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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삭막한 세상에서 영특한 아이가 겪은 일 달성아(達成兒) 조용섭(曺龍燮) 1. 기근이 들어 군도가 일어나다 癸卯歲大飢 人心遂莫測 黃巾弄畏途 綠林遍豪客 商旅日中行 墟烟往往熄 ⇒해석보기 2. 의지할 곳 없던 달성의 아이가 만난 사람 達城有一兒 聰慧年齡弱 粗解讀書史 無力可自食 有妹在道州 薄言往依托 歲暮且歸寧 蕭條尋鄕邑 妹能念爲弟 餽贐在囊槖 行行未及家 日暮亂山谷 忽有一女媼 朅來手臂捉 屈曲問居停 殷勤慰行役 舌底露深情 眉端假德色 嶺路人艱險 白晝多攻劫 暝色今如此 何況爾弱植 院落雖相望 鷄犬不得寧 深淺我已知 那忍送汝行 吾家一弓許 寂寞罕逢迎 兼有我伴宿 明朝餞崎嶇 我亦養子人 跟隨莫躊躇 ⇒해석보기 3. 묶던 집에서 겪은 기이한 일 聽罷兒首鼠 途窮隱忍就 蔀屋氣慘憺 夕餽陳草具 一丁負薪返 囚首對其傍 須曳媼入室 戎枕各指方 主兒向壁裡 ..
해설. 20세기 혼란한 시기의 군도를 그리다 「달성아(達成兒)」는 지역배경이 대구 인근이며, 시대배경은 1903년으로 이른바 개화의 바람이 휩쓸던 지난 20세 초다. 그럼에도 청도의 누님 집에서 돌아오던 소년이 악독한 여인의 마수에 걸려 재물을 빼앗기고 죽음을 당할 뻔한 상태에서 기지를 발휘해 살아나온 내용이니 마치 『수호전(水滸傳)』에나 나옴 직한 악한 이야기의 한 토막을 보는 것도 같다. 20세기 초는 조선왕조가 대한제국으로 전환하여 신문물이 물밀 듯이 들어오고 근대적 변화가 진행된 한편, 구체제가 해체상태로 들어가고 국망의 위기에서 사회가 극도의 혼란에 빠져 있었다. 게다가 흉년이 겹쳐서 인심이 흉흉하고 도둑이 성행했으니 당시 활빈당(活貧黨)을 표방한 군도(群盜)가 여러 지역에서 출몰하여 이 시기를..
5. 기막힌 사연에 분개하여 시를 짓다 此事人膾炙 我聞一嗼咄 이 일을 사람들이 회자하니 내가 듣고서 고요히 혀를 찼네. 仁天胡忍此 悔過無時日 임금의 어진 정치 속에 어찌 차마 이 지경인가? 후회가 지나침이 이 날만 한 게 없네. 苛政猛於虎 作詩告偃室 가혹한 정치는 범보다 무서우니 시를 지어 사또에게 고한다. 『韋堂遺稿』 권1 인용 전문 해설
4. 기치를 발휘해 벗어났지만 忽聞磨刀痕 兒命將如何 갑자기 칼 가는 소리 들리니 아이의 목숨을 어이할 거나? 進退無生路 發謀詎有涯 진퇴양난이라 살 길 없지만 꾀를 냄에 어찌 한계 있을꼬? 易置交臥處 高枕鼻如雷 자리를 바꿔 누운 곳 교차시켜 베개 높이 베고 코골기를 우레처럼 했네. 彼料豈及此 毒手不徘徊 저들이 어찌 이에 이를까 헤아렸으랴? 표독한 손은 배회하지 않고 誤中渠家息 去委北邙堆 잘못 그 집안의 자식에 적중하니 북망산 무덤에 버려야 할 참이네. 兒起迨此隙 探囊鼠竄亡 아이는 이 틈을 타서 일어나 주머니 찾아 쇠앙쥐처럼 도망치네. 一步九顚倒 地黑天荒荒 한 걸음에 아홉 번 자빠지니 땅은 검고 하늘은 어둡기만 하네. 遙望孤燈照 蒼黃去卽投 아득이 외론 등불 비추는 걸 바라보고서 급작스레 곧장 투신했네. 及門..
3. 묶던 집에서 겪은 기이한 일 聽罷兒首鼠 途窮隱忍就 듣길 마쳤지만 아이는 주저하다가 길이 궁벽져 있기에 참고서 나갔네. 蔀屋氣慘憺 夕餽陳草具 초가집의 기운은 참담했고 저녁 반찬이 풀그릇에 진열되었네. 一丁負薪返 囚首對其傍 한 장정이 땔나무 지고 돌아와 헝클어진 머리가 곁에서 대하였네. 須曳媼入室 戎枕各指方 잠깐 사이에 아낙이 집으로 들어와 베개 각각 방향을 지정해주니 主兒向壁裡 客兒當戶前 주인 아이는 벽을 향하고 손님 아이는 문 앞을 향했네. 彷徨繞床側 夜闌不成眠 침상 곁에서 방황하며 밤이 끝나도록 잠 못 자는데 剝啄人猛至 認是彼藁砧 문을 열라고 두드리며 사람이 힘차게 들어오니 아낙의 남편임을 인식했네. 巿怒反色室 長吁槖無金 발끈 화내며 집에서 반색하면서 돈 없음에 길게 탄식하네. 其妻欣迎謂 願君且安..
2. 의지할 곳 없던 달성의 아이가 만난 사람 達城有一兒 聰慧年齡弱 달성에 어떤 한 아이는 총명하고 나이는 어려 粗解讀書史 無力可自食 책을 읽어 대강 이해하지만 스스로 먹고 살만한 힘이 없었네. 有妹在道州 薄言往依托 누이가 도주(청도군의 옛 지명)에 있어 잠깐 가서 의탁했고 歲暮且歸寧 蕭條尋鄕邑 세밑에 장차 친가로 돌아가려 쓸쓸히 고향집 찾아가려는데 妹能念爲弟 餽贐在囊槖 누이는 동생 위하는 생각을 하여 전별금을 주머니에 넣어다네. 行行未及家 日暮亂山谷 걷고 걸어 집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해가 저물어 산과 골짜기 어지러워졌네. 忽有一女媼 朅來手臂捉 갑자기 한 아낙이 왔다갔다 손으로 팔뚝을 끌더니 屈曲問居停 殷勤慰行役 곡진히 머물 곳 묻고서 은근히 여행길 위로하네. 舌底露深情 眉端假德色 혀 밑으로 깊은 정을 ..
1. 기근이 들어 군도가 일어나다 癸卯歲大飢 人心遂莫測 계묘(1903)년에 크게 기근들어 사람 마음 마침내 헤아릴 수 없어 黃巾弄畏途 綠林遍豪客 황건적이 제멋대로 길을 두려움에 떨게 했고 녹림호객이 두루 깔려 商旅日中行 墟烟往往熄 상인과 나그네는 한낮에만 다니고, 마을의 밥불은 이따금 끊어졌네. 인용 전문 해설
해설. 농민적 미감이란 무엇인가? 이 시는 산전(山田)에 담배심기를 하는 농부를 그린 것이다. 역시 전편이 세 단락으로 나뉘는데 그 구성의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특색이 있다. 서두의 첫 단락에 담배 모종을 지고 혼자 심심산골로 들어가는 한 농부가 등장한다. 다음 단락에서 담배 모종을 하는 작업광경이 묘사되며, 마지막 단락에서는 그 농부가 하필 담배농사에 힘쓰게 된 사정을 그의 독백으로 듣는다. 서사의 화폭은 산골로 이동하는 농부, 그가 밭에서 담배 모종을 하는 장면으로 단순 간결하다. 그런데 작중의 현재 상황은 간밤에 비가 흡족히 내린 다음이라, 농촌은 모내기로 일손이 붐빈다. 주인공은 왜 홀로 산비탈에서 담배를 심고 있는가? 작품은 들판에서 모내기하는 농부들과 대비하는 수법으로 담배 심는 자의 삶을 부각..
담배 심는 노래 종어요(種菸謠) 황현(黃玹) 大雨一夜川流洪 폭우가 한 밤에 내려 내가 홍수처럼 흐르고 霮䨴三日因濛濛 구름 가득 흙비 사흘째 내려 어둑어둑하네. 秧務如焚村無傭 모내기 힘쓰길 불살라야 하는데 마을엔 품팔이 없는데 何人獨向山雲中 어떤 사람 홀로 산 구름 속으로 향하는가? 雉驚格格叢莾翻 꿩은 놀라 지저귀며 떨기 속으로 날아가니 蓬藟萬朶眞珠紅 쑥과 등나무의 뭇 가지들 참으로 진주처럼 붉구나. 一擔就安松根上 한 번 메고 나아가 소나무 뿌리 위에서 편안한데 猫耳戢戢靑筠籠 고양이 귀처럼 푸른 대나무 떨기는 쑥쑥 자랐네. 石崖坡坨不辨畝 벼랑 언덕엔 밭 분별이 안 되어 瓦壟千疊迷溝縫 기와 같은 언덕은 겹겹한데 도랑이 이어진 듯 흐리멍덩하네. 無袖布襦半膝褌 소매 없는 모시 저고리에 무릎 반만 가린 잠방이 입..
해설. 임경업 전설과 조기잡이의 신명나는 현장 이 시는 연평도 어장에서 조기잡이 하는 것을 묘사한 내용으로, 전후 2부로 엮여 있다. 1896년에 지은 시편을 모은 『벽성기행(碧城紀行)』에 수록되어 있는 것이다. 전반부에서 임경업(林慶業)에 결부된 조기 전설을 삽입해서 조기의 유래와 특징을 재미나게 서술한 다음, 후반부에서는 조기잡이 노동의 과정을 신명나게 그리고 있다. 그 시의 언어들은 마치 그물에 딸려오르는 조기가 퍼덕거리듯 싱싱하고 기운차다. 그리고 끝맺음의 어부 아낙이 출어(出漁)로부터 돌아온 낭군을 반갑게 맞는 장면은 매우 극적이다. 어민의 노동생활과 그네들 특유의 미의식이 살아 있는 것이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1권, 창비, 2020년, 451쪽 인용 전문
2. 만선(滿船)의 행복 五兩高帆舸峩艑 다섯 량의 높은 돛의 크고 높은 거룻배가 張網勢若雲垂天 어망을 펼친 기세가 구름이 드리운 하늘 같다네. 有物驅魚魚不覺 미끼가 있어 물고기를 몰아오니 물고기는 모르고凄風驟急輕雷闐 스산한 바람은 빠르고 급하며 가볍게 우레가 치네.擧網百夫聲呼耶 어망 드는 뭇 어부들은 어이야 소리치니拾魚如芥積如沙 물고기 줍길 풀처럼 하고 쌓인 것이 모래 같지.舟重人歡畫皷發 배의 여러 사람 기뻐하며 화각을 불어대니皷聲漸高客還家 화각소리 점점 높아지며 어부들 집으로 돌아가네. 家中少婦春夢驚 집속의 어린 아내는 봄꿈에 놀라 깨어手挽雲髻出門迎 손으로 구름 비녀 끌어다 단장하고 문에 나가 맞이하지. 海風黧面腥逆鼻 해풍에 검은 얼굴 비린내가 코를 거슬리지만抱郞但道郞更媚 낭군 안고서 다만 “우리 낭군..
1. 달천장군을 돕던 물고기도 아직도 있네 睡鴨山南龍媒西 수압산의 남쪽, 용매도의 서쪽에 大小延平高復低 대연평도와 소연평도는 높고도 다시 낮다네. 海天萬里靑一色 바다와 하늘이 만리토록 푸른 하나의 색깔인데 便風直踔無燕齊 문득 바람이 곧장 불어오니 연나라와 제나라가 사라지네. 達川將軍眞勇者 달천장군은 진정한 용자이니 手持一劍睨天下 손에 하나의 검을 잡고서 천하를 내려 보았지만 謀疎事敗脫身亡 꾀는 어설프고 일은 어그러져 몸을 빼내 도망하니 猶能使船如使馬 배 부리는 것이 말 부리듯 했었네. 陽侯海若感其義 양후와 해약은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여 特出嘉魚爲相饋 특별히 아름다운 물고기 내어 서로 공궤(供饋)하였네. 將軍一去二百年 장군이 한 번 떠난 지 200년인데 此魚至今留此地 이 물고기는 지금에 이르도록 이 땅에 ..
해설. 신도 해결할 수 없는 가렴주구 이 시는 뱃사람들이 풍어굿을 드리는 정경을 서술한 것이다. 원제의 「광성진에 묵으며 배에서 신에게 비는 말을 기록함[宿廣城津 記船中賽神語]」은 곧 시를 짓는 상황을 축약하고 있다. 서두에 석양의 바닷가에서 굿판을 시작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인데, 이어 무당이 신의 뜻을 전하고 뱃사람이 소원을 말하는 식으로 구성한 수법은 특이하다. 신비롭고 낭만적이다. 그런데 뱃사람은 고기를 많이 잡도록 해주겠다는 신의 풍성한 보답에 만족하지 못하고 관의 수탈을 막아달라고 간청하는 것이다. 이에 신은 그것은 자기 소관사가 아니니 시인에게나 가서 호소해보라 한다. 전지전능한 신으로서도 가렴주구(苛斂誅求)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반응이다. 시는 후반으로 올수록 현실성이 점차 강화되면서 풍자..
강화도 광성나루에서 묵으며 배속에서 해신에게 제사지낸 말을 기록하다 숙광성진 기선중새신어(宿廣城津 記船中賽神語) 이건창(李建昌) 大船擊皷皷三四 큰 배에선 북 두들기니 북 3~4번 울리고 小船打皷聲無次 작은 배에선 북 치니 소리엔 차례가 없어라. 長竿大旗如火紅 긴 장대의 큰 깃발은 불꽃처럼 붉고 風颭照江江水沸 바람 살랑여 강을 비추니 강물이 끓어오른다. 船頭殺猪大如馬 뱃머리에서 돼지 죽이니 크기는 말 같고 船人瀝酒篷窻下 뱃사람이 거룻배의 창 아래서 술 거르네. 長年禿頭搗如蒜 나이 들어 벗겨진 머리는 두드리면 마늘인 듯하고 女巫廣袖紛低亞 여자 무당의 넓은 소매는 나부끼며 낮게 드리워졌네. 潮來舟動一丈高 조수 밀물엔 배가 한 장 높이로 움직이고 明月滿天江無濤 밝은 달 하늘에 가득 차올라 강엔 파도가 없다네. ..
산촌 화전민의 척박한 삶을 기록하다 협촌기사(峽村記事) 이건창(李建昌) 1. 알뜰살뜰 살아가는 산촌 농부 峽人豈好險 野居無田宅 靑山不拒貧 赤手來謀食 烈炬燎灌莽 勁耒鑽磽𥕂 皇天均雨露 歲課收粟麥 爲農誰不苦 此穀眞堪惜 當盂不忍飽 暗喜盎中積 邇來逢穀貴 出山利販糴 前年買一犢 今歲屋墁壁 且令兒有匙 寧可婦無幘 人生稍備物 如鷇方長翮 豈敢望富厚 庶期償筋力 ⇒해석보기 2. 모리배보다 더한 관리놈 此山無虎豹 旁郡無盜賊 白晝屋中坐 何意轟霹靂 官校直入來 未聲面先赤 皁衣肩半卸 紅縧手雙擲 撾翁與竊嫂 極口無倫脊 一辭那可鳴 生死繫拳踢 罪狀且姑舍 財物先搜斥 瓮牖無藩蔽 何由得藏匿 頃刻盡掃去 霜林風捲蘀 出門尙咆哮 餘怒猶未釋 惡鬼生搏人 隣里誰敢逼 ⇒해석보기 3. 하소연할 곳조차도 먹고 살만한 것도 없는 화전민의 삶 山日翳將墜 籬落異前夕 啼兒..
해설. 살려 화전민이 된 사람들조차 살 수가 없네 이 시는 화전민(火田民)의 삶의 현실을 다룬 것이다. 내용상 3단락으로 나뉜다. 제1부는 작중의 인물이 산골로 들어와서 안착하는 과정인바, 특히 곡식 한톨 먹기를 아까워하는 데서 농민의 생활정서를 느낄 수 있다. 제2부에서는 군교들이 돌연히 출동하여 산골의 평화가 깨지는 장면이 펼쳐지며 제3부는 일장풍파가 지나간 다음의 정상이다. 주인공은 당초에 갖가지로 빼앗기고 뜯긴 나머지 무산농민이 되어 땅을 찾아 산골로 들어온 것이다. “청산은 가난한 사람 마다하지 않아요[靑山不拒貧].”에서 청산에 대한 인민적 의미가 다가온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를 연상케도 한다. 청산은 과연 노동의 결실을 정직하게 가져다주었다. ‘청산에 살어리’를 실증한 셈이..
3. 하소연할 곳조차도 먹고 살만한 것도 없는 화전민의 삶 山日翳將墜 籬落異前夕 산의 해가 그늘져 장차 지려는데 촌락은 어젯밤과 다르네. 啼兒色半死 蹲犬猶喘息 울던 아이의 살색이 반쯤 죽어가고 쪼그린 개는 오히려 숨 가쁘네. 何用更點檢 空坑餘弊席 어찌 다시 점검을 하리오? 빈 공간에 해진 자리만 남아 있는 걸. 氣結不能歔 叩心復何益 기가 막혀 숨 쉴 수조차 없고 가슴 두드려도 다시 무엇이 유익할꼬. 所悲力田久 氣衰髮盡白 슬픈 것은 농사에 전력한 지 오래인데 기가 쇠하고 머리카락 모두 세어 已老不重少 已失難再得 이미 늙어버려 다시 젊어질 수 없고 이미 잃어버려 다시 얻기 어렵네. 此地不可住 舍此無所適 이 땅엔 살 수 없지만 이곳 버리고 갈 곳도 없구나. 城中多富人 破產猶得職 성안엔 부자들 많아 파산해도 오..
2. 모리배보다 더한 관리놈 此山無虎豹 旁郡無盜賊 이 산엔 호랑이와 표범 없고 이웃 고을엔 도적이 없어요. 白晝屋中坐 何意轟霹靂 백주대낮에 집에 앉았는데 어떤 뜻으로 벼락이 우르르쾅쾅 치는가? 官校直入來 未聲面先赤 관교가 곧바로 들어와 오니 소리도 내지 못하고 얼굴만 먼저 빨개지네. 皁衣肩半卸 紅縧手雙擲 조의는 어깨의 반절쯤 풀고 붉은 끈은 두 손으로 던지네. 撾翁與竊嫂 極口無倫脊 노인을 치고 형수 훔치니 말로는 미처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네. 一辭那可鳴 生死繫拳踢 한 마디 말로 어찌 말해볼 수 있으리? 생사가 주먹 폭력에 달려 있는데. 罪狀且姑舍 財物先搜斥 죄상은 또한 고사하고 재물만 먼저 찾고 엿보니 瓮牖無藩蔽 何由得藏匿 가난한 집이라 울타리조차 없는데 어떤 곳을 말미암아 감추고 숨길 수 있으리오. ..
1. 알뜰살뜰 살아가는 산촌 농부 峽人豈好險 野居無田宅 골짜기에 사는 사람 어찌 험지 좋아하리오. 들판에 살려해도 밭과 집이 없다네. 靑山不拒貧 赤手來謀食 푸른산이 가난한 이 막질 않아 빈손으로 먹을 것 도모하러 왔다네. 烈炬燎灌莽 勁耒鑽磽𥕂 불을 놓아 우거진 숲을 태우고 굳센 보습으로 척박한 땅 일구지. 皇天均雨露 歲課收粟麥 크고 넓은 하늘은 비와 이슬 고르게 내려 해마다 부과된 조와 보리 수확하네. 爲農誰不苦 此穀眞堪惜 농사짓기 누가 괴롭지 않으랴. 이 곡식이 참으로 애석할 만하구나. 當盂不忍飽 暗喜盎中積 밥그릇 감당할 땐 차마 배불리 못 먹고 은근히 그릇 가운데 쌓이는 곡식에 기쁘다네. 邇來逢穀貴 出山利販糴 근래에 곡식 귀한 시기 만나 산을 나가 쌀 매매하여 이익이 있었지. 前年買一犢 今歲屋墁壁 작..
풍년에 배불리 먹는 농민들과 곡하는 여인 전가추석(田家秋夕) 이건창(李建昌) 1. 넉넉한 민가의 추석을 경계하는 어르신의 외침 京師富貴地 四時多佳節 鄕里貧賤人 莫如仲秋日 秋日有晴暉 秋宵有明月 風景固自佳 非爲我輩設 但見四野中 嘉穀正垂實 早禾已登場 豆菽亦採擷 中庭剝於葵 後園摘苞栗 團團土火爐 吹扇紅榾柮 煮飯作羹湯 大家劇啗啜 一飽便意氣 散漫雜言說 去年大凶年 幾乎死不活 今年大豊年 天意固不殺 恨不腹如鼓 恨不口雙裂 日食十日量 快意償饕餐 父老在上座 呼語勿亂聒 民生實艱難 物理忌盈溢 莫已今醉飽 或忘舊飢渴 吾老頗經事 過食則生疾 →해석보기 2. 흉년이 시골사람에게 끼치는 영향 南里釀白酒 北里宰黃犢 獨有西隣家 哀哀終夜哭 借問哭者誰 寡婦抱遺腹 夫君在世日 兩口守一屋 門前一席地 歲收僅糜粥 去年秋早霜 掃地無半菽 糠麩雜松皮 過冬猶不足 ..
해설. 흉년 후 찾아온 풍년과 통곡하는 여인의 이야기 이 시는 시인이 나이 26세 때인 1877년에 지은 것이다. 시인 이건창은 당시 충청도 암행어사로 나갔던바 권세에 굴하지 않고 매섭게 처리하여 유명한 일화를 남겼다. 그때 직접 목도한 사실을 잡아서 쓴 것이 이 작품이다. 작품에 언급된바 그 전해(병자년)에 큰 흉년이 들었다. 『매천야록(梅泉野錄)』에 의하면 “무서운 흉년을 말할 때 으레 기갑(己甲)을 들었는데 이후로부턴 드디어 ‘기갑’이란 말이 없어지고 곧바로 ‘병자년’을 일컫게 되었다.”라고 한다. 이 시는 그 흉년을 겪은 이듬해 농가의 정경이다. 시는 처음부터 2부로 나뉘어 있다. 제1부는 무서운 재난을 겪고 나서도 강인하게 살아남은 농민들이 재기하여 부지런히 농사를 지어 풍년을 구가하는 내용이다..
2. 흉년이 시골사람에게 끼치는 영향 南里釀白酒 北里宰黃犢 남쪽 마을은 흰 술 담그고 북쪽 마을은 누런 소 잡네. 獨有西隣家 哀哀終夜哭 유독 서쪽 이웃의 집에는 구슬피 밤새도록 곡을 하는구나. 借問哭者誰 寡婦抱遺腹 곡하는 사람이 누군지 물으니 과부가 유복자를 안고서 말하네. 夫君在世日 兩口守一屋 남편이 살아있을 적에 두 식구가 집을 지켰어요. 門前一席地 歲收僅糜粥 문 앞 한 뙈기 땅에서 먹을 걸 수확했지만 겨우 미음 쑬 정도였죠. 去年秋早霜 掃地無半菽 작년 가을엔 일찍 서리가 내려 땅을 쓸어도 콩 반쪽도 없어 糠麩雜松皮 過冬猶不足 겨와 밀기울을 소나무 껍질과 섞었음에도 겨울나기엔 부족했어요. 春來向富人 乞禾得滿匊 봄이 와 부잣집에 가서 쌀을 빌어 한 움큼을 얻어왔는데 一粒惜不嚥 持爲種田穀 한 톨도 아까워..
1. 넉넉한 민가의 추석을 경계하는 어르신의 외침 京師富貴地 四時多佳節 한양은 부귀한 곳이라 사시에 명절도 많지만 鄕里貧賤人 莫如仲秋日 시골 가난한 사람에겐 추석만 한 게 없지. 秋日有晴暉 秋宵有明月 가을 낮은 구름 걷혀 환하고 가을밤은 밝은 달이 있어 風景固自佳 非爲我輩設 풍경은 참 아름다우나 우리들을 위한 게 아니야. 但見四野中 嘉穀正垂實 다만 서쪽 들을 보면 잘 익은 곡식과 착실히 익은 열매들 早禾已登場 豆菽亦採擷 이른 벼 이미 타작하고 콩 또한 손으로 따며 中庭剝於葵 後園摘苞栗 마당에선 해바라기씨를 까고, 뒤뜰에선 밤 까네. 團團土火爐 吹扇紅榾柮 둥근 흙 화로에 부채질을 하니 나무토막이 타올라 煮飯作羹湯 大家劇啗啜 밥을 짓고 국을 끓여 대가족이 극성스레 먹어재끼네. 一飽便意氣 散漫雜言說 한 번 밥..
익주의 연밥 따기 노래 익주채련곡(益州采蓮曲) 여규형(呂圭亨) 1. 입에 풀칠하러 연꽃을 캐러가네 東家小女西家娘 相約淸晨去采蓮 春浦西南十里塘 蓮莖蕺蕺葉田田 短帬赤脚陷泥淖 長鑱木柄連根拔 行人笑問胡爲爾 以此糊口資生活 昨年大旱焦山澤 禾黍苽菓無遺種 苦遲今夏麥登場 徴租索錢不旋踵 松皮剝盡野無草 枵腹日日庚癸呼 夙聞富豪饍氷藕 全勝秋江溧飯菰 采采歸來作鼎實 麤硬淡澁不可口 吞嚥猶覺有生意 釜中生魚亦已久 ⇒해석보기 2. 가난한 이가 캔 연밥을 부자 사람들이 먹네 我聞此語重歎息 嗷鴻澤國誰能數 民生不可有此色 咬根漫說百事做 因念古來女子職 祭祀采蘩蠺采桑 就中江南采蓮者 凌波仙襪紅粉粧 葉暗無光絲難織 十丈甘蜜殊荒唐 不過土風事遨遊 蘭舟桂棹泛中央 誰謂將此代艱食 草木橫被池魚殃 花神上訴天應泣 化爲甘澍徧四方 富貴人家哺用脯 寔命不猶至此極 采蓮之曲不勝..
해설. 낭만적인 채련곡을 고달픈 현실 고발로 풀어내다 이 시는 부녀자들이 기근을 면하기 위해 연뿌리를 캐는 광경을 목도하고 지은 것이다. 구시대에는 흉년을 만나서 보릿고개에 연명하려고 나무껍질을 벗기고 풀뿌리를 캐는 정경(情景)이란 그야말로 관행적으로 발생하는 풍속도였다. 작품은 바로 그런 풍속도의 한폭이다. 익산지방은 다행히 큰 연못이 가까이 있어 연뿌리를 캐는 모습이 풍속도에 향토적 특색으로 담기게 된바 그래서 「익주채련곡(益州采蓮曲)」이란 제목을 붙은 터다. ‘채련곡(採蓮曲)’은 원래 악부체의 하나로 널리 씌어진 제목이다. 당초에는 노동가요로 창작되었겠으나 뒤에는 대체로 유흥적인 기분에 젖어 낭만적인 것으로 굳어졌다. 그런데 여기서는 채련곡으로 이름 붙였으면서도 전혀 다르게 백성들의 생존을 위한 고..
2. 가난한 이가 캔 연밥을 부자 사람들이 먹네 我聞此語重歎息 내가 듣고 이 말에 거듭 탄식하였지. 嗷鴻澤國誰能數 연못의 슬피 우는 기러기 누가 헤아릴 수 있겠는가. 民生不可有此色 백성의 삶은 이런 굶주린 기색 있어선 안 되는데 咬根漫說百事做 풀뿌리를 씹으면 온갖 일이 이루어진다네. 因念古來女子職 예로부터 여자의 직분을 생각해보면 祭祀采蘩蠺采桑 제사하기 산 흰쑥 누에치기 뽕잎 캐기라네. 就中江南采蓮者 강남으로 나가서 연잎을 캐는 사람은 凌波仙襪紅粉粧 파도를 비단버선 신고 타 연지곤지 화장했네. 葉暗無光絲難織 잎 어두워 빛이 없으니 실론 베 짜기 어렵고 十丈甘蜜殊荒唐 열 길 달고도 꿀 같다는 건 지나치게 황당한 말이지. 不過土風事遨遊 풍토에서 노닐던 일 蘭舟桂棹泛中央 난초 배에 노로 연못 중앙에서 떠다녔던..
1. 입에 풀칠하러 연꽃을 캐러가네 東家小女西家娘 동쪽 집의 소녀, 서쪽 집의 낭자 相約淸晨去采蓮 서로 약속해 동틀 때 연꽃을 캐러가네. 春浦西南十里塘 춘포 서남 10리의 연못엔 蓮莖蕺蕺葉田田 연 줄기가 쭉쭉 올라와 잎이 수면에 가득하지. 短帬赤脚陷泥淖 짧은 치마에 맨 발을 진흙에 담그고 長鑱木柄連根拔 긴 끌로 연잎 자루의 연이은 뿌리 뽑아내네. 行人笑問胡爲爾 행인이 웃으며 “무얼 하니?”라고 물으니 以此糊口資生活 대답을 하네. “이것으로 입에 풀칠해 생활을 부지하죠. 昨年大旱焦山澤 작년 크게 가물어 산과 연못이 말라 禾黍苽菓無遺種 벼와 기장과 오이의 남은 종자도 없었지요. 苦遲今夏麥登場 올 여름 보리 올라오는 것이 괴롭고도 더딘데, 徴租索錢不旋踵 세금을 징수하러 돈을 찾느라 눈 깜빡거릴 순간도 없었죠...
해설. 항구의 묘사로 그려낸 변모하는 시대의 풍속도 이 시는 어느 항구의 묘사다. 상품유통의 발전은 소비적ㆍ향락적 생활을 조장하는 한편 가치관의 변화를 불러오기도 한다. 돈 많은 상인의 “높은 벼슬아치 부럽지 않소[不願公侯].”에서 자본주의적 가치관의 일면을 느낀다. 이 서사적 화폭 속에 사건이 발생하는데 풍랑으로 파선이 된 것이다. “젊은 아낙 물가로 나와 지는 해 바라보고 통곡하는[少婦沿江哭向暮].” 한 인생의 비운 앞에서 재빨리 어구를 사려고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다. 이익 추구에 민감한 세태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변모하는 시대의 풍속도를 들여다보는 것 같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1권, 창비, 2020년, 423쪽 인용 원문
강북의 장사치 강북고(江北賈) 박문규(朴文逵) 江北賈多金錢 강북의 장사치 돈이 많으니 不願公侯不願仙 공후 같은 벼슬 원치 않고 신선되길 원치 않네. 江村沽酒酒如乳 강촌에서 술 사니 술은 젖 같이 다니 船頭擊鼓翩천★遷-辶+羽舞 뱃머리에서 북 두드려 나부끼듯 춤을 추네. 昨夜江頭風正急 어젯밤 강어귀에서 바람이 거세 白浪如山半空立 흰 파랑은 산 같아 반쯤 허공에 솟구쳤지. 舟沈檣折不知處 배는 가라앉고 돛은 꺾여 어느 곳인지 모르겠더니 少婦沿江哭向暮 어린 아낙 강가에서 저물어가는 곳 향해 곡을 하네. 今朝何人來叩門 오늘 아침 어떤 사람이 와서 문을 두드리니 江南賈客買漁具 강남의 상인 낚시 도구를 사러 왔네.『天游詩集』 ▲ 안견, 어촌석조도 인용 목차 해설
해설. 옛 시를 현대적 관점으로 새롭게 쓰다 『취록당유고』를 보면 다산이 초당에 머물던 시절을 회상한 「정석행(丁石行)」이란 제목의 장시와 함께 「밭 가는 여자[女耕田]」와 「나뭇짐 진 여자[負薪行]」 두편의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두편 모두 노동하는 여성의 괴로움을 표현한 내용이어서 다산의 시정신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편은 현실에서 직접 취재한 것이 아니고 옛사람의 시제를 따서 쓴 작품이다. 여기에 나뭇짐 진 여자를 소개하는데 이는 두보의 동명의 시에 감동해서 자기 방식으로 재현한 경우이다. 두보의 원작은 삼협(三峽)을 따라 내려가다가 무산 기슭에 당도해서 그곳의 풍속을 보고 지은 것이었다. 일종의 기행시 내지 풍속시다. 그 고장 여자들이 평생 나뭇짐을 져서 살아가느라 시집도 못 가는 실..
예쁘게 태어났지만 땔나무 하느라 부신행(負薪行) 윤종억(尹種億) 勞勞負薪誰家娘 애쓰며 딸나무 진 이는 누구 집 딸인가? 垢面赤脚行齟齬 때낀 얼굴에 헐벗은 다리로 절뚝거리며 걷네. 黃犢鳴歸夕陽原 누렁송아지 석양빛 언덕에 울며 돌아오고 朝雉飛驚春艸陼 아침 꿩은 봄 언덕에서 놀아 난다네. 野花羞上霜鬢頭 들판의 꽃도 센 귀밑털 위에 있는 것 부끄러워한다는데 粗粗短帬經四序 거칠디 거친 단벌 치마로 사계절을 보내네. 肌膚麤皸疑頑蟾 피부와 살갗은 터서 거친 두꺼비인 듯하고 腰大腹垂如肥羜 허리는 크고 배는 드리워져 살찐 새끼양인 듯. 隣嫗若浼兒走藏 이웃의 할매도 더럽혀질까 하고 아이들도 달아나 버리니 向人不欲羞顔擧 사람들 향해 부끄러운 얼굴 들려 하질 않는다네. 細看骨相非本醜 세밀하게 보니 골상이 본래 못 생긴 건 아..
해설. 다산과 같지만 다르게 순차적으로 묘사하다 황상은 다산의 사실적 시풍을 계승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가장 뚜렷한 사례로서 다산의 특이한 서사시 작품인 「애절양(哀絶陽)」과 「승발송행(僧拔松行)」, 이 두편을 제목까지 그대로 따서 다시 쓴 경우를 들 수 있다. 여기에는 「승발송행(僧拔松行)」을 소개한다. 소나무는 병선(兵船)을 제조하는 재료로 필요하기 때문에 특별보호의 대상으로 지적한 송림(松林)이 있었다. 이를 봉산(封山)이라 하는데 수영(水營)에서 감시하게 되어 있었다. 다산초당(茶山草堂)의 소재처인 만덕산(萬德山)이 봉산으로 지정이 되어 있었는데, 만력산 백련사(白蓮寺)의 중들은 그 때문에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침학(侵虐)을 당해야 했다. 백련사의 중들은 침학을 견디다 못한 나머지 소나무를 뽑..
소나무 때문에 고초를 당하던 스님들의 이야기 승발송행(僧拔松行) 황상(黃裳) 水軍節度務松政 수군 절도사께서 송정(松政)에 힘써서 臥送幕府嚴號令 막사에 누워 엄한 호령을 발하였네. 俊馬如龍靑障泥 준마는 용 같아 푸른 장니를 갖추고 踏盡折禽靑海倂 닿는 곳마다 모두 새 잡으며 완도를 누빈다네. 轉到禪樓坐如仙 옮겨 다니며 백련사에 이르러 앉으니 신선 같구나. 隱囊驕吸金絲煙 은낭에 교만하게 기대 금사련을 흡입하니 意氣干虹僧蒲伏 의기가 무지개 찌를 듯하니 스님들도 포복한다네. 咆哮誰耕松下田 포효하네. “누가 송산(松山) 아래 밭가는가?” 國之三政松居一 나라의 삼정 중에 송정이 제일에 위치하니 船備無如此樹賢 배를 갖추는 것으로 이 소나무보다 좋은 것 같은 게 없다네. 摘拔松根搜林數 소나무 뿌리 뽑은 것 적발하려 수풀..
해설. 15세의 소년이 지은 독장사 이야기 이 시는 ‘독장사 주먹구구[甕算]’라는 민담을 차용한 것이다. 『송남잡지(松南雜識)』의 「방언류(方言類)」를 보면 옹산(甕算)이란 표제어 밑에 “소설에 이르기를 가난한 사람이 기껏 독 한 개밖에 살 수 없었는데 마침 길에서 비를 만났다. 독 속에 들어 앉아서 셈하기를 ‘이것 하나 팔면 하나가 둘이 되고 이익이 무궁하구나’. 드디어 춤을 추다가 독을 깨뜨리는 줄도 깨닫지 못했다. 지금 허황하게 계산하는 것을 일러서 ‘옹산’이라 하는데, 이 이야기에서 나왔다”라고 기록했다. 『성수패설(醒睡稗鐸)』에도 이 내용이 재미나게 엮인 이야기로 수록되어 있다. ‘독장사 주먹구구’ 혹은 ‘독장사 경영’이란 속담은 재물에 대한 욕망으로 헛되이 꾸는 꿈을 가리키는 데 쓰이지만, 이..
독이 깨지는지도 모르는 노래 파옹행(破甕行) 홍석모(洪錫謨) 雙湖亭下暮烟生 쌍호정 아래 저물녁 안개 피어나고 冠岳山邊夕烽明 관악산가 밤 불빛 밝네. 借問村翁是何火 마을 노인에게 물었네. “이것은 어떤 불빛인가요? 一點耿耿山下橫 한 점이 밝게 빛나 산 아래에 비껴 있네요.” 江左素有燔甕店 노인은 말했네. “강 왼쪽엔 본래 옹점에 불빛이 있어 夜夜松火型範成 밤마다 송화로 전형적인 독의 모형을 만들었죠. 昔有一夫學此工 옛적에 한 사내가 이 기술을 배워 往來長安換靑銅 장안에 왕래하며 청동으로 바꿨고 夕陽歸來樹木陰 석양에 돌아와 나무 그늘진 곳 芳堤下擔納淸風 방죽 아래에 독을 메니 맑은 바람이 들어왔죠. 須臾日落歸鳥過 잠깐 사이에 해가 저서 돌아가는 새가 지나니 四顧漠漠只平坡 사방 돌아보면 막막하게도 다만 평평한..
해설. 죽은 남편과 자식의 세금을 걱정하는 아낙 이 시는 길에서 만난 유이민과 주고받은 이야기로 엮인 것이다. 서사시의 정식화된 유형이지만 독특한 내용을 극적으로 구성해서 큰 충격과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작중 주인공은 남편이 굶어 죽고 자식마저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가련한 신세의 여자다. “남편의 신포 자식의 신포 장차 이를 어찌한단 말씀이오[夫布兒布將何以]”라고 하소연한바, 이 여자는 불법적으로 가해진 실로 어처구니없는 수탈 때문에 그나마 정든 고장에 붙어 있을 수도 없게 된다. 정민교의 「군정탄(軍丁歎)」이나 정약용의 「애절양(哀絶陽)」과 짝을 이루는 작품이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1권, 창비, 2020년, 399쪽 인용 원문
과부의 탄식 과부탄(寡婦歎) 박윤묵(朴允默) 噫彼寡婦路傍哭 아! 저 과부 길가에서 통곡함에 呼天叫地身顚覆 하늘에 울부짖고 땅에 절규하며 몸을 가누질 못하다가 忽復呑聲聲不出 문득 다시 소리를 삼켜 소리가 나오지 않으니 滿裳龍鍾血和淚 치마 가득 실의한 채 피가 눈물과 섞였네. 臨歧住筇不忍去 갈림길에 임해 지팡이 짚고 가다가 차마 떠나지 못하고 爲問空山此何女 물었네. “빈산에 어떠한 사연을 가진 여자인가?” 作氣仰視公是誰 의기를 내고 우러러 보며 말하네. “공은 뉘시오? 煩公聽我此一語 번거롭더라도 공은 나의 이 한 마디 말 들어보시오. 十五嫁作農人婦 15살에 시집 와 농부의 아내가 되어 夫婦耦耕田數畒 부부 직접 농사지으니 밭은 몇 이랑이죠. 長夏隆冬僅糊口 긴 여름이나 냉혹한 겨울에 겨우 입에 풀칠하며 勞筋苦骨..
기경기사(己庚紀事) 이학규(李學奎) 기경기사서(己庚紀事序) 己巳歲, 丁籜翁在金陵之茶山草葊, 是歲大旱, 餓莩相續, 流民塞路. 乃著「田間紀事」詩六篇, 付其胤君學箕, 學箕以示余從兄伯津. 伯津寄余書曰: “籜翁, 今之詞伯也. 詩有風人之旨. 老杜「垂老」ㆍ「無家」之後, 無此作也.” 仍以其詩付余. 余惟己巳之旱, 湖嶺惟均, 而籜翁於憂癙鬱悒之中, 猶其著述卓卓, 可以思, 可以興, 可以懲創而有爲. 使當世之莅州縣者, 各鈔一本, 用爲龜鑑, 則斯民其庶幾矣. 顧余所處止, 亦惟嶺外, 則天菑民瘼, 蓋略同焉. 獨擣心永歎, 齎志泯默, 使夫天菑民瘼之可警可怵可勸可懲者, 悉泯而不傳, 爲可惜也. 仍就所聞見, 撮其事有關於時政風敎者, 得十數條, 詩以諷詠之, 序以詳述之. 始作于己巳季冬, 斷手于庚午孟春, 命之曰己庚紀事. 以寄伯津, 令轉示于學箕, 以達于籜..
해설. 가뭄을 인재의 측면으로 다루다 「기경기사」는 바로 「전간기사」를 읽고서 감명과 자극을 받아서 쓴 것이다. 「기경기사」의 시인 이학규는 정약용이 강진에 있을 당시 같은 처지로 경상도 김해 땅에 우거해 있었다. 기사 경오 양년(1809~10)에는 전라도나 경상도나 온통 흉년이 들었다. 시인은 “내가 지금 머물러 있는 곳을 둘러보건대 영남의 변두리로 천재나 민막이 저쪽과 대략 비슷하다. 그럼에도 홀로 가슴을 두드리고 길이 한숨만 쉬며 마음속에 묻어두고 침묵을 지키면서 천재ㆍ민막의 놀랍고 겁나고 징계해야 할 사실들을 죄다 가려둔 채 전하지 않게 한다면 실로 애석한 노릇이 아닌가[顧余所處止, 亦惟嶺外, 則天菑民瘼, 蓋略同焉. 獨擣心永歎, 齎志泯默, 使夫天菑民瘼之可警可怵可勸可懲者, 悉泯而不傳, 爲可惜也]”라..
불내고 도적질한 놈들 따로, 고초 겪는 이들 따로 북풍(北風) 北風, 哀湖南民也. 「북풍」시는 호남민을 애도한 시다. 有偸夜縱火府西邨落, 어떤 도적이 밤에 부락 서쪽 촌락에 불을 지르고 乘其擾嚷, 悉偸邨民儲蓄而去. 요란스러움을 타서 모두 촌민이 모아놓은 것을 훔쳐 달아났다. 時有湖南流匃十餘輩, 이때 호남의 유리걸식하는 10여 무리가 있어 泊舟依南湖口, 배를 정박하고 남쪽 호수 입구에 기거하고 있었는데 府之偵偸者, 悉逮繫府獄, 부락의 도적을 정탐 나온 이가 모두 체포하여 부락의 가막소에 묶어두고서 箠楚備至, 冤苦無所謈訴焉. 회초리질이 몹시도 심하게 했지만 원통한 괴로움을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 北風何烈烈 熛火獵通衢 북풍이 왜 그리 맹렬하여 불똥과 불이 네거리까지 번지게 했던가? 哀哉十室邨 衆噪如鴉烏 슬프다..
호남에 가뭄 들어 금관까지 갔지만 조미(糶米) 糶米, 哀湖南民也. 「조미(糶米)」는 호남민을 애달파한 시다. 己巳之旱, 湖南尤甚. 기사(1809)년 가뭄은 호남이 매우 심했다. 有湖民數十輩, 訣妻子, 호남민 수십 명이 처자와 헤어지고 操舟檝, 沿海千餘里, 배의 노를 저어 바다 천여리를 따라 至金官津口. 금관진의 어귀에 이르렀다. 私糴米至百餘斛, 官府覺之, 사적으로 쌀을 산 것이 백여곡에 이르렀고 관아에서 그걸 깨닫고 亟搜出勒令, 廉價糶之. 재빨리 찾아내 강제명령을 내어 염가에 그걸 팔도록 했다. 耗費旣多, 蕩無餘貲, 돈을 쓴 게 이미 많지만 탕진하여 남은 재물이 없어 遂爲流匃, 不知所適從焉. 마침내 유리걸식하며 가고 따를 곳을 알지 못했다. 糶米不用斗 得錢堆市塵 쌀 판 것으론 말로도 쓰지 못하고 돈을 얻..
서리가 빌린 빚을 대신 갚느라 고초를 겪는 지인들의 울분 호랑(虎狼) 虎狼, 諫胥債徵族也. 호랑이란 시는 서리의 빚을 친척에게 징수하는 것을 풍간한 것이다. 府胥欠京邸錢債, 守宰不責於胥, 관청의 서리가 경저리의 빚을 채우지 못하면 사또는 서리에게 책임지우지 않고 而責於其親戚姻婭. 친척과 인척에게 책임 지웠다. 有爲胥之㛰家之姻家內舅, 而徵錢至十餘緡, 서리의 사돈의 사돈의 외삼촌이 된 이에게 징수한 돈이 십여 꿰미에 이르렀다. 侵漁冤濫, 其毒甚於凶秊, 착취에 대한 원한이 넘쳐나 그 해독이 흉년보다 심하니 閭里爲之語曰: “寧廢倫, 毋與胥爲㛰姻.” 마을 사람들이 이 때문에 말했다. “차라리 혼인하지 않아 인륜을 버릴지언정 서리와 혼인하진 말거라.” 娶男不入城 送女寧它方 아들 장가는 성내로 들이지 말고 딸의 시집..
관찰사나 읍장이나 존재이유를 망각하다 구산(龜山) 龜山, 誎邑宰也. 「구산(龜山)」 시는 읍장을 독촉한 시이다. 田苗旣焦, 無所望秋. 밭의 싹이 이미 말라 추수를 바랄 수 없었다. 察司飭授蕎麥之種, 守宰不卽奉行. 관찰사가 메밀과 보리의 종자를 나눠주라 신칙(申飭, 타이르다)했지만 읍장은 곧장 받들어 수행하지 않았다. 自府北龜山, 抵密陽之三浪津, 읍의 북쪽 구산으로부터 밀양의 삼랑진에 이르기까지 凡四十里, 爲察司往來之路, 대체로 40리로 관찰사가 왕래하는 길이 되니 左右所有田疇, 令沿途之民, 좌우에 있는 밭에 길을 따라 있는 백성들에게 悉力耕耰, 一如播種者. 밭갈고 씨를 덮길 전력으로 하게 하니 한결같이 씨 뿌리듯했는데, 察司竟亦不之問焉 관찰사는 마침내 또한 따지질 않았다. 龜山七月半 山蚻聲悠悠 구산의 7..
기우제로 인해 더욱 궁핍해지는 백성들 격고(擊皷) 擊皷, 閔旱也. 「격고(擊皷)」는 가뭄을 근심한 시다. 府俗遇大旱, 則於府中, 마을의 풍속에선 큰 가뭄이 들면 마을 안에 植柴爲棚, 縛草爲龍, 땔나무를 꽂아 누각을 짓고 풀을 엮어 용을 만들어 揭丈六佛㡧. 장육불의 탱화를 건다. 瞽矇僧巫, 雜奏歌舞, 판수와 스님과 무당이 섞여 연주하고 노래하고 춤추니 備極嬲擾. 매우 시끄럽고 어지럽다. 其所供億, 悉責于民, 제공되는 억이란 돈을 모두 백성에게 책임지우는데 民不堪命, 反不閔旱而閔禱祀焉. 백성들이 명을 감내하질 못해 도리어 가뭄을 근심치 않고 제사를 근심한다. 士女何悄悄 擊皷晴䨓東 제사 주관자들이 얼마나 소란스럽나? 청뇌각(마을 객사의 남쪽에 있다[晴雷閣 在府內客舘南]) 동쪽에서 북 두드리네. 草龍強跂跂 繪㡧..
탁옹을 본받아 영남의 현실을 담다 기경기사서(己庚紀事序) 己巳歲, 丁籜翁在金陵之茶山草葊, 是歲大旱, 餓莩相續, 流民塞路. 乃著「田間紀事」詩六篇, 付其胤君學箕, 學箕以示余從兄伯津. 伯津寄余書曰: “籜翁, 今之詞伯也. 詩有風人之旨. 老杜「垂老」ㆍ「無家」之後, 無此作也.” 仍以其詩付余. 余惟己巳之旱, 湖嶺惟均, 而籜翁於憂癙鬱悒之中, 猶其著述卓卓, 可以思, 可以興, 可以懲創而有爲. 使當世之莅州縣者, 各鈔一本, 用爲龜鑑, 則斯民其庶幾矣. 顧余所處止, 亦惟嶺外, 則天菑民瘼, 蓋略同焉. 獨擣心永歎, 齎志泯默, 使夫天菑民瘼之可警可怵可勸可懲者, 悉泯而不傳, 爲可惜也. 仍就所聞見, 撮其事有關於時政風敎者, 得十數條, 詩以諷詠之, 序以詳述之. 始作于己巳季冬, 斷手于庚午孟春, 命之曰己庚紀事. 以寄伯津, 令轉示于學箕, 以達于籜翁..
대가뭄이 온 강진에서 본 것을 기록하다 전간기사(田間紀事) 정약용(丁若鏞) 서문(序文) 己巳歲, 余在茶山草菴, 是歲大旱. 爰自冬春, 至于立秋, 赤地千里, 野無靑草. 六月之初, 流民塞路, 傷心慘目, 如不欲生. 顧負罪竄伏, 未齒人類, 烏昧之奏無階, 銀臺之圖莫獻. 時記所見, 綴爲詩歌. 蓋與寒螿冷蛬, 共作草間之哀鳴, 要其性情之正, 不失天地之和氣, 久而成編, 名之曰田間紀事. ⇒해석보기 발묘(拔苗) 拔苗閔荒也. 苗槁不移, 農夫拔而去之, 拔者必哭, 聲滿原野. 有婦人冤號極天, 願殺一子, 以祈一霈焉 稻苗之生 嫩綠濃黃 如綺如錦 翠蕤其光 愛之如嬰孩 朝夕顧視 寶之如珠玉 見焉則喜 有女蓬髮 箕踞田中 放聲號咷 呼彼蒼穹 忍而割恩 拔此稻苗 盛夏之月 悲風蕭蕭 芃芃我苗 予手拔之 薿薿我苗 予手殺之 芃芃我苗 藨之如莠 薿薿我苗 焚之如槱 㩃之束..
해설. 악부시의 형식을 빌려 현실을 고발하다 이 작품을 쓴 연대는 순조 9년(1809)이다. 시인 정약용은 전해에 유배지의 거처를 강진 읍내에서 귤동의 다산초당으로 옮겼다. 그런데 마침 무서운 흉년이 들어 “차마 눈 뜨고 못 볼 정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자면 근원적 전환을 모색하지 않는 한, 정상을 사실 그대로 중앙에 보고해서 적의한 대책을 세우도록 하는 길 외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럴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그 스스로 “찬 바람에 쓰르라미ㆍ귀뚜라미와 더불어 풀숲 사이에서 슬피 우는 것과 다름없는 것[蓋與寒螿冷蛬, 共作草間之哀鳴]”으로 규정했듯, 재야의 시인으로 자기를 선명하게 의식하고 이 시를 쓴 것이다. 「전간기사」는 형식 면에서는 『시경』 내지 4언의 악부시를 방불케 하..
모진 가뭄에 버려진 어미에게 버려진 두 아이를 만나다 유아(有兒) 「有兒」, 閔荒也. 「유아(有兒)」는 가뭄을 근심한 것이다. 夫棄其妻, 母棄其子, 남편은 아내를 버리고 어미는 자식을 버려 有七歲女子, 攜其弟彷徨街路, 어떤 일곱 살 계집애가 동생 데리고 길거리에서 방황하며 哭其失母焉 엄마 잃었음을 통곡하네. 有兒雙行 一角一羈 두 아이가 가는데 한 아인 딴 머리 계집아이 한 아인 꼭지머리 사내라네 . 角者學語 羈者髫垂 딴 머리 계집아인 이제 막 말 배울 나이이고 꼭지머리 사내아인 다박머리 늘어뜨린 채 失母而號 于彼叉岐 어미 잃고 저 갈림길에서 호곡하네. 執而問故 嗚咽言遲 잡고서 까닭을 물으니 오열하며 말 더듬다가 曰父旣流 母如羈雌 말했네. “아빠는 이미 떠나 엄마는 짝 잃은 암컷 같았죠. 瓶之旣罄 三日不炊..
발묘(拔苗) 拔苗閔荒也. 「발묘(拔苗)」는 가뭄을 근심한 시다. 苗槁不移, 農夫拔而去之, 묘가 말라 이앙(移秧)하질 못해 농민이 뽑아 제거하는데 拔者必哭, 聲滿原野. 뽑는 이가 반드시 통곡하니 원성이 들판에 가득찼다. 有婦人冤號極天, 願殺一子, 어떤 아낙의 원통한 호통이 하늘에 달하니 “원컨대 한 자식 죽여 以祈一霈焉 한 번 비 쏟아지길 기원하나이다”라 말했다. 稻苗之生 嫩綠濃黃 벼의 묘 나니 연한 푸름에 짙은 누런 색이라네. 如綺如錦 翠蕤其光 비단인 듯 비취색이 발광한다네. 愛之如嬰孩 朝夕顧視 어린애처럼 아끼니 아침저녁으로 돌아보고 寶之如珠玉 見焉則喜 구슬과 옥처럼 간직해 보기만해도 좋아라. 有女蓬髮 箕踞田中 어떤 계집 헝클어진 머리로 밭에 다리 뻗고 앉아 放聲號咷 呼彼蒼穹 소리 내며 울면서 저 하늘에..
서문(序文). 큰 가뭄에 시름 앓던 유민들을 담아내다 己巳歲, 余在茶山草菴, 是歲大旱. 爰自冬春, 至于立秋, 赤地千里, 野無靑草. 六月之初, 流民塞路, 傷心慘目, 如不欲生. 顧負罪竄伏, 未齒人類, 烏昧之奏無階, 銀臺之圖莫獻. 時記所見, 綴爲詩歌. 蓋與寒螿冷蛬, 共作草間之哀鳴, 要其性情之正, 不失天地之和氣, 久而成編, 名之曰田間紀事. 해석 己巳歲, 余在茶山草菴, 기사(1809)년에 나는 다산초당에 있었는데 是歲大旱. 이 해에 크게 가뭄이 들었다. 爰自冬春, 至于立秋, 이에 겨울과 봄으로부터 입추에 이르기까지 赤地千里, 野無靑草. 가문 땅 천리에 들판엔 푸른 풀들이 사라졌다. 六月之初, 流民塞路, 6월 초에 유민들이 길을 가로막아 傷心慘目, 如不欲生. 상심케 하고 처참하여 더 살고 싶지 않은 듯했다. 顧負罪..