말도 없이 들판의 농부 같았네. 不拜不揖箕踞笑 절하지도 읍하지 않고 다리 뻗고 웃으며 但道乞酒語重重 다만 “술을 주오”라는 말만 거듭 말하네. 淸風洒然吹四座 맑은 바람이 후련하게 서쪽 좌석에 불어와 一見斂膝知非庸 한번 무릎을 걷고 보니 보통이 아닌 줄 알겠네. 握手開襟寫碨磊 악수하고 옷깃은 연채 답답한 마음을 쏟아내 雨朝月夕常相從 비오는 아침이나 달 뜬 저녁에 항상 서로 따랐네. 不學彌明枉韓..
1. 장천용의 기이한 행적 天慵子字天慵 천용자의 자는 천용인데, 千人競指爲癡憃 천 사람이 다투어 손가락질하며 어리석다고 하네. 生來不用巾網首 태어난 이래 망건을 머리에 쓰지 않아 對面蓬髮愁髼鬆 마주쳐 보면 봉두난발에 근심스럽고 수염은 덥수룩해. 酒不經脣直入肚 술을 입술 거치지 않고 곧장 복부로 들이고 不省甛酸與醨醲 달거나 시거나 묽거나 짙거나 살피질 않네. 稻沈麥仰斯無擇 벼로 발효했는지 보리로 발효했는지 이것 가릴 게 없고 淸如猫睛濁如膿 청주는 고양이 눈동자 같고 탁주는 고름 같지. 肩荷伽倻琴一尾 어깨에 가야금의 한 끄트머리 들쳐매고 左手一笛右一筇 왼손엔 젓대 하나 오른손엔 지팡이 하나 있네. 春風妙香三十六洞府 봄바람 부는 묘향산 36개의 골짜기 秋月金剛一萬二千峰 가을 달 뜬 금강산 1만 2천 봉우리. ..
의형제 맺은 동생을 보내며 눈물 흘리는 부여의 소년 협객 부여호사가(扶餘豪士歌) 김재찬(金載瓚) 1. 나그네가 만난 기이한 집주인 有客適湖西 乃至扶餘縣 扶餘古國都 山川欝不變 謳吟草澤起 土俗燕趙多 大江流沄沄 積峽東嵯峨 峽行百餘里 路絶山日昃 大石卧爲門 老木千章直 中有數間屋 蕭灑如孤磬 風牖自闔開 主人呼不應 古書三千卷 整齊盈架槧 朱綠亂篆楷 卷卷皆說釰 寶匣靑轆轤 壁上掛一雙 人去知無遠 爐烟縈紙窓 少焉一少年 手縛生鹿至 身長高八尺 烱瞳鬚顔美 見客驚且揖 顚倒羅床席 談笑雜咳咯 意氣生顧眄 閴然無烟火 一喚陳酒饍 夜久吹燈滅 與客屋中宿 ⇒해석보기 2. 잠자던 거처에 찾아온 또 한 사내 星漢動高山 萬木鳴淅瀝 心骨忽森聳 冷飈透窓隙 孤嘯起哀壑 寂聽生履聲 靑帕靑裌袖 一士立中庭 披帷擲大刀 握手倐悲喜 相對兩少年 氣貌乃相似 睡中憑月光 依俙見..
해설. 한시와 무협장르의 궁합 무협소설은 대중적 장르로서 오랜 역사가 있으며, 영상매체가 등장한 이후로는 무협영화로서 관중을 끌어모으고 있다. 한시 전통에서 보면 칼을 노래한 것은 더러 있지만 무협과 결부된 사례는 흔치 않다. 한시 장르와 무협은 궁합이 맞지 않는 것도 같다. 김재찬이 지은 이 부여에서 만난 검객은 무협의 이야기로서 아주 특이한 경우다. 요지는 결의형제를 한 세 검객이 있었는데 막내가 어떤 해상(海商)에게 살해당해서 두 형님이 막내의 원수를 갚는 줄거리다. 이들 검객 삼형제의 서사는 무협 소설로 쓰자면 필시 파란만장한 장편이 될 것이며, 영화적으로 연출하자면 아마도 시공을 넘나드는 신출귀몰한 장면이 전개될 듯싶다. 이처럼 복잡한 내용이 시적 형식으로 간결하게 처리되면서 고도의 긴장감을 주..
5. 소년의 말은 진짜더라 客與少年別 去訪海賈里 나그네가 소년과 헤어지고 바닷가 장사치의 마을로 갔네. 齊言某日夜 主翁無首死 일제히 말하네. 모일 밤에 주인이 머리 없는 채 죽었다고. 居人皆衣白 官家方索賊 집사람들이 모두 상복 입고 관가는 시방 적을 색출하고 있다네. 歷歷前夜言 目擊無所錯 지난 밤에 역력했던 말이 목격한 것과 어긋난 게 없네. 還尋少年屋 寒灰噪烏鵲 돌아와 소년의 집을 찾는데 스산한 곳에 까마귀와 까치만이 지저귀네. 昔聞江湖間 往往多奇士 예전에 ‘강호엔 이따금 기이한 사내들 많다’고 들어 可聞不可見 少年豈非是 듣기만 하고 볼 순 없었는데 소년이야말로 아마도 이들이 아닐는지? 『海石遺稿』 卷之二 인용 전문 해설
4. 풀어놓는 그들의 이야기 客子乃斂衣 再拜請受言 나그네가 이에 옷을 걷으며 두 번 절하고 청하니 말을 받네. 曰我三壯士 各自四方人 “우리 세 명의 장사는 각각 사방으로부터 온 사람으로, 結心爲弟兄 學釰入燕薊 의기투합하여 형제가 되었고 검을 배우러 연경에 들어갔으며 雲遊至八荒 生死與同誓 구름처럼 유람하며 먼 지방에 이르러 생사 함께하길 맹세했죠. 阿季歿于南 十年未報仇 막내는 남방에서 죽었는데 10년 되도록 원수를 갚질 못했어요. 仇人卽海賈 今日宿全州 원수는 곧 바닷가 장사치로 오늘 전주에서 묵는다기에 夜入全州城 殺之今始還 밤에 전주성에 들어가 그를 죽이고 이제 막 돌아왔어요. 髑髏血糢糊 哭祭阿季魂 해골엔 피가 범벅이니 막내의 혼을 곡하며 제사했죠. 靑帕是爲仲 向我呼以伯 푸른 소매는 둘째가 되어 나를 향해..
3. 헤어지는 두 협객 急鴻驚亂潮 衆谷皆慘裂 급한 기러기 어지러운 조수에 놀라고 온갖 골짜기 모두 참담하네. 二士乘一氣 玲瓏下木末 두 사내가 한 기운을 타고 영롱히 나무 끝에 내려서네. 悲咤不自勝 相視淚紛紛 서글픔을 스스로 이기지 못하고 서로 보며 눈물 주룩주룩 흘리네. 一士謂少年 與君從此分 한 사내가 소년에게 말하네. “그대와 이로부터 이별이네.” 言已風颯然 一道起寒雲 말이 끝나자 바람이 스산히 불어대고 한 길엔 차가운 구름 일어나네. 인용 전문 해설
2. 잠자던 거처에 찾아온 또 한 사내 星漢動高山 萬木鳴淅瀝 은하수가 높은 산에 움직이고 뭇 나무는 우수수 울리네. 心骨忽森聳 冷飈透窓隙 마음과 뼈가 갑자기 오싹해져 찬 바람이 창 틈으로 스며드네. 孤嘯起哀壑 寂聽生履聲 외로운 휘파람소리가 서글픈 골짜기에서 일어나 적막히 들으니 발자국 소리가 나네. 靑帕靑裌袖 一士立中庭 푸른 두건에 푸른 소매를 입은 한 사내가 가운데 뜰에 서서 披帷擲大刀 握手倐悲喜 휘장을 걷고 큰 칼을 던지며 악수하는데 별안간 슬픔과 기쁨이 있네. 相對兩少年 氣貌乃相似 서로 두 소년이 대하는데 기와 모습이 서로 엇비슷하네. 睡中憑月光 依俙見動靜 자는 중에 달빛에 의지하여 어렴풋이 동정을 보니 少年起太息 手釰黃冠整 소년은 크게 한숨을 쉬고 검을 가지고 황관으로 정돈하고 黃冠隨靑帕 出門不見..
1. 나그네가 만난 기이한 집주인 有客適湖西 乃至扶餘縣 어떤 나그네 충청에 가서 곧이어 부여현에 이르렀네. 扶餘古國都 山川欝不變 부여는 옛 수도라 산천의 울창함이 변함이 없네. 謳吟草澤起 土俗燕趙多 노래는 풀과 연못에서 일어나 지방풍속엔 협객이 많다네. 大江流沄沄 積峽東嵯峨 금강은 세차게 흐르고 쌓인 골짜기는 동쪽으로 험준하지. 峽行百餘里 路絶山日昃 골짜기 걸은 지 100여리에 길은 끊기고 산의 해 뉘엿하네. 大石卧爲門 老木千章直 큰 바위 누워 있으니 문으로 삼고 오랜 나무 천장으로 곧은 곳 中有數間屋 蕭灑如孤磬 가운데 여러 칸의 집이 있어 쓸쓸하여 외로운 경쇠 같네. 風牖自闔開 主人呼不應 바람이 창을 절로 여닫아 주인을 불러보나 응답이 없네. 古書三千卷 整齊盈架槧 옛책 3천권이 가지런히 시렁에 가득하고..
파란만장한 삶을 산 거문고 달인 김명곤 이야기 금사사노거사가(金沙寺老居士歌) 김재찬(金載瓚) 1. 조실부모하고 중이 된 사연 君不見延津村中老居士 持絃乞米行且息 頂掛破簑蹇一足 厖眉垂睫雙瞳碧 自言嶺南良家子 家在玄風白沙里 父母早死無弟兄 九歲爲僧瑜珈寺 十六遠隨徽上人 數月坐禪石室中 巨壑絶峽無烟火 山魅木魈嘯寒空 不寐不語惟食松 坐觀懸絲靑紫紅 忽然發病心如狂 一朝笑別毗瑟山 ⇒해석보기 2. 악공이 되어 전국을 떠돌다 長髮湖南學琵琶 來屬梨園爲伶官 梨園春日花如海 一日六日多行樂 妙曲絶響隨指變 院中國工無顔色 雲遊四方無蹤跡 手持樂器出關西 一彈浿城烟花發 再奏巫峽雲月低 刺史命酒浮碧宴 太守賜座仙樓筵 宣州鐵州一千里 中間閱歷幾山川 統軍亭外荒野大 三江落日浮蒼然 一曲彈出烏夜啼 邊鴻欲廻愁雲烟 座有樊生能知音 與我同舟入海國 ⇒해석보기 3. 모문룡이..
해설. 1세기가 지난 시점에 쓴 김명곤 이야기 이는 앞에 실린 성완의 「후비파행」에서 다루었던 그 테마를 잡아서 후세에 다시 쓴 작품이다. 「후비파행」과 달리 서문을 붙이지 않고 바로 운문으로 들어가서 총 140구 980자의 장편시로 만들었다. 시적 표현으로 사실의 전모까지 드러내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이 점을 빼놓고 양자는 서사의 내용 및 구성이 크게 다르지 않고 유사하다. 그러면서도 여러모로 같지 않다. 가도의 모문룡 군영에서 연주를 한 장면이 「후비파행」에서도 비중이 주어졌던 터지만 여기서는 더 크게 주어져서 구체화되며, 특히 청각적 형상을 시적으로 전환시키는 데 공력을 들이고 있다. 그리고 모문룡이 원숭환에게 죽임을 당했을 당시 김명곤은 중국의 영원(寧遠) 쪽으로 가 있다가 1636~37년 사이..
6. 금사사 거사의 이야기를 지은 이유 荷杖負帒步蹣跚 지팡이 메고 자루 지고 걸음걸이는 비틀비틀 乞食西至載寧郡 밥 빌며 서쪽 재령군에 이르러 有人相逢延津村 어떤 사람과 연진촌에서 서로 만나 自語平生雙淚抆 스스로 평생을 말하면서 두 줄기 눈물 닦는다네. 我聞此言仍太息 내가 이 말을 듣고 이에 크게 탄식하며 榮辱悲喜奈命何 영애로움과 욕됨, 슬픔과 기쁨이 어찌 운명이 이러한가? 欲將金沙居士歌 장차 금사 거사의 노래 지어 寄與世上公卿家 세상의 고관대작에게 부친다. 『海石遺稿』 卷之二 인용 전문 해설 後琵琶行
5. 다시 사찰에 귀의하다 一夕哭別馬公家 하루 저녁에 마씨 집을 곡하며 이별하니 馬公已歿主家殘 마씨가 이미 죽어 집안이 쇠잔해져서이죠. 踽踽此生當安適 처량한 이 삶은 마땅히 어딜 가리오? 身邊一筇惟一簞 몸 주변에 한 지방이와 오직 한 쪽박만 있었죠. 五日一食誰憐飢 닷새에 한 번 먹으니 누가 주림을 가련히 여기겠어요? 短褐百結那禁寒 짧고 거칠며 백번 꿰맨 옷으로 어찌 추위 막으리오? 鼓腹糊口行匍匐 배를 두드리며 입에 풀칠하며 포폭한 채 다녀 來投海西長淵地 황해도 장연 땅에 투숙했죠. 海西歲弊多盜賊 황해도는 해마다 많은 도둑들로 피폐해져 村舍不許他人寄 시골집에 다른 사람 기숙을 허락지 않아요. 耆臘海淸二老長 기랍과 해청 두 노인이 聞在金沙山上寺 금사사 절에 있다는 걸 듣고 手掛摩尼燃雙臂 손으로 마니보주(寶珠..
4. 강릉을 거쳐 개성에 정착하다 島中兵來殺元帥 가도 속으로 청나라 병사들이 와 모문룡을 죽이자 此身轉屬寧遠伯 이 몸은 전전하며 영원백에 속하였죠. 丙丁之年胡騎至 병자와 정축 년간(1636~37)에 오랑캐가 말타고 이르러 瀋陽已陷遼東亂 심양은 이미 함락되었고 요동도 혼란스러워졌죠. 屋中佳人無消息 집 속 아리따운 아내는 소식조차 없고 囊裡千金盡傾散 주머니 속 천금은 죄다 기울어져 흩어졌죠. 山海關北人烟絶 산해관 북쪽 사람들의 자취 끊겨 白骨如麻血爲水 흰 뼈 삼이 얽혔고 피는 물을 이뤘죠. 脚胝足繭越千里 다리엔 굳은 살이 발엔 굳은 살 생겼지만 천리를 건너 驀山潛水經萬死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여러 죽을 고비 지났어요. 竄身遂至江陵府 몸을 숨겨 드디어 강릉부에 이르러 寄食漁家爲漁子 어부집에서 기식하며 어부가 ..
3. 모문룡이 인정하는 악공이 되어 是時崇禎初一年 이때는 숭정 막 1년인데 椵島聞有毛都督 가도엔 모도독이 있다고 알려졌어요. 都督聞之使人召 도독은 그걸 듣고 사람으로 하여금 불러들여 酒筵大開鎭海樓 술잔치를 진해루에서 크게 열었어요. 畫舳錦帆迷海門 그림 배와 비단 돛을 단 배가 바다 어귀에서 헤매며 十二白堞臨碧流 12 성가퀴는 푸른 흐름에 임해 있었죠. 旂纛五面屯如雲 다섯 면의 큰 기가 구름처럼 진 치니 戰士一一皆豼貅 전사들이 하나하나 모두 날쌔더이다. 桂樹中堂白玉階 계수나무 중당에 백옥 계단과 綺戶畫欄開重重 비단 창호와 그림 난간을 겹겹이 열면 九級羅幕啣金龜 9급의 비단 장막에 금 거북이 머금었고 七寶綵筵承火龍 칠보의 수놓은 대자리에 화룡 이어져요. 博山金爐沉香火 금빛 박산로(博山爐)엔 향불이 잠겨 面面..
2. 악공이 되어 전국을 떠돌다 長髮湖南學琵琶 머리를 기르고 호남에서 거문고를 배워 來屬梨園爲伶官 장악원에 위촉되어 국공(國工)이 되었죠. 梨園春日花如海 장악원의 봄날에 바다처럼 꽃펴 一日六日多行樂 6일내내 행락이 많지만 妙曲絶響隨指變 묘한 곡조의 뛰어난 울림이 손가락 따라 변해 院中國工無顔色 장악원 속 국공들도 무색해졌죠. 雲遊四方無蹤跡 구름처럼 사방을 종적 없이 유람하며 手持樂器出關西 손엔 거문고 들고 관서로 나가 一彈浿城烟花發 한 번은 평양성 흐드러지게 핀 꽃 속에서 타고 再奏巫峽雲月低 다시 한 번은 무협 구름 속 달 밑에서 刺史命酒浮碧宴 사또는 술을 부벽루 잔치에 명하고 太守賜座仙樓筵 군수는 강선루(降仙樓) 잔치에 자리를 하사했죠. 宣州鐵州一千里 선천과 철산의 일천리 길 中間閱歷幾山川 중간에 지나..
1. 조실부모하고 중이 된 사연 君不見 그대 보지 못했나? 延津村中老居士 연진촌 속 늙은 거사가 持絃乞米行且息 거문고 들고 쌀을 구걸하러 가다가 또 쉬는 것을. 頂掛破簑蹇一足 머리에 깨진 도롱이 쓰고 한 발은 절뚝이며 厖眉垂睫雙瞳碧 두꺼운 눈썹으로 눈길 떨구는데 두 눈동자 푸르네. 自言嶺南良家子 스스로 말하네. “영남 양반집 자식으로 家在玄風白沙里 집은 현풍 백사리에 있죠. 父母早死無弟兄 부모는 일찍 죽고 형제도 없어 九歲爲僧瑜珈寺 9살에 유가사에서 스님이 되었고 十六遠隨徽上人 16살엔 멀리 휘스님을 따라서 數月坐禪石室中 수개월을 석실 속에서 좌선했죠. 巨壑絶峽無烟火 어마어마한 골짜기와 깎아지른 골짜기에 밥불 때는 이도 없으니 山魅木魈嘯寒空 산의 도깨비와 나무의 정령이 차가운 허공에서 울어대었죠. 不寐不..
해설. 예인의 활발한 활동과 퇴색해진 과정을 그리다 「추월가」 역시 「달문가」와 마찬가지로 야담이 서사시로 전환된 경우다. 추월은 18세기 중엽 기생 신분에서 여항의 예인으로 성장한 존재였다. 가객 이세춘(李世春), 금객(琴客) 김철석(金哲石) 그리고 같은 기생 계섬(柱蟾)ㆍ매월(梅月) 등과 함께 그룹을 지어 연예활동을 벌였던바, 이네들의 패트런(patron) 격으로 심용(沈鏞) 같은 인물도 있었다. 이들의 활동은 당세에 이름을 날려 야담으로 오르내렸다. 그리하여 「풍류(風流)」(원제 遊浿營風流盛事) 「회상(回想)」(원제 秋娘臨老說故事) 「송실솔(宋蟋蟀)」 같은 주목할 만한 한문단편이 이루어졌다. 「회상(回想)」은 추월이 늘그막에 이르러 자신이 이세춘 등과 함께 연예활동을 벌이던 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인..
한 시대를 풍미한 노래꾼 추월 추월가(秋月歌) 홍신유(洪愼猷) 湖西古百濟 遺俗好謳歌 충남은 옛날의 백제지역으로 남은 풍속은 노래 부르길 좋아해. 有女名秋月 公州出妓家 어떤 계집애 이름은 추월인데 공주의 기생집에서 태어났네. 十六善於歌 聲名聞京華 16살에 노래에 뛰어나니 명성이 서울에 소문 났다네. 選入貴主宅 紅拂間綺羅 공주의 부마(駙馬) 집에 뽑혀 들어가니 비단 옷 입은 홍불 같았지. 時有郢人歌 白雪恥里巴 이때에 언영((鄢郢)의 노래가 있어 「양춘백설(陽春白雪)」이란 노래로 「하리파인(下里巴人)」이란 노래를 부끄러워했네. 歌從郢人習 一年洗淫哇 노래는 언영의 습속을 따르니 일 년에 음란함이 씻겨졌고 寤寐喉舌間 唱今三年多 오매불망 목구멍과 혀 사이로 이제 노래 부른 지 3년째로 많다네. 林壑貞陵洞 溪石練戎衙..
대전광역시교육청 공고 제2021-510호2022학년도 대전광역시 중등학교 교사, 보건·사서·전문상담·영양·특수(중등)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제1차 시험 장소 공고 2022학년도 대전광역시 중등학교교사, 보건‧사서‧전문상담․영양․특수(중등)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 제1차 시험 장소를 아래와 같이 공고합니다. 2021년 11월 19일 대전광역시교육감 Ⅰ 시험일자 □ 2021. 11. 27.(토) 09:00~ (08:30까지 입실 완료) Ⅱ 시험과목 및 시험시간 구 분시 험 과 목시 험 시 간비 고1교시교 육 학 09:00 ~ 10:00(60분)탄방중 28시험실은 별도 시간 운영2교시전 공 A 10:40 ~ 12:10(90분)3교시전 공 B 12:50 ~ 14:20(90분) Ⅲ 시험장소 □ 대전문정중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